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흔한 배우 정민수-2화 (2/325)

# 2

프롤로그2

자네, 그거 아는가?

일만 시간의 법칙이라고 한 가지 분야에서 일만 시간 이상 정진하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지?

근데 말이야.. 한 가지 분야를 일만일 동안 미친 듯이 몰입하여 노력하고도 실패하면 신이 불쌍해서 회귀시켜 준다는구먼.

뭐? 헛소리하지 말라고? 에이 이 사람이 어디 속고만 살았나.

못 믿겠으면 한번 해보든지!

-어느 아저씨의 헛소리-

죽었다고 생각하던 정민수가 눈을 뜬 잠시의 시간이 지난 후였다.

‘분명…. 죽었는데….’

그리고 그는 자신의 눈앞에서 빛나는 거대한 하얀 빛덩어리를 볼 수 있었다.

‘아니…대체..뭐야, 저건…’

[왔는가, 정민수. 가여운 중생이여]

빛덩어리에게서 울리는 진동은 그 자체로 머릿속에 파고들어 의미를 알리는 것 같았다.

그 진동은 소리가 아니었지만 정민수는 그 뜻을 이해 할 수 있었다.

[우선, 내가 누군지 소개해야 하겠군. 난 예술의 신이라고 하네. 자네가 30년 동안 미친 듯이 빠져 지냈던 연기도 내가 관장하는 영역이지]

“제가 죽은 건가요”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정민수는 빛덩어리에게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자네는 정확히 죽지도 살지도 않은 상황이야. 정상적으로 죽었다면 염라를 만나러 갔겠지만. 자네는 특별한 경우라 나를 만나게 되었네]

정민수는 이 상황을 다소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자신은 지금 삶에서 죽음으로 넘어가는 단계로 이제 곧 죽어 영원히 안식을 취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군요. 예술의 신님 그렇다면 제가 왜 죽지 않고 당신을 만나게 된 것입니까?”

[음…결론부터 말하자면… 자네는 죽을 수 없다네. 다시 회귀하여 다시 살아야 할 테니까]

빛덩어리(자칭 예술의 신)의 충격적인 말에 정민수는 잠시 할 말을 잃고 말문이 막혔다.

“아니..대체..왜…”

[좋아. 우선 설명을 좀 해줘야 하겠군.

쉽게 비유하자면 자네는 지금 자네 영혼에 노력이라는 물을 30년 동안 미친 듯이 때려 부었네.

하지만 아무런 성과도 이루지 못하고 말았지.

성과란 만족이라는 파이프로 물을 빼내는 것과 같은데 자네는 아무것도 못 이루었으니 자네의 노력은 빠져나감 없이 자네 영혼에 그대로 담겨 있는 상황이야.

이 상태로 자네가 죽어 육체가 지지하던 틀이 완전히 사라지면 자네의 영혼은 그대로 “뻥” 하고 터져 소멸하게 말 것이네

상계의 법은 육체는 언제든지 소멸시킬 수 있으나 영혼이 소멸하는 것은 가장 큰 사고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우리는 자네를 죽게 둘 수 없다네.

그래서 자네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자네가 채워 놓은 물의 양만큼 특권을 받고 다시 살아가는 것 한가지일세”

이야기를 들은 정민수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림을 느꼈다.

‘어쩌면….어쩌면…’

“그럼..처음부터 다시 살게 되는 건가요”

그에 빛덩어리는 작게 떨리며 진동을 뿜었다

[자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다 알겠구만.. 그러나 불행히도 그렇게는 안 되게 돼 있네. 자네에게 다시 주어지는 시간은 자네가 물을 채우기 시작한 그때부터일세. 대충 30년 남짓 되겠구먼]

진동이 끝나자 정민수는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30년 동안 죽을힘들 다해 노력했더니.. 노력만 한 게 잘못이라고 다시 살아가야 한다니….

처음부터라면 또 몰라도 그 고난의 시간으로 다시 간다고….’

[그러길래 누가 그렇게 살라고 하던가? 나도 황당할 뿐이네! 자네는 모르겠지만 모든 신들 중에 나랑 승부의 신만 이런 별난 중생들을 만나고 있다네.

아니, 대체 적당히 해보고 안되면 포기도 할 줄 알아야지 30년 넘게 그것만 파고드는 건 대체 무슨 배짱인가?

재능이 있어도 때와 운이 따르지 않으면 안 되는 게 이 바닥이거늘.

대체 무슨 생각으로 여기에만 매달려 있는지 원..

그리고 그거 아는가? 30년 넘게 해서 실패해도 가정이 있거나 절실한 친우가 있거나 혹은 인간관계가 좋다거나 하는 사람들은 영혼이 넘치지 않아서 다시 살지 않아도 된다네.

그건 즉, 자네가 나를 만났다는 것은 모태솔로에 친구나 지인도 별반 없이 그냥 외롭게 죽었기 때문이라는 거네

어찌 인간이 인생을 그렇게 산단 말인가?]

신의 진동에 정민수도 허탈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 다 맞는 소리긴 하지. 내가 잘못했네, 잘못했어’

[그러나 너무 걱정하지 말게나 우리라고 자네 같은 사람들을 그냥 다시 살려 놓기만 하겠나.

어차피 제정신 아닌 사람들인데, 다시 살려봤자 그냥 또 그렇게 살까 걱정되어서 본인이 채워놓은 노력만큼의 혜택을 주고 있다네.]

신이 진동을 마치자 장민수에 눈앞에 수백 장의 카드가 나열되었다.

[자네는 이 중에 두 가지 능력을 가질 수 있다네]

정민수는 카드들을 유심히 살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전체 카드에 반 정도를 채우고 있는 (진화)카드였다.

(진화)카드를 살펴보니 카드의 권능이 느껴졌는데 이것은 어떤 작업을 반복하고 궁구할수록 숙련도가 쌓여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권능이었다.

‘무..무슨 레벨 업 능력 같은 거네’

[그렇다네, 가장 가능성 높은 건 (진화), 가장 직관적이기도 하고 범용성 높고 노력하는 자네 같은 사람들에게 좋은 능력이지]

그 밖에 많은 카드들이 있었다. 모든 수준을 한 단계 상승시키는 (초월) 이나 심지어 수명을 늘려주는 (장수) 카드도 있었다.

‘응? 저건 뭐지’

카드를 살펴보던 정민수에 눈에 띄는 특별한 카드들이 있었다. 그것은 카드들의 가장 끝부분에 위치하고 있는 (???) 마크가 되어있는 5장의 카드였다

“신님 저 (???) 마크는 무엇인가요?”

정민수의 물음에 예술의 신은 잠시 몸을 떨더니 나지막하게 진동했다.

[저건 누구도 모르는 카드라네. 지금까지 뽑힌 적 없는 카드란 거지 아마 자네가 뽑게 될 리 없으니 걱정하지 말게나]

신의 말을 미루어 봤을 때 저 권능은 선택하는 게 아니라 뽑는 모양이었다.

‘숫자는 좀 많지만 (진화)가 반 이상이야. (진화)는 선택된다고 봐도 무방하겠군’

(진화)가 확정된다고 생각하니 차라리 정민수는 마음이 편해짐을 느꼈다.

‘그래, 하나가 무엇이 선택되던지 (진화)만 가지고 노력만 한다면 그래도 배우로서도 성공할 수는 있겠구나’

[자, 이제 뽑아 보게나]

신이 떨림을 전해 주자마자 사방에 있던 카드들이 정민수 앞으로 모여들었다.

수많은 카드들의 뒷장을 보며 그는 그냥 마음에 가는 데로 2장의 카드를 뽑아 들었다.

그가 긴장하며 확인하는데 순간 움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카드 2장이 모두 아무런 내용도 포함하지 않은 빈 카드였던 것이다..

‘뭐야….설마 꽝도 있는 거였어?’

당황하는 정민수를 보며 예술의 신은 조용히 진동했다.

[걱정하지 말게나 자네가 뽑은 카드는 인세에 가서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네. 설마 신이 그리 치사하게 꽝 같은 걸 권능에 섞어 넣었겠나]

속마음을 들킨 정민수는 멋쩍어하며 신에게 물었다.

“신님, 아까 분명 저 같은 중생들이 여럿 있었다고 하시던데 그들은 돌아가서 잘 살았나요?”

가만히 생각하던 빛덩어리가 잠시 흔들리더니 조용히 진동했다.

[사람마다 다 달랐다. 어떤 자는 가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다 죽었는데 권능으로 (안목)과 (진화)를 가져가더니 포기하고 기획사 대표가 되어 잘 먹고 잘산 중생도 있었다.

한편으로 그림을 그리다가 죽어서 (진화)와 (초월)을 가져갔으나 큰 화가는 되지 못하고 미술선생으로 그냥 삶을 마감한 자도 있었고,

심지어는 조각을 세기다가 죽어서 (분석) 과 (진화)를 가지고 돌아가더니 자신을 분석해보고 자신의 적성이 운동능력이란 것을 알고는 유명한 축구 선수가 된 녀석도 있었지.

한편으로는 어떤 권능을 가지던 다시 돌아가 여전히 노력하여 자신이 처음 생각한 분야에 대가가 된 중생들도 있었고 말일세, 하지만 단 한가지 누구도 다시 처음 과 같은 그런 삶을 살진 않았단다.

중생이여.

아마 너도 처음과 같은 그런 삶을 살게 되진 않을 것이다. 그러니 안심하거라]

진동을 마친 빛덩어리는 다시금 조용히 진동했다.

[중생이여. 이제 시간이 되었구나 마지막으로 내게 궁금한 것이 있느냐?]

크게 심호흡을 한 정민수는 번쩍이는 빛덩어리를 정면으로 직시했다.

“제가 다시 돌아가서 처음과 다른 삶을 살게 된다면 다른 사람들의 삶도 처음과 달라지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어찌 되는 겁니까?”

정민수의 말을 들은 빛덩어리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 가만히 있더니 조용히 진동했다.

[그렇다. 중생이여 그들 중 누군가는 이익을 볼 수도 있으며 누군가는 손해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잘 들어 보아라 중생이여. 인간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게 누군가로 태어난다.

어떤 이는 죽을 때까지 아무런 노동도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기도 하며

한편으로 어떤 이는 하루에 물 한 바가지를 뜨기 위하여 4킬로가 넘는 거리를 걸어서 다니기도 한다. 이것이 누구의 뜻도 아니며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섭리이니라.

중생들은 이런 것을 가지고 뭐라고 한다고 하더군 자네도 그것을 알고 있는가?]

“운명…..”

[그래, 그것도 그냥 그 중생의 운명인 거지 자네가 왜 그것까지 생각하는지 모르겠구나.

자네의 능력이 너무 출중하여 정권을 잡고 세계에 핵전쟁을 일으켜 세상을 멸망시킨다면 그건 그거 나름대로 문제가 되긴 하겠지만.

자네의 능력이 그 정도로 뛰어나다고는 생각하긴 힘드니..

뭐 좋네 궁금증이 풀렸겠지?

이제 시간이 되었네 자네가 인생을 잘 살길 바라겠네. 부디 다시 보지 말게나]

나지막한 빛덩어리의 진동을 느끼며 정민수는 다시 정신이 아득해 짐을 느꼈다.

그렇게 그는 과거로 돌아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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