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흔한 배우 정민수-78화 (78/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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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까지 마무리 짓고 다시 촬영장을 찾은 민수는 많은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았다.

드라마의 흥행을 위하여 여러 가지 상황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던 PD는 요 며칠 동안 여러 가지 일이 벌어 지면서 민수의 이미지가 급속도로 좋아지자 일말의 불안감에서 해방된 듯 상쾌한 표정으로 민수를 반겨 주었다.

스텝들도 마찬가지였다.

민수의 행동을 보고 믿고 있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알게 모르게 드라마 때문에 내색하지 않았을 뿐 마음속으로는 의심하고 있던 사람들이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그런 작은 의심조차 완전하게 날려 버리게 되었고, 오히려 민수의 의로운 행동에 살짝 존경하는 마음마저 피어나고 있었다.

민수가 그렇게 스텝들에게 환영받으면서 자신의 대기실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문이 열고 환하게 웃으면서 리온이 다가왔다.

‘그래… 이 녀석이 그 이야기를 듣고 날 안 찾아올 리가 없겠지…’

계속된 촬영으로 거의 매일 봐 왔던 리온은 이제 친근하다 못해 동내 동생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 형님 참…. 정말 대단하세요.”

민수는 오자마자 진심 가득한 감탄사를 내뱉는 리온을 보니 자신이 혜민이를 위하여 전 재산을 투척한 일이 확실히 정상적인 일은 아니었구나 싶었다.

그리고 한참을 그렇게 민수의 얼굴에 금칠하던 리온은 무슨 생각이 난 듯 “아”하고 외치더니 웃으면서 민수에게 말을 꺼냈다.

“그… 마지막 엔딩 촬영 부분 있잖아요.”

그렇다. 지금 “송포유”는 외부의 잡음이 끝난 이후부터 빠른 속도로 촬영이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이제 얼마 후면 대망의 엔딩 씬 까지 촬영이 진행될 것이다.

“엔딩 씬 이라면… 그 최준이 공연하는 장면 아닌가요?”

“네, 거의 그렇죠. 정확하게는 공연 중에 미주에게 고백하는 장면이지만… 하여간… 그 엔딩 씬 촬영할 때 사실 저희 이번 엘범 쇼 케이스도 같이 하거든요.”

리온의 말을 들은 민수는 PD의 생각에 혀를 내둘렀다. 이번에도 엑스트라 없이 리온의 팬들을 이용해 마지막 장면을 촬영할 생각인가보다.

하긴 그냥 엑스트라가 환호하는 거랑 순수 리온의 팬들인 격하게 환호하는 것은 질적으로 다르긴 할 것이다.

“PD님도 대단하시긴 하네요. 그렇게 맞춰서 찍을 생각을 하시다니…”

“태양 애들한테도 공지했는데 다들 반기는 분위기더라고요.”

“그거야….”

민수는 리온의 말을 들으면서 그 녀석들은 리온이 길가에 똥을 싸도 좋아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애써 말을 삼켰다.

“어쨌든 그런데, 촬영시간보다는 조금 이르긴 하지만 형님이 저희 쇼 케이스를 봐 주셨으면 해서요. 멤버들한테도 형님을 소개하고 싶기도 하고… 혹시 시간 되신다면 가능할까요?”

민수는 조금은 조심스러워 보이는 리온의 태도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당연히 참석해야죠. 저도 “태양” 정도는 아니라도 이카루스의 성공을 마음속으로 바라는 사람이니까요.”

민수가 흔쾌히 참석하겠다고 하자 리온은 활짝 웃으면서 민수의 두 손을 잡았다.

“하하하. 형님이 응원해 주신다니 더 기운이 나네요. 아 그리고 지인들 자리는 넉넉하게 준비했으니까 혹시 같이 오고 싶은 분이 있다면 마음 놓고 동반하셔도 됩니다.

저희가 그래도 나름대로 인기 있는 아이돌 아닙니까? 하하하”

그렇게 말을 마친 리온은 기분 좋은 표정으로 민수의 대기실을 나섰다.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민수는 혹시 이카루스의 쇼케이스를 오고 싶어 할 만한 사람이 누가 있을까 생각해봤다.

“흠… 어차피 윤 배우는 자기 일 때문에라도 시간을 못 낼 테지…. 수연 선배는 어차피 와야 할 테고… 그러면 남은 사람은 형우, 설아 씨, 소희 씨인데…

형우 놈이야, 남자 놈이고 게다가 직장인이 그렇게 막 나올 순 없겠지. 설아 씨랑 소희 씨라…

특히 소희 씨는 한때 아이돌이 꿈이기도 했으니 만약 시간이 되면 오고 싶어 할 수도 있겠군.

그나저나 물어볼 사람이 소속사 식구들, 아니면 형우뿐이라니… 진짜 내 인생 암담하긴 하네.”

순간 정말 자신이 인생이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든 민수는 앞으로는 어떻게든 지인을 한 명씩이라도 더 늘려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종반부를 향해 가는 “송포유”의 진행 상황은 이러했다.

이제 언더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기 시작한 밴드 “Jun’s” 정 엔터 식구들은 최준과 그 밴드를 공중파에서 소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만 쉽지 않다.

하지만 모두가 조바심내는 가운데 최준만은 태평하다.

“안되면 그냥 이렇게 공연만 하고 다니면 되는 거 아니야?”

이제 공연의 참맛을 알아가고, 자신이 지금껏 탐해왔던 인기라는 것이 그저 허상이었다는 사실을 완전하게 깨달은 최준은 이제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게 된 것이다.

게다가 이제 자신 옆에는 항상 자신의 노래를 들어주는 사랑하는 미주까지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런 평화도 그리 길지 않았다. 최 엔터에서 슬슬 최준의 동태에 대하여 알게 된 것. 최 대표는 어떻게든 최준이 다시 연예계에 발을 붙일 수 없게 음모를 꾸미기 시작한다.

한편 미주는 최준과 사귀게 되면서 최준의 허술한 일면들, 그리고 스스로 남자답다고 말하는 호구스러움을 보면서 과거 최준의 루머가 분명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예전에 자신에게 신세 진 적이 있는 친구들 중 기자나 연예계에 있는 친구들에게 블랙 미스트에 대한 여러 가지를 조사하게 부탁한다.

그리고 기자로 일하는 한 친구가 요즘 블랙 미스트 멤버들 간에 사이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내부의 적인 최준이 사라지자 자신들의 옛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는 다시 한 멤버를 따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기자가 취재한 사진들을 가지고 준성에게 상의한다.

준성은 최준과 미주가 완전한 연인이 되자, 서서히 미주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이제 여자 이미주를 버리고 친구 이미주와 다시 지낼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한다.

미주에 대한 집착을 버리자 매사에 날카롭던 준성은 사라지고 평소에는 여유로우나 작업을 할 때만 예리한 새로운 준성으로 다시 태어난다.

특히 이 부분을 연기 할 때 민수는 엄청나게 고생을 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날카로운 모습을 느긋한 모습으로 변하는 연기를 해 줘야 했는데 촬영이 시간에 흐름을 정확히 따르지 않다 보니, 느긋한 정도를 1~10으로 가정했을 때 씬 마다 1 6 9 4 이런 식으로 차이를 둬서 연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민수의 고생을 보면서 수연이 쌤통이라고 놀린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준성은 그렇게 미주와 최준을 응원하는 동료가 되었고, 미주가 사진을 가지고 오자 이것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한다..

최 대표는 우선 밴드 “Jun’s”의 보컬이 최준이라는 사실을 폭로할 계획을 꾸민다.(이때 까지 가면을 쓰고 노래하고 있었다.)

아직 최준에 대한 세간의 시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정체가 밝혀진다면, 사람들은 최준의 노래를 들어 보지도 않고 외면하게 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밝히려는 자와 숨기려는 자의 보이지 않는 사투가 벌어지는 가운데, 결국 최준의 정체를 눈치챈 기자 하나가 최준의 정체를 공개하게 된다.

덕분에 다시 사람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한 “Jun’s” 하지만 최준은 자신의 옆에 미주를 바라보면서 의연하게 대처한다.

그리고 그런 최준에게 의외의 인물이 다가왔는데 그 인물은 바로 블랙 미스트의 막내였다. 막내는 최준의 나간 블랙 미스트 사이에서 새로운 타깃으로 괴롭힘을 당하는 인물이었다.

최준은 블랙 미스트에 있을 때 자신에게 피해를 준 막내였지만 남자라면 상대를 용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며 그를 용서하고 그의 고충을 같이 공감해준다.

그런 최준의 모습에 감동한 막내는 최준에게 사과하고 떠나면서 큰 결심을 하게 된다.

최준의 모습에서 자신의 미래를 예감한 막내는 먼저 선수를 쳐 팬들에게 자신은 블랙 미스트 다른 멤버들에게 괴롭힘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준성이 날카롭게 기회를 포착해 미리 확보한 사진들로 기사까지 내보내기 시작하자, 블랙 미스트 팬덤은 흔들리기 시작하고 결국 과거 멤버들이 벌려온 악행까지 서서히 알려지자 결국 블랙 미스트는 침몰하고 최 대표까지 그에 따른 책임을 지게 된다.

막내의 폭로로 오해를 푼 최준은 이제는 가면을 벗고 다시 활동을 이어 나가게 되고 모든 일은 잘 흘러가는 듯했다.

하지만 최준이 유명해 지면서 그가 입던 옷들도 같이 유명해지고, 우연히 미주가 제작한 의상을

마음에 들어 한 해외에 유명 디자이너 한 명이 미주를 제자로 받고 싶다는 연락을 받게 되면서 극의 분위기가 바뀌게 된다.

미주를 다시 해외에 보내고 싶지 않은 최준과 준성은 어떻게든 막고 싶지만, 미주의 오랜 꿈을 이룰 수 있는 길을 막고 싶지는 않아 고민하게 되고, 미주도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준성은 최준에게 자신이 미주와 최준을 보면서 작곡했던 “Song for you”를 건네고 어쩌면 오랜 시간 못 볼 미주를 위하여 불러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미주가 떠나기 전 마지막 공연에서 최준은 미주를 위하여 준성이 부탁한 곡을 부르게 된다.

“대충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는 말이지. 그리고 아까 리온이 말한 쇼 케이스는 마지막 공연의 촬영과 같이하게 될 거고 말이야.”

이카루스의 쇼 케이스 날짜가 며칠 남지 않았으니,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그날 촬영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민수는 의외의 인물에게 연락을 받았다.

[요~ 민수형… 요즘 잘나가던데.]

오랜만에 연락한 형우의 반가운 목소리에 민수의 목소리도 저절로 올라갔다.

“그래. 형우야. 넌 어때? 잘 지내는 거냐?”

잘 지내냐는 민수의 말에 형우는 어색하게 말을 돌려버렸다. 그런 형우의 태도를 민수는 약간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하하… 그나저나. 군에서 경고문 보낸 거 알아? 결국 해내고 말았다니까.]

“응? 그건 무슨 소리야? 해내다니?”

[에휴.. 형. 군에서 쉽게 경고문 날렸겠어? 이 형우 님이 동기들 선배들한테 사정없이 부탁해서 탄원서를 수백 장이나 사단장님께 날렸다는 말씀. 그랬더니 어? 사단장님이 딱! 하고 경고문을 날리게 된 거지.]

“아….”

민수는 의외로 군에서 움직였다 했더니 형우도 뒤에서 자신을 위하여 나름으로 열심히 움직였나 보다 싶었다. 물론 형우 때문이라고 하긴 어려울지라도 분명 수백 장의 탄원서는 사단장님 입장으로서도 무작정 무시할 수는 없었으리라.

그런 형우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워 민수는 부드럽게 웃으면서 형우를 치하했다.

“고맙네. 고마워 내 이 은혜 잊지 않으리.”

민수가 감사하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하자 형우는 그제야 조금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형. 그… 아…. 하…. 미안한데 말이야. 혹시…. 형 네 회사에 아무 자리라도 소개를 받을 수 없을까?]

“엉? 그게 무슨 소리야?”

[하… 형 말이 맞았어. 여기는 그냥 예전 부대나 다를 데가 없어. 사방에 선임들 밖에 없어서 너무 답답해. 형 나 좀 살려줘.]

민수가 제대 후 처음 형우를 봤을 때부터 충고했던 문제가 현실이 되었나 보다. 형우는 기본적으로 자유분방하고 사교성이 좋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군에서도 형우를 싫어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너무 빡빡한 군의 규율 때문에 전역을 결심한 것인데, 경호 업체 “붉은 범”은 그야말로 군대의 연장선이었을 테니 아마 형우로서는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 점을 지적하여 민수가 형우에게 충고했던 것이니 말이다.

“에휴… 역시 그러냐? 하긴 그래도 반년 정도는 버텼으니 오래 버텼다 했다. 그런데 만약 일자리가 된다 해도 기껏해야 매니저인데… 괜찮겠어?”

[그럼~그럼~ 충분하지 그렇고 말고 여기만 아니라면 어디든지! 형도 들어서 알잖아요. 우리 집 어떤 분위기인지…]

“그래… 내가 많이 들어서 알고 있지. 내가 어땠든 알아보고 바로 연락 줄게”

형우와 전화를 끊은 민수는 형우가 매니저 일을 하는 것을 생각해 보았다.

민수가 기억하기에 형우는 자신이 집이 그래도 제법 부유해서 자신이 가산에 보탬을 줄 필요는 없다고 했었다.

다만 어려서부터 워낙 사고를 많이 쳐서 그런지 무슨 일이든 사고만 치지 말고 무탈하게 지내기를 부모님들이 바라신단다.

그래서 나름 공무원이라는 군대로 왔는데 너무 힘들어 못 버티겠다고 말하곤 했었다.

그렇게 생각해 본다면 형우의 말대로 형우가 무슨 일을 하든 큰 상관이 없겠다 싶었다.

그리고 형우 자체만 보면 매니저로 너무 적절하지 않은가?

운전 잘하고, 사교성 좋고 눈치 빠르고, 게다가 위급할 때는 경호원으로 쓸 수도 있는 전천후 매니저.

“와, 생각해 보니 저 녀석 진짜 고급 인력이네… 녀석도 마음만 먹으면 다른데 충분히 일자리 알아볼 수 있을 텐데… 왜 굳이 나한테 부탁을 다 하지?”

어쨌든 대표님한테 한번 여쭈어는 봐야겠다고 생각한 민수는 서둘러 대표실을 향하여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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