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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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는 여러 개의 대본을 살펴보았지만 한 개의 대본에 가장 끌리는 자신을 느꼈다.
“널 위한 노래. 부제는 (Song for You) 흠.. “
그 대본은 리온 주연에 민수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 대본이었다.
“아이돌이 2명에…. 작가는 첫 작품이고… 피디는 조우명 피디면.. 이분 원래 예능 하셨던 분이고 내가 이 드라마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걸 보면 크게 인기 있던 드라마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대본은 4회차분까지 나와 있었는데 내용 자체는 크게 특별한 점은 없었지만 아기자기하게 재미있는 부분이 있었다.
“연기만 제대로 들어가면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드라마인데. 내가 제일 자신 없는 로맨스도 거의 짝사랑이라 내가 특별히 신경 써야 할 부분도 없고 말이야.”
민수는 이 드라마가 점점 하고 싶어졌다.
“리온하고 은근히 인연이 있나. 하하 저번에는 리온 배역을 본의 아니게 빼앗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리온하고 연기하게 될지도 모른다니.
하지만 이거 결국 여주가 누구냐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는 있겠는데. 여주가 아직 미확정이니….
그래도 아이돌을 2명이나 썼는데 여주는 그래도 가능하면 안정적인 배우를 고르겠지?”
결정을 내린 민수는 대본을 들고 바로 대표실로 이동했다.
민수가 처음 대본을 받고 2일이 지난 날이었다.
민수가 내미는 대본을 살펴본 윤 대표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이걸 하겠다고? 주연을 하겠다는 건 아닐 테니 서브남주를 하겠다는 거겠구나. 흠… 그래도 데뷔작인데 조금 안정적인 작품을 하는 것이 어떻니?”
윤 대표가 우려를 표현하자 민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에이, 드라마가 안정적인 게 어디 있어요. 다 마찬가지죠. 사전제작 아닌 바에는 다 같은 거 아니겠어요?”
윤 대표는 민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긴 하다만, 그래도 중심을 잡아줄 배우가 하나 있으면 작품 촬영은 수월하지 않겠니. 이거 피디며 작가며 주연이며 상황이 너무 불안하지 않으냐는 말이야.”
민수는 윤 대표의 말에서 자신을 걱정하는 마음을 느끼고 가슴이 따듯해졌다.
“대표님, 좋은 말씀인데 제작이 안정적인 작품에서 저 같은 무명배우를 비중 있는 배역에 넣을 수 있겠어요?
제가 실력이 받쳐 준다고 해도 그건 좀 어려울 거 같은데.
처음은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 곳에서 마음 편하게 연기해 보고 싶어요”
윤 대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전화기를 들었다.
“그래, 네가 그런 마음이라면 그렇게 하자”
[여보세요. 이진명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CP님. 저 윤강철입니다.”
[아이고, 윤 대표님 오랜만이에요. 이거 대표직으로 계신다고 너무 오랫동안 은거해 계시는 거 아닙니까?]
“하하하, 그렇게 되었네요. 그 이번에 SBC에서 들어가게 되는 송포유 라는 드라마 있죠? 그거 캐스팅 마무리되었나요?”
[아 ,그거요. 아직입니다. 지금 서브남주 하나 놓고 피디랑 작가가 고민 중 일겁니다.]
“아, 그래요? 잘되었군요. 그럼 배역에 배우 하나 보실 생각 없으신가 해서요. 배역 달라는 것이 아니라 한번 피디님이랑 작가님이 마음에 드실지 인사드리고 오디션만이라도 보게 해 주십사 연락 드렸습니다.”
[아? 윤 대표님이 소개해 주실만 한 배우가 있나요?]
“아아, 이번에 저희 소속사에서 새롭게 연습한 배우입니다. 연기를 곧 잘하니 아마 마음에 드실 겁니다.”
[아.. 윤 엔터에 신인배우요. 흠…..아 그런데 저..]
이진명 CP가 잠시 머뭇거리는 모양새를 취하자 윤 대표는 약간의 의구심을 느꼈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확정된 배우가 있다든지요”
윤 대표가 슬쩍 찔러보자 CP의 목소리가 급해졌다.
[아닙니다. 그 배역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그럼 오늘 혹시 시간 되시면 배우를 보내주시겠습니까?
피디랑 작가랑 미팅을 한번 해봐야겠습니다.
시간이 넉넉하지 못해 가능하면 빨리 결정을 해야 할 처지라서요.]
“하하하, 그러죠. 그럼 지금 바로 출발시키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윤 대표는 민수를 바라보았다.
“그래, 한번 가서 만나봐. 꼭 그거 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너무 저자세로 있다가 오진 말고. 알았지?”
걱정하는 윤 대표의 모습을 본 민수는 작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네, 다녀올게요”
민수는 소품실에 들러 알 없는 안경 한 개를 꺼내 들고 자신의 차량에 몸을 실었다.
SBC 드라마국 회의실 한쪽에서는 이진명 CP와 조우명 PD 그리고 이번에 첫 작품을 집필한 서주영 작가가 남은 배역의 캐스팅에 대하여 논의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윤 엔터에서 준성 역에 자기네 배우를 넣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고요?”
반가워하는 우명의 표정으로 보며 진명도 웃으며 대답했다.
“어, 방금 윤 대표한테 연락 왔어.
완전 들러리 드라마 될 뻔했는데 어쩌면 생각보다 괜찮을 수도 있겠어”
진명의 말에 주영은 작게 인상쓰며 반박했다.
“CP님 들러리라니요. 리온이도 그렇고 진주도 그렇고 연기 잘한다니까요.
초반에 분명 노이즈가 있겠지만 첫 화만 나가도 안티가 다 팬으로 돌변할걸요.
이번 드라마의 일등 공신은 이수연도 아니고 새로 온다는 배우도 아니고 리온이 일 거라고요.”
불타는 주영을 바라보며 우명은 못 말리겠다는 표정으로 달래기 시작했다.
“그럼요, 믿지요. 작가님이 믿는 리온 저도 믿고 있어요.
하지만 감정적으로는 조금 불안한 게 사실이에요.
그래서 조금 단단한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를 찾고 있었는데 가능성이 이렇게 딱! 열린 거죠.
어쨌든 좋은 일이니 마음이 조금 놓이네요”
새로 온다는 배우를 보지도 않고 신뢰를 표하는 우명을 보며 주영은 의구심을 느꼈다.
“아니, 그래도 배우를 보지도 않고 그렇게 기대하고 계세요? 완전 별로면 어쩌시려고?”
주영의 타박에 진명은 웃음 지으며 대답했다.
“아, 서 작가는 잘 모를 수도 있겠네. 윤 엔터의 대표가 그 레전드의 윤강철이야. 그 양반이 연기도 기가 막히지만, 연기에 대한 기준이 더 기가 막히거든.
지금 날아다니는 윤태준도 윤강철한테 어마어마하게 깨지면서 배웠다지?
그 양반은 아마 신인의 연기가 맘에 안 들었으면 오디션을 보게 해달라고 말하지도 않았을 거야.”
“어머.. 레전드의 윤강철…”
주영이 감탄하는 사이 진명의 말을 듣던 우명은 어떤 것이 떠오른 듯 인상을 조금 쓰더니 진명에서 작게 물었다.
“저, CP님 그런데 혹시 별문제는 없을까요?
이수연이가 예전에 윤 엔터에 몸담았었다는 거 이 바닥에서 연식 좀 있는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 아닙니까?
서로 감정이 좀 안 좋을 수도 있을 거 같은데요.”
우명의 말에 진명은 별문제 아니라는 듯 가볍게 대꾸했다.
“나도 혹시나 해서 윤 대표한테는 말을 좀 아끼긴 했는데. 지금 우리가 그런 거 따질 입장은 아니잖아?
이제 당장 촬영에 들어갈 시간이 다가오는데 마땅히 하겠다는 배우는 몇 없고.
하겠다는 배우들은 다 마음에 안 들고.
윤 대표도 이수연이도 둘 다 프로야.
우선 계약부터 하자고.
계약 마치면 뒷말 나오지 않을 거니까.”
진명이 확언하자 우명은 안심한 듯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이수연이도 걱정은 걱정이네요.
매너리즘에 빠져서 방송 안 나온 지도 1년 넘지 않았어요?
덕분에 이미지나 브랜드파워도 많이 떨어졌고요.”
진명은 주영의 걱정스러운 태도를 안심시키려는 듯 너그러운 목소리로 달랬다.
“서 작가 너무 걱정하지마. 이수연이 뒷말 돌아다닌 게 벌써 한두 해가 아니야.
그래도 사생활 문제는 아닌 데다가.
이수연이 드라마 복귀작이라고 간판 내걸 수도 있고.
떨어진 브랜드파워 때문에 계약도 저렴하게 했으니 이수연이가 보통연기만 해줘도 우린 이익이잖아.
당장 이수연만큼 유명한 배우를 찾기도 불가능하니까.
서 작가 말대로 우리 드라마의 힘은 리온이니까 다른 배우들은 보통만 해줘도 이슈 몰이는 충분히 할 수 있어”
그렇게 이런 저런 토론을 하고 있던 3인이 있는 회의실
회의실의 문이 열리면서 건장한 두 남자가 들어 왔다.
훤칠한 키에 냉정한 눈빛은 날카롭게 빛났고. 단정한 옷맵시는 몸의 단단한 라인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었다.
특별히 화장하지 않은 얼굴의 피부는 잡티조차 찾을 수 없게 선명했고. 그 위에 걸친 안경 하나가 지적인 느낌을 배가시키고 있었다.
회의실에 있던 세 사람은 순간 몇 초 동안 그 남자를 망하니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저.. 안녕하세요. 윤 엔터 신인배우 정민수라고 합니다. 준성 역의 오디션을 보기 위해 찾아 왔습니다”
민수가 꾸벅 고개를 숙이자 정신이 든 진명은 웃으며 민수를 반겨 주었다.
“아, 반가워요. 이번 드라마를 총책임 지고 있는 CP 이진명이에요.
생각보다 훤칠한 모습에 제가 잠시 넋을 놓고 보고 있었어요. 미안해요”
진명이 웃으며 사과하자 민수는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저었다.
“과찬이십니다. 훤칠하긴요.”
겸양하는 민수의 모습을 보던 서주영 작가는 자신이 민수를 딱 보았을 때 궁금하게 느낀 것을 묻기 시작했다.
“그 안경은 혹시 소품인가요?”
주영의 질문에 민수는 주억거리며 대답했다.
“네, 제가 그렇게 지적으로 생긴 것은 아니라서요.
준성은 다소 냉정하고 프로페셔널 한 태도를 가지고 있고 가장 기본적으로는 지적인 느낌이 충만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제 모습에서 지적인 느낌을 조금 강조하고 싶다는 생각에 안경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
민수의 설명을 들은 주영의 고개가 자연히 끄덕여졌다.
“좋네요. 제가 생각했던 준성이랑 비슷한 이미지에요. 다만.. “
단서를 다는 주영의 모습을 본 민수는 잠시 긴장감이 몸에 엄습함을 느끼며 주영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제가 생각한 준성보다 너무 잘생겼어요. 아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만약 민수 씨가 우리의 준성이 된다면 로맨스.
로맨스를 더 넣어야겠어요.
저런 얼굴을 한 배우가 로맨스가 없다니 작가로서의 수치에요”
주영은 흥분한 듯 팬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한탄했다.
생각하지 못한 주영의 말과 행동에 당황한 민수는 침착하게 마음을 달래며 주영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자, 외모는 매우 마음에 드네요
그럼 연기하는 모습을 잠시 볼 수 있을까요?”
우명의 말에 민수는 잠시 집중하듯 눈을 감고는 한숨을 쉬고 눈을 뜨고 자신이 생각한 준성의 모습을 연기하기 시작했다.
민수의 표정이 시시각각으로 바뀌며 몇 개의 씬을 연기하자 민수의 연기를 자세히 보고 있던 세 사람의 표정이 점점 환해졌다.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작가 주영. 강한 눈빛을 보내며 자신을 바라보는 피디 주명의 얼굴을 보던 CP이진명은 피식 웃으면서 민수에게 말을 건넸다.
“아주 좋아요. 잘 봤습니다. 기다릴 것 없이 바로 계약했으면 좋겠는데요.
다만 민수 씨가 준 주연이라고 할지라도 민수 씨의 경력이나 유명세가 없어서 방송국 기준 개런티 밖에 드릴 수가 없어요.
이점을 이해해 주시길 바라요.”
진명이 말에 민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CP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민수는 그 자리에서 바로 사인을 마치고 기분 좋은 마음으로 소속사를 향해 출발했다.
민수가 떠나자 주영은 잠시 환호성을 질렀다.
“와! 건졌어! 오호호호..구상이 떠올라!. 후후후”
환호성을 터트리는 주영의 모습에 우명은 주영을 진정시키며 말을 건넸다.
“서 작가 진정해요.”
자신을 말리는 우명의 모습을 본 주영은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
“이건 더블 더블로 가야 해요.
저 민수 씨랑 리온이랑 딱 하고 카메라에 투 샷으로 담기면서 멋있는 표정 딱 짓기만 해도 여자들이 채널을 못 돌릴 거에요.”
그런 주영의 모습이 어이가 없어 우명은 주영에게 넌지시 물었다.
“아니, 잘생기긴 했지만, 작가가 그렇게 환호할 정도예요?”
우명의 말에 주영은 진명을 잠시 한심스럽게 쳐다보고는 날카로운 어조로 대답했다.
“PD님! 저건 그냥 잘생긴 게 아니에요.
3번째 씬 할 때 표정 못 보셨어요.
그냥 날카로운 연기 할 때는 날 선 차도남이지만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할 때는 안아주고 싶은 애정결핍남 이라고요.
그런 갭! 그런 갭에 여자들이 아주 정신을 못 차린 다니까요.”
우명은 정확히 주영의 말을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어째거나 마음에 든다는 것으로 알아듣고는 작게나마 마음을 놓았다.
진명도 한고비를 넘긴 기분으로 우명에게 지시했다.
“이제 캐스팅 완료되었으니까 되도록 빠르게 언론에 자료 돌리고 촬영 준비도 마무리 해 주세요”
이렇게 널 위한 노래 : Song For You 의 촬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단계에 접어들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