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흔한 배우 정민수-28화 (28/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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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의 예상대로 20분이 지나지 않은 시간에 삼정의료원에 도착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병원 내 휴식공간에서 전문의 최봉식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민수는 바로 봉식에게 자기 생각을 말하였다.

“저.. 선생님 우선 치료비는 제가 대겠습니다. 그 아이의 수술을 알아봐 주실 수 있을까요?”

민수의 말을 들은 봉식은 매우 놀라며 대답했다.

“아니, 그 큰 비용을 조언 왕님이 혼자서 감당하신다고요?”

봉식을 보며 민수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 네. 그건 그런데 밖에서 조언 왕이란 이름은 좀…”

봉식은 민수의 반응으로 보며 허허하며 웃었다.

“아.. 죄송합니다. 입에 익어서.. 어쨌든 민수씨가 전액 부담하신다는 건가요?”

봉식의 말에 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허… 이거 참.. 어쨌든 신중히 생각하고 판단하신 것이 맞겠죠?”

봉식에 질문에 민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요. 선생님 그럼 죄송하지만, 그 과정을 선생님이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민수의 말에 봉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입니다. 저도 그 남매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파서..”

민수는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봉식에게 계속 말했다.

“그럼 금액의 지급은 힐링멘토 계좌 쪽으로 바로 입금하겠습니다.

예상 잡으신 금액 2억2천만 원 전액이고요.

혹시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되면 따로 저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십시오”

“아이고…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합니다. 저도 바로 존스 홉킨스 쪽으로 연락하겠습니다.

가능하면 빠르게 수술 할 수 있게요.”

봉식이 한숨 놓았다는 듯 환하게 웃자 민수는 봉식에게 물었다.

“저.. 선생님 그런데 그 할머님 수술은 어떻게 잘 해결되었나요.?”

봉식은 계속 웃음 지으며 민수에게 대답했다.

“네. 할머님은 지금 수술을 마치고 순조롭게 회복 중이십니다. 아마 일어나시면 입원 전보다 훨씬 더 편하게 보행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봉식의 말에 민수도 웃음 지었다.

“정말 다행이군요. 정말 다행이에요..”

“저.. 이왕에 오셨는데 한번 만나 보고 가시죠. 지금은 면회 가능 시간이라 잠시라면 만나고 가실 수 있는데..”

권하는 봉식의 말에 민수는 잠시 생각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만나는 건 그렇고 그냥 먼발치에서 한번 보기만 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민수의 말에 봉식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민수를 안내했다.

병실에 도착한 봉식은 민수를 세워놓고 병실 안으로 들어가 한 여자아이와 대화를 나눈다.

“이제 8살이라고 했는데.. 작네.. 6살 정도로 밖에 안 보여.”

파리한 낯빛의 소녀는 애써 웃으면서 고통을 참고 그렇게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었다.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는데도 민수는 저 소녀가 지금 얼마나 큰 고통을 견뎌내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미묘하게 찡그린 인상, 그러나 억지로라도 웃는 얼굴, 불규칙하게 오르내리는 가슴이 말해주는 불규칙한 호흡은 숨 쉬는 것조차 조금씩 고통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민수는 느낄 수 있었다.

저 소녀가 그런 계속되는 고통 속에서 저렇게 억지로 웃고 있는 것은 아마 자신의 가족들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리라.

아니면 그냥 포기하고 차라리 편하게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던지.

특정한 환경에서 아이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철이 든다고 한다.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빠르게 철이 들어 보이는 저 소녀의 모습에 민수는 조금씩 가슴이 미어져 왔다.

민수는 아이를 그렇게 잠시 바라보고는 아무 말 없이 뒤돌아 밖으로 나섰다.

밖으로 나선 민수는 바로 은행으로 가 자신의 전 남은 재산 대부분을 이체하고는 다시 자신의 소속사로 출발했다.

그런 민수를 동원은 미묘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소속사로 돌아온 민수는 바로 윤 대표의 호출을 받았다.

윤 대표는 민수가 자리에 앉자마자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민수를 바라보았다.

“대체 너, 무슨 짓을 하면서 돌아다닌 거냐?”

동원에게 대충의 경위를 전달받은 윤 대표는 기가 막혀 민수에게 물었다.

“끙, 대체.. 왜 그런 거냐? 너랑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 아니냐.”

윤 대표의 말에 민수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글쎄요. 왜 그랬을까요.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네요.

하지만 확실한 것만 말하자면. 음.. 그냥 제가 그러고 싶었어요.

다른 것은 다 그냥 부수적인 이유고. 가장 큰 이유는 제가 그러고 싶었다는 거.

그리고 그건 대표님 덕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민수의 말이 의외였던 윤 대표는 눈을 크게 뜨며 민수에게 다시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 내 덕분이라니.”

민수는 키득 하고 웃으며 윤 대표에게 대답했다.

“제가 여기 온 지가 벌써 3달이나 지났네요.

그런데 제 지출이 휴대폰 사용료를 제외하고는 0원이에요.

먹여주고 재워주고 하셔서 제가 돈 쓸 일이 없네요.

그리고 앞으로도 더 묵어도 된다고 하시니.

제가 안심하고 지를 수 있지 않았겠어요?”

민수의 말에 윤 대표는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아까 물어본 게냐? 1~2년 더 살아도 되냐고? 참 기가 막히는구나.”

잠깐 허탈한 웃음을 보이던 윤 대표는 민수에게 다시 말했다.

“그래도 뒤처리는 어설프구나. 녀석아.

그 아이 수술 받은 후에도 당분간은 주기적으로 점검을 받아야 한다는데 지방에서 어떻게 여기까지 주기적으로 다니겠느냐?

몸도 성치 않은 아이가.”

윤 대표의 타박에 민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건 제 능력 밖의 일이니 제가 어떻게 해줄 수는 없죠.

그저 뒤에 일이 잘 풀리길 기대하는 수밖에.”

민수가 쿨하게 대답하자 윤 대표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참 종잡을 수가 없구나.

그래서 내가 삼정의료원 근처에 아파트 하나를 전세로 계약해 놨다.

일단 그곳에서 그 가족이 살 수 있게 조치를 취할 테니깐 이젠 넌 너의 일에만 집중 하도록 해라.”

윤 대표의 말에 민수의 눈이 크게 떠진다.

“아니, 윤 대표님이야 말로 전혀 상관없는 일이잖아요.

게다가 그 일을 그렇게 빨리 진행되었다고요?

대체 어떻게 알고 일 처리를 그렇게 바로..”

민수의 말에 윤 대표는 한숨을 쉬었다.

“동원이한테 연락받고 바로 알아보고 조치 시작한 거야.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남아도는 건 인력밖에 없다고.

그리고 네가 상관하기 전에는 나랑 무관한 일이었지.

네가 상관한 이후로는 그건 우리 일이나 마찬가지다.

네가 연기에 집중할 수 있게 모든 일을 관리해주고 도와주는 것이 소속사가 해야 할 일이고.

전세금이야 나중에 빼면 다시 돌아오는 거라 크게 손실도 없어.

어쨌든 그렇게 알고 이제 거기에 대하여는 신경 쓰지 말고 너의 일에 집중하자.”

윤 대표의 넉넉한 인심(?)에 감탄하며 민수는 고개를 숙이고 나왔다.

자신의 방에 도착한 민수는 침대에 누워 생각에 잠겼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남긴 그 돈으로 하나의 생명을 구한다…라.

내가 번 돈도 적지 않게 들어갔지만 그 돈보다는 아버지가 남긴 돈이 의미가 크지…”

전생의 민수는 자신의 죽을 때까지 아버지가 남긴 보험금을 쓰지 않았다.

아니 쓰지 못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자신이 어려워서 많은 수의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그 돈만은 손대지 않았다.

“내 마음 한편에서 만약 그 돈마저 사라진다면 이제 영원히 아버지란 존재를 반추할 매개체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지.”

거기까지 생각한 민수는 문득 회귀할 때 예술의 신이 한 말이 떠올랐다.

“내가 돌아와서 변하게 되는 다른 사람들의 인생은 그냥 그 사람의 팔자라고 생각하라고 했던가.

난 그 소녀에게 좋은 인연이 되어 준 것인가….. 전생의 그 소녀는 과연 무사히 수술을 받고 잘 살았을까..

아니면 그냥 그렇게 고통받으며 죽어 갔을까..”

민수는 자신의 행동이 비록 영리한 행동은 되지 못할지 언정 틀린 행동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특히 그 소녀의 모습을 보니 자신의 돈이 아깝지 않았다.

“어차피 죽을 때까지 쥐고 쓰지도 못할 돈.

아마 그 돈을 그보다 더 값지게 쓸 수는 없을 거야.

그리고.. 이제 아버지를 생각하고 싶을 때는 그 아이를 떠올리면 되겠구나.

아버지가 살린 그 아이..”

민수는 진심으로 오늘의 하루가 보람차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윤 대표의 집 퇴근한 윤 대표를 민 여사가 반갑게 맞이한다.

“어머~달링 이제 와요~”

웃으며 맞이하는 아름다운 민 여사의 얼굴을 바라보는 윤 대표의 표정은 한껏 정답다.

“그래. 아리야. 오늘도 별일은 없었지?”

회사 내에서는 딱딱한 호칭을 사용하던 이 부부는 집에서는 여느 부부와 마찬가지로 이름을 부르거나 애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윤 대표의 옷을 받아 든 민 여사는 방긋 웃으며 윤 대표에게 말했다.

“그럼요. 별일은 윤엔터에나 있었죠.

귀염둥이가 또 귀여운 사고를 쳤다고 들었는데요.”

민 여사의 말에 윤 대표는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짓는다.

“거참. 이놈의 소속사는 정말 비밀이 없구나. 이놈의 직원들을 다 그냥..”

그런 윤 대표를 바라보며 민 여사는 살며시 웃음 짓는다.

“그 직원들이 다 제 직원들이니까요~”

아버지의 퇴근을 맞이하려 자신의 방에서 나온 설아는 부모님의 대화에 큰 호기심을 느꼈다.

“뭔데? 뭔데? 민수 오라비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

보채는 설아에게 윤 대표는 오늘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전해 주었다.

대충 설명을 들은 설아의 얼굴이 묘한 감탄으로 물들었다.

“헤~에 하여간 그 오라버니의 오지랖이란…”

그런 설아의 머리를 민 여사가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 오지랖에 도움받은 우리 딸이 할 말은 아닌 거 같은데.. 어떻게 그 은혜를 갚을 생각이니? 우리 딸.

안 되겠어, 우리 딸. 도저히 은혜를 갚을 방법이 없는 거 같아. 그냥 포기하고 결혼하렴~”

엄마가 또 결혼 드립을 날리자 설아는 어이없다는 듯 자신의 엄마를 바라 보더니 소리를 빽 지르고는 다시 자신의 방으로 달려갔다.

그 모습을 어이없게 바라보던 윤 대표는 민 여사에게 말했다.

“원, 장난도… 그러다가 진짜 결혼한다고 데려오면 어쩌려고 그래?”

윤 대표의 말에 민 여사는 작게 미소 지었다.

“호호, 재미있잖아요.

요 몇 년간 저렇게 직방으로 반응 오는 장난은 처음이네요. 그리고 진짜 데려오면 그건 그때 생각해 보죠 뭐..”

민여사의 미지근한 반응에 윤 대표는 인상을 쓰며 말했다.

“뭐? 그건 어림도 없는 소리야. 설아는 계속 우리랑 살아야 해. 그렇고말고”

실없는 소리를 하는 윤 대표를 보며 민 여사는 몸에서 묘한 박력을 풍기며 윤 대표의 옆으로 이동해 앉았다.

“우리 달링은 빨리 아들딸을 독립시키고 우리 둘이 오붓하게 지내겠다는 생각은 이제 머릿속에 없으세요?

우리 예전에 그런 이야기 했던 거 같은데요.

기억을 못 하면 제가 기억하게 해 드려야 할 거 같은데… 달링의 생각은 어떠세요?”

민 여사의 나긋나긋한 어조에 약간의 공포심을 느낀 윤 대표는 헛기침을 하며 서둘러 말을 돌렸다.

“그.. 흠흠. 오늘 일은 고마워. 덕분에 빠르게 처리 할 수 있었어.”

윤 대표의 그런 모습을 바라본 민 여사는 한껏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정도는 언제나 맡겨 주세요.

그나저나 참 그 아이도 종잡을 수 없는 아이네요.

항상 자기 연기 밖에는 신경 안 쓰는 아이 같은데 언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네요”

윤 대표는 민 여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말이야. 하지만 참 다행이다 싶기도 하네.

남을 가엽게 여길 줄 아는 마음도 가지고 있고. 게다가 하는 짓을 보니 돈에 먹힐 거 같지도 않아서.

솔직히 놀랐어.

그 아이가 하는 말이 석 달 동안 돈을 쓴 적이 전혀 없다고 하더라고. 허허”

민 여사는 그런 윤 대표의 말을 조금 보충했다.

“정확히 말하면 전역한 후임을 만난다고 한번 나갔다 온 이후로 단 한 번도 나가지 않은 거고요.

나가지 않으니 돈 쓸 일도 당연히 없었겠죠.

좋게 생각하세요.

그만큼 소속사가 모든 것을 완벽히 갖추고 있단 뜻이잖아요.

헬스장에 식당만 있으면 귀염둥이 같은 경우는 나갈 일이 없어 보이긴 하지만요.”

민 여사의 말에 윤 대표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왠지 감옥에 가두어 놓고 배우를 사육하는 못된 사육사 같다는 느낌이 드는구먼..”

윤 대표의 엉뚱한 상상에 민 여사는 그저 웃음 짓기만 했다.

“그 감옥이 언제나 마음먹으면 그냥 나갈 수 있는 감옥이긴 하지만요.”

그리고 뭔가 떠오른 듯 민 여사가 말을 덧붙였다.

“호호, 그리고 감옥에 다시 들어올 때마다 입구를 지키는 교도관에게 시달릴 테니 아예 안 나가는 것도 귀염둥이에게 나쁘지 않겠네요”

이해 못 할 아내의 말을 들으며 윤 대표는 왠지 민수의 생활 방식이 너무 폐쇄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그나마 인터넷으로 교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떠올리며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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