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흔한 배우 정민수-57화 (57/325)

#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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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는 한동안 괴로워하는 표정의 태준을 적당히 잘 달래서 집으로 보냈다.

이제 앞으로 태준은 수연 선배를 볼 날이 많을 테니 서로 쌓인 감정이 있다면 알아서 해결하리라.

이수연이 윤 엔터에 합류함으로써 자신의 가슴을 꽉 누르던 돌덩이가 사라진 거 같던 민수는 제 생각보다 더 재미있게 나온 것 같은 첫 방을 생각하며 기분 좋은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민수는 이제 당분간 촬영에만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여 연기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다음 날 다시 촬영장을 가는 길

민수는 어제 첫 방을 방영한 “송포유”의 관련 기사나 사람들의 반응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리온. 이제 가수 리온이 아니다. 배우 방필수 라고 불러다오! 물오른 연기력 선보여]

[단발로 파격 변신한 이수연. 지금까지의 나는 기억에서 지워!]

[냉정한 프로듀서. 하지만 뒤에선 애절한 짝사랑 남. 야누스적 매력 정민수]

[“송포유” 예상외의 순항?! 배우들의 연기력이 심상치 않아]

어제 첫 화를 마친 “송포유”의 기사들을 보니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들이었다.

특히 민수의 예상처럼 연기력에 대하여는 어떤 곳도 부정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전체적인 평도 좋은 것을 보니 민수 자신이 재미있게 본 것처럼 다른 사람들에게도 재미있게 느껴졌나 보다.

“으악.. 야누스적 매력… 이런 표현은 조금 닭살 돋는 느낌인데…”

민수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연기를 어떻게 봤는지 궁금해 자신에 관련된 기사를 살짝 클릭하여 댓글로 올라온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이런 애는 또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얘도 신인이라고 하지 않았나.

-리온도 신인이고 얘도 신인이고.

-조금 묘하긴 하더라. 그리고 애절하게 쳐다보는데.. 조금 짠하기도 하고.

-그래도 리온 오빠가 더 잘했어! 울 오빠가 더 멋있어! (ㅅ.ㅅ)

-위에 리온 빠순이냐? 리온도 잘한 거 맞긴 한데. 임팩트는 얘가 더 있었지. 인정 할 건 하고 넘어가자.

그냥 대충만 살펴봐도 자신의 연기를 인정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민수는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거의 실시간으로 사람들이 반응하니.. 더 잘해야겠네.

내가 실망스러운 모습 보이면 바로 또 외면하거나 무관심해지겠지?

원래 시청자들이나 관객들은 그런 사람들이니까 말이야.”

어쨌든 첫 단추는 잘 맞아 들어갔다는 것이 민수를 기쁘게 만들었다.

촬영장.

오늘 우선으로 촬영하는 장면들은 최준의 연습 장면.

새로운 친구들과 다시 음악을 시작한 최준은 다시 손발을 맞춰서 연습을 시작하고 처음에는 삐걱대던 5명은 서서히 다시 예전처럼 호흡이 맞게 되는 장면, 우선 촬영할 장면은 이 장면이다.

그 후에는 진주가 5인을 살펴보고 실망하는 장면도 촬영이 계획되어 있었다.

오늘 민수가 촬영할 씬은 최준과 멤버들을 준성이 살펴보고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씬과 그다음 최준과 미주의 약간은 알콩달콩한 씬을 함께 촬영해야 했다.

오전 중에 최준과 친구들의 연습. 그리고 진주가 찍는 씬을 함께 하지 않는 민수는 우선 수연의 대기실을 찾았다.

민수가 대기실에 들어서자 수연의 매니저가 반갑게 민수를 맞이 하였다.

“하하, 이제 식구가 되었군요. 반갑습니다. 수연이 매니저 오봉수입니다. 편하게 오 팀장이라고 불러 주십시오”

수연의 매니저 오봉수는 제법 경력이 있는 매니저로 당장은 수연을 맞고 후에 설아가 합류하면 수연하고 설아를 전체적으로 관리하는 매니저3팀의 팀장이 되었다고 한다.

기존의 수연을 담당하던 코디나 스타일리스트까지 전체적으로 총괄한다는 말을 들은 민수는 이 넉넉해 보이는 남자가 역시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소속사 옮기고 가시를 세우고 사람을 대하던 수연 선배가 곁에 두는 사람이니 능력을 떠나서 인간적으로도 괜찮은 사람이겠지.’

“네, 반갑습니다. 정민수라고 합니다.”

민수가 편하게 웃으며 악수하자 봉수는 웃으며 자리를 피해 주었다.

대기실 소파에 늘어진 듯 널려있는 모습의 수연을 보고 민수는 작게 혀를 차면서 인사했다.

인사하는 민수를 힐끔 쳐다본 수연은 자리에 바로 앉으며 민수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흥, 우선 고맙다는 말부터 할게.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어쨌든, 나에게 힘을 준 것은 맞으니까. 앞으로 누나라고 불러도 돼.”

수연의 말에 민수는 쓴웃음을 지으며 단호한 표정으로 호칭을 정정하였다.

‘그 얼굴을 보고 잘도 누나란 말이 나오겠다.. 이 사람아..’

“아뇨, 그냥 수연 선배라고 부를게요.”

그런 민수의 모습을 보며 수연은 콧방귀를 뀌며 도도하게 말했다.

“흥, 그러던지. 건방진 녀석. 역시 설아의 말대로구나.”

민수는 수연의 말에 묘한 의문을 느껴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설아 씨가 저에 대하여 무슨 말을 했나요?”

수연은 민수의 물음에 실실 웃으며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설아에게 들은 이야기가 사뭇 재미있었는지 민수에게 대답하는 동안에도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호칭부터 아주 깐깐하다며? 보기보단 매우 꼰대 마인드고 또 보기와는 완전 다르게 모태솔로다. 뭐 이런 이야기들..”

수연의 대답을 들은 민수의 미간이 조금씩 구겨졌다. 그리고 혀를 차며 수연에게 입을 열었다.

“하… 그 짧은 시간에 설아 씨랑은 제법 많은 이야기를 나누셨네요. 선배”

민수의 말에 수연은 작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설아는 착하니까. 내가 사과하면서 사정 이야기 했더니 같이 울면서 슬퍼 해주더라.

그 작은 아이가 .. 아 그때도 키가 작진 않았지.. 어쨌든… 그 어린 아이가 벌써 저렇게 성인이 되다니.

역시 5년이란 시간이 짧지 않은 시간이었구나 싶었어.

이제부터는 더 잘해야지.”

민수는 수연의 미소 속에 숨어 있는 씁쓸함과 자조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나저나, 윤 배우한테는 왜 그랬어요? 화가 난 사람한테 아주 그냥 대놓고 한 대 치라고 달려들면 어떡해요?”

그리고 그 익숙한 대사는 뭐고요. 전 그 심각한 상황에서 웃음 터트릴 뻔했잖아요”

핀잔 조로 말하는 민수를 수연은 조금 슬픈 눈으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게, 차라리 한 대 쳤으면 속이 시원했을 텐데. 내가 한 짓 생각하면 따귀를 몇 대를 맞아도 부족하니까.

그리고 뭐, 여배우에게 따귀쯤이야…. 그냥 일상 아니겠어? 작품마다 한 두대 씩은 꼭 맞잖니?

우리 태준이는 참 그런 박력이 없어요.”

수연의 말에 민수는 어디부터 딴지를 걸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지만 말 중간에 끼어든 묘한 표현에 궁금증을 느끼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설마 수연 선배. 태준이랑 따로 무슨 일이 있었나요?”

민수의 말에 수연은 피식 웃으며 민수에게 바로 대답해 주었다.

“그래, 뭐. 너한테 뭘 숨기겠니. 이제 어차피 한 식구인데.

사실, 계약 소식을 듣고 태준이가 엄청나게 찾아 왔었어.

연락도 몇 번이나 했고.

내가 연락도 안 받고 집도 RD 근처로 옮기는 바람에 더 찾아오진 않았지만.

내가 진짜 미친년이지. 후…”

민수는 수연의 말에 “이수연 사태”의 또 다른 이야기가 추가로 밝혀지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태준이 윤 대표의 말을 거역하고 수연을 몇 번이나 찾아왔었다니.

참 놀라운 일이기도 했고 그런데도 수연을 포기하지 않은 윤 대표와 윤태준 두 부자의 근성도 참 대단하다 싶었다.

처음에 민 여사에게 이야기를 들을 때는 그냥 윤 대표님과 태준이 답답하게 느껴졌는데 수연에게 일의 자초지종을 조금씩 들을 때마다 이수연이란 배우가 참 철이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렇네요. 참 맞을 짓 하셨군요. 선배.

아마 저였으면 정말 때렸을지도…”

민수가 옆에서 타박하는 목소리로 핀잔을 주자 수연은 인상을 쓰면서 민수를 노려본다.

“네가 그렇게 말 안 해도 나도 알거든. 지금 태준이를 어떻게 달래야 할지 생각하는 것만 해도 머리 아프니 그만 꺼지렴”

그런 수연의 모습에 민수는 실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묻고 바로 꺼져 드릴게요. 선배.

윤 배우가 우리끼리 있을 때는 선배를 수연 선배라고 부르던데 왜 선배한테는 그냥 이름을 불러요?”

민수의 말에 수연은 작게 피식하고 웃었다.

“아, 그거. 몰라. 그냥 예전부터 그랬는데.

데뷔 때부터인가.

원래 처음에 연습할 때는 누나라고 불렀어.

그런데 데뷔하고 나서는 그냥 수연이라고 부르더라고.

음.. 내 생각에는 그냥… 남자애들 특성 같은 센 척? 허세?

그러고 보면 그 녀석도 참 귀여운 녀석이라니까.”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하는 수연의 말에 민수는 그저 묘한 웃음을 지으며 인사를 하고 촬영장으로 이동하였다.

촬영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가운데 이제 민수가 최준과 4인방과 함께 씬을 촬영할 차례가 되었다.

장소는 최준과 4인방이 연습을 하는 연습실.

준성이 최준과 4인방에게 이것저것 지적을 하는 장면이었다.

‘저 사람들과 직접 한 씬을 찍는 건 처음인가..’

자신들끼리 무리를 이루고 토의하는 듯한 4명의 배우들을 보며 민수는 정신을 가다듬고 자신의 연기를 상상하며 마인드컨트롤을 하는 데 집중했다.

(씬 5-3-3)

5명의 멤버들이 최선을 다해 연주하고 노래를 부른다.

노래는 자신들이 밴드를 결성했을 때 불렀던 자작곡 “타오르는 마음” 조금 미묘한 제목과는 달리 거친 멜로디의 정통 록이었다.

준성은 고개를 까닥까닥 움직이며 5명의 연주와 노래를 세심하게 관찰한다.

그의 눈이 한없이 날카롭다. 노래하는 최준과 악기를 다루는 4명을 차례대로 그리고 끊임없이 관찰하고 있다.

그렇게 연주를 마치고 가볍게 한숨을 쉬는 최준. 그리고 어떠냐는 듯 의기양양한 눈으로 준성을 바라본다.

그리고 멤버들도 자신들의 연주가 마음에 든 듯 당당하게 준성을 바라본다.

주눅이라도 들라는 듯이 거친 눈으로 자신을 바로 보는 4인을 보며 민수는 속으로 실소를 금치 못했다.

‘어이, 이 보게들. 지금 이 장면이 그렇게 날 기죽이려는 듯 노려볼 만한 씬은 아닐 텐데.. 무슨 생각들을 하는 건지…’

그런 멤버들을 아무 감정도 담겨 있지 않은 눈으로 한 번 훑어본 준성은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최준에게 말한다.

“그냥.. 뭐 그냥 그렇네요.”

무성의한 준성의 말에 최준의 인상이 팍하고 구겨진다.

“아니. 무슨 대답이 그래? 별로 마음에 안 드는 거야?”

준성이 뭐라고 덧붙이기 전에 베이스를 치는 친구2가 끼어들었다.

“어이, 이 PD.

이 PD가 록에 대하여 뭘 안다고 그러시나. 어차피 곡도 자작곡으로 할 건데. 그냥 얌전히 녹음이나 해주면 되는 거 아닌가?”

한껏 무시하는 듯한 말에 준성은 잠시 인상을 찡그리다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왔다.

“뭐, 그러죠”

그냥 나가려는 준성의 팔을 최준이 잡는다.

“나 왠지 저번에 이런 비슷한 일 있었던 거 같아. 너 지금 우리 하는 거 보고 답 없다고 생각한 거지?”

최준이 조금 절박한 듯 말하자 준성은 최준의 그런 모습에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최준 씨는 눈치가 많이 늘었네요. 사실 좀 실망했어요. 생각보다 연주가 형편없어서..”

준성이 말하자 친구3과 친구4가 얼굴을 붉히며 준성 쪽으로 다가온다.

“뭐? 잘 알지도 못하는 놈이..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친구3이 준성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며 으르렁거리듯 거친 목소리로 말한다

그의 팔이 준성을 한 대 칠 듯 오르내리며 더욱 거친 느낌을 주고 있다.

그 살벌한 모습을 보면서도 준성의 목소리에는 한 점의 떨림도 없었다. 평소와 같이 냉정하고 담백한 어조, 감정이 전혀 담겨있지 않은 목소리로 천천히 말한다.

“사실… 제가 관심이 없어서 록 음악을 잘 모른 건 사실이죠.

하지만 음악을 모르는 건 아니에요.

록밴드의 중심은 드럼이라죠? 드럼이 박자를 잡고 그걸 기준으로 베이스가 멜로디의 토대를 만들고 그 위에서 기타랑 키보드가 논다.

그런데.. 보아하니.. 기타가 리드하고 드럼은 기타를 따라가기 바쁘고. 키보드랑 베이스는 그냥 따로 노네요.

솔직히 말하면 그냥 겉멋만 잔뜩 든 그런 연주였어요.”

준성의 설명에 친구 2.3.4 의 인상이 구겨지면서 주먹을 불끈 쥔다.

“OK!”

감독이 우선 컷 사인을 넣었다.

이제 다음 씬은 준성에게 욕하고 항의하는 멤버들에게 악기를 하나하나 연주하면서 설명하고 멤버들은 그 모습을 멍하게 바라보는 씬이었다.

그리고 씬의 촬영도 무난하게 진행되었다.

준성이 처음부터 끝까지 냉정하고 감정 없는 목소리, 그리고 싹수없는 말투로 멤버들을 가르쳤고 멤버들은 분해하면서도 뛰어난 준성의 실력에 눌려 울며 겨자 먹기로 그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장면의 촬영이 마치자 리온이 민수에게 다가왔다.

“우악. 준성 진짜 싸가지 없어요. 말투 하나하나가 아주 그냥…”

리온의 말에 민수도 웃으면서 말을 받았다.

“그렇죠. 미주 외에 모든 사람에게 한결같이 싹수없는 게 준성이 매력 아니겠어요?”

그리고 오늘의 촬영 분량을 마치고 떠나는 4명의 모습을 보며 리온이 인상을 썼다.

“조금 마음에 안 드네요.”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바로 알아들은 민수는 리온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덕분에 감정 대립이 더 명확하게 촬영되었잖아요.

장면이 더 잘 살았으니 된 거죠. 뭐.”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민수를 보며 리온은 그냥 헛웃음만 짓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미주, 최준, 준성의 씬도 무난하게 촬영 한 민수는 고단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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