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흔한 배우 정민수-32화 (3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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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을 마치고 소속사로 돌아온 민수는 결과를 보고 하기 위하여 대표실을 방문했다.

윤 대표는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으며 민수를 반겨 줄 뿐이었다.

“그래, 반응들이 어떻더냐?”

오디션을 아무런 무리 없이 통과했다는 사실에 고무된 민수는 밝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좋은 거 같아요. 작가님도 피디님도 반겨주시는 분위기였고.

제 연기도 마음에 들어 하시는 거 같았어요.

윤 대표는 대답하는 민수의 표정을 보고 민수의 지금 기분을 바로 파악할 수 있었다.

“원 녀석, 오디션 하나 통과한 것 가지고 지나치게 업되 있구나.

지금 네 녀석 연기수준이면 그 정도 드라마에서는 모셔가야 맞는 일이거늘”

윤 대표의 말에도 민수의 표정은 바뀌지 않았다.

“하하, 대표님. 그건 제가 있다는 걸 상대방이 알아야 그런 거고요.

그래서 그걸 알리려고 제가 이렇게 드라마에 출연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민수의 자신감 있는 말에 윤 대표는 적지 않게 안심하고 있었다.

처음 민수를 보았을 때 그리고 계속 연습을 이어가는 시간 동안 민수는 항상 자신의 가능성을 의심하고 의심하는 만큼 더 집중해서 연기를 공부했다.

윤 대표의 입장에서는 연기연습에 집중하는 민수의 모습이 보기 좋기는 했지만 자기 자신을 의심하는 모습이 자신감의 부재로 이어질까 봐 다소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연기연습이 진행되고 민수의 연기실력이 일취월장하면서 민수는 조금씩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오디션을 보고 출연을 확정 지은 날 민수가 긴장하는 모습 대신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에 윤 대표는 마음속 깊이 매우 만족했다.

“그래, 출연료는 편당 100으로 결정되었다고. 그 정도면 아마 너에게 줄 수 있는 거의 맥시멈이라고 봐도 무방할 거야.”

윤 대표의 말에 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 같더라고요. 원래 신인배우 개런티가 50까지라고 들었거든요.”

민수의 말에 윤 대표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아니, 그런 건 또 어디서 들었느냐?

하여간 보면 이상하게 알지 못할 만한 건 많이 알고 있고 알만한 건 모르는 것도 많고 넌 참 재미있구나”

윤 대표에 말에 뜨끔한 민수는 웃음으로 얼버무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본 리딩이 며칠 남았으니 이제 대본 연구에 온 신경을 기울여야겠어요”

민수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윤 대표가 물었다.

“그런데 여주는 누구 하더냐?”

민수는 윤 대표의 질문에 순간 허를 찔린듯한 표정으로 윤 대표를 바라보았다.

“와… 그걸 못 물어보고 왔네요.

오디션 통과하기에만 급급해서 제일 중요한 것을 놓쳤네.

지금이라도 물어볼까요?”

민수의 반응을 본 윤 대표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민수를 잠시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됐다, 이 녀석아. 어차피 금방 알게 될 거. 네 연기에나 집중하거라.”

윤 대표의 타박을 들은 민수는 웃으며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 날 민수는 자신과 같이 촬영할 여주인공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바로 인터넷 기사를 통해서 말이다.

[SBC 월화 미니시리즈 Song For You 주연으로 이카루스의 리온. 이수연으로 확정]

[널 위한 노래 : Song For You 새로운 도전인가 무모한 시도인가.]

[이카루스의 리더 리온의 새로운 도전.]

역시 기사의 대부분은 리온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었다.

“하긴… 역시 그렇겠지.

당연히 무명의 신인 배우에게 관심 둬 줄 필요는 없을 테니까 말이야. 그나저나 여주인공이 이수연이라고? 이분은 누구지?”

민수는 이수연이라는 이름을 놓고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는 이 상황에 민수는 당황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전혀 기억이 안 난다고.? 무슨 말도 안 되는.

20대의 주연급 여배우가 몇이나 된다고.

저런 배우가 갑자기 생겨나서 갑자기 사라질 일도 없을 건데.

왜 기억이 안 나지.”

현생에서야 전혀 모를 수도 있겠지만 전생에서도 기억이 없다는 것에 민수는 조금 이상하게 생각했다.

20대 중반의 여배우라면 이제 막 창창하게 활동할 시기이니 앞으로 길면 10년 이상 연기 인생을 꾸려 갈 수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주연급이라고 자리매김한 배우가 갑자기 급이 낮아 질일 도 없으니 주연급으로 활동을 이어갔어야 정상인데 자신의 기억 속에 전혀 없다니.

“이분 혹시 갑자기 결혼해서 은퇴 하셨다든지. 그런 건가.”

민수는 우선 누군지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서 이수연에 대하여 자세히 검색했다.

“우선.. 87년생이네.. 나이는 27살인가? 나보다 2살 많네. 데뷔 년도.. 가.. 2006년.. 하이스쿨 시즌2 어 이거.. 윤배우 데뷔작이었던 거 같은데.. “

순간 이수연의 프로필 속에 사진을 바라본 민수는 이 배우가 누군지는 알 수 있었다.

“아, 이분이구나.. 하이스쿨에서 윤 배우 상대역으로 나왔던 여배우분..

이분 이름이 이수연이었구나.

전생에서는 이분이 활동했다는 이야기를 전혀 못 들었었는데..”

그렇게 이수연의 얼굴을 유심히 보던 민수는 그 얼굴이 제법 낯이 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어디서 뵌 분 같은데… 전생 아니라 현생에서 말이야. 어디서 봤지 이분을….”

민수는 미스터리를 푼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기억력을 총동원했다.

“아, 그래!”

무언가를 깨달은 민수는 서둘러 자료실로 이동하여 CD 한 장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민수는 자신의 방에서 CD를 재생했다.

CD의 영상을 살펴본 민수는 작게 탄성을 터트렸다.

“맞네, 이분. 윤 배우랑 일명 졸업 영상 찍은 분.. 가만있자, 이걸 여기서 찍었다는 건.. 이분 윤엔터에서 배우신 분 이란 건데…”

민수는 다시 이수연에 대한 자료들을 살펴보았다.

“지금 소속사는 RD 엔터 여기 아이돌을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대형기획사 아닌가.

배우분 들도 몸담고 있었구나.

이분은 윤엔테에서 RD로 옮기신 거구나.”

그리고 이수연이 해왔던 연기 그리고 CF 등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영상이 반복될수록 민수는 점점 찜찜한 기분을 느꼈다.

영상 속의 이수연은 항상 같은 이미지의 배역을 연기하고 있었다. 곱게 자란 아가씨, 혹은 단아한 요조숙녀.

그런 특정 배역을 연기하여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잘 어필 했는지 초반 3년 정도 동안 많은 CF를 촬영했었다.

CF 목록도 고급 주택. 가전제품. 화장품. 커피. 등등.

하지만 이수연의 연기는 시간이 지나도 항상 비슷했다.

자기복제 하듯이 판에 박힌 그녀의 연기는 마지막 1년 전의 작품에서는 결국 많은 혹평을 받았다.

변화 없는 배우, 한가지 역할밖에는 소화할 수 없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들으며 이수연의 인기는 그렇게 사그라들고 있었다.

민수는 영상을 보며 백옥같이 깨끗한 피부와 단아한 강아지상의 귀여운 얼굴형,

속쌍꺼풀 진 커다란 눈망울을 지닌 이 배우가 요조숙녀나 청순하고 단아한 배역에 참으로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같은 배역만 계속 맡다니… 이게 본인의 뜻이려나.. 소속사의 뜻이려나..”

그리고 마지막 연기하던 그녀의 모습에서 민수는 한가지 강하게 느낀 감정이 있었다.

“매너리즘… 저 배우는 지금 연기 자체를 지겨워 하고 있어..”

무슨 사정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민수가 느낀 이수연은 그 당시 연기에 대하여 열의를 완전히 잃었다.

“이상하네.. 분명 나랑 별반 상관은 없는데.. 아니 그래도 같이 촬영을 해야 하니 상관이 있으려나.. 괜히 자꾸 관심이 가네..”

그렇게 자꾸 이수연에 대한 관심이 커질 때 쯤 민수의 방문이 열리며 설아와 태준이 찾아 왔다.

“요, 정 배우 드디어 이제 데뷔 임박이라면서”

근래 촬영 막바지에 접어들어 바쁜 시간을 내던 태준이 오늘 모처럼 시간이 났는지 민수의 거처를 찾아 왔다.

민수는 태준을 바라보며 잘 되었다는 생각에 태준에게 물었다.

“아, 윤 배우 잘됐어. 물어볼게 하나 있는데 말이야.”

민수가 평소와는 달리 격하게 반겨주자 태준은 의아했지만 웃으며 민수의 말을 받았다.

“뭔데? 자, 이 윤태준이에게 다 물어보게나?”

너스레를 떠는 태준의 모습에 웃음 지으며 민수는 가볍게 질문했다.

“아, 별일은 아니고. 그 이수연 이라고.. 이번에 내 드라마에 주연 여배우인데…”

민수의 입에서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방실거리던 태준의 입가에서 미소가 조금씩 사라져갔다.

“아하하, 이수연 선배 말이지.. 아 참 나는 잘 모르겠는데…흠흠. 그럼 바쁜 일이 생겨서 말이야..”

난처한 듯 서둘러 자리를 떠나는 태준을 보며 민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뭐야, 저거.. 왜 저래?”

‘봐봐, 저러니 내가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지.’

그러고 보니 태준은 항상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는 저렇게 말을 안 하고 피하거나 아니면 그냥 쓰게 웃으며 은근슬쩍 넘어가는 행동을 몇 번이나 취해 왔었다.

지금 보니 그것들이 다 이수연이 연관되거나 관계가 있는 사항들이었나 보다.

설아는 태준의 모습을 어이없게 바라보다가 민수를 보며 대신 대답했다.

“그, 수연 언니는 윤 엔터에서 몇 년 동안이나 같이 연기 공부하던 언니예요.

그 전 너무 어려서 정확한 내막은 모르는데 데뷔하고 얼마 안 있다가 개인 사정으로 소속사를 옮겼다고만 알고 있어요.”

설아의 말에 민수는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런데 그게 저렇게 반응할 일은 아닌 거 같은데요.”

민수에 반응을 본 설아는 침울한 표정으로 설명을 덧붙었다.

“그러게 말이에요.

그런데 우리 집에서 수연 언니 이야기는 조금 금기사항이거든요. 저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요.

엄마도 그냥 어른의 사정이 있어. 라고 쓰게 웃기만 하시고요.”

설아의 설명에 민수는 더 알 수 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원…”

민수는 그냥 가볍게 생각했던 한 여배우의 이야기가 왠지 윤 엔터 속에 감추어진 큰 비밀을 알게 되는 것처럼 막막함을 느꼈다.

하지만 민수의 생각은 더 길게 이어지지 못하였다.

바로 이동원 매니저로부터 연락이 왔기 때문이다.

[정 배우님 이동원입니다]

언제나처럼 깍듯한 동원의 목소리에 민수는 작게 고소를 머금으며 대답했다.

‘이제는 좀 편하게 대하여도 될 텐데 말이야..’

“네, 이동원 매니저. 무슨 일 인가요.”

[우선 대본이 새로 도착하였고요. 그리고 당장 인터뷰 요청이 있습니다.]

인터뷰 요청이 있다는 말에 민수는 의문을 느끼며 동원에게 알았다며 금방 내려가겠다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인터뷰가 들어온 모양이에요. 설아 씨. 슬슬 내려가 봐야겠네요”

민수의 말에 설아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인터뷰가 이렇게 갑자기 결정되는 일도 있나 보네요”

민수는 설아의 말에 동의하며 말을 이었다.

“그러게요. 인터뷰 요청 자체가 처음이라… 어쨌든지 내려가 보죠”

동원이 있는 곳으로 이동한 민수는 우선 동원이 내미는 대본을 받아 보았다.

그리고 대본을 대충 훑어보고는 동원을 바라보았다.

“고마워요. 그런데 인터뷰라고요?”

동원은 민수를 보며 인터뷰에 대하여 설명했다.

“송포유에 합류하게 된 소감이나 정 배우님에 송포유에 대한 생각이나 각오에 대하여 취재하고 싶다고 하네요”

동원의 말을 들은 민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동원에게 물었다.

“그런데 인터뷰란 것이 보통 이렇게 촉박하게 들어오나요?”

동원은 민수를 바라보며 자신도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홍보팀에게 연락 온 취재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래요? 어디인가요? 인터뷰 장소가?”

동원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소속사 근처 카페에는 수첩을 든 한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민수가 다가가 가볍게 인사하자 기자는 민수를 위아래로 슬쩍 훑어 보더니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데일리 연예의 최준철 기자입니다.”

민수도 손을 내밀어 최준철 기자의 손을 잡았다.

“처음 뵙겠습니다. 배우 정민수라고 합니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자 자리에 앉은 최준철 기자는 날카로운 눈으로 민수를 바라보며 자신의 질문을 시작했다.

‘이거… 별로 느낌이 좋진 않은데’

기자에게서 별로 좋지 않은 느낌을 받은 민수는 최대한 조심하며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했다.

인터뷰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신인으로서 새롭게 연기를 시작하는 포부. 그리고 같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리온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민수는 기자의 질문에 평소에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바를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좋은 인터뷰 감사합니다. 기사로 쓸만한 내용이 제법 있겠네요”

웃으며 떠나가는 최준철 기자를 바라보며 민수는 왠지 모를 불쾌함에 기분이 어두워지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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