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흔한 배우 정민수-50화 (50/325)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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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의 촬영이 끝나고 민수는 실제로 조금 놀란 표정으로 리온을 바라보았다.

“와…. 리온씨 진짜 노래 잘하시네요”

민수의 감탄에 리온은 조금 쑥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하하, 아니에요. 이게 참 뭐라고 설명해 드려야 하나….”

잠시 생각한 리온은 웃으며 민수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제가 사실 저음하고 고음밖에 없어요. 중음이 예쁘게 안 나와요.

사실 일반적인 노래는 중음이 생명이잖아요.

그래서 작가님이 저음하고 고음으로도 예쁘게 나올 수 있는 노래를 고르다가 결정된 것이 She’s gone 이거든요.”

민수는 리온의 설명을 들었음에도 리온에 대한 감탄을 계속 이어갔다.

“그런 거 상관없이 그냥 노래가 너무 좋았는데요. 와.. 참 역시 가수는 다르네요”

그런 민수의 감탄처럼 제작진들도 리온의 노래에 감탄한 모양이었다.

“자…. 자 좋아요. 오늘 촬영은 이게 마지막이겠죠.

다음 씬 바로 갑시다.”

배우들은 열연하고 있고 스텝들은 수가 많고 생각보다 더 촬영의 진행이 빨리 지고 있었다.

오늘은 오래간만에 조기 퇴근(?)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에 용기백배한 스텝들은 집중하며 신속하게 움직였다.

(씬 4-1-5)

노래하고 나와 방긋 웃는 최준을 준성은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었다.

“자, 어떠냐고. 내 노래가.”

최준이 보채자 준성은 쓰게 웃으며 힘겹게 대답한다.

“후, 솔직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군요. 최준 씨 쓸만해요.”

준성이 자신을 인정하자 최준의 입에서는 함박웃음이 터져 나왔고 조마조마하던 미주도 활짝 웃으며 최준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 모습이 묘하게 기분 나쁜 준성은 힘껏 힘을 모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요. 록을 한다고 하는 데 노래는 좋아요. 그런데 어쩔 거죠?

그냥 솔로를 할거에요? 아니면 진짜 밴드를 할거에요?

그리고 사람들의 편견은 또 어떻고요. 아마 최준 씨가 록을 한다는 말을 하자마자 최준 씨 물어뜯을 안티팬이 제 생각에는 한 100만은 있을 거 같은데”

준성이 부정적인 말에 미주는 작게 준성을 흘겨본다.

하지만 준성은 아무런 상관없다는 듯 말을 계속했다.

“록을 하는 건 저도 찬성이에요.

아니면 하다못해 록 발라드라도.

정통발라드나 R&B에 비하면 수백 배 가능성이 있어 보이니까.

하지만 나머지에 대하여서는 좀 더 생각해 봐요.

어떻게 할지. 결정은 최준 씨가 해요”

준성의 말이 끝나자 최준은 한숨을 쉬며 미주를 끌고 밖으로 나간다.

“OK!! 바로 자리에서 준성씨 단독 씬 갑시다.”

(씬 4-1-6)

미주와 최준이 나간 작업실.

준성은 아까 미주와 최준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은 곡을 손질하고 있다.

“하…. 한 사람을 위한 노래… 그녀를 위하여…. 아니 아니야. 그래… 널 위한… 노래..”

제목을 정한 준성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 그래도 이거 진짜 주기 싫네….”

작게 중얼거리는 준성의 표정에는 씁쓸함만이 가득 차 있었다.

“OK!”

그렇게 촬영을 마친 배우들과 스텝들은 천천히 촬영현장을 정리하고 있었다.

욕심 같아서는 몇 씬을 더 가고 싶지만, 내일 외부로 나가 촬영할 장면 빼고는 서 작가가 손본다고 대본을 다 가져가 버린 상황이라 찍을 씬이 없었다.

“후, 불붙었을 때 더 당겨놔야 하는데 서 작가는 대체 왜 대본들을 다 가져가 버린 거야?”

한탄하는 피디를 보며 카메라 감독이 천천히 다가와 말을 걸었다.

“하하, 조 피디 너무 조바심내지 말아.

배우들 하는 거 보니까 크게 걱정할 거 없을 거 같아.

서 작가는 아마 그거 때문일걸.

맞아. 유니에서 의상이 또 왔잖아.

이번에 민수 씨가 입을 만한 옷 두 벌이랑 진주랑 수연씨 리온씨 옷까지 한 벌씩 그거 때문에 서 작가가 눈에 불을 켜고 챙겨 간 거니까. 좋게 생각하자고.”

카메라 감독의 말에 우명은 작게 한 숨 쉬고는 가슴을 쫙 펴고 기지개를 켠다.

“후, 그래…. 그래야지. 내일도 촬영할게 많으니 나도 오늘은 들어가서 쉬어야겠다. 수고했어”

우명은 그렇게 아쉬움을 달래며 하루 촬영을 마무리 지었다.

상쾌한 기분으로 대기실을 나서던 민수는 대기실 앞에 수연을 발견했다.

“야, 아직 끝난 거 아니다. 긴장 바짝 해라.”

수연의 말에 민수는 웃으며 수연을 바라보았다.

“하하, 선배님 이제 저한테는 말 완전히 놓으시기로 하셨나 보네요”

민수의 말에 수연의 몸이 움찔하고 떨렸지만 이내 진정하고는 새침하게 민수를 노려봤다.

“흥, 다음에는 그런 애드립 안 통해.”

자신의 말만 마친 수연은 서둘러 총총걸음으로 밖으로 나섰다.

그 모습에 민수는 웃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와, 저 선배… 보기에는 진짜 전형적인 부잣집 아가씨처럼 생겼는데 은근히 싸움닭 스타일이네”

민수는 수연의 전투력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자신의 차를 향하여 발걸음을 옮겼다.

오래간 만에 좀 이른 시간에 찾아온 윤엔테 로비 근처에서 민수는 반가운 얼굴을 발견했다.

평소에 주로 입던 데님 스키니 바지가 아니라 둔부의 곡선을 강조하는 머메이드형 스커트로 멋을 낸 설아였다.

민수는 반가운 얼굴로 설아에게 손은 흔들며 인사했다.

“오늘은 왜 이렇게 멋을 냈어요? 누구 만나러 갔다 와요?”

민수의 말에 설아도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헤…. 친구들을 좀. 어때요. 오늘 좀 꾸며봤는데요”

평소에 그냥 꾸미지 않아도 화보 같은 설아가 조금 마음먹고 꾸민데다 화장까지 은은하게 잘 들어가 민수는 설아의 모습이 너무나 예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냥 그걸 그대로 표현하고 싶지 않은 심산으로 다른 말을 꺼냈다.

“흠…. 진짜 친구가 있었군요. 설아씨. 믿지 않았는데….”

민수가 조금 짓궂은 표정으로 말하자 설아는 눈을 흘기며 민수의 등을 주먹으로 두드린다.

“뭐에요. 오랜만에 봐서는”

그렇게 설아와 장난을 치는 중 민수에게 다가오는 한 그림자가 있었다.

“자네…. 지금 작은 아가씨랑 뭐 하는 건가?”

작은 상자를 하나 들고 오던 춘섭은 그 험상궂은 얼굴을 더 일그러뜨리며 다가온 춘섭은 곱게 꾸며 아름다운 설아를 보고 잠시 얼굴이 풀어졌다가 다시 민수를 보며 인상이 찌푸려진다.

‘하…. 어르신 정말…. 알기 쉬운 분이시라니까….’

“하하, 아닙니다. 오늘 설아씨 정말 이쁘네요. 그렇지 않나요? 어르신”

민수가 잽싸게 말하자 춘섭은 허허하고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지 참, 원래 우리 작은 아가씨가 예전부터 예쁘긴… 흠흠….”

말을 이어가던 춘섭은 다시 정신을 차린 듯 헛기침을 하면서 작은 상자를 민수에게 내밀었다.

“받게, 이거 자네 앞으로 온 소포야.”

민수는 웃으며 춘섭이 내민 소포를 받아 들었다.

“하…. 감사합니다. 어르신.”

물건을 전해준 춘섭은 다시 민수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설아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입을 움직이지 않으며 민수에게 말했다.

“작은 아가씨한테 너무 무례하지 말게나…. 내가 자네 항상 지켜보고 있어”

그런 춘섭을 민수는 그냥 웃으며 바라보았다.

“하하, 걱정 마세요 어르신”

그렇게 웃으며 민수는 설아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쏙하고 올라가 버렸다.

“허… 정민수. 두고 보자 이 녀석아.”

설아와 민수는 천천히 휴게실 소파로 이동하였다.

설아는 민수에 손에 들린 상자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건 뭔가요?”

설아의 물음에 민수는 그냥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 뭘까요? 음…. 배우의 필수품? 하지만 무슨 물건인지는 비밀입니다.

자고로 비밀이 있는 남자가 아름답다고 하지 않던가요?”

민수의 말에 설아는 입을 삐죽이 내밀며 투덜거렸다.

“비밀은 여자에게 있을 때나 아름다운 거고요. 남자의 비밀은 음흉하다고 하는 거예요.

하긴 음흉하다는 말이 민수 오빠에게 어울리긴 하네요”

설아의 투정에 민수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을 돌렸다.

“그래…. 요즘은 좀 어때요?”

민수의 질문에 설아가 애써 웃으며 대답했다.

“헤…. 좋긴 한데… 뭐랄까…. 조금 외롭다고 해야 하나. 같이 운동할 사람도 없고…. 태준 오빠는 아직도 학을 떼고 있어서요. 요즘 쉰다고 여기도 잘 안나 와요.

아무래도 우리 그래도 몇 개월이나 서로 동고동락하면서 지냈잖아요.”

그런 설아의 말에 민수는 위로하듯 말을 건넸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드라마 촬영만 마치면 전 다시 돌아올 거니 조금만 참아요.

아 그때는 설아씨가 바쁘려나. 하하.

하여간 그때가 되면 다시 같이 운동하고 그럴 수 있으면 좋겠네요”

민수의 말에 설아가 웃으며 민수를 바라봤다.

“좋아요. 각오하세요. 아마 몇 달 쉬고 다시 하는 운동은 매우 매우 힘들 테니까요

아 그렇지. 요즘 연기는 잘 돼 가시는 거에요?”

설아가 조심스레 묻자 민수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 괜찮아요. 촬영장 분위기도 좋고요.”

민수의 말에 설아도 안도의 웃음을 지으며 다시 민수에게 물어봤다.

“그래요? 들어보니 민수 오빠도 은근히 로맨스가 있던데 이걸 어떻게 연기하고 계시려나….”

조금 짓궂은 표정의 살아를 보며 민수는 조금 심각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후.. 저에게 조금 난관이긴 했죠. 하지만 어차피 짝사랑밖에 없는 역이라 무난히 할 수 있었어요”

민수의 대답에 어림없다는 표정으로 설아가 단언했다.

“에이… 오빠가 짝사랑 연기라도 제대로 했을 리가 있나요. 연애 연기 고자인데.”

설아의 말에 민수는 피식하고 실수하며 설아에게 설명했다.

“설아씨. 연기가 꼭 그 배우에게서만 우러나는 것은 아니지요.

훗. 전 가장 애절하게 수연선배를 보던 눈빛을 그대로 벤치마킹 했습니다.

나중에 방송에서 확인 해 보세요”

자신만만한 민수의 말에 설아는 민수의 말을 믿으면서도 한편으로 의심하며 조금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훗… 그나저나 다른 식구들은 다 잘 지내나요. 요 며칠 동안 계속 밤늦게 와서 혜민이도 못 보고 후…”

민수의 말에 설아가 웃으면서 대답해 주었다.

“헤헤. 혜민이는 잘 지내고 있어요. 하루가 다르게 건강해지고 밝아져서 많은 사람들이 혜민이를 보면서 웃음 짓는답니다.

할머님의 식사는 여전히 끝내주고요. 할머니가 민수씨 많이 걱정하더라고요.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민수는 밥 이야기가 나오는 김에 오늘 먹은 “태양” 표 도시락에 대하여 이야기해 주었다.

“와…. 대단하네요. 역시 팬클럽은 아이돌을 당할 수가 없어요.”

설아의 감탄에 민수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아이돌하고 배우는 팬덤의 성향 자체가 다르니까요. 그래도 윤배우쯤 되면 상당한 팬클럽이 있지 않나요?”

민수의 말에 설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쎄요. 팬카페에 제법 회원들도 많다고는 하는데…. 자세히 물어보진 않아서요.

그래 봤자 오빠가 나오는 드라마 시청하고 팬레터나 선물 좀 보내고 오빠가 영화 나오면 보러 가고 그 정도 아닐까요?”

설아의 말에 민수도 순순히 동의하며 말을 받았다.

“하긴 그렇겠죠. 어쨌든 오늘 조금 놀라긴 했어요. 그런 조공을 전 처음 봐서”

그렇게 민수와 설아는 두란두란 이야기꽃을 피워나갔다.

조금 바쁜 일정과 다양한 일들로 스트레스받았던 민수도 오랜만에 설아와 보내는 여유 있는 시간에 조금 마음이 편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밤에 “힐링멘토”에 오랜만에 접속하여 일종의 생존신고를 마치고 있는데 조윤희 선생님으로부터 쪽지가 날아왔다.

[어제 새로운 의상 5벌을 작가 쪽으로 보냈어요. 이번에는 민수 씨도 입을 만한 옷일 거예요. 꼭 입고 드라마에 출연해 줘요]

선생님의 쪽지에 기분 좋게 감사하다는 답장을 보내고는 다른 글들을 살펴보는데 예상치도 못한 글을 발견했다.

[조언 왕님 촬영장에 도시락 보낼 용자님들 모집합니다]

민수가 글을 살펴보니 자신의 촬영장을 자신을 위하여 도시락을 보낼 사람들을 모집하는 글이었다.

“아니, 이 사람들이 어떻게 알고…”

그리고 작성자를 살펴보니 작성자가 조수정이었다.

“잡았다. 요놈….”

첫 만남부터 느껴졌던 의심대로 역시 조수정은 이곳 커뮤니티의 상주하는 녀석이었다.

“요 녀석이 쓸데없는 짓을…”

민수는 서둘러 마음만 감사히 받겠다고 빠르게 기록하고는 조수정에게 추가로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는 쪽지를 보냈다.

그렇게 살펴보던 민수는 수정에 글에 정신이 팔려서 한쪽 구석에 위치한 소모임란에 [민수네] 아는 소모임이 새로 생긴 것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힐링멘토”내에 위치한 소모임 [민수네] 민수를 순수하게 응원하는 사람들이 모인 최초의 정민수 팬클럽이었다.

[민수네] 총인원 300명 남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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