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흔한 배우 정민수-61화 (6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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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는 윤 대표를 바라보며, 민 여사는 자신이 보고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짐작한 장우철의 속셈을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최근에 장우철은 한가지 실책을 저질렀어요. 바로 수연이와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이지요.

어떤 근거로 장우철이 그런 결정을 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배우팀에서는 이 일 때문에 장우철에 대한 신뢰를 상당히 잃었다고 해요.”

민 여사의 설명이 이어지자 윤 대표는 진지한 표정으로 사소한 사실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문제는 수연이가 RD에서 계약한 첫 배우였다는 거에요. 배우들이 이수연과 같은 계약조건으로 계약했다면….”

“이제 앞으로 줄줄이 재계약 시기가 다가오고 있겠군…”

“맞아요. 아마 지금쯤 배우팀에서는 배우들의 재계약으로 머리가 아플 거예요. 게다가 배우들도 자신의 거취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을 거고요.”

자신의 말을 자세히 경청하며 두 눈을 빛내는 윤 대표의 모습에서 예전에 자신을 매료시켰던 열정과 근성이 느껴지자 민 여사는 미소를 감추지 못하였다.

이 남자는 확실히 돌아왔다.

예전의 그 모습 그대로.

그런 윤 대표를 사랑스럽게 생각하며 민 여사는 설명을 계속했다.

“문제는, 수연이가 출연한 드라마가 생각보다 좋은 분위기에서 출발할 조짐을 보였다는 거에요. 그러니 정우철은 점점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 거에요.”

“만약, 수연이의 가치가 올라 버린다면… 남은 배우들이 어떤 생각을 할 지 눈에 선하군.. 분명 정우철의 안목이나 판단력에 큰 의문을 가질 거야.”

“네, 처음부터 수연이를 버릴 생각으로 이 드라마에 넣은 게 분명한데, 지금 그 드라마가 히트를 칠 가능성이 점점 더 올라가고 있으니까요.”

“하긴, 나도 이런 식으로 흘러가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 드라마가 실패해도 민수가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겠다 싶어서 반대하지 않은 거지.”

이야기가 약간 다른 곳으로 세려고 하자 민 여사는 손뼉을 쳐서 주위를 환기했다. 그리고는 조금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본격적인 설명에 들어갔다.

“지금 그런 상황에서 정우철 대표는 2가지가 필요해요.

첫째, 수연이가 출연하는 드라마가 망해서 다른 배우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것.

둘째, 수연이를 버리는 것이 수긍될 정도로 전도유망한 대체배우를 영입하는 것.

정우철이 언론을 이용하여 민수를 흔들면 정우철은 저 두 가지를 모두 가질 가능성이 생겨요.

민수에 대한 네거티브가 쌓인다면 드라마 자체도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지고 갈 수 있어요.

게다가 그렇게 되면 위축된 민수의 연기력까지 저하 되겠죠. 그럼 자연스럽게 수연이도 피해를 보게 될 거에요.

그리고 민수가 마음이 흔들리고 괴로워한다면…”

“찔러볼 틈이 생기겠지. 예전에 수연이에게 그랬던 것처럼…”

민 여사의 자세한 설명에 상황을 완전히 파악한 윤 대표는 작게 이를 갈며 인상을 썼다.

지천명의 나이에 가까워져 중후한 무게감이 더해진 윤 대표, 중년의 나이에도 자신만의 멋을 간직한 그가 미간에 미세한 주름이 잡힐 정도로 인상을 쓰자 마치 어떤 영화에 나오는 조직의 보스 같은 깊이가 느껴졌다.

“좋아, 민 여사. 다 이해했어. 그럼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지?”

“어차피 나오는 루머와 악의적인 기사를 막을 수는 없어요. 우리는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정우철을 잡아야 해요.”

민 여사의 대답에 윤 대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용되는 비용이 늘어 날 것이고 그건 정우철에게 큰 부담이 될 거에요. 게다가 그런데도 드라마가 순행한다면, 더욱 그렇겠죠.

언론 쪽은 제가 맡아서 처리하겠어요. 그러니, 윤 대표님은 민수 씨를 맡아주세요. 일이 끝날 때까지 민수 씨가 흔들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예요.”

민 여사는 말을 마치고 옆에 앉아서 자신의 말을 멍한 표정으로 경청하고 있던 이미영 팀장을 바라보았다.

미영은 민 여사의 말이 시작할 때부터 감탄 어린 눈으로 민 여사를 바라보다 민 여사와 눈이 마주치자 깜짝 놀라며 살짝 눈을 피해 고개를 숙였다.

“들었지? 앞으로 홍보팀은 나랑 같이 움직일 거야. 미영아, 준비해. 조금 바빠질 거야.”

“네! 여사님!”

기합이 잔뜩 든 미영은 민 여사의 말에 큰 소리로 대답하고는 서둘러 대표실을 벗어났다.

그런 미영의 뒷모습을 보며 피식 웃은 민 여사는 다시 눈을 돌려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는 윤 대표를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심각하게 해요, 달링?”

오늘, 근래에는 보지 못했던 예전의 윤 대표의 모습을 발견한 민 여사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부드럽고 더 따듯했다.

“그 아이가 나이보다 성숙하긴 하지만… 많이 힘들어질 거 같아서 마음이 편치가 않아.”

민수를 걱정하는 윤 대표의 손 위로 자신의 손을 포개며 민 여사는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 길지 않을 거예요. 그 아이는 잘 견뎌 낼 거고요.”

그런 민 여사의 미소를 보며 윤 대표는 조금 시름이 덜어진 듯 인상을 풀고는 작게 미소지었다.

자신의 문제로 윤 대표와 민 여사가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민수는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웃으며 촬영장을 찾았다.

그리고 조금 심각한 표정을 한 리온이 자신에게 다가오자 약간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평소처럼 가볍게 인사를 건네었다.

리온은 민수의 인사를 받고는 진지한 얼굴로 천천히 다가와 민수를 강하게 포옹했다.

예상치 못한 리온의 행동에 민수가 살짝 당황하고 있는데 리온이 입을 열었다.

“민수 씨가 그렇게 힘든 과거가 있는지는 전혀 몰랐습니다.

항상 밝고 당당한 모습만 보여 주셔서… “

리온의 갑작스러운 말에 영문을 알 수 없었던 민수가 당황한 기색이자 리온은 기사에서 봤다며 민수를 멋진 사람이라고 추켜세웠다.

“민수 씨는 정말 그릇이 다른 분 같아요.

실례지만.. 제가 그냥 형님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무슨 생각인지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리온을 보며 민수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한숨이 터져 나왔지만,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자신을 좋게 보는 리온의 모습이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뭐.. 그러세요.”

민수의 허락이 떨어지자 리온은 밝은 표정으로 호쾌하게 웃으며 민수를 바라보았다.

“그럼, 저도 필수라고 불러 주세요. 팀 얘들은 리더라고 부르고 지인들은 사석에서 필수라고 부르거든요.”

자신에게 더 깊은 친밀감을 느끼고 있는 리온의 모습을 보며 민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필수 씨. 그럴게요, 그럼.”

리온은 말을 마치고 즐거운 표정으로 오늘도 열심히 촬영하자는 말을 남기고는 자리를 떠났다.

민수는 그런 리온의 뒷모습을 보면서 여러 가지 면에서 의아함을 느꼈다.

“….당당하고 밝은 모습이라… 그건 나한테는 전혀 안 어울리는 단어인데… 리온의 눈에는 내가 그렇게 보였나..”

지금 민수가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설명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민수는 지금 자신에게 설명 해 줄만한 사람으로 수연이 가장 적합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민수는 서둘러 수연의 대기실로 발을 옮겼다.

수연의 대기실.

민수가 수연의 대기실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를 살펴보는 수연이었다.

수연은 민수가 자신의 대기실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설명을 시작했다.

“지금 네 기사가 여기저기에 올라오고 있어. 너 생각보다 험하게 살았구나.”

수연의 말에 민수는 쓴웃음을 지으며 수연이 가리킨 기사를 읽어 보았다.

4대 메이저는 아니지만 그래도 상당히 객관적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언론사에 올라온 기사에는 민수가 과거에 당했던 사고부터 입대, 전역까지의 사건들을 제법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있었다.

아마 리온도 이 기사를 보고 자신에게 달려온 것이리라.

“여기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몇 군데 비슷한 기사가 올라왔어.”

수연의 말에 민수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히 이런 날이 올 것이라는 생각은 있었다. 자신이 위치가 사람들이 인정할 만한 배우가 된다면 말이다.

자신의 과거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스가 되리라고.

그래서 각오는 충분히 되어있었지만 시기가 너무나도 이상했다.

“이상하네요. 드라마는 겨우 1화 2화가 방송되었고요.

사람들은 리온과 선배의 연기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어요.

지금 사람들이 관심도 없는 저의 과거에 대하여 저렇게 장황하게 기사를 쓸 이유가 없을 텐데요”

민수의 말에 수연의 표정도 조금 심각하게 변하였다. 그리고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민수에게 말했다.

“어쩌면… RD에서 공격을 시작하려고 하는 걸지도 모르겠어. 정우철 대표는 언론플레이의 달인이야.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우리로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 될 거야.”

민수는 수연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RD 측에서 어떤 식으로든지 움직일 거라고 충분히 예상하지 않았던가.

마음을 다잡은 민수는 수연을 바라보며 애써 웃으며 슬쩍 말을 돌렸다.

평소와는 다른 리온의 모습과 행동을 설명하며 민수가 웃음 짓자 수연도 기가 막힌 듯 헛웃음을 지었다.

“그 녀석은 또 언제 봤데? 나야 걱정돼서 매일 찾아보니까 바로 발견한 거지만.. 형님이라니, 그 자식도 은근히 또라이라니까..”

“아마 리온도 선배처럼, 우리 기사를 매일 매일 체크 하는 게 아닐까요?”

“그런가? 어쩌면 아이돌이라서 그런 거에 더 민감할지도…”

수연의 말에 예전에 태준이 말했던 모든 스타 또라이설이 잠시 떠올랐다. 태준에 말에 따르면 리온은 사차원 또라이, 수연은 예쁜 다혈질 또라이쯤이 될 것이다.

리온의 기이한 행동에 잠시 웃은 둘은 이제 촬영을 위해 이동할 시간이 되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RD에서 무슨 수작을 부리든지… 우린 우선 촬영에 열중하자고요.”

민수가 웃음기 없이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자 수연도 굳은 얼굴로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민수에 대한 공격이 시작된 것이라면 언제 수연에 대하여도 공격이 시작될지 알 수 없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민수보다 수연을 격추 하는 것이 RD 쪽에서 더 원하는 바 일 테니 말이다.

“쏭포유”의 스토리는 이제 서서히 중반부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최준이 망했다고 관심을 끊은 최 대표와 언론에 무관심 속에 자신의 밴드와 완전히 손발을 맞춘 최준은 이제 슬슬 무대에 오르고 싶었다.

그러나 준성은 최준이 록 음악으로 무대에 올랐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염려되었다. 노래를 들어 보지도 않고 욕설부터 날릴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니라.

오늘 촬영하는 장면 중에 가장 중요한 장면은 그런 문제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장면과 그 뒤에 이어지는 최준과 미주가 감정을 교류하는 장면이었다.

(씬 6-3-1)

준성의 작업실.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최준과 준성, 고민하고 있는 미주,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방실방실 웃고 있는 진주.

네 명이 한곳에 모여서 대책을 상의하고 있다.

분위기와 맞지 않게 밝은 진주의 얼굴에 최준은 어이가 없어서 툭 던지듯 말을 꺼냈다.

“아니… 쟤는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저도 여기 식구라고요. 나만 빼고 사람들 모여있으면 제가 따돌림당하는 거 같아서 불안하잖아요. 그리고, 최준 씨보다 여기서는 제가 선배거든요!”

최준의 말에 발끈한 진주가 자기가 소속사에선 선배라고 말하자 최준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사람 하나라도 더 있으면 의견이 하나라도 더 나오겠죠. 그래서 제가 불렀어요.”

미주가 불렀다는 말에 최준은 바로 입을 다물었고, 준성은 그냥 한숨만 쉬었다.

“진주야, 쓸데없는 소리 할 거면 나가고. 아니면 그냥 얌전히 있어.”

진주는 준성이 자신에게 아무런 기대를 하고 있지 않은 기색이자 조금 서운한 표정으로 입을 삐쭉 내밀었다.

“확실히 문제는 문제야. 어떻게 하면 될까? 노래만 들어 준다면, 그렇다면 가능성이 있는데..”

최준이 고민하자 그 소리를 옆에 들은 진주가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그럼, 그냥 확 얼굴이라도 가리고 노래 부르세요. 누군지 모르게.”

진주의 말이 끝나자 세 사람은 일제히 진주를 바라보았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세 명이 자신을 바라보자 당황한 진주는 그냥 말을 얼버무렸다.

“아니… 그냥 뭐…”

진주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자 최준과 준성의 입에서는 작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오…그거… 좋은 생각인데”

“차라리 그게 좋겠습니다. 실력부터 인정받고 나중에 정체를 밝힙시다.”

최준과 준성의 의견이 일치하자 미주는 기뻐하며 진주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진주는 철없이 웃으며 미주에게 안겨들었다.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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