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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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 상에서 한주간 벌어진 민수에 대한 논쟁은 현재 까지는 “송포유”의 시청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기존의 리온이나 수연의 팬들, 그리고 드라마 1화 2화를 보고 다음 내용이 궁금해진 시청자들, 민수에 대한 기사를 보고 드라마에 관심이 생긴 사람들까지 더해진 결과 “송포유”의 시청률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3화 16.3% 4화 16.7% 저번 주 보다 무려 6%정도 올라 간 시청률이었다.
민수의 기사가 노이즈 마케팅 같은 효과를 일으킨 것도 분명 한 원인이 되었지만, 역시 “송포유”의 시청률 흥행 요인은 캐릭터가 가진 매력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이었다.
타인의 대한 불신으로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우고 있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허술하고 사차원적인 사고를 하는 최준.
매사를 냉정한 태도로 임하지만 미주만은 언제나 애절한 눈으로 바라보는 순정남 준성.
항상 최선을 다하고 타인을 돕는 것에 주저하지 않지만 어딘가 마음 한 구석 상처를 간직한 미주.
언제나 엉뚱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며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 없는 진주.
캐릭터가 모두 묘한 이중적인 내면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더 입체적이고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그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연기하고 있는 배우들.
호기심으로 “송포유” 를 시청한 사람들은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며 “송포유” 의 매력에 빠져 들어 갔다.
“송포유” 3화 4화가 방송된 다음 날은 민수의 기사가 아닌 “송포유”에 대한 기사가 연예란을 뜨겁게 달구었다.
특히 3화에서 리온이 자신의 고통과 절망을 훌륭하게 잘 연기한 것과 4화에서 민수가 준성이 과거를 회상하며 느끼는 씁쓸함을 눈빛만으로 잘 표현한 것이 큰 이슈가 되었다.
더불어 인간 정민수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표하면서도 배우 정민수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민수도 그 점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였다.
촬영장은 분위기는 한껏 밝았다. 어제 시청률 표를 받아 본 조우명 PD는 “송포유”의 시청률을 확인하는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 다시 한번 비벼 보았다.
그리고 다시 봐도 같은 수치인 것을 확인하고는 편집실이 울리도록 괴성을 토했다고 한다.
활기를 띄고 있는 촬영장에 오랜만에 서 작가가 찾아 왔다.
환한 미소로 배우들에게 인사한 서 작가는 오늘 촬영분 중 변경된 대본을 배우들에게 내밀었다.
대본을 살펴보던 리온의 두 눈이 동그랗게 커지며 놀란 기색으로 서 작가를 바라 보았다.
“허… 클럽 씬 이네요?”
“네, 맞아요! 원래 생각만 하고 있었고 예산 문제 때문에 포기하고 있던 씬 이에요.
그런데 시청률이 갑자기 오르면서 추가 예산을 편성 받을 수 있었어요.
유니의 의상 PPL도 할 수 있고, 진주의 통통 튀는 매력도 더 부각 시킬 수 있는 장면인데다가…. 최준과 준성의 투샷까지 충분히 찍을 수 있으니 일석 삼조!”
활기차고 기분 좋아 보이는 서 작가를 보며 배우들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수연도 고개를 저으며 미간을 조금 찡그렸다.
“하긴, 지금까지가 이상했지. 드라마가 실내에서만 찍을 수 있는 게 아닌데…”
수연의 중얼거림을 들은 서 작가는 크게 웃으면서 그녀를 달래주었다.
“호호호, 수연 씨 걱정마세요. 이제 예산이 넉넉해 져서 많은 장면들을 야외촬영으로 대체 할 거랍니다. 그러니 이제 이런 답답한 스튜디오에서만 촬영하는 건 끝!”
핀트를 잘못 잡고 있는 서 작가를 바라보며 수연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어 그냥 입을 다물었다.
앞으로 번거로운 야외 촬영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에서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
스텝들의 반응은 그보다 더 격렬했다. 야외 촬영 시 스텝들의 업무는 상상을 초월 할 정도로 많아지니 그들은 숫제 지옥으로 들어가는 사람처럼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배우들이 우울해하고 스텝들은 절망하고 있는데도 주변의 반응과는 무관하게 혼자 방실방실 거리는 서 작가를 보며 수연은 대본은 잘 써도 참 눈치가 없구나 싶었다.
그러나 스텝들과 배우들의 반응과는 상관없이 “송포유”는 이제 야외 촬영도 병행해야 했다.
스튜디오에서 촬영할 수 있는 장면들을 몇 개 찍은 후 저녁이 되자 촬영팀은 서 작가가 하루 만에 섭외 했다는 클럽으로 촬영을 떠났다.
어제 밤에 예산 추가연락을 받고 오늘 밤까지 하루 만에 클럽의 섭외, 주변 통제 확보까지 이루었다니 민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작가와 피디 모두 사람같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공연하는 장면을 찍을 때도 하루 만에 결정 되지 않았나?”
“원래, 드라마 찍을 때 정소 섭외가 가장 피곤하다고 들었는데요. 정말 대단하네요.”
옆에서 감탄하면서 민수의 의상을 체크하고 얼굴에 화장된 상태를 점검하는 수정을 바라보며 민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찍게 되는 클럽 씬은 간단했다.
진주가 기분전환 삼아 미주를 끌고 클럽으로 놀러 간다.
클럽이 처음이라 쭈뼛쭈뼛대는 미주를 목표로 한 남자가 다가오고 미주는 그 남자에게 이끌려 그 남자가 잡아놓은 룸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그 모습을 보고 놀란 진주는 어찌할 바를 몰라 최준과 준성을 클럽으로 부른다.
그리고 둘은 미주를 데리고 클럽을 무사히 탈출하는 게 이번 씬 이었다.
이미 이곳으로 촬영 장소를 옮기기 전 스튜디오에서 진주가 신나서 미주에게 클럽으로 가자고 조르는 장면, 그리고 그런 진주가 귀여워 평소에 자신이 만들었다는 옷(유니의 PPL 의상)으로 갈아 입고 진주랑 미주가 같이 클럽으로 출발하는 장면의 촬영을 마쳤다.
그리고 최준이 집에서 자고 있다가 진주의 전화를 받는 장면, 준성이 작업실에서 곡을 만지다 전화를 받고 뛰어나가는 장면까지 사전에 촬영했고 오늘은 이제 이 장면만 촬영하면 일정이 끝났다.
(씬 7-3-4)
시끄러운 음악이 흐르고 수 많은 남녀가 춤을 추고 있는 이 장소, 진주는 당당하게 그리고 미주는 조금 소극적으로 조심스럽게 자리를 잡는다.
자리를 잡자마자 진주는 당당하게 잔뜩 모인 인파를 해치고 들어가 중앙 스테이지위로 올라간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음악에 맞춰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드러우면서도 아름다운 선을 그리며 움직이는 팔 다리, 우아하게 흔들리는 허리, 자극적인 그녀의 춤사위에 주변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멀리서 바라보던 미주도 감탄 어린 환호를 내뱉으며 진주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때 그런 미주에게 한 남자가 다가온다.
“오~ 멋진데? 아가씨 혼자야?”
남자가 천연덕스럽게 미주의 앞에 앉자 미주는 피식 웃으면서 일행이 있다고 설명했다.
“에이, 그래도 지금은 혼자잖아. 어때 저쪽에서 한잔 하는 게.”
미주는 거절하려 했지만 남자는 다소 강압적으로 미주를 끌고 자신의 룸으로 데려간다. 미주는 당황하며 팔을 뿌리치려 하지만 남자의 힘을 못 이기고 천천히 끌려간다.
신나게 춤을 추고 기분을 푼 진주는 미주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다 그 모습을 보고 놀라 어쩔 줄 몰라 하다 성급히 준성과 최준에게 전화해 소리 질렀다.
“큰일났어요. 미주언니가! 끌려가요!?”
그리고는 발을 동동 구르며 서둘러 클럽 밖으로 뛰어 나간다.
“OK! 좋아요. 이제 미주 구출하는 씬 갑니다”
피디의 신호에 맞춰서 리온과 민수가 클럽 안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진주와 리온, 민수가 카메라 앞에 자리를 잡자 피디가 촬영 시작 사인을 내렸다.
“GO!”
(씬 7-3-6)
“여기! 빨리, 빨리요!”
재촉하는 진주를 따라 룸 앞에 도착한 준성이 문을 박차고 들어 가려고 하자 최준은 준성을 말리고는 복면을 내밀었다.
“야. 이거라도 쓰고 들어가!”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하여 최준이 공연할 때 쓰는 복면을 쓴 둘은 동시에 문을 박차고 룸 안으로 들이 닥친다.
무슨 술을 마셨는지 취해서 해롱거리는 미주를 세 명의 남자들이 키득거리며 바라 보고 있는 모습에 분노한 최준과 준성은 남자들을 밀어 버리고 서둘러 미주를 들쳐 업고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다.
“어? 너희들 뭐야! 야 거기서!”
순시간에 벌어진 일에 당황한 남자들은 서둘러 둘을 쫓아 나오지만 미친 듯이 질주하는 두 사람을 막을 수는 없었다.
갑자기 나타나서 여자를 들쳐 엎고 나가는 복면 쓴 2인조. 남자들은 기가 막혀 그냥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다.
“OK!! 이제 밖에서 이어서 갑시다.”
밖으로 나온 촬영팀은 바로 카메라를 설치하고 촬영준비를 마쳤다.
이미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는지 근처에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고 행인 역을 맡을 보조 출연자 몇 명만이 피디의 사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민수와 리온이 자리를 잡자 피디는 바로 시작 사인을 날렸다.
(씬 7-3-5)
진주가 클럽 밖에서 초조한 듯 사방을 살펴 보고 있다.
그리고 저 멀리 준성과 최준이 보이자 다급하게 손을 사방으로 흔들었다.
“여기에요!”
잠시 후 준성과 최준이 거의 동시에 클럽 앞에 도착한다.
클럽 앞에서 서로를 발견한 둘은 서로에게 인상을 쓰지만 상황이 급하니만큼 서둘러 진주를 따라 클럽 안으로 들어간다.
“여기, 여기! 빨리 빨리…”
“OK!!!. 이제 다음 도주 하는 장면으로 바로 갑시다!”
다음 씬 촬영에 들어가기 위하여 민수는 잠시 수연을 등에 업었다.
술에 취한 듯 늘어진 수연의 무게를 느끼면서 민수는 조그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수연 선배, 이제 맥주도 함부로 못 드시겠어요… 보기와는 다르게…무게가….”
민수의 말에 수연의 눈썹이 사정없이 꿈틀거리고 입가에 미세한 경련이 일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손을 슬쩍 내려 민수의 옆구리를 사정없이 찔러 댔다.
민수는 격한 고통을 느꼈지만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 상황이라 간신히 견뎌내며 조용히 이를 갈았다.
“자꾸 이러시면 달려가다가 버리고 갑니다?”
민수가 나지막하게 경고하자 수연은 움찔 하더니 민수의 옆구리에서 손을 떼었다.
그 모습을 옆에서 바라보고 있던 리온은 애써 참던 웃음이 터져 나오고 말았다.
이제 촬영에 바로 들어가야 하는데 배우 하나가 웃음을 멈추지 못하자 스텝들의 눈은 일제히 리온에게 쏠려 들어갔다.
“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본의 아니게 촬영을 지연 시키고 만 리온은 스텝들에게 몇 번이나 사과하고는 정신을 가다듬고 촬영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배우들이 자리를 잡자 피디는 다시 시작 사인을 던졌다.
“GO!”
(씬 7-3-7)
헐레벌떡 뛰어나온 최준과 미주를 업고 있는 준성, 그리고 조금 뒤이어 뛰어나온 진주.
일행은 서둘러 달려 거리를 질주한다.
룸 안에 남자들은 추격을 포기한지 오래인데 일행은 그 점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그리고 힐을 신고 뛰는 진주는 일행에서 점점 멀어지기 시작한다.
“야! 같이 가! 쌤! 최준!”
급해서 반말이 튀어나오는 진주를 뒤로하고 두 남자는 더 급하게 뛰어간다.
그리고 이윽고 남자들은 놓쳐 버린 진주는 허탈한 표정으로 남자들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헥…헥…. 야! 그냥 버리고 가냐!?”
진주가 서운함과 서러움으로 소리를 지르자 피디의 ok사인이 떨어졌다
“OK!! 좋아요”
리온과 수연을 업은 민수가 천천히 다시 클럽 앞쪽으로 걸어서 이동했다. 제법 먼 거리를 뛰어서 인지 리온도 살짝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자신은 숨이 조금 차는데 수연을 업고도 전혀 호흡이 흐트러지지 않는 민수를 보며 리온의 입에서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와…형님, 대단하시네요… 수연 선배님을 업고도 그렇게 잘 뛰시다니..”
그런 리온의 모습을 보며 민수는 그냥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가볍게 말하였다.
“수연 선배가 무거워 봤자 얼마나 무겁겠어요? 별로 안 무거워서 괜찮아요. 딱 봐도 가벼워 보이잖아요.”
그런 민수의 말에 수연은 이를 갈면서 입을 열었다.
“야? 아까랑 말이 다르다? 엉?”
그런 수연의 모습에 리온은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아, 진짜. 아까는 너무하셨어요. 제가 진짜 웃겨서…. 얼마나 민망했는지…. 스텝들이 다 저만 쳐다보는데 엄청 당황했잖아요.”
리온이 민수와 수연에게 너무하다는 듯이 이야기를 시작하자 민수는 피식 웃으면서 수연 선배를 흔들었다.
“저기요? 선배? 지금 진짜 주무시는 거 아니죠? 언제까지 이렇게 계실 거에요?”
“가볍다면서? 어차피 다음 씬도 업혀 있어야 하거든. 그냥 이대로 가자?”
그렇게 말하는 수연의 뻔뻔한 모습에 리온은 웃음을 터트렸고 민수는 그냥 고개를 절레절레 젓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