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화 (18/40)

Succub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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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ccubus

[패시브 스킬 : 현자의 시간이 활성화되었습니다.]

[냉철한 이성 상태가 됩니다.]

[지력이 100 상승합니다.]

"이상한데."

"으음... 뭐가아...?"

지쳐 쓰러져 있는 상아의 옆에 앉은 채 운현은 낮은 어조로 중얼거렸다. 익숙하지만 익숙하게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에 절정의 여운에 잠겨있던 상아는 몸을 움직여 운현의 허벅지 위에 머리를 기댔다.

"뭐가... 이상한... 너."

부드럽게 웃으며 그의 얼굴을 올려다본 상아는 운현의 얼굴에 걸려있는 무심한 표정에 놀랐다. 몸에 남아있는 절정의 여운을 없애려 겨우 일어난 그녀는 그를 향해 조심스레 물었다.

"그게 현자의 시간... 냉철한 이성 상태야?"

"응."

상아가 묻자 대충 대답해 준 운현은 아까 전의 일을 생각했다. 자신이 손에 넣은 암호. 그 암호가 뜻하는 바는 무엇이란 말인가.

'일단 운명 어쩌고는 아르토리우스에게 정보를 더 얻은 후에 생각해도 괜찮아. 그건 지금은 필요없는 정보다. 지금 생각해야 하는 것은...'

몬스터의 신에게서 회수한 신성. 그리고 신성을 받아들이기 위해 필요한 위신체.

그는 입을 다문 채 생각하다가 상아에게 물었다.

"사람과 몬스터를 구분하는 기준은 뭐지?"

"어? 그게 무슨 소리야?"

"던전에서 만난 몬스터든 바깥에서 만난 몬스터든 그들은 그들 나름의 지성을 가지고 있었어."

"응. 뭐 그렇지. 그게 뭐 어쨌다는건데?"

상아가 당연한걸 왜 묻냐는 질문에 운현은 그녀를 말없이 응시했다.

"왜?"

"상아. 던전 도시에 오기 전. 모험가가 되기 전에는 뭘 했지?"

"적당히 세상 돌아다녔는데? 그 중에서 몬스터을 상대한 일이 많았지."

"무리를 이루고 있는 몬스터와 만난 적은 없어?"

"많았지. 고블린이나 코볼트. 오크. 그리고 그 외에도 많은 몬스터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어."

"그들의 삶은 어땠지?"

"뭘 물어보고 싶은거야?"

상아가 답답한 얼굴로 묻자 운현은 잠시 침묵한 후 말했다.

"몬스터들의 군락에서 신을 모시는 신전. 하다못해 제단이라도 발견한 적이 있나?"

".....!"

그의 질문에 상아는 놀란 눈으로 그를 보다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아. 아니... 난 그런건 본 적 없는데..."

"왜지? 몬스터들이 무기를 사용하고 무리지어 기습을 하고. 개중에는 다른 몬스터를 사냥하여 아이템을 만드는 이도 있어. 그정도의 지성이 있는데 숭배하는 존재가 없다? 이상하지 않아? 지성을 가진 자는 반드시 절대의 존재를 상상하게 된다. 그것이 존재하든 하지 않든 말이지."

운현의 말에 상아는 눈을 감고 생각했다. 그의 말대로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그것에 대한 의문을 품지 않은 것일까?

"나. 난 잘 모르겠어."

그녀가 혼란스러워하자 운현은 다음 질문을 던졌다.

"두번째. 가짜 신이라는 것에 대해서 들어 본 적이 있어?"

"없어. 아... 혹시."

그의 질문에 상아는 무언가 생각난 듯 고운 아미를 찡그리고 집중했다. 그녀의 생각이 끝나자 운현은 천천히 물었다.

"그 쪽지에선 왜 위신체라는 것이 언급된걸까."

운현의 질문에 상아는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만들어진 신이라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있어. 신이란 무엇인가. 절대적이고 완벽한 존재라 불리는 신은 왜 여럿으로 나뉘어져 알려진 것인가. 지금 세상의 주신이라 불리는 파르티가 세상을 창조한 것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세상을 창조한 이는 누구인가."

"......."

상아는 잠시 주저한 후 말했다.

"에리스가 들으면 화를 내겠지만 엘프들 중에서는 신이란 존재는.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 엘프는 신보다는 세계수 이그드라실을 따르니까 말야. 엘프가 아닌 다른 존재들에게 파르티나 다른 신들은 신이라 불리며 숭배의 대상이 되지만 어쩌면 그들은 그저 우리와 같이 다른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져 숭배의 대상이 되는 역을 맡았을 뿐이다. 라는 논리로 신이 절대의 존재가 아니라고 부정하는 거야. 만약 신이 다른 누군가에 의해서 만들어진 존재라 한다면 우리가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말도 있고. 만약 그 논리대로라면 위신체를 만든다는 것도 허황된 이야기는 아닐거야."

"그런가... 그럼 가짜 신이 아예 없다고 부정할 수는 없겠군."

"하지만 그건 운명을 믿고 따르는 엘프들의 논리일 뿐이야. 다른 모든 존재들은 그 논리를 부정하고 있다고."

그녀의 말에 운현은 아르토리우스의 말을 떠올렸다.

'다난은 신성을 모으고 있다. 파르티가 나눠 준 신성을 모아 운명을 바꾸려 한다. 그리고 그 쪽지의 내용이 진짜라면 몬스터의 신에게서 신성을 모두 확보했다고 볼 수 있어. 그리고 그 신성으로 운명을 바꾸려 하고 있고... 하지만 다난의 뜻대로 모든 것이 흘러가고 있다면 굳이 신성을 모을 필요가 없을텐데? 이제부터 안전하다고 생각해도 되는 것인가? 아르토리우스는 잘못 알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쪽지의 내용이 잘못된 것인가?'

운현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심할 수 없다.

"일단 파르티 교단의 성직자와 이야기를 해봐야겠군.... 이지만 아직 성당에 사람은 없겠지. 상아. 옷 입어.."

"에? 왜?"

"에리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어."

상아가 당황하는 것을 보지도 않은 채 운현은 옷을 입기 시작했다. 그의 그런 행동에 상아는 평상복을 꺼내 입으며 그를 힐끔힐끔 훔쳐보았다.

"왜?"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에 운현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의 질문에 상아는 머뭇거리며 고민하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아무것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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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고 싶은 것이 있다고? 뭘?"

그의 부름에 상아의 방에 들어 온 에리스는 상아의 심각한 표정을 힐끔 본 후 운현에게 물었다.

"뭔 일 있었어? 싸웠어?"

"그런건 아니니까 걱정마시죠.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 불렀습니다."

"뭔데?"

"신성이 무엇입니까?"

"신성... 그건 왜?"

"레나 대신관님과 일전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신성에 관련된 이야기를 했었지요. 그녀와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그녀는 저에게 화를 내고 나갔습니다. 이야기는 들으셨죠? 제가 그것때문에 시청에 끌려갈 뻔했던거."

"아아... 그거. 그렇군. 레나 대신관님에게 들었다면 상관없으려나. 신성은 파르티께서 내려주신 신앙의 증거야. 파르티께선 신이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 강림하게 된다면 많은 것이 무너진다고 하셨지. 그렇기에 자신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시고 자신을 따르는 이들에게 신의 증거를 내려주셨어. 그것이 바로 신성이야."

"신의 증거라. 그럼 신성이 있으면 신이 될 수 있는 건가요?"

"그런 불경한 소리를! 불가능하지. 신이라는 존재는 말야.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아득한 곳에 계신 절대적인 분이라고. 고작 신성 하나 가지고 있다고 절대적인 존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신성이 가진 힘은 파르티께서 가지고 계신 신성에 비해 지극히 약하다고."

"그렇군요. 그럼 더 여쭤볼게요. 몬스터들의 신에 대해서 들어 본 적이 있으신가요?"

"몬스터들의 신? 그런게 있을리가 있나."

운현의 질문에 에리스는 피식 웃은 후 고개를 가로저었다.

"파르티 교단은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종교들에 대해서 관대해. 극단적인 방법으로 포교하고 자신들의 힘으로 세상을 지배하려는 광신 다난같은 사교를 제외한 나머지 신들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다고. 또 그러면서 그들과 소통을 하고 말야. 만약 몬스터들에게 신이 있다면 당장 파르티 교단의 성직자들이 몬스터들과 소통을 하려고 달려갈걸? 몬스터들의 사체로 얻는 것도 많지만 그.몬스터로 인해 죽거나 다치는 이들도 많아. 우리 파르티 교단에선 그들과의 소통을 통해 많은 이들이 피해를 받지 않을 수 있다면 그 몬스터들과 협력하여 소통하는 것을 택할거야."

"그렇군요..."

에리스의 말에 운현은 팔짱을 끼고 생각했다. 상아 역시 의문을 품은 일에 에리스는 전혀 의문을 품지 않고 있었다.

"왜 그들에게 신이 없을까요?"

"글쎄?"

에리스는 별다른 생각 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의 반응에 운현은 담담히 말을 이어나갔다.

"그들 역시 지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숭배를 할 수 있다는 것 아닐까요?"

"예전에 파르티 교단에서 이런 토론을 한 적이 있었지. 몬스터의 야성과 날때부터 다른 교육을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라는 주제로 말야."

"그거 흥미롭군요. 그래서요?"

"많은 신관들과 학자들은 오랜시간 토론을 했고 결국 결론을 내지 못했어. 그래서 직접 실험을 해보기로 했지. 고블린 새끼를 잡아와 어렸을 때부터 종교를 가르치고 교육을 시켜 몬스터들을 교화시켜보자. 라는 생각에 많은 프리스트와 모험가들이 나섰어. 그 결과 백마리의 고블린과 코볼트. 오크. 트롤 등 몬스터들의 새끼를 구하게 되었지"

"어떻게 됐나요?"

"교육을 시작한지 한달째 되는 날 살아남은 몬스터는 열마리. 대부분의 몬스터들은 빠르게 성장하여 심한 저항을 했기에 죽일 수 밖에 없었어. 겨우 살린 몬스터들도 회복되자마자 치료를 하던 신관들을 공격해서 결국 죽일 수 밖에 없었지. 결국 마지막으로 한마리 남은 고블린마저도 두달째 되었을때 자결했지."

"...몬스터가 자결을 했다구요?"

"그걸 자결이라고 봐야 하나. 사고라고 봐야하나. 처음에는 사람들에게 적의를 품었고 점점 시간이 지나자 먹이를 주는 신관에게 마음을 연 것 같았는데 신전을 찾은 한 기사가 길을 잃어 걷다가 신관과 함께 있는 고블린을 보고 그 고블린을 죽였다고 하더군. 신관과 기사의 말로는 고블린이 꼬챙이를 들고 달려왔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럼 자결이 아니지 않나요?"

"훈육은 끝난 상태였어. 절대 인간에게 달려들지 못하게 하고 긴 물체를 들지도 못하게 하고. 빈 손의 어린 아이에게도 이를 드러내기보단 손을 내밀었던 녀석이 자기보다 덩치도 크고 무기까지 들고 있는 기사에게 달려든다? 그가 위협적인 존재라는 것은 알고 있을텐데?"

"...그건."

에리스의 말에 운현은 떨떠름히 말했고 그녀는 그의 복잡해진 얼굴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것을 생각하면 자결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지. 다른 이들에게 달려들었지만 그들은 자신을 잡아 묶어두고 체벌만 했을 뿐이지 죽이지 않았으니까. 어린 아이를 공격해도 죽지 않고 체벌만 받는다고 생각해서 즉시 죽기 위해 무기를 지닌 기사에게 달려든 것이라고 사람들은 보고 있어."

"왜 그랬을까요?"

"글쎄... 결국은 추측이지만 교단에서 생각하고 있는 것은 하나였어. 몬스터들에겐 신앙심이 없다. 그렇기에 신앙심을 가진 이들에게 강렬한 적의를 품는다."

"그건 좀 의문이군요. 엘프들 중에는 신앙심이 없는 이들이 있지 않나요? 그들에게도 몬스터들은 공격을 하잖아요"

운현의 말에 에리스는 빙긋 웃은 후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그 엘프들은 모두 운명을 믿고 따르지. 그것 역시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신앙심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군요... 그럼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더 여쭤볼게요."

"얼마든지 더 물어봐도 괜찮아."

싱글벙글 웃으며 에리스는 상아를 힐끔 보았다. 운현과 자신을 보며 복잡한 얼굴로 앉아 있는 상아가 재밌는지 그녀는 더더욱 진한 웃음을 지었고 그 웃음을 마주하며 운현은 차분히 말했다.

"만약 누군가가 신성을 모두 모은다면 어떻게 될까요?"

"무슨 소리야?"

"파르티께서 내려주신 신성. 그리고 현재 각지에 있는 소수 종파의 신들이 가지고 있는 신성. 뭐 그런게 있다면 말이죠. 특정인이 모두 모은다면 어떻게 될까요?"

운현의 질문에 에리스는 피식 웃은 후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일단 그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과거 이단 심판관 중에 불경하게도 파르티께서 내려 주신 신성을 가지고 스스로 신이 되고자 다른 신관을 습격한 천재 이단 심판관이 있었지. 그는 다른 이단 심판관 둘을 간살하여 신성을 빼앗았는데. 결국 그 신성이 셋 이상 모이자마자 몸이 터져 죽어버렸으니까 말야. 살아 있는 존재는 신성을 하나 이상 받아들일 수 없어."

"그게 진짠가요?"

"응. 신성을 하나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것을 컨트롤하여 신의 의지를 수행하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해. 아무리 천재라고 하지만 사람이 가질 수 없는 힘을 보유할 수는 없는거지. 자. 봐봐. 이 작은 상자에 마구 짐을 넣다보면 어떻게 될까?"

"상자가 터지겠죠."

"맞아. 그것과 같은 이치야."

에리스의 말에 운현은 질문을 끝마쳤다. 더 이상의 질문이 없는 듯 하자 그녀는 부드럽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또 물어 볼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불러줘. 파르티님에 대해서 전파하고 신학에 관련된 토론은 늘 환영이니까 말야."

그녀가 방을 나가자 운현은 싸늘한 얼굴로 웃었다.

'지금까지 얻은 정보를 대충이나마 정리해볼까.'

몬스터의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몬스터는 신앙심이 없다.

신성은 신의 증거다.

신성은 한사람당 하나 이상 지닐 수 없다.

신성을 이용하면 운명을 바꿀 수 있다.

다난교는 이미 다수의 신성을 확보했다.

다난교는 위신체를 만들 수 있다.

다난교는 운명을 바꾸려 했지만 이미 운명은 그들의 뜻대로 흘러가고 있기에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바꿀 예정이 없다.

'그렇다면 다난의 목적은 무엇이지?'

운현은 심각한 얼굴로 생각했다. 처음에는 신성을 모아 다난이 세상을 정복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려 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그들은 다수의 신성을 모아 어디에 쓰려는 것일까.

'그리고 존재하지 않는다는 몬스터의 신에게서 신성을 확보했다는 것은... 알지 못하는 다른 신들에게서도 신성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지. 파르티의 신성 뿐만 아니라 다른 신성까지... 그만큼 신성을 모아서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정보가 너무 적군. 고문을 해서라도 알아내고 싶은데... 그렇군.'

용병 연맹에 다난의 집행자들이 쳐들어 왔던 것을 떠올린 운현은 싸늘히 웃었다. 그 많은 이들이 쳐들어왔는데 한명도 생포하지 못했을까? 운현은 그럴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했다.

'일단 심문용 도구를 좀 구해와야겠군.'

한참 머리를 굴리던 운현이 다음 행보를 결정하고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옆통수가 따끔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는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상아를 향해 차분히 물었다.

"뭘 그렇게 봐?"

"너...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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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ccubus

상아의 질문에 운현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저 찰나에 가까운 웃음이었지만 상아는 그 웃음에 온 몸에 소름이 돋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저 웃음은...'

수백년을 살아오며 상아는 많은 이들을 만났다.

그들 중에는 자신을 노예로 팔기 위한 악당도 있었고 선인을 위장하며 타인의 죽음을 즐기던 살인마도 있었다.

다난의 광신도들과도 싸운 적이 있었다.

수많은 전쟁에 미쳐버린 검성과 싸운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광기 어린, 살의와 증오에 가득 차 있는 웃음보다도 상아는 한순간 보인 운현의 웃음에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이건...''

늘상 그가 보이던 장난스러운 웃음이 아닌, 상대를 조롱하고, 그 상대가 절망하는 것을 보며 즐거워하는 더할 나위 없는 악당의 웃음.

'아니야. 아닐거야.'

자신이 사랑하는 존재다. 순수하게 웃고 장난을 치며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이다. 상아는 자신의 두려움을 떨쳐내려 안간힘을 쓴 후 운현을 보고 다시 물었다.

"너 누구야."

"나...?"

그녀의 진지한 질문에 운현은 천천히 웃음을 지웠다. 무언가를 생각하듯 다른 곳을 보며 턱을 쓰다듬은 그는 작게 키득거린 후 어깨를 으쓱였다.

"....."

그의 그런 모습에 상아가 무언가 말하려는 찰나 운현은 그녀의 말을 끊으며 부드럽게 웃었다. 아까의 웃음이 아닌, 그가 늘상 짓던 부드럽고 따뜻한 웃음. 그 웃음을 지으며 운현은 가볍게 말했다.

"무슨 의미로 물어보는 건지 모르겠네. 난 운현이야. 네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운현."

"정... 말이지?"

"그래. 의심이 가? 방금 전까지 너와 사랑을 나눈 운현. 그게 나야."

운현의 부드러운 어조가 너무나도 어색해진 상아는 작게 한숨을 내쉰 후 말했다.

"알았어... 그런데 그 현자의 시간은 언제 풀려?"

"글쎄? 시간은 지 멋대로라서. 처음에는 좀 짧았던 것 같은데 이제는 꽤 길게 유지되는 경우도 있더군."

"풀리지 않는 것은... 아니지?"

상아의 질문에 운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적은 단 한번도 없었어. 걱정하지마."

"후우... 그럼 다행이네."

상아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의자의 등받이에 등을 기대는 것을 본 운현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던전에 볼 일이 있어. 상아. 넌 어쩔거야?"

"...나, 난 좀 쉬어야겠어."

상아가 복잡한 얼굴로 고개를 젓자 운현은 어깨를 으쓱이고 아쉬움없이 방을 나갔다. 그가 방을 나가자 상아는 양 팔로 몸을 감싼 후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제발... 돌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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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의 방에서 나온 운현은 주변을 둘러보며 다른 길드의 간부들을 찾았다. 하지만 한가해보이는 간부는 없었다. 결국 그는 회관에 있는 메이드에게 금화 하나를 건네주며 말했다.

"용병 연맹의 아르토리우스에게 할 말이 있으니 이곳으로 와달라고 해줘."

"용병 연맹의... 연맹장에게요? 하지만 그녀가 오란다고 그녀가 올까요?"

"반드시. 안오면 내가 혼자 간다고 전해. 그럼 올거야."

운현은 확신을 가졌다. 큰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을 지키려 한 것을 생각라면 자신은 아르토리우스에게 무척이나 중요한 존재임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아르토리우스가 직접 찾아 올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 속사정을 알리 없는 메이드는 그의 말에 떨떠름한 얼굴로 길드회관을 나갔다. 그녀가 나가자 운현은 곧장 던전 안으로 이동했다.

"1계층을 도는 것도 이제는 여유군."

사람들의 눈을 피해가며 홉고블린의 영역으로 이동한 운현은 자신이 뿜어내는 기운에 두려워하는 고블린들을 그냥 지나쳤다. 이제는 200레벨에 가까워진 운현이 내뿜는 투기를 버티지 못하는 것이다.

여유있게 홉고블린의 동굴 안으로 들어선 운현은 자신을 보고 경계하며 차마 덤비지 못하고 있는 홉고블린을 향해 메이스를 들었다.

"딱히 원한은 없지만 죽어줘야겠군."

"키아아아!"

자신이 공격하지 않을 의사를 보였음에도 운현이 자신을 공격하려 하자 홉고블린은 이판사판으로 덤벼들었다. 좁은 동굴에서 휘둘러지는 공격을 메이스를 휘둘러 튕겨낸 운현은 빠르게 홉고블린의 안으로 파고들었다.

"촤악!"

인벤토리에서 꺼낸 밧줄을 휘둘러 홉고블린의 목을 묶은 그는 밧줄을 잡은 왼손에 힘을 넣었다. 운현보다 큰 덩치를 가지고 있던 홉고블린의 머리가 단번에 끌려 내려온다.

"키악! 키아악! 크아아아!!"

머리가 땅에 부딪히는 고통과 자신의 앞에서 메이스를 들고 있는 운현에 대한 공포에 홉고블린은 발버둥을 쳤지만 운현은 홉고블린의 저항따위는 신경쓰지 않은 채 메이스를 강하게 휘둘렀다.

"퍼억!"

"카아아아악!"

'"아직은 한방에 잡긴 힘든가."

단 한방에 머리가 반쯤 날아갔지만 홉고블린은 아직 생명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 홉고블린을 바라보던 운현은 피식 웃은 후 다시 메이스를 들었다.

"그럼 두방에 잡지 뭐."

"퍼억!"

홉고블린의 머리가 완전히 박살나버렸다. 피와 뇌수가 여기저기로 튀어나가는 것을 무심히 지켜보던 운현은 소드브레이커를 들어 홉고블린의 옆구리를 찔러 후벼파기 시작했다. 홉고블린의 시체에서 피가 터져나오자 운현은 인벤토리에서 통을 꺼내 그 피를 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통을 피로 가득 채우자 운현은 그것을 인벤토리에 넣고 홉고블린의 시체를 마석에 담았다.

"보물상자도 있구만. 미믹은 또 써먹어야될지 모르니까 모아놔야지..."

미믹맨은 봉인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죽는 것보다는 낫다. 조금 더 레벨이 오른다면 1계층의 미믹이 쓰일 일이 없을지도 몰랐지만 그렇다고 쓸모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마인을 소환해서 코어를 얻을 수도 있고 말야...'

상아가 가지고 있는 광검은, 어떻게보면 지력이 비정상적으로 높은데다가 현자의 시간으로 지력이 영구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운현을 위해 특화된 무기라고 볼 수 있었다.

'이용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이용하는게 낫지.'

지속적으로 마력을 소모한다지만 길이를 자유자재로 늘일 수 있는데다가 공격력도 탁월한 광검을 자신의 도구에서 버리기에는 아쉬웠다.

"그럼 가볼까!"

기운차게 외치며 운현은 던전에서 빠져나왔다. 그가 던전에서 복귀했을 때 길드 회관은 조용하기 그지 없었다.

"왔나보군."

바늘 하나가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정도로 긴장된 분위기로 가득찬 길드회관의 중앙 테이블에는 아르토리우스와 티르빙. 그리고 상아와 펠리시아가 앉아 있었다. 다른 간부들은 다른 일 때문에 없는지 그 둘만이 용병 연맹을 상대하고 있었다.

여유있는 분위기로 차를 홀짝이던 아르토리우스는 운현이 걸어오자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어머? 운현씨. 찾으셨어요?"

"응. 생각보다 빨리 왔네."

"운현? 당신이 부른 건가요?"

"예."

펠리시아가 놀라며 묻자 상아는 운현을 잠시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고 다가가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아직이야?"

"응."

"쟤는 왜 부른거야?"

"몇가지 확인할게 있어서. 잠시 갔다올게."

"...같이 가는게 낫지 않겠어?"

아르토리우스를 경계하며 상아는 운현의 손을 꼭 잡았다. 그가 냉철한 이성 상태이든 아니든 그는 자신에게 있어서 무척이나 소중한 사람이었다. 그런 이가 용병 연맹으로 가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던 상아가 간절히 말하자 운현은 손을 들어 상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괜찮아. 금방 갔다올거니까 여기 있어."

"...정말이지?"

"응. 아르토리우스와는 어쨌든 협력을 하는 상황이니까."

"그렇다고는 해도..."

"그럼 간다."

상아의 걱정을 일일히 대응해 줄 수는 없었다. 운현은 상아를 끌어안은 후 그녀의 볼에 키스를 해주었다. 겨우 상아가 자신의 손을 놓자 운현은 몸을 돌려 아르토리우스에게 다가갔다.

"어디서 얘기하는게 나을까?"

"여기는 너무 지저분해서 진정이 안되네요. 연맹으로 가시죠."

"그 전에 한가지만 묻지. 만약 이게 안된다면 시간 날릴 필요 없으니까."

"뭔가요?"

운현의 말에 아르토리우스는 남자라면 심장이 쿵쾅거릴 정도로 귀엽게 웃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그 모습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은 채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다난의 집행자들 중 포로로 잡은 이가 있나?"

"당연하죠. 지금 용병 연맹의 지하감옥에 잘 보관해두고 있답니다. 왜요? 궁금한 거라도 있나요?"

"몇가지 알고 싶은게 있어서 말이지. 너한테 물어봐봤자 나비효과 어쩌고, 운명 어쩌고로 제약이 많으니까 정보를 취합하기 힘들어."

어쨌든 용병 연맹에 다난의 집행자가 있다면 안심이다. 운현은 자신을 바라보는 상아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어 준 후 아르토리우스, 티르빙과 함께 나갔고 그들이 나가는 것을 보며 펠리시아는 상아에게 걱정스레 물었다.

"괜찮아요?"

"으음... 괜찮아. 지금은... 그치만 돌아오면 혼구녕을 내줘야겠어."

힘없이 웃으며 상아가 애써 밝게 말하자 펠리시아는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상아씨와 뭔가 좋은 분위기가 된 것 같네요."

"응."

티르빙이 앞서 걷고 아르토리우스와 운현은 뒤에서 따로 걸었다. 모험자 길드에서 나와 용병 연맹으로 가는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던 아르토리우스가 입을 열자 운현은 무덤덤히 답했다.

"왜요?"

"안돼?"

"그, 그런건 아닌데요."

아르토리우스 답지 않게 여유가 없어보였다. 그녀가 힐끔힐끔 자신을 바라보자 운현은 뒤통수를 긁적거린 후 물었다.

"뭔가 문제라도 있나?"

"그런건 아닌데... 하아. 저는 용병 연맹에 있어서 당신과 만나려면 진짜 힘든데 상아 고 계집애는 당신과 자주 할 것 같아서 무지하게 부럽네요."

"훗. 질툰가?"

"네. 하면 안되나요?"

"안될 거야 없지. 타인에게 어떤 감정을 품든 그건 개인의 자유이니까. 굳이 그것에 대해서 터치할 생각은 없어."

"그럼 계속 질투해야겠네요. 으으으으으... 상아 고 계집애. 언젠간 박살을 내버리겠어!"

"그랬다간 나한테 혼난다."

아르토리우스가 장난스럽게 말하자 운현은 그녀의 머리에 손날로 촙을 먹였다. 과장스럽게 아픈 척을 한 아르토리우스는 운현을 빤히 바라보다가 물었다.

"레벨은 몇인가요?"

"조금만 더 있으면 200. 3계층에 진입할 수 있어."

"어라? 생각보다 빠르네요. 다음 계층주는 누군데요?"

"그런 것도 알아?"

용병이면서 던전의 계층주를 알고 있다는 것에 운현이 궁금해하며 묻자 아르토리우스는 빙긋 웃은 후 여유롭게 말했다.

"당연히 알죠. 한때는 저도 모험가였는데요."

"언제?"

"그건 비밀."

"하아. 또?"

아르토리우스는 싱글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뭐가 궁금하신거에요?"

"가짜 신. 그리고 몬스터의 신. 위신체. 그 밖의 여러가지."

"...뭐라구요?"

운현의 말에 아르토리우스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가 물었다. 그녀가 듣지 못해서 이런 질문을 할리가 없다고 생각한 운현은 그녀의 흔들리는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뭔가 아는게 있어?"

"아... 아는게... 있긴 한데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알고 있는거에요?"

"그거야... 너 뭔가 아는구나. 일단 답변해. 그것도 비밀이야? 그런 거라면 나도 말해줄 생각 없어."

"......"

아르토리우스는 운현의 말에 한참을 고민하다가 작게 한숨을 내쉰 후 입을 열었다.

"끙... 가짜 신은 말 그대로 가짜 신이에요. 만들어진 신. 신성을 가진 이만이 도전할 수 있는 궁극의 존재. 운명마저도 틀어버릴 수 있는 신이죠."

"운명을 틀어버린다고? 어떻게? 그런 존재가 되는 것이 가능해?"

"그건 저도 몰라요. 이론상으로는 되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에요. 물론 이론이기는 하지만... 그리고 위신체는 가짜 신을 만들기 위한 육체를 말해요. 신은 이 세계에 강림할 수 없어요. 절대적인 힘을 가졌지만 신이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죠. 그런 신을 강림시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위신체에요. 신이 이 세상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육체. 그 육체는 모든 운명의 틀에서 벗어나 있답니다. 그렇기에 세상을 구성하는 원칙이라고 할 수 있는 운명의 간섭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힘을 구사할 수 있죠."

"신이 이 세계에 강림할 수 없다는 얘기는 들었어. 그래서 파르티가 신성을 다른 이들에게 주어 다난을 막으라고 했다면서?"

"정확한 신탁은 다난이 아닌 세상을 혼란스럽게 하는 존재를 막는 것이지만요. 왜 다난이라고 알려졌냐면 신이 개입해야 할 정도로 세상을 혼란스럽게 하는 자들이 다난 밖에 없어서 다난이라고 알려진 것 뿐이에요."

"그걸 어떻게 알아?"

파르티를 모시는 교단에서조차 와전되어 알려진 신탁을 정확히 알고 있는 아르토리우스를 보며 운현은 싸늘히 물었다. 그의 질문에 아르토리우스는 부드럽게 웃을 뿐 이었다.

"이것도 300이냐?"

"네. 그리고 몬스터의 신이라고 했죠? 몬스터의 신은 원래 존재했었어요. 지금은 없지만요."

"왜?"

"그거야 모르죠. 신이 사라지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두가지. 가진 신성을 모두 빼앗기거나 신자가 모두 사라지거나. 하지만 세상에 몬스터는 남아 있으니 신자가 사라질리는 없겠죠. 아마 신성을 모두 빼앗긴 것 같은데... 다난이 가져갔나요?"

"응. 내가 알기론..."

"그렇군요. 자. 이제 더 물어 보실 것은 없나요? 이제 제 질문에 답변을 해주실 차례네요. 그 정보를 어디서 얻으신거에요?"

-------------

아르토리우스의 질문에 운현은 잠시 생각하다가 차분히 말했다.

"도시 바깥에 있는 동굴에서 얻었어. 실종자들이 인신공양의 제물로 바쳐진 이들을 찾다가 다난의 집행자가 만든 흔적을 발견하고 그걸 쫓다보니 동굴 하나를 발견했지. 거기에서 발견했어."

"그냥 동굴이었어요?"

"아니, 다난의 제단이었어. 몬스터들과 사람, 엘프의 인신공양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었는데. 거기에 숨겨진 비밀 방에서 얻었어."

"비밀방... 동굴은 어떻게 발견한거죠? 그리고 비밀방은 어떻게...?"

"추적술과 함정발견을 썼지. 뭐 어렵지는 않던데."

"추적술... 함정발견... 설마... 설마..."

그저 복잡한 얼굴로 무언가 중얼거리기만 할 뿐. 발걸음까지 멈춘 채 생각을 이어가던 그녀는 생각을 정리한 후 손가락을 튕기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거였나... 그래서... 아아. 진짜! 역시 대단하다니까! 그래서였어! 아하하하하!!"

"뭐냐? 혼자만 알지 말고 같이 알자."

"말씀드리지만 비밀이에요. 후후후후... 이제 더 이상 상아를 질투할 필요가 없어졌네요. 그리고 다른 여자들도."

아르토리우스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운현의 팔을 끌어안았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태세 전환에 운현은 당황했다.

"뭐하는 짓이야. 떨어져."

"에이~ 좋으면서~"

"안좋거든?"

팔에 닿는 말캉한 감촉에도 운현은 짜증만 났다. 그런 그를 향해 혀를 날름거리며 귀엽게 웃은 아르토리우스는 그의 손을 잡고 끌기 시작했다.

"어서 가요! 당신을 위해 많은 집행자들을 잡아놨으니까요!"

182====================

Succubus

아르토리우스와 함께 용병 연맹으로 들어 온 운현은 그녀와 둘이 용병 연맹의 지하감옥으로 향했다.

돌로 만들어진 계단을 내려와 지하 감옥의 문을 지키는 간수에게 열쇠를 받아 온 아르토리우스는 운현을 향해 부드럽게 웃으며 물었다.

"혼자 하실 생각인가요?"

"같이 할까?"

"고문하실거잖아요. 저는 그런건 좀 약해서 말이죠~"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죽이는 아르토리우스가 고작 고문에 약하다? 운현이 가소롭다는 듯 바라보자 아르토리우스는 생글생글 웃으며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저기 있어봤자 제가 할 일은 없는데요. 뭐... 지금의 당신이라면 저보다 더 잘하실 것 같은데요?"

"진짜 의문이군. 빨리 레벨 300에 올라야겠어."

아르토리우스는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제대로 가르쳐주는 것은 거의 없었다. 그녀의 웃음을 보며 투덜거린 운현은 그녀의 손에 들려 있는 열쇠를 빼앗듯 가져와 지하감옥의 문을 열었다.

"아. 여기 다 쓰시면 말씀해주세요. 또 있으니까요. 포로가 죽는다는 것에 부담 갖지 말라는 제 선물~ 쟤 포함해서 열명정도 있으니까 느긋하게 즐겨주세요~"

"알았어."

고문의 대상이 될 사람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기에 너무나도 쉽게 말한다. 그녀가 문 밖에서 손을 흔들자 운현은 문을 닫은 후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사슬로 양 팔과 양 다리가 묶인 채 안대와 재갈이 물려 있는 검은 사제복의 금색 단발 여인이 있었다.

"읍! 읍!"

문소리가 들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는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를 한점의 감정없는 눈으로 바라보던 운현은 인벤토리에서 준비한 홉고블린의 피가 담긴 물통 두개를 꺼내어 옆에 놓았다.

"친절하기도 하지."

"읍!?"

운현의 목소리에 집행자의 몸이 멈췄다.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던 운현은 테이블에 놓여져 있는 수많은 고문도구들을 보며 빙긋 웃었다.

"이거 어째 그리운 감각인데... 고문은 별로 안해봤지만."

일단 시작은 긴 바늘이다. 그것을 들고 집행자에게 다가간 운현은 천천히 안대를 풀었다. 녹색의 아름다운 눈동자. 꽤나 미색이 있는 여인이고, 그녀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운현은 성욕을 해결하기보다는 현 상황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예쁘다고 해봤자 뭐...'

상아, 아르토리우스, 헤스티아, 바제트, 미야처럼 자신이 언제든지 안을 수 있는 여인들에 비하면 미색이 그리 높지도 않은 여인이다. 그녀의 입가에 물려 있는 재갈이 타액으로 물드는 것을 바라보던 운현은 손을 들어 그녀의 갸름한 턱을 잡았다.

"으읍! 읍!?"

그녀의 눈이 공포에 물드는 것을 보며 운현은 긴 바늘을 들었다. 바늘의 뾰족한 끝이 자신의 눈으로 다가오자 그녀는 고개를 돌리며 저항했고 운현은 빙긋 웃은 후 말했다.

"아무리 저항해봤자 소용없어."

"으읍! 읍!"

"내 질문 몇가지에 답변해주면 고통없이 죽여주지. 어때? 동의하면 눈을 세번 깜빡거려."

"읍! 으으읍! 읍"

그의 말에 여인은 눈을 세번 깜빡였다. 그것을 본 운현은 입 안의 재갈을 풀어주었고 그 순간 그녀는 혀를 깨물었다.

"으직!"

"흠."

그녀가 자결을 시도하는 것을 보며 운현은 입맛을 다셨다. 자신을 말릴 생각도 하지 않는 그의 모습에 사제는 꼴 좋다는 시선으로 바라보았고 운현은 목을 까딱거린 후 뒤통수를 긁적거리고 그녀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힐링."

"어어...!?"

기껏 혀를 깨물었는데 그 상처가 치료되어버린다. 그녀가 당황하자 운현은 손을 움직여 그녀의 턱을 잡아 벌린 후 주머니에서 꺼낸 힐링포션의 뚜껑을 이빨로 뜯어버린 후 그녀의 입 안에 들이부었다.

"쿨럭! 쿨럭!"

"힐링포션도 많고 힐링도 잘 해 줄 수 있으니까 자. 이제 시작한다."

운현은 여인의 입에 재갈을 물린 후 인벤토리에서 꺼낸 밧줄로 그녀의 한쪽 팔에 칭칭 감았다. 팔에 스며드는 한기에 그녀가 당황하자 운현은 근처의 의자를 끌어와 앉은 후 말했다.

"일단은 한쪽 팔부터 시작하지."

"으읍! 읍!"

그녀의 눈에 공포가 깃들었다. 자결이 실패했고, 또 가능성조차도 없어져버린 것에 절망한 그녀는 곧 굳은 의지를 담은 눈으로 운현을 노려보았다.

"시간은 많으니까."

만약 현자의 시간이 풀리면 상대할 사람은 눈 앞에 있다. 운현을 무척이나 여유로운 얼굴로 바닥에 놓여져 있는 신문을 들었다.

"다난교의 광신도가 시청을 습격이라... 왜 습격했지?"

"읍!! 읍!"

고개를 저으며 그녀가 반항하자 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네가 답변하지 않아도 괜찮아. 고문 할 사람은 많으니까 말야."

말을 마친 후 운현은 천천히 신문을 읽기 시작했다. 그가 천천히 다섯 페이지째의 신문을 넘기기 시작할 때 사제는 온 몸을 비틀며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오른쪽 팔에 감아놓은 밧줄이 내는 한기게 점점 그녀의 팔의 감각을 잃게 만드는 것에 그녀가 두려움을 느끼자 운현은 부드럽게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팔이 잘린다고 해서 죽을 위험은 없어. 걱정하지마."

"으읍! 읍!"

"그리고 너는 어차피 내 손에 죽을거야. 곱게 죽나, 아니면..."

운현은 테이블에 놓여져 있는 고문도구를 가리키며 싱글거렸다.

"내가 저걸 다 쓰고 죽나. 그 차이일 뿐이지."

"읍! 읍!"

"자. 다시 한번 시작할까? 내 질문에 답할 생각이 있다면 눈을 세번 깜빡이도록."

"읍!"

그의 말에 여인은 미친듯이 눈을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팔에서 완전히 감각이 사라진 것에 공포에 질린 것이다. 그런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던 운현은 밧줄을 풀어주는 대신 뒤로 물러나버렸다.

"읍!!!????"

운현이 뒤로 물러나자 그녀는 당혹스러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녀를 향해 운현은 싸늘히 웃은 운현은 신문을 펼친 후 말했다.

"세번 깜빡이라고 했지 스물 아홉번 깜빡이라는 말은 안했어. 이 사설만 읽고 다시 시작하자고."

"으으읍! 읍!"

운현이 사설을 다 읽을 때까지 공포에 질려 있던 그녀는 운현이 다시 다가오자 정확하게 세번 눈을 깜빡거렸다. 그녀의 그런 모습에 운현은 천천히 밧줄을 풀어주었다. 파랗게 질려 있는 오른쪽 팔은 거의 괴사 직전까지 간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 팔에 바늘을 쿡쿡 찔러 본 운현은 그녀가 반응을 하지 않자 힐링포션을 부어준 후 힐링을 걸었다.

"자. 이제 시작한다. 이름."

"미...미나."

"입니다."

"뭐?"

"미나 입니다. 라고 해야지."

"누가 너 같은 개...읍!"

"말버릇이 나쁘군."

운현은 그녀의 입에 재갈을 물린 후 사제복을 찢듯이 벗겼다. 그가 자신을 강간하려는 것이라 생각한 미나는 온 몸을 흔들며 저항하려 했지만 그의 손길에 의해 미나의 사제복은 완전히 벗겨져버렸다. 굴곡진 아름다운 몸 여기저기에는 전투로 인해 만들어진 듯한 상처들이 꽤 있었다. 그곳을 말없이 바라보던 운현은 밧줄을 잡고 다른쪽 팔에 칭칭 감기 시작했다.

"읍! 읍!"

"다음은 왼쪽 다리다. 오체불만족이 된다면 효율적으로 고문할 수 있겠군. 삼분 후에 다시 시작한다."

미나는 질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방금 전까지 감각이 거의 없던 왼팔에 감각이 돌아오고, 그리고 끔찍한 고통이 몰려오기 시작하자 고통에 신음하기 시작했다.

"으으...으..."

그녀의 신음소리를 즐기며 신문을 읽던 운현은 메뉴를 확인해 삼분이 지난 것을 보자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물었다.

"대답할 준비는 됐나?"

그의 질문에 미나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한쪽 팔에서 올라오는 고통. 미세하게나마 남아 있는 감각. 그리고 양 팔을 잃을 수 있다는 공포에 질려 있던 그녀는 운현이 재갈을 풀려주자 다급히 외쳤다.

"사, 살려주세요."

"살릴 수 없어."

"왜요!? 왜죠!?"

"왜라니... 누군가를 죽일 각오를 한다는 것은 죽음을 각오한다는 것 아닌가? 그리고 너희들은 다난의 집행자잖아. 다난을 위해서 죽는다고 생각하라고."

"으으... 으..."

운현의 무감정한 말에 그녀는 덜덜 떨다가 눈을 빛냈다.

"사, 살려만 주신다면 뭐든지 말씀드릴게요. 뭐든지 하겠습니다! 그... 자, 자랑은 아니지만 제가 남자를 즐겁게하는 기술도 많고... 그리고... 그리고..."

삶에 대한 집착이 그녀의 눈에서 피어오르자 운현은 고개를 까딱거린 후 바늘을 들었다. 날카로운 바늘이 그의 손에 들리자 미나는 당황했다.

"왜, 왜요?"

"갑자기 이렇게 성실히 나오는 것을 보니 의심스럽군."

"아아...! 아아아아!! 도대체 뭘 원하는 건데요!?"

"진실."

말을 마친 운현은 그녀의 입을 막고 밧줄을 풀었다. 그나마 양 팔이 동상으로 인해 괴사할 가능성에서 벗어난 미녀가 한숨을 내쉬었을 때 운현은 바늘을 들고 그녀의 어깨에 푹 찔렀다.

"으으읍!!"

긴 바늘이 자신의 어깨를 파고들자 그 고통에 그녀는 비명을 내지르려 했다. 하지만 입을 가리고 있는 재갈은 그저 작은 신음소리만을 만들어 낼 뿐 이었고 그것에 운현은 다른 바늘을 들고와 그녀의 다른쪽 어깨에 망설임 없이 찔러 넣었다.

"푹!"

"으읍!!"

"내가 알기로 여기는 혈자리인데... 슬슬 고통이 오기 시작할거야."

말을 마친 운현은 다시 신문을 읽기 시작했다. 그의 말대로 어깨에서부터 피어나기 시작한 고통이 어깨와 팔, 그리고 목쪽으로 치솟기 시작했다. 미나는 고통과 단지 바늘을 두번 찌른 것만으로 이만큼의 끔찍한 고통을 만들어내는 그의 행동에 공포에 질렸다.

"읍! 읍!"

말을 하고 싶지만 말을 할 수 없는 상황. 미나는 미칠 것만 같았다. 지금까지 그가 고문을 하며 한 질문은 그저 이름 하나 뿐이었다. 이게 무엇을 위한 고문이란 말인가.

"다난 교에서는 고문에 대한 훈련도 안시키나? 하. 사교답지 않군."

공작과 전투를 위한 훈련은 한다. 포로로 잡혔을 때 자결을 하라는 교육도 받고 그 각오도 시험받는다. 하지만 고문을 버티는 기술은 그저 기절을 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운현이 시작한 고문은 기절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갑작스럽거나 강렬하지 않았다. 그저 서서히 고통을 가중시켜나가는 것에 불과했기에 쉽게 기절을 할 수 조차 없었다.

"으으으읍!! 읍!"

어깨와 목의 고통이 강해진다. 너무 큰 고통에 머리가 울릴 정도가 된 미나가 신음과 비명을 토해내 몸부림을 치자 운현은 신문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나 새로운 고문도구를 들었다.

"으읍..."

"이게 좋군."

운현이 손에 쥔 도구는 아까와 비슷한 장침이었다. 장침 두방에 이정도의 고통을 만들어냈는데 또 어떤 고통을 그가 만들어낼까 라는 것에 미나가 공포에 질리자 운현은 그것을 들고 그녀의 눈에 가져갔다.

"으읍! 읍!"

설마 눈을? 아까 전에도 그가 눈을 찌르려 했던 것을 떠올린 그녀는 눈을 꼭 감고 미친듯이 머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목과 어깨에서 만들어진 고통때문에 두통이 더더욱 가세되었지만 그런 것 따위는 상관없었다.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저항을 하기 위해 그녀가 움직이자 운현은 피식 웃은 후 바늘로 그녀의 이마를 툭 쳤다.

"스스로 고통을 배가시키는건가? 훌륭하다."

"....."

"자. 그럼 다시 시작이다."

"...푸하. 전..."

"내가 묻지 않았다."

"으읍!?"

운현은 다시 그녀의 입에 재갈을 채웠다. 그것에 당황하며 그녀가 무언가 말하려는 찰나 운현은 바늘을 든 채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의 탱탱한 볼에 꽂았다.

"푹!"

"...!!"

볼이 화끈해졌다. 그와 동시에 입 안에서부터 튀어나온 바늘은 반대쪽 입 안을 꿰뚫었다. 바늘이 양 볼을 관통한 것에 그녀가 아무런 말도 못하자 운현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내 질문에만 답해라."

"......"

"쭈욱..."

"으윽...!"

다시 빠르게 바늘을 뽑은 운현은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는 그녀의 볼을 본 후 재갈을 풀었다. 그녀가 질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고통에 인상을 구기자 운현은 양 어깨의 바늘도 뽑아주었다.

"마지막이다. 더 이상 너에게 할당할 시간도 없으니까 말야."

"....."

"왜 날 죽이려고 했지?"

"그건..."

그녀가 고민하며 말을 하지 않자 운현은 뒤로 물러나 홉고블린의 피가 담겨 있는 통을 가져와 그 피를 컵에 가득 담았다. 저번에 고문용으로 쓸때는 과도하게 먹여 정신이 나가버렸지만 한번 해 본 결과 어느정도 먹이면 적당히 환각 상태와 함께 발정 상태가 되는 것인지 확인했던 운현은 그녀의 턱관절을 꽉 잡아 입을 강제로 벌리게 한 후 미나의 입에 홉고블린의 피를 흘려 넣었다.

"시간적 여유만 있다면 느긋하게 해주겠지만 좀 바빠서 말이지. 사십분 후에 보자."

"콜록! 콜록!"

미나의 입에 재갈을 물려 준 운현은 고문도구를 그대로 놓은 채 밖으로 나갔다. 그가 더 이상 질문도, 고문도 하지 않고 나가자 미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몸이 간지럽지...?'

방금 전 마신 것의 맛을 생각하면 피다. 피를 마신 것만으로도 이렇게 몸이 뜨거워지는 건가? 라고 생각하던 그녀는 허벅지 안쪽의 계곡이 타는 듯 간지러워지자 부르르 몸을 떨었다.

'모, 몬스터의 피!?'

183====================

Succubus

"벌써 나오셨어요? 고문을 하신것 맞아요?"

운현이 문을 열고 나오자 아르토리우스는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고문을 하러 들어간 것 치고는 꽤나 조용했던 것에 그녀가 어깨를 으쓱이고 안으로 대신 들어가려 하자 운현은 그녀를 말린 후 말했다.

"몬스터의 피를 먹여놨어. 고문을 직접 해도 좋지만 쓸데없이 힘을 뺄 필요는 없지. 다른 이들에게 간다."

"네? 뭘 먹여요? 몬스터의 피? 그건 어디서 난거죠!? 분명 당신은..."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의 손에 들려 있는 통을 보았다. 분명 그가 들어갈때까지만 해도 들고간 것이 아니다. 또한 자신이 준비한 것도 아니다. 그것에 그녀가 혼란스러워하자 운현은 피식 웃었다.

"너라고 해서 나에 대해 완벽하게 아는 것은 아닌 것 같군."

"그건... 아니 그게... 이런 적은... 아니아니..."

무척이나 혼란스러워하는 그녀를 보며 운현은 싸늘히 웃었다. 그 웃음과 그의 손에 들려 있는 통을 번갈아 바라보던 아르토리우스가 늘상 짓고 있던 웃음을 지우고 심각한 얼굴이 되자 운현은 통 하나를 그녀에게 넘겼다.

"최대한 많은 이들을 고문하고 정보를 얻어낸다. 얻어낸 정보 중에 거짓이 있을 수도 있으니 말야. 넌 이 통을 들고 나머지 다섯에게 먹여. 홉고블린의 피니까 한컵정도면 꽤나 효과를 볼거다."

운현이 무덤덤히 말하고 다른 방으로 들어가자 아르토리우스는 복잡한 얼굴을 한 채 그의 말대로 다른 방을 돌기 시작했다.

"슬슬 시간이 됐으려나."

각 방을 돌며 미나에게 했던 것과 비슷한 방법으로 그들에게 고통을 준 후 홉고블린의 피를 먹이고 나온 운현은 복도의 끝에서 신문을 보다가 시간을 확인하고 중얼거렸다.

미나에게 홉고블린의 피를 먹이고 사십분이나 지났다. 이정도라면 그녀의 이성은 어느정도 맛이 갔으리라 생각한 운현은 그녀의 방으로 향하다가 발걸음을 멈췄다.

'그런데 왜 안풀리지?'

지금까지 현자의 시간은 길어야 한시간. 짧으면 오분에서 십분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상아와 하고 현자의 시간이 활성화된 후 벌써 두시간은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자의 시간이 풀리지 않은 것에 운현은 이상함을 느꼈다.

'뭐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나쁠 이유가 없지.'

운현은 히죽 웃은 후 미나의 방으로 향했다. 방에는 나체가 된 채 홍수처럼 애액을 뿌리며 헐떡거리는 미나가 있었다. 그녀의 약간 처진듯한 가슴의 중앙에 있는 유두는 눈에 확 뛸 정도로 딱딱히 굳어 있었고 양 팔과 양 다리는 자꾸만 몰아치는 아쉬운 쾌감에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갸름한 턱과 긴 목은 흘러내린 타액으로 범벅이 되어 있다.

"으읍! 읍!"

운현을 보자마자 눈이 벌개진 채 그녀는 몸을 흔들었다. 아까 전 동상을 입은 팔에서 고통이 느껴질만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 따위는 상관이 없는 모양이다. 그런 그녀를 무심히 바라보던 운현은 의자를 끌어 위에 앉은 후 신문을 펼쳤다.

"아직 읽다 만 사설이 있어서."

"읍! 읍! 읍!"

눈 앞에 남자가 있다. 운현의 미세한 체취만으로도 한차례 쾌감을 받은 것인지 미나는 파르를 몸을 떨었다. 그런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던 운현은 성큼성큼 미나에게 다가가 그녀의 입에 물려 있는 재갈을 풀었다.

"박아줘! 박아줘!"

쾌락을 미친듯이 갈구하며 외치는 그녀를 말없이 바라보던 운현은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아 벌린 후 그 안에 주르륵 침을 흘렸다. 그것을 감로수처럼 받아먹은 미나는 숨을 헐떡거렸고 그녀를 향해 운현은 담담히 말했다.

"왜 날 공격했지?"

"신성을 빼앗기 위해서!! 대답했으니까 빨리...!"

"그 이유 뿐인가?"

"네! 네! 제발! 제바아아아알!"

"흠... 아직 질문은 끝나지 않았다."

운현은 그녀의 커다란 유두를 비틀어 준 후 뒤로 물러나려 했고 미나는 운현이 멀어지는 것에 눈물까지 주륵주륵 흘리며 외쳤다.

"뭐든지 말할테니까 제발 더...!!"

"좋아. 그럼 위신체에 대해서 알고 있나?"

"그, 그건 모르는..."

"가짜 신은?"

"가짜 신은 저희 교단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중 하나입니다! 자,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가짜 신을 만들어 세상을 정화하려고..."

"만든다? 어떻게?"

"자세한건 저도 잘! 조, 좀 더 고위의 집행자들이 알것입니다! 아! 신성을! 신성을 모아서 가짜 신을 만들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어서...!"

"마지막 질문. 너희들은 신성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나?"

"그 전에 어서... 어서..."

강렬한 욕망에 물든 눈으로 그녀가 말하자 운현은 손을 들어 그녀의 계곡 안에 밀어 넣었다. 그것만으로도 꽤나 쾌감을 받은 듯한 미나는 혀를 빼물고 타액을 주륵주륵 흘리며 몸을 떨었다. 손가락을 잘라먹을 것처럼 조여오는 계곡의 벽을 몇번 건드려 준 운현은 미나의 귓가에 속삭였다.

"모든 것을 말하면 편하게 해주지."

"으으... 그러니까... 파, 파르티 교단의 것이 여덟개... 반, 그, 그리고 몬스터들의 신에게 빼앗은 신성이 셋!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다른... 다른 신들의 신성을 빼앗은 것이 총 셋... 열 네개 반의 신성을 가지고... 하으으응!!"

운현의 손가락이 계곡의 벽을 자극하자 미나는 혀를 빼물고 신음성을 토해내었다. 끝까지 가지 못한 상황에서 쾌감만을 올려가는 자극에 미나는 울먹거리며 말했다.

"흑...흐흑... 그러니까... 그게..."

"더는 없나?"

"네... 흐흣...으으응... 저, 저는 더 이상..."

"잠시 기다려라."

"아아아아! 어째서! 어째서!? 모, 모든 것을 말했잖아요! 당신이 원하는... 읍!"

"시끄러워."

무감정한 눈으로 그녀에게 시선을 던진 운현은 미나의 입에 재갈을 채우고 다른 방을 돌았다. 나머지 모든 방을 돌고 나자 운현은 미나의 말처럼 다난이 벌써 열네개 반의 신성을 모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신성을 모으면 위신체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라... 그렇다면 이번에 얻은 정보를 조합해볼까.'

팔짱을 낀 채 운현은 의자에 앉아 생각을 이어나갔다.

저들의 정보가 모두 사실이라는 가정을 한다면 저들이 모은 신성은 모두 열 네개 반. 거기서 내가 가진 신성까지 합친다면 총 열 다섯의 신성을 모을 수 있다는 건가. 다난의 목적은 세상을 자신의 교리로 가득 차게 만드는 것. 현재 세상의 주신은 파르티 교단이다. 그 교단의 위세는 대단하여 어지간한 종교는 그 자리를 차지하기 힘들 터. 하지만 다난교도들이 위신을 만든다면 그 위신을 이용해 세상을 정복할 수 있겠지.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 신성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고 한 것으로 보아 현재 운명은 다난교도가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볼 수 있어.'

생각을 멈춘 운현은 고개를 갸웃거린 후 피식 웃었다.

'신성을 모으는 이유는 가짜 신을 만들지 못하게 하기 위해선가. 신성을 사용해 운명을 읽었다는 것을 가정한다면 신성을 하나 이상은 사용했을 것이라는 거고... 그렇다면... 내가 내릴 수 있는 가설은 하나 밖에 없군.'

만약 운명이라는 것이 다난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중이라면 그들은 굳이 신성을 모으는 짓을 하지 않아도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세상이 흘러가기를 기다리면 될 것이다. 굳이 신성을 모으는 짓을 하는 이유는 위신체. 그리고 가짜 신에 있었다.

'현재의 운명을 바꾸지 않기 위해서.'

운명을 바꾸고 그것에 간섭할 수 있는 것은 가짜 신 뿐이다. 그 가짜 신이 이 세상에서 움직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위신체라면 다난교도들은 다른 이들이 가짜 신을 만들어 자신들에게 유리한 운명을 바꾸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었다.

"흐음. 그렇다면 일이 재밌어지는군."

굳이 자신을 죽이지 않아도 되는데 안전을 위해서 자신을 죽여 신성을 빼앗으려고 한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운현은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들이 그렇게 원한다면 나로서는 할 일이 하나 밖에 없잖아."

운현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인벤토리에서 꺼낸 단검을 손에 들었다. 다난이 자신을 엿먹이려고 한다면.

"그 엿. 그대로 돌려주지."

"그러려면 일단 레벨부터 올리셔야겠는데요?"

뒷편에서 걸어 온 아르토리우스의 말에 운현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녀의 말대로다. 아직 200조차 되지 않는 저레벨로는 확실히 무리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런 그를 향해 부드럽게 웃은 아르토리우스는 뒤에서 운현을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오래 기다리셨죠? 이제 슬슬 방으로 돌아갈까요? 후후. 당신을 위해서 예쁜 속옷을 준비해놨는데.

"가기 전에 할 일이 있지."

운현이 단검을 들고 포로들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려 하자 아르토리우스는 손을 들어 그를 막았다.

"왜?"

"심문을 좀 더 해야하니까 기다려주시겠어요?"

"네가 심문할 것이 있나?"

"네."

운현이 포로들을 모두 죽이려고 하는 것을 막은 아르토리우스는 부드럽게 웃으며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매만졌다. 애정이 듬뿍 담긴 손길에도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던 그가 단검을 잡은 손에 힘을 풀자 아르토리우스는 그의 팔을 끌어안았다.

"이제 돌아가요. 저들은 저에게 맡기구요."

"뭘 심문하려고 하는 것이지?"

"다난교도들이 결집하는 곳. 그리고 이 던전 도시에 다난 교의 누가 와 있는지. 그 외에 잡다한 것들? 지금의 당신에게는 별 의미가 없는 일들이에요. 그곳을 알아낸다고 하더라도 당신이 당장 다난교와 싸울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말이죠."

"하아. 그런가."

그녀의 말대로다. 다난교도들이 모인 곳을 알아봤자 운현이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그는 쓴 입맛을 다시며 뒤로 물러났고 아르토리우스는 그를 데리고 용병 연맹의 1층으로 돌아갔다.

"이제 어쩌실 생각이세요?"

"할 일은 간단하지. 일단 레벨을 올린다. 그리고 다난교가 보유하고 있는 신성을 빼앗는다. 한가지만 가르쳐줬으면 좋겠군. 내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신성을 빼앗을 수 있나?"

"네. 가능할거에요."

"가능할 거라는 것은 너도 모른다는 건가?"

"네. 저라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은 아니니까요. 알고 있는 것은 대부분... 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좀 불투명해졌군요."

그리 말하면서도 아르토리우스는 얼굴 가득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던 운현이 몸을 돌려 나가려 하자 그녀는 그의 팔을 잡으며 물었다.

"벌써 가시려구요? 목욕이라도 하고 가시는 건 어때요?"

"그것도 좋겠지만 너무 늦은 시간이다."

"치. 그럼 데려다드릴게요. 카를로스와 다난교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요."

"그런데..."

운현은 아직 해소되지 않은 질문을 던지려다가 아르토리우스의 웃음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어차피 물어봤자 대답해주지 않겠지. 그래도...'

"네가 원하는 운명은 뭐지? 다난과 적대하고 있는 것을 보니 다난이 원하는 운명은 아닌 것 같은데. 네가 바라는 것이 무엇이길래 나에게 협력하는거냐?"

"후후후후..."

운현의 질문에 아르토리우스는 말 없이 웃기만 할 뿐 이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운현은 인상을 찡그렸고 아르토리우스는 그의 볼에 살짝 키스한 후 말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요. 이제부터 힘내주세요."

"흥."

"그렇게 반응하지 말구요. 자자. 저 옷만 갈아입고 나가도록 하죠. 둘이 데이트 할까요?"

아르토리우스가 장난치듯 말하며 자신의 팔을 꼭 끌어안자 운현은 그녀를 밀치며 앞서 걸었고 그런 그를 뒤에서 바라보던 그녀는 생글생글 웃었다.

화려한 드레스형 갑옷을 입고 나와 길드회관 앞까지 운현을 데려다 준 아르토리우스는 그를 보내기 아쉬웠는지 잡고 있던 손을 놓지 않았다. 한참동안이나 손에 쥐고 있던 깍지를 풀지 않던 그녀는 운현이 자신을 향해 인상을 찡그리자 겨우 손을 놓았다.

"하아... 이젠 당신이 용병이 될지 안될지 조차 확신할 수 없게 되어버려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기억해두지."

그가 손을 들어 올리고 회관 안으로 들어가자 아르토리우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알고 있던 것과 점점 달라지고 있네요. 모험가를 선택한 것도... 그리고... 모든 것은 결국 당신의 계획대로겠죠? 부디 이번에는..."

아르토리우스가 말을 마쳤을 때 그녀는 휙 고개를 돌렸다. . 길드 회관 반대편의 건물 옥상에서 거대한 활을 들고 있는 검은 옷의 사제와 눈이 마주친 아르토리우스는 환한 미소를 짓고 크게 발을 굴러 뛰었다. 벽을 걷어차고 난간을 잡아 단번에 2층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간 그녀는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검은 로브의 사제에게 싱글거리며 말했다.

"와~ 이게 얼마만이야~ 정말 보고 싶은 얼굴을 이렇게 만나게 되네요~ 저번에 놓친 것 때문에 엄청 가슴아팠는데. 어디. 신성은 잘 간직하고 있나요? 아쉬워라~ 당신의 신성은 제가 빼앗고 싶었는데 말이죠. 당신을 지키다가 죽은 리가스의 신성 때문에 당신을 죽일 수도 없잖아요. 그러니까..."

아르토리우스가 올라오자 사제는 활을 쥔 손을 풀었다. 그 순간 거대한 활이 모습을 잃고 사라져버렸다. 방해를 받은 검은 로브의 사제는 빠득 이를 갈고 증오를 가득 담은 목소리로 말했다..

"또 방해할 생각이냐? 배교자."

"에이~ 새삼스럽게 왜 이래요... 한두번도 아닌데."

검은 사제의 말에 아르토리우스는 생글 생글 웃으며 검을 뽑았다. 그녀가 검을 뽑은 순간 검은 사제의 뒤에서 검은 날개가 서서히 펼쳐지기 시작했다. 커다란 검은 날개가 완전히 펴지자 아르토리우스는 입맛을 다시며 검을 잡은 손에 힘을 넣었다.

"지금은 아니었는데 말이죠... 역시 바뀌고 있네요."

"뭐?"

"바뀐다고요..."

작게 키득거린 아르토리우스는 눈을 빛내며 발을 굴렀다.

"당신들의 운명이!"

강력한 외침과 함께 아르토리우스의 몸이 사라졌다. 그것에 검은 날개의 사제가 뒤로 물러난 순간 어느새 사제의 뒤에서 나타난 아르토리우스는 검을 휘둘러 그녀의 날개를 베었다.

"촤악!"

"큭!"

날개가 깊게 베어져 비틀거린 검은 로브의 사제는 이를 갈며 양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은은한 청백색의 기운이 아르토리우스를 향해 쏘아졌고 아르토리우스는 그것을 검으로 쳐낸 후 싸늘히 말했다.

"약해! 약해! 고작 이정도야!? 신성을 가지고 있는 주제에!?"

"쳇!"

청백색 기운을 뿜어대며 그녀와 싸우던 검은 날개의 사제는 결국 계속 밀려나게 되었고 더 버티지 못하고 검은 날개를 움직여 허공으로 날았다. 그런 그녀를 보며 생글생글 웃은 아르토리우스는 검을 검집에 넣은 후 말했다.

"역시 도망치는건 정말 잘한다니까."

"...운명은 바뀌지 않는다. 헛짓하지 마라. 아르토리우스."

"쿡쿡쿡... 그렇게 생각해요? 정말? 확신하나요?"

싸늘히 내뱉은 검은 사제가 어둠 속으로 날아가자 그것을 지켜보던 아르토리우스는 생긋 웃은 후 침을 뱉으며 이죽거렸다.

"아무튼 붙을 때마다 도망치는 주제에 말은 참 잘해요. 주둥이만 살아가지고... 겁쟁이 마이엘 주제에... 아아. 기대된다. 빨리 당신이 강해져야 할텐데 말이죠."

작게 키득거린 그녀는 길드회관쪽을 힐끔 본 후 가벼운 발걸음으로 용병연맹을 향해 걸었다.

184====================

Succubus

[패시브 스킬 : 현자의 시간이 비활성화 됩니다.]

[냉철한 이성 상태가 해제됩니다.]

[지력이 99 하락합니다.]

"운현씨!?"

"어디 갔다온거야!?"

"깜짝이야. 왜?"

회관의 문을 열고 들어간 운현은 다짜고짜 자신에게 달려드는 헤스티아와 바제트의 모습에 당황했다. 그리고 그에게 다가 온 것은 그녀들 뿐만이 아니었다. 쭈뼛거리며 운현의 눈치를 살피던 상아는 그의 어리둥절한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행이다..."

"뭐가?"

"아니... 그게 아니라."

"그보다 운현씨. 큰일이에요."

"왜?"

"저녁식사를 하려고 미야에게 갔는데 미야가..."

머뭇거리던 바제트는 한숨을 내쉰 후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발정기가 찾아왔어."

"에? 벌써? 아직 시간이 좀 남은 것 아닌가?"

운현은 미야가 예측한 자신의 발정기 날짜를 떠올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직 이틀에서 사흘 정도 남았는데 왜 벌써 발정기가 온 것이란 말인가. 그가 이상하다는 얼굴로 묻자 상아는 어깨를 으쓱인 후 차분히 설명해주었다.

"던전에서 많은 전투를 하다보면 흥분도가 쌓이고 줄어드는 과정에서 발정기가 조금 빨리 오거나 늦게 오는 경우가 있어. 수인들의 경우는 발정이 시작되어버리면 전투를 할 수 없는 상황까지 되어버리니까 대부분 주의하고 있어. 차라리 잘 됐네. 어서 가서 해주고 와."

던전에서 한참 전투중에 발정이 찾아오지 않은게 다행이다. 그리 생각한 상아는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다른 여자들과 하는 것도 싫지만 더 싫은 것은 운현이 미야와 하게 되면 그가 냉철한 이성 상태가 될 것이었다.

"운현. 지금은 아니지?"

"냉철한 이성 상태를 말하는 거면 아닌데? 왜?"

"으음... 그게말야."

상아는 볼을 긁적거리며 머뭇거리다가 살며시 그의 품에 안겼다. 상아가 운현에게 안기는 모습을 본 헤스티아와 바제트는 움찔했지만 그녀의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 차마 별다른 말을 꺼내지 못했다.

"왜 그래?"

자신을 꽉 끌어안는 상아의 모습에 운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손을 들어 그녀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길에 상아는 붕붕 고개를 저었다.

"아냐... 돌아와서 다행이야."

"뭐라는거야. 야야. 이상한 소리 할 거면 가서 일이나 해라. 헤스티아. 미야의 상태는 어때?"

"아. 그게요."

"지금 굉장히 심하니까 긴장하고 가라고."

"끙... 위험하겠군. 알았어."

수인의 발정을 해소해 준 적은 없었다. 아스티나나 미야나, 그리고 다른 수인들이 가끔씩 발정이 찾아오면 좀 도와달라는 말을 들었을 뿐이지 자세한 것을 들어 본 적이 없었던 운현이 긴장한 발걸음으로 미야의 방에 들어갔을 때 그는 방에서 풍겨오는 음란한 향기에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하윽! 윽! 으읏! 운현! 운현! 하으으응!!"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나신이 된 채 길고 탄탄한 다리를 쫙 벌리고 손가락으로 음부를 미친듯이 찌르고 있는 미야를 본 운현은 자신도 모르게 살며시 고개를 숙였다. 얼마나 애액을 뿜어낸 것인지 바닥 여기저기는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야. 괜찮... 윽!?"

"운혀어어어언!!"

운현이 방에 들어온 것을 본 미야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달려갔다. 평소 전투를 할 때 보이는 것처럼 빠르게 달려 그를 끌어안은 미야는 운현의 얼굴을 핥으며 그의 갑옷을 벗겨나가기 시작했다.

"핥짝. 쪽. 핥짝... 추릅..."

"왓! 야! 야! 자, 잠깐만! 해줄테니까!"

"하아...하아..."

갑옷 상의를 벗긴 그녀는 황급히 그의 바지를 풀러 쭉 내렸다. 너무 갑작스러운 나머지 운현의 남성은 미야가 완전히 발정이 나버렸는데도 불구하고 시무룩해 있는 상태였다. 그것을 본 미야는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그의 남성을 한입에 물고 정신없이 빨기 시작했다.

"쭈릅...쪽..."

길고 약간은 까칠한 혀가 양물을 자극하기 시작하고, 미야의 한 손이 자신의 불알을 만지며 그녀가 스스로 자신의 계곡을 애무하는 모습에 운현의 남성은 금새 힘을 되찾았다. 입 안에서 커져버린 그의 남성에 목이 메이면서도 미야는 그의 양물을 빠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하으으으응!!"

쪼그려 앉아 양 다리를 벌리고 계곡을 애무하던 미야는 그의 남성을 문 채 절정에 도달해버렸다. 쫑긋 솟아 있던 긴 꼬리가 스르륵 가라앉으며 미야가 엉덩방아를 찧자 운현은 여기서 더 기다렸다간 미야가 미쳐버리는게 아닌가 싶었다.

"괜찮아?"

"어서 해줘. 어서. 어서어어어!!"

'이정도면 거의 몬스터 피를 먹은 수준인데...'

아까 전 용병 연맹에서 홉고블린의 피를 먹인 다난의 집행자들이나 보일 법한 그녀의 모습에 운현은 침을 꿀꺽 삼켰다.

"야. 그래도 침대에서 해야지."

운현은 미야를 안아 들고 바지를 대충 벗은 후 침대로 걸어갔다. 침대로 가는 와중에도 미야는 좀 더 운현을 느끼려는 듯 그의 볼과 입술을 핥고 손을 내려 그의 양물을 앞 뒤로 흝어나갔다.

"얌전히 좀 있어! 짜샤!!"

걷기 힘들 정도로 농염하게 애무를 하는 탓에 운현은 그녀를 잡고 휙 침대로 던졌다. 공중에서 몇바퀴 돌며 안전하게 침대에 착지한 미야는 자신의 매끈한 다리를 잡고 쫙 벌리며 음부를 드러내었다. 축축하다 못해 흥건할 정도로 많은 애액은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서어어어어!!"

"알았어. 알았어. 어휴 진짜."

자신을 원하는 미야의 외침에 운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용병 연맹의 지하감옥에서 다른 여인들이 그토록 애원을 해도 할 마음이 들지 않았지만 항상 자신을 생각해주는 미야라서 그런지 운현은 그녀의 그런 모습에 색욕이 물씬 몰려오는 것을 느꼈다.

"조금 괴롭..."

"용서 못해!"

"히면 안되겠지?"

눈에 핏발을 세우고 미야가 소리치자 운현은 순순히 그녀의 계곡 입구에 남성을 가져다 대었다. 그것만으로도 절정에 도달한 듯 미야는 파르르 몸을 떨었다.

"울컥... 울컥..."

양물의 머리와 닿아 있는 계곡이 뜨거운 애액을 토해내며 그의 물건을 적셔나갔다. 그것에 질린 얼굴로 미야를 본 운현은 일단 한번 보내는게 낫겠다 싶어 허리를 쭉 밀었다.

"하윽! 하으으으으윽!! 이거야아아앙!!"

눈을 크게 뜨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긴 다리로 운현의 허리를 꽉 끌어 안은 그녀는 조금이라도 더 깊게 운현을 느끼려 했다. 양 팔은 운현의 몸을 꽉 끌어안았고 자연스레 그녀에게 안기게 된 운현은 미야가 키스를 하기 위해 입술을 덮치자 고개를 돌린 후 말했다.

"잠깐 좀 진정 할 수 없을까?"

"하악...으읏... 왜."

"아, 아니. 언제부터 이런거야?"

"오늘 저녁부터... 빨리. 빨리 해줘어어..."

미야는 더 이상 참기 힘들었는지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애원했다.

"으, 으응."

그녀의 모습에 기가 죽은 운현은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늘상 하던대로 끝까지 빼 깊숙히 넣는 방식으로 그가 허리를 움직이자 미야는 혀를 빼물고 숨을 헐떡거리며 날씬한 허리를 움직여 그의 움직임에 맞추기 시작했다.

"아흑! 좋아! 아흐으으응! 어허엉! 으윽!"

"뭔 조임이..."

처음 미야랑 했을 때 이상으로 양물을 물고 있는 계곡은 심하게 조여오기 시작했다. 그것에 운현이 당황하며 허리를 멈추자 미야는 눈에 불을 켜고 그를 밀쳤다.

"윽...!?"

"내가... 내가 해줄게..."

색욕과 광기에 번들거리는 눈으로 미야는 운현을 위에서 덮쳤다. 운현이 일어나려 하자 미야는 이를 드러내며 그의 양 팔을 양 손으로 꽉 잡았다.

"야!? 이게 무슨... 읍!"

"쭈릅...쪽..."

스탯상으로는 운현의 힘이 더 높지만 스킬의 보정을 받는 미야가 실질적인 힘은 더 높은 듯 보였다. 그게 아니면 덮치는 사람의 7배 법칙이 적용되었든가. 운현의 양 팔을 잡은 채 미야는 그의 남성을 자신의 음부에 넣은 채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앞 뒤, 양 옆. 그리고 위 아래로 번갈아가는 것에 진한 쾌감을 느끼면서도 운현은 고개를 돌려 간신히 입술을 떼어내고 말했다.

"잠깐만 좀..."

"내가 싫어? 하아...하아...?"

"그런건 아닌데..."

"그럼... 이대로 해."

더 이상 말은 필요 없는 듯 미야는 운현의 손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아주고 그의 머리를 꽉 잡았다. 더는 피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듯 미야는 그의 얼굴을 잡고 진하게 키스했다. 입 안을 누비는 농밀한 혀놀림, 그리고 하복부에서 오는 쾌감. 그것에 운현은 사정감을 참지 못했고 운현의 남성이 자신의 안에서 움찔거리자 미야는 키스를 멈춘 후 입술을 깨물었다.

"하아... 으읏.. 조, 조금만 더..."

"찔꺽! 찔꺽!"

이미 애액은 넘쳐 흘러 운현의 다리까지 적시고 있었다. 미야가 허리를 더더욱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하자 애액은 넘쳐 흐르기 시작했고 운현은 양물에 비벼지는 수많은 매끈한 돌기들이 주는 쾌감에 결국 사정감을 참지 못했다.

"큿...!"

"하으으! 으으...! 와, 왔어... 으흐아앙!"

운현의 남성이 정액을 쏘아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야는 허리를 꿈틀거리며 그의 품 위로 쓰러졌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하체는 움직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한방울이라도 더 그의 정액을 갈취하려는 듯 허리를 움직이던 미야는 운현의 손이 자신의 꼬리를 잡고 위 아래로 쓰다듬자 그것에 진한 쾌감을 느끼며 혀를 빼물었다.

"아...! 아! 으항!"

"으읏!"

꼬리를 만지면 만질수록 계곡의 자극이 강해진다. 운현은 미야가 주는 쾌감에 움찔움찔하며 마지막 정액을 쏟아내고 숨을 몰아쉬었다.

"하아...하아..."

"운현... 운혀어언..."

달콤한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부르며 미야는 다시 허리를 움직였다. 아까처럼 막무가내의, 정액을 뽑아내기 위한 움직임이라기보다는 서로 쾌감을 받고자 하는 오묘한 움직임. 그녀의 음부 안에서 반쯤 힘을 잃고 있던 운현의 남성은 그 움직임에 점차 기운을 되찾았다.

"핥짝... 쪽... 하으으... 으..."

운현의 손길이 자신의 가슴을 주무르며 오똑하게 솟은 왼쪽의 유두를 만지고, 그의 입술이 유두를 쪽쪽 빨며 혀로 굴리면서 남은 손으로는 꼬리를 애무하자 미야는 미칠 것 같은 쾌감에 신음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허리를 움직이는 것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 미야는 다시 빠르게 허리를 움직였다.

"찔꺽... 찔꺽..."

거품이 되어 흘러내려오는 점성 강한 백탁액 액체. 그것을 보며 운현은 입에 물고 있던 미야의 오독한 유두를 꾸욱 깨물었다.

"히야아아앙!!"

새된 비명과 함께 미야의 몸이 크게 떨렸다. 바들거리던 그녀의 몸이 축 늘어진 순간 운현은 미야가 성대하게 지려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후우..."

전기에 감전이라도 된 것 처럼 자신의 몸 위에서 미야가 숨을 헐떡거리며 움찔거리는 것에 운현은 천천히 그녀의 몸을 눕혔다. 운현을 끌어안고 있던 손에 힘이 풀렸다. 미야의 촛점 없는 눈을 보며 그녀의 볼을 몇번 쳐 준 운현은 서서히 그녀의 계곡 안에 있는 양물을 뽑아내었다.

"주르륵..."

막혀 있던 계곡이 벌려지며 애액과 정액이 섞인 백탁색 액체가 주륵주륵 흘러내렸다. 그 음탕한 광경에 운현은 침을 꿀꺽 삼켰다.

"미야. 괜찮아?"

"후우...후우... 으...으응... 아직 몸이 뜨겁긴 하지만... 그래도 한결... 낫네."

미야의 눈에 희미한 빛이 돌아온다. 그녀가 자신을 보며 힘겹게 말하자 운현은 피식 웃었다.

"진짜 굉장하던데? 이게 발정기야?"

"으응... 그래도 남자의 정액 덕분에 많이 가라앉네... 으으으... 아직도 몸이 뜨거워..."

"그럼 좀 진정한 상태에서 하는게 낫겠네."

"응..."

미야는 힘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몸 여기저기를 살펴 본 운현은 미야를 안아들었다.

"자, 잠깐. 뭐 하려고?"

"응? 일단 좀 씻게. 욕탕에서 좀 씻고 하자."

"...응."

미야를 안아 든 운현은 그녀의 계곡 안에 다시 남성을 쑥 밀어 넣었다. 음부 안에 양물이 찾아오자 미야는 눈쌀을 찌푸리며 쾌감에 몸을 떨었다.

"자자. 우리 귀여운 고양이 아가씨의 애교는 욕탕에서 받아주지. 너 몸 여기 저기에 애액 뭍어서 찝찝하겠다."

"그런건 신경 안쓰지만..."

그의 허리를 꼬리로 톡톡 친 미야는 살짝 얼굴을 붉힌 후 그의 입술에 쪽 키스한 후 방긋 웃었다.

"네가 신경쓴다면 그렇게 하자."

"어휴. 현자타임은 안오네."

욕탕에서 두번, 나와서 두번 더. 여섯번이나 했는데도 현자타임은 커녕 좀 더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기 전에 미야가 말했던 것을 떠올린 그는 그녀의 계곡에서 남성을 뽑아낸 후 중얼거렸다.

"발정기의 수인이 내뿜는 체취는 성욕을 계속해서 증가시킨다라... 기절하면 그만 해도 된다고 했으니까 이제 그만해도 되겠군."

운현은 미야의 계곡에서 남성을 천천히 뽑아내었다. 기껏 목욕을 했는데 땀으로 흠뻑 젖은 미야를 내려다보며 운현은 피식 웃었다.

"이거 진짜 매달 흥미진진하겠군. 이정도면 무서울 정돈데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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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ccubus

미야를 재우고 샤워를 한 운현이 갑옷을 들고 밖으로 나오자 그는 문 앞에서 서성이고 있는 상아와 마주쳤다. 운현이 나온 것을 본 상아는 움찔한 후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왜?"

"...너. 운현 맞지?"

"그럼 내가 누구겠냐?"

상아의 말에 운현은 피식 웃으며 그녀의 하얀 이마를 손가락으로 콕 찍었다. 그의 장난스러운 행동에 상아는 작게 한숨을 내쉰 후 베시시 웃었다.

"다행이다..."

"뭐가?"

"음..."

상아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현자의 시간. 그러니까... 냉철한 이성 상태일때 위화감이 느껴져서. 넌 그때의 기억이 나?"

"그때의 기억이고 자시고 그 상태는 그냥 내 상탠데? 좀 더 감정이 없어지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정도에 불과해."

운현은 어깨를 으쓱이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요즘들어 현자의 시간이 활성화되는 것이 좀 더 길어지긴 했지만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되었다. 그의 말에 상아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럼 그냥 착각인가..."

"뭐가? 문제라도 있어?"

"아니. 아까 전에 널 봤을 때 네가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거든..."

"내가?"

차분히 생각을 이어나간다. 현자의 시간때와 아닐때, 확실히 자신의 행동은 달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그렇게 문제가 있는 것이냐하면 아니라고 볼 수 있었다. 차분히 상황을 정리하고 자신이 머리를 굴려서 안되는 일과 마주쳤을 때 냉정히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에이~ 걱정마. 걱정마."

"그럼 다행이지만 말야. 배 안고파?"

"응. 그런데 다른 애들은?"

상아만 있고 헤스티아와 바제트가 없다는 것이 궁금해진 그가 묻자 상아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계속 이 문 앞에서 서성거리길래 내가 기다릴테니까 들어가서 자라고 했어. 너 내일부터 던전에 들어가지 않아?"

"응. 그래야지. 서큐버스 만나기 전까지 최대한 코어랑 사체를 모아둘려고. 장비도 새로 맞춰야 하니까 준비는 해두는게 나을 것 같아."

다난교도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라도 빨리 레벨을 올려야 한다. 그는 아까 전 용병 연맹에서 다짐했던 일을 떠올렸다. 자신을 엿먹이려는 다난교도들에게 빅 엿을 날리려면 힘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힘을 얻기 가장 좋은 방법은 던전을 열심히 도는 것 뿐.

"아 그런데 용병 연맹에선 뭐하고 온거야?"

"아아... 그거? 날 습격했던 다난교도들을 포로로 잡았다고 해서. 심문 좀 하고 왔어."

"아르토리우스와는?"

"모종의 밀약관계라고 해두지.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얽혀 있는거야."

아르토리우스가 자신을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지만 그녀는 숨기고 있는 것이 너무 많았다. 상아나 필레, 다른 여인들과 다르게 아르토리우스는 그녀의 목적을 위해서 자신과 협력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런 이상 아직까지는 그녀를 완전히 신뢰할 수 없었던 운현이 어깨를 으쓱이며 대수롭지 않게 말하자 상아는 그를 바라보다가 그의 품에 안겼다.

"어이구~ 우리 할매~ 삐졌어?"

"흥! 몰라."

나이에 걸맞지 않게 자신에게 응석을 부리는 상아의 모습에 운현은 피식 웃었다. 그녀를 꼭 안아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준 운현은 상아와 함께 회관으로 내려왔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텅 비어 있는 회관의 빈 테이블에 앉은 운현은 메이드에게 맥주 두잔을 시켰다.

"가짜 신과 위신체, 그리고 다난교에 대해서 알게 됐어."

운현은 자신이 알게 된 것을 상아에게 모두 말해주었다. 맥주를 마시며 그것을 조용히 듣던 상아는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난 처음 듣는 이야긴데. 운명을 바꿀 수 있는 힘이라. 하우드가 알면 통한의 피눈물을 흘리겠네."

"자기 애인을 살리지 못한 것 때문에?"

"응. 그 고생을 하느니 차라리 신성을 빼앗는게 나았을 텐데... 그런데 왜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그거야 모르는 일이지. 그런데 그게 언제적 일이야? 하우드가 자살을 시도하기 시작한 날이."

"음... 한 오백년정도 전? 내가 스승님을 만나기 전날에 하우드가 미쳐서 자신의 운명을 떠들고 다니고 자살을 시도하기 시작했으니까 그때가 맞을거야."

"그런가... 그 사람은 아직도 그러고 있다고 했지? 만약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그는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더 절망하겠지."

운현의 말에 상아는 피식 웃었다.

"운명을 바꿀 수 있어도 지나간 일을 되돌릴 수는 없겠지. 뭐, 신성에 우리가 모르는 능력이라도 있다면 가능성이 있겠지만 말야."

"그런가... 으함. 나 졸립다."

"하긴... 오늘 힘 많이 썼지?"

상아는 부드럽게 웃으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남은 맥주를 한번에 들이마셨다. 그녀는 운현의 품에 한번 안기고 살짝 까치발을 들며 눈을 감았다.

"어이구. 애냐."

투덜거리면서도 운현은 상아의 입술에 살짝 키스했다. 입술에 닿는 감촉이 좋았는지 상아는 히죽 웃은 후 운현의 볼을 쓰다듬었다.

"난 내일 아침부터 시청에 가 있을거야. 그래도 네가 부르면 무슨 일이 있어도 갈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불러."

"특별한 일은 없을 것 같은데..."

고급 언데드가 아닌 기존의 언데드들을 상대하며 레벨업을 할 것이라서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운현은 상아의 걱정에 웃으며 대답해 준 후 그녀가 사무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방으로 돌아갔다.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는 미야를 옆으로 밀친 후 그 옆에 누운 운현은 얼마 되지 않아 잠이 들었다.

"으으음..."

아침이 되자 눈을 뜬 운현은 자신의 옆에 누워 말똥말똥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미야와 눈이 마주쳤다. 어제와 다르게 정상적인 듯한 그녀의 모습에 운현은 피식 웃었다.

"오늘은 괜찮아?"

"응. 헤헤... 진짜 내 발정을 해결해줬네?"

운현이 일어나자 그를 꼭 끌어안은 미야는 그의 볼에 키스하고 꼭 끌어안았다. 아침부터 달라붙는 그녀의 탄력적인 몸에 그의 남성에 힘이 들어갔다.

"우와... 어제 여섯번이나 했는데... 진짜 힘 좋네."

"그러게 말야. 뭐, 네가 굉장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라고 해두자."

"어휴~ 누가 어떤 입이 이렇게 이쁜 말을 하나~"

미야는 생긋 웃으며 그의 입술에 키스했다. 혀와 혀가 오가는 짙은 입맞춤이 끝나자 미야는 그의 위로 올라간 후 살며시 자신의 다리를 벌렸다.

"어때?"

"매우 괜찮은 제안이기는 하지만 애들 기다릴테니까 어서 나가자."

"치... 그치만 너 하고 싶은거 아니야?"

"하고싶기야 하지."

미야같은 미녀가 다리를 벌리고 넣어달라고 하는데 하기 싫을리가 있겠는가.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기다리고, 또 빨리 레벨업을 하고 싶었던 그는 미야의 나긋한 허리에 손을 올린 후 부드럽게 말했다.

"그래도 지금은 좀 그렇네. 자자. 같이 씻자."

"쳇. 알았어."

미야는 입술을 삐죽거리면서도 아직 미련이 남았는지 꼬리로 그의 남성을 감고 몇번 움직였다. 그녀의 그런 행동에 운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자꾸 그러면 이제 안온다."

"알았어. 알았다고."

그제서야 꼬리를 풀고 미야는 살랑살랑 둔부를 흔들며 욕실로 들어갔다. 운현 역시 그녀를 따라 욕실로 들어갔고 그들은 서로의 몸을 만지거나 키스를 하며 아침 목욕을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

"어제는 잘 잤어요?"

"굉장하더만. 문 밖으로도 신음소리가 그냥..."

벌써 아침식사를 시켜 먹고 있던 헤스티아와 바제트는 미야를 향해 싱글거리며 웃었다. 그녀들의 놀림에 미야는 씩 미소짓는 것으로 대답하고 자리에 앉았다.

"난 생선구이. 운현은?"

"난 빵이면 돼. 자. 오늘부터 계층주를 잡을 때까지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던전만 계속 도는 걸로 하자."

"아니 쓸데없는 짓은 자기가 다하면서..."

"그, 그런가? 아무튼 열심히 하자고."

바제트의 투덜거림에 운현은 뻘쭘히 웃었다. 그런 그를 향해 헤스티아는 훈훈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이제 할 일은 없으신거에요?"

"음... 아마도? 다난교도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특별히 내가 할 일은 없겠지. 그리고 빨리 레벨업을 해야 움직이기가 편해지겠지."

"그럼 열심히 해야겠네요. 식량이나 그 외 필요한 것들은 운현씨가 나간 사이에 꽤 구해놨어요. 어... 강철 실이랑 흰 거미의 실타래. 그리고 기름통이랑..."

"오오. 잘했어. 훌륭한데?"

"헤헤헤~"

헤스티아가 구해 온 물건을 보며 운현은 감탄했다. 장시간 전투를 하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함정용 재료였다. 다른 재료들은 던전 내에서 구한다고 치더라도 강철 실과 흰 거미의 실타래, 기름은 던전에서 구할 수 없는 것이기에 운현은 웃으며 헤스티아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그녀는 그 손길에 생글거렸다.

"자자. 그럼 얼른 먹고 가자. 다른 재료 필요한 건 없지?"

"응. 이젠... 아. 우리 200 레벨이 되면 돈도 꽤 모일 것 같은데 장비 바꾸는게 어때?"

"너만 바꾸면 괜찮을 것 같은데? 나이트호크 세트가 꽤 좋은 장비지만 200레벨이 입기에는 좀 그렇지. 다른 괜찮은 장비 알아 놓은게 있는데 그걸로 바꾸자."

"뭔데?"

"블랙플래그 세트. 한 부위당 가격이 좀 비싸기는 하지만 굉장히 좋은 장비야."

"아. 나도 그거 들어 본 적 있어. 그런데 그게 물건이 있어?"

바제트의 말에 미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그녀는 운현을 향해 말했다.

"물건은 있어. 말해두지만 가격이 비싸."

"얼만데?"

언데드들을 잡으며 돈을 꽤 번 운현은 여유있는 얼굴로 물으며 주스를 한모금 들이켰다.

"오천골드."

"풉!"

"꺅!?"

바제트의 말에 운현은 기겁했다. 무슨 갑옷 한벌에 오천골드나 한단 말인가. 지금 가진 돈을 탈탈 털어야 그정도 돈을 맞출 수 있었던 운현이 어이없다는 눈으로 바라보자 바제트는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진짜 좋은 갑옷이야."

"그거 입으면 안죽어?"

"그런 건 아니지만..."

"지금 우리가 가진 돈이 칠천골드 남짓인데 내 갑옷에 돈을 다 투자할 수는 없잖아. 그건 나중에 사자. 나중에."

"그렇지만... 그래도 우리는 네가 안전했으면 좋겠다고."

"걱정하지마. 여차하면 상아가 준 스크롤도 있으니까."

바제트가 우울한 얼굴로 말하자 운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 자신을 생각해서 말해주는 것이라 생각하니 뭐라고 할 마음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그저 지금의 현실을 말해줄 수 밖에.

"진짜 좋은 갑옷인데..."

"나중에. 나중에 꼭 살게. 좀 더 아꼈다가 너희들 장비도 맞춰야지. 3계층에 들어가면 어떤 장비가 필요할지도 모르는 일이잖아. 안그래?"

"으응..."

"그럼 이 이야기는 이걸로 됐다고 치자. 자. 그럼 다 먹은 것 같으니까 슬슬 들어갈까?"

던전에 들어온 운현은 잠시 생각한 후 손가락을 튕겼다.

"아 잠깐만 다들 뒤로 좀 빠져 있어봐."

운현은 방패를 꺼내 들었다. 그의 행동에 모두들 고개를 갸웃거리자 운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미야에게 사자의 팔찌를 넘겼다.

"힐링 돌려줘야지. 내가 가지고 있어서 넌 못쓸걸."

"아. 응."

훔쳐배우기 스킬을 돌려주는 방법은 다른 스킬을 훔치는 방법 뿐이다. 전에 혼자 와서 훔쳐배우기에 대해 연구를 했었던 운현은 마땅히 훔칠만한 스킬이 없어서 가장 만만한 미믹을 꺼냈다.

"촤아아악!"

운현의 인벤토리에서 나온 미믹은 운현을 보자마자 그에게 검은 채찍을 사용했다. 한줄기의 검은 채찍이 자신에게 날아오자 그것을 방패로 막은 운현은 스킬창을 확인하고 다시 미믹을 회수했다.

"그럼 가자."

"운현 레벨이 높아서 전투는 오래 못할 것 같은데..."

"그리고 언데드도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네요."

"뭐... 있는대로 하자고. 식량도 많고 재료도 많으니까 남은 시간동안 버티면 어떻게든 되겠지."

모두의 말을 들으며 운현은 앞서 걷기 시작했다.

"그럼 이걸로 정산해드릴게요."

결국 마지막 날까지 던전에서 생활하며 레벨을 올린 운현 일행은 운현의 레벨이 200에 도달하자 던전에서 나왔다.

일반 언데드를 잡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그 개체가 적다보니 시간이 꽤 걸려버린 것이다.

결국 운현만 전투로 레벨 200에 도달하고 나머지는 코어를 사용해서 올리자는 결론을 내린 운현 일행은 돌아오자마자 커다란 주머니에 가득한 마석을 길드 사무소에 넘겼고 그것을 받은 길드원은 운현을 제외한 나머지 일행의 레벨을 200까지 올린 후 남은 금액을 운현에게 돌려주었다.

"칠천 골드라..."

전에 모아 둔 마석까지 교환하자 운현은 묵직한 금화 주머니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칠천골드를 합쳐 만 사천골드. 이정도면 운현이 블랙플래그 세트를 입어도 되겠다 생각한 바제트가 운현의 팔을 잡았을 때 길드 사무소의 앞에서 한 여인이 외쳤다.

"자자! 이제 날짜가 됐으니 서큐버스 잡으러 갑시다!"

"어쩌지...?"

"서큐버스는 그리 어려운 계층주가 아니니까 이걸로도 괜찮지 않을까?"

나이트호크 세트도 나쁘지 않은 갑옷이다. 잘만 쓰면 3계층 초반까지도 괜찮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운현은 걱정하는 바제트를 달래주었다.

"계층주 잡으면 바로 가서 사자. 응?"

"으음... 알았어."

이번에 계층주를 잡는 파티에 들어가지 못하면 또 파티가 모일때까지 기다려야한다. 바제트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모이셨나요? 저는 이번에 공략대장을 맡기로 한 포카드 클랜의 미스즈라고 합니다. 직업은 전사구요. 1계층의 공략대장 경험도 있고 이번 2계층 계층주인 서큐버스의 공략을 다섯번이나 봤습니다. 부족할진 모르지만 모두의 안전을 위해 공략을 할 것이니 잘 따라와주시길 바랍니다!"

중갑을 입고, 커다란 전투도끼를 등에 맨 적갈색 긴 머리의 여전사 미스즈가 외치자 모여 있던 사람들은 짧게 박수를 쳐 그녀를 반겼다. 그들의 인사에 빙긋 웃은 미스즈는 자신의 뒤에 있는 마법사 로브를 입고 커다란 지팡이를 든 여인을 소개시켜주었다.

"아시겠지만 이분들은 저희 포카드 클랜의 간부이신 화월님이십니다."

"와... 화월님은 4계층 계층주에 도전하시는 분이잖아요?"

"레벨이 380이라는... 그런 분과 같이 가니까 걱정할게 없네요!"

"후후후... 화월이라고 합니다. 수계 마법을 배웠답니다. 여러분~ 우리 즐겁게 계층주를 공략하도록 해요~! 여차하면 난입할테니까 걱정마시고 전투를 하도록 하세요!"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말하자 운현은 화월을 가리키며 옆의 모험가에게 물었다.

"유명한 사람이에요?"

"어? 몰랐어요? 화월님은 모험가 길드의 영입 제안까지 받았을 정도의 뛰어난 마법사라구요."

"그런가..."

운현과 그의 동료들도 모험가 길드의 영입 제안을 받았다. 대단하기로 따지자면 아직 길드원에 들어갈 수 있는 레벨도 되지 않았는데 그 영입 제안을 받은 것이 더 대단하겠지만 운현은 그것을 말하는 대신 그저 싱글거리며 웃을 뿐 이었다.

'위험할 일은 없겠군.'

"에~ 그리고 이번 공략에 유명한 분들이 참여하셨어요. 다들 아시죠? 지금 모험가 길드의 슈퍼 루키. 운현씨와 헤스티아씨. 그리고 미야씨와 바제트씨! 특히 운현씨는 이번 공략대에 유일한 남자분이자 유일한 도적이에요. 다들 친하게 지내도록 하세요~"

장난스럽게 웃으며 미스즈가 말하자 사람들은 운현을 보며 인사했다. 심층으로 가면 갈 수록 남자들의 수는 줄어든다. 대다수의 남자 모험가가 3계층에서 모험가 일을 관두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와 더욱 친해지는 것이 좋을 듯 싶었기에 모험가들은 운현에게 호의적인 미소를 보냈다.

"운현이라고 했죠? 잘 부탁해요."

화월은 운현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며 부드럽게 웃고는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제가 이 공략대에 지원 나온 이유는 당신 때문이니까요."

"어... 열심히 할게요."

좋은 향기와 함께 아름다운 미소가 걸린다. 운현은 자신도 모르게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화월은 귀엽다는 듯 운현의 볼을 콕 찌르고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럼 이제 출발하도록 할게요!"

186====================

Succubus

"함정 해제는 안해도 괜찮으려나요?"

화월을 제외한 총원 스물 네명 중 도적은 혼자뿐이라서 혼자 그 많은 함정을 언제 해제하나 싶었던 운현은 앞서 걸어 미스즈에게 물었다. 그의 질문에 화월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 2계층의 신전에는 모험가 길드에서 대기하고 있어요. 저번 계층주 공략때 계층주를 잡고 나서 마인이 나타났다면서요? 그것때문에 길드에서 조사중이에요. 저희가 계층주를 잡을 때도 300레벨이 이상의 길드원 셋이 대기하기로 했다고 하네요."

"오호..."

"저와 그들이라면 2계층의 마인이 나타나더라도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으니까 걱정마세요. 아, 그러고보니 그때 운현씨의 파티도 있었다죠?"

"네."

끔찍한 기억이다. 운현이 몸서리를 치며 대답하자 화월은 그의 대답에 미소를 더더욱 짙게 그렸다.

"그보다 운현씨."

"네?"

"3계층에 돌입하고 나면 모험가 직을 그만두실 건가요?"

"아뇨."

다른 남자 모험가들과 달리 운현에게는 레벨을 올려야 할 이유가 있었다. 강해져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 언제 다난교도와 카를로스가 자신의 목을 따러 올 지 모르는데 돈 좀 만졌다고 레벨을 올리는 것을 소홀히 할 수 없었던 그가 고개를 젓자 화월은 환하게 웃었다.

"그럼 저희 포카드 클랜에 들어오겠어요?"

"어... 그것도 좋겠지만 지금 길드에서 영입 제의를 받았거든요."

"모험가 길드요... 뭐 그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클랜에 들어오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데요?"

"돈이야 벌면 버는 것이고 말면 마는 것이죠. 길드에 들어가면 이런 저런 혜택이 많던데요? 그걸 받는게 낫겠다 싶어서요. 그리고 길드원이 되었다고 해서 던전을 못 도는 것도 아니고."

운현이 웃으며 말하자 화월은 아쉽다는 듯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심 찍어 둔 남자를 다른 이들이 채가는 것이 속상했던 그녀는 볼을 긁적거리며 떨떠름히 말했다.

"으음...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어쩔 수 없죠. 그럼 나중에라도 생각이 바뀌신다면 얼마든지 말씀해주세요."

운현의 성장 속도를 보면 3계층도 금방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곧장 4계층, 5계층에 들어 올 것이고 그리 된다면 그의 위치는 무척이나 중요해지게 될 것이다.

"아직까지 5계층에 진입한 남자는 없다는 것을 아세요?"

"그래요? 처음 듣는 이야기네요."

"모험하는 계층이 높아지면 높아질 수록 몬스터는 강해지고 그 몬스터와 전투하며 받는 흥분은 강해져요. 그렇기에 하루에 몇번씩이나 여자들과 해야 하는 남자들은 자신들의 체력과 정력을 문제로 3계층 초반, 잘 가면 중반쯤에서 모험가 직을 대부분 관두더라구요. 운현씨처럼 잘 버티시는 분들도 4계층이 한계였어요. 과연 운현씨는 5계층까지 들어 올 수 있을까요?"

"그거야 해봐야 아는 일이죠."

이 세계로 진입한 능력인지, 아니면 숨겨왔던 자신의 정력이 강한 것이었는지 몰라도 하루에 대 여섯번씩 동료들과 해도 정력이 부족하다고 느낀 적은 한번도 없었던 운현은 화월의 말에 웃으며 대답했다.

"후후후. 대단한 자신감이네요. 아무튼 좋아요. 길드에 남자가 생긴다면... 저희들에게도 좋은 일이니까요."

"왜요?"

"길드의 것은 모두의 것이니까요. 부담 안갖고 요청해야겠네요."

"어... 그거 흥분하셨을때?"

"네. 길드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탐험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렇군요. 그럼 그때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화월님같은 미녀와 할 수 있다면 저에게 더 영광이죠."

"어머? 겸손도 하셔라. 그럼 기대하고 있을게요. 오늘 공략 힘내주세요."

운현의 겸손한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화월은 손을 들어 운현의 볼을 살짝 꼬집은 후 그의 손을 잡고 손등에 짧게 키스했다. 그녀가 앞서 나가자 운현은 동료들에게 돌아갔다.

"야야. 나 영입 제안 받았다."

"고층으로 가면 갈 수록 더 받을걸? 진짜 잘 생각해봐. 클랜에 들어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어. 길드는 다른 업무도 많아서 전투를 치루는 일이 적을 수 있지만 클랜의 경우는 다르거든. 순수하게 던전의 공략만으로 뭉쳐 있으니까 길드원이 되는 것보다 더 벌 수 있을거라고."

바제트의 말에 미야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도 안전을 생각한다면 난 길드를 추천하겠어. 클랜의 경우는 각자의 이득을 위해서 뭉쳐지는 곳이라고. 물론 소규모의 작은 클랜 같은 경우는 다르지만 심층을 오가는 클랜들은 대부분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져. 그런 클랜에 잘못 들어갔다간 위험할 수 있다고."

"저도 미야씨와 같은 생각이에요. 돈 많이 벌어서 뭐하실건데요?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은 충분히 나오는데다가 길드원이 되면 던전 도시에서 구입하는 물건이나 시설의 이용료가 많이 할인되니까 그걸 생각하면 그냥 길드원이 되는게 나을 지도 몰라요. 그리고 운현씨는... 길드 간부 후보라고 할 수 있잖아요?"

"나도 같은 생각이야. 지금까지 길드에 많이 도움을 받았는데 다른 곳으로 가긴 그렇지."

"뭐,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나도 그 말을 따를게."

바제트는 운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후 무덤덤히 말했다. 그녀 역시 돈에는 큰 관심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저 레벨을 올리고, 운현과 함께 하는 것이 목적인 그녀가 운현의 팔짱을 끼자 미야는 빠르게 반대편의 팔을 안았다.

"아앗! 저는요!"

"하이고... 야야. 니네 둘 다 놔."

헤스티아가 울상을 짓자 운현은 자신의 양 팔을 안고 있는 두명에게 퉁명스레 말한 후 앞서 걸었다. 그런 그를 보며 헤스티아와 미야, 바제트는 생글거리며 쫓았다.

공략대가 2계층의 신전에 무사히 도착했을 때 신전 앞에는 길드원들이 신전의 벽에 있는 그림을 조사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인사를 한 공략대가 긴 복도를 통과해 들어갔을 때 운현은 기다리고 있던 길드원 중 한명을 보고 손을 들었다.

"어!? 실비아씨!"

"우와. 운현씨! 오늘 공략대에 운현씨가 있었어요? 아하하하! 필레씨! 울겠네~!"

"예? 왜요?"

"필레씨는 지금 3계층의 마법문에서 기다리고 있거든요. 3계층의 마법문에서 이상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아하..."

"그런데... 서큐버스를 상대하게 됐네요. 운현씨. 갈아입을 바지랑 속옷은 준비하셨어요?"

"예? 왜요?"

운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실비아는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서큐버스는요. 특별한 마법을 쓰는데요~ 공략대에 남자가 있으면 그 남자의 정기를 빼앗아요. 그 정기를 빼앗는 과정이 무척이나 황홀해서 당한 남자 모험가들은 대부분 그대로 사정해버리더라구요."

"...예?"

그런 얘기는 들은 적이 없었다. 운현이 주변을 둘러보자 당연히 알고 있다는 표정이었다.

"정기를 빼앗길때마다 사정을 하게 되서 남자들은 힘을 잘 못써요. 서큐버스의 대표적인 특징인데... 그래서 남자 모험가가 많으면 공략이 힘들다는 이야기가 있는거에요."

그것 때문인 줄은 몰랐던 운현은 어이없어하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런 그를 향해 키득거린 실비아는 운현의 엉덩이를 살짝 친 후 말했다.

"그래도 이번 파티는 좋네요. 남자는 운현씨 뿐이니까요. 그것만 제외하면 서큐버스는 그리 강하지 않으니까 어렵지 않게 계층을 통과할 수 있을거에요."

"그랬으면 좋겠네요."

"운 좋으면 정기 흡수 당하기도 전에 잡을 수 있겠는데요? 포카드 클랜의 미스즈씨는 냉정 침착한 지휘로 유명한 파티장이거든요."

"그런가요..."

"운현씨!"

"네?"

다른 사람들의 역할을 분담해주던 미스즈는 실비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운현에게 손을 흔들었다.

"왜요?"

"운현씨는 도적이죠? 초반에는 저희만으로도 가능해요. 근데 중반쯤되면 서큐버스가 날개를 꺼내고 포효를 할겁니다. 그때 서큐버스의 뒤로 함정을 설치해주세요. 지금 가지고 계신 함정 재료는 뭐가 있나요?"

"강철 실 함정이랑..."

"그거면 괜찮네요. 그걸로 함정을 설치해서 서큐버스가 날지 못하게 해주세요. 서큐버스가 날아올라 정기 흡수를 하는 동안 운현씨는 아마..."

"사정한다구요?"

"네. 좀 찝찝하시겠지만 버텨주세요. 서큐버스가 모든 정기를 빼앗는건 아니니까요."

미안한 얼굴로 미스즈가 말하자 운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함정 설치 한번 하고 바지 갈아입는다 생각한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미스즈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그에게 설명을 해 준 미스즈는 탱커들과 함께 공동의 중앙으로 걸어갔다. 1계층과 달리 계층주가 나와 있는 것이 아닌, 장치를 이용해서 소환하는 것이라 말해 준 미스즈는 중앙에 있는 장식을 가리켰다.

"이걸 누르면 서큐버스가 소환될겁니다! 그럼 바인딩을 거실 수 있는 마법사분들은 바로 바인딩을 걸어주세요! 그럼 갑니다!"

"우웅!"

말을 마친 미스즈가 구슬 모양의 장식을 꾹 누르자 공동 안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것에 사람들이 긴장했을 때 허공에 검은 균열이 생성되었다.

"옵니다!"

균열이 터지며 검은 날개로 몸을 감싼 여인이 떨어졌다. 한자루 장검을 들고 쪼그려 앉아 있는 흑발의 여인은 한쌍의 검은 박쥐 날개로 몸을 감싸고 있었다. 그녀의 날개가 펼쳐지고 숙여져 있던 고개를 들자 운현은 감탄했다.

'와우!'

아르토리우스에 못지 않는 미모다. 아르토리우스가 청순한 미모라면 서큐버스는 그야말로 남자를 잡아먹게 생긴, 색기에 넘치는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흑단같은 긴 머리. 약간 굽어 있는 두개의 양뿔. 약간 검은듯한 피부와 터질듯한 가슴, 잘록한 허리. 풍만한 둔부. 몸의 여기저기를 드러낸 본디지. 검은색 가죽 부츠까지. 완벽한 미녀라고 칭해도 과언이 아닐법한 서큐버스의 모습에 운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감탄했다.

'역시 서큐버스...'

처음으로 보게 된 서큐버스에 운현이 감탄했을 때 마법사들 중 누군가가 바인딩을 걸었다. 그것에 당황한 서큐버스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움직이려 했지만 바인딩에 제대로 걸렸는지 그녀는 움직이지 못했고 그 순간 전투가 시작되었다.

"하아아아압!!"

미스즈의 전투도끼가 서큐버스를 후려쳤다. 미야의 주먹, 다른 성기사의 방패 밀치기. 탱커들의 공격이 이어지고 바인딩이 풀리자 서큐버스는 이를 드러내 검을 휘둘렀다.

"채앵!"

"하압!"

서큐버스가 휘두른 검을 도끼로 막은 미스즈의 뒤로 뛰어 오른 미야의 주먹이 서큐버스의 몸을 후려쳤다. 그것에 맞은 서큐버스가 비틀거리며 물러나자 운현은 팔짱을 끼고 그들을 지켜보았다.

"확실히 잘 싸우네..."

미스즈의 지시에 따라 탱커진은 안정적으로 서큐버스를 몰아가고 있었다. 이번 공략전에서 할 일이라고는 함정 한번 쓰고 바지에 지리는게 다인 운현은 여유있는 얼굴로 전투를 관전했다.

"공격하세요!"

"카아아아아악!!"

어그로가 제대로 끌렸는지 서큐버스는 분노하며 검은 기운을 뿌렸다. 그녀의 몸에서 터져나간 검은 기운을 탱커진들이 막자 미스즈의 신호를 받은 딜러들이 공격을 시작했다.

"카아! 카아아악!"

딜러들의 강한 공격들이 이어지자 서큐버스는 딜러 중 하나에 눈을 돌렸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탱커가 그녀의 시선을 빼앗았다. 그렇게 공략당하던 서큐버스는 뒤로 물러난 후 날개를 펼쳤다.

"훗."

약속했던대로 운현은 서큐버스의 뒤에 함정을 설치했다. 그 후 미스즈와 성기사는 서큐버스에게 돌진했고 그 돌진을 맞은 서큐버스가 뒤로 물러난 순간 서큐버스의 몸을 강철 실이 칭칭 감쌌다.

'개굿.'

터질듯한 몸매가 줄에 묶여 더욱 에로틱하다. 운현이 감탄하고 있는 동안 탱커들과 딜러들은 서큐버스를 공격했고 한참 공격당하던 서큐버스는 함정이 풀리자 비틀거리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제 시작인가..."

운현은 한숨을 내쉬고 허공에 있는 서큐버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공략대를 흝어보며 남자를 찾던 서큐버스는 운현을 발견하자 묘한 미소를 지은 후 빠르게 그에게 날아갔다.

"척!"

어느새 자신의 앞에 서큐버스가 다가오자 운현은 눈을 감았다. 빼앗길거면 빨리 빼앗기는 것이 낫겠다 싶은 그가 저항의 의지를 보이지 않자 서큐버스는 운현을 끌어안고 그에게 키스했다.

"쭈릅...쪽..."

진한 딥키스가 이어진다. 양 날개는 운현의 몸을 감쌌고 그녀의 손길은 운현의 바지를 뚫고 나올 것처럼 커져 있는 양물을 쓰다듬고 있었다. 가슴에 닿는 커다란 유방과 달콤한 향기. 운현은 입을 통해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으읏!"

허리끝에서 터져나온 사정감에 운현은 결국 참지 못하고 바지에 지려버렸다. 그가 성대한 사정을 해버리고 바닥에 주저앉자 만족할 만큼 정기를 빼앗은 서큐버스는 씨익 웃으며 뒤로 물러난 후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

허공에 날아 오른 서큐버스는 날개를 퍼덕거리며 검을 휘두르려다가 자신의 손을 보았다. 그녀의 이상한 행동에 미스즈는 당황하며 공격을 하려는 딜러들을 말렸다.

"크윽... 크... 크아아아아악!!!"

공중에 떠 있는 서큐버스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얼굴에 실려 있는 당혹감, 그것을 본 미스즈는 당황하며 화월을 보았다.

"이, 이건 뭐야!? 실비아씨!?"

"저, 저도 모르겠어요!! 남자의 정기를 흡수하면 서큐버스가 강해지긴 하지만... 도대체!? 모, 모두 공격해요!!"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려고 하고 있다. 당황한 실비아는 길드원들에게 외쳤고 길드원들과 화월은 각자 마법을 준비해 허공의 서큐버스를 공격했다.

네명에게서 쏘아진 강력한 마법이 허공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서큐버스의 몸에 적중했다. 화염과 냉기, 바람의 공격을 맞은 서큐버스는 천천히 허공에서 땅으로 내려왔고 공략대는 긴장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크앗! 크... 으으... 후... 이게 뭐야."

맑고 아름다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서큐버스가 말을 하자 공략대를 비롯한 길드원들은 기겁했다. 말을 하는 마물이라니. 그녀들이 당황하는 동안 서큐버스는 자신의 몸에서 피어오르기 시작한 검은 기운에 당황하다가 몸을 움츠렸다.

"큭! 크윽...크....하으으으읏!!"

"촤아아악!"

그녀의 등에 검은 기운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 검은 기운은 박쥐의 날개 모양으로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당황하는 동안 검은 기운은 완전히 한쌍의 박쥐 날개가 되었다. 서큐버스가 숨을 헐떡이는 것을 지켜보던 화월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맙소사... 저건 서큐버스 퀸...!"

"서큐버스 퀸이면 4계층의 계층주잖아요! 어째서!?"

"저, 저도 몰라요! 젠장! 도망쳐!! 이번 공략은 실패다! 도망...!"

"하아아아... 매스 슬립."

천천히 몸을 일으킨 서큐버스, 아니 이제는 서큐버스 퀸이라 불리는 존재는 나른한 눈으로 모두를 둘러 본 후 검을 휘둘렀다. 그 순간 공략대의 전원이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이게 어떻게 된거지..."

자신의 몸을 보며 서큐버스 퀸은 당황했다. 옷차림도 상당히 바뀌어졌다. 검은 가죽 부츠는 검은색 샌달로. 검었던 피부는 백색으로. 가슴은 더욱 커지고 허리는 더욱 잘록해졌으며 둔부는 크고 탄력적으로 변했다. 이마에 검은색 보석이 생겨났고 검은 머리는 더욱 길어져 허리까지 내려왔다.

"후후후... 어쨌든... 좋아."

그녀는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도톰한 붉은색 입술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자신이 이렇게 변한 이유가 무엇일까? 굳이 생각해보지 않아도 좋았다.

"저 남자의 정기를... 후후후... 정기를 흡수한 것만으로 이정도인데... 저 남자의 정액을 받으면 어떻게 될까?"

서큐버스 퀸은 색기 가득한 웃음을 지으며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운현을 향해 다가갔다. 한걸음 한걸음 움직일때마다 남자를, 아니 이제는 여성마저도 홀릴 법한 마성의 아름다움을 보이며 그녀는 운현의 앞에 도착했고 그녀는 주저앉아 있는 운현에게 손을 뻗었다.

"후후후... 저와 즐거운 일을 하지 않으시겠어요?"

"....."

고개를 숙인 운현이 무언가 말했지만 서큐버스퀸은 너무나도 작은 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가 자세히 듣기 위해 살짝 허리를 숙인 순간.

"퍽!"

"땡그랑!"

"꺄악!?"

서큐버스 퀸의 얼굴에 주먹이 날아갔다. 그것에 맞은 서큐버스 퀸이 놀라며 검을 떨어트리고 뒤로 주춤 물러났을 때 운현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후 한숨을 내쉬었다.

"젠장. 바지에 지린 상태로 싸워야 하나. 아. 잠깐 기다려. 마침 바지가 있으니까."

그의 목소리에 서큐버스 퀸은 당황했다. 자신의 매스 슬립을 그에게 맞추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정도 색기라면 거의 마법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자신을 본 것만으로도 상사병에 걸려도 모자랄 것인데 저 남자는 왜 아무렇지도 않아 보인단 말인가. 서큐버스 퀸은 당황하며 운현을 바지와 속옷을 꺼내 갈아입는 운현을 보며 물었다.

"너. 너. 너는... 누구냐."

그녀의 놀란 목소리에 바지를 다 갈아입은 운현은 천천히 머리를 쓸어넘기며 무심한 눈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나?"

"......"

"그런 건 알아서 뭐하게."

운현은 로그창에 적혀 있는 글씨를 힐끔 본 후 천천히 허리를 숙여 서큐버스 퀸이 떨어트린 장검을 손에 쥔 후 그녀에게 겨눴다.

"귀찮게 하지 말고 빨리 끝내자. 갈보년아."

187====================

Succubus

"너... 너 뭐야."

"알 거 없다니까."

퉁명스레 말한 운현이 움직였다. 그것에 당황한 서큐버스 퀸은 뒷걸음질을 치다가 자신이 물러나는것에 의문을 품었다. 자신에게 홀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저 자는 혼자에 불과했다. 아까 전의 전투에서도 그저 뒤로 빠져 있던 것에 불과했던 그가 자신을 어찌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 서큐버스 퀸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네장의 날개를 활짝 펼쳤다.

"건방지게!"

검을 빼앗겼다고는 하지만 그녀의 무기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날개를 퍼덕여 허공으로 날아오른 서큐버스가 마법을 쓰려는 순간 운현은 인벤토리에 넣어두었던 밧줄을 던졌다.

"꺅!?"

다리에 감겨진 밧줄이 만들어낸 한기에 당황한 그녀가 마법을 발사하기 직전 운현은 그녀를 잡아 힘껏 당겼다. 그것만으로 몸이 비틀어진 서큐버스는 마법을 엄한 곳에 날렸고 그 순간 운현은 인벤토리에서 미믹 둘을 꺼내어 던졌다.

"촤악!"

"촤아악!"

두 미믹은 쓰러져 있는 모험가나 운현이 아닌 서큐버스 퀸에게 먼저 공격을 시작했다.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서 나타난 미믹이 자신을 공격하자 서큐버스 퀸은 당황하며 자신에게 쏘아지는 검은 기운을 피하기 위해 이리 저리 움직이려 했지만 발목을 묶고 있는 밧줄은 그녀의 움직임을 교묘하게 막고 있었다.

"아아아!"

운현의 방해와 미믹 둘의 연이어지는 공격이 상당히 짜증났는지 그녀는 커다란 가슴을 출렁이고 양 팔을 벌렸다. 그 순간 그녀의 양손에서 검은색 전격이 맺혔고 운현은 씩 이를 드러낸 후 기합성을 터트렸다.

"하압!"

"촤아악!"

운현의 몸에서 피어오른 검은 기운이 서큐버스 퀸의 몸을 후려갈겼다. 미믹을 공격하기 위해 기술을 쓰려던 서큐버스 퀸의 아름다운 몸에 서큐버스 퀸의 채찍이 꽂혔고 그 순간 그녀는 아찔함을 느끼며 지상으로 추락했다.

"큭...크윽...!"

"레벨 때문인가? 기절 상태에 걸리지는 않는군. 뭐, 상관없어."

"파지지직!"

운현이 가볍게 검을 돌린 후 걸어오자 서큐버스 퀸은 이를 갈며 운현을 향해 왼손에 들려 있는 전격을 쏘아내고 나머지 전격은 자신을 공격하려는 미믹에게 쏘아내었다. 그것을 방패로 막아낸 운현이 뒤로 주르륵 밀려났고 다른 미믹은 그 전격을 그대로 맞아버렸다.미믹이 허공을 몇번 구르며 부숴져버리자 그녀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일어나 외쳤다.

"하등한 인간 따위가!"

"하등한 인간의 정기 먹고 레벨 오른 주제에 무슨."

인벤토리에서 꺼낸 힐링 포션을 벌컥벌컥 들이마신 그는 그 병을 서큐버스 퀸에게 집어 던졌다. 날아오는 병을 한 손으로 쳐낸 그녀는 어느새 자신의 앞까지 이동한 운현이 검을 휘두르자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촤악!"

"어느새!?"

자신의 뒤에 만들어진 함정이 몸을 감싸자 서큐버스 퀸은 당황했다. 하지만 이미 함정은 발동되었고 그녀의 육덕지고 아름다운 몸은 밧줄이 꽁꽁 싸맸다.

"큭... 이깟 함정...!"

"한방에 보내주지."

자신의 앞에서 검을 잡아 당긴 그의 모습에 서큐버스 퀸은 당황했다. 이렇게 허망하게 당한단 말인가? 그녀는 운현을 바라보다가 주륵 눈물을 흘렸다.

"죽고 싶지 않아요... 당신에게...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녀의 몸에서 핑크색 기운이 피어올랐다. 그 순간 두 사람의 분위기가 바뀌어졌다. 서큐버스 퀸은 운현이 천천히 검을 내리자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던 줄이 풀리기를 기다리며 애처로운 어조로 말했다.

"당신을 처음 본 순간부터 반했어요..."

"...그게 정말이야?"

운현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그녀는 이를 드러내었다. 그럼 그렇지. 서큐버스 특유의 매혹을 버틸리가 없다. 서큐버스 퀸은 더더욱 애처롭게 그를 바라보며 살며시 고개를 숙였다.

"당신에게 사랑을 전하고 싶어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투둑..."

함정이 풀리기 시작한다. 서큐버스 퀸은 운현이 아무런 말 없이 자신이 일어나길 기다리자 그를 향해 몽환적인 미소를 지었다. 몸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함정이 해제되자 서큐버스 퀸은 살며시 몸을 일으켰다. 손짓 하나, 몸짓 하나하나에 애교와 색기가 넘쳐 흘렀다. 그녀는 몸을 일으킨 후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운현에게 다가가 그를 끌어안았다.

풍만한 유방이 그의 몸에 눌려 더더욱 매혹적이고 음탕한 모습을 만들어내었다. 나긋하고 긴 팔로 그를 끌어안은 서큐버스는 운현의 볼에 살짝 키스한 후 그에게 말했다.

"당신의 정기를 조금 더..."

서큐버스는 운현이 자신의 허리에 손을 올리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제 다 되었다. 이 남자의 정액을 받아들이고, 정기를 모두 빼앗아 자신이 최강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그녀가 운현에게 입술을 가져간 순간 그녀는 등에서 엄청난 고통을 느꼈다.

"푹!"

"꺄아아아아악!"

"어디 더러운 입술을 가져다 대려고 그래?"

인벤토리에서 꺼낸 송곳으로 서큐버스의 등을 찌른 운현은 그녀가 고통스러워하며 물러나자 한점의 감정도 없는 무심한 눈으로 그녀를 응시하며 검을 들었다. 그런 그를 향해 이를 간 서큐버스 퀸이 날카로운 손톱을 들어 올리자 운현은 검을 까딱거리며 말했다.

"확실히 약하군. 매혹을 거는 것이나 마법이 몇가지 늘어나기는 했지만 말야. 나한텐 별 의미가 없네."

"...너 뭐냐."

"뭐가."

"뭔데 나에게 반하지 않는거냐!!"

서큐버스 퀸이 의문과 분노를 담아 외치자 운현은 가소롭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다가 콧방귀를 뀌었다. 명백히 자신을 무시하고 비웃는 그의 태도에 서큐버스 퀸이 더더욱 분노하자 운현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현자 타임의 나에게 색도시발은 별 의미가 없지."

"뭐...?"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를 향해 운현은 빠르게 움직였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검이 강한 기운과 함께 자신의 몸을 베려 하자 손톱을 들어 그것을 막아낸 그녀는 힘에서 밀린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네놈...! 도적주제에!"

"그 도적한테 밀리는 주제에 말은 참 많네. 으쌰!"

"꺄악!?"

서큐버스 퀸이 밀려나자 운현은 계속해서 그녀를 몰아쳤다. 그의 공격에 밀리던 서큐버스 퀸은 날개를 움직여 허공으로 날아오르려 했지만 절묘하게 날개를 움직이는 근육에 파고 든 송곳 탓에 그녀는 날개짓을 몇번 했을 뿐 제대로 날아오르지 못했다.

"네놈...! 아까 일부러였구나!"

"응. 1:1 상황에서 등을 공격하는게 그리 쉬운게 아니라서 말이지. 네가 날아오르면 나도 공격하기 힘들고 말야. 근데 뒤를 보는게 좋지 않을까?"

"뭐? 꺄악!"

"촤아악!"

하나 남아 있는 미믹이 자신의 허리를 공격하자 그것에 맞은 서큐버스 퀸은 바닥을 굴렀다. 4계층의 계층주라고 할 수 있는 서큐버스 퀸 치고는 너무나도 약하다.

"서큐버스의 특징은 다른 이들을 매료시켜서 자신의 힘을 강화시키는 건데 매료시킬 사람들을 저렇게 재워놨으니... 일반 서큐버스와 별 차이도 없군."

서큐버스 퀸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아 힘을 축적하지도 못했고. 그 힘을 빼앗을 수 있는 이들의 대부분은 자신이 건 마법에 걸려 잠에 빠져버렸다. 그들의 꿈 속으로 들어가 힘을 가져올 수도 있지만 그랬다간 무방비 상태가 되어 운현의 검에 죽을 수도 있었다.

"...너 정체가 뭐냐."

"그러니까 알아서 뭐하게."

"어떤 기록에도 서큐버스의... 아니, 서큐버스 퀸의 매혹에 버틸 수 있는 이는 없었어!!"

"있을텐데."

"뭐?"

운현의 말에 서큐버스 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의 말을 그녀가 이해하지 못한 듯 하자 운현은 어깨를 으쓱인 후 무덤덤히 말했다.

"공부 좀 하지 그랬냐."

"재수없는 자식!!"

서큐버스 퀸이 아름다운 미모를 일그러트리며 양 손을 들었다. 아까 전에 쏜 전격을 쓰려는 듯 그녀가 자세를 취했지만 운현은 여유있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볼 뿐 이었다.

"어라?"

고개를 갸웃거린 그녀는 자신을 공격하는 미믹의 검은 기운을 피한 후 다시 한번 힘을 집중했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검은 전격은 손에 맺히지 않았다.

"도대체 왜...?"

"이걸 쓰려는 거냐?"

"파지지지지직!!!"

검을 바닥에 꽂아 넣은 운현이 오른손을 들어 올리자 그의 손에서 검은 전격이 발생했다. 자신이 썼을 때보다 더욱 강력한 전격에 당황한 서큐버스 퀸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을 때 운현은 그녀를 향해 오른손을 뻗었다.

"하!"

"꺄아아악!"

운현의 낮은 기합성과 함께 그의 손에서 검은 전격이 터져나왔다. 삽시간에 서큐버스 퀸의 몸을 감싼 전격은 그녀의 몸을 강타했고 그 충격에 서큐버스 퀸은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생각보다 많이 사용되는군.'

꽤나 오른 지력 덕분에 MP가 상당히 올라 있었지만 검은 채찍과 방금 전에 쓴 다크 라이트닝으로 MP가 절반정도 사라졌다. 데미지 자체는 좋은 듯 하지만 효율로 따지자면 그리 좋지 않았다.

"저거 하나 제대로 못잡고 말야."

"이럴수가... 말도 안돼... 말도 안돼..."

자신의 스킬을 빼앗긴 것에 당황한 서큐버스 퀸은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런 그녀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간 운현이 검을 치켜들자 그녀는 운현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사, 살려줘...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다고... 뭐든, 뭐든 할테니까..."

"흠..."

정기 한번을 흡수했을 뿐인데 자신을 서큐버스 퀸으로 만들고, 매혹도 통하지 않는데다가 미믹까지 불러내며 자신의 스킬까지 무력화시키고 빼앗아버린다. 그의 레벨이 어쨌든 서큐버스 퀸은 자신이 운현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해 완전히 전의를 상실해버렸다.

"자존심도 없나?"

"사,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한점의 정욕도 없는 시선으로 운현은 서큐버스 퀸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시선에 서큐버스 퀸은 두려움에 질려 눈을 질끈 감았다. 주르륵 흘러내리는 눈물.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던 운현은 검을 내린 후 단검을 들었다. 그 단검으로 서큐버스 퀸의 이마의 보석을 툭툭 친 그는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뭘 하려고...?"

"널 사용해주지."

"뭐?"

악마인 자신을 인간이 사용한다? 그게 말이 되는 것인가? 그녀가 당혹스러운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자 운현은 단검을 들어 그녀의 이마에 있는 보석에 가져갔다.

"서큐버스 퀸 정도 된다면 스스로를 봉인할 수 있겠지?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만 대답해라. 불가능하다면..."

"그건..."

"방법이 없나? 그렇다면 죽..."

"하, 할게요! 할테니까! 제발 죽이지만은..."

서큐버스 퀸은 두려워하며 눈을 감았다. 그녀를 바라보던 운현은 그녀의 몸이 어둠으로 감싸지며 서서히 사라지자 그것을 보고 싸늘히 웃었다.

'좋아.'

"촤아악!"

한마리 남은 미믹이 서큐버스 퀸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그녀의 몸을 흡수하기 위해 검은 기운을 내뿜었다. 운현은 그것을 보며 인상을 구기고 스틸로 미믹을 회수했고 그녀의 몸이 완전히 사라지고 보석만 남게 되자 운현은 그것을 들어 인벤토리 안에 넣었다.

'레벨은 안오르는군.'

스스로를 봉인한 탓에 쓰러트리지 못해 전투 경험치는 얻을 수 없었다. 아쉬움에 입맛을 다신 운현은 계층주를 쓰러트려 활성화되기 시작한 마법문 쪽으로 털레털레 걸어갔다.

"우우우웅!!"

비활성화 되어 있던 마법문은 서큐버스의 검을 들고 다가 온 운현이 앞에 서자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 빛이 점점 거세어지며 마법문이 완전히 활성화가 된 순간 운현은 마법문을 통해 들어 온 여인에게 말했다.

"필레."

"운현! 괜찮아!? 다들... 뭐야. 이거."

마법문이 활성화되자마자 그가 걱정되어 공동으로 들어 온 필레는 주변을 둘러보며 당황했다. 많은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다. 지원을 나온 길드원은 물론이거니와 포카드 클랜의 화월마저 잠들어 있는 것에 그녀가 당황하자 운현은 무덤덤히 말했다.

"서큐버스가 내 정기를 빨아들이고 서큐버스 퀸이 되었어. 그래서 모두들 당했지."

"서큐버스 퀸!? 너, 너 괜찮아!?"

4계층의 계층주 중에서도 상대하는 것이 무척이나 골치아픈 계층주가 서큐버스 퀸이다. 공략대원들을 유혹하여 자신의 부하로 만들어 전력을 약화시킴과 동시에 적을 강화시키는 서큐버스 퀸이 나타나다니. 당황한 필레가 검을 뽑고 경계를 하자 운현은 웃으며 그녀를 말렸다.

"서큐버스 퀸은 이제 없어."

"...무슨 소리야?"

"봉인했어. 나중에 쓸모가 있겠지."

"잠깐... 너 지금 운현... 맞지?"

"나? 당연한 소리를."

손을 들어 필레의 머리를 쓰다듬은 운현은 서큐버스 퀸의 검을 보며 말했다.

"지금 당장 쓸만한 검집 없어? 나름 쓸만한 무기를 구했는데... 장비값 굳었군."

"지금 그게 문제야!? 서큐버스 퀸은...!"

"말했잖아. 봉인됐다고. 그보다 필레. 말을 좀 맞춰줬으면 좋겠는데."

운현은 히죽 웃었고 그의 웃음에 필레는 불안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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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ccubus

"...무슨 말을?"

"내가 서큐버스 퀸을 쓰러트렸다. 라는 것이 다른 클랜들에게 알려진다면 난리가 나겠지. 이제 고작 200레벨인 주제에 4계층의 계층주를 봉인한거야. 날 확보하려고 클랜들이 난리를 칠걸?"

"그것도 그렇네."

운현의 말에 필레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그래도 운현을 탐내는 이들이 많은데 대형 클랜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운현을 길드원으로 받아들이는 일이 쉽지 않아질 것이다. 그녀는 떨떠름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 이건 네가 들고."

서큐버스 퀸이 떨어트린 검을 필레에게 건네 준 운현은 그녀가 그것을 잡자 고개를 끄덕였다.

"잘 어울리네. 서큐버스 퀸을 잡은 건 네가 되는거야."

"뭐!? 하지만...!"

"갑자기 마법문이 작동해서 들어와보니 서큐버스 퀸이 있길래 일단 잡았다고 해줘. 너라면 혼자서도 잡을 수 있지 않아?"

5계층을 탐험하는 필레다. 그런 필레라면 어렵지 않게 서큐버스 퀸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운현이 묻자 그녀는 떨떠름히 고개를 끄덕였다.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그럼 나까지 껴서 어떻게든 잡았다고 하면 되겠지. 아무튼 내가 서큐버스 퀸을 쓰러트렸다는 것이 알려지면 무척 피곤해질거라고. 그러니까 좀 도와줘."

"하아. 그건 그렇다고 치더라도 마법문이 활성화 된건 어떻게 설명할건데? 네가 서큐버스 퀸을 쓰러트려서 계층주를 잡은 걸로 신전이 인식해 마법문을 활성화시켰다고. 그건 어쩔건데?"

"애초에 서큐버스 퀸이 2계층의 신전에 나온 것부터 설명할 수 없잖아. 그냥 모른다고 잡아 떼면 되지 않을까? 저번 일도 있고 신전에 이상이 있으니 조사 중이라고 우겨."

"...아니 그게 그렇게 말처럼 쉬운게 아니라니까."

"쯧쯧. 어리구나. 세상 일이란 것은은 말이지..."

자신을 바라보는 필레를 향해 운현은 씨익 웃었다.

"안걸리면 장땡이라는 거라고. 그리고 우기는데 장사 있냐? 그냥 우겨. 우기면 다 돼."

"널 길드원으로 영입하는게 정말 잘하는 짓인가 싶다..."

대놓고 사기를 치자는 운현의 말에 필레는 예쁜 얼굴을 찡그렸다. 그녀가 갈등하자 운현은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필레."

"...왜."

"날 위해서 해줘. 부탁이야. 네가 원하는 건 뭐든 들어줄테니까."

"...하아. 알았어."

자신에게 꽂히는 진지한 시선에 필레는 결국 굴복해버렸다. 운현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고 그것이 알려지면 큰 소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는 그녀였다. 가뜩이나 운현에게 여자들이 꼬이는 것에 조금 불만을 가지고 있던 그녀였는데 운현이 서큐버스 퀸을 상대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지금 이상으로 여자들이 꼬일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며 필레가 한숨을 내쉬고 승낙하자 운현은 필레의 입술에 키스한 후 그녀를 다시 꽉 끌어안았다.

"역시... 너 밖에 없다."

"치. 이럴때만?"

투덜거리면서도 싫지 않았는지 필레는 다시 살짝 눈을 감았다. 그녀의 도톰한 입술에 짧게 키스해 준 운현은 그녀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었다.

"그럼 부탁해."

"알았어. 알았다구. 정말..."

서큐버스 퀸이 스스로를 봉인하고 삼십분쯤 지났을 때 공략대는 하나 둘 씩 정신을 차렸다. 그녀들은 벌떡 일어나 서큐버스 퀸을 찾았지만 이미 마법문은 활성화가 되어 있었고

"괜찮아요?"

"으으... 머리야. 헉! 그런데 서큐버스 퀸은!?"

"제가 쓰러트렸어요. 도대체 신전에서 무슨 일들이 발생하는건지 모르겠네요."

필레는 인상을 쓰며 서큐버스 퀸의 검을 들어올렸다. 그것을 본 여인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때 화월은 활성화된 마법문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필레씨가 쓰러트렸는데 왜 마법문이 활성화 되었죠?"

"모르겠어요."

"...그런가요."

무언가 이상하다는 얼굴로 그녀는 필레를 바라보았지만 모르겠다는 사람한테 물어봐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래도 다행이다. 사람들을 점검해 본 화월은 모두가 큰 상처가 없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운현씨는요?"

"전 여기 있어요."

어기적어기적 걸어오는 그를 보며 화월은 피식 웃었다. 실질적인 피해는 결국 바지에 지려버린 운현 밖에 없다는 것에 웃음이 나온 그녀가 미스즈에게 돌아가자 운현은 그녀에게 들키지 않았다는 것에 싸늘히 웃었다.

"운현!"

"괜찮아요!?"

"다친데는 없지?"

"응. 너희들은?"

"저희야 뭐..."

탱킹을 하던 미야만 조금 긁힌 상처가 있을 뿐 다들 멀쩡했다. 운현은 그들에게 빙긋 웃어보였고 그 웃음에 어색함을 느낀 헤스티아는 살짝 다가와 물었다.

"혹시 지금 냉철한 이성 상태에요?"

"못 속이겠는데? 응. 서큐버스에게 당할때 변한 모양이야."

"하아... 아무튼 다행이네요. 별 일 없어서..."

"그러게 말야."

"근데 누가 해치운거지? 우리 레벨은 그대론데."

바제트는 자신의 모험자카드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의 말에 필레는 쓰게 웃으며 말했다.

"제가 잡았어요. 아. 운현."

"왜?"

"이거 네가 써. 꽤 괜찮은 검이니까 말야."

운현에게 받았던 검을 필레는 다시 돌려주었다. 은백색의 검날. 검받이가 없는 검은색 검자루. 그 검을 그녀가 건네자 운현은 웃으며 그것을 받았다.

"고마워. 잘 쓸게."

'...얼굴색 하나 안변하고 저렇게 뻥을...'

아무렇지도 않게 그가 검을 받아 필레는 운현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둘의 분위기에 고개를 갸웃거린 동료들이 무언가 말하려고 할 때 미스즈는 박수를 치며 소리쳤다.

"여러분!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계층주를 쓰러트려 3계층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도움을 주신 모험가 길드의 필레씨에게 감사의 박수를 드립시다!"

"와아아!!"

"필레씨! 고마워요!"

"아, 아뇨 뭘..."

자신이 한 일은 아무것도 없는데 칭찬을 받자 필레는 어색한 얼굴로 볼을 긁적거렸다. 그녀를 말없이 바라보던 운현은 필레의 등을 툭 치며 빙긋 웃었다.

"잘했어."

"...응."

"자... 그럼 일단 돌아갈까? 아니면 3계층에 가볼까? 난 이 검의 검집도 구하고 싶고 복귀하고 싶은데 말이지. 갑옷도 구하고 싶고. 필레. 넌 어떡해? 계층주는 잡혔는데 아직 여기 있어야 해?"

"음.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은데. 왜?"

"아. 갑옷 사러 나가야 하는데 같이 갈까해서 말야."

운현이 다난교의 표적이 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는 필레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실비아에게 갔다. 그녀가 사정을 설명하자 실비아는 환하게 웃으며 어서 가라는 듯 손짓했다.

"가자."

"음."

길드로 복귀한 그들은 가벼운 차림으로 옷을 갈아입고 회관에 모였다.

"바제트. 그 가게는 어디야?"

"블랙플래그 세트 파는 가게? 상인 조합의 영역에 있는 갑옷상이야. 이야기 해놓고 왔으니까 아직 팔지는 않았을걸?"

"그렇구만. 그럼 가자."

필레, 헤스티아, 미야, 바제트와 함께 상인 조합의 영역에 도착한 운현은 선한 웃음을 짓는 중년 여인의 소개에 따라 가게 안쪽으로 들어갔다. 가게의 안쪽에는 나이트호크세트와 비슷한 색의, 하지만 나이트 호크세트처럼 바깥에 고리나 철이 있는 것이 아닌 그저 매끈한 레더 아머 풀세트가 마네킹에 걸려 있었다.

"이게 블랙플래그 세트인가요?"

모든 것이 검은 가죽으로 만들어져 있는 갑옷을 툭툭 치며 운현이 묻자 주인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의심가면 한번 찔러보라고."

그녀가 단검을 내밀자 운현은 그것을 거부한 후 자신의 단검을 들었다. 주인이 여유롭게 웃자 운현은 온 힘을 다해 갑옷을 찔렀고 그 순간 갑옷에서 발동된 보호막이 그의 공격을 튕겨내었다.

"항시 발동되는 건가요?"

"하루 두번. 상갑에는 보호막 마법이 걸려 있어서 치명적인 공격은 두번 정도 막아주지. 뭐... 그것도 상체의 공격만 막아주는 것이지만 그래도 꽤 좋은 마법이지."

"흐음... 좋군요. 다른 부위에는 어떤 마법이 걸려 있나요?"

"견갑에는 파워 업. 신발에는 헤이스트. 장갑과 하갑에는 따로 마법이 걸려 있지 않아. 원한다면 인챈트는 알아서 하라고."

주인의 여유로운 말에 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인챈트로 마법을 걸 수 있다면 자신의 취향에 맞는 마법을 걸 수 있다. 차라리 그게 낫겠다 싶은 운현은 블랙플래그 세트의 견갑을 만져보며 물었다.

"가격이 얼마죠?"

"풀세트 해서 오천골드. 부위별로 사면 부위당 천이백."

"...이거 사는게 좀 무서워지네."

나이트 호크 세트의 다섯배나 되는 가격에 침을 꿀꺽 삼킨 운현은 어서 사라는 바제트와 미야, 헤스티아의 시선을 이기지 못하고 주인에게 돈을 지불했다. 그가 돈을 내자 주인은 씨익 웃으며 탈의실을 가리켰다.

"저기서 갈아입고 나와."

"알겠어요. 다들 좀 기다리고 있어. 아. 그리고 필레."

"왜?"

"이 검에 괜찮은 검집이 있나 좀 찾아봐줄래? 여기 보니까 그런거 많은 것 같은데."

갑옷 뿐만 아니라 무기도 팔고 있는 상점이라 서큐버스의 검에 맞는 검집이 있을 것이다. 운현의 부탁에 필레는 그에게서 서큐버스의 검을 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운현은 블랙플래그 세트로 장비를 교체한 후 밖으로 나왔다. 다른 여인들 역시 상점에서 괜찮은 장비를 구경하고 있었는지 탈의실 바깥에는 아무도 없었다.

"흐음..."

거울에 비춰진 자신을 보며 운현은 입맛을 다셨다. 온통 검은색이다. 나이트호크 세트보다 장식이나 벨트가 적어 깔끔해보이기는 하지만 어딘지 더 약해진 듯한 느낌을 받으며 그가 뒤통수를 긁적거릴 때 괜찮은 물건을 찾았는지 필레는 운현을 불렀다.

"운현! 이거 봐봐."

"음... 검집도 검은색이냐..."

"이게 제일 괜찮은 것 같은데. 마치 맞춘 것 같다."

칠흑같은 검집에 감싸져 있는 서큐버스의 검을 넘긴 필레는 블랙플래그 세트를 착용하고 있는 운현을 보며 감탄했다.

"야~ 잘 어울리는데?"

"어울리긴. 까마귀 같은데..."

"검은색 옷은 던전을 돌때도 유리해. 은폐나 엄폐를 하기 좋다고."

"그래?"

던전에 있어서는 필레가 자신보다 더 잘 알고 있다. 그녀의 말에 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산것을 가지고 투덜거려봐야 의미는 없었다. 그가 검집을 잡아 허리춤의 고리에 착용하자 가게 주인이 걸어오며 물었다.

"그 검집은 오백골드야."

"무슨 검집이 이렇게 비싸!?"

"당연하지. 그 검집은 블랙플래그 세트를 만들때 사용하는 재료가 들어간 거라고. 오백골드면 무척이나 양심적인 가격이야."

주인의 말에 필레는 감탄하며 검은 검집을 만져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단단하더라. 오백골드면 괜찮은 가격이야. 여차할땐 검집을 몽둥이처럼 쓸 수 있으니까 말야."

"끙..."

오천오백골드라니. 장비 맞추는데 이렇게 비싼 돈을 지불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던 운현이 검집을 살까말까 고민하던 도중 여인들이 돌아왔다.

"헤헤~ 이거 어때?"

"오... 너희들도 장비 맞추려고?"

헤스티아는 지팡이. 미야는 권갑. 바제트는 부츠를 골라 다가왔다. 그녀들이 고른 물건을 차분히 보던 주인은 어깨를 으쓱인 후 말했다.

"다 해서 사천 팔백골드."

"......"

아무래도 바가지를 쓰는 듯 하다. 운현이 가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헤스티아는 운현을 톡톡 치며 혀를 내밀고 생긋 웃었다.

"이 지팡이 좋은 지팡이에요."

"이것도 좋은거 같은데?"

"내 부츠도."

"...주쇼."

자기 갑옷에만 오천골드가 투자되었다. 다른 이들이 비싼 장비를 산다고 말릴 수는 없었기에 운현은 총 오천 이백골드를 지불했다.

"하하하! 이거 고맙군."

"별.. 말씀을. 에휴. 아. 필레. 넌 살거 없어? 오백골드 내외라면 사줄게."

늘 도움을 받는 필레에게 선물을 사주려 한 운현이 묻자 그녀는 쓴웃음을 지은 후 작은 머리핀 하나를 들었다.

"난 이거면 괜찮아. 여기 장비는 나에겐 별 의미가 없고..."

"정말?"

"응."

고급스러워보이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는 머리핀에 운현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주인을 바라보았다.

"십골드만 줘."

"더 비싼 것도 괜찮은데?"

"이거면 괜찮아. 너도 장비맞추느라 돈 많이 썼잖아."

"끙... 알았어."

운현은 필레의 머리핀 가격을 지불한 후 그녀가 서 있던 곳으로 향했다. 여자들의 머리를 정리하기 위한 머리핀이나 작은 귀걸이, 목걸이 등을 팔고 있는 판매대 앞에서 운현은 은으로 만들어진 깔끔한 느낌을 주는 목걸이 하나와 나비 모양의 팬던트를 들었다.

"이건 얼마에요?"

"다 합쳐서 이십골드."

"으음... 이것도 줘요."

"그건 누구 주려고요?"

"신세 진 사람이 있어서."

운현의 말에 헤스티아는 잠시 생각했다. 한명은 상아일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하나는 누구인가.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운현은 그녀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었다.

"자. 살건 다 샀으니까..."

"나도 사줘!"

운현이 필레에게 장신구를 사준 것에 미야는 손을 번쩍 들며 베시시 웃었다. 헤스티아와 바제트 역시 같은 생각이었는지 그녀들은 방긋 웃었고 운현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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