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흔한 배우 정민수-71화 (7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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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포유”의 5화 시청률을 전해 들은 RD 엔터의 정우철 대표는 이 상황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화를 이기지 못하고 책상을 여러 번 두들긴 정 대표는 자신의 분노를 다스리기 위하여 크게 심호흡을 몇 번이나 하고 나서야 조금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미치겠군, 이십 대 중반의 풋내기 신인 배우가 저렇게 악성 루머가 돌아다니는데 흔들리지도 않고, 게다가 제작진은 주연 배우가 저런 소리를 듣고 있는데도 신경도 안 쓴다고.? 그리고 사람들은 그렇게 욕을 하면서도 그냥 드라마를 보고?”

상황을 보고하던 김 이사는 정 대표의 의문점을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

“정민수 씨는 소속사를 이적할 의사가 전혀 없는 것으로 전해 왔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반응과는 상관없이 그냥 자신 연기만 하고 있습니다.

방송국 측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사실, 이제 와서 주연을 바꾸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정민수 씨의 연기력이 아까워 드라마에서 하차시키는 방안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차라리 정민수 씨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게 예능에 출연시키는 방안을 예능국과 상의 중인데 예상외로 시청률은 계속 오르고 있어서 이 상황을 이용할 방법이 없나 고민 중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시청자들인데… 극성스러운 사람들은 댓글로 욕설을 남기고 있지만, 그냥 대다수의 사람들은 정민수 씨에 대하여 특별한 관심이 없습니다.

주연이 정민수 씨 하나인 것도 아니고, 드라마가 재미있고 다른 주연 배우가 좋으니까 그냥 본다는 반응이 제일 많았습니다.

사실 정민수 씨가 법적으로 문제가 될만한 범죄를 저지른 것은 아니니까요.

게다가 “천지”에 기사 이후에 그에 관련된 후속 기사들은 사실상 별로 믿을 만한 기사들은 아니라 초반에 반짝 예민하게 반응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슬슬 무덤덤하게 반응하는 상황입니다.”

“정말 되는 일이 없구먼. 원래 연예인에게 그런 지저분한 루머가 따라 다니면, 당연히 그 연예인 출연하는 드라마도 보기 싫어 져야 하는 거 아닌가?”

“그렇긴 한데… 사실 애당초 정민수 씨에 대한 것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고, 사람들은 정민수 씨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어서 특별히 배신감이나 분노를 느끼진 않는 것 같습니다. 그냥 그렇구나 하면서 넘어가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어쨌든 정민수 씨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는 확실히 심어주긴 했습니다.

기사들에 적힌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연기는 잘하는 거 같은데 다음에 정민수 씨가 주연인 드라마가 있다면 별로 보고 싶진 않다.

지금 드라마는 리온이랑 이수연 보는 맛에 본다. 라는 이야기가 가장 많았습니다.

김 이사의 설명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의 한숨도 계속 이어졌다.

지금의 상황을 설명 듣자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었던 정 대표는 몰려오는 짜증을 가까스로 참으며 김 이사에게 지시했다.

“하… 어쩔 수 없지, 지금 당장은 그놈한테 먹칠한 거로 만족해야 한다니,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드라마야. 할 수 없지.

그래, 주연 배우 하나가 싫어도 드라마를 계속 보겠다고? 그럼 주연 배우 2명이 싫어져도 드라마가 보고 싶을까? 이수연 계약 관련한 기사를 풀어.”

김 이사는 정 대표의 지시에 그냥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대표실을 나섰다.

떠나는 김 이사를 바라보면서 정 대표는 자신이 잘못 생각한 부분이 뼈아프게 다가왔다.

“하… 그랬어. 내가 완전히 잘못 생각했어. 가수들의 엘범은 팬이 사는 거지만, 드라마는 그냥 모든 일반인이 보는 거였어. 엘범을 판매를 저지하는 것하고 드라마 시청을 막는 걸 같게 생각했다니…

하지만 그것보다 신인배우가 그 상황에서 자기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게 더 말이 안 되는 일이잖아. 대체 윤 엔터에서는 무슨 짓을 하고 있길래 배우가 전혀 흔들리지 않는 거지?”

자신만만했던 정 대표는 일이 이상하게 흘러가자 비로소 조금의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예상외로 전혀 동요하지 않은 민수의 모습이 그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하지만 지금 자신에게 별다른 해결책은 없다고 생각되었다. 벌써 상당한 자본이 투자되었고, 간접적인 성과라도 내지 않는다면 자신의 입장도 마냥 편하지만은 않으리라.

그리고 지금 정 대표가 원하는 성과는 이수연이 망해서 다른 배우들이 군말 없이 계약 연장에 동의하는 것이었다.

다음날.

연예 기사란 에는 이수연의 RD를 떠나 재계약을 한 사실이 대서특필 되었다.

그리고 기사에 따라 어조는 달랐지만, 이수연이 돈 때문에 5년 동안 헌신한 소속사를 버렸다든지, 아니면 지금의 연기력을 이야기하면서 5년간은 성실하지 않은 태도로 임했다는 이야기들이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평소의 이수연은 방송의 노출을 최소화하면서 자신의 청순한 이미지를 유지해 왔다. 지금까지 RD에서 취했던 그런 전략이 지저분한 기사들과 맞물려서 수연에게 큰 상처로 다가왔다.

사람들이 수연에 대하여 기대했던 막연한 이미지를 완전히 깨버리는 기사에 큰 배신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었다.

-와 이수연 그렇게 안 봤는데, 돈 때문에 소속사 옮겼다고?

-송포유에서 좀 잘된다고 바로 갈아탄 모양이네. 인성 아주…

-RD에서 뽑아 먹을 건 뽑아 먹었다 이거지. 5년이나 밀어준 소속사 배신하고 떠나는 거 보면 인성은 알만하지.

-원래 사람이 생긴 대로 사는 건 아니야. 저렇게 우아하게 생겼어도 하는 짓은 개차반인지 알 게 뭐야

-내가 아는 언니 친구가 예전에 이수연 스타일리스트였다는데 매사에 얼마나 신경질적인지 코디나 매니저는 인간 취급도 안 한다던데. 예쁘면 뭐하나. 성격이 거지 같은데.

확실히 이수연에 관한 기사는 민수의 루머와는 효과가 완전히 달랐다. 평소 이수연의 이미지가 완전히 깨지면서 드라마에 묘한 영향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우울해하는 수연을 위로하며 시청한 “송포유”의 6화는 5화보다 시청률이 1.4% 떨어지게 된 것이다.

수연 자신도 이런 기사가 언젠가는 나올 거로 생각했기 때문에 크게 충격받지는 않았지만 역시 불특정 다수에게 욕을 먹는 일이 기분 좋을 순 없는지 기분은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시간 윤 엔터의 대표실

수연의 기사를 확인한 민 여사는 윤 대표에게 달려가 웃으면서 이야기한다. 심각한 상황과는 전혀 상반된 분위기가 조금 이상하기까지 했다.

“제 말이 맞죠?”

민 여사가 우울한 표정으로 지냈던 며칠과는 다르게 활짝 웃으면서 이야기하자 윤 대표도 잔잔하게 웃으며 민 여사의 말을 들어 주었다.

“그래, 더 늦지 않아서 다행이군. 수연이한테 신경 쓰느라 민수에 대한 기사도 사라지고 있으니 말이야.”

“괜찮은 거죠? 후회하기 없기?”

“후회할게 뭐 있겠나.

내가 욕을 좀 먹으면 될 일인데, 그리고 수연이는 영원히 우리가 데리고 있으면 되는 거고. 그리고 배우 소속사들은 그런 것에 그렇게 민감하지도 않아.”

윤 대표의 말에 민 여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조금 긴장된 얼굴로 그리고 다른 한편에 기대감을 품고 윤 대표에게 말했다.

“이제 진짜 2라운드에요.”

그런 민 여사를 바라보면서 윤 대표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그렇게 윤 대표에게 보고를 마친 민 여사는 바로 홍보팀으로 이동했다.

홍보팀은 민 여사의 지시대로 자료를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아니 자료 자체는 별것 없었다. 그냥 사실대로 기재하면 되고 별 내용도 없었으니까. 다만 보낼 곳이 많은 것이 문제였다.

“여사님, 메이저 언론사는 어떻게 합니까?”

한 직원이 묻자 민 여사의 얼굴이 조금 찡그려졌다. 그리고 바로 냉랭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흥. 엉덩이 무거운 놈들한테까지 먹이를 줄 필요 없어요. 어차피 자료까지 첨부되는 기사니까 어디로 넣어도 상관없으니까요.

우리한테 가장 협조해준 세 곳부터 스타트 끊게 해주세요.”

그렇게 말한 민 여사는 피식 웃으면서 말을 덧붙였다.

“10억짜리 기사예요. 조심해서 다뤄 주세요.”

민 여사의 말에 직원들도 피식 웃었고 질문을 던진 직원도 웃으면서 고개를 숙이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날 밤, 이수연의 재계약에 관련된 반박 기사들이 하나둘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이 기사에는 이수연이 RD에서 계약했던 계약서 전문을 공개하고 있었다.

그리고 끝에 이수연은 새로운 계약은 계약금이 0원이며 수익분배도 일반적인 중견 배우와 같은 수준이고, 다만 배역의 선택권을 이수연이 전부 가지는 조건이라고 언급하고 있었다.

이 기사가 올라오자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매우 놀라게 되었다.

우선 그간 궁금해하던 연예인들의 계약서 전체가 기사로 올라왔다는 사실에 먼저 놀랐고, 비밀유지 조항의 페널티가 10억임에도 그냥 공개해 버린 통 큰 이수연의 소속사의 행태에 두 번 놀랬고, 돈 때문에 배신했다는 어제의 기사가 완전히 거짓이라 세 번 놀랐다.

그리고는 사람들은 힘을 합쳐 이수연이 5년간 RD랑 맺은 계약을 해부하기 시작했다.

-야 내가 잘 몰라서 그런데, 저 계약서 누가 설명 좀 해줘 봐.

-내가 설명 들어간다. 중요한 것만 체크 해 볼게. 우선 계약금 5억, 그당시 이수연 정도 되면 조금 많긴 하지만 과하진 않다. 그리고 수익비 5:5 이건 사실 신인들이 이나 하는 수익비고 이 당시 이수연이 하기에는 좀 약하다 원래 7:3 쯤이 맞을 거야.

그리고 중요한 거 작품 선택에 대한 권한이 이수연이 없어. 대신 마음에 안들면 거절은 할수 있지.

하지만 최소한 계약기간 안에 찍어야 하는 작품수는 정해져있고, 그러니까 지금까지 이수연이 찍은 거 다 소속사에서 정해 준거야.

그리고 보면 스케줄도 소속사에서 승인 한 것만 할 수 있게 되있네.

그리고 중요한거 비밀 유지 조항, 그러니까 이 기사 보낼려고 이수연네 소속사에서 10억 던진거다. 이수연 보호 할려고.

-그러니까 지금 까지 이수연이 활동 겁나 안한것도 그냥 소속사에서 시킨거네?

-예쁜척만 겁나 하는 배역만 한 것도 지 이미지 지켜서 CF찍으려고 그런게 아니라 소속사에서 시킨거고.

-겁나 이쁜것도 소속사에서 시켰나? ㅋㅋ

-딱봐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싶어서 계약금 포기하고 옮긴거구만.

이수연에 대한 여론은 하룻밤 만에 반전되었다.

평소 이수연에 대하여 불만이 많던 사람들은 이수연이 항상 비슷한 배역을 하는 이유가 자기 이미지를 지켜 CF를 많이 찍어 돈을 벌기 위해서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계약서가 공개되면서 그것이 아니고 소속사가 시키는 연기만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소속사에 계약금이 0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사람이 이수연을 응원하게 되었다.

계약금 0원, 사람들은 0원이라는 단어에서 알게 모르게 수연의 각오가 느껴지는 듯했다. 자기가 원하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그런 열망 말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수연을 알게 모르게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마치 예전에 매너리즘에 시달리던 수연을 전부 잊은 것처럼 말이다.

결국 이수연은 한방에 이미지 세탁을 하게 된 것이다.

-언니 이제 하고 싶은 연기만 하세요. 그런 밥맛없는 이쁜척만 하지 마시고요 (ㅅ_ㅅ)

-이수연 응원한다. 드라마 말고 예능에도 얼굴좀 비춰줘라. 얼굴 잊어 버리겠다.

-어제 돈밝히는 년이라고 욕한던 XX들 다 어디 숨었냐? ㅋㅋㅋ

-앞으로는 이수연의 진짜 연기를 볼 수 있겠네. 기대하면서 기다릴게.

수연은 어제와 전혀 달라진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묘한 기분을 느끼면서 댓글을 하나하나 읽어 보았다.

그리고 모여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하… 오자마자, 돈을 벌어 주기는커녕 선생님 돈부터 갈아 먹었네.”

조금 낙담한 수연의 모습을 보며 태준은 어깨를 으쓱하며 뻐기듯 입을 열었다.

“이수연, 아버지가 그런 사람이야. 너를 위해서 10억을 그냥 허공에 던져 버릴 수 있는 사람. 그러니 앞으로는 예전 같은 그런 엉뚱한 생각은 하지도 말고 끝까지 붙어 있어.”

달래는 건지 핀잔을 주는 건지 알 수 없는 태준의 말에 수연은 인상을 잔뜩 쓰며 그를 쏘아보았다.

“네가 아니라 대표님이 한 거잖아? 넌 왜 그렇게 어깨가 올라갔어?”

“흥, 그 돈을 누가 벌어 줬겠냐? 지금 활동하는 거 나밖에 없는데.”

얄미운 미소를 지으면서 수연을 타박하는 태준의 모습에 민수와 설아는 그냥 혀를 차면서 바라보기만 했다.

수연도 태준의 말이 사실이라 딱히 반박할 말은 없었다. 물론 태준이 돈을 못 벌어다 줬어도 윤 대표 사비로라도 지급 했겠지만 말이다.

“그래, 그래. 다 네놈 덕분이다. 고맙네. 아주…”

수연은 얄미운 태준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앞으로 반드시 저 태준보다 많은 돈을 윤 대표에게 안겨 주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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