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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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의 촬영작업이 조금 진행되자 “Song For You” 팀은 바로 제작 발표회를 하게 되었다.
근래 유니의 PPL로 다수의 기사가 생성되자 이 기회에 드라마의 인지도를 올려보겠다는 제작진의 신속한 결정이었다.
그 일이 아니라도 제작 발표회를 해야 할 시기가 되었으니 어쨌든 호기임을 부정할 수 없었다.
“하, 옷을 주시는 거 자체가 선물이라고 하시더니 그 말이 진짜였네..”
중얼거리는 민수를 수정이 매서운 눈으로 째려보았다.
“흥, 배우님은 유니의 힘을 몰라서 그러시는 거예요.”
그런 수정을 말에도 민수는 부드럽게 웃을 뿐이었다.
“그러게, 난 잘 모르겠네.
윤희 선생님은 그냥 나에게 윤희 선생님일 뿐이니까.
그래도 이렇게 주신 좋은 선물을 유용하게 쓰게 되었으니 그건 기분 좋은 일이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수정을 뒤로하고 제작 발표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 앉았다.
뒤이어 배우로는 리온 수연 진주 제작진은 피디와 작가가 자리를 차지했다.
자신을 발견하고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드는 리온은 이번에 PPL 들어온 유니의 정장을 입고 있었다.
예전에도 한 번 느낀 것이지만 참 잘 어울렸다.
‘이야, 옷이 예쁘긴 하네. 그리고 오늘까지 저 옷을 입고 온 것을 보니 제작진 쪽도 뽕을 뽑을 생각이군.’
오늘은 완전 뉴페이스인 자신에게도 어느 정도 질문이 들어 오리라.
전생에도 현생에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이런 자리에 선 자신이 조금은 대견하기도 했고 무척 긴장되기도 했다.
드디어 시간이 되고 여러 명의 기자들이 자리를 메우며 제작 발표회가 시작되었다.
배우들의 소개가 끝나고 드라마의 줄거리 소개 그리고 약간의 영상이 상영된 후 이제 본격적으로 질의응답 시간이 시작되었다.
질문의 시작은 역시 리온이었다.
“리온씨, 가수에서 배우로서 처음 촬영에 임하시고 계시는데 부담되거나 걱정되는 점은 없으십니까?”
기자의 첫 질문에 리온은 느긋한 표정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네, 누구라도 자신이 처음 접하는 일에 어려움을 느끼기 마련이죠.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이수연 선배님이나 저기 계신 정민수 배우님 그리고 리니아 양까지 그리고 여러 스탭분들과 피디님까지 다 열과 성을 다하여 서로 돕고 있어서 부담되는 것은 전혀 없습니다.”
웃으면서 교과서적인 답을 하는 리온을 보며 민수는 역시 연예계 물을 그냥 먹은 것이 아니라고 조금 감탄하는 기분이 되었다.
민수에게도 비슷한 질문이 들어왔고 민수도 마찬가지로 웃으며 리온과 비슷한 대답을 입에 담았다.
초반에 일반적인 질문들을 어느 정도 나누고 난 후 이제 본격적으로 조금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들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리온씨 에게 묻겠습니다.
캐스팅이 결정되고 인터뷰에서 정민수 씨가 배우 리온은 잘 모른다.
리온보다는 자신이 더 연기를 잘할 자신이 있다고 말한 기사가 있는데요.
리온씨는 이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자의 질문에 민수는 순간 움찔하고 말았다.
그러나 리온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마이크를 잡고 기자에게 말했다.
“하하, 기자님 재미있는 말씀을 하시네요.
저도 배우 리온이 어떨지 모르는데 민수 씨가 그걸 어떻게 알겠어요?
그리고 배우라면 자신의 연기에 자신감이 당연히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
만약 제가 인터뷰해도 민수 씨 보다 잘할 자신이 있다고 인터뷰할 것 같은데요?”
리온이 말을 마치자 기자는 바로 다시 질문한다.
“그 말은 민수 씨의 말에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뜻인가요?”
기자가 재차 다시 물었지만 리온의 입에서는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음… 자 그럼 기자님들, 이제 우리 드라마가 방영되면 한번 보시죠.
이 리온과 저기 정민수 씨 중에 누가 연기를 더 잘하나!
모든 것은 시청자분들이 판단해 주시지 않겠어요?”
자연스럽게 판단을 미루는 리온의 모습을 보며 민수의 입에는 작은 미소가 띠게 되었다.
아직 인터뷰 경험이 짧은 민수는 리온의 그런 태도에서 조금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되었다.
“이수연 씨, 항간에는 연기의 스펙트럼이 너무 좁다는 말이 있는데요.
그래서 이번 배역이 미스 캐스팅이 될 거라는 평가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습니다.
이번 배역은 지금까지 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주시게 될 텐데 자신 있으십니까?”
대소 공격적인 태도로 묻는 기자를 잠시 물끄러미 바라본 수연은 그냥 피식 웃으면서 마이크를 들었다.
“그렇군요. 그런 말들이 있었군요.
리온씨의 말대로 직접 보시면 아실 거예요.
제 캐스팅이 미스 캐스팅인지 나이스초이스인지.
그건 시청자분들이 판단해 주시겠죠.”
리온의 말을 그대로 받는 수연의 모습에 민수는 작게 실소할 수 밖에 없었다.
“서주영 작가님께 묻겠습니다.
작가님은 첫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주연으로 리온을 강하게 주장했다고 들었습니다.
그것이 단순히 팬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뒷이야기가 있던데 그것이 사실입니까?”
어이없는 질문에 서 작가의 얼굴에 짜증이 잔뜩 올라오기 시작했다. 겨우 화를 달랜 서 작가는 억지로 웃으며 마이크를 잡고 대답했다.
“음, 그것도 시청자분들이 판단해 주실 겁니다.
첫 화만 나가도 서 작가가 왜 리온을 주인공으로 밀었는지 알게 될 테니까요”
서 작가마저 리온의 말을 이어받는 모습에 민수는 조금 기가 막힌 기분이 들었는데 그때 바로 민수에게도 질문이 날아들었다.
“원래 민수 씨에게 들어온 PPL을 리온씨가 가로챘다는 말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민수 씨는 이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자의 억지 질문에 민수는 피식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이거야말로 시청자분들이 판단할 문제네요.
정민수가 옷을 빼앗겼는지 양보했는지.
제가 연기하는 준성의 모습을 잘 살펴 주시면 제가 왜 그 옷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지 알게 되실 겁니다.”
질문이 점점 공격적으로 변해 갈 때쯤 피디가 인사를 하고 제작발표회를 마쳤다.
제작 발표회를 마치고 나오는 리온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퍼져 나오고 있었다.
“이야, 이거 제가 한 말이 가장 큰 기사로 나가겠는데요?”
민수도 리온의 말을 웃음으로 받았다.
“그렇군요. 저도 그럴 거 같아요.”
그렇게 웃는 리온과 헤어진 민수는 자신의 밴에서 다시 한번 의지를 다졌다.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야.
앞으로 어떤 문제가 있어도 반드시 최고의 연기를 선보일 거야..”
지금 제작중인 드라마 중에 가장 시선을 모으고 있는 작품은 별당신의 다음 작품으로 MBS에서 방영되는 “신데렐라의 남자” 였다.
별당신의 높은 시청률을 그대로 이어받을 가능성이 높았고 주인공도 별당신을 찍기 전의 윤태준과 비슷한 등급으로 대우받던 배우 이성진이었다.
윤 대표가 은근히 민수가 합류하기를 바랐던 바로 그 드라마가 이 드라마였다.
“신데렐라의 남자” 자체도 이미 로맨스 소설로 상당히 탄탄한 팬층을 가지고 있어서 방송국에서도 은근히 기대 하는 그런 드라마였다.
아마 MBS는 이 드라마가 별당신의 기세를 그대로 가져가기를 원하리라.
그런데 갑자기 주목받기 시작한 드라마가 바로 “널 위한 노래: Song For You”(이하 송포유) 였다.
아이돌 2명 연기력에 의문부호를 가지고 있던 이수연 그리고 신인 배우.
피디랑 작가도 초보인 이런 이상한 조합을 가진 드라마는 그 조합이 이상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기대라기보다는 궁금증이리라.
과연 저 드라마가 제대로 굴러갈까 하는 그런 궁금증.
그런데 관계자들도 의문이고 시청자들과 고개를 갸웃하는 이 드라마에 뜬금 없이 유니(Yuni)라는 유명 브랜드가 얹어 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기자들도 기사들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기존에 관심이 있던 리온의 팬들에 더하여 송포유의 사정으로 몰라 관심도 없던 시청자들까지 기자들의 갖가지 기사를 접하며 송포유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아마 이번 주에 “신데렐라의 남자”가 방영되고 그다음 주에 송포유가 방영되는 순간까지 두 드라마를 비교하는 시선은 전혀 사라지지 않으리라.
아니 그런 비교는 드라마가 끝나는 순간까지도 계속될 것임이 분명했다.
그리고 제법 많은 기자들이 모인 오늘의 제작발표회 모습이 지금 송포유에 대한 사람들의 그런 관심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었다.
제작진은 생각보다 많은 시선이 모여 상당히 성공적으로 마친 제작발표회에 크게 고무되며 다시 촬영의 박차를 가하였다.
이런 호재가 뒤따른다면 자신들의 노력여부에 따라 진짜 대박을 기록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그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있었다.
민수의 전생에서는 그 중 “신데렐라의 남자”가 그나마 좀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였고 나머지 드라마들은 거의 비슷한 결과를 기록하였었다.
하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그 미래를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다.
그리고 RD 엔터의 대표실에서 정우철 대표도 이런 이야기들을 보고 받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딴 드라마가 어느 정도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이 말이지?”
김익수 이사는 자신의 보고 받은 내용을 꼼꼼히 정 대표에게 보고했다.
“네. 우선 리온하고 리니아의 연기가 상당히 안정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수연 배우의 연기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고요.
그리고 신인 배우라는 정민수의 연기도 전혀 신인 같지 않다고 합니다.”
김 이사의 보고에 정 대표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진다.
“이수연이 그 년이 태업이라도 했다는 거야 뭐야? 허, 그리고 정민수라고? 그놈은 어디에서 온 놈인데?”
김 이사는 자신이 조사한 민수에 대한 자료를 정 대표에게 내밀었다.
김 이사의 자료는 생각보다 자세하였다.
민수의 개인적인 사항들을 자세하게 조사한 자료를 바라본 정 대표는 김 이사를 바라보았다.
“하, 이놈도 윤 엔터에서 온 놈이야?
여기가 예전 이수연이가 있던데 아니야? 그 또 왜 박창민인가 하는 애도 원래 여기 아니었어?”
김 이사는 정 대표의 물음에 바로 부연설명을 붙였다.
“맞습니다.
박창민은 연기를 잘하지 못하니 그냥 놔두라고 하셨는데 얼마 후 바로 TD엔터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김 이사의 말에 정 대표의 얼굴에는 비웃음만 가득했다.
“기가 막히는군. 윤강철 이 인간은 애들 관리는 개떡같이 하면서 애들 키우는 건 기가 막히게 키운다는 건가? 아니지..음…. 그럼 차라리..
김 이사. 우선 사람 보내서 이 녀석 한번 꾀어봐.
자리 잡으면 예전의 이수연이 만큼은 뽑아 줄 거야.
딱 보니 샤프하니 완전 차도남으로 딱 맞겠군.
촉이 오는구나
이놈 낚으면 이수연이 따위 생각 안 해도 되고 배우팀의 박 실장도 입을 닫겠지.
만약 못 건지면 이제 다음을 생각해 보자고”
정 대표의 말에 고개를 숙여 인사한 김 이사는 조용히 대표실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걸어가는 김 이사를 잡는 손길이 있었다.
“허, 박 실장 무슨 일이야?”
배우팀의 박 실장은 조용히 김 이사를 이끌고 구석의 휴게실로 이동하였다.
“김 이사님, 진짜 이수연이 안 잡는 겁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박 실장의 말에 김 이사도 직접 이야기했다.
“그래. 대표님은 차라리 다른 배우를 찾으려고 하시는 것 같아.”
김 이사의 단언에 박 실장은 크게 한숨을 쉬었다.
“하… 지금 이수연이 연기가 예전하고 전혀 다르다는 이야기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는데요.
그 녀석 마음 잡으면 진짜 10년은 대들보가 되어줄 녀석인데.
진짜 안 잡는다고요?”
김 이사가 아무 말이 없자 박 실장이 답답하다는 듯 말을 계속 이었다.
“아니, 그리고 소속사 창립직원이랍시고 대표님이 데리고 왔던 애들이 뒤에서 무슨 짓 하고 있는 지 대표님도 알고 계십니까?”
김 이사는 박 실장을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 아니 김이사님은 그 정도 힘이 있으시잖아요.
대표님 좀 말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
김 이사님이야 말로 진룡쪽에서 이사로 내려보내신 분이잖아요”
박 실장의 말이 계속 이어져도 김 이사는 그냥 묵묵부답 하고 있을 뿐이다.
“하…”
크게 한숨을 쉰 박 실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김 이사에게 인사도 없이 터덜터덜 걸어 나갔다.
그런 박 실장을 김 이사가 바라보며 작게 한숨을 쉰다.
“참, 그 사람도. 난 아무런 힘이 없어.. 이 사람아…
정 대표 진짜 큰 실수를 하기 전에는 말이야…”
조용히 중얼거리는 김 이사의 눈이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조금 전 대표실에서 정 대표에게 사람 좋게 웃으며 설명하던 그 측근의 눈은 전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