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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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준을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에까지 알리게 된 가장 대표적인 드라마 “별에서 온 당신” 은 윤태준이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가 되는 그 시작점에 위치한 드라마였다.
전생의 시청률 최고 시청률 32% 평균 시청률 26.4%의 엄청난 성적을 기록한 이 드라마는 일본 중국뿐만 아니라 동남아 곳곳으로 수출해 나가 대 인기를 누리게 된다.
현생에서처럼 모두가 피하던 “서쪽 해변”을 흔쾌히 승낙했던 태준에게 고마움을 느껴 이 드라마를 반드시 태준과 하고자 했던 이희연 작가는 모든 사람들의 청을 다 뿌리치고 태준에게 가장 먼저 대본을 보여준 것이다.
‘그런데 이 녀석은 그 복을 지가 찰려고 하네..
별다른 큰일만 없으면 저건 정말 성공할 드라마인데.
윤 배우, 이제 자네도 30% 한번 기록해 봐야지’
민수의 말을 들은 태준은 꽤 오랜 시간 고민에 고민을 반복했다.
장고 끝에 태준은 민수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보니 정 배우 말이 맞는 거 같아.
드라마 환경에 쫓겨서 찍는 게 좀 짜증 나서 내가 괜찮은 영화 대본을 보고 마음이 흔들린 모양이야.
이 작가님하고의 의리도 있고 상대가 나에게 저렇게 정성을 다하는데, 나도 예의를 지켜 줘야지. 드라마 내용이 엉망이면 몰라도 정 배우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을 거 같아.”
민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태준은 서둘러 내려갔다.
아마 윤 대표에게 가서 계약 의사를 표현하려고 하는 것이리라.
태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민수는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야. 내가 지금 너 낭떠러지에서 끄집어 올린 건 아냐? 크크”
아마 꽤나 긴 시간이 지나기 전에는 아무도 모르리라.
태준의 차기작에 대하여 소속사가 한바탕 작은 소란을 치르고 태준의 차기작이 확정되었다.
전생의 기억과 같이 “별에서 온 당신” 주연 배우는 윤태준과 차미애로 결정이 되었단다.
“분명 전생에서는 정지연 선배님이 주연이었던 거 같은데…”
전생에서 정지연 선배의 찰지고 코믹한 연기를 생각하던 민수는 괜히 변수가 생겨서 생각보다 드라마가 잘 나오지 못하면 어쩌나 고민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도 갑자기 주연이 바뀔 가능성은 전혀 없으니 그저 잘 되기만을 기도할 따름이었다.
그렇게 태준이 준비를 해나가는 시간 동안에도 민수는 설아와 같이 자신을 갈고닦는데 최선을 다하였다.
이제 민수는 슬슬 자신의 연기가 가다듬어졌음을 느끼기 시작했고 설아는 드디어 자신의 단점을 완전히 극복하고 민수가 배워 온 과정들을 윤 대표에게 하나하나 배우기 시작했다.
민수는 이제 슬슬 데뷔하고 싶다는 열망과 절제 사이에서 조금씩 조급한 마음을 먹기 시작했다.
민수가 슬슬 조바심을 느낄 때쯤 윤 대표의 호출을 받은 민수는 대표실에서 윤 대표와 대면했다.
“허허. 어때 요즘은?”
인자한 얼굴의 윤 대표를 바라보며 민수는 마주 웃어 보였다.
“좋아요. 아주. 이제야 톱니바퀴가 맞아 돌아가는 느낌이에요.”
민수의 말에 윤 대표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이제 슬슬 조바심이 날 때가 됐는데 말이야..”
‘와.. 대표님. 귀신이네 귀신이야.’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꿰뚫는 윤 대표의 말에 속으로 혀를 차며 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아무래도 좀 그렇네요. 윤 배우 차기작 들어가는 거 보니 더 그런 것도 같고. 마음이 좀 싱숭생숭 하다고 해야 하나요? “
민수의 솔직한 말에 윤 대표는 이해한다는 미소를 지으며 민수를 바라보았다.
“그럴만해.
아니, 지금 당장 어디 내밀어도 괜찮은 배우라는 소리를 들을 거야. 정배우는…
하지만 난 정배우가 조금 더 가다듬었으면 좋겠어.
정배우는 예고(한국 예술 고등학교)나 예전(한국 예술 전문대학)을 나온 다른 배우들에 비하여 경력이 짧고 배움의 시간이 길지 않았어.
지금 당장 스스로 느끼기에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고 생각이 들겠지만, 조금 더 섬세하게 조금 더 정교하게 살펴봤으면 좋겠구나.
이 바닥이 생각보다 편견과 텃세가 조금 존재해.
예고, 예전의 학맥을 타고 온 배우들에게는 조금 관대하고 그렇지 않은 신인들에게는 조금 깐깐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어.
난 네가 그런 시선을 완전히 배제 할 수 있을 정도로 완성되었을 때 연기를 시작했으면 좋겠구나. 나를 믿고 조금 더 기다려 줄 수 있겠니?”
진지한 표정의 윤 대표의 말을 들은 민수는 크게 심호흡을 하며 스스로의 급한 마음을 달랬다.
“네, 대표님. 처음에 소속사에 몸담는 순간부터 대표님을 믿고 있었습니다.
아직 때가 이르다고 생각하며 더 연마하겠습니다.”
윤 대표는 민수의 말에 웃으며 민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
그렇게 윤 대표와의 면담 이후에 민수는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스스로 배워온 것들을 다시 되짚어 보고 단 한 번의 표현이라도 섬세함을 살리는 연습에 매진하였다.
민수는 지금의 이러한 노력이 앞으로 연기 인생에서 자신의 뿌리가 되어주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흘렀지만 근래 민수가 신경 쓰이는 일이 하나 있었다.
일의 발단은 “힐링멘토” 에 올라온 하나의 글이었다.
어느 작은 반 지하 방에 세를 주는 아주머님이 쓴 이 글은 한 가족의 가슴 답답한 사연을 담고 있었다.
사고로 양친을 모두 여읜 한 남매가 조모와 함께 살아가고 있었는데 그만 여동생에게 심장질환이 발병하게 된 것.
당장 수술할 돈이 없는 상황에서 근 일 년 동안 죽을힘을 다해 돈을 벌었으나 동생의 약값이나 입원비로 낼 돈을 버는 것조차 벅찬 상황이었고 무리한 활동을 하던 할머니는 관절에 큰 문제가 생겨 인공관절로 바꾸는 수술을 해야 걸을 수 있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게다가 수술이 늦어지면서 동생의 병세는 더더욱 악화하면서 이제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수술을 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에 대하여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었는데 민수가 이 일에 크게 신경 쓰고 있는 것은 저 남매의 부모님이 사망한 그 사고가 민수가 겪었던 그 “강릉 모텔 대 화재사건” 이었기 때문이었다.
“힐링멘토”의 많은 회원들이 관심을 두게 되자 저 안타까운 가족에 대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사람들이 주장한 가장 간단하며 확실한 방법은 금전적 지원이었다.
우선 할머니의 수술에 대하여 전문가에 견해에 의하면 수술의 비용이 대략 1700만 원.
많은 회원들의 모금으로 며칠 내에 1700만 원이라는 거금을 모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바로 수술에 들어가 지금은 조금씩 회복 재활 중이란다.
문제는 그 여동생의 경우.
그 여동생은 지금 수술 시기를 많이 늦은 상황 현재로서는 국내에서 수술할 수 없는 상황이란다.
그리고 더 시간을 지체하게 된다면 수술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친다고 한다.
거기서 흉부외과 전문의로 근무하시는 회원님이 뭐라고 설명을 하셨지만, 일반인이던 민수는 그 내용을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민수가 알게 된 것은 지금 많이 급박한 상황이라는 사실 정도였다.
그래서 미국으로 가 특별한 의료진에게 특별한 장비로 수술을 받는 방법밖에 없는 데 문제는 그 비용이었다.
추정되는 총비용은 대략 2억 2천만 원.
그나마 회원님들 중 그쪽 병원과 약간의 컨텍이 있는 분이 계셔서 돈이 있으면 바로 가서 수술을 받을 수는 있다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인 점이었다.
생각보다 너무 큰 비용에 회원들은 잠시 공황상태에 빠져들었고 민수가 보기에도 모금으로 단시간 내에 모을 수 있는 돈은 아니었다.
그래서 현 상황에서 회원들은 해결 가능한 방법을 모색하며 갑론을박 중이었다.
민수는 그런 일련의 과정을 세심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민수는 잠시 자신의 경험을 비추어 저 남매 중 오빠의 처지에서 생각을 좀 해보았다.
큰 사고로 양친을 모두 잃었지만 마땅한 보상을 받을 순 없었을 것이다.
민수 자신도 아버지의 개인 보험으로 보상금을 받은 것이지 그 밖에 보상금을 따로 받지는 못했으니까.
그 당시 어른들의 사정은 너무 복잡해서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민수가 알고 있는 것은 책임 소재가 있는 관계자 모두가 보상해줄 돈이 없었다는 것이다.
갑자기 양친을 잃은 남매 살기 먹고 살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 했던 노모.
갑자기 부모를 잃은 13살의 남자는 두 살배기 여동생과 할머니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겨우겨우 살아가던 중 이제 6살이 된 여동생이 병을 앓기 시작한다..
17살의 남자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할머니까지 병상에 누웠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민수는 헛웃음 지을 수밖에 없었다.
“허허.. 세상에... 혈혈단신인 내가 차라리 좋은 상황이었다니..”
침대에 몸을 기댄 민수의 마음은 점점 어두워졌다.
민수는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너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다. 너에게는 어떠한 의무도 없다. 너는 그럴 능력이 없다.
“과연 그런 걸까…. 아버지가 내 입장이었다면 무조건 저 가여운 남매를 도우려고 했겠지.
원래 그런 분이니까..”
거기까지 생각한 민수는 피식 웃으며 일어섰다.
“아버지의 목숨값이라…”
그리고는 바로 윤 대표를 찾아 대표실로 이동했다.
윤 대표는 갑자기 찾아온 민수를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응? 웬일이냐? 네가 갑자기 찾아오고”
민수는 윤 대표를 바라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대표님. 죄송하게도 제가 당분간 적어도 한..1~2년은 여기서 살아야겠네요.”
민수의 난대 없는 말에 윤 대표는 실수를 내뱉었다.
“원.. 그게 무슨 실없는 소리냐.
그래 살고 싶은 만큼 살다 나가라.”
윤 대표의 말을 들은 민수는 웃으며 고개를 숙이고 대표실을 나섰다.
“뭐야 .. 대체 저 녀석..”
대표실을 나선 민수는 그 길로 바로 자신의 매니저인 이동원을 찾아갔다.
저번에 말없이 형우를 만나러 갔다가 동원에게 타박 아닌 타박을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데뷔 전이라도 매니저에게 언급도 없이 자리를 비운 것은 명백한 민수의 실수였기 때문에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밖에 없었다.
“예? 지금 삼정의료원을 가신다고요?”
병원을 가겠다는 민수의 말에 동원은 의아함을 느끼며 민수를 위아래로 훑어 보았다.
“혹시… 어디 몸이 안 좋으신가요?”
걱정스러운 동원의 말에 민수는 고개를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아닌데... 좀 볼일이 있네요.”
아프지 않다는 민수의 말에 안심한 표정을 지은 동원은 자신이 안내하겠다고 차량으로 안내했다.
“어.. 이거 좀 작은 편이긴 하지만.. 밴이네요”
동원은 벨트를 매며 민수에게 말했다.
“우리 회사 배우님들은 다 이 차종을 사용하십니다.
스타크래프트처럼 큰 차종은 아니지만, 충분히 차량 내에서 필요한 용무를 다 볼 수가 있죠.”
동원의 설명에 민수는 조금 멋쩍은 기분이 되었다.
“아니, 아직 일하지도 않는데 벌써 밴 차량부터 뽑으시다니..”
민수의 말에 동원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 배우님은 차라리 양반이죠. 지금 설아 아가씨 밴도 곧 나올 겁니다.”
민수는 설아의 밴까지 주문해 놓았다는 동원의 말에 헛웃음을 지었다.
“와… 대표님 진짜…”
“자, 그럼 말씀하신 삼정의료원 쪽으로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동원이 출발하자 민수는 바로 알아 두었던 “힐링맨토” 회원이자 흉부외과 전문의 최봉식 선생님께 전화를 걸었다.
[누구신가요?]
“아, 안녕하세요. 혹시 기억나실지 모르겠는데 저 “힐링멘토”의 정민수라고 합니다.”
[정민수,.. 아 그 조언 왕님?]
“아.. 하하. 아, 네. 그 혹시 가까운 시간에 잠시 뵐 수 있을까요. 그 남매들 이야기 때문에 그런데… 제가 지금 삼정의료원으로 가고 있거든요.
아마 20분 안으로 도착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아아.. 그러시군요,..음.. 그럼 오시면 바로 연락 주십시오. 긴 시간은 낼 수 없지만 짧은 시간이라면 가능합니다]
선생님의 허락을 받은 민수는 전화를 끊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런 민수를 동원은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