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흔한 배우 정민수-64화 (64/325)

#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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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을 마친 민수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에 관련된 기사를 다시 찾아 봤다.

오전과는 달리 자신을 음해하는 기사와 숫자를 맞춘 듯 거의 비슷한 숫자의 기사가 자신을 옹호하고 있었다.

사람들도 갑자기 전혀 반대되는 내용의 기사가 쏟아져 나오자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모양인지 기사마다 자기 생각이 옳다고 중구난방으로 주장하는 글들이 무수히 많이 달려 있었다.

‘오늘의 주제는 이거다’라는 듯 민수의 ‘일진설’에 대한 기사가 가장 커다란 화두인 듯했고, 그에 관련된 기사가 가장 많았다.

“아까 봤던 기사네. 내가 봐도 진짜 그럴듯하게 느껴졌던 그거… “

민수는 슬쩍 기사에 달린 몇 개의 글을 살펴보았다.

-그 새끼 그거 일진 맞는 듯 우리 사촌 형 친구 동생이 그놈이랑 같은 학교 다녔는데 어깨에 힘 엄청 주고 다녔다더라. 그 얼굴로 계집애들도 엄청 후리고 다니고

“야, 사촌 형의 친구의 동생이면 거의 타인 아니냐? 그리고 그 때는 이 얼굴이 아니었어, 그래서 모태솔로고”

-관계자 말이 저놈한테 맞고 전치 7주 8주 이렇게 진단 나오는 바람에 학교에서 강제로 자퇴 시킨 게 맞다더라, 이게 팩트다.

“염병.. 팩트 좋아하네.. 참, 그리고 그 놈의 관계자는 안 끼는 데가 없네.”

-저 얼굴로 애절하게 나만 바라보면서 나만 때려줬으면… (ㅇㅅㅇ)~

“으…음…. 그냥 이런 건 못 본 걸로 치고… “

-이거 그냥 소설처럼 막 싸질러 놓은 거 아냐? 저 인터뷰 했다는 정민수 친구인가 뭔가 저거 진짜 친구 맞아? 딴 기사에서는 반대로 말하고 있던데 진실은 대체 뭐야?

“그러게, 참… 웃긴 일이지”

기사의 내용, 그리고 달린 댓글의 내용을 살펴보니 윤 엔터에서 제대로 움직여 줬나 보다.

상반되는 기사가 여기저기서 마구 올라오니 결국 논점 자체가 흐려지고 사람들에게 특별히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래… 앞으로 당분간 이런 식으로 계속 될 거라 이거지…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거…”

민수가 냉정을 되찾고 천천히 생각해보니 만약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조금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는 이제 겨우 1화 2화가 방송되었고, 주인공 3인 중에 민수는 사람들에게 가장 인지도가 떨어지는 배우였다.

그래서 “송포유”는 알아도 배우 “정민수”는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 사람들은 듣도 보도 못한 배우인 민수의 이름이 인터넷 위에 수십 개의 기사에 도배가 되었다. 게다가 요즘 연예계에 특별한 이슈가 없어서인지 사람들의 시선이 엄청나게 집중되고 있었다.

만약 이런 상황이 며칠 동안 지속한다면 수많은 루머가 오리무중인 상황에서 민수의 인지도만 올라가는 결과가 발생할 것이다.

“그렇게 팔자 좋게 생각할 일은 아니지만… 같은 돈을 쓰고 결국 나가리가 된다면 그래도 우리는 건지는 것이 한 가지는 있네.. 상대방은 완전 개털 될 테고…”

민수가 생각하기에는 이대로 진행된다면 결코 손해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상대가 바보도 아니고, 그렇게 흘러가진 않겠지.”

민수는 피식 웃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렇게 며칠 동안 인터넷에서는 민수에 대한 무수히 많은 공방이 이어졌다. 촬영장에서 처음에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던 스탭들은 시간이 지나자 그냥 묘한 얼굴로 민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가장 걱정이 심했던 조우명 PD도 며칠 동안 공방이 이어지자 이제는 그냥 해탈한 듯한 표정으로 촬영에만 집중했다.

첫날 민수를 위로해주던 리온은 이상하게 흘러가는 상황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런 일은 처음 보네요. 대체 무슨 일인지… “

어리둥절한 리온을 보니 만약 나에게 “태양”같은 팬클럽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런 기사마다 기자를 욕하는 글이 수천 개씩은 달렸으리라.

그런 생각이 들자 민수는 리온이 조금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촬영은 역시 순조로웠다. 다만 무슨 낌새를 느낀 것인지 갑자기 PPL이 늘어 서 작가가 골머리를 앓으면서 CP에게 항의했다고 한다.

이제 와서 갑자기 PPL 넣어 달라고 하면 어떡하냐고 말이다. 덕분에 촬영도 조금 지연되고, 한편으로는 당장 방송될 분량에서도 몇 개의 씬을 다시 촬영하기도 하였다.

민수는 그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감탄 성이 튀어나왔다.

“역시, 광고 쪽은 정말 눈치가 빠르네. 이 상황 자체가 그쪽이 판단하기에는 호재라는 거겠지?”

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면 태준 남매나 수연 선배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설아와 수연은 민수의 다양한 기사들을 보면서 어이없어하기도 하고 흥미진진한 눈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특히, ‘정민수 호스트설’에 대하여는 폭소를 터트리며 즐거워했다.

“아니, 저 오빠가 호스트로 나가면 여자들이 질색하지 않을까요?”

“그래도 얼굴은 반반하잖아. 좋아하시는 사모님들이 있지 않을까?”

“사모님 모셔놓고, ‘가정에 충실하셔야죠, 사모님’ 하면서 강제로 집에 쫓아 보낼 거 같은데 과연 좋아할까요?”

“얘, 그쪽 사람들은 그냥 컨셉이라고 생각하고 더 엉겨 붙을 거야. 내가 볼 때는 저 건방진 녀석은 호스트에 특화된 얼굴이야.”

시시덕거리는 두 여자의 모습에 민수는 그냥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만 쉬었다.

그런 민수를 바라보며 태준은 겨우 웃음을 참으며 맥주 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 “송포유”의 3화와 4화가 차례로 방송되었다.

3화는 우울한 분위기를 풍기는 최준이 절망한 체, 집에 처박혀 있는 것으로 시작했다. 환호하는 팬들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최준의 과거가 감각적으로 화면에 오버랩 되었고, 현재에 이르러 팬들에게 외면받는 최준의 모습이 대조적으로 표현되고 있었다.

그리고 정 대표도 고개를 저어버린 최준을 위해 미주가 고군분투한다.

최준을 위해 매니저까지 자처한 미주, 그런 미주가 못마땅하여 준성이 말리지만 미주는 전혀 들어먹지 않는다.

미주는 최준을 따라다니면서 귀찮게 한다. 어디든지 따라붙는 찰거머리 같은 미주에 모습에 진저리를 치면서 최준은 서서히 자신의 심리적 고통을 이겨내 간다.

그런 미주와 최준의 모습을 보며 준성은 안타까워한다.

준성이 아무리 다그쳐도 미주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결국 준성은 미주가 최준을 돕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걸을 깨닫는다.

최준의 정신적 상처는 조금씩 치유되고 있었지만, 최준은 가수 활동을 이어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러나 미주는 최준의 상태와는 무관하게 꾸준히 최준의 옷을 준비한다.

그런 미주의 모습에 기가 막힌 최준은 미주에게 자신이 가수가 다시 될 수 있냐고 묻고 미주는 언젠가는 일어설 최준을 위해 옷을 준비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미주는 최준에게 당신이 원하는 무대는 어떤 무대인지 물어본다. 그리고 자신은 마지막까지 최준을 위한 팬이 되겠다고 응원한다..

그 모습에 다시 가수로 재기하기를 결심한 최준, 하지만 그는 어떤 방법으로 재기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그런 최준에게 미주는 준성을 추천한다.

미주의 설득으로 준성을 찾은 최준, 서로를 못마땅하게 보는 둘은 대화를 시작하자마자 다시 다투고 최준은 바로 작업실을 박차고 나온다.

작업실을 나서면서 짜증스러운 표정의 최준, 그리고 작업실 안에서 불쾌한 듯한 표정으로 최준을 바라보는 준성.

이 두 명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면서 3화가 마쳤다.

“큭큭, 왠지 저 크로징 구도 익숙한데…”

태준이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민수를 바라보며 키득거렸다.

그 모습을 본 민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쓰게 웃으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리고 진주는 은근히 귀여운 맛이 있는 거 같아요. 아까 엉덩이 실룩대면서 노래하는 거 얼마나 웃기던지…”

설아의 말에 민수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진주는 확실히 극 중에서는 아직 큰 비중이 없었지만 나올 때마다 확실히 눈에 띄었다.

그리고 화면에서는 3화에 이어 바로 4화가 방송되고 있었다.

“한꺼번에 2화나 볼 수 있다니 보는 입장에서는 기분 좋은 일이긴 하네요”

“그렇긴 하지. 내일 문화의 날 콘서트를 방송하니까 원래는 그냥 결방이 돼야 하는데 연속방송으로 결방은 피하겠다는 거지.”

“방송국에서 “송포유”의 시청률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걸까?”

태준과 설아가 대화를 하는 사이, 수연이 교묘하게 끼어들어 말을 가로챘다.

“흥, 기대는 무슨. 그냥 온갖 기사로 드라마에도 눈이 몰리니까 혹시나 해서 찔러 보는 거지. 만약 사태가 악화하면 바로 조기에 종영하자고 할걸?”

수연의 말에 태준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게 당연한 수순이겠지. RD 입장에서는 그게 가장 베스트 시나리오일 테고”

4화가 시작되자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준성이었다.

최준과 미주가 같이 있는 모습을 애처로운 눈으로 바라본 준성은 눈을 감고 과거를 회상한다.

오랜 시간 친구로 지낸 둘, 서서히 준성은 그런 미주를 여자로 느끼지만, 미주는 준성을 그냥 친구로만 생각했다.

그래서 항상 미주의 주변을 맴돌던 준성, 오지랖이 넓고 어려운 사람을 보면 못 참는 미주는 어려서부터 많은 사람을 도와왔다.

준성도 처음에는 미주를 위하여 같이 동참하곤 했지만,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미주의 눈이 항상 자신이 아닌 다른 곳을 보고 있는 사실을 견디지 못하고 미주를 조금씩 피하게 되었다.

하지만 준성의 그런 노력에도 준성은 미주를 잊을 수 없었다.

미주가 자신을 필요로 할 때면 항상 나타나 미주를 도와주었으니까, 미주를 피하겠다는 준성의 각오는 미주의 부탁 앞에서는 한낱 종잇조각에 불과했다.

그리고 미주의 가족이 큰 사고를 당하게 되고 미주가 혼자가 되었을 때, 준성이 미주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미주는 준성의 손을 뿌리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미주가 미국으로 떠났을 때 준성은 이제는 미주를 잊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다시 돌아온 미주를 보면서 다시 가슴이 뛰는 자신을 발견했으니까 말이다.

자신의 과거를 생각하며 한숨을 쉬는 준성은 결국 미주는 최준을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미주가 도와줬던 수많은 사람처럼 그녀는 그렇게 최준을 계속 도울 것이다.

미주는 준성을 찾아가 다시 한번 최준을 도와 달라고 부탁한다.

그런 미주를 보며 준성은 미주의 솔직한 마음을 묻고 미주는 최준이 자신의 과거 같다고.. 그래서 꼭 도와주고 싶다고 준성에게 이야기한다.

그런 미주의 이야기를 들은 준성은 미주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생각을 바꿔 빨리 최준을 성공시켜 미주에게서 떨어뜨려야겠다고 결심한다.

미주의 설득으로 다시 준성의 앞에 선 최준, 이번에는 준성도 최대한 까칠하지 않게 최준을 대한다.

그리고 최준이 록을 하겠다는 말을 듣고 한숨을 쉬지만, 노래를 우선 들어보고 결정하기로 한다.

최준은 노래를 부르기 전에 미주를 데려오고 준성은 그 모습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최준의 노래가 시작되고 준성과 미주는 생각보다 너무 훌륭한 노래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그리고 준성은 미주가 두 손 모아 최준의 노래를 들으며 감동하는 모습을 보며 하나의 악상을 떠올린다.

그리고 완성된 노래를 보고 이 노래를 최준에게 주어야 하나 고민에 빠져든다.

“오, 이번 화는 거의 준성이 주인공이네요. 회상 씬부터 해서 거의 반 이상이 준성의 이야긴데요?

게다가 눈물 닦아 주는 씬… 와, 솔직히 살짝 심쿵했어요.”

설아가 웃으며 말하자 민수도 마주 웃어 보였다. 그러자 잔뜩 인상을 쓴 수연이 민수를 노려본다.

“저거, 애드립이야. 내가 저거 때문에 얼마나 짜증났는데, 완전 딱 씬을 잡아 먹을 수 있는 타이밍에 뜬금없이 손이 올라 와서… 아우..진짜..”

생각만 해도 짜증난다는 듯 온갖 인상 찌푸린 수연을 보면서 그냥 민수는 어깨를 으쓱 할 뿐 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그런 모습에 더욱 기분이 나빠진 수연은 속이 타는 듯 남은 맥주를 한번에 들이켰다.

열 받은 수연의 모습에 피식 하며 미소 지은 태준은 설아를 바라보며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3화는 최준의 편이라고 할 수 있었지. 최준의 과거부터 현재의 절망까지 잘 표현하고 있었으니까. 출연 비중도 반 이상이었으니까.

그리고 4화는 준성의 편.

준성의 과거부터 준성이 항상 애절한 눈으로 미주를 보고 있던 이유, 그리고 지금 준성의 목적, 뭐 이런 거 설명해 주겠다는 거지.”

말을 마친 태준은 다시 민수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려 주었다. 격려하듯 어깨를 두드리는 태준의 모습에 수연은 기가 막힌다는 듯 태준을 타박했다.

“네가 지금 여유 있게 민수 어깨나 두드리고 있을 때는 아닐 거 같은데, 윤태준.

내가 보기에는 이제 너나 민수나 연기 수준은 비슷한 거 아니야?”

수연의 말에 태준은 순간 멈칫했고 민수는 잠시 고민하는 모습이 되었다. 고민하는 두 남자를 바라보면서 설아는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아직은 멀었지. 암, 그렇고말고”

“에이, 이제 솔직히 따라올 만큼 따라온 거 같은데..”

서로 진지하게 다른 소리를 하는 두 남자를 보면서 불을 붙여버린 수연은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다.

그렇게 윤 엔터 배우들의 사이 좋은 드라마 시청은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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