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흔한 배우 정민수-43화 (43/325)

#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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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가 정신을 추스르고 일어서자 리온은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진주와 민수의 씬 촬영이 다시 준비되기 시작했다.

“자, 2-1-4 갑시다 Go”

피디의 싸인에 맞춰 진주는 바로 진성의 작업실로 이동해 들어갔다.

“아이씨, 저 최준 뭐에요? 대체... 와 저걸 그냥 사과도 안하고 쌩 가버리네요”

진주의 투정에 준성은 피식하고 웃기만 했다.

그런 준성의 모습을 조금 째려본 진주는 준성을 떠보듯이 슬쩍 말한다.

“오다가 코디 언니 봤는데요. 언니가 엄청 이쁘더라고요.

그 언니가 오빠랑 오랜 친구였다면서요?”

진주의 말에 준성은 그냥 가볍게 대답한다.

“어, 오랜 인연이지.. “

진주는 그런 준성에게 어떤 대답을 원하는 듯 은근하게 계속 물어본다.

“그런데 저렇게 예쁘니 학창시절에 인기도 많았겠어요.”

준성이 무슨 말이 하고 싶어서 그러냐는 눈빛으로 진주는 쳐다보자 진주는 조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 음.. 예전에 저 언니랑 쌤이 무슨 썸씽이 있었다든지? 뭐.. 첫사랑 그런 거요.

그런 거 아니였나 해서요.”

진주의 말에 준성의 눈빛이 다소 흐려지더니 표정도 조금씩 아련해진다.

그런 준성의 표정에 진주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몇 초의 시간이 지나면서 준성의 눈빛이 다시 돌아오고 준성은 인상을 쓰면서 진주를 바라본다.

“까분다. 쓸데 없는 소리나 하고. 자, 이거나 들어봐.

최준이 가져 온 거야.”

준성이 틀어주는 음악을 들은 진주의 표정이 오묘해진다.

“이거 뭐에요? 설마 최준 이번 싱글 타이틀은 아니겠죠? 아니라고 말해줘요.”

진주의 반응에 준성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한다.

“니가 물었지? 쟤 왜 저러냐고, 이게 그 이유야.

이딴 거 가지고 엘범 만든다고 해서 그냥 꺼지라고 했거든.”

쿨한 표정을 짓는 준성을 진주가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본다.

“OK”

피디에 싸인에 진주는 한숨을 몰아 쉬었다.

그런 진주의 모습을 보고 민수는 부드럽게 웃어 주었다.

“진주씨, 좋았어요 이번 씬도 수고 많았어요.”

밝게 웃은 진주의 미소를 뒤로하고 민수는 자신의 대기실로 이동했다.

잠시 쉬는 시간이 되자 민수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는 바로 리온의 대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시간 리온은 자신의 매니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뭔가... 좀 바보가 된 기분이야. 형, 내가 근본적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던 걸까..”

리온의 말에 매니저는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그냥 가만히 리온의 말을 듣기만했다.

“게다가 저거, 저건 진짜 어이가 없었어.

저걸 그냥 자기 배역이랑 안 어울린다고 나한테 넘겨 버렸대.

하.. 기가 막혀서..”

그때 리온의 대기실에 노크소리가 들리고 매니저는 서둘러 일어서서 대기실 문을 열었다.

문밖에 있던 민수는 미소 지으며 대기실 안으로 들어섰다.

“하하, 어쩌다 보니 이렇게 직접 이야기 하는 건 처음이네요.

제가 잠시 리온씨랑 개인적으로 이야기 해도 될까요?”

민수의 말에 리온이 고개를 끄덕이자 매니저는 슬쩍 보더니 대기실 밖으로 나갔다.

다소 굳어 있는 듯한 리온의 얼굴을 보며 민수는 무슨 말을 어떻게 시작할까 고민되기 시작했다.

‘하.. 뭐라고 말해야 하나.. 흠.. 그래 이럴 때는 그냥 솔직하게 이야기 하는 것이 최고지.

막돼먹은 녀석은 아니라니..’

그렇게 다가간 민수는 그냥 솔직하게 처음부터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인터뷰가 어떻게 진행 되었고 어떤 질문에 어떻게 대답했는지 그래서 그 인터뷰에서 리온씨가 충분히 마음 상할만한 기사가 나갔으니 그 점을 미안하게 생각한다.

설명을 차분하게 듣던 리온은 크게 한숨을 쉬었다.

자기가 그깟 찌라시 기사에 불쾌했다고 오해하고 있는 민수를 바라보며 그 착각을 꼭 바로잡아야 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

왠지 쓸데없이 기싸움이라도 하려고 했다는 것보다 그냥 찌라시를 믿는 순진한 녀석이 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리고 민수의 담백한 사과에 지금까지 자신이 고민한 게 조금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 너무 바보 같아요. 제 편견에 둘러싸여서 그냥 그대로 생각하다니.. “

그런 리온을 바라보며 민수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원래 그런 바닥이잖아요.

오해도 많고 그만큼 질시하고 음해도 많고요.

사실 정말 친한 사람들 아니면 서로 마음 편하게 이야기 하지도 못하는 곳이잖아요. 연예계가…”

그런 의미에서 민수는 마음에 맞고 자신을 걱정해주는 맴버들을 가진 리온이 조금 부럽게 생각되었다.

그렇게 민수는 리온과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솔직한 태도의 민수를 바라보며 리온은 민수의 인간적인 면모가 조금씩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휴식시간이 다 끝나 갈 무렵이 되자 리온은 넌지시 민수에게 물어보았다.

“저기, 민수씨. 음.. 그 민수씨가 보기에는 제 연기가 어떤가요?”

민수는 리온의 질문에 잠시 생각하더니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해 주었다.

“음.. 우선 전체적으로는 괜찮아요. 부족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

이렇게 시작된 민수의 말이 이어지자 리온은 그 말을 하나하나 경청해서 들었다.

그리고 그러한 세세한 지적들이 자신이 평소에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들과 정확히 일치하자 리온은 속으로 탄식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휴식시간이 끝나가자 민수는 웃으면서 다음에 또 이야기하자며 리온의 대기실을 나섰다.

그렇게 나가는 민수의 뒷모습을 리온이 웃으며 바라 보았다.

“하, 진짜 솔직한 사람이네.

대부분 사람들이 그냥 웃으면서 좋다고만 하고 얼버무리던데..

진짜 남 뒤통수 치는 사람은 아니겠구나. 민수씨는..”

짧은 대화였지만 리온은 민수가 그래도 조금 믿을 만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리온과 가볍게 대화를 하고 나오면서 민수는 여러가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 중에 가장 큰 것은 바로 소통에 대한 것이었다.

“하.. 사람이 말을 해야 알지. 안 그래? 말을 안 하니까 다 자기들 마음대로 생각하잖아..”

민수는 이점은 자신도 포함되는 문제라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분명히 표현하리라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음 촬영을 위하여 촬영장으로 이동했다.

리온과의 문제가 조금 해결되자 촬영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더 좋아졌다.

두 남자 배우의 미묘한 태도에 다소 조심하던 스탭들도 마음 편하게 촬영하기 시작했고 자연히 촬영장 분위기도 전체적으로 좋아졌다.

그렇게 그 날 몇 개의 씬을 더 추가로 촬영하고 하루 촬영을 마무리 지었다.

그렇게 촬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밴 안

민수는 오늘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며 장고를 거듭하고 있었다.

“확실히.. 그래.. 이쪽 본인이 직접 자신의 입으로 말하는 것이 가장 오해가 적을 방법이지..하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지..”

민수 본인도 리온의 인성에 대한 확신이 없었으면 직접 가서 그런 사과를 하진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이 연예계가 근본적으로 살얼음 판이란 것이고.”

만약 내가 그냥 학교에서 친구1이 내 욕을 다른 사람들에게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다른 친구에게 들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럼 난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아주 간단하다. 내가 그냥 친구1에게 찾아가서 물어보고 맞다면 화를 내고 아니라면 이 이야기가 어디서 나왔는지 찾아 보면 된다.

하지만 연예계에서 그런 일이 발생했다면 과연 그렇게 바로 해결 할 수 있을까?

그건 전혀 아니다.

만약 그랬다가는 바로 어디선가 듣고 있던 자칭 관계자 라고 하는 사람들을 통하여 알려지거나 혹은 특종을 찾아 하이애나 같이 떠도는 기자들에게 포착되어 특종이라는 이름 하에 사람들에게 알려지거나 어쩌면 기분이 나쁜 친구1의 관계자 들을 통해 기자들에게 뿌려지게 된다.

“하.. 맞아 빌어먹을 이분법적인 인맥 구분…”

그래서 연예계에 몸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이분법적인 구분으로 사람들을 분류한다.

서로 단순한 비즈니스 관계를 가지는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가지는 사람들로.

하지만 이 쇼 비즈니스의 세계는 당연히 사방에 비즈니스 관계의 사람들로 가득하다.

사실 소속사. 매니저. 코디. 그리고 방송국이나 다른 연예인들.

한 연예인을 둘러 쌓고 있는 사람들은 다들 비즈니스 관계를 근간으로 하고 있는 사람들 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찾는다.

그 사이에서 자신과 인간관계를 가질 만한 다른 사람을.

그리고 그렇게 찾은 사람들은 비즈니스관계 이상의 친분을 가지게 된다.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하거나 고민을 이야기 하거나 그렇게 형성된 관계는 다소 굳건하다.

어느 한쪽이 배신을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갈구한다.

사방이 비즈니스로 둘러 쌓인 이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마음 한 켠에 외로움을 간직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사적인 인간관계로 발전한 사람들을 더 믿고 따른다.

배우들이 자신과 신뢰를 구축한 매니저를 따라 소속사를 나와 1인 기획사를 차리거나 매니저를 따라 다른 기획사로 자리를 옮기는 일이 빈번하다.

그리고 알고 있는가.

가장 사기를 빈번하게 당하는 것이 바로 연예인이란 것을.

그 외에도 소속사 조차 모르는 그들의 사적 비밀들을 그들의 소위 진정한 친구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다.

아마 이카루스의 맴버들도 시작은 비즈니스로 계획되어 모인 사람들이지만 서로에게 이미 그 이상의 친분을 가지게 된 것이리라.

그러니 다수 예민할 수 있는 문제들도 서로 공유하고 있는 것이고.

그래서 그런 맴버들을 민수도 조금 부러워했던 것이고.

“하, 그런데 왜 나에게…아…”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민수는 조금 알 것도 같았다.

왜 규진이 자신에게 자신들의 치부를 조금 알리면서까지 사과를 했는지.

“그러니까.. 내가 내가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비즈니스적인 이익을 아무런 조건 없이 포기했다는 것이지..”

오늘 민수는 자신이 지금 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익을 포기했다.

바로 연기의 디테일만을 위하여.

비즈니스가 아닌 요소를 위하여 비즈니스적으로 가장 큰 이익을 포기하는 민수의 모습에서 민수가 믿을 만 한 사람이라는 근거를 얻은 것이리라.

왜냐. 이 바닥에서 사람을 배신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익이니까.

규진은 그런 민수와 리온이 잘 지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기본적으로 삭막한 이 곳에서 믿을 만한 사람은 한 명이라도 더 있으면 좋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리온도 아마 비슷하게 생각 했을 것이다.

오늘의 태도 그리고 바로 웃으며 사과하는 모습 이런 민수의 모습이 리온도 민수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그게 아니라면 오늘 리온이 민수의 사과를 바로 받아 들이고 민수에게 친근하게 대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단순히 사과만으로 인간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이 가능하면 누가 이곳을 삭막한 곳이라고 하겠는가.

“확실히 윤희 선생님의 선물이.. 참 여러 가지 일을 해주는구나.”

이런 저런 생각이 민수의 머리속에서 맴돌자 그는 어떤 사실 하나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랬구나.. 그래서…하.. 민 여사님 말씀을 내가 너무 믿었네..”

이 사실을 알게 되자 민수도 민여사도 전혀 이해 할 수 없었던 윤 대표의 행동에 대하여 조금 실마리가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 단순한 것인데.. 경험과 시선이 다르니…”

그렇게 중얼거리던 민수는 윤 엔터에 도착하자 마자 바로 대표실로 호출 되었다.

대표실에 들어선 민수는 다소 걱정스러운 표정의 윤 대표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민수가 자리에 앉자 윤 대표는 바로 말을 꺼냈다.

“오늘... 내가 말을 들었다.

한 아이가 행사를 핑계로 촬영장에 늦게 도착하고 있다던데?”

윤 대표의 말에 민수는 웃으며 대답했다.

“아, 그거요. 그거 그냥 제가 리온이랑 이야기 해서 잘 해결 되었어요.

서로 약간의 오해가 있었더라고요.”

민수는 자신이 리온에게 사과조로 이야기 했고 리온도 잘 받아들여서 웃으면서 촬영하고 있다고 윤 대표에게 설명했다.

민수의 모습에 윤 대표는 한숨부터 쉰다.

“이, 녀석아. 뭘 믿고 그렇게 행동하는 거냐? 말이 잘 풀렸으니 망정이지.

언쟁이라도 일어 났다면 바로 연예뉴스 탑으로 올라 갔을 거다.

그런 일 해결하라고 소속사가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꼭 소속사하고 상의하고 행동하도록 하여라.”

그 말에 민수는 속 편하게 웃으며 윤 대표에게 대답하였다.

“에이, 그래도 직접 얼굴 맞대고 이야기를 해봐야 진짜 사정을 알죠.

어디 사람 통해서 아는 게 바로 아는 건가요?”

민수의 말에 윤 대표는 잠시 멈칫하더니 잠시 후 다시 입을 열었다.

“하… 그래 니 말이 맞긴 하다.

하지만 니 말대로 사람은 직접 봐야 알 수 있는 것이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만으로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는 없어.

니가 사람의 말만 믿고 리온에게 직접가서 리온을 대면했다면 그건 너의 행동이 조금 경솔했다고 생각되는 구나.”

윤 대표의 말에 민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요. 앞으로는 꼭 소속사에 알리고 도움을 받도록 할게요”

말없이 앉아있는 윤 대표를 뒤로하고 민수는 자신의 숙소로 이동했다.

‘하… 정말이었네. 내 생각이 맞았어..’

방금 전 윤 대표의 태도에서 민수는 자신의 가설의 확신을 얻었다.

‘이제 남은 것은 수연 선배네.. 수연 선배의 생각을 알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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