소설리스트

흔한 배우 정민수-83화 (83/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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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카루스의 쇼케이스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특히 아까 리온이 자랑하던 타이틀곡 “너와 함께” 는 아이돌 곡 같지 않게 서정적인 분위기에 부드러운 발라드 같은 느낌을 주는 곡이었는데 민수가 듣기에도 매우 좋은 노래였다.

모든 노래를 부르고, 팬들과의 소통을 나누며 쇼케이스는 마무리되었고, 많은 기자가 그런 이카루스와 팬들의 모습 그리고 그런 이카루스를 응원하는 “송포유” 제작진들을 열심히 촬영하고 있었다.

그리고 쇼케이스가 마무리된 이후에는 예고한 바와 같이 “송포유”의 마지막 공연 장면 촬영이 이어졌다.

팬들은 최준으로 변한 리온에 모습에 열렬한 환호성을 보내었고, 최준이 노래를 부르고 마지막에 울먹이는 미주랑 포옹하면서 촬영이 마무리되었다.

다행히 질서정연한 “태양”은 수연이 리온과 격하게 포옹을 하는데도 별다른 반응 없이 큰 환호성만 보내주었다. 그리고 촬영을 마치자 리온과 같이 촬영했던 민수와 수연에게도 힘찬 박수로 격려해 주었다..

촬영을 마치고 차에 탑승하자 차 안에는 사인들을 보면서 기분 좋아하는 혜민과 조금 고민하는 듯한 설아가 민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민수가 차를 타자 반갑게 맞이해 주면서 설아가 민수에게 질문했다.

“이제 사실상 촬영은 끝난 거 아니에요? 기분이 어때요?”

“그렇죠. 촬영은 이제 사실상 끝이고…. 성적이 좋으니 종방연 정도는 같이 하겠네요. 하지만 사실은 아직 확실히 실감은 안 나요.”

“아직 그럴까요. 홍보팀 말로는 단발성이긴 하지만 민수 오빠 앞으로 CF도 몇 개 들어오고, 화보나 잡지사 인터뷰 같은 일들이 무더기로 들어오고 있다는데요.

특히 여성 잡지 화보 쪽은 아주 적극적으로 들어온다고 하고요.”

설아의 말에 민수는 그냥 미소 짓기만 했다. 그런 민수를 보면서 설아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민수 오빠. 그 뮤비 건 말인데… 아까 노래 들어보니까 정말 좋더라고요. 그래서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원래 별로 참견할 생각은 없었지만 설아가 직접 물어오자, 민수는 솔직하게 자기 생각을 이야기 해 주었다.

“좋은 일이죠. 이카루스 정도 되는 아이돌의 뮤비에 나오는 거잖아요. 아마 설아 씨 인지도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본격적으로 연기자로 나서기 전에 좋은 경험도 될 거고요. 하지만 윤 대표님이 허락할지는 미지수네요. 대표님이 무슨 다른 생각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다만 대표님도 설아 씨가 강하게 한다고 하면 말리시진 않을 거 같네요.”

민수의 말을 들은 설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유일한 걱정이라면…. 뮤비 수위에 따라서 이카루스 팬들에게 볼멘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는 건데… 아까 노래 들어보니까 왠지 풋풋한 느낌이라 그럴 일은 없어 보이네요.

아… 그건 또 아니려나 K-G씨 랩 파트는 은근히 좀 가사가 끈적하긴 했죠.”

민수의 말에 설아는 아까 태호가 말하던 이상형이 생각났는지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아마 C컵 가슴 운운하던 건 왠지 K-G씨 아닐까요? 그냥 그런 느낌이 조금 드는데요.”

민수는 피식 웃으면서 첫인상부터 설아에게 묘한 감흥을 준 K-G에게 마음속으로 애도를 표하였다.

결국 설아는 뮤직비디오에 출연하기로 결정했다.

이카루스 측도 지금 이미 곡이 나와 있는 상황이라 급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결국 협의를 마친지 하루 만에 설아는 바로 이카루스 뮤직비디오 제작 현장에 합류하게 되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날개 엔터 측에서 설아에게 아주 고마워 했다고 한다. 아마 타이틀곡에 뮤비도 없이 나가는 것에 대하여 날개 측에서도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던 거 같았다.

급하게 잡힌 스케줄이라 마땅히 설아를 케어할 매니저가 없었기 때문에 오 팀장이 당분간 설아를 챙기고 형우는 수연을 담당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4층 이사장실.

민 여사는 급하게 뛰어와 보고하는 박 실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이사장님, 정우철이가 여자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답니다. 조사 중에 정우철의 끄나풀과 접촉한 여성 한 명에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일 하나 해주면 2천만 원을 준다고 했답니다. 당장 돈이 급한 여성을 수배해서 무슨 일을 벌일 모양입니다.”

“그럼, 그놈들이 술집 근처를 배회하는 것도 그런 이유겠군요.

알았어요. 박 실장 계속 찾아봐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놈과 접촉한 여성이 무슨 일을 벌이기 전에 막는 거예요.”

박 이사가 인사를 하고 바로 이사장실을 나가자, 민 여사는 생각에 잠겨 들었다. 주기적으로 집게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면서, 민 여사는 정우철의 의도가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장고를 마친 민 여사는 옆에 있던 한 비서에게 지시해 보안팀 책임자 최 팀장을 호출했다.

민 여사의 호출에 최 팀장이 서둘러 이사장실을 방문하였다. 급하게 올라왔는지 숨을 조금 몰아쉬는 최 팀장의 호흡이 정돈되자 민 여사는 최 팀장에게 사내 보안상황에 대하여 몇 가지를 물어보기 시작했다.

“최 팀장, 수고가 많아요. 내가 몇 가지 궁금한 것이 있어서 불렀어요.”

“네, 이사장님 말씀하십시오.”

느닷없이 불려온 최 팀장은 바짝 긴장하며 민 여사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우리 회사랑 윤 엔터에 설치된 CCTV에 대하여 좀 알고 싶어요. 지금 우리 회사랑 윤 엔터에 몇 개나 설치되어있죠?”

“현관에 하나 주차장에 하나 옥상으로 올라가는 비상구에 하나 이렇게 3개 설치되어있습니다. 건물 내부에는 따로 설치할 필요가 없어서…”

“어떤 제품을 쓰는 거죠? 얼굴을 바로 알아볼 정도로 화질이 좋은 녀석을 쓰는 건가요?”

민 여사의 질문에 최 팀장은 고개를 저었으면서 어림없다는 어투로 대답했다.

“그렇진 않습니다. 특징을 잡을 정도는 되지만… 바로 얼굴을 알아볼 정도는 아니죠. 아마 최고급 물건을 쓰지 않는다면 얼굴을 바로 알아보는 것은 무리일 겁니다.”

“그렇군요. 그럼 영상은 며칠이나 보관하죠?”

“솔직히 아리 재단이야, 입구에 보안 요원들이 보안의 중심이지 CCTV는 그냥 구색 맞춰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별다른 일이 없으면 하루 이틀 정도 보관하다가 파기하고 있습니다.”

“하… 그랬었죠. 보안 요원 열댓 명이 교대로 지키고 있는데, CCTV는 별 의미가 없긴 하겠네요. 특히 보안 요원들의 성향을 생각하면 CCTV에 영상 남겨 놓는 것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을 테고요.”

한숨을 쉬면서 잠시 생각한 민 여사는 조금 굳은 목소리로 최 팀장에게 지시를 내렸다.

“좋아요. 지금부터 제가 지시는 하는 것을 절대 지켜줘요. 우선 지금 설치해 놓은 CCTV는 가장 화질이 좋은 것으로 바꿔요. 멀리서도 얼굴을 확인 할 수 있는 정도의 물건이어야 해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최대한 빨리요. 그리고 윤 엔터 건물 내에 층마다 추가로 설치하세요. 최소한 5대는 설치 해야 해요.

그리고 앞으로 제가 이야기할 때까지 모든 CCTV 자료는 보관에 들어가세요.

제가 오늘 지시한 것은 반드시 지켜 주시길 바랄게요.”

최 팀장은 민 여사의 지시가 끝나자 바로 인사하고는 서둘러 이사장실을 나섰다.

물러나는 최 팀장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한 비서는 민 여사에게 물었다.

“왜 그런 지시를 하신 겁니까? 사내 CCTV라니요.”

한 비서의 질문에 민 여사는 조금 인상을 쓰면서 입을 열었다.

“그놈이 여자를 쓴다고 했어. 지금 여자를 쓴다면 그놈이 어디에 쓸까? 그놈이 원한을 가진 곳은 두 곳이지. 우리 윤 엔터, 그리고 RD. 그런데 RD는 자기가 언젠가는 돌아가려는 곳이야.

그럼 결국 우리 윤 엔터에 쓴다는 건데. 당분간 태준이는 중국에서 활동할 거고, 그럼 남아있는 건 민수 하나뿐이야.

잘 생각해봐.

물론 가장 좋은 일은 최 이사가 그놈이랑 접촉하고 있는 여자가 누군지 알아내는 거겠지.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이겠어?

원래 한 명의 도둑을 백 명이 경찰이 잡지 못하는 법이라고 했어. 그럼 대비를 해야지.

그놈 입장에서 밖에서 민수에게 여자를 붙이거나 해서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불행히도 민수는 밖으로 나가질 않는 녀석이야.

스케줄을 마치면 바로 집이자 회사인 이곳으로 돌아와서 지내지. 그러면 결국 그놈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짓으로 일을 만드는 거밖에 없지 않겠어?

정확히 무슨 짓을 할지는 알 수 없지만, 누명을 씌우려고 한다면 우리에게 확실한 증거가 필요해. 그래서 그렇게 지시한 거야.”

한 비서에게 말을 마친 민 여사는 한숨을 쉬면서 자신의 마음을 달랬다.

“양아치는 끝까지 양아치지. 눈앞에 쓰레기가 있는데 치우질 못하다니….”

민 여사는 끝까지 지저분하게 노는 날파리를 제 손으로 치우지 못하는 사실에 울분을 느꼈다.

날파리를 치울 무기를 가진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RD 엔터랑 진룡 미디어의 진시첸 사장이었다.

민 여사는 이번 일로 어떻게 해서든 지저분한 날파리를 치워 버리리라 다짐했다.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종방연이 있기까지 민수는 몇 가지 스케줄을 소화하게 되었다. 아직 신인인 민수의 인기를 거품이라 생각하는지 CF 쪽의 제안은 아직 매우 인색했다.

그래서 대부분 거절하게 되었지만, 경험 삼아 가장 제안이 후하고 단발성인 계약을 하나만 체결하였다. 유명한 식품 업체인 “준성 식품”의 새로운 사이다가 그 주인공이었다.

“준성 식품”은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그에 발맞춰 새로운 모델을 쓸 생각이었는데, “송포유”에서 준성의 건방진 눈빛이 마음에 들어 민수를 모델로 결정했다고 한다.

계약 당시 그쪽 대표가 배역의 이름도 자신의 회사 이름인 준성과 같으니 더 어울리지 않겠냐고 웃음 지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뜻깊은 스케줄은 따로 있었다. 민수를 아동 복지 재단의 공익 광고 모델로 쓰고 싶다고 연락이 온 것이다.

아동 복지 재단 측은 민수의 선행에 큰 감동을 하였고, 그래서 민수가 꼭 재단의 모델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비록 돈을 받고 찍는 TV 광고도 아니고 광고비를 전액 기증하게 되는 포스터형 광고였지만 민수는 이 일을 매우 감사하게 생각했다.

지면 포스터 광고는 편하게 촬영하며 금방 끝낼 수 있었지만, 음료 광고는 그렇지 않았다.

민수는 자신이 연기자이고 이제는 연기에 대하여 조금 자신감이 붙었기 때문에 수월하게 촬영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지만 광고는 연기와 또 너무나 달랐다.

특히 자신에 입에 맞지도 않는 탄산음료를 수없이 마셔야 한다는 점은 민수에게 너무나도 괴로운 일이었다.

자신이 음료 광고를 찍게 되었다고 할 때 수연 선배가 고개를 저으면서 먹는 광고는 인간이 찍을 게 아니라고 말한 것이 어떤 의미인지 뼈저리게 느낀 민수는 역시 남의 돈을 쉽게 벌 수는 없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우치게 되었다.

광고 촬영을 마친 민수는 여성 잡지 한 군데에서 화보 촬영을, 연예 매거진 한 군데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당분간 스케줄을 마무리했다.

이미 얼굴을 알린 상황이니, 금전적인 목적이 아니라면 크게 무리하지 말고 이제 다음 연기 할 준비를 하자는 것이 소속사의 의견이었고, 민수도 그 의견에 동의했다.

처음 하는 연기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 부은 데다 도중에 엉뚱한 일들까지 민수를 괴롭히는 바람에 민수도 사실 심적으로 너무 피곤한 상황이었다.

종방연까지는 조금 편히 쉬고 그 후 차기 작품에 대해 논의를 하는 것이 민수로서는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었다.

민수는 몇 개의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자신을 묘하게 따라다니면서 주변을 살피는 동원을 보며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원래 연기 할 때는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던 동원이 촬영 내내 최대한 가까운 곳에서 주변을 살피면서 자신을 보호하는 듯한 행동을 하니 평소와는 너무 다른 모습에 민수가 의문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리고 잔뜩 날이 선 상태로 주변을 경계하는 동원의 모습에서 자신에게 또 무슨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짐작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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