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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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날이 밝아 왔고 민수는 촬영장으로 신속히 이동했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민수는 수정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
“야, “힐링멘토”에서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하는 게 요 녀석이냐? 엉? 엉?”
민수의 공격을 받은 수정은 민수를 흘겨보며 대답했다.
“힝, 옷도 뺏기고... 우리 배우님이 리온한테 자꾸 기죽는 거 같아서 그랬단 말이에요”
수정의 말에 민수는 어이없는 기분에 실수를 뱉고는 수정을 달랬다.
“너.. 그게 계속 마음에 걸리는 가 보구나?
내가 말했잖아. 옷은 진짜 내가 양보한 거라고.
그 옷 진짜 나한테 안 어울려.
아, 맞다. 그리고 선생님이 내 배역에 맞게 옷 두 벌 보내 주신다고 했어. 다른 배우들한테도 한 벌씩 가겠지만.
나한테 오는 게 두벌이니까, 이제 그런 엉뚱한 짓 하지 말아라?”
민수의 말에 수정은 신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와, 진짜요? 조윤희 선생님 진짜 멋쟁이시다.”
희희낙락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수정을 민수가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동원이 민수에게 넌지시 물었다.
“허허, 정 배우님. 의외로 수정이에게는 참 편하게 대하시네요.
원래 그렇게 말 편하게 안 놓으시잖아요.
저나 설아 씨한테 하시는 거 보다가 수정이한테 대하시는 거 보면 조금 놀랍네요”
동원의 말에 민수는 잠시 생각하다 문득 깨달은 바가 있는지 손뼉을 치며 동원에게 말했다.
“아하! 저도 순간 의문이었는데 생각나는 바가 있어요.
그 왜, 제가 혜민이한테는 말을 쉽게 놓잖아요. 그런 거 아닐까요?”
민수의 말에 동원은 이해가 간다는 듯이 “오호” 하고는 계속 차를 몰았다.
그 모습에 수정은 인상을 팍 쓰면서 민수에게 따졌다.
“아니, 배우님. 제가 설아 씨 보다 언니거든요.
어떻게 제가 혜민이랑 동급이에요?”
수정이 따지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냥 민수는 웃기만 했다.
“그러게, 그런데 이상하게 네가 더 어리게 느껴져서… 하는 짓이 그래서 그런가..”
자신의 말만 하고 슬쩍 고개를 돌려버린 민수의 모습에 수정은 인상을 쓰고 입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오리 주둥이 같이 튀어나온 수정의 입을 보며 민수는 그냥 어린아이를 보는 듯 따듯하게 바라보기만 했다.
오늘의 주된 촬영은 리온의 촬영이었다.
최준이 밴드를 하기로 결심하고 멤버들을 찾아가는 내용.
그리고 그들이 연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촬영이었고.
특히 저녁쯤 진짜 인디 밴드들이 연주하는 작은 공연장에 가서 연주하는 멤버들의 모습을 찍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다.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이 작가와 피디 콤비는 또 음악 여행 때처럼 그 공연장에 온 관객들을 상대로 딜을 할 생각인 모양이다.
“하.. 그냥 공연장 빌려서 엑스트라 쓰는 것이 정석이긴 할 텐데….”
공연장 주인이 피디님과 막연한 사이라니 믿을 수 있긴 하지만 민수는 자꾸 걱정되긴 했다.
그렇게 우선 촬영장에 도착한 민수에게 서 작가가 웃으면서 다가왔다.
“어서 와요. 우리 보물! 호호호. 말씀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유니 측에서 다시 옷을 보내 왔어요.”
준성이 평소에 즐겨 입는 청바지와 후드티였다.
소재 자체가 부드러운 청바지에는 Yuni 라는 로고가 화려하게 흩날려져 있고 후드티에도 마찬가지로 은은하게 반짝이는 로고가 대각선으로 새겨져 있었다.
민수는 준성의 컨셉을 지키면서도 은은하게 고급스러움을 유지하고 있는 옷에 매우 만족을 느꼈지만 조금 의문을 느끼고 서 작가와 그 옆에 서 있는 수정에게 물었다.
“그런데 유니가 청바지랑 후드티도 만드나요?”
민수의 물음에 수정은 고개를 크게 저으며 대답했다.
“아뇨, 전혀! 유니는 남성복은 정장을 전문으로 여성복은 고급스러운 스커트나 여성 정장 그리고 드레스만 만들어요.”
대답한 수정은 옷을 집어 들더니 보고 활짝 웃으며 민수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이 옷이 엄청난 거죠! 아마 앞으로도 유니에서 나온 청바지를 볼 수 없을 텐데.
우리 배우님만 가진 초초초 레어한 청바지, 헤헤헤.”
민수는 엄청나게 기뻐하는 수정에 모습에 좋은 게 좋은 것이다 싶어 그냥 같이 웃어 주었다.
그리고 선생님이 호의가 더욱 감사하게 느껴졌다.
“아, 그래서 말인데 오늘 미주가 준성에게 바지랑 티를 주는 씬을 찍을 거에요.
대본은 여기.
준성의 애틋한 마음을 잘 표현해 주리라 믿어요”
서 작가의 말에 민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배우들이 촬영하러 오기 전에 촬영팀은 최준의 단독씬 그리고 최준과 준성, 준성과 미주의 씬을 찍기로 결정했다.
가장 먼저 수연과 민수가 준성의 작업실에 자리를 잡았다.
(씬 4-2 추가씬)
준성은 작업에 한창이다.
곡에 골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준성
그리고 그때 작업실 문이 슬쩍 열리면서 미주가 들어온다.
미주는 넉넉한 쇼핑백을 들고 준성에게 서서히 다가온다.
준성은 미주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한다.
“이미주, 웬일이야. 네가”
천천히 다가오던 미주는 준성이 보지도 않고 자신을 알아채자 놀람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어..어떻게 알았어?”
미주의 말에 준성은 당연하다는 듯이 별다른 억양 없는 말투로 대답한다.
“이곳에서 그렇게 소리 없이 다가오는 게 너밖에 더 있겠어? 무슨 일이야?”
준성의 말이 끝나자마자 미주는 쇼핑백을 준성에게 내민다.
“자. 이거”
준성은 미주를 궁금증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뭐야, 이거?”
미주는 머뭇머뭇하며 쇼핑백을 가만히 준성의 책상에 올려놓는다.
“내가 만든 옷이야.
너 맨날 같은 옷만 입고 다니는 거 같아서.. 옷 사라고 하면 안 살 테고…
소재도 아주 고운 소재고 아주 편할 거야.
디자인도 아주 이뻐.
너에게 과분할 정도로..
생각 같아서는 확 안 주고 싶은데..
그래도… 마음.. 곱게 써줘서 고마워. 잘 입어. 나갈게”
살짝 붉어진 얼굴로 수줍게 말하던 미주는 옷을 놓고 줄행랑을 친다.
민수는 수연이 연기하는 미주를 보며 순간 어제 리온이 한 말을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와… 저건 진짜 귀엽네.. 어제 표독스럽게 노려보던 수연 선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걸…’
애써 마음을 진정시킨 민수는 다음 연기를 위하여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미주가 나가고 준성은 나직하게 한숨을 쉬며 쇼핑백을 바라보았다.
아련하게 흔들리는 준성의 눈동자 그리고 입가는 조금 씁쓸하게 올라간다.
“하… 네가 어디서 다가와도 열 걸음 안에 알 수 있고.
저 멀리서도 너의 향기에 네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는데.
나 지금 겨우겨우 견디고 있는데 네가 무신경하게 이런 걸 주면…
나 또다시 기대하게 되잖아, 이미주… “
다시 크게 한숨 쉰 준성은 의자에 기대어 천장을 잠시 바라본다.
“OK! 좋아요! 바로 최준 개인 씬 촬영하고 민수 씨 의상 교체 후에 리온씨랑 민수 씨 씬으로 이어서 갈게요”
민수는 옷을 들고 서둘러 대기실로 이동했다.
민수가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문을 열자 수정이 들어와 옷맵시를 살펴 주고 화장도 살짝 다시 만져 주었다.
“와, 배우님 잘 어울려요!
그냥 후드티랑 청바지가 이렇게 귀티 나는 배우는 민수 씨 뿐일 거예요!”
수정의 말을 그냥 너스레로 흘려듣고 그냥 한번 웃어준 민수는 다시 촬영장 쪽으로 이동했다.
촬영장에서는 최준이 혼자 고민하는 씬을 한창 촬영 중 이었다.
(씬 4-2-1)
최준은 혼자 방안에 앉아 있다.
그리고는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 쥐고는 나지막하게 숨을 몰아쉰다.
“후..후..”
고개를 든 최준은 아련하고 슬픈 눈으로 누워 천장을 바라본다.
“밴드라… 그래 나에게도 그런 시기가 있었지..”
슬픈 미소의 최준은 결심한 듯 단호하게 몸을 일으킨다.
“좋아..”
최준이 입을 꽉 다물고 현관으로 이동하자 바로 OK사인이 떨어졌다.
“OK!”
그리고 이어서 바로 준성의 작업실에서 준성과 최준이 이야기하는 장면의 촬영을 위하여 스텝들이 이동해 왔다.
“씬 4-2-3 갈게요 Go!”
(씬 4-2-3)
결심한 최준은 준성의 작업실에 들린다.
작업실 문을 열고 인사하려던 최준은 순간 준성이 입고 있는 옷에 시선을 빼앗긴다..
옷에 새겨진 로고가 자신이 예전에 받았던 그 옷에 새겨진 로고와 같았다.
미주가 자신에게 주었던 옷과 같은 로고를 다시 한번 바라보며 최준은 묘한 불쾌감을 느낀다.
자연스럽게 조금 구겨진 인상의 최준 그런 최준을 준성은 조금 차갑게 웃으며 바라본다.
“무슨 일이에요? 최준 씨.”
준성의 말에 최준은 조금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준성에게 묻는다.
“뭐야 그 옷..? 맨날 네가 입고 있던 옷이 아닌데.”
최준의 물음에 준성은 별다른 자세한 설명 없이 그냥 가볍게 대꾸한다.
“미주가 준 옷입니다. 이번에 고맙다고”
준성의 말에 최준의 얼굴이 불만스러운 듯 미묘하게 안 좋아진다.
“치, 지는 내 코디면서 왜 엄한 사람 옷을 다 만들었데.”
최준의 중얼거림에 준성은 인상을 쓰며 대답한다.
“애당초 의상 협찬이 안 들어오고 의상비 지원이 어려워서 코디가 담당 연예인 의상을 만드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죠.
그 소속사나 아니면 연예인이나 말이에요”
준성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째려보며 말하자 최준은 자신의 현 상황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되어 눈을 피하며 헛기침을 뱉었다.
“그리고 나랑 미주랑 그 정도 친분은 있어요. 공적인 일이 아니라도.
자, 그런 시답잖은 소리 하려고 오신 건 아니겠죠?
무슨 일로 날 찾아왔어요?”
준성에 말에 자신의 목적을 상기한 최준은 준성에게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맞아, 나 밴드로 해볼래. 역시 록을 기본으로 하려면 밴드가 있어야 할 거 같아”
최준의 말에 준성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자체는 맞는 소리군요.
그런데 그 밴드 세션들을 어떻게 구할 생각인지부터 들어 봐야 할 거 같군요.
수준 높은 세션을 구하기에는 우리 소속사가 너무 영세하고 새로 모집해서 호흡을 맞추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데 최준 씨는 어떻게 생각하죠?”
최준은 준성에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차분하고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준성에게 말한다.
“사실.. 내가 아는 밴드가 있긴 한데..”
최준이 운을 띄우자 준성은 의외라는 표정으로 다음 말을 재촉했다.
“그런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무슨 사고를 치고 다니는 사람들이라던지. 아니면 인성이 끝판왕이라든지. 혹은 돈만 밝히는 수전노 하던지…”
준성이 하나하나 예를 들 때마다 최준의 표정의 기괴해진다.
“야, 대체 날 어떻게 보고. 내가 아는 사람들이라니까?”
최준에 말에 준성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네, 최준 씨 아는 사람.
난 이 정도 밖에 생각이 안 나는데요? 더 큰 문제라도 있나요?”
최준은 준성의 말에 한숨을 푹 쉬었다.
“그래, 네 마음속에 내가 어떤 이미지인지 확실히 알겠네.. 그보다.. 그 사람들이… 나랑 할지 안 할지 잘 모르겠어”
최준에 말에 진성은 맥이 빠진다는 듯 기운 빠진 얼굴로 대답한다.
“그거야 당연하죠. 아직 물어보지도 않았으니까요.”
준성의 말에 최준은 기가 막혀 소리치듯 말한다.
“야! 내가 바보인 줄 알아? 그게 아니라 그 사람들이 나랑 안 할 가능성이 크다고.
왜냐하면… 걔들이 내가 아이돌로 데뷔하기 전에 나랑 같이 밴드 하던 애들이거든”
최준의 말에 준성은 머리를 손으로 짚고 하나하나 짚어가며 묻는다.
“그러니까 예전에 같이 했던 밴드?”
최준의 고개가 위아래로 끄덕여진다.
“그런데 최준 씨는 아이돌로 도망쳤고?”
최준이 다시 끄덕인다.
“그런데 그 사람들을 다시 부르자고요?”
이번에는 최준의 입이 열린다.
“맞아, 내가 아는 한 걔들이 나랑 제일 잘 맞아. 실력도 있고”
최준의 말이 끝나자 준성은 머리를 양손으로 머리를 짚으며 최준에게 말한다.
“하… 참 잘도 같이 해주겠네요”
“OK!!”
촬영이 마치고 이제 다음 연기자들이 오는 시간까지 잠시 쉬는데 리온이 민수에게 다가온다.
“와, 이번에 유니에서 보내온 옷인가 보네요.
잘 어울리네요. 민수씨.“
웃으며 말하는 리온에게 민수도 같이 웃어 주었다.
“리온씩 쪽으로도 한 벌 더 갔다고 하던데요.”
민수의 말에 리온이 웃으며 설명한다..
“네, 약간 펑키한듯한 청바지인데. 아마 무대에서 입을 걸 대비해서 만들어 주신 거 같아요.
그.. 민수 씨가 이 옷 보내주신 분과 친분이 있다고 들었어요.
저 대신 감사하다고 꼭 전해 주시겠어요?”
리온에 말에 민수과 꼭 전해 주겠노라고 안심시키는 사이에 촬영장 쪽으로 일단의 무리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정장을 입은 남자 한 명과 케쥬얼 락밴드 스타일로 입은 4명의 남자 아마 이번에 합류한 배우들인가 보다 싶어 민수는 고개를 들어 그들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