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흔한 배우 정민수-29화 (29/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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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윤 대표가 생각했던 그 커뮤니티 “힐링멘토”는 지금 민수의 이야기로 도배가 되어있었다.

정말 감사한 결단이었다. 조언 왕 참 멋있다. 등의 찬사부터.

도대체 왜 그랬을까? 돈이 많은 사람일까? 조언 왕의 정체는 뭐냐? 자신이 선행한 이유에 대한 판단까지 자신의 내용이 도배되어있는 커뮤니티를 바라보며 민수는 이 사태를 어찌 해결할까 고민하게 되었다.

글의 살펴보니 이야기의 발단은 최봉식 선생님이었는데 조언 왕 정민수 씨가 이혜민 양의 수술비 일체를 부담하기로 했다. 그러니 고민하던 회원님들은 안심하라는 글이 이야기의 시초였다.

“그 아이 이름이 이혜민이었구나. 게다가 저놈의 조언 왕은 참…”

아이의 생명을 구하는 것 이외에 다른 것에 대하여는 의미를 두고 싶어 하지 않았던 민수는 그 아이의 이름조차 미리 알려고 하지 않았었는데 치료비를 지급한 후 인제야 의식하지 않으려 했던 그 아이의 이름이 이혜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붙은 자신의 별명에 한숨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현재 “힐링멘토” 내에서 왕이란 별명을 달고 있는 사람은 민수까지 단 3명이었다.

타인의 글에 항상 근심•걱정 가득한 댓글을 달아서 경각심을 깨워주는(?) 근심 왕.

그래도 근심 왕이 미움을 받지 않는 것은 그 근심이 비아냥이 아니라 진짜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 근심대로 일이 흘러가 근심 왕의 댓글을 보고 혹시나 했던 사람이 사고를 미리 예방한 일이 있어서 그때부터 “근심 왕” 이라는 확실한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그리고 “공감 왕” 이분은 그냥 모든 일을 자기 일인 냥같이 즐거워하고 같이 걱정하고 하는 댓글을 주로 달았는데 워낙 극적으로 반응해주고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모든 이야기에 댓글을 달아서

그런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그 다음이 이제 “조언 왕” 민수였는데 민수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다른 사람에 고민에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뿐 이었는데 민수의 말을 듣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한 사람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면서 “조언 왕” 이라는 별명을 가지게 되었다.

“기가 막히지만.. 그래도 내 생각을 사람들에게 알리기는 해야겠네.

안 그러면 저 사람들 이 이야기를 가지고 오만 가지 상상을 다 하겠지?”

잠깐 생각을 정리한 민수는 최대한 담담한 어조로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남기기 시작했다.

남매가 부모를 잃은 그 사고로 자신도 양친을 모두 잃었고 지금 내가 사용한 그 돈이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사망보험금이었다.

자신은 아직 특별한 수입이 없는 배우 지망생이지만 당분간 특별한 지출은 없어서 그렇게 사용하게 되었다.

만약 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하더라도 알고 계신다면 분명 그 남매를 도우려고 하셨을 것이니 자신이 그 돈을 쓴 것에 대하여 아무 후회도 없다.

그러니 부디 그 돈으로 한 아이가 새 생명을 얻고 행복하게 살기 만을 바랄 뿐이다.

그렇게 남에게 마음 편히 하지 못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적은 민수는 왠지 자신을 억누르던 짐을 하나 벗어 던진 기분을 느꼈다.

아마도 그 돈은 단순한 돈이 아니라 민수가 지고 있던 아버지에 대한 업보가 아니었을까.

민수의 글은 “힐링멘토”사람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가장 많은 글은 역시 민수를 칭찬하고 격려하는 글이었다.

“배우 지망생이라니 꼭 성공해서 브라운관이나 극장 상영관에서 보았으면 좋겠다. 감사한 말씀이네..

은혜를 베푼 만큼 복을 받았으면 좋겠다. 이미 복은 많이 받은 거 같은데.

조언 왕 당신은 도덕책. 뭐야 이건? 대체 무슨 뜻이지?”

민수가 이해 못 할 글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민수를 축복하는 말들은 민수도 기분 좋게 바라보았다.

“혹시, “서쪽 해변”의 1화에 나온 화상 남이 조언 왕님 맞으신가요? 허.. 이걸 어떻게 아셨대? 방송국 쪽에 지인이 있으신 분인가?”

예상치 못하게 자신을 알아본 댓글에 민수는 쿨하게 자신이 맞다고 답하고 앞으로도 많은 관심 보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인사를 덧붙였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는 동안 민수는 혜민이의 치료과정에 대하여 소식을 접할 수가 있었다.

우선 최봉식 선생님은 다소 촌스러운 이름과는 달리 정말 대단한 분이셨나 보다.

심장이 약해서 비행기를 탈 수 없는 혜민이를 위해 선생님이 가장 먼저 한 조치는 바로 홉킨스 의료진 일부와 치료 기계를 한국으로 빌려오는 일이었다.

그 말을 들은 민수는 대체 그게 가능한 일인가에 대하여 의문을 가졌지만 최봉식 선생님은 그걸 가능하게 만들었다.

민수는 어쩐지 돈이 많이 든다 했더니 그걸 가능하게 만드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미국에서 치료를 받는다면 의료비가 워낙 비싸니 거의 같은 비용이 들었으리라.

하여튼 그런 말도 안 되는 과정을 거친 최봉식 선생님은 자신이 직접 집도하여 혜민이를 치료해 버리셨다.

써전이 받는 수당은 당연히 0으로 쿨하게 계산하신 최봉식 선생님은 이번 수술을 근거로 의료기기의 필요성을 병원에 주장하고 결국 미국에서 대여한 기기와 같은 기기를 사들여 삼정의료원에 비치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최봉식 선생님은 나에게 혜민이의 케이스가 좋은 예시가 되어서 값비싼 의료기기를 한국에 유치 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는 어린아이들이 보다 싸게 심장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감사해하셨다.

“아니, 그전에 홉킨스에서 기계를 빌려오고 그걸 가지고 수술에 성공하고 그 기세를 타고 기계를 사들이게 하시다니.. 무슨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슈퍼닥터 신데…. 나보다 선생님이 혜민의 에게 더 큰 도움을 준 것 같다만…”

그런 과정을 거치며 어쨌거나 혜민이는 조금씩 건강해 지고 있나 보다.

그리고 그러던 중 민수는 윤 대표의 호출을 받고 식당으로 내려갔다.

“대체.. 웬 식당으로 오라고 하셨지?”

식당에 내려간 민수는 테이블에 차려진 갖가지 음식과 윤 엔터 식구들 그리고 처음 보는 할머님 한 분과 인상이 거친 남자 하나를 발견 할 수 있었다.

민수가 당황할 틈조차 주지 않고 달려와 민수의 양팔을 다잡은 두 노소는 민수의 팔을 잡아 흔들며 눈물을 흘렸다.

“아이고.. 고마워요. 젊은 양반.. 흐흑흑.”

“헝~ 감사합니다. 평생 형님으로 섬기겠습니다…헝..헝..”

민수는 두 사람의 행동만 봐도 두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아이고… 윤 대표님 이시구만..’

민수는 아마 윤 대표님이 전셋집을 저 두 사람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위치가 알려졌을 거라 생각되었다.

“아..그 우선 진정부터 하시고.. 할머님 우선 전 저 녀석이랑 대화를 좀 해야겠습니다.”

할머님과 대화할 자신이 없었던 민수는 우선 급하게 남자를 끌고 한쪽 구석으로 이동했다.

이제 나이 19살이라는 아직 울고 있는 남자를 보니 민수는 조금 가슴이 짠해 짐을 느꼈다.

‘후… 내가 부모님이 돌아가신 게 저 나이 때였는데 저 녀석은 벌써 부모님을 잃어버린 지 6년이라니..’

그렇게 봐서 그런지 남자는 같은 나이 때의 다른 아이보다 더 나이가 들어 보였다.

“후.. 우선 울음부터 그쳐요.”

민수의 말에 남자는 애써 울음을 추슬렀다.

“죄송합니다. 혜민이 오빠 되는 이준수라고 합니다.

더 빨리 인사드리러 왔어야 했는데 혜민이 수술에 정신이 없어서 인제야 인사드리러 오게 되었습니다”

꾸벅하고 고개를 숙이는 준수를 보며 민수는 측은하게 바라보았다.

“그래요. 그건 상관없어요. 혜민이 수술도 잘되었다니 축하해요.

굳이 이렇게 인사하러 오지 않으셔도 되었는데..”

민수가 말을 흘리자 준수는 무슨 소리냐며 진지하게 외쳤다.

“그런.. 어떻게 그런 금수만도 못한 짓을 할 수 있겠습니까.

동생의 생명을 지켜주셨는데.”

준수는 동생이 죽었으면 자신도 죽었을 거라며 격하게 감사해했다.

좋은 마음으로 도와준 것은 맞지만 이렇게 직접 찾아와서 계속 감사하자 민수는 조금 무안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면서 과연 이 아이가 자신의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을지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저.. 미안한데.. 이제 앞으로 어쩔 생각이에요?”

민수에 말에 준수는 쓰게 웃으며 당장은 생각한 바가 없어서 이제부터 고민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민수가 걱정되어서 그럼 머가 가장 하고 싶은지 물었는데 그 물음에 준수는 예전에 작은 공모전에 글을 써 입상을 경력이 있다고 하면서 나중에라도 꼭 글을 쓰고 싶다는 말을 하였다.

‘허.. 작가라 그거 당장 생계에 도움이 안 될 터인데…’

준수의 모습을 바라보는 민수의 눈은 걱정으로 물들어갔다.

민수가 걱정스럽게 준수에 대하여 이것저것 물으며 호구조사를 하고 있는 사이 윤엔 터의 식구들은 할머니가 차려오신 음식들을 즐겁게 흡입하고 있었다.

윤 엔터 식구들은 음식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맛깔스러운 맛에 감탄하며 지금껏 자신들이 식당에서 먹어온 식사에 대하여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

“와.. 진짜 맛있네.. 지금껏 내가 먹은 음식은 음식이 아니었어.”

분명 조미료의 다소 텁텁한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데도 음식의 맛이 너무 산뜻하게 살아있었다.

“분명 우리 이지영 조리장이 말하길 우리 음식이 밍밍한 것은 조미료가 안 들어가서 그런 것이라고 했었는데.. “

직원들이 그렇게 수군거리는 모습을 보며 윤 대표는 잠시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저 어르신, 이제 어르신 몸도 좋아지셨는데 앞으로는 어쩌실 생각입니까?”

윤 대표가 이혜민의 할머니 되시는 김복자 여사에게 넌지시 묻자 김복자 여사는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이제 뭐라도 해야 저 떡두꺼비 같은 녀석하고 토끼 같은 혜민이를 먹여 살릴 것인데…”

김복자 여사에게 아무런 계획이 없다는 말을 들은 윤 대표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저.. 흠흠. 그러면 어르신 마땅히 다른 일이 없으시다면 잠시 소일거리로라도 여기 오셔서 이런 음식을 해주시면 어떻겠습니까?

점심 한 끼만 해주시면 되는데요. 그 보수는 이 정도. 그리고 정식 직원으로 사대보험 보장되시고요.”

윤 대표가 김복자 여사에게 설명하자 생각보다 높은 보수에 김복자 여사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리고 뒤이어 다가온 민 여사가 김복자 여사의 귀에 대로 머라고 속삭였고 김복자 여사의 동공은 사정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김복자 여사가 고개를 사정없이 끄덕이며 윤 대표의 손을 굳게 맞잡는 순간 민수가 준수를 데리고 식사 대열에 합류했다.

윤 대표가 기쁘게 웃으며 김 여사의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이 의아한 민수는 옆에 설아에게 이 상황에 대하여 물었다.

“뭐야? 대체 무슨 일이야 이건.”

민수의 어리둥절한 표정에 설아는 웃으면서 설명해 주었다.

“오빠, 이거 진짜 맛있어요. 저 할머님이 이제 우리 회사 식당에서 밥 만들어 주신대요.”

설아의 설명에 민수는 김 여사가 해온 음식 중에 가장 인상적인 외형을 한 돼지고기 된장 구이 를 하나 집어 맛을 보았다.

돼지고기에 된장의 향이 은은하게 스며든 것이 정말 감탄 나오는 맛이었다.

미각이 예리하지 못하여 무던한 입맛이라고 생각했던 민수도 새삼스레 사람들이 왜 미식에 관심이 많은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와.. 진짜 맛있네. 혀에 착 달라붙는다는 것이 이런 건가?”

‘잘 되었다.

저 녀석이 생각보다 생활력이 안 보여서 정 안되면 억지로라도 군대에 보낼까도 생각했는데 어르신이 정식으로 이곳에서 일하신다는 녀석이 자기 일을 알아볼 정도의 시간은 벌 수 있겠구나.’

모든 일이 잘 풀리는 것 같은 기분에 웃음이 날 거 같은 기분의 민수는 다시 음식을 집어 먹으며 문득 걱정이 들었다.

‘설마 사람들의 반응에 이지영 조리사가 마음 상하진 않겠지..?’

사람들의 격한 반응에 이지영 조리사가 자존심에 상처 입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어 슬며시 이지영 조리사 쪽을 쳐다본 민수는 다른 누구보다도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애타는 눈으로 김 여사를 바라보는 이지영 조리사에, 모습에 허탈한 탄성을 뱉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모두의 환영을 받으며 김복자 여사는 윤엔테의 식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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