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흔한 배우 정민수-42화 (4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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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민수가 수연 선배와 리온의 연기를 관찰하고 있을 때쯤.

한 남자가 민수에게 살짝 다가왔다.

민수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남자가 오늘 처음 본 K-G 라는 것을 조금 당황했으나 웃으며 인사하는 K-G에게 무안을 주고 싶지 않아서 똑같이 웃으며 자연스럽게 인사를 받아 주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카루스의 래퍼 K-G 김규진이라고 합니다.

음.. 저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잠시 시간을 내주실 수 있을까요?”

초면에 잠시 시간을 내 달라는 규진을 바라보며 민수는 조금 의문을 느꼈지만, 어차피 음악 여행 쪽에서 자신의 촬영분은 없었기 때문에 그냥 별생각 없이 규진을 따라갔다.

역시 이곳 스튜디오를 홈그라운드로 쓰는 가수답게 규진은 남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장소를 잘 알고 있었다.

촬영장소에서 다소 멀지 않은 곳의 사각지대로 안내한 규진은 조금 한숨을 쉬면서 민수를 바라보았다.

“하.. 이걸 어떻게 말씀 드려야 할까요..”

자신을 안내한 후에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주저하는 있는 규진을 보며 민수는 왜 저럴까 싶기도 하고 그 이유가 조금 궁금하기도 했다.

“음.. 우선 사과부터 드리고 싶어요.

우리 리더가 조금 유치하긴 하지만 사실 그리 나쁜 녀석은 아니거든요”

사과로 시작한 규진의 말은 어제 태준에게 들은 말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다만 그 이유는 민수가 조금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었지만 말이다.

“지금이야 ‘최고의 아이돌이다’ 하며 여기저기서 띄워 주고 있지만 사실 저희도 데뷔하고 몇 년은 전혀 그러지 못했거든요.

게다가 저희는 애들 성향이 일반적인 아이돌하고는 조금 달랐어요.”

민수는 규진이 지금 설명하는 부분에 대하여 조금 알고 있었다.

이카루스는 일반적인 아이돌과 조금 다르게 스스로 모든 것을 다 하는 그런 아이돌 그룹이었다.

그게 날개 엔터 대표님이 생각한 이상적인 아이돌이었고 자신의 그런 생각을 집대성하여 아이돌 이카루스를 구성하게 되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이카루스는 자신의 엘범에 모든 구성을 스스로 결정하고 제작하는 그룹이었다.

작사 작곡에 소울, 안무구성에 태호 프로듀싱에 피핀 렙메이킹에 K-G 기타 구상과 결정에 리온

이렇게 스스로 많은 일을 하다 보니 데뷔 초반에는 이런저런 말도 많이 들었고 고생도 많이 했었다.

“특히 데뷔 초기에 소울이가 작사 작곡한 노래들이 욕을 많이 먹었죠.

어이없게도 곡이 너무 좋아서요.”

데뷔 초기의 이카루스가 활동은 활발하게 하지 못했지만, 음원 성적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팬텀이 없어서 확 인기를 몰아가지는 못했지만 노래 몇 곡이 차트에서 롱런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곡들이 아이돌인 소울이 만든 곡이라는 사실 자체를 잘 믿지 않았다.

당연히 날개 엔터에서 이카루스를 띄우기 위하여 언플을 한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기가 막힌 일이었죠.

곡이 좋으니까 아이돌이 작곡했을 리가 없다니.

그 곡들이 확실히 소울의 곡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전까지 정말 많은 욕을 먹었어요.

그것만이 아니었죠.

제가 원래 이 팀에 들어오기 전에는 그냥 언더에서 데모나 내던 어린 래퍼였어요.

하지만 그냥 데뷔하니까 바로 아이돌 래퍼가 되어 버리더군요.

그리고 제가 쇼우미더머니에 나간다고 기사가 난 후에 많은 사람들이 비난의 화살을 저희 팀에게 돌리기도 했어요.”

지금은 랩씬에서도 확고 하게 인정받고 있는 눈 앞에 K-G도 처음 쇼미에 나가기를 결정한 순간 사람들의 편협한 잣대를 피하지는 못하였었다.

그에 따라 팀 자체도 같이 많은 비난에 휩싸였으리라.

“그때 래퍼 몇 명이 저희를 모욕하는 릴레이 디스 랩을 올리기도 했었는데 음.. 그 내용의 수위가 생각보다 매우 강했어요. 그때 리온이 조금 크게 충격을 받았었죠.”

그러면서 규진은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뭐, 디스는 문화니까요” 하면서 자연스럽게 말하는 모습을 보니 규진 자체는 별 신경도 안 썼었나보다.

규진의 말을 들어보니 나중에 디스 랩 했던 애들이 “와 내가 디스한 그 애가 랩을 좀 쩔게하는데”

하고 같이 트랙 만들고 싶다고 해서 규진이 쿨하게 승낙해서 같이 트랙도 만들었다고 한다.

어쨌든 그렇게 규진의 말은 계속되었다.

“그렇게 무엇을 하려고 할 때마다 저희는 아이돌이란 잣대로 평가되어 왔어요.

우리의 가치와는 상관없이 제대로 보지도 않고 그렇게 평가해버리는 색안경들..

그러다 보니 우리 리더가 모든 일을 그쪽으로 생각하는 버릇이 생겨 버린 거죠.

일종의 피해망상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래도 지금은 워낙 저희가 잘나가서 그런 일이 드문데.

자기 혼자 연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아마 그게 조금 도진 거 같아서 팀원들이 모두 걱정하고 있었어요.

저희가 리더의 그런 억지에 발맞춰 준 것도 민수 씨가 어느 정도 편견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에 그런 거였는데 오늘 제가 눈으로 본 민수 씨는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더군요.

그냥 저 녀석을 연기자 자체로만 바라보는 민수 씨를 보니 제가 사과를 드리지 않을 수 없었어요.

민수 씨, 제 사과를 받아 주시겠어요?”

사과에서 시작해서 사과로 끝나는 규진의 장황한 설명을 다 듣고 보니 자신의 인터뷰 기사가 리온을 자극할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민수는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사과하는 규진의 행동을 바로 이해 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들의 치부를 일부 밝히면서까지 사과를 할 필요는 없을 텐데.

이 바닥이 그런 순진한 바닥도 아니고..

다른 이유가 있는 건가? 하지만 지금은 마땅히 짐작 가는 바가 없네.

하.. 그래도 사과를 하니 우선 사과를 받아야겠다.’

“전 그냥 괜찮았는데.. 그래도 사과를 하시니 사과는 받아들일게요”

민수가 별다른 말 없이 사과를 받아들이자 규진은 웃으며 민수에게 말했다

“우리 못난 리더 잘 부탁드립니다”

규진의 말에 민수는 작게 웃으며 응대했다.

“주연은 리온씨인데 제가 잘 부탁드려야죠.”

그렇게 규진이 하는 말을 들은 민수는 자신도 그냥 여러 가지 계산하지 말고 그냥 마음 가는 데로 하기로 결정했다.

규진과 대화를 하고 다시 돌아오는 동안에도 수연 선배와 리온은 대기실의 2번째 씬을 다 촬영하지 못했다.

“무슨 NG라도 나고 있는 건가.. 왜 저 씬이 다 안 끝났지..?”

(씬 2-6-2)

대기실 안 최준에게 미주는 옷 한 벌을 내민다.

“자요. 이거 입어요.”

최준은 옷을 살펴보더니 미주에 물어본다..

“이 옷은 뭐야? 처음 보는 브랜드인데.”

이번에 PPL 들어가는 옷이 그냥 미주가 직접 만든 옷이라는 설정인가 보다.

“제가 만든 옷이거든요. 자 보세요. 이 완벽한 박음질.

디자인도 기존의 옷과는 다르죠.

이 세련된 선을 보세요.

어디 가서 이런 옷을 볼 수 있겠어요?

완전 고급스러운 감촉.

이거 초초초 고급 원단이거든요.

색도 완전 은은하니 럭셔리해 보이죠?

이건 말 그대로 완벽한 옷이에요. 잇츠 퍼팩트!

퍼팩트란 단어는 이 옷을 위해 존재하는 단어라고요!

그러니 얌전히 이 옷을 입으세요”

수연을 대사를 들은 민수는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와, 저 문구 뭐야.. 홈쇼핑 호스트 저리 가라 인데..저거 저래도 되는 건가?”

그런 민수를 보며 촬영스탭 하나가 슬쩍 다가왔다.

“저 대사 때문에 NG가 여러 번 났어요. 자연스럽고 능청스럽게 대놓고 PPL 해야 하니까 수연씨라도 살짝 고생하시더라고요”

그 말에 민수는 자연스럽게 고개가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렇겠네요. 저라도 저 대사를 자연스럽게 치려면 신경을 엄청 많이 써야 할 거 같아요”

민수의 말에 스탭은 피식 웃으면서 민수에게 속삭였다.

“서 작가님이 혼을 갈아서 PPL 문구를 만들겠다고 하시더니 나온 게 저거에요.”

민수는 수연 선배와 리온의 씬쪽으로 다시 눈을 돌리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와 하긴, 저 말을 들으면 나라도 저 옷이 어떤지 궁금하긴 하겠네..”

“OK!”

저쪽에서 피디님의 사인이 나는 것을 보니 이번에는 NG 없이 잘 마무리되었나 보다.

그렇게 음악 여행 스튜디오에서 촬영분을 다 마무리한 촬영팀은 다시 자신들의 스튜디오로 신속하게 이동하였다.

촬영장으로 돌아온 팀은 서둘러 다음 씬을 촬영할 준비를 했다.

방금 찍은 부분이 2화의 끝으로 들어갈 것이고 2화 초반 부분을 오늘까지는 마무리해 줘야 했기 때문이다.

“자, 갑시다 2-1-2 씬 갑니다. START!”

이번 씬은 진주가 미주를 처음 보는 씬으로 미주가 준성과 오랜 친구라는 사실을 들은 진주가 미주를 확인하는 장면이었다.

의자에 앉아서 패션잡지와 여러 가지 의상 관련 기사들을 보면서 최준의 의상을 고민하는 미주 그리고 그 주변을 잠시 서성이다 점점 미주 쪽으로 접근해 가는 진주

그리고 진주는 드디어 미주의 앞에 도착하여 미주를 살짝 건드린다.

“저기요? 코디 언니?”

자신을 부르는 듯한 소리에 미주는 고개를 들어 진주를 쳐다본다.

순간 진주의 눈이 휘둥그레지고 동공이 빠르게 흔들린다.

그리고는 미주를 위아래로 빠르게 훑어본다.

“예….예뻐!”

한마디 말을 남기고 진주는 후다닥 이동한다.

그런 진주의 뒷모습을 미주는 황당하다는 눈으로 쳐다본다

“OK!”

그리고 카메라가 이동하여 혼자 달려간 진주 쪽으로 이동한다.

“자 바로 2-1-3 으로 넘어갑니다. 진주씨 준비 되었죠? 바로 GO”

진주가 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리자 바로 피디의 시작 사인이 내려졌다.

“씩씩..씩씩.. 어떻게 저래? 코디가 저렇게 생겨도 되는 거야?

피부는 왜 저렇게 좋아?

나 무슨 영화배우 보는 줄?

코디가 자기 연예인 기 다 죽이겠네.

난 죽어도 저런 코디랑 같이 안 다닌다.

코디에게 미모 압살당한 이 진주! 막 이렇게 기사 날 거 아니야?

으~ 소름 끼쳐…

가만있자.

저 코디 언니가 준성쌤이랑 십년지기 친구라고?

의심스러운데…”

혼자 씩씩대던 진주는 서둘러 준성의 작업실 쪽으로 발을 돌렸다.

“OK!!”

진주의 연기를 바라보며 민수는 웃음을 터트렸다.

“와, 진주 씨 저거 진심 100%다.”

민수의 말에 옆에 있던 동원 씨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러게요. 너무 진심처럼 보이네요.

그런데 실제로 저런 코디가 있으면 여자 연예인들은 다 피하겠죠”

진주의 씬을 다시 확인한 피디는 다음씬을 위하여 민수와 리온을 불렀다.

자 2-1-1 준비 해주세요. 그리고 바로 2-1-4로 넘어갈 거니까 그것도 준비 해주시고요.”

감독의 사인에 맞춰 민수와 리온은 준성의 작업실로 이동했다.

촬영의 틈 사이 민수와 함께 작업실에서 대기하는 순간 리온은 몇 번의 고민을 반복하는 듯 표정이 자유자재로 변하였다.

민수는 그런 리온을 보면서 참 알기 쉬운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마음속으로 작게 웃었다.

“자바로 갑니다 2-1-1 GO!”

감독의 시작 사인에 맞춰서 최준이 문을 벌컥 열고 나선다. 그리고 작업실로 들어오려는 진주가 그 문에 부딪혀 넘어진다.

“앗~아야….”

넘어진 진주를 힐끔 바라본 최준은 그냥 모른 척 지나가 버린다.

기가 막힌 진주는 최준의 뒷모습을 강하게 노려본다.

“OK!!”

감독의 사인에 맞춰 바로 진주가 일어섰다.

민수는 그런 진주에게 슬쩍 다가가 상태가 괜찮은지 물어본다.

진주의 연기가 워낙 좋았는지 아니면 우연이었는지 실제로 부딪치며 제법 큰 소리가 났기 때문이다.

“아, 진짜 아팠어요. NG 낼까 봐 티도 못내고..”

진주의 말에 민수는 피식 웃으면서 진주를 위로했다.

“그래서인지 진짜 실감 났어요. 진주 씨 멋집니다.”

그때 리온이 진주에게 서둘러 다가왔다.

“진주야, 괜찮아? 진짜 부딪친 거 같던데.”

진주는 그런 리온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아우, 이 바보 오빠님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확 열면 어떡해? 진짜 아프잖아?”

그런 진주를 보며 리온이 뒷머리를 슬쩍 긁으며 사과한다.

“아, 미안.. 많이 안 다쳤어?”

진주는 리온의 모습을 보며 한소리를 덧붙였다.

“뭐, 또 잠깐 자기만의 세계에 있었겠지.

크게 다치진 않아서 더럽게 아프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반사신경은 좋잖아”

민수는 편하게 대화하는 두 사람을 보며 조금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어 진주를 바라보자 진주는 민수의 생각을 눈치챘는지 재빠르게 설명했다.

“헤헤, 제가 조금 철새였거든요.

날개에도 조금 있었는데.

그때 알게 되었어요. 이카루스 오빠들이 좀 권위가 없거든요”

소속사에 있을 때 참 잘해 줬었다는 진주의 설명에 민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카루스 애들이 인성이 괜찮다는 말은 소문만이 아니지… 진짜 롱런하는 애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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