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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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민수가 찍을 씬은 진주와 함께 촬영하는 장면이었다.
최준의 합류소식과 친구 미주의 입사 그리고 미주가 최준을 담당하게 된 이 현실을 한탄하고 있는데 진주가 뛰어 들어와 준성의 화를 더 돋우는 장면이었다.
“씬 1-3. Go!”
자신의 작업실로 걸어 들어온 준성은 크게 한숨을 쉬고 자신의 의자에 몸을 기댄다.
“하.. 미치겠네. 이미주.. 대체 왜 그러니.. 그리고 최준은 대체 뭔데…”
그렇게 준성이 고뇌하고 있는데 작업실의 문이 활짝 열리며 진주가 방정맞게 뛰어 들어온다.
“NG”
피디의 사인에 순간 모든 스텝들이 멈춰 섰다.
“진주씨, 들어올 때 인상 쓰지 마시고요. 다시 한번 가볼게요”
“네, 죄송합니다.”
첫 NG가 나자 진주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터벅터벅 걸어나간 진주는 감독의 사인에 맞춰 다시 뛰어 들어온다.
“쌤! 쌤! 얘기 들었어요? 최준. 최준이.. 온데요!”
“NG”
“진주씨, 말투를 약간 더 방정맞게. 진주의 성격에 맞춰서, 조금 명랑하게, 지금 약간 심각하게 보여요.”
감독의 요구에 진주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다시 준비한다.
‘하, 이거… 불안한데..’
처음 촬영하는데 시작하자 마자 NG가 나면 배우는 자연히 더 긴장하게 되고 특히 진주같이 경험이 없는 배우라면 점점 스스로 제어하지 못할 패닉에 빠지게 될 것 일터.
민수는 조금씩 진주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 뒤로도 몇 번의 NG가 이어 졌고. 진주의 표정이 점점 더 안 좋아졌다.
‘와, 어쩌지.. 예전에 나도 처음 배역 맡아서 한 대사가 “저런 못된 놈을 봐라” 였던가..
그것도 못해서 몇 번 NG내고 걷어 차여서 밖으로 쫓겨났었는데…
계속 저러면 진주씨 트라우마 생길 수도 있겠는데’
민수는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촬영장에서 다른 누군가를 위로해 주어야 할 상황을 한번도 겪지 못한 민수로서는 이 상황은 난처 하기만 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민수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당황하는 사이 진주의 표정은 점점 더 안 좋아져만 갔다.
그 때 조금 멀리서 이 장면을 살펴보고 있던 이수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PD에게 다가가서 잠시 뭐라고 하더니 진주를 데리고 자신의 대기실로 대려갔다.
민수는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흐르고 수연의 대기실 문이 열리고 진주가 밖으로 걸어 나왔다.
그러고는 수연에게 크게 두번 고개 숙여 인사하더니 다시 촬영장소를 향하여 총총걸음으로 뛰어 왔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스텝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한 진주는 다시 자신의 대기장소에 서서 시작 사인을 기다렸다.
조금은 가벼워진 진주의 표정에 민수는 속으로 작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다시 촬영이 재개되었다.
“쌤쌤~ 큰일 났어요. 최준! 최준이 온데요!”
대사는 대본의 것과는 약간 달랐지만 그 뜻은 충분히 통했고 무엇보다 진주의 표정이 좋았다.
“후.. 넌 또 그 얘기를 누구한테 들었어?”
준성이 인상을 쓰며 말하자 진주는 상큼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정엔터의 귀염둥이, 마스코트 마당발 진주.
정엔터에 내가 모르는 정보는 없다는 말씀!”
진주가 한껏 귀여운 척을 하며 말했지만 준성을 그저 한숨만을 쉴 뿐이었다.
“홍보 팀이군”
준성이 나지막하게 말하자 진주는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헉, 어떻게 알았지?”
그리고는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양 검지를 살짝 앞으로 마주 대며 부끄러운 듯 중얼거렸다.
“역시, 쌤도 나에 대하여 모르는 것이 없군요. 이 츤데레”
준성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면서 진주의 머리에 알밤을 먹인다.
“야, 엉뚱한 소리 하지 말고 내가 어제 시킨 거 다 해왔어?”
냉정한 준성의 목소리에 진주는 애써 말을 다시 돌린다.
“아니, 쌤. 최준이 우리 소속사에 온다는데 그게 중요해요?”
진주가 투정하자 준성의 목소리는 더욱 냉정해진다.
“최준이 아니라 마이클잭슨이 와도 너에게는 과제가 더 중요하지.”
준성의 말에 진주는 다시 다급한 목소리로 말한다.
“아니, 그 성격파탄자 최준이라니까요”
“과제”
“인성종결자 최준이요, 그 최준”
“과제”
진주의 말에도 준성이 계속 과제만을 요구하자 진주는 필사적으로 말한다.
“그, 자기 스텝들한테도 주먹질 한다는 최준이라고요!”
순간 준성의 동작이 멈추고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하.. 미치겠네. 이미주 진짜. 최준 이자식은 대체 왜 우리 소속사로 오는 거야?”
“OK”
바로 한번에 OK싸인이 나자 진주는 활짝 웃으며 스텝들에게 인사했다.
민수는 그런 진주를 보며 밝게 웃었다.
“좋았어요, 진주씨.”
“감사합니다, 선배님.”
인사를 마친 진주는 총총 걸음으로 다시 이수연의 대기실로 뛰어갔다.
민수는 그런 진주를 흐뭇한 얼굴로 바라 보았다.
NG의 수가 별로 많지 않아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 되었다.
이제 오늘 찍기로 한 씬들은 주인공이 리온이 합류하여야 찍을 수 있는 장면들뿐이었다.
당장 2회에 무대에 서는 장면을 위하여 내일 음악여행 무대를 빌려 찍어야 하는 상황이라 가능하면 오늘 찍을 씬들은 오늘 찍어야 했다.
그렇게 잠시 휴식을 가지는 시간 수연은 자신의 매니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허, 이수연 니가 왠일이야. 신인여배우 맨탈케어를 다 해주고.”
매니저의 말에 수연은 작게 웃음을 지었다.
“왜, 그랬을까. 그리고 걔가 무슨 신인 여배우야. 놀러 온 아이돌이지.
하긴 생활연기라도 쳐도 그럭저럭 잘하긴 하더라.
나중에 재대로 배우기만 하면 제법 괜찮은 배우가 될 수도?”
수연의 말에 매니저는 피식 웃으며 다시 물었다.
“아니, 말 돌리지 마시고요 이배우님. 원래 이배우님은 그런 거 전혀 신경 안쓰시잖아요”
꼬집어 말하는 매니저의 말에 수연은 가벼운 어조로 대답했다.
“신인 배우에 리얼만 찍던 피디가 어쩔 줄 모르고 주구장창 NG만 외치고 있는데 그냥 놔두면 언제 촬영하라고 그냥 있겠어?”
수연의 말에 매니저는 웃으며 대꾸했다.
“헤, 우리 이배우님이 막판에 많이 인자해 지셨네.. 이게 진짜 제대로 찍으려고 마음 먹은 이배우님이 촬영장에 임하는 태도인가?”
과장된 표정으로 말하는 매니저의 모습에 수연이 새침한 표정으로 조용히 눈을 감는다.
눈을 감고 쉬는 수연을 보며 매니저가 투덜거리기 시작한다.
“와, 리온 이인간은 언제 오는 거야?
와 이럴 때는 그 망할 RD라도 달고 있을 때가 좋았다는 생각마저 드는 구먼.
선배들 쭉 두고 이게 무슨 짓이야”
매니저의 말에 눈을 감은 체 수연이 말했다.
“내버려둬, 만약 내가 제대로 RD랑 재계약 했어도 그 녀석 오늘과 마찬가지로 행동했을 거니까.”
수연의 말에 매니저는 무엇인가 아는 듯한 수연의 말에 바로 되물었다.
“뭔데, 이 배우님은 이 현상에 대하여 아시는 바 라도?”
수연은 매니저에게 나지막하게 설명했다.
“하긴, 오빠는 내가 배우로써는 처음이었고 내가 그런 거에는 관심 없어서 겪어 본적은 없겠네.
그래도 말은 들어 봤을 거 아냐? 여배우들 기 싸움 하는 거.
그 기싸움이란거 여자들만 하는 게 아니야.”
수연의 말에 매니저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무슨 핏덩이들이 기 싸움을해?”
매니저의 울분에 찬 목소리를 들으며 수연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런 것도 배우가 되어가는 한 과정이지..”
자신의 대기실에서 쉬던 민수는 지금의 현상에 대하여 조금 생각을 해 보았다.
“후.. 이 선배는 연유는 모르겠지만 열정을 되찾은 느낌이고.”
열정을 다하는 이수연의 연기는 예전에 민수가 보았던 이수연의 연기보다 완성적인 디테일은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아마도 제법 오랜 시간 최선을 다하지 않아 몸에 타성이 적응되어 버려서 그러리라.
하지만 조금 투박한 만큼 더 저돌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날 것 그대로인 것 같은 표정이 솔직하고 단순한 미주에게 아주 잘 어울렸다.
수연선배의 그 여린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활기찬 느낌이 미주 케릭터의 매력을 더욱 배가 시키는 느낌이었다.
“저렇게 되니 수연 선배를 미주로 케스팅한 것이 정말 좋은 케스팅이 되어버렸네..”
하지만 지금까지 오고 있지 않은 리온을 생각하니 마음속으로 한숨이 뿜어져 나왔다.
“그런데 이거 리온이 무슨 엉뚱한 짓을 하는 것 같은데… 대체 왜 저런 거지?
정말 거짓말로 일정을 미뤄 버렸다면 진짜 연기 인생끝일 테니 거짓말은 아닐테고.. 분명 행사를 가긴 갔을 거 같은데..
피곤한 몸으로 연기나 제대로 할 수 있을라나 모르겠네”
민수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쯤 리온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은 민수는 빠르게 촬영장으로 이동했다.
리온은 오자마자 피디님과 문창식한테 사과하고는 바로 이수연의 대기실로 찾아가서 사과의 말을 건내었다.
수연은 그런 리온의 사과에 그냥 작게 끄덕이고 넘어갔다.
그렇게 리온의 촬영이 시작되고 민수는 스텝들이 촬영하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조용히 리온의 연기를 바라보았다.
최준의 개인촬영부터 최준이 억지로 정대표의 소속사에 몸을 담게 되는 장면.
특히 최준이 정대표에게 자신은 코디나 스타일리스트따위는 필요 없고 그냥 운전해주는 매니저만 붙여 달라고 우기는 장면 순으로 차례 차례 촬영이 진행 되었다.
특히 엉망진창인 스타일로 옷을 입고 있으면서도 자신은 패셔니스타니까 코디 따위 필요없다고 우기는 장면은 민수조차 실소를 머금을 정도로 실감나게 연기 되었다.
“확실히, 리온도 연기를 잘하긴 하네..”
그리고 최준이 자신의 코디로 미주가 소개되고 최준이 분노에 찬 비명을 지르고는 정대표의 방으로 뛰어가는 장면까지 촬영을 마치자 이제 마지막으로 컴백 곡을 가지고 준성과 최준이 이야기를 나누는 씬을 촬영할 차례가 되었다.
제법 긴 시간 이 지났지만 아무런 생각이 없던 민수가 웃으며 자신의 작업실로 꾸며진 스튜디오에 자리를 잡자.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던 리온은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위치로 이동했다.
“씬 1-8 GO”
감독의 싸인에 맞춰서 헤드셋을 쓰고 기계를 만지며 음악을 듣던 준성이 머리에서 헤드셋을 벗어 던지고는 작게 한숨을 쉰다.
그에 맞춰 최준이 껄렁 껄렁 걸으며 들어온다.
그런 최준을 한심하게 바라보던 준성은 최준이 앉자 낮은 목소리로 묻는다.
“후.. 최준씨. 이번 싱글 엘범을 이걸로 하겠다고요?”
최준은 싱긋 웃으며 준성에게 반문한다.
“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
보자마자 반말로 말을 받는 최준의 모습에 준성은 실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최준씨가 발라드를 부르던 샹송을 부르던 어차피 최준씨 엘범이니 제가 간섭할 일은 이유는 없겠죠.
이 엘범이 내 이름을 달고 나가지만 않는다면 말이에요.”
준성의 말에 최준은 살짝 발끈한 표정으로 말한다.
“그러니까 이 노래는 당신의 잘난 이름을 달고 나가기에는 창피하다?”
최준의 말에 진성은 썩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이를 테면 그런 거죠.”
진성의 표정으로 보고 분노한 최준이 벌떡 일어섰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의 진성은 계속 말했다.
“어차피 최준씨가 말이 통하는 사람도 아니고.
난 이 곡은 프로듀싱 못하겠으니까.
만약 내 프로듀싱을 받을 거면 좀 제대로 된 곡을 써오고요.
굳이 이 곡으로 활동하고 싶으면 알아서 프로듀싱 하세요.”
준성이 최준을 나가라는 듯 손으로 휘휘 쫓아내자 순간 울컥한 최준이 준성에게 다가왔다.
다가오는 최준을 보며 준성은 웃으며 손가락으로 한곳을 가리켰다.
“왜요? 쳐보게요? 그럼 치세요. 지금 저기서 착실하게 녹화되고 있으니까.
최준씨도 인생의 쓴맛을 좀 봐야죠.”
최준이 울분에 차서 작업실을 나서려는데 준성이 나지막하게 덧붙였다.
“내가 진짜 진심으로 하는 말인데, 최준씨는 작곡에 재능 없어요.
그냥 노래나 제대로 부를 생각 하세요”
마지막까지 속을 긁는 준성의 말에 최준은 작업실 문을 꽝 소리가 날 정도로 크게 닫고 밖으로 나갔다.
“OK!”
OK싸인이 나자 민수는 웃으며 스텝들에게 인사했다.
그리고 웃으며 리온에게 수고했다고 말하고는 자신의 짐을 정리하러 대기실로 이동했다.
그런 민수를 리온이 하릴없이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