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흔한 배우 정민수-9화 (9/325)

#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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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는 바로 연락받은 주소로 출발했다.

민수의 기거하는 집은 강북 서쪽 방면인데 비하여 윤 엔터테인먼트의 위치는 강남 동쪽이어서 도착하고 나니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지나고 말았다.

"이야... 이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네. 서울 한복판을 통과해야 해서 그런지 후.. 이거 여기 자주 나온다고 생각하면 답이 없겠는데..”

그리고 연락받은 주소 건물 앞에 도착한 민수는 살짝 당황함을 느꼈다.

민수의 눈앞에는 엄청 좋아 보이고 깨끗한 7층 건물이 놓여 있었다.

“와..엄청 깨끗한 건물이네 설마 이건가?”

민수가 건물에 접근해서 살펴보자 건물 앞에는 [아리 재단] 이라는 상호가 크게 표시되어있었다.

“아리 재단 .. 이거 무슨 재단 건물인가 보네. 그나저나 그럼 기획사는 어디 있는 거야?”

민수가 다시 메시지를 확인했지만 분명 연락 온 위치는 이곳이었다.

“이거 뭐야? 분명히 여기인데….? 무슨 소속사가 건물을 숨김? 이야 뭐야 대체…”

민수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캐스팅 팀장이란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정민수 배우님 혹시 도착하셨는지요?]

“네.. 도착은 했는데.. 소속사 건물을 못 찾겠네요..”

[아, 그러신가요? 그럼 잠시만 기다리시겠어요?]

민수가 뭐라고 더 말하기도 전에 전화가 끊어져 버렸고 민수는 전화를 내리며 한숨을 쉬면서 전화를 내렸다.

“이거.. 엉뚱한 곳에서 헤매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주소를 확인 하려 했는데 그냥 끊어 버리다니 “

민수가 쓴 웃음을 짓고 있는 중, 눈앞에 아리재단 건물에 문이 열리던지 안경을 쓴 푸근한 인상의 남자가 민수에게 다가왔다.

“아이고, 반갑습니다. 캐스팅 실장 최기성이라고 합니다. 오시느라 많이 힘드셨죠?”

“아, 예.. 안녕하세요.. 그런데… 왜 거기서 나오세요?”

벙 찐 민수의 질문에 기성은 웃으며 민수를 안내 한다.

“하하, 소속사가 여기 있으니까요. 자자. 우선 가시죠.”

민수는 기성의 안내에 따라 아리재단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이 건물은 아리 재단하고 저희 소속사하고 같이 쓰는 건물입니다. 1~4층은 아리재단이 5~7층은 저희가 쓰고 있죠.”

“아… 그래도 여긴 그냥 누가 봐도 전체가 재단 건물 같이 보이는데요. 그래도 연예기획사면 소속 배우를 외부 프린팅 해 붙인다든지 그렇게 꾸미지 않나요?”

“하하, 가수들 기획사야 그렇죠. 그거 자체도 홍보니깐 그런데 저희 소속사는 굳이 홍보할 배우가 없어서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말을 하는 동안 두 명이 탄 승강기는 5층에 도착했다.

“네, 우선 대충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5층은 업무용 사무실과 식당이 있습니다.

식당은 직원들 점심을 제공하는데 메뉴를 선택할 수는 없지만, 영양 관리는 아주 잘 해주고 있죠.

대신 점심밖에 제공을 해주고 있지 않으니 점심시간이 끝나고 그 이후에 식사하려면 스스로 만들어 먹어야 합니다.

대신 재료는 제공해 주고요.”

“식당이요? 소속사 내에 식당도 있군요”

둘은 발걸음을 6층으로 옮겼다.

“6층은 연습실과 기타 소품창고 자료실이 있습니다.”

둘의 발걸음이 연습실 앞에서 멈추었고 기성은 연습실 문을 열었다.

연습실 안에는 방송용 촬영 카메라와 마이크 그리고 컴퓨터가 있었다.

“허.. 촬영 카메라가 있네요..”

“네, 대표님은 눈으로 보는 것보다 카메라 너머로 보시는 걸 선호 하십니다.

여기 이렇게 카메라 와 마이크를 켜고 앞에서 연기 연습을 하시면 바로 저쪽 컴퓨터와 자료실 컴퓨터에 날짜와 시간이 기록되면서 저장됩니다.

연습을 마치시면 카메라를 끄고 그 자리에서 바로 자신의 한 연기가 화면에 어떻게 잡히는지 확인 해보는 거죠”

“매일 매일 자신의 연기를 찍어 비교해 볼 수 있겠군요”

민수의 말에 기성은 웃음을 띄웠다.

“맞습니다. 그런 목적으로 만든 곳이니까요 이런 연습실이 네 군데 있습니다.

연습실을 쓰고 싶으시면 전날 6층 입구 보드에 있는 연습실 칸에 이름을 써넣어 주시면 됩니다.

지금은 그럴 일이 없는데 나중에 인원이 늘어나면 혹시 혼선이 있을까 하는 조치이니 양해 해주시고요. “

“아..네…”

기성은 계속 민수를 안내했다.

“이제 자료실이군요.

자료실은 저희 연습실에서 연습한 것을 녹화한 영상, 그리고 인터넷 시대 이전에 방영한 방송연기자료나 영화자료를 비치해 놓고 있습니다.

근래야 인터넷으로 웬만한 것들은 다 찾아볼 수 있지만 예전 자료는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비치해 놓은 것이죠.”

“그렇겠군요.. 예전 자료는 찾기 힘 들 것들이 많으니…”

둘은 발걸음을 돌려 7층으로 향했다.

“7층에는 대표실 헬스장 녹음실이 있습니다.”

민수는 헬스장이랑 녹음실이 있다는 말에 당황을 금치 못했다.

“헬스장은 배우님들이 혹시 관리가 필요하거나 스스로 몸 관리가 하고 싶을 때 이용합니다.”

민수가 헬스장을 바라보니 크기가 그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다양하게 기구를 배치해 놓았고 관리 또한 잘 된 거 같아 보였다.

‘아니, 배우들은 내가 기억하기로는 대부분 소속사에 잘 안 오던데.. 여기까지 와서 운동하는 배우가 있나?’

“근데 배우들은 그냥 각자 자기가 원하는 곳에서 알아서 운동하거나 관리 하지 않나요? 연습생이 많은 가수 기획사에서는 헬스장을 많이 운영하곤 하지만..”

민수의 말을 들은 기성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건 그렇죠.. 그런데.. 뭐 그건 나중에 아시게 되실 거고..”

말을 돌리는 듯한 기성의 말에 민수는 뭔가 내막이 있겠거니 하고 말을 돌렸다.

“그건 그렇고 근데 대체 녹음실은 왜 있는 건가요? 이거 녹음실 이란 게 가수들이 음악 녹음하는 그 녹음실 맞나요?”

민수의 질문에 기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 녹음실, 근데 사실 저도 이게 왜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이건 대표님이 관리하는 곳이라서요.

여기 7층은 다 대표님이 관리하는 곳입니다. 자 이제 대표실입니다.

계약 문제도 논의하셔야 할 테니 이제 대표실로 가시죠.”

“아..네..”

석연찮은 구석이 있긴 했지만 민수는 마음을 가다듬고 대표실로 향했다.

‘생각보다 진짜 크네. 3층이나 쓰고 있고 카메라까지 달린 연습실이 무려 4개 .. 개다가 그 자료실 규모라든지 생각지도 못했던 식당이나 헬스장까지 있고.

근데 이런 기획사를 난 전혀 알지도 못했고.

윤태준 이외에는 아직 특별한 배우가 없는 건가? 여기서 몸담을 수 있으면 좋긴 하겠다.

후. 아니지.. 중요한 건 시설이나 설비가 아니라 대표님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나를 어떻게 쓸 생각이냐 이게 진짜 중요하지.’

민수가 생각하는 사이 둘은 대표실 앞에 도착했다.

기성은 대표실 앞에서 정중히 노크했다.

“대표님, 정민수 배우님 모시고 왔습니다.”

“네, 들어 오세요”

대표실 안에서 묵직한 음성이 들려왔고 기성은 대표실 문을 열었다.

대표실 안에 윤 대표는 웃으며 민수를 반겨주었다.

“반가워요, 정민수씨. 우선 여기로 앉으세요.”

대표실로 들어가던 민수는 윤대표를 발견하고는 순간 발걸음을 멈추었다.

‘맙소사… 윤강철… 이잖아. 미친 레전드 윤강철.. 윤태준이 윤강철 아들인건 알고 있었지만.. 윤강철이 그 소속사 대표였다고?

아니, 어떻게 이게 안 알려졌지?

배우들 기획사가 대형이 아닌 담에는 대중들에게 크게 알려지진 않는다지만 이건 진짜 아니잖아?’

윤강철을 보고 순간 얼어붙은 민수는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무슨 악재가 있나. 소속사가 사라질만한? 아니면… 배우가 사고를.. 아니지, 그랬으면 더 알려졌겠지.

대배우 아버지가 운영하는 기획사에 라이징스타 아들이 몸담고 있다.

이거 그냥 써도 기사가 막 나올 건데 난 전생에서도 현생에서도 전혀 몰랐어.

현생은 몰라도 전생에서도 전혀 몰랐단 것은 이곳이 전혀 밝혀지지 않았거나.. 아니면 그냥 없어졌거나..’

‘에라, 모르겠다. 우선 앉아서 말이나 나눠보자’

민수는 마음을 가다듬고 윤 대표에게 고개를 크게 숙여 인사했다.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선생님.”

민수가 인사하자 윤 대표는 웃음 지으며 인사를 받았다.

“저도 반갑습니다. 민수씨. 그러나 오늘은 배우 윤강철로서 민수 씨를 보는 것이 아니라 기획사 대표 윤강철로 만나는 것이니 선생님이니 선배님이니 보다는 대표님으로 불리고 싶군요.

그래 주시겠습니까?”

“아, 네. 대표님 그럼 말씀이라도 편하게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럴 수야 있나요.

계약 전에 대표와 배우가 처음 만났는데 어찌 대표가 배우에게 말을 놓을 수 있겠어요?

그건 우리 식구가 되면 차차 생각해 볼게요”

‘으… 카리스마. 그냥 평소 모습이 영화 시네’

전생에서 기획사에 버려지고 독학하던 2년의 세월, 윤강철의 과거 연기를 미친 듯이 탐구하며 커져 버린 빠심이 실제 윤강철을 접하며 터져버릴 것 같은 위기감을 느끼며 민수는 정말 필사적으로 정신을 추슬렀다.

‘정신 차려 정민수 지금 네 미래가 달린 중요한 시점이야.’

“후, 네. 죄송합니다. 대표님”

민수가 얼굴을 굳히며 사죄하자 윤 대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네, 민수 씨. 우선 우리 윤 엔터테인먼트는 민수 씨랑 계약을 하고 싶습니다. 우리 쪽의 조건은…”

계약조건을 제시하려던 강철을 민수가 제지했다.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만 대표님. 계약 조건은 아무래도 좋습니다. 그보다 전 다른 것을 여쭈어보고 싶습니다.”

굳은 민수의 말에도 윤 대표는 여전히 미소 짓고 있었다.

“그래요. 민수 씨 어떤 게 궁금한가요?”

“저를 윤태준 씨가 추천했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대표님은 제가 연기하는 것을 보셨나요?”

“그래요. 태준이 매니저가 촬영한 휴대폰 영상이었지만 민수 씨의 연기를 보았어요.”

말을 들은 민수는 일의 내막을 짐작할 수 있었다.

윤태준은 첫 만남부터 아니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만나기 전부터 자신에게 관심이 있었던 모양이다.

매니저가 처음부터 자신을 촬영했다면 애당초 윤태준의 부탁이 미리 있었을 테니깐.

그리고 그 관심의 이유는 아마 무명인 신인배우가 윤 진 같은 난해한 배역으로 이희연 작가의 마음에 들었다는 점이었을 것이고.

그리고 자신의 연기가 맘에 들었던 태준이 그 영상을 윤대표에게 보여줘서 자신에게 계약을 제안하게 된 것이라고.

“그럼 혹시 제 연기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드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민수의 말에 윤 대표는 잠시 생각을 가다듬고는 대답했다.

“역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감성이었죠.”

윤 대표에 말을 들은 민수는 적잖이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역시 그런가… 하긴 볼 만한 게 그거밖에 없을 테니.. 그런거라면.. 계약 할 수 없겠는데.. ‘

민수는 윤 대표를 가만히 쳐다 보았다.

마음을 침착하게 가라 앉히고 윤 대표를 바라본 민수는 윤 대표가 자신에게 무언가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민수는 자신도 알 수 없는 이유로 윤 대표가 자신에게 단순히 비즈니스적인 이익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를 열망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 열망은 매우 순수하고 열정적인 것이었다.

윤 대표의 기대를 느낀 민수는 더더욱 계약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그런 감성을 기대하면 안 되지.

난 그런 연기 사실 할 수 없는걸.

능력 이상의 기대라… 다시 그런 걸 받고 싶지는 않은데..’

전생의 기획사에서 능력 이상의 기대를 받고 지낸 1년. 그리고 그 능력이 없다는 것이 밝혀져서 버려진 2년. 민수는 그 시기에 능력 이상의 기대는 꼭 파국을 부른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그러니 이 계약은 거절해야 한다.

그렇게 결심한 민수는 자기 생각을 솔직히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앞으로 볼 일 없는 존경하던 대선배에게 꾸며낸 소리 따위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대표님 저에게 그런 감정연기를 기대하고 계신 거라면 전 계약을 할 수 없을 거 같습니다.

그 때 보신 감정연기 같은 어려운 감정연기를 전 다시 할 수 없거든요.”

아쉬움 섞인 민수의 말에 윤 대표는 의야한 표정을 지었다.

“음,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어 봐도 될까요?”

민수는 자신의 과거를 하나하나 집어서 설명하면서 자신이 어떻게 윤 진 배역을 소화 해 나갈 수 있었는지를 설명하고 자신이 감정연기에 서투르다는 것을 설명했다.

민수의 말을 다 들은 윤 대표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된 것이군요.

그런데 그냥 모른 척 계약을 해도 될 것인데 왜 굳이 사정을 설명하고 거절을 하는 건가요? 혹시 윤 엔터테인먼트가 마음에 들지 않았나요?”

“아뇨, 아뇨 전혀요.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연습실하고 자료실 보고 이런 곳이 있나 했는데..”

“그렇군요. 마음에 들긴 했군요 그건 다행이군요”

민수의 말에 윤 대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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