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흔한 배우 정민수-34화 (34/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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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엔터 홍보팀은 어제 올라온 하나의 기사 때문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었다.

상황확인을 위하여 호출된 민수와 동원은 얼어붙은 듯한 홍보팀에 분위기에 살짝 몸을 떨면서 홍보팀의 팀장인 이미영 팀장과 이야기하기 위하여 홍보팀 안으로 몸을 옮겼다.

“그래서 이 머저리 같은 자식아.

언론사 성향이 어떤지 알아보지도 않고 기자 새끼가 어떤 식으로 기사 쓰는 새끼인지 찾아보지도 않고 그냥 다이렉트로 매니저한테 넘겼다고?”

“그… 언론사 숫자가 워낙 많고 게다가 원래 개인 스케줄은 무조건 매니저에게 알려서 배우가 결정한다고…”

이미영 팀장의 분노에 찬 일갈에 정신이 나간 듯한 한 직원이 얼버무리듯 변명을 했고 이미영 팀장의 표정은 더욱 야차같이 일그러졌다.

“이 새끼야, 그게 말이야 방귀야?

너 말대로면 우리는 월급 왜 받냐? 그냥 데스크에 직원 하나 두고 연락 오는 대로 바로바로 매니저들한테 일 다 넘기면 되는데.

이 정신 나간 자식아. 생각은 하고 사냐?

그리고 인터뷰 넘기면서 가이드라인은 줬어?

인터뷰 시 주의사항은 공지했고?”

직원이 고개를 젓자 이미영 팀장은 서류파일을 직원에게 집어 던졌다.

“이런 병신세끼를 봤나.

야! 이 새끼야, 이따위로 할 거면 당장 꺼져.

너 오늘일 민 여사님께 바로 보고한다.

당장 나가 이 새끼야.”

서류철에 얻어맞은 직원이 이미영 팀장에게 얻어터지며 쫓겨 나는 모습을 본 민수는 얌전해 보이던 이미영 팀장의 파이팅 넘치는 모습에 당황스러웠고 자신이 신중하지 못하게 행동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었나 싶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아, 민수 씨. 후 보기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네요.”

뒤늦게 민수를 발견하고 호흡을 고르며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미영의 모습에서 조금 전의 그 터프한 여전사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 네, 죄송합니다. 팀장님.”

우선 사과부터 시작하는 민수의 모습에 미영은 쓴웃음으로 대답하며 민수를 달랬다.

“아니에요.

민수 씨 처음인데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은 직원의 잘못이 일차적 문제였어요.

사실 핑계를 좀 대자면 지금 “별당신”이 중국으로 진출하게 되면서 기사 트레픽이 워낙 늘어 난데다가 각종 취재요청부터 온갖 섭외가 물밀 듯이 들어오고 있어서 직원들이 다들 너무 바빴어요.

물론 민수 씨나 설아까지 데뷔했을 때를 대비해서 인력을 점점 늘리고 있는 시점이긴 한데. 아직 그 인력들이 업무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상태라서요.

아까 쫓겨난 그 자식도 이번에 새로 온 신입이고요.

신입 주제에 의욕만 넘쳐서 최소한의 지휘계통까지 무시하고 바로 다이렉트로 동원 씨한테 연락 할줄은 전혀 몰랐지만요.

이건 신입 직원과 신입 매니저 신인배우가 앙상블을 이룬 실수라고 그렇게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는 이런 일 없도록 주의하겠습니다. 민수 씨.

진지하게 사과하는 미영의 모습을 보며 민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애써 웃었다.

“그럼 그건 그렇고 기사에 대하여 좀 듣고 싶은 게 있는데요.

이거 혹시 민수 씨가 정말 이렇게 말한 건가요?”

미영이 말하는 문제의 기사 그것은 어제 민수가 인터뷰한 기자가 올린 기사였다.

기사는 시종일관 민수가 자신의 연기에 자신 있어 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하는 듯한 어조로 작성되어 있었는데 문제는 그 자신감을 표출이 같은 드라마에 출연하는 주연배우인 리온을 무시하는 듯한 어조와 태도로 표현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민수도 오늘 아침에 기사를 발견하고 찜찜했던 자신의 감이 말하는 것이 이것이었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아니요. 전혀 저런 식으로 말하진 않았어요.”

민수는 차분하게 어제 자신이 들었던 질문과 자신이 대답했던 답들을 기억나는 대로 말하여 주었다.

민수의 말을 다 들은 미영은 크게 한숨 쉬며 대답했다,

“후.. 그래요? 혹시 녹음이나 그런 것은 없겠죠?”

미영의 말에 민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후.. 민수 씨, 원래 제대로 된 언론사의 기자였으면 당연히 인터뷰를 녹음하고 녹음 사본을 소속사로 보내줘요.

그래야 인터뷰 내용과 기사의 내용이 달라지는 경우를 방지 할 수 있고, 또한 그것을 증명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어제 그 기사는 저희에게 아무런 연락을 해주지 않고 그냥 올린 기사에요.

애당초 언론사나 기자도 찌라시성 기사만 던지는 더러운 놈들이고요.

원래 그런 언론사나 기자는 소속사에서 알아서 걸러 내는 건데.

일이 이상하게 꼬여서 민수 씨가 인터뷰까지 하게 된 것이죠.

저희도 분명 사전에 충분히 검열하겠지만 연예계에서 생활하다 보면 여러 가지 돌발 상황들이 발생 할 수 있어요.

그러니 민수 씨도 그에 맞춰 조심해 주셨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앞으로는 인터뷰할 때는 최소한의 녹음 정도는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미영의 말을 들은 민수는 알았다고 대답하고 바쁜 홍보팀을 떠나 복도로 나왔다. 미영은 무슨 대책을 생각해 보자고 했지만 민수가 생각하기에도 이런 경우에는 따로 해답이 없었다.

그냥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하.. 진짜 녹음에 대하여서는 생각을 좀 해봐야겠어요. 동원씨.”

민수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하자.

“아…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처음이라 이런 식으로 될 줄은…전혀 몰랐습니다.”

거의 울 듯한 표정으로 사과하는 동원을 보자 민수는 실소를 머금으며 동원을 달랬다.

‘아이고, 이 사람 이런 표정도 지을 줄 아는구나.

저 단단한 얼굴로 저런 표정을 지으니까 뭐라고 말하지도 못하겠네.’

“아니에요. 일은 좀 안 좋게 되었지만, 그냥 좋은 경험 했다고 치죠.

뭐 지금 “별당신” 이야기로 기사란이 도배되어있던데 제 인터뷰를 몇이나 보겠어요?”

민수는 이 순간만은 윤태준이 주연한 “별에서 온 당신”이 너무나도 고마웠다.

그러나 민수의 기대와는 달리 제법 많은 사람들이 이 기사를 보았다.

그리고 방으로 올라가던 길에 대표님의 호출로 대표실에 들어선 민수는 왜인지 표정이 좋지 않은 대표님과 마주하게 되었다.

"좀 안 좋은 기사가 올랐다지?"

윤 대표의 말에 민수는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 원래 그런 일들도 있는 거야. 앞으로는 그런 점도 주의하도록 해.

홍보팀이나 다른 부서에서 물론 도움을 주겠지만 말이야.

사실 스스로를 가장 잘 보호할 수 있는 건 바로 배우 자신이니까.

후. 그리고 민수야. 이번에 같이 연기하게.. 하.. 아니다.. 그만 올라가 보아라"

어떤 말을 하려고 한 윤 대표의 모습에서 민수는 저 말이 왠지 이수연에 대한 이야기일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윤 대표의 얼굴을 보니 차마 더이상 물어볼 수는 없었다.

민수는 윤엔터에 들어와서 저렇게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 윤 대표를 본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까.

답답한 기분으로 방으로 올라와 새로운 대본을 보는 민수의 인상이 자연스럽게 찌푸려졌다.

“허, 이거 대본이 좀 다른데.. 아니.. 그런데 왠지 리온하고의 씬이 좀 늘어난 느낌이고..”

로맨스를 늘리겠다는 서 작가의 외침을 기억한 민수는 괜히 로맨스가 잔뜩 늘어날까 살짝 걱정했었는데 민수의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리온과의 씬이 추가되어 있었다.

“전체적으로 내 씬이 조금 늘긴 했네.”

대본을 다 살펴보고 한참을 보던 민수는 슬쩍 노트북으로 시선을 돌리고 인터넷을 연결했다.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역시 기사였다.

기사 하단을 보니 역시 너무 건방진 거 같다. 라던지 네가 먼데 우리 오빠보다 연기 잘한다고 하냐 등의 악플이 몇 개 달려 있긴 했다.

“찌라시 같은 언론사에서 낸 기사라도 기사를 보는 사람이 역시 있긴 하구나. 후.

그리고 역시 리온이 언급되는 기사에는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카루스의 팬들 이거 진짜 이 기사가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관심을 받는다면 초반 노이즈는 재대로 되겠네.”

기사를 잠시 살펴보던 민수는 어제 그 기자가 생각나서 뻗치는 열을 겨우겨우 달래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후, 내가 언제 배우 리온을 전혀 모른다고 했냐. 배우 방필수를 모른다고 했지.

아니 음악에 전혀 관심 없는 내가 리온의 본명이 방필수인지 어떻게 알겠냐.

그래 그러니깐 찌라시 기레기겠지.

하여간 기자랑 연관되면 참 좋을 게 없어”

민수는 자신의 과거에 기자들 때문에 시달린 기억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스리기 위하여 “힐링멘토”에 접속했다.

“힐링멘토”는 왜인지 조금 들뜬 분위기였다.

글을 하나씩 읽어본 민수의 표정이 점점 당황으로 물 들어가고 있었다.

“아니, 이 사람들이… 조언 왕 드디어 드라마 입성. 달려가자 조언 왕.. 아. 대체 이 사람들…”

자신의 데뷔 임박을 축하하는 사람들의 응원 글을 보니 민수는 그래도 마음이 조금 푸근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의 인터뷰를 본 회원들은 입을 모아 기자를 욕하고 있었다.

“우리 조언 왕이 그런 인터뷰를 할 리가 없어! 어 그런데… 도덕책에 남을 깎아내리는 글이 쓰여 있을 리가 없어? 이건 대체…”

그리고 말미에 민수 씨가 기사를 보고 마음 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조윤희 선생님의 댓글도 달려 있었다.

이제는 거의 자신의 소울메이트 같이 느껴지는 조윤희 선생님의 글을 보고 기분이 좋아진 민수는 바로 감사의 답글을 남겼고 자신을 이렇게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했다.

“이제 내일이 당장 대본 리딩이고 정말 촬영까지 며칠 안 남았어.”

스스로 기합을 넣은 민수는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그래서 마지막에 달린 조윤희의 글을 미쳐 확인하지 못했다.

[그래도 민수 씨가 데뷔한다는데 작은 선물이라도 준비해야겠어요. 뭐가 좋으려나…]

다음 날 민수는 몸에 기합을 넣고 대본리딩 현장으로 떠나려고 했다.

하지만 민수가 가장 갈 곳은 리딩 현장이 아니라 헤어샵이었다.

“우선 이쪽은 스타일리스트 겸 코디네이터 조수정 양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합류해서 정 배우님을 보조 할 것입니다.”

동원이 소개한 조수정은 단발에 작은 키를 가진 귀여운 여자였다.

“안녕하세요. 조수정이에요. 조.. 아니 정민수 배우님을 착실하게 보조하겠습니다.”

중간에 이상한 단어가 끼어든 듯한 기분이 약간 들었지만 민수는 스타일리스트까지 붙자 자신이 정말 연기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대본리딩 이지만 연기자들이 다 모이는 자리입니다.

좋은 첫인상은 무엇보다 중요하겠죠. 물론 배우님은 잘하시겠지만.”

태준이 다니는 샵에 들러 적당히 단정하게 꾸민 민수는 안경을 꺼내 쓰고는 대본 리딩현장으로 서서히 이동했다.

같은 시간 대본 리딩현장으로 움직이는 향하는 밴 안에서 대본과 기사들을 살펴보던 리온은 살짝 긴장된 표정으로 매니저에게 물었다.

“이거 대본 분량이 변한 게.. 서브남주가 그냥 남주2 처럼 돼버렸네. 그래 준성역이 정민수인가 이 사람이라고 했지?”

리온의 물음에 매니저는 천천히 설명했다.

“어, 맞아. 그 전에 네가 한다고 노래 불렀던 그 “서쪽 해변”에 윤 진 역할 했던 배우.

아직 정식으로 데뷔하진 않아서 자료나 그런 건 거의 없더라고.”

“아, 그 사람. 그래도 연기 진짜 잘하던데. 난 진짜 우울증 환자인 줄..”

리온의 말에 매니저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피디님이랑 작가님도 민수 씨 연기 잘한다고 하시더라.”

“그래? 정민수라.. 어라? 이거 봐라…”

민수에 대하여 뭐 정보가 있나 살펴보던 리온은 2일 전에 올라온 민수의 인터뷰 기사를 볼 수 있었다.

“와, 이 사람도 이런 부류였어? 형 이 사람 소속사가 어디야?”

리온의 물음에 매니저는 의아함을 느꼈지만 솔직하게 대답하여 주었다.

“그 사람 아마 윤 엔터인가 그럴걸. 그 왜 있잖아. 윤태준이 있는 소속사.”

태준의 이름이 나오자 리온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허.. 윤태준? 그럼 윤강철 선생님이 만들었다는 거기야? 아 딱 답 나오네.. 이거 어쩐다….”

리온이 심각하게 말하자 매니저는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리온에게 말한다.

“아니, 뭔데 혼자 그래? 왜 또 혼자 심각해?”

매니저의 채근에 리온은 흥분하며 자기 생각을 말하였다.

“아니 형도 이 기사 봤을 거 아냐? 이거 딱 보면 몰라? 연기자들 기 싸움은 가수랑은 달라.

가수는 그냥 연차하고 인기로 기 싸움 끝이지만 배우는 경력하고 연기로 싸운다고.

딱 인터뷰 한 거 보니까 나하고 기 싸움 하겠다는 건데 이거 한번 밀리면 촬영 내내 피곤하다고.

이거 무슨 대책을 내야겠어.”

리온이 혼자 흥분하여 외치자 매니저는 조용히 리온을 달랬다.

“아니, 그건 그냥 찌라시 기사 아니야? 거기에 무슨 그런 의미를 부여해?”

리온은 단순하게 생각하는 매니저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 보고는 설명을 덧붙였다.

“형 배우들은 진짜 다르다니까.

생각해봐. 내가 아무리 유명한 아이돌 가수라도 배우로서는 완전히 신인 아니야?

그런데 정민수인가 그 배우는 그래도 단역이지만 비중 있게 한번 브라운관에 나왔잖아.

배우로서는 내가 후배 라니까?

그런데 인기 좀 있다고 아이돌이 주연 딱하고 꿰찼는데 기분 안 나빠?

게다가 이 사람 딱 보니 연기도 좀 하겠다.

자존심은 또 얼마나 세겠어?

이거 그냥 방심하면 그냥 무시당한다니까? “

심각하게 분석하는 리온을 말을 들으니 왠지 매니저도 그럴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에 대하여는 문외한인 자신보다는 배우를 꿈꾸고 그쪽 세계사람들하고 친하게 지내는 리온의 말이 더 정확할 거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리온과 함께 매니저의 분위기도 점점 심각해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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