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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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끌고 왔으면 말이라도 하지 그래?"
운현은 음식을 앞에 두고 자신을 말없이 응시하는 상아에게 퉁명스레 말했다. 오늘 하루 데이트를 하고 와서 가뜩이나 파티원들이 투덜거리는데 더 투덜거리게 생겼다.
"카를로스 말인데."
"그 새끼 얘기 안하면 안될까? 나 솔직히 걔 싫어. 아니... 왜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본능적으로 혐오감이 들어."
"그건 동감이야. 왜 스승님은 자기를 죽이려고 한 그 놈을 파문하지 않고 계속 제자로 데리고 있었는지 모르겠어."
"그게 무슨 소리야?"
운현의 질문에 상아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생각하는 것 조차 싫었는지 그녀는 포크로 스테이크를 쿡쿡 찔렀다.
"그 자는 스승님에게 많은 것을 배웠어. 지리, 천문학, 예의, 전술, 전략, 연기, 그리고 전투법까지. 마법에는 재능이 없었는지 마법은 배우지 못했지만 오로지 검술만으로는 스승님과 붙어서 압도할 수 있을 정도였지."
"그 정도로 대단한 놈이었단 말야?"
"음.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그는 스승님의 지식을 모두 배워나갔거든. 그리고... 그는 스승님을 죽이려 했어."
"오해... 그런거 아니지?"
"오해는 무슨. 스승님한테 칼을 들이대고 있는 걸 눈 앞에서 봤는데."
피식 웃은 상아는 너덜너덜해진 스테이크를 옆으로 치웠다.
"'당신에게 배울 것은 다 배웠다. 현자의 지식은 너무나도 위험하다. 당신의 꿈은 너무나도 끔찍하다. 이계인 주제에 세상을 바꾼다는게 무슨 소리냐. 당신은 다른 존재다. 그러니 제자된 도리로, 이 세상을 사랑하는 자의 도리로 당신을 막겠다.' 라는 개소리를 지껄이며 스승님께 그 자식은 필살기까지 날렸어. 하지만 검술만 배운 녀석이 스승님을 이길 수 없었지. 스승님의 마법 한방에 나가 떨어진 그 개자식이 죽어갈때 스승님은 그 녀석을 치료해줬고 그 자식은 몸이 어느정도 회복되자마자 스승님 곁을 떠났지. 그자식을 간호할때 그냥 죽였어야 했는데..."
"...도대체 현자라는 작자는 능력이 어느정도나 되는거야?"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다니까. 검이면 검, 마법이면 마법, 궁술이면 궁술. 그래서 직업조차 유추할 수 없었던거야. 아무튼 그 날 이후로 스승님은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어."
"그래서 네가 실패한거고?"
"응. 뭐 그렇다고 볼 수 있겠지."
"으음... 동정을 유지하려는 현자가 네가 동정을 빼앗으려고 하는 것을 그냥 내버려 뒀을까?"
"그런 생각도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난 가능할거라고 생각했어. 내가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말이지. 스승님은 아무래도 날 여자로서 좋아했던게 아닐까 싶어."
"...그건 또 뭔 개소리야."
"아니. 스승님은 항상 나에게 잘 대해주셨거든. 잘때 잘자라고 인사도 해주고 머리도 쓰다듬어주시고. 마을에 마실갈땐 꼭 데리고 가서 쿠키도 사주시고 사탕도 사주시고. 다른 여자들에게는 절대로 하지 않은 걸 나에게만 해주셨다고."
"너 연애 해봤냐?"
그정도면 말 잘듣는 제자에게 얼마든지 해 줄 수 있는 것 아닌가? 운현이 떨떠름히 묻자 상아는 피식 웃은 후 말했다.
"당연한 소리를. 나랑 연애한 남창만 해도 몇백명이다."
"아니 남창 말고. 일반인이랑."
"...그건 노코멘트 하도록 하지. 아무튼 그 개자식만 아니었어도 난 스승님과 행복하게 살았을 거라고. 그걸 망쳐 놓은게 그 카를로스 개자식이야."
"음. 그렇군. 그래서 그걸 얘기하려고 날 이렇게 부른겨? 네가 그 자식이 개자식이라는 것을 굳이 안알려줘도 나한테 있어서 걔는 적이라는 것 쯤은 알고 있는데."
"...그놈이 널 미워하는 이유를 말해주지."
"그래. 그거 궁금했다. 왜 처음 보는 날 그렇게 싫어하는거래?"
자신도 보자마자 역겹기는 했지만 그래도 죽여야겠다. 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카를로스는 명백히 자신에게 살기를 품고 있었다.
운현이 궁금해하자 상아는 팔짱을 끼고 생각하다가 말했다.
"이계의 존재가 가진 위험성 때문이야."
"그게 뭔데? 말도 안되는 개소리를 하고 있어? 야. 위험한 거면 내가 지금 이러고 있겠냐? 당장 카를로스 목부터 부러트리지."
"아아. 그런 물리적인 힘을 말하는게 아니야. 바로 생각이지."
"생각?"
"응. 스승님은 사람들과 다른 각도로 사물을 바라보셨어. 노예를 보면 우리들은 그냥 노예구나. 라고 생각했지만 스승님은 노예를 보며 왜 노예가 되었는가부터 시작해서 노예제도의 불합리성에 대해서까지 이야기를 하시던 분이셨으니까 말야."
"허... 인생 복잡하게 사네."
"그것 외에도 많아. 중요한 것은 현실과 '다르게' 본다는 것이지."
"다르다라..."
운현은 그녀의 말이 아주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었다.
확실히 아무런 생각 없이 이세계에 떨어졌을 때,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모든 부분을 의심하게 되고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 자신이 선택할 만한 판단과 이세계의 판단이 다르다는 것에 의문을 품게 될 것이다. 큰 뜻을 품고 이세계를 바꾸려 하는 자라면 그 의문을 키워나가게 될 것이고 자신처럼 살아갈 각오를 다지는 자는 그냥 순응하게 될 것이다.
"현자이고, 네 말대로 엄청난 힘을 가졌다면 자신의 힘을 써서 그 의문을 해소하려 했겠지. 또 불합리함 역시 바꾸려 할 것이고."
"그래. 이곳 세계의 강자들은 너희 이세계인들이 생각하는 불합리함에 대해서 이해를 하지 못해. 그들에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지."
"음..."
상아의 말에 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칫 잘못했으면 자신 역시 현자처럼 누군가에게 공격당할 뻔 했다는 것에 운현은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순응하길 잘했네.'
주제파악도 못하고 까불면서 노예해방이니 신분제 폐지니 이딴 소리를 지껄이지 않은게 다행이다. 운현은 새삼스레 군대에 감사함을 느꼈다. 군대가 아니었다면 이 세상에서 살아갈 각오를 다지지 못하고 현실도피를 하며 이세계에 자신의 세계를 만들려고 날뛰었을테니까.
"스승님처럼 네가 같은 방식으로 움직였다면 나도 너를 경계했을지도 몰라. 방법은 다르지만 나도 스승님의 생각에는 부정적이었거든. 그렇지만 너는 정말 이계인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이 세계에 녹아들었어. 만약 내 스킬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네가 광검에서 검날을 뽑아낼 수 있었다면 난 네가 이계인인지 몰랐을거야."
"으음... 그건 그렇다고 치고, 걔는 그럼 어떻게 안걸까?"
"그건 나도 의문이군."
상아도 그 이유에 대해서는 몰랐는지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게 중요한게 아니지. 걸린 것은 걸린 것. 나머지는 대응하는 방법 뿐이지."
"그래서? 현명하신 길드장님께선 무슨 생각이 있으시길래 날 이렇게 부르셨나?"
"방법은 세가지가 있어. 첫번째."
"....."
"너! 길드원이 되라!"
"거절한다."
"쳇. 그럴 줄 알았다. 그럼 두번째."
상아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운현에게 척 손을 내민 후 당당히 말했다.
"........"
"너! 내 애인이 되라!"
"차라리 혀를 깨물겠다."
운현이 퉁명스레 즉답하자 상아는 조금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설마 거절할 줄은 몰랐는지 그녀는 비틀거리다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내 매력에 빠지지 않다니..."
"너 내 취향 아니야. 얼굴은... 솔직히 인정한다. 그래. 너 예뻐."
"그럼...!?"
"그럼 뭐하냐 알맹이가 문젠데. 사람 머리 위에서 까부는 여자는 내 취향 아냐."
"취향이 뭔데?"
"좀 얌전하고 순종적이고 그런."
"그렇단 말이지..."
운현이 무덤덤히 말하자 잠시 생각하던 상아는 얼굴을 쓱쓱 문지른 후 숨을 들이마쉬었다.
"오빠~"
"......"
"오빠? 왜 그래?"
능글맞은 웃음만 짓던 상아의 얼굴에 청순하고 귀엽기 그지 없는 미소가 걸렸다. 그것만으로도 인상이 확 바뀌어버린다. 상아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가와 운현의 옆으로 와서 그의 팔을 살짝 끌어안았다.
"헤헤헤헤~ 오빠. 상아는 있지... 오빠가..."
손을 들어 그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문지른 그녀는 운현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가려 했다.
"너무 좋아~"
"아. 예. 거기까지."
"...이래도?"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 속알맹이가 뭔지 몰랐다면 모를까 안의 내용물이 뭔지 아는데 내가 그거에 속겠냐? 솔직히 조금 두근거리기는 했다만."
"쳇."
운현이 떨떠름히 말하자 상아는 아쉽다는 듯 혀를 차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럼 세번째 뿐이군."
"뭔데 그게?"
"네가 강해지는거. 그 목걸이로 날 소환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내가 천년만년 네 옆에 있어 줄 수는 없잖아. 카를로스도 엘프라서 집착이 장난이 아니거든. 널 찍은 이상 자신이 안심하기 전까지는 편하게 살기는 힘들거야."
"호오. 그렇단 말이지."
"걔한테 너 건드리지 말라고 했고 윈드나 필레, 그리고 다른 길드원들에게도 말해줬지만 만약이라는게 있어. 그러니 최소한 널 도와 줄 사람들이 올때까지 버틸 수 있을 정도로 강해져야겠지."
"흠. 그건 나도 동의. 그래서 말인데 좀 빨리 강해지는 법 없냐?"
"그런게 있으면 내가 했겠지. 그딴건 없어.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은 재능. 그리고 노력의 결과일 뿐."
"재능이라... 도적의 재능은?"
"도적은 전투직이 아니지만... 그래도 함정을 쓰면서 버티기는 할 수 있겠다. 어쨌든 레벨 열심히 올려라."
결국 대화는 기승전 레벨올려라가 되어버렸다. 운현이 뚱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상아는 그를 향해 싸늘히 말했다.
"싫으면 내 애인하든가."
"최선을 다해 던전을 공략하겠습니다."
"이야기는 끝났어?"
길드회관으로 나온 운현은 테이블에 앉아서 맥주를 홀짝거리는 미야를 발견하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다른 여인들은 없는 것이 다들 쉬러 갔나보다.
"응. 왜 여기 있어? 딴 애들은 어디가고?"
"오늘은 피곤하다고 잔데."
"헤에. 그래서 우리 미야는 여기서 혼자 쓸쓸히 맥주 마시고 있었구나?"
"쓸쓸하긴. 너 기다리고 있었는데."
"엥? 왜?"
"그... 어제는 바제트랑 했잖아."
"그렇지."
"내일은 힐더크를 만날거라면서."
"그러하다."
운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미야는 조금 망설이다가 운현의 옷자락을 살며시 잡고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오늘 밤은...?"
"응? 어. 딱히 예정은 없는데? 왜. 하고 싶어?"
"에헤헤..."
운현의 질문에 미야는 히죽 웃었다. 그녀의 웃음을 마주하던 운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딴 애들이 뭐라고 안해?"
"헤스티아는 그동안 많이 했으니까 오늘은 참는다고 했고 바제트는 어제 했다고 양보한댔어."
"어? 그래? 그럼 뭐."
자기들끼리 알아서 순서를 정해주니 뭔가 이상하다. 운현이 묘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자 미야는 불안해하며 그를 보았다.
"왜?"
"아니 오늘은 피곤해서 안할려고..."
"히잉!?"
그의 말에 미야는 화들짝 놀라며 풀죽은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방금 전까지 쫑긋 솟아 있던 귀는 축 늘어지고 살랑살랑 흔들리던 꼬리는 움직임을 멈췄다.
"훗. 하고 싶다면 제발 해주세요~ 라고 내 귓가에 속삭여봐."
"으으... 심술쟁이."
운현이 장난을 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미야는 입술을 우물거리다가 그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오늘 밤은 제발 저랑 함께 해주세요... 부탁드릴게요. 쪽!"
시키지도 않은 뽀뽀까지 하고 미야는 눈을 반짝거렸다. 그런 그녀의 얼굴을 보며 히죽 웃은 운현은 당당히 말했다.
"허나 거절한다!"
"장난하냐!?"
운현의 말에 결국 발끈한 미야는 벌떡 일어나 그의 멱살을 잡았다. 그녀의 거친 행동에 운현은 깜짝 놀랐지만 미야는 힘으로 그를 제압하고 그를 방으로 끌고 들어갔다.
"야야! 장난이야! 장난!"
"장난으로 던진 돌덩이에 상처받은 소녀의 마음을 생각해라!"
"으악!"
운현을 들고 휙 침대로 던진 미야는 그가 침대에 쓰러지자 씩 웃으며 다가갔다.
"어우야. 농담 좀 한거 가지고 왜 이래."
"후후후... 그 농담만 하는 입은 이렇게 해주지."
침대의 끝에 기대어 앉은 운현이 웃으며 말하자 미야는 빠르게 상의와 바지를 벗었다. 순식간에 속옷만 남은 미야는 침대 끝에서 엉금엉금 기어 그에게 다가갔다.
마치 사냥감에게 다가가는 고양이처럼 그녀가 다가오자 운현은 침을 꿀꺽 삼켰다.
"으음..."
운현을 끌어당겨 눕힌 미야는 그를 밑에 깔아둔 후 빙긋 웃으며 그에게 키스했다. 마치 덮치는 것처럼 강렬하게 키스를 한 미야는 흥분한 얼굴로 운현의 얼굴을 핥은 후 그의 옷을 하나하나 벗겨나가기 시작했다.
"후후. 남창을 범하는 것 같아 기분 좋네."
"남창이랑 해본건 아니겠지?"
"설마. 내 처음은 너야. 그리고 마지막도 너일 거고."
"다른 남자랑은 안할거야?"
"응."
"왜?"
"응? 그거야..."
셔츠의 단추를 벗기던 미야는 운현이 진지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묻자 손을 멈추고 그의 시선을 마주했다.
"그거야... 내가 널 좋아하니까... 라고 해둘까?"
"좋아하는거면 좋아하는 거지 라고 해둘까는 뭐냐?"
"묘인족들은 집착이 없어. 만약 상대가 자기를 거절한다면 그대로 튕겨져 나가기 마련이지."
"지금 나는 널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는데?"
"알아. 헤스티아에게 들었어. 넌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그렇다는 것은 가능성은 있다는 것 아냐."
"되게 희망적이다."
"긍정적인 것도 묘인족의 특징이지. 네가 날 좋아하지 않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넌 나랑 하잖아. 그렇다면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볼 수는 없지. 안그래?"
"...한가지만 더 묻자."
"아 자꾸 분위기 깰래!?"
운현의 질문에 미야는 짜증을 내며 셔츠를 확 풀었다. 드러난 그의 맨살을 보며 입맛을 다신 미야는 자신의 까끌거리는 긴 혀로 그의 몸을 핥기 시작했다.
"핥짝... 이 맛은 데이트 한 남자의 맛이구나!"
"묘인족은 일부 다처에 대해서 어찌 생각하나? 아니, 너는?"
"나? 상관없는데? 묘인족 중에는 그런 사람 많아. 애초에 남자가 얼마 없는데 그건 기본이지. 그리고 대부분 그렇게 생각할껄?"
'그럼 모두를 받아들인다는 선택지도 없다고는 할 수 없겠군.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놈이야. 이 좋은 세계를 왜 바꾸겠다고 까분건지.'
운현은 현자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에게 좋으면 그만 아닌가? 왜 굳이 피곤하게 살려고 했을까. 운현은 생각을 멈춘 후 자신의 몸을 맛있게 핥는 미야를 끌어 당긴 후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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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타임이 없군. 아직 모잘라서 그런가?"
어제는 많은 일이 있어서 그랬는지 미야와 한번 하고 잠들어버렸다. 그녀의 계곡 안에 담겨져 있는 남성은 여전히 빳빳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지만 굳이 지금 더 하고 싶지는 않았다.
'세상에... 배가 불러도 유분수지.'
이래서 사람이 적응의 동물이라고 불리는 것이었나. 운현은 현실이었다면 꿈도 못 꿨을 미녀의 계곡에 남성을 담구고, 그 미녀가 알몸으로 자신에게 안겨 있는데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자 온 몸에 오한이 들었다.
'미친. 이건 적응하지 말자. 너무 익숙해지면 인간이 변한다.'
세계에 순응하고 살아가는 건 좋다. 하지만 그럼으로써 자신을 잃는 것은 사양이다. 운현은 몸을 움직여 미야를 아래에 깔고 그녀의 긴 다리를 잡아 쫙 벌린 후 그대로 허리를 움직였다.
"으아아아!"
"으읏!? 으응? 운혀언? 아흣! 읏! 아, 아침부터!?"
"네가 너무 야한 탓이잖아!!"
"그, 그게 무슨... 흐아앙!"
"훗. 이게 나지."
쾌락에 헐떡거리는 미야를 내려다보며 운현은 아침의 성욕을 가볍게 해결했다. 아직 더 하고 싶지만 너무 늦었다간 대장간에 가는게 늦어진다.
"그래. 예행연습했다 생각하자."
하고 싶은 마음은 넘쳐났다. 하지만 이것은 꾹 참아놓고 힐더크에게 풀도록 하자라고 생각한 운현은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떠올리며 히죽히죽 웃었다.
"조금만 있으면 그 가슴이..."
실실 웃으며 샤워를 마친 운현은 옷걸이에 걸려 있는 정장에는 시선도 주지 않았다.
"내 옷이 어디 있더라..."
"으응... 운현. 어제 쇼핑갔다가 네 옷 사왔어. 저기 봐봐."
쾌락이 남아 있는 녹아내린 얼굴로 미야는 의자를 가리켰다. 커다란 종이 봉투 안을 뒤지니 검은색 바지와 갈색 셔츠, 그리고 가죽 부츠가 있었다.
"후후후... 모두와 돈을 합쳐서 샀어."
"오... 이렇게 고마울데가 있나."
운현은 새 옷을 보며 감탄하고 미야에게 다가가 그녀의 꼬리에 입맞췄다. 뽀송뽀송한 꼬리가 자신의 입술에 움직이는 것을 즐기던 운현은 다시 남성이 서려 하자 그것을 간신히 참았다.
"그럼 나가볼까!?"
빠르게 옷을 갈아입은 운현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방을 나섰다. 자신에게 인사를 건네는 몇몇 모험가들에게 답해주며 테이블에 앉은 운현은 아침 식사용 토스트를 주문한 후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흥흥흥~"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어?"
"어? 필레."
"안녕~ 좋은 아침~!"
"응. 좋은 아침. 오늘도 아침부터 일이야? 고생 많네."
"너는 오늘도 여자 만나러 가지?"
"음. 응."
"후후... 요 인기쟁이."
운현의 코를 가볍게 꼬집어 준 필레는 그에게 윙크를 한 후 혀를 날름거렸다. 어제보다 확실히 가까워진 그 분위기에 길드원들이 흥미진진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을 의식한 필레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후다닥 길드 사무소로 들어갔다.
"헤에... 필레씨와 언제 그렇게 가까운 사이가 된거야?"
"아르 아냐? 언제 올라왔어?"
"오늘 아침에. 우리 또 보물상자 얻었다! 까줘!"
"수수료는?"
"저번과 동일하지."
히죽 웃은 아르의 뒤로 헤라는 작은 상자를 가져왔다. 그녀들이 보물상자를 가져왔고, 그것을 운현이 해제한다는 것에 사람들은 재밌는 것을 구경하게 된 것에 즐거워하며 옆으로 다가왔다.
"흐음... 잠깐만. 락픽 가져올게."
락픽을 가방에 두고 온 운현은 방으로 돌아가 락픽을 가지고 나왔다. 그가 오기를 기다리던 아르 일행은 운현이 락픽으로 어렵지 않게 상자를 열자 기대감 가득한 얼굴로 천천히 상자를 열었다.
"오오오!! 이게 뭐야!?"
"오! 이건 샤벨 타이거의 송곳니잖아!?"
상자 안에 있는 것은 크고 날카로운 송곳니였다. 그것이 달랑 두개 들어 있는 상자의 내용물을 본 아르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으... 작길래 혹시나 했더니만 꽝이라니..."
"샤벨타이거가 뭔데?"
"2계층에 나오는 몬스터 중 하나야. 좀 강하기는 하지만 못잡을 건 없지. 팔면 10실버 정도 하나?"
"난 이런 거 본 적 없는데?"
"이건 장신구 외에는 쓸데가 없어. 샤벨 타이거의 뼈는 호랑이 연고라는 치료제를 만들때 쓰인다지만 송곳니만 있어서는 그다지... 한번 들어봐."
아르는 풀죽은 얼굴로 상자에서 샤벨 타이거의 송곳니를 꺼내어 운현에게 건네주었다. 자신의 단검보다 두배쯤은 묵직한 송곳니의 무게에 운현이 놀라자 아르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자체 무게 때문인지 그걸로 장신구를 만들어도 꽤나 묵직해서 사람들이 잘 안사. 결국 쓸데가 없어서 거의 버려지는 부위지."
"헤에... 그럼 이건 어따 쓸건데?"
"뭐, 길드에 넘길려고. 그래도 십실버는 받지 않을까?"
"야. 그럼 이렇게 하면 안되냐? 내가 5실버 줄테니까 수수료랑 쳐서 이거 그냥 다 나한테 넘겨."
"어? 그치만 그걸 어디다가 쓰려고?"
재료 합성의 재료로 써봐야겠다 생각한 운현이 묻자 아르는 별 이상한 놈 다 보겠다는 눈으로 그를 응시했다. 그녀의 시선에 운현은 대답하는 대신 어깨를 으쓱였고 아르는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생각하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루티와 헤라도 기껏 구한 상자에서 나온 것이 고작 샤벨타이거의 송곳니라는 것에 실망했는지 별다른 반대를 보이지 않았다.
"고작해야 푼돈인데 받아서 뭐해. 그냥 줄게."
"오오! 이리 고마울데가 있나."
운현은 크게 기뻐하며 그것을 주머니에 넣었다. 빈 상자를 들고 길드 사무소에 가져다 준 아르 일행이 맥빠진 얼굴로 터덜터덜 걸어 2층으로 올라가자 운현은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히죽 웃었다.
'괜찮은 재료를 얻었군. 이정도면 뭐가 나오려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기름함정 - 폭을 만들었던 만큼 강철 실과 샤벨 타이거의 이빨. 그리고 비슷한 등급의 재료를 쓰면 무슨 카드가 나올지 기대가 되는 운현이었다.
"주문하신 토스트와 우유 나왔습니다."
"오오. 고맙습니다."
메이드가 준 토스트와 우유를 빠르게 먹고 자리에서 일어난 운현은 미야의 방으로 돌아갔다. 아침의 쾌락에서 벗어난 그녀가 샤워실에서 흥얼거리며 씻는 것을 들은 운현은 남성이 불끈 움직였지만 그것을 간신히 참아내었다.
'오늘은 힐더크를 반드시...'
저번에는 방해를 받았지만 오늘은 반드시 하고 말리라. 운현은 강한 다짐을 한 후 갑옷을 챙겨 입고 방을 나섰다. 그가 1층으로 내려오자 몇몇 파티들은 운현이 혼자 던전을 가려는 줄 알고 다가와 파티 제의를 했지만 운현은 그들의 제의를 모두 거절했다.
"미안. 지금은 좀 바빠서."
"근데 왜 갑옷 입고 다녀?"
"아. 대장간에 갈거거든."
"힐더크의?"
"응. 알어?"
저번에 친구가 된 숏컷의 모험가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지. 거기 방어구 좋잖아. 어지간해서는 구입하기도 힘든건데 잘도 구했네? 나이트호크 세트."
"오오... 그정도로 좋은 거란 말이야?"
"힐더크는 명장의 반열에 오른 대장장이니까. 장비를 만들때 마나를 담을 수 있어서 그녀가 만든 장비 중에는 마법이 걸린 장비가 꽤 있어. 나이트호크 세트도 대표적인 마법 장비 중 하나야."
"이게 그렇게 좋은 거였단 말야?"
운현의 질문에 숏컷의 모험가는 고개를 끄덕인 후 자신의 옆에 있는 검사의 갑옷을 툭툭 쳤다. 그녀는 운현이 입고 있는 나이트호크 세트 갑옷을 전부 모은 모양이었다.
"2계층 초, 중반까지는 쓸만한 갑옷이야. 그리고 세트를 모으면 마나를 주입시키는 것만으로도 기술들의 쿨타임을 줄여주는 마법을 발동시킬 수 있지."
"오!? 그런 엄청난 마법이 걸려 있단 말야!?"
"어? 몰랐어? 마법 가죽갑옷에는 대부분 기본으로 걸려 있는 마법이 스킬의 쿨타임을 줄여주는 마법인데?"
"그렇단 말이지..."
쿨타임이 줄어든다면 함정을 설치하는 텀이 짧아진다는 것이고 그것은 파티의 안정성을 높이는 지름길이었다.
"좋은 정보 고마워."
"별 말씀을. 다음에 던전에서 만나면 좀 해달라고."
"나야 좋지. 그럼 득템하도록!"
숏컷의 모험가 일행이 던전으로 향하자 운현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 자신의 나이트호크 세트를 바라보았다.
'전 세트를 모으면 스킬의 쿨타임을 줄일 수 있다고...? 지금은 모아봤자 그림의 떡이겠군.'
아직은 마나를 다룰 줄 모르는 운현에게 있어서 그런 갑옷은 있어봐야 그냥 가볍고 방어력 좋은 갑옷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이유는 없었다.
'상아에게 마나를 다루는 법을 배우기로 했으니... 최대한 빨리 모아두는게 낫겠지.'
운현은 더 지체할 필요가 없다 생각한 후 그대로 길드를 나섰다. 빠른 걸음으로 힐더크의 대장간으로 간 운현은 약속대로 대장간의 문이 닫혀 있자 문을 두드리며 외쳤다.
"탕탕탕!"
"힐더크! 저 왔어요!"
하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다. 운현은 혹시 못들었나 싶어 다시 한번 문을 두드려보았지만 역시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설마 오늘도!?"
"어? 진짜 왔네?"
낯선 목소리가 들린다. 운현은 휙 몸을 돌려보았고 그곳에는 졸린 얼굴에 흰색 가운을 입은 정리 안해 까치집이 되어 있는 녹색 머리의 여인이 서 있었다.
"당신은...?"
"아. 난 옆집 사는 인챈터 이리나. 잘 부탁해."
"아. 예."
미야와 비슷한 몸매를 가졌지만 관리를 하지 않는 것인지 그녀의 피부는 거칠기 그지 없었다. 슬쩍 알 두꺼운 안경을 밀어 올린 그녀는 늘어지게 하품을 한 후 말했다.
"아까 힐더크가 잠깐 볼일 있어서 나갈건데 왠 남자가 오면 부탁한다고 하더라고. 어때? 잠깐 우리 집에 들어올래? 바로 옆인데."
"음... 뭐 그러죠."
그녀가 심드렁히 말하자 운현은 별다른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이리나를 따라 대장간 옆의 작은 가게 안으로 들어간 운현은 벽장을 가득 메우는 약병과 수많은 재료들을 보고 깜짝 놀랬다.
"뭔 재료가 이렇게 많아요?"
"인챈팅을 하려면 재료가 필수니까. 아, 혹시 인챈트하고 싶으면 얘기 해. 싸게 해줄게."
"인챈트가 뭔데요?"
운현의 질문에 이리나는 인상을 팍 구겼다. 그녀가 짜증을 내려 하자 운현은 다급히 외쳤다.
"아! 저는 초보 모험가인데다가 시골에서 살다와서 그런건 잘 몰라요!"
"으음... 그래? 그럼 쉽게 설명해주지. 인챈트는 무기나 방어구, 장신구에 마법적인 속성이나 마법을 붙이는 행위를 말해. 예를 들어 네가 있고 있는 그 나이트호크 세트 있지. 그것도 각 부위에 부분적인 마법이 걸려 있고 모든 세트를 입게 되면 마법이 발동되는 인챈트가 걸려 있는 거지. 힐더크는 그걸 무의식적으로 해내는 것 같은데 인챈트는 그걸 의도적으로 하는거야. 예를 들면."
이리나는 탁자 위에 있는 단검 하나를 들고 온 후 서랍을 뒤져 작은 약병 하나를 꺼냈다.
약병에 있는 약을 단검에 뿌린 후 주문을 외우자 주황색으로 단검이 빛나고 사라지자 그 빛이 사라졌다.
"이 단검에는 이제 화염 속성이 걸렸어. 네가 써봐. 저 장작을 베어보도록."
"예."
그녀가 시키는 대로 단검을 받아 장작을 쓱 그어 본 운현은 베어진 자리에 작은 불꽃들이 피어오르자 신기한 눈으로 그것을 보았다.
"우와."
"어때? 신기하지? 이렇게 인챈트는 속성 마법 뿐만 아니라 발동 마법도 걸 수 있어. 그렇지만 발동마법은 거는데 재료가 비싸서 쉽게 걸 수 없지. 그러니까 괜찮은 마법재료 있으면 가져와. 내가 모아서 인챈트를 걸어줄테니까."
"오오오... 그런데 수수료는요?"
"수수료? 음... 어떤 인챈트를 거느냐에 따라 다르지. 가격표는 나중에 보여줄게. 지금 작성해 둔게... 흐아아암... 없어서 말이지."
또다시 늘어지게 하품한 그녀는 시계를 힐끔 본 후 말을 이어나갔다.
"조금만 있으면 힐더크가 올것 같은데..."
"딸랑!"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문이 열리며 흉악한 가슴과 타이트한 멜빵 반바지를 입은 힐더크가 들어왔다. 그녀는 가게에 들어오자마자 주변을 두리번거린 후 운현을 발견하고 입술을 핥았다.
"어머? 진짜 왔네."
"오라면서요. 저도 나이트호크 세트를 빨리 모으고 싶고."
"후후후... 아무튼 이리나. 고마워."
"별 말씀을~"
느긋하게 손을 흔든 그녀가 본격적으로 자려는지 책상에 엎드리고 코를 골자 힐더크는 운현의 손을 잡고 끌어당기며 귀에 속삭였다.
"그럼... 진짜 보낼 수 있겠어?"
"당연한 말씀을."
운현은 슬그머니 손을 내려 풍만하고 탄력적이며 거대한 힐더크의 둔부를 꽉 잡았고 그 손길에 힐더크는 더더욱 요염히 입술을 핥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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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el Up
"벌써부터 이러면..."
운현의 손이 노골적으로 자신의 둔부를 주무르자 힐더크는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의 손은 더더욱 농밀히 그녀의 크고 탄력적인 엉덩이를 주물렀다.
"자... 잠깐. 방에서..."
대장간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운현은 힐더크의 옷을 벗겨버렸다. 아니, 벗길 것도 없었다. 그저 어깨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끈을 옆으로 치우기만 하면 됐으니 말이다.
"나 급해."
"후후후후... 그렇게 하고 싶었어?"
"응."
휙 몸을 돌린 힐더크는 그녀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는 거대한 가슴을 운현에게 내밀었다. 그것을 보자마자 운현은 가슴의 굴곡에 얼굴 파뭍었다.
"아이고~ 좋다~"
"어휴. 가슴이 그리 좋아?"
"응. 큰 가슴 작은 가슴 가리지 않고 다 좋지."
"헤에... 같이 다니는 애들도 꽤나 예쁜데..."
"그치만 큰 가슴은 없지."
"후후... 그런데 왜 반말해?"
"난 나랑 한 여자한테는 반말해. 싫어? 존대해줄까?"
"으응? 그런건 상관없어."
운현이 자신의 가슴에 얼굴을 파뭍은 채 얼굴을 문대며 말하자 힐더크는 귀엽다는 듯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히죽 웃은 운현이 양 손을 내려 탱탱한 둔부를 떡주무르듯이 주물러대자 그녀는 달뜬 한숨을 토해내며 그에게 말했다.
"빨리 방으로... 으읏..."
"응."
운현도 더 이상 참기 힘들었다. 그녀와 함께 곧장 방으로 들어간 운현은 방에 들어서자마자 자신을 끌어안으며 힐더크가 키스하는 것에 전혀 반항하지 않았다.
"으음...쭙....쪽..."
거칠고, 자신의 욕망만을 위하는 탐욕스러운 키스다. 설육과 설육이 오가는 농후한 키스를 마치며 천천히 입을 뗀 힐더크는 운현의 얼굴을 핥았다.
"맛있어... 쿡쿡. 처음 봤을 때부터 정말 먹고 싶었거든. 너."
"호오. 역시 이몸의 매력은."
"쓸데없는 소리는 관두고... 쪼옥... 쭈룹..."
운현의 손이 자신의 가슴을 주무르며 그 탄력을 즐기는 동안 힐더크는 운현의 타액을 마음대로 맛보았다. 서로 자신의 욕구만 탐하던 시간이 끝나자 그들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서로를 보며 키득거렸다.
"이거 욕망의 화신들 같군."
"뭐 그럼 어때? 이제 슬슬 제대로 해볼까?"
힐더크는 살랑살랑 몸을 흔들며 운현의 옆에서 벗어났다. 유혹하는 듯 커다란 엉덩이에 걸쳐져 있는 자신의 반바지를 살며시 내리던 그녀가 손을 멈추자 운현은 당황하며 물었다.
"뭐하는거야?"
"으음... 네가 벗겨줬으면 해서 말이지."
"하. 그렇다면야."
힐더크에게 다가간 운현은 쪼그려 앉아 타이트한 청반바지를 손으로 잡고 천천히 내렸다. 워낙 커다란 엉덩이라 그런지 바지가 꽉 껴서 잘 내려가지 않았다.
자신을 벗기려고 애를 쓰는 운현을 보며 입맛을 다시던 힐더크는 키득거리며 말했다.
"후후후... 못벗기겠어? 못 벗긴다면 이걸로 끝?"
"너도 하고 싶어하는 주제에 그러지 마라."
"그럼 어서 벗겨봐. 이걸 벗기면 나이트호크 세트의 한부위를 공짜로 주지. 어때?"
"쩝.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
운현은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의 도전정신이 담긴 눈에 힐더크는 더더욱 엉덩이에 힘을 주었다. 반바지가 터질 것처럼 쫙 달라붙은 것을 보며 운현은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우, 운현? 뭐하려..."
"스틸!"
"...이런 방법을 쓰다니."
입고 있는 것이라고는 반바지 하나와 작은 끈팬티 뿐인 힐더크는 운현의 손에 자신의 반바지가 들어가 있는 것을 보고 감탄했다. 이런 상황에서 스틸을 쓸 줄이야."
"어때? 그 팬티도 해볼까?"
"하아. 너 도적이었지? 까먹고 있었네."
"나이트호크 세트 하나는 얻었군. 그럼 너만 만족시켜주면 되는건가?"
"내가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을텐데? 자랑은 아니지만 남창중에서도 날 만족시킨 사람은 극히 드물다고."
"괜찮아. 던전 도시에 와서 내가 만족시키지 못한 여자는 없으니까 말야."
운현은 빙긋 웃으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것에 기대가 됐는지 힐더크는 입술을 핥은 후 요염히 자세를 취하며 자신의 커다란 가슴을 쓱 손으로 밀어 올렸다.
"과연 가능할까? 후후... 그렇다면 좋지만 말이지. 이 누나의 색기에 홀리지나 말라고. 핥짝."
운현을 보며 힐더크는 끌어올린 커다란 가슴에 오똑히 솟아 있는 적갈색 유두를 혀로 핥았다. 야동에서나 보던 그 광경을 실제로 보게 되자 운현은 순식간에 자신의 남성이 아플 정도로 커진 것을 느꼈다.
"후후후후... 어서 해줘."
"분부대로. 여왕님."
빠르게 옷을 벗은 운현은 자신의 커다란 양물에 힐더크의 눈이 꽂히자 빙긋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커다란 가슴이 운현의 가슴에 닿고 운현의 양물이 힐더크의 군살없는 배에 찰싹 달라붙었다.
"으음..."
서로를 꽉 끌어안은 채 힐더크와 운현은 다시 진한 키스를 나눴다. 이제는 망설임도, 배려도 없었다. 운현의 손은 힐더크의 매끈한 몸 여기저기를 마음대로 쓰다듬었고 힐더크는 손을 내려 자신의 배에 닿아 있는 운현의 뜨거운 양물을 꽉 쥐고 앞 뒤로 문질렀다.
"쪽... 핥짝...쪽..."
길고 섬세한 손길이 자신의 양물을 흝는 것에 쾌감을 느끼던 운현은 힐더크의 입가에 미소가 걸리자 발끈하며 힐더크를 밀어 침대에 앉혔다.
"후후. 왜? 쌀것 같아?"
"그럴리가."
빙긋 웃은 운현은 힐더크의 위로 몸을 올렸다. 자신의 위로 올라온 운현을 보며 힐더크는 자신의 긴 다리를 움직여 그의 다리 사이에 넣은 후 운현의 양물을 매끄럽고 탄력적인 허벅지로 비비기 시작했다.
"큭... 이렇게 당할 수야 없지."
누워 있음에도 그 압도적인 볼륨감을 자랑하는 가슴은 거대한 산처럼 봉긋하게 솟아 있었다.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파뭍은 운현은 양 손으로 유두를 비틀어 주무르기 시작했다.
"읏... 흐읏...으으응... 제. 제법인데에엥!?"
"오오오오! 어디까지 늘어나려나?"
거대한 가슴의 유실을 잡고 운현이 비틀며 끌어당기자 큰 가슴은 원뿔형으로 쭈욱 늘어났다. 그것에 운현이 이를 드러내며 말하자 힐더크는 강한 쾌감을 느꼈는지 연신 신음성을 토해내었다.
"하아아앙! 아윽! 거, 거깃!"
운현의 남성을 비비던 허벅지는 이미 멈춰져버렸다. 그것에 운현은 자신의 하체를 내려 남성으로 힐더크의 축축히 젖은 속옷 위의 굴곡에 대고 비비기 시작했다.
"으히잇!"
묘한 비명과 함께 힐더크는 긴 다리를 쫙 벌린 후 성대하게 몸을 떨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그녀의 몸을 내려다보며 운현은 힐더크의 축 늘어진 혀를 빨았다. 그가 자신에게 키스하자 그녀는 힘없이 그의 혀를 받아 준 후 미소지었다.
"꽤... 하잖아..."
"이제 만족했어?"
"그럴리가..."
아직 본방은 시작도 안했다. 운현은 양 손에서 떨어트리고 싶지 않은 거대한 가슴에서 겨우 손을 떼어낸 후 천천히 몸을 내렸다.
"흐으으으..."
낮은 신음성을 내뿜으며 힐더크는 운현의 손이 이끄는대로 양 다리를 천천히 벌렸다. 붉은색의 작은 끈팬티는 이미 축축히 젖어 제기능따위는 할 수 없었다.
"남창들이 여기를 빨아주기도 해?"
"그. 좀 많이 내면..."
"그럼 난 공짜로 해줄게. 어때?"
"정말?"
"후후후... 핥짝."
계곡을 핥기 전 운현은 팬티의 끈을 입으로 당겨 풀어내었다. 푹 젖은 음부의 살덩이는 농염한 여인의 향을 물씬 뿜어내고 있었다. 약간 새큼한 그 향을 즐기며 운현은 부드러운 음모에 얼굴을 비볐다.
"으읏... 으응..."
낮은 신음성이 터져나온다. 매끄러운 허벅지에 손이 가고 그 허벅지에 운현이 키스하며 핥기 시작하자 힐더크는 운현의 머리를 사랑스럽다는 듯 쓰다듬었다.
"귀여워..."
"그 귀여운 남자가 널 보내줄 남자야. 기억해두라고. 쪽."
"후읏..."
운현의 혀가 점점 안쪽으로 파고들때마다 힐더크는 입술이 말라가는 것을 느꼈다. 목이 타고 쾌락에 대한 갈증에 땀이 나기 시작한다.
"어... 어서... 애태우지 말고..."
"벌써 이렇게 흥분했단 말야? 허. 도대체 남창들을 얼마나 못하길래..."
불과 얼마 전에 동정을 뗀 남자 치고는 완전 잘하는 거 아닌가!? 라고 속으로 감탄하면서도 운현은 무척이나 여유 있는 얼굴로 말했다.
'사실은 빨리 하고 싶지만.'
아까 전 힐더크가 허벅지로 양물을 비빌때 하마터면 쌀뻔했던 것을 떠올린 운현은 움찔움찔 떨리는 그녀의 음부를 보며 생각했다.
'아무리 봐도 명기 같단 말이지. 그럼 그냥 넣었다간 푹찍끝이 되어버릴테니...'
그냥 하고 끝나는 사이면 괜찮겠지만 이번 섹스에는 나이트호크 세트 한부위가 걸려 있었다. 무려 이십골드짜리 갑옷이 걸려 있는 이상 운현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일단 손이랑 애무로 최대한 성감을 끌어올려보자.'
즐기는 것은 나중이다. 운현은 성심성의껏 힐더크를 애무하며 그녀의 애를 바짝바짝 태워나갔다.
"왜에!? 왜!!"
"응? 왜?"
"왜... 여기는 안해주는건데!?"
운현이 허벅지와 음부의 아슬아슬한 주변까지만 핥고 만지는 것에 결국 애가 완전히 타버린 힐더크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외쳤다. 그녀의 그런 모습에 키득거린 운현은 음부의 도톰한 살을 살며시 걷어낸 후 말했다.
"음... 아무래도 여길 핥는 건 좀..."
"너, 너무해..."
자기가 해준다고 해놓고 이제와서 안하겠다? 기대감을 무너트려도 유분수지. 그녀의 눈에 눈물이 가득 차오르자 운현은 미소를 더더욱 짙게 만든 후 이미 벗겨져 벌겋게 커져 있는 음핵을 핥았다.
"아흐으으으윽!!"
"푸슛! 푸슈슈슈슈슛!"
기대감이 무너지는 것과 동시에 운현이 그 기대감을 다시 한계까지 끌어올리자 힐데크는 심적인 쾌감까지 포함해 한번에 절정에 도달해버렸다. 계곡에서 한차례 애액이 벌컥벌컥 터져나오자 운현은 혀로 그녀의 음핵을 꾹꾹 누른 후 손가락을 슬며시 밀어 넣었다.
'역시... 안했으면 잣될뻔했네.'
손가락을 심하게 물어오는 계곡벽에 감탄하며 운현은 거의 실신상태가 되어 있는 힐더크의 다리를 벌렸다. 흐물흐물해져 있는 그녀의 다리를 자신의 어깨에 걸친 후 운현은 거의 한계에 도달해 있는 남성을 그녀의 계곡 위로 쓱쓱 비볐다.
"으읏...으응...흐으으으..."
양물이 스칠때마다 만들어내는 쾌감때문에 천천히 정신을 차린 힐더크는 희미한 눈으로 운현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정신을 차리자 운현은 한참 올려 놓은 쾌감을 단번에 끌어올리기 위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녀의 음부에 남성을 밀어넣었다.
"흐햐아아아앙!?"
절정에 오른지 얼마 되지 않는 동안 음핵이 자극된 탓인지 그 절정이 가라앉지 않고 있었던 그녀는 자신의 계곡 안을 운현의 남성이 꽉 채우자 또다시 절정에 도달했다. 양 손을 허우적거리던 그녀는 운현이 자신의 몸을 끌어안자 운현의 몸을 힘껏 끌어안았다.
"아흐으으윽! 으읏!"
"우왓...!"
절정에 도달한 힐더크의 음부는 그야말로 대단했다. 말캉하고 오돌토돌한 질벽은 한점의 틈도 보이지 않고 그의 남성을 꽉 물었다. 자신의 양물이 그녀의 음부 끝에 닿아 있는 것을 눈치챈 운현은 치솟는 사정감을 참지 않고 힐더크와 입맞추며 양 손으로는 그녀의 가슴을 터트릴 것처럼 꽉 쥐었다.
"하아...하아..."
"배 안이... 꽉 찼어... 한번에... 이런 경험...흐그... 처음이야..."
탈진한 얼굴로 힐더크는 축 늘어진 채 공허히 중얼거렸다. 그런 그녀를 내려다보며 운현은 빙긋 웃었다.
"아직 만족 못했지?"
"그, 그렇긴 한데 좀 쉬었다가..."
"아직 멀었어."
운현은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직 쾌감에 후들거리고 있는데 그의 양물이 움직이자 또다시 쾌감이 배가 된다. 힐더크는 그의 몸을 밀어내며 움직이지 못하게 하려 했지만 몇번의 절정 탓인지 그리 힘을 주지는 못했다.
"자자. 또 한번 보내줄테니까 얌전히 있으라고."
운현은 당황한 힐더크의 볼에 키스한 후 그녀의 양 손목을 한손으로 거머쥐어 올린 후 그녀의 커다란 가슴의 유두를 빨기 시작했다. 가슴의 쾌감, 그리고 하복부의 쾌감. 가장 느끼기 쉬운 두곳에서 공략해들러오는 운현의 모습에 힐더크는 헐떡이며 외쳤다.
"하악! 으읏! 그, 자, 잠깐! 하아아아앙! 잠깐만 쉬었다가..."
"몇번만 더 하고 쉬자. 응? 너도 좋잖아. 쪼옥.."
"히익!? 가슴 물면... 하으으으응! 또 가아아앗!"
운현이 이로 잘근잘근 유두를 씹자 힐더크는 눈 앞이 새하얗게 물드는 것을 느꼈다. 그것과 동시에 그의 남성이 안쪽 깊숙한 곳에 강한 일격을 보내자 그녀는 온 몸에 전기가 오른 듯한 쾌감을 느끼며 양 다리로 운현의 허리를 꽉 감았다.
"또가아아아아아아앗!!!"
"으읏...!"
한번씩 절정에 도달할때다마 오는 쾌감이 장난이 아니다. 운현은 하마터면 사정할뻔 한 것을 겨우 참아낸 후 망연자실한 얼굴로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힐더크의 입술을 핥았다. 이제는 본능적으로 그의 혀를 받아들인 힐더크는 운현의 양물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자 순순히 그를 받아들였다.
"호오...?"
아까 같은 저항이 없어지자 운현은 이제는 천천히 그녀의 몸을 즐기기 시작했다. 커다란 가슴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유두를 빨거나 계곡 안에 밖혀 있던 남성을 한계까지 뽑았다가 다시 밀어 넣는 등. 힐더크의 아름답고 육덕진 몸을 마음대로 가지고 놀던 운현은 그녀의 눈동자에 천천히 빛이 돌아오자 그녀의 볼을 핥은 후 말했다.
"어때?"
"하아... 하아.. 이런 경험은 진짜 처음이야..."
"만족했어?"
운현의 말에 힐더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떤 남창과 해도 이정도로 강렬하게 느낀 적은 없었다. 이정도의 쾌감은 살면서 처음이기에 그녀가는 희미하게 웃으며 운현의 입술에 키스했다.
"...일단은."
"그럼..."
"응. 이제 쉬.."
쾌락도 좋고 절정도 좋지만 이제 조금 쉬고 싶다. 너무 큰 쾌락에 아직도 몸이 떨리는 것을 느낀 힐더크는 상냥히 웃으며 운현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의 입가에 걸려 있는 미소는 자신의 상냥한 미소와는 달랐다. 그것에 움찔한 힐더크가 떨리는 입을 열려 하자 운현은 그녀의 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막은 후 키스하고 음흉히 말했다.
"내가 만족할 차례군."
"히이이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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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el Up
"아야야... 진짜 대단하네."
"별말씀을."
히죽 웃은 운현은 자신의 품 안에 안겨 가슴을 핥짝거리는 힐더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의 손길에 베시시 웃은 힐더크는 천천히 몸을 내려 아직도 커다란 그의 남성을 가슴으로 비벼주었다.
"더 할 수 있어?"
"이젠 무리야... 요새 안한지 너무 오래됐더니...."
자신의 양물을 그녀가 자극하자 운현은 눈을 빛냈다. 그것에 질린 표정이 된 힐더크는 붕붕 고개를 저었다.
"안할거면 건드리지 마."
"치... 이렇게 사랑스러운걸 안건드릴 수 있단 말야?"
그의 양물에 쪽 키스한 힐더크는 아쉬워하며 다시 운현의 품에 안겼다. 더 자극했다가 그가 폭주라도 하면 진짜 허리가 빠져버릴지도 몰랐다.
"어쨌든 만족은 시켜줬으니 퀘스트는 클리어지?"
"응. 훌륭히. 나중에 또 해줄거야?"
"나야 이 가슴은 환영이지만 시간이 되려나 모르겠네. 어떻게든 시간 내볼게."
"후후후..."
운현이 자신의 풍만한 가슴을 주무르며 말하자 힐더크는 그에게 키스한 후 천천히 몸을 일으킨 후 밖으로 나갔다. 걸어나가며 휘청휘청 하는 것이 정말 힘들긴 힘들었나보다.
'난 얼마 못했지만 말이지.'
몇차례 절정에 도달한 그녀가 결국 절정의 한계에 도달해 몸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움찔움찔거려 결국 더 하지 못한 운현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자. 나이트 호크 세트 두 부위."
"그럼 지금 총 네부위군. 한부위는 살게."
"오오!? 그럼 이십골드."
그녀가 손을 내밀자 운현은 어깨를 으쓱이고 옆의 탁자 위에 금화 이십개를 올려 놓았다. 그것을 본 힐더크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자고 갈거야?"
"음... 글쎄. 여기 더 있다간 또 널 덮칠 것 같은데."
"오늘은 진짜 무리야... 미안."
힐더크는 자기만 만족한 것에 아쉬워하며 운현에게 키스했다. 그녀의 키스를 받아 준 운현이 몸을 일으키자 힐더크는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음에 오면 좀 연습해놓을게. 촉수괴물이라도 사서 말이지..."
"그거 환영할 만한 얘기네."
운현은 빙긋 웃은 후 힐더크에게 짧게 키스하고 장비를 착용했다. 다섯 부위의 나이트호크 세트를 전부 착용하자 왠지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다.
"좋은데...?"
거울을 보며 만족한 운현이 히죽거리자 힐더크는 침대에 벌러덩 누우며 말했다.
"미안한데 나갈때 잠금 걸쇠를 좀 걸어줘. 그거 걸어놓고 나가면 문 닫을때 잠길거야. 난 좀 자야겠다... 으... 몇일 꼬박 일한 것보다 피곤하네."
힐더크는 기분 좋은 피로감을 느끼며 금방 잠이 들었다. 나신을 그대로 드러내고 정액과 애액도 닦지 않은 채 잠들어버린 힐더크를 보며 운현은 피식 웃고 그녀의 말대로 한 후 대장간을 나왔다.
"...길드에 돌아가야겠네."
이 거리에 아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할 일도 없기에 운현은 뒤통수를 긁적거린 후 길드로 터덜터덜 걸었다.
"상아를 만날 수 있을까?"
"기, 길드장님은 왜?"
깔끔한 얼굴로 길드로 돌아 온 운현은 필레에게 물었다. 그의 질문에 필레는 떨떠름한 얼굴로 되물었다.
"아. 좀 배울게 있어서."
"길드장님께? 뭘?"
"음... 아. 전투법이나 그런거. 상아가 가르쳐 준다고 하더라고."
"그... 그런거라면 내가 가르쳐줘도 괜찮은데..."
힐끔힐끔 운현을 보며 필레가 조심스레 말했지만 운현은 그저 쓴웃음만 지을 뿐 이었다. 상아에게 마나를 다루는 기술을 배운다는 것은 이계인임을 숨기기 위함이었다. 카를로스나 상아나 자신들이 눈치챈 것 뿐이지 운현이 말해 준 것은 아니었다.
'필레나 헤스티아, 미야, 바제트가 그럴리는 없겠지만...'
그들이 카를로스와 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었다. 어찌보면 현재 이 세계에 와서 운현이 그나마 마음을 준 이들은 이 넷일 것이다. 다른 이들이야 관심도 없다지만 적어도 이 넷으로 인해 위험이 생기는 것은 사양하고 싶은 운현은 아예 숨겨버리자는 생각으로 담담히 말했다.
"아냐. 필레. 너 바쁘잖아. 상아는 할일없이 탱자탱자 노니까 괜찮아."
"놀긴 누가 놀아?"
"어? 너 있었냐?"
"너랑 있으면 정말 길드장으로서의 권위가 박살나는 느낌이란 말이지..."
길드 사무소 안의 문에서 걸아나온 상아는 퉁명스러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 그녀에게 피식 웃은 운현은 안타까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필레에게 가볍게 손인사를 해준 후 상아와 함께 길드장의 방으로 향했다.
"요새 자주 들어오는 것 같은데? 정말 남창 아니지?"
"아니라니까요..."
길드장 방 앞을 지키는 에리스는 운현을 위 아래로 흝어 본 후 의심에 가득 찬 질문을 던졌다. 그것에 운현이 한숨을 내쉬며 힘없이 부정하자 에리스는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농담이다. 우리 귀여운 막내에게 즐거운 경험을 시켜 준 남자가 남창일리가 있나."
"헤에?"
"어제 필레의 얼굴에서 웃음이 지워지지 않더군. 매번 우리를 대신해서 고생하는 필레에게 해줄 수 있는게 없었는데... 고맙다."
에리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운현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반응에 운현이 오히려 당황하자 상아는 재미없다는 듯 뒤통수를 긁적거린 후 말했다.
"이왕 해줄거면 나도 같이 하는게 좋지 않을까 싶은데."
"그리고 우리 길드장님은 성격이 더러우니까 너무 맞춰주지 마라. 버릇 나빠진다."
"야!"
"...너 그냥 권위같은거 없는거 아니냐..."
"후후후."
에리스가 비켜주자 상아는 씩씩거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에르시에게 가볍게 목례하고 방으로 따라 들어 온 운현은 상아가 망토를 벗어 쇼파 위에 던져 놓자 그녀에게 물었다.
"그럼 뭐부터 해야되는거야?"
"음. 일단은 다 벗어주실까."
"...뭐?"
"다 벗으라고. 왜? 벗겨줄까?"
양 손을 들고 꼬물거리며 상아가 말하자 운현은 소리를 지를까 말까 고민했다. 그런 그의 생각을 읽었는지 상아는 키득거린 후 고개를 가로저었다.
"농담이야. 위에만 벗어. 마나가 흘러가는 자리를 알기 위해서는 맨몸이 되어야 하니까 말이지. 딱히 사심은 없어. 내가 나이가 몇인데 너 같은 꼬마 알몸보고 좋아하겠냐?"
"남창이나 가지 말고 그런 소리 해라."
"뭐!? 어린 애들 좋아하는게 뭐가 나빠!?"
"나쁘거든..."
질린 얼굴로 운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그를 향해 상아는 농담기를 지우고 어깨를 으쓱였다.
"어쨌든 벗어."
운현은 떨떠름한 얼굴로 갑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가 상체의 갑옷을 벗고 안의 티셔츠도 벗어 쇼파 위에 올려 놓자 상아는 입맛을 다셨다.
"히야~ 눈호강 하네. 몸이 은근히 좋아? 응?"
"...나 입고 나가?"
"저기 앉아."
상아는 바닥에 그려 놓은 마법진을 가리켰다. 그녀의 말대로 그곳에 걸어가 마법진의 중앙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자 상아는 운현의 뒤로 다가간 후 그의 등에 양 손을 얹었다.
"살도 매끄럽고 말야. 진짜 내 애인 할 생각 없냐? 누나가 잘해줄게. 아니면 누나랑 비밀친구할래?"
"일단 물어보자. 비밀친구가 뭐냐?"
"필레나 동료들 몰래 맛난 것도 먹으러 가고... 재밌잖아. 스릴 넘치는 일도 하고 젊은 애들은 해주지 못하는 좋은 경험도 하고..."
음흉한 손길이 슬금슬금 겨드랑이를 넘어 자신의 가슴을 만지려 하자 운현은 인상을 왕창 구기고 그녀의 손을 잡아 떨구며 말했다.
"니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스릴이 넘쳐난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할거나 하자고."
"쳇. 비싸게 굴긴."
상아도 더 이상 농담을 하지 않고 그의 등에 다시 손을 가져간 후 낮은 목소리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녀의 주문이 시작되자 마법진이 푸른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이건...'
알 수 없는 기운이 몸을 타고 흐르는 것이 느껴진다. 그것에 운현이 당황하자 상아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스킬을 쓴다는 것은 어쨌든 네 몸에 마나가 있다는 것이지. 이 흐름을 잘 기억해둬. 네가 이 흐름을 조정할 수 있을때까지는 계속 나랑 같이 이걸 해야 하니까 말야."
"음..."
몸 안의 마나가 어떤 것인지 이제 알 수 있을 것 같다. 운현이 눈을 감고 그것에 집중할때 상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야. 너 왜 이렇게 마나가 많냐? 도적 아냐?"
"맞는데?"
"거의 마법사 급인데... 웃기는 놈이네. 도적이 무슨 이렇게 마나가 많아?"
신기한 동물 보듯이 운현을 바라보던 상아는 운현의 몸에 있는 마나를 이끌어 마나의 흐름을 그의 몸에 각인시켜나갔다. 그렇게 한시간여. 운현의 다리가 저릴 때쯤이 되었을 때 상아는 그의 등에서 손을 뗀 후 입맛을 다셨다.
"이거 되게 신기하네."
"뭐가?"
"아니... 네 마나량도 그렇고... 이계인이라서 그런건가? 스승님의 마나 흐름이랑 비슷하단 말이지."
"호오... 그럼 나도 현자 수준의 먼치킨이 될 가능성이 없다고는 못하는 건가?"
"뭐. 불가능하다고는 못하겠네. 이 마나의 흐름은 도적이 가진 마나의 흐름이 아니거든. 어떻게 보면 검사같고, 어떻게 보면 전사 같고, 또 어떻게 보면... 스승님의 흐름이랑은 조금 다르지만 말야. 어쨌든 내가 알고 있는 흐름들이랑은 다르다고 할 수 있겠네. 자. 그럼 나한테 스틸을 써봐."
"그럼 사양 않고. 스틸!"
기존에는 그냥 스킬을 썼을 뿐이지만 지금은 달랐다. 몸 안의, 정체를 알 수 없지만 은은한 기운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이게 마나의 움직임이라는 거야?"
"음. 그래도 느끼긴 했나보네. 그럼 다음 스텝으로 가보자."
"다음 스텝? 어떤거?"
운현의 질문에 상아는 허리춤에 걸려 있는 광검을 그에게 휙 던져주었다.
"자. 받아. 광선검이야."
"호오. 저번처럼 해보자는건가."
"음. 네 안에 있는 마나의 흐름에 집중해봐. 그럼 광검의 날을 뽑아내는 것이 가능할거야."
운현은 광검을 잡았다. 가볍게 숨을 들이마신 후 그는 몸 안에 아직 남아 있는 기운을 의식하며 움직이려 하였다.
"우웅!"
"어쩜 이렇게 귀여운 날을..."
30cm쯤 되는 광검의 자루에서 10cm도 되지 않는 빛의 검날이 뽑혔다. 그것에 상아는 어이없다는 듯 자신이 뽑아낸 검날을 보는 운현에게 말했다.
"마력도 그렇게 많으면서 그정도 날밖에 못 뽑는단 말야?"
"됐거든. 일단 이정도면 괜찮은 것 같은데. 처음이기도 하고 말야."
"뭐, 그렇게 생각한다면야. 목표는 광검의 검날을 좀 더 길게, 내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절반정도는 뽑을 수 있게 하자고."
"내 마력량으로 가능해?"
"그정도 길이라면 네 마력량으론 1분 정도는 유지할 수 있을걸? 광검을 가동하는데 드는 마력은 보통이 아니니까 말야."
"그렇단 말이지."
운현은 광검에 집중하던 마력의 흐름을 멈추고 광검을 상아에게 던져주었다. 그것을 가볍게 받아 허리에 착용한 그녀는 팔짱을 끼고 생각하다가 운현이 벗어 둔 갑옷을 가리켰다.
"저거 힐더크의 나이트호크 세트지? 마침 잘됐네. 보아하니 다 모은 것 같은데 전투할때 쿨 다운을 꾸준히 써. 스킬을 쓸 때도 마력의 흐름을 의식하도록 하고."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스킬을 써? 마력의 흐름을 의식하면서?"
"걸을때 왼발을 내딛고 오른발을 내딛는 걸 의식하면서 걸어? 그냥 자연스럽게 되는거야. 너도 마력의 흐름을 다루는데 자연스러워지게 해야 해."
"그렇구만..."
상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운현이 갑옷을 다시 입자 상아는 쇼파에 앉은 후 말했다.
"듣자하니 너 당일치기로만 던전 왔다갔다 한다면서? 그럼 복귀하고 밤에 이리로 오도록 해. 애들한텐 말해둘테니까."
"어. 근데 시간 많이 낼 수는 없는데."
"왜? 떡치느라 바빠서?"
"그런 이유가 아니라고는 할 수 없겠네."
"한 삼십분 정도만 투자하라고. 그렇게 일주일 정도 내가 해주고 나면 혼자서도 할 수 있을테니까."
운현을 향해 인상을 구기며 상아는 퉁명스레 말했다. 기껏 도와준다고 하는 건데 괜히 신경을 거슬렀나 싶은 운현이 볼을 긁적거리자 그녀는 느긋하게 기지개를 폈다.
"으아아아아! 아무튼 내가 얼른 익숙해지도록 해. 그래야 너도 우릴 위해서 움직일 수 있을테니까."
"시장 선거 말이지?"
"응. 요새 분위기가 많이 이상하더라고."
"왜?"
"용병 연맹이 상당히 조용해. 이때쯤이면 슬슬 움직여도 될텐데 무슨 깡인지 아무런 공작도 벌이지 않고 있어. 저번에 티르빙의 습격 이후로는 걔들이 시청에도 안오고 그냥 용병 연맹의 사무소에만 찌그러져 있는게 수상해. 너 훈련 끝나면 용병 연맹에 좀 다녀와라."
"갔다가 죽는거 아니야?"
"널? 걔들이 뭐하러? 명분 없이 모험가 길드 소속의 모험가를 건드렸다간 우리가 공격할 수 있는 빌미를 주는건데? 널 잡는다고 해서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운현의 걱정에 상아는 그를 비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요즘 들어 꽤나 중요한 인물이 된 것 같아 있던 운현이 머쓱하게 뒤통수를 긁적거리자 상아는 쇼파에 드러누운 후 말했다.
"그럼 볼일은 끝났으니까 가봐."
"알았어. 그럼 내일 보자."
"그래."
쇼파에 누운 채 가볍게 손을 흔드는 상아를 뒤로 하고 운현은 길드 사무소를 나와 방으로 올라갔다. 파티원들은 어제처럼 셋이 나간 것인지 각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쓸쓸히 혼자 테이블로 나온 운현이 홍차를 시켜 홀짝이고 있을 때 그를 향해 웃으며 필레가 다가왔다.
"길드장님과의 볼일은 끝났어?"
"응."
"다른 사람들은 아까 나가던데. 넌?"
"오늘은 따로 행동하는 날이야. 매번 같이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
"으이구. 그... 힐더크와는?"
필레의 질문에 운현은 히죽 거렸다. 그의 만족한 표정에 본 필레는 못말리겠다는 듯 쓴웃음을 짓고 운현의 이마를 톡 친 후 발랄히 말했다.
"능력도 좋으셔. 나이트호크 세트는 언제 다 모은거야? 그거 꽤 좋은 갑옷인데."
"퀘스트 하고 하나는 샀어. 으... 이제 개털이다. 본격적으로 던전을 돌아야 할 것 같은데? 갑옷 사느라 돈을 꽤 많이 써서..."
"그래? 그럼 내가 기술 하나 가르쳐줄까? 위급시에는 꽤 쓸만할거야."
"무슨 기술?"
"침투경. 전에 헥토르를 한방에 보낸 기술 있지? 그거야."
다른 이들 처럼 때리는 것이 아니라 그저 손바닥을 가져다 대었을 뿐인데 헥토르가 한방에 나가 떨어진 그 기술을 말하는 것인가? 운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필레는 부드럽게 웃었다.
"그리 어려운 기술은 아니니까 금방 배울 수 있을거야."
"기술 이름만 들으면 그건 격투가가 쓰는 기술 아냐? 내가 배울 수 있어?"
운현의 질문에 필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도 검산데 쓰는걸. 그리고 침투경은 격투가의 기술이라고 보긴 좀 어려워. 마력을 다룰 수만 있다면 누구든지 쓸 수 있는 기술이야. 걱정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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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el Up
필레와 함께 밖으로 나온 운현은 예전 필레가 티르빙과 싸웠던 공터에 도착했다. 그녀는 가볍게 몸을 푼 후 그에게 말했다.
"침투경은 자신의 마나를 상대방에게 주입해서 상대방이 기술을 쓸 수 없게 만드는 기술이야. 숙련되면 상대방을 기절시킬 수도 있거든. 나한테 이 기술을 가르쳐 준 선배는 약간의 마나만으로도 몬스터들을 휙휙 기절시키더라고. 길드 간부들은 모두 알고 있는 기술이야. 사실 전투용이라기보다는 진압용에 가까운 기술이라서... 술 먹고 난동부리는 모험가들을 제압하는 기술이지."
"오... 그거 굉장한데?"
상대를 기절시킬 수 있는 기술이라면 유틸기로 충분히 활용이 가능하다. 운현이 감탄하자 필레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응. 비타 선배는 정말 대단해. 신기한 기술들을 많이 알고 있거든."
"비타? 난 아직 못 본 사람인가?"
길드의 간부들은 꽤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이 모르는 이름이 나오자 운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그를 향해 필레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해주었다.
"지금 던전에 있으니까... 아마 시장선거 전에 나올거야. 그럼 그때 볼 수 있겠네."
"그렇구나. 좋은 기술인데 가르쳐 줘도 괜찮아?"
상대방을 기절시킬 수 있는 기술이라면 상당히 괜찮은 기술이다. 그것을 운현이 묻자 필레는 베시시 웃었다.
"너니까 가르쳐주는거야. 아무나 쓸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고."
"어렵지 않은 기술이잖아."
"그렇긴 한데 침투경을 가르쳐 준 선배와 약속했거든. 비인부전. 사람이 아닌 자에게는 가르쳐주지 말라... 라고 말야. 내가 믿을 수 없는 사람에게는 가르쳐주지 말라고 하셨어. 그래서... 아. 그리고 가르쳐주는데도 꽤 시간이 걸리고."
"헤에~ 그럼 나 영광으로 알아야 하는거야? 날 믿는다는거잖아."
"으응. 그... 우리는 친구... 니까."
"그래. 고맙다. 상으로 뽀뽀라도 해줄까?
"정말~ 에휴. 장난 그만하고. 자 손 내밀어봐."
"응? 응."
운현이 농담처럼 말하자 필레는 조금 기대하며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그가 움직이지 않자 시무룩히 한숨을 내쉬고 고운 손을 내밀었다. 그가 자신의 손을 맞잡자 필레는 눈을 감은 후 말했다.
"자... 이 마나의 흐름을 기억해둬. 어? 우와... 너 마력이 굉장히 높네! 역시 지능적인 도적!"
모험가 길드에 들어 올때 필레가 자신의 지능수치를 봤던 것을 떠올리며 운현은 피식 웃었다. 그의 웃음에 마주 웃은 필레가 정신을 집중하며 마나의 흐름을 계속 보내자 운현은 서서히 마나의 흐름이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오오... 이런건가?"
아까 전 상아에게 마나를 다루는 법을 익힐때처럼 필레의 손에서 흘러나온 마나가 운현의 몸을 타고 흘렀다. 조용히 그 마나의 흐름을 기억한 운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필레는 손을 뗀 후 물었다.
"기억했어?"
"대충은."
"그럼 해볼까? 자. 나한테 침투경을 써봐."
"어? 너 다치는거 아냐?"
운현의 질문에 필레는 가소롭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운현이 뚱한 얼굴이 되자 필레는 작게 키득거린 후 고개를 가로저었다.
"일단 한두번 써봤다고 숙련되는게 아니야. 거기에 내 레벨이 높아서 네가 쓴 침투경 정도는 무시할 수 있다고."
"진짜지? 너 기절하면 어떡할래?"
"나 기절하면 날 마음대로 해도 좋아."
"어... 음. 그건 좀 그렇네."
은근한 어조로 필레가 말하자 운현은 볼을 긁적거렸다. 그 모습에 작게 한숨을 내쉰 필레는 자신의 가슴을 쭉 내밀었다.
"숙련된다면 어느 부위에 침투경을 써도 먹히지만 숙련되지 않는다면 최대한 심장과 가까운 곳에 써야해."
"...진짜?"
"응. 나도 숙련되지 않아서 그때 일부러 헥토르의 복부에 쓴거야."
"으음... 그, 그럼 삼가 실례를..."
"야아~ 그렇게 긴장하니까 나도 긴장되잖아..."
심장이라고는 하지만 명백한 가슴이다. 운현은 필레의 펑퍼짐한 상의를 바라보다가 침을 꿀꺽 삼켰다.
"떠, 떨지 말라고. 그냥 기술 연습이잖아!"
"알아! 그래도 좀 떨린다."
"으으..."
운현의 말에 필레는 더 긴장을 하고 살며시 눈을 감았다. 입술을 꽉 깨문 것이 아까 말한 것처럼 기술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 같지 않았다. 그렇게 필레의 가슴에 손을 올린 운현은 생각외로 커다란 필레의 가슴에 놀랐다.
"......."
"써...썼어?"
"아니. 아직. 너 생각보다 가슴이 크구나."
"고맙... 그게 아니라! 뭐, 뭐하는거야!?"
운현의 말에 필레는 수줍게 웃으며 인사하려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싫지 않은 내색이다. 자꾸만 입술이 말라가는 탓에 연신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핥은 필레가 다시 눈을 꼬옥 감고 주먹을 쥐자 운현은 아까 전에 배웠던대로 마나를 움직여보았다.
"흐응..!"
"...성공한거 맞아?"
"으응... 마나가 들어오긴 했네..."
발그레 달아오른 얼굴로 필레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술 시전은 끝났고 손을 떼야 하지만 이 부드러움과 탄력에 떼고 싶지 않다. 필레 역시 자신의 가슴에 닿아 있는 그의 손길이 나쁘지 않았는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은은한 시선으로 그를 응시했다.
"운..."
"필레!! 모험가 명부 어디다 놨어!?"
"...하아."
공터 밖에서 들려 온 외침에 필레는 한숨을 내쉬었다. 운현이 천천히 손을 떼자 필레는 쓴웃음을 지으며 운현에게 다가가 살짝 속삭였다.
"기, 기술은 성공했지만 숙련되기 전까진 다른 사람에게는 쓰면 안돼. 그러니까... 연습을 하려면 나한테 찾아와야 한다구. 알았지? 내가 허락할때까지 침투경을 쓰는건 나랑 몬스터에게만. 약속해줘."
"응. 좋은 기술 가르쳐줘서 고마워."
"후훗. 뭘 이정도 가지고. 다음에 연극보러갈때 케이크 사줘. 그거면 괜찮아."
"물론이지."
필레는 엉덩이를 살랑거리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길드로 돌아갔다. 덩그러니 혼자 공터에 남게 된 운현은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방금 전까지 자신의 손 안에 가득 차고 남던 가슴을 떠올렸다.
"옷 입으면 말라보이는 타입인가..."
길드회관으로 돌아 온 그는 테이블에 앉아 홍차를 홀짝거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필레는 일 때문에 바빴는지 길드 사무소 안에서 나오지 않았고 오늘따라 회관은 한산해서 같이 놀만한 사람도 없었다. 그냥 멍하니 앉아 있던 그는 뒤통수를 긁적거리고 던전 입구로 향했다.
'재료나 좀 사두자.'
강철 실을 얻게 되었지만 가격도 가격인만큼 이것을 주력으로 쓸 수는 없었다. 코볼트까지는 흰거미의 실타래로 만든 함정으로도 버틸 수 있는데다가 홉고블린을 상대하며 힘을 잔뜩 찍었으니 전투도 금방 끝날 것 같았다.
그렇기에 던전 입구의 시장을 돌며 흰거미의 실타래와 늑대발톱, 늑대이빨을 구매하려고 한 운현은 늑대발톱과 이빨을 파는 사람이 없다는 것에 한숨을 내쉬었다.
"으어어어...실타래는 많은데 다른건 하나도 없냐..."
실타래와 기름통을 파는 족족 구매해서 각각 오십개씩 챙겨둘 수 있었지만 늑대 발톱이나 늑대 이빨은 구경도 못했다. 다른 재료들도 있기는 했지만 기본 가격이 개당 1골드가 넘어가버리니 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샤벨타이거의 송곳니는 없고.'
거의 잡템 취급을 받는지 그것을 따로 채취해 파는 사람은 없는 모양이었다.
남는 시간을 활용해서 정비를 끝내려던 운현이 절망할 때 그의 뒤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휙 고개를 돌리니 그곳에는 양 손에 장바구니를 들고 있는 란펠지가 서 있었다. 그녀는 그녀 특유의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래?"
"앗. 란펠지."
"무슨 일 있어?"
"어. 그게 아니라... 늑대 발톱과 늑대 이빨을 사려고 하는데 없어서... 혹시 가진게 있으면 넘길라우?"
운현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하자 란펠지는 운현의 차림새를 본 후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꽤 레벨이 오른 것 같은데. 나이트호크 세트도 입고 있는걸보니..."
"지금 15인데.."
"날 한대 쳐볼래?"
"엥!? 왜, 왜요?"
"실력테스트. 자. 여기 손바닥에 쳐봐. 힘껏."
운현을 향해 스스럼없이 말한 란펠지는 자신의 손을 들어 올렸다. 재촉하는 듯한 그녀의 시선에 운현은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고작 15레벨이 있는 힘껏 때려봤자 가렵지도 않아."
"이얍!"
"퍽!"
힘찬 기합을 넣으며 란펠지의 손에 주먹을 날린 운현은 그것을 여유있게 잡아낸 란펠지의 미소에 쓴 입맛을 다셨다.
"이정도면 혼자서 늑대 잡을 수 있을텐데? 함정 써가면서 잡으면 쉽게 잡을 수 있을걸?"
"음. 그렇지만... 던전에 혼자 가는 건 위험하지 않나요?"
"심층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이정도 힘에 함정만 쓸 수 있으면 고블린 한두마리까지는 가능할거야."
홉고블린을 상대하며 힘을 올린 덕분인지 란펠지는 꽤 후한 점수를 주었다. 그녀의 평가에 운현은 팔짱을 끼고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할일도 없고 침투경 연습도 하고, 또 마력을 다루는 훈련도 해야 하니 차라리 그게 나은 것 같았다.
"고마워요."
"고맙긴. 그럼 잘가~"
란펠지가 저렇게 말했으니 한번 정도는 도전해봐도 괜찮다 싶었다. 운현은 장비를 챙긴 후 처음으로 홀로 던전으로 들어갔다.
"어디보자... 늑대는 저쪽이었지."
고블린이 나오는 곳 반대쪽으로 혼자서 걸어간 운현은 토끼나 사슴들이 있는 평원에 도착하자 단검을 뽑아들었다.
"토끼 정도라면 간단하겠지."
가볍게 어깨를 흔든 후 운현은 토끼에게 달려가 그대로 발로 걷어차버렸다. 자신의 발차기에 한대 맞은 토끼가 붕 날아가 바닥에 떨어진 후 축 늘어지자 운현은 당황했다.
"헐... 나 세지긴 세졌구나."
처음과 비교하면 정말 장족의 발전이다. 단검을 쓰지도 않고 발차기 한방으로 토끼를 잡아낸 것에 만족하며 운현은 사슴에게 휙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을 받은 사슴이 움찔하며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하자 운현은 사슴에게 달려갔다.
"아하하핫! 요노무시키! 그때의 원한이다!"
"후... 후련하다."
사슴을 잡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운현은 팔짱을 끼고 생각하다가 늑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본격적으로 늑대를 잡아봐야겠다 생각한 그는 늑대가 있는 평원에 도착하자마자 한마리의 늑대가 어슬렁거리는 것을 발견했다.
'혹시 모르니까 함정을 하나 깔고...'
함정을 설치한 후 운현은 그대로 늑대에게 달려들었다. 그가 달려오는 것을 본 늑대가 위협적인 울음소리를 내며 마주 달려왔고 운현은 쉽게 늑대의 공격을 피한 후 옆구리에 단검을 찔러 넣었다.
"푹!"
"커헝!?"
깊숙히 쑤셔진 단검이 빠져나오자 늑대는 피를 흘리며 비틀거렸다. 한방에 이정도라니. 운현이 감동하는 동안 늑대는 비틀거리다가 운현을 향해 점프했다.
"캬아앙!"
"우쌰!"
왼팔의 암가드로 늑대의 물기공격을 막아낸 운현은 자신의 팔을 물고 늘어진 늑대를 향해 희미하게 웃었다. 그 웃음을 본 늑대가 턱에 더 힘을 넣었지만 탄탄한 암가드를 부술 수는 없었다.
"그럼!"
"푹!"
늑대의 뒷목에 단검이 들어간다. 살덩이를 꿰뚫는 단검의 날이 늑대의 숨통을 완전히 끝내자 운현은 자신이 무척이나 성장했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꼈다.
"이야... 늑대를 혼자서 잡게 될 줄이야. 그것도 함정도 안쓰고..."
어렵지 않게 늑대를 잡은 것에 만족한 운현은 늑대의 사체를 마석에 담았다.
"한마리는 쉽지... 그럼 다음은 무리를 잡아보자!"
함정을 안쓰고도 혼자서 이정도로 쉽게 늑대를 잡을 수 있다면 함정을 쓴다면 무리지은 늑대를 쉽게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운현은 히죽거리며 늑대들이 뭉쳐 있는 무리를 습격했다.
"으핫핫핫핫!"
네마리 늑대까지, 비록 함정을 쓰기는 했지만 여유있게 잡을 수 있었던 운현은 기분 좋게 웃으며 늑대 시체들을 수거했다. 삼십마리나 잡았으니 이정도면 되었다. 운현은 히죽 웃은 후 몸을 돌렸다. 더 해도 괜찮지만 시간도 꽤 지나 파티원들이 돌아왔을 것이다. 저녁을 먹고 오늘은 누구랑 잘까 하며 미소짓던 운현은 뒷편에서 들려 온 으르렁거리는 소리에 이를 드러내었다.
"하! 또 죽고 싶..."
"크르르르...!"
일반 늑대보다 덩치가 두배는 큰 늑대가 이를 드러내며 다가오고 있었다. 회색의 털이 아닌 검은색 털을 가진 늑대가 진한 살기를 품으며 자신에게 다가오자 운현은 황급히 뒤로 주춤 물러나며 단검을 들었다.
"이건 또..."
"카아아아!!"
운현이 대응할 새도 없이 거대한 검은 늑대는 운현에게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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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el Up
"크악!"
일반 늑대의 공격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위력이다. 공중에서 앞발로 후려치는 공격을 암가드로 막아낸 운현이 뒤로 밀려나자 그것을 노리고 검은 늑대는 다시 도약해서 입을 쩍 벌렸다. 저 공격은 암가드로 막지 못한다는 생각에 운현은 바닥을 굴러 그 공격을 피해내었다.
"푸하! 이런 개새끼가...!"
공격을 막아낸 암가드가 금이 가 있었다. 늑대들과의 전투에서 늑대들의 공격을 대부분 왼팔의 암가드로 막은 탓이지 꽤나 내구도가 날아갔나
"크르르..."
견제가 이어진다. 운현이 자신의 공격을 피할 줄 몰랐는지 검은 늑대 역시도 함부로 공격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서로 거리만 재는 동안 운현은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후 조용히 늑대와 자신의 사이에 함정을 설치했다.
"캬아!"
그 낌새를 눈치챈 것일까? 검은 늑대는 빠르게 뛰어 운현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운현이 원하던 것이었다.
"촤아악!"
"커헝!?"
가시 줄 함정이 발동되어 검은 늑대의 몸을 구속했다. 하얀색 줄과 가시의 압박에 검은 늑대가 바닥에 쓰러지자 운현은 이를 드러내며 늑대에게 달려가 늑대의 목을 공격했다.
"푹! 푹!"
"커헝! 커허어어엉!!"
"요노무 시키! 요노무 시키!"
함정의 지속 데미지와 운현이 쑤셔 넣는 단검의 공격에 고통스러워하던 늑대는 크게 몸을 비틀어 흔들었다. 그것 때문에 더 큰 데미지를 입었지만 몸을 구속하고 있는 실은 툭툭 끊어졌고 운현은 뒤로 물러난 후 히죽 웃었다.
'이정도면 할만하군.'
힘 스탯을 올리길 잘한 것 같다. 운현은 단검을 늑대에게 겨누며 천천히 거리를 좁혀나갔다. 꽤나 큰 데미지를 입었지만 늑대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는지 날카로운 시선을 운현에게 응시하고 있었다.
'한번 더 간다.'
이번에도 늑대와 자신의 사이에 함정을 설치한 운현이 크게 발을 구르자 긴장하고 있던 늑대는 크게 뛰어 운현의 머리를 공격했다.
"그럴 줄 알았다!"
아까 그냥 달려오다가 함정에 걸렸으니 그것을 대비하여 공중으로 뛰어 오를 것 정도는 예상했던 운현은 앞발 공격을 손쉽게 피했다.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가는 늑대의 복부가 위로 보이자 운현은 그대로 왼손을 들어 늑대의 복부에 손을 가져다대었다.
"커헝!"
"성공한건가...?"
침투경을 써보았지만 늑대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그것에 운현이 거리를 벌리자 늑대는 으르렁거리기만 할 뿐 운현을 공격하지는 않았다.
'뭐지?'
천천히 원을 그리며 운현의 주위를 돌던 늑대가 붕붕 몇번 고개를 돌린 후 다시 눈을 빛내며 이를 드러내었다. 그것을 보며 운현이 씩 웃었을 때 늑대는 빠르게 뛰어 운현에게 달려왔다.
"걸렸구나!"
"촤아아악!"
"커허어엉!?"
공중 공격이 아닌 지상 공격을 시도한 늑대는 운현이 의도한대로 그가 설치한 함정에 그대로 걸려버렸다. 또다시 함정에 걸려 원통스러운 외침을 토해내던 늑대는 운현이 다가오자 그에게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크르르르르...!"
"훗... 그럼."
가볍게 단검을 역수로 잡은 운현은 늑대가 머리를 움직이는 범위에서 벗어나 늑대의 오른쪽 뒷다리로 향했다. 그가 다가오자 늑대는 힘차게 버둥거렸지만 하얀 줄은 탄력적으로 늘어나기만 할 뿐 끊어지지는 않았다.
"크르! 크르르르르!"
"아킬레스건!"
"촤악! 촤악! 촤악!"
늑대의 오른쪽 뒷다리만을 집중적으로 공격한 운현은 늑대의 몸을 구속하고 있는 함정의 효과가 풀리자 키득거렸다. 한쪽 다리를 크게 다친 늑대가 절뚝거렸기 때문이었다.
"이걸로 튀지도 못할거다."
그냥 튀는 거면 원거리 공격이 불가능한 운현으로서는 잡기 어려웠다. 이만큼 피를 깍아놨는데 놓치면 그게 무슨 손해인가. 그것을 아예 막아버린 운현은 슬슬 겁을 먹었는지 꼬리를 말기 시작한 검은 늑대를 향해 이를 드러내었다.
"아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큭...!"
운현이 살벌히 웃으며 다가오자 늑대는 절뚝거리며 뒷걸음질 치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크게 포효했다. 그 포효에 운현은 자신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는 것을 느꼈다.
"이게 뭔..."
늑대의 기세가 바뀌었다. 겁먹은 듯한 기세가 다시 공격적인 기세로 바뀌었고 늑대는 침을 흘리며 달려들었다.
"카득!"
"끄악...! 이 아니네."
"크르...!?"
늑대가 크게 자신의 몸을 물었지만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다. 나이트호크 세트의 방어력 때문인지 큰 피해를 입지 않은 운현은 당황한 늑대의 눈을 마주하며 히죽 웃었다.
"이 빌어먹을 개새끼..."
"꺼허어어엉!"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추가 스탯 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스킬 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후. 힘들었다."
검은 늑대의 사체를 마석에 넣은 후 운현은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왼팔의 암가드는 부숴져 헐렁거리고 있었다. 그것을 풀러 가방에 넣은 운현은 스킬을 올리기 위해 스킬창을 열었다.
"어?"
[훔쳐 배우기 - 울프스 하울링 : 크게 포효하여 범위 내의 적을 마비시킨다. 레벨 차이에 따라 마비의 지속 시간이 결정된다.]
처음 보는 스킬이다. 다른 스킬들처럼 특정 상황이 되어 익혀진 것인가 싶어 로그를 확인해보았지만 로그에도 그런 내용은 없었다.
"...이게 대체 뭐지?"
알 수 없는 일이 자신에게 벌어졌다. 그리고 훔쳐 배우기는 또 뭔가. 다른 스킬들과 다른 스킬명에 운현이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을때 그의 근처로 한마리 늑대가 조용히 접근했다.
"크르르!"
갑자기 점프하여 자신을 공격하는 늑대에 당황한 운현은 습관대로 왼팔을 들어올리려다 왼팔에 암가드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늑대는 그의 왼팔을 향해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밀었고 그 순간 운현은 빠득 이를 갈았다.
"아오오오오오오오!!"
일단 죽이되든 밥이되든 시도해보았다. 적을 마비시킨다면 저 공격도 무효화될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그가 스킬을 가동하자 입을 벌리고 있던 늑대는 그 상태 그대로 딱딱히 굳은 채 운현을 지나쳐 바닥을 굴러버렸다.
"허..."
꿈틀대지조차 못한 채 바닥에 쓰러져 있는 늑대와 자신의 스킬창을 본 운현은 희미하게 웃었다. 이거 꽤 괜찮은 스킬이다.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좋아해야겠군. 그리고 그 전에...'
운현은 빙긋 웃은 후 단검을 들고 마비된 늑대에게 다가갔다.
"날 기습한 대가는 치뤄야 하지 않겠냐?"
"어? 어디갔다왔어?"
"던전에."
운현이 마석 주머니를 턱 올리며 씩 웃자 필레는 화난 얼굴로 외쳤다.
"혼자!? 미쳤어!? 다치면 어떡하려고 그래!?"
"그냥 늑대만 잡고 온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그래도 그렇지!"
"하하하... 걱정시켜서 미안해. 필레. 용서해줘."
운현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필레는 여전히 화난 표정을 풀지 않았다. 그녀의 그 모습에 운현은 부드럽게 웃었고 그 웃음에 필레는 살짝 얼굴을 붉혔다.
"다, 다음부터 이러면 정말 용서 안해줄거야!!"
"고마워라~ 뽀뽀해줄까?"
"읏... 자, 장난은 그만 치라고! 에휴... 그래서. 늑대만 잡고 온거야?"
운현의 말에 새빨갛게 얼굴을 물들인 필레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화난 표정을 풀고 물었다. 원래의 생글거리는 표정이 된 그녀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끝낸 운현은 필레가 마석을 열어 사체를 확인하자 손가락을 튕긴 후 말했다.
"아! 발톱이랑 이빨을 빼줘."
"응? 그럼 내일 아침에 와줄래? 늑대 이빨이랑 발톱은 재고가 없어."
"뭐 상관없겠지."
"그리고... 다이어 울프? 다이어 울프도 잡았네?"
"그게 다이어 울프였나... 걔는 뭐야? 처음 보는 늑대였는데."
커다란 검은 늑대의 이름이 다이어 울프인가보다. 운현이 궁금해하며 묻자 필레는 낮게 신음을 한 후 말했다.
"끙... 던전에 대해서 공부 좀 하라니까..."
"네가 가르쳐줄거잖아."
"그, 그렇긴 하지만..."
"그럼 됐지~ 뭐~ 친구 좋다는게 뭐야~ 자자. 설명해줘."
"에휴. 말이나 못하면... 다이어 울프는 늑대들의 우두머리야. 일정 수 이상 늑대를 잡으면 출몰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너 정도면 그리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을거야. 다만 다이어 울프는 울프스 하울링이라는 스킬을 쓰는데 그거에 맞으면 늑대를 잡을 정도 레벨의 모험가들은 몸에 마비가 와."
"뭔 스킬?"
"울프스 하울링."
"...몬스터가 스킬도 써?"
"응? 코볼트 잡아봤잖아. 코볼트 마법사가 마법을 쓰는 것처럼 몬스터들도 스킬을 써. 지금은 네가 1계층 초반에 있어서 그렇지 1계층 계층주만 해도 스킬을 몇개나 쓰는걸."
필레의 말에 운현은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
"그 울프스 하울링이라는 이름은 누가 지은거야?"
"그거? 어... 그거 길드의 몬스터 소개서에 나와 있는 건데? 왜?"
"그거 볼 수 있어?"
"음... 미안. 그건 좀 힘들 것 같아. 그걸 볼 수 있는 권한은 길드 간부급이 되어야 하는 거라서... 심층 몬스터에 대한 설명도 있어서 함부로 공개할 수가 없어."
운현의 질문에 필레는 미안해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규정상 안된다는 것을 억지로 볼 생각은 없었던 운현은 순순히 포기를 한 후 물었다.
"아무튼... 그게 몬스터의 스킬이라는 거지?"
"응."
"오케이... 좋아. 고마워. 필레. 역시 필레는 최고라니까~ 후후후. 그럼 코어는 모두 돈으로 바꿔주고. 아! 다이어 울프의 발톱이랑 이빨도 나한테 주라."
"최고... 후후후. 그걸 이제 알았어? 응. 그것도 내일 아침에 줄테니까 그때 와."
"응!"
정산을 마친 운현은 필레가 정산금으로 금화 다섯개를 주자 그것을 주머니에 넣었다.
"아직 애들은 안온건가?"
길드 회관으로 이동해 탁자에 앉은 운현은 쿠키를 시켜 그것을 으적거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아는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몇몇 여인들이 자신을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은 보이지만 접근은 하지 않았고, 또 그들의 미색이 그리 좋지 않았기에 운현 역시도 접근하지 않았다.
'이거 너무 눈이 높아졌구만...'
저 모험가들도 충분히 미녀라고 불릴만한 얼굴이다. 하지만 운현이 이세계에 와서 만나고, 관계된 여인들이 모두 초특급의 미녀이다보니 어중간한 미녀로는 성이 안차버린다.
'이거 이러다가 한국으로 돌아가면 난리나겠군. 거기서 고자되는 거 아냐?'
"욥. 뭐해?"
"어? 아르 아냐? 넌 또 왜 여깄냐?"
"우리 숙소가 여기니까. 딴 애들은 지금 남창들이랑 신나게 놀고 있을걸?"
"넌 안가?"
"난 남창은 별로라서... 발정기때나 생각해보는 정도야."
아르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모든 여자들이라고 남자에 환장한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아니면 남창들이 정말 못하든가.
'힐더크 얘기를 들어보면 제대로 해주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고급 남창이라고 해봐야 좀 더 열정적으로 허리를 흔들 뿐이지 제대로 된 애무도 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창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손님은 몬스터와 싸워야 하는 모험가들이었고 그들이 남창을 찾을때는 몬스터들로 어느정도 달아올라 있기 때문에 그들에 맞추다보니 남창들이 그렇게 되었다. 라는 것이 힐더크의 이야기였다.
'확실히 갑이 되니까 그게 문제군.'
세계관 자체도 남자는 성행위를 잘 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다 라는 세계관이다보니 더욱 그런 모양이다.
"너 팔은 왜그래?"
"응? 어... 아 이거. 아까 던전갔다가 깨먹었어."
자신의 암가드를 보여주며 운현이 말하자 아르는 짧게 혀를 찬 후 말했다.
"암가드로 아예 방어를 하고 다니는 것 같던데. 그럴거면 그냥 버클러 쓰지 그래?"
"버클러면... 방패?"
고블린의 동그란 방패를 떠올리며 운현이 묻자 아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괜찮은 방패 전문점이 있는데 가르쳐줄까?"
아르가 눈을 빛내며 말하자 운현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갈 수 있어?"
"물론이지. 할 일 없으면 같이 가자. 나도 방어구 좀 보러 가게."
"혹시 힐더크의 가게는 아니겠지?"
힐더크는 오늘 운현이 끝장을 내고 왔었다. 지금 가봤자 오늘은 계속 퍼져 있을 것이 뻔해 운현이 떨떠름히 말하자 아르는 피식 웃었다.
"방패에 한해서는 힐더크보다 더 명장이 있지. 싼 값에 살 수 있는 괜찮은 방패들이 있으니까 이 누나만 믿고 따라와봐."
아르가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자 운현은 그녀의 흔들리는 꼬리를 보고 입맛을 다셨다
'안괜찮기만 해봐라. 힐더크 꼴로 만들어주마!'
85====================
Level Up
아르와 함께 거리를 걸어 도착한 곳은 그녀의 말대로 방패 전문점이었는지 많은 방패들이 쌓여 있는 곳이었다.
"비만씨. 저 왔어요."
"어? 아르 아냐? 어서 와."
"......"
운현과 아르를 반긴 것은 운현의 가슴까지 밖에 오지 않는, 헤스티아와 거의 비슷할 정도의 작은 키를 가진 여성이었다. 짙은 붉은색 머리칼에 귀여운 인상을 가진 소녀가 웃으며 반기자 운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를 가리켰다.
"저 사람이야?"
"응. 비만씨라고 던전 도시 최고의 방패 장인이야."
아르의 말에 운현은 잠시 침묵했다. 아무리 봐도 소녀다. 하지만 바제트나 상아를 떠올리면 소녀라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었다. 운현은 담담한 얼굴로 그녀에게 걸어가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운현이라고 합니다."
"비만. 드워프다."
"인간. 모험가입니다."
"모험가?"
남자가 모험가라는 직종에 있는 것에 다른 이들은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았지만 비만은 달랐다. 어딘지 안타까운듯, 아니면 아쉬운 듯, 그것도 아니면 그리운 듯. 알 수 없는 표정이었지만 그것이 신기하다는 시선은 아니었다.
"왜 그런 눈으로...?"
"아. 아무것도 아냐. 그래서 왜 왔어? 라고 물어볼 필요는 없겠군. 방패점에 방패사러 왔겠지. 예산은 얼마나 있어?"
"한 5골드 정도...?"
"개털이네."
운현의 말에 비만은 가소롭다는 듯 콧방귀를 뀌고 말했다. 그의 말에 아르 역시 놀란 듯 그를 보며 물었다.
"왜 그거 밖에 없어?"
"아니 나 돈은 별로 없는데..."
"아르바이트라도 뛰든가 좀 해..."
운현의 말에 아르는 질린 듯 그를 보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걸로는 좋은건 못사겠는데."
"안좋은거도 괜찮아. 정 없으면 암가드나 하나 사고 말지 뭐."
운현과 아르의 대화를 잠자코 듣던 비만은 고개를 갸웃거린 후 운현이 입고 있는 갑옷을 가리켰다.
"그나저나 남자가 모험가라... 이거 신기하군. 몸 관리 잘 하고 다녀. 모험가들은 흥분하면 눈 뒤집어지니까... 남자 모험가는 특히 조심해야해. 자칫 잘못하면 복상사 당해."
"모험가에 대해서 잘 아나 보네요?"
"그야 잘 알지. 예전에 나도 모험가였으니까."
운현의 질문에 느긋히 답한 비만은 의자에 털썩 앉은 후 차분히 입을 열었다.
"남자 모험가들은 힘들지. 용병이나 다른 직종같은 경우는 몬스터를 상대할 일이 별로 없다보니 성욕쌓인 모험가들 처럼 달려드는 사람도 별로 없고. 그러니 모험가에 비해 힘딸릴 일도 없으니 말야. 가진 돈을 보니 또 돈 벌려고 모험가 짓을 하는 것 같지는 않고."
비만의 말에 운현은 일전 보았던 남자 모험가들을 떠올렸다.
"하긴 걔들이 좀 그런 것 같던데..."
"나이트호크 세트를 입고 있는걸 보니 지금 1계층? 잘 봐줘야 2계층 초반이겠네. 충고하지. 남자라면 모험가는 관두는게 좋아. 거긴 정말 미친 곳이거든."
"안좋은 일이라도 있었나봐요?"
"안좋은일? 있었지. 그렇지만 그걸 굳이 너한테 얘기할 필요는 없지 않나?"
"그건..."
딱 잘라 선을 그은 비만은 더 이상 그 화제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 한쪽 구석에 놓여져 있는 상자를 가지고 왔다. 낡은 먼지로 가득한 상자를 연 그녀는 안의 내용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5골드 짜리 방어구는 여기 있는 정도 뿐이니까 여기서 골라봐."
"아 예..."
물건을 보여준 후 비만은 입을 꾹 다물었다. 더 이상 그녀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운현은 말없이 상자 속의 방어구를 뒤적거렸다. 암가드와 버클러가 어지럽게 쌓여 있는 상자를 뒤적거리던 운현은 은백색의 철판으로 만들어진 원형의 방패를 들어 올린 후 물었다.
"이것도 5골드에요? 5골드 치고는 꽤 좋아보이는데."
"흠... 뭐,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좋기는 좋지만 그건 실패작이야. 내구력과 방어력만 따진다면 나쁘지는 않아. 하지만 2계층 이상부터는 힘들거야."
"왜요?"
"속성 공격을 방어 못하거든. 방어구는, 특히 방패는 속성공격을 막도록 제련되어야 한단 말이지. 속성 공격을 막아내려면 인챈트도 걸리고 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인챈트가 불가능해서."
"헤에..."
그녀의 말에 운현은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버클러를 이리저리 살펴보고 단검으로 방패의 앞부분을 쿡쿡 찔러보았다. 꽤나 올라간 힘으로 찌르는데도 방패의 금속부위에는 상처도 나지 않는다. 운현이 마음에 들어하는 듯 하자 아르는 빙긋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괜찮으면 그걸로 사지 그래? 너 아직 1계층 초반부에 있잖아. 나중에 돈 좀 모아서 2계층용의 장비를 맞추면 되지 않을까?"
"물론 그것도 나쁜 방법은 아니지... 하지만 버클러는 잘 안써봐서. 암가드 중에는 괜찮은거 없으려나?"
왼손으로는 상대방을 잡는다거나 기름통을 투척한다거나 하기 때문에 가급적 왼손이 자유로운 것이 좋았다. 운현이 떨떠름하게 말하자 비만은 피식 웃은 후 자리에서 이동해 운현이 쥐고 있는 방패의 안쪽을 보여주었다.
"왼손에 장착하는 것을 원한다면 이 부분을 늘이면 돼."
버클러의 손잡이를 가볍게 돌려 빼버린 후 끝의 가죽끈을 잡아 당겨 왼팔에 착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비만은 운현의 왼팔에 버클러를 끼워주었다. 가죽끈을 단단히 고정시켜 움직이지 못하게 한 그녀가 뒤로 물러나자 운현은 왼팔에 붙어 있는 둥근 방패를 보고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하면 되나?"
"왼팔에 장착해서 사용한다면 기본적인 방어법은 암가드로 방어할때랑 비슷해. 왼손으로 잡고 쓴다면 방패 후려치기라든가 방패밀기 등 좋은 기술들이 많지만..."
"방패 돌진 같은 건 내가 가르쳐 줄 수 있어. 물론 돈만 낸다면 말이지."
비만과 아르의 말을 무시하며 운현은 왼손을 이리저리 움직여보았다. 왼팔이 조금 묵직해지기는 해졌지만 딱히 무게나 균형적으로 불편은 크게 없었다. 단검을 들고 자세를 취하던 그는 고개를 끄덕인 후 금화 다섯개를 꺼내어 비만에게 내밀었다.
"자. 여기요."
"호오? 값을 깎으려고는 안하네? 그래도 모험가라는 건가?"
"모험가는 왜요?"
"아. 용병들이나 시청년놈들을 뭐만 팔면 깎으려고 난리를 친단 말이지. 이런 면에 있어서는 모험가들 상대하는게 편해."
"어? 몰랐어? 모험가들의 수입에 비하면 용병과 시청의 수입은 반도 채 되지 않아. 그만큼 코어와 던전 몬스터들의 사체가 잘 팔리고 있다는 거지."
"허. 그렇구만. 그래서 용병들이 그렇게 나오는건가?"
"얘기 들었어. 용병 연맹에서 길드를 습격했다면서? 용병들과 모험가들의 사이는 그리 좋지 않아. 용병들은 모험가들을 돈에 미쳐 몬스터에게도 가랑이 벌릴 년.이라고 욕하고 모험가들은 사람 죽이고 다니는 살인광들이라고 욕하지."
"양쪽에 장비 팔아서 벌어먹고 사는 입장인 나로서는 둘다 똑같은 등신들이지만."
비만은 아르의 말에 비웃음을 지으며 둘 다 싫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의 태도에 운현은 뻘쭘히 웃은 후 물었다.
"아니 둘다 싫으면 그냥 도시를 떠나시는게 좋지 않나요?"
"그래도 여기서 버는게 고향에서 버는 수입보다 더 많지. 모험가 짓은 하기 싫어. 사람 죽이는 것도 싫고."
"하지만 여기서 장비를 판다는건..."
"물론 이 장비를 가지고 용병들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을 것이고, 모험가들이 몬스터를 죽일 수도 있겠지. 그거야 내 알바가 아니지. 이봐. 운현이라고 했던가? 이 망치로 사람을 죽인다면 누가 잘못한거라고 생각하나? 이 망치를 만든 제작자? 망치? 아니면 살인자?"
"그야 당연히 살인자죠."
"내가 여기서 일하고 장비를 파는 논리도 같은거야. 이건 방패야. 자신과 남을 지키는 도구지. 도구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은 훼손한 자의 잘못 아닌가?"
"그렇죠 뭐."
"그럼 이걸로 질문에 대한 답변은 됐지?"
"한가지만 더요."
"왜?"
"비만은 다른 사람들이랑 다르네요. 남자에게 호의적이지도 않고..."
"모든 여자들이 남자에게 호의적일 거라는 생각은 관둬. 그런 생각은 정말 위험해."
"예? 왜요?"
이 좋은 세계에서 위험하다는 것인가? 운현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아르는 씁쓸한 얼굴로 운현을 말렸다.
"운현. 그건 내가 이따가 얘기해줄게. 비만. 고마웠어요~"
"음. 잘가."
비만의 가게에서 나온 운현은 자신을 끌고 온 아르가 난처한 표정을 짓자 그녀에게 물었다.
"왜?"
"으음... 그게 비만씨가 모험가를 관두게 된 계기거든."
"그게 무슨 소리야?"
"예전에 비만씨도 모험가였다고 했잖아. 비만씨는 3계층까지 진입할 정도의 실력자였거든. 그리고 그 파티는 남자 모험가를 보유하고 있는 파티였고. 그래서 더더욱 빠르게 탐험을 진행할 수 있었는데. 그것을 시기하는 다른 파티가 있었어. 그 파티는 남자 모험가가 없었고 남자는 그저 여자를 만족시키는 도구에 불과하다 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만 뭉쳐져 있는 파티였거든."
"용케 모험가를 하고 있었네. 그래서?"
"대충 예상되지 않아? 비만씨의 파티가 전투를 끝마치고 넘치게 된 흥분을 해소하기 위해 남자 모험가와 하고 있는 동안 그 파티가 몬스터들을 끌고와서 비만씨 파티에 넘겨버리고 도망쳐버렸지. 그 와중에 비만씨 파티의 절반 정도가 목숨을 잃었고. 남자 모험가는 그 파티에 납치되어서 한계까지 정을 빼앗긴 후 복상사 당했다고 하더라고."
"...헐."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운현이 떨떠름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자 아르는 쓴웃음을 지은 후 고개를 가로저었다.
"물론 그게 인정받을 행위는 아니지. 하지만 그들은 대놓고 항변하더라고.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도망치다가 우연히 그 파티와 마주쳤을 뿐이다. 정 뭐하면 도망치든가 했어야 하는거 아니냐. 그리고 그 남자 모험가를 데려간 것도 어떻게든 살려볼려고 한거다. 복상사? 그건 모르는 일이다. 라고."
"쓰레기같은 년들이네."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지. 하지만 증거는 없었고. 그래서 길드에서는 그녀들에 대한 처분을 하지 못했고 함부로 몬스터들을 끌고 왔다는 처벌만 주고 말았어."
"길드라고 해도 만능은 아니구나."
"고의성만 입증된다면 그들에 대한 처벌을 할 수 있지만 그들은 철저하게 자신들의 고의성을 부정하더라고. 결국 그렇게 되서 비만씨네 파티는 해산되고 비만씨는 모험가를 그만두고 말았지."
"으음... 남자로서 무서운 얘기군."
운현은 떨떠름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런 그를 향해 아르는 장난스레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너도 조심해. 광기에 젖은 여자가 얼마나 무서운데 말야."
"나야 넘치는 정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원한다면 얼마든지 해줄수 있는데 말이지. 아하하하하하! 다 나에게 오라!"
"얼씨구?"
운현이 자신만만하게 웃자 아르는 피식 웃으며 그의 갑옷을 툭 쳤다. 그런 그녀에게 히죽 웃은 운현은 입을 열어 궁금한 것을 물었다.
"그런데 그 파티는 어떻게 됐어?"
"글쎄? 5계층에 진입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 이후로는 소식이 없네. 그게 한 사년 전의 이야기야. 애초에 다른 파티와 그렇게 사이가 좋은 파티도 아니었고 말야. 일설에는 길드에서 은밀히 처리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밝혀진 것은 없어."
"그렇구나... 그런데 비만씨가 남자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이유는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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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el Up
"응? 어. 뭐 굳이 잘보여야 한다는 이유가 없으니까? 모험가들이야 흥분을 하면 집중을 하지 못해 위험하니 흥분을 해소하려고 남자들을 찾는다지만 모험가가 아닌 이상에야 굳이 잘보일 필요가 없지. 그리고 비만씨는 그때 죽었다는 남자 모험가 있지? 그 남자 모험가와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거든. 아마 그 파티의 전원이 그렇게 될 예정이었을거야. 오랜 시간 같이 한 파티인만큼 몸의 상성도 맞았을테고."
"음. 그 남자를 잊지 못하고 있다는 건가?"
"응. 모험가일때는 몬스터 때문에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성욕이 높아져서 남자를 찾게 된다지만 모험가가 아닌 이상에야 성욕은 자위로도 충분히 해소할 수 있어. 그러니 굳이 남자를 찾을 필요도 없고, 또 호의적일 필요도 없어져버리는 거지."
"결국은 필요에 의해서라는 거구만."
"음. 대체적으로는 그렇지. 물론 같은 파티를 하고 오랜 시간 같이 있으면서 정이 들어서 사랑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말야. 모험가들이 섹스를 좋아하는 것은 던전을 탐험하기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라고 보는게 좋아. 모험가 중에는 섹스를 정말 싫어해서 한계까지 참는 사람도 많은걸?"
"너는?"
"나? 나야 좋아하지! 남자 싫어하는 여자는 여자도 아니다! 후후후~"
운현이 자신을 가리키며 묻자 아르는 싱글벙글 웃었다. 그녀의 미소에 운현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물었다.
"만약 내가 너한테 나랑 하게 해줄테니까 우리 파티에 들어오라고 하면 어떡할꺼야?"
"나만?"
"응."
"어. 그건 미안. 난 지금 파티에 만족하거든. 네가 우리 파티에 들어온다면 모를까, 지금 파티를 깨고 싶지는 않아."
운현의 질문에 아르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의 반응을 보며 운현은 팔짱을 끼고 생각했다.
'단순히 여자들이 섹스에 미쳐 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겠군.'
현실 세계의 남자들도 비슷했다. 매력적인 미녀가 아무리 유혹해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눈길조차 주지 않는 사람이 있고 섹스를 피곤해하며 귀찮아하는 남자들도 있었다. 그런 것을 따진다면 운현의 생각대로 이 세계는 그저 남자와 여자의 성에 대한 관념이 바뀌었을 뿐이지 여자들이 섹스에 미친 세계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흐으음... 그럼 나도 좀 생각을 해봐야겠군."
"에? 뭘?"
"아냐. 아무것도."
앞으로의 움직임이 마냥 편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힐더크나 길드의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생각해 정 안되겠다 싶으면 몸이라도 팔아서 일처리를 진행해야겠다라고 안일하게 생각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처리할 수는 없다면 나름 머리를 굴려야 했다.
'즉 함부로 까불지 말라는 거군.'
모험가들 중에서도 섹스로 교섭을 해도 실패를 할 수 있으니 상대를 잘 보고 들이대야겠다고 생각한 운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아르는 이상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어휴~ 겁먹었어? 우쭈쭈~ 그래도 그 일 이후로 다른 파티를 공격하거나 다른 파티에 몬스터를 갖다 붙이는 행위는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으니까 너무 걱정 말아요~ 그리고 지금 모험가들의 성향은 대부분 남자에게 호의적이니까 그리 겁먹지두 말구용~"
"됐거든? 겁은 무슨..."
"크크크크~"
아르와 장난을 치며 길드회관으로 돌아 온 운현은 테이블에 헤스티아와 미야, 바제트가 모여서 뚱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이 자신과 아르를 번갈아 바라보자 운현은 어깨를 으쓱인 후 아르에게 말했다.
"그럼 고마웠다."
"별 말씀을. 누차 말하지만..."
"아아. 던전에서 쌓이면 한번 해달라고? 좋아."
"하하하! 넌 남자답지 않게 시원해서 좋다니까~ 그럼!"
아르가 손인사를 하고 자신들의 동료들에게 다가가자 운현은 터덜터덜 동료들이 있는 테이블로 다가갔다. 그가 온 것을 본 미야는 운현을 위 아래로 흝어본 후 물었다.
"듣자하니 당신 오늘 혼자 던전에 갔다면서?"
"응? 아. 응. 그건 어떻게 알았어?"
"필레씨가 말해주더라고. 혼구녕을 내주라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그런거야?"
"맞아요! 운현씨! 운현씨가 하도 안오길래 힐더크씨의 대장간에도 가봤는데 거긴 문 잠겨 있고. 혹시 다른 사람에게 잡혀갔나 얼마나 걱정했는줄 알아요!? 얘기라고 하고 가시든가요!"
드물게 헤스티아가 크게 화를 낸다. 그녀의 말에 운현은 볼을 긁적거리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고 그 웃음을 보며 바제트는 와인을 단번에 들이마신 후 싸늘히 말했다.
"아무리 네가 우리를 신뢰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건 파티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미안. 사과할게."
진심으로 화가 난 모양이다. 이들이 웃지도 않은 채 불같이 화를 내는 것에 운현은 순순히 고개를 숙였다. 여기서 변명을 해봤자 남는 것은 또 한소리 듣는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응? 아... 뭐 그렇게까지 사과한다면야."
운현이 쉽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줄은 몰랐는지 바제트와 미야, 헤스티아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당황하다가 기세를 줄였다. 그리고 그것은 옆 테이블에서 구경하던 다른 모험가들 역시 마찬가지. 재밌는 것을 구경하게 되었다는 얼굴이 팍 김이 새버리자 운현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다들 어디 갔었어? 너희들 찾다가 없어서 혼자 던전에 간거잖아."
"우리? 우리는 장비를 맞추러 갔었지. 던전 탐험을 하려면 괜찮은 장비는 필수 아니겠어? 보아하니 너도 장비를 새로 맞춘 것 같은데..."
"아. 응. 이거 봐봐. 버클러야. 아까 던전에 갔다가 암가드를 깨먹어서..."
운현은 버클러를 해제하고 자신의 빈 왼팔을 보여주었다. 그것을 보고 헤스티아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안그래도 운현씨가 왼팔로 방어를 많이 해서 암가드 상태가 좋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새로 암가드를 구해왔는데.. 별로 필요 없게 됐네요. 이제 버클러 쓰시려구요?"
"응? 아. 둘 다 쓰지 뭐. 예비용으로 가지고 다니는게 나을 것 같은데? 생각해줘서 고마워."
"헤헤헤~ 별 말씀을요."
방어를 많이 하는 부위는 아무래도 내구도가 빨리 달기 마련이다. 운현이 고마워하자 헤스티아는 부끄러웠는지 얼굴을 붉히고 밝게 웃었다. 그녀에게 미소지어 준 운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런데 무슨 돈이 있어서 장비를 맞췄어?"
"내가 사줬어. 앞으로 함께 할 동료인데 장비 정도는 맞춰 줄 수 있잖아."
"헤에... 너 돈 많아?"
"이제 없어. 나도 활을 바꿀때가 됐거든. 활 바꾸고 미야 갑옷에 인챈트 해주고 헤스티아한테 마법 대기시간 감소의 목걸이 사주고 나니까 이제 없다. 나도 개털이야."
운현의 파티에 들어오기 전에도 모험가로 활동을 하던 바제트였다. 그녀가 그동안 모은 돈을 미련 없이 모두의 장비를 구매하는데 써버렸다는 것에 운현이 감탄하자 바제트는 그의 시선에 움찔하더니 쓴웃음을 지었다.
"뭐야? 그 시선은? 내가 아무리 마이페이스고 내 맘 내키는대로 움직인다지만... 지금의 파티는 꽤나 마음에 든다고. 네가 있고, 또 헤스티아가 귀엽고... 미야는 좀 까칠하긴 하지만 그 나름대로의 매력도 있고. 지금까지 있었던 파티에서는 날 미워하는 이들만 있었고 그저 필요에 따라 움직였지만 지금의 파티는 달라. 나름 신뢰관계가 있는 것 같거든."
"내가 있는데?"
대놓고 자신이 믿지 못한다고 하는데 신뢰관계라니. 운현이 어이없어하며 묻자 바제트는 피식 웃었다.
"그렇게 말하는 것 치고는 꽤 괜찮은 편인데? 진짜 신뢰가 없는 파티는 더 심해. 언제 파티원들이 뒤통수 칠지 몰라서 자신의 전력을 절대 보이지 않거든."
"으음..."
바제트의 말에 운현은 조금 찔렸다. 그녀의 말대로 운현은 자신의 모든 것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레벨업을 통해 추가 스탯 포인트를 얻는다거나 도적과는 다른 스킬을 가지고 있는다는 것이나 말이다. 그가 묘한 표정을 짓자 바제트는 빙긋 웃었다.
"뭐야. 부끄러워하는거냐?"
"그, 그럴리가."
"귀여워라~"
"큭... 굴욕적인데."
"아무튼. 장비도 교체됐으니 파티의 전력이 상당부분 올라갔을거야. 이제는 홉고블린을 상대하면서 그렇게 고생하지 않아도 될거라고."
"그런가... 그래도 아직은 홉고블린을 상대하지는 말자."
"왜? 난 한번 더 해보고 싶은데. 공략법도 배웠다고. 그때 중간에 홉고블린이 천막 뒤져서 코볼트의 머리를 먹어 체력을 회복했잖아? 그건 홉고블린을 상대하기 전에 천막 안에 있는 항아리를 부숴서 안의 내용물을 태워버리면 홉고블린이 체력 회복을 못한다고 하더라. 그리고 내가 인챈트한 마법도 방어력 무시 데미지 추가라는 마법이라서 저번처럼 내 공격을 맞고 홉고블린의 어그로가 풀리는 일은 없을거야. 홉고블린은 피부가 단단해서 갑옷을 입은 것과 벗은 것의 방어력 차이가 별로 없다고 하더라. 장비를 빼았을 거면 공격력을 감소시키는 무기만 뺏으라고 하더라고."
"그래?"
"응. 그정도만 지키면 크게 어렵지는 않을거래."
기껏 풀스트립으로 벗겨놨지만 무기 뺏은 것만 못하다는 거였다니. 운현은 이래서 공략법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그정도라면... 한번 잡아볼까?"
"응! 내일은 제대로 사냥해보자고. 네... 그 이상한 함정 쓰지 말고 말야."
"그래요! 저도 꽤 강해졌다구요! 파이어 볼을 제외하고 나머지 마법들의 시전속도도 거의 사할 이상 줄었으니까 데미지를 더 넣을 수 있을거에요! 그러니까 한번 해봐요!"
홉고블린에게 그렇게 밀렸던 것에 화가 났던 것은 헤스티아 역시 마찬가지였나보다. 평소 생글거리며 수동적인 그녀의 분위기가 확 달라진 것에 운현은 빙긋 웃었다.
"좋아... 너도 활 바꿨다고 하니 그럼 홉고블린을 잡으러 가는 걸로 하자.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함정은 준비를 해두고..."
함정을 쓰지 않고 홉고블린을 잡을 수 있다면 파티가 강해졌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안전의 준비를 하지 않을 필요는 없었다. 기름 함정 - 폭이 있으니 정 안되면 저번처럼 하면 된다고 생각을 한 운현이 말하자 바제트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안전은 중요하니까 말이지. 파티에서 누군가가 죽어 파티가 깨지는 일은 많다고 하더군. 난 그건 싫어."
"경쟁자가 사라지는 건데?"
"아니 뭐. 경쟁자가 사라지는 건 둘째치고... 그..."
헤스티아나 미야나 운현을 좋아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녀들 중 누군가가 죽거나 크게 다쳐 모험가를 못하게 된다면 운현을 가질 수 있는 확률이 크게 늘어나는 것인데도 바제트는 머뭇거릴 뿐 이었다.
"치, 친구니까 말이야."
"바제트씨..."
"하... 하하하..."
헤스티아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감동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자 바제트는 쑥쓰러웠는지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
"할머니..."
"누가 할머니냐!!!?"
미야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감동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자 바제트는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이고 버럭 화를 냈다.
그들의 모습에 운현은 피식 웃었다. 처음에는 엘프니 제정신이 아니니 떠들어대더니 꽤나 친해져버렸다. 그들을 웃으며 바라보던 운현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나 없는 사이에 꽤나 친해진 모양이네. 하. 보기 좋구만."
"음. 뭐 그렇다는 거다. 어차피 종족은 모두 다르고 나이차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니까 말이지. 마음만 맞는다면 친구가 되지 못할리 없지."
운현이 싱글거리며 말하자 바제트는 볼을 살짝 붉게 물들인 후 쓱 시선을 피했다. 헤스티아와 미야까지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자 바제트는 그 분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버럭 소리쳤다.
"아아! 그렇게들 보지 마! 좀! 으휴. 다들 파티 리더 닮아서 장난기만 넘쳐... 어쨌든 그런거니까 그리 알아둬. 크흠! 여기 주문 좀 받아!"
계속되는 그들의 시선에 바제트는 어쩔 줄 몰라하다가 손을 들어 버럭 소리쳤다.
"그럼 오늘은 누구랑 잘거야?"
"글쎄. 난 어디서 자든 상관없는데."
저녁 식사를 마치고 간단한 티타임을 가지고 있을 때 미야는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 그녀의 질문에 운현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누구든 상관없다면 우리끼리 정하면 된다는거네? 그럼 나!"
"미야씨..."
"으윽... 알았어. 그럼 헤스티아. 너한테 맡길게."
"저요."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도 없다더니. 바제트는 어때?"
"음? 나는 상관없는데?"
바제트는 포기. 미야와 헤스티아가 같이 자겠다고 나서자 운현은 팔짱을 끼고 생각하다가 말했다.
"오늘은 헤스티아랑 잘게. 요 몇일간 다른 애들이랑 잤잖아."
"우... 진짜?"
"응."
운현이 결정을 한 이상 그것을 바꾸기는 어려웠다. 헤스티아는 좋아하다가 풀죽은 미야의 얼굴을 보며 미안한 듯 살짝 고개를 숙였다.
"치. 어쩔 수 없지."
"정 뭐하면 같이 잘까?"
"어!? 그럴까!? 라고 하고 싶지만 아직까진 좀 그렇네. 하하하. 그지?"
운현이 말한 의미를 알고 있는 미야는 볼을 긁적거리며 부끄러운 듯 웃었다. 그녀의 말에 헤스티아도 부끄러웠는지 시선을 내리깔았고 운현은 그들의 말에 피식 웃었다.
"뭐 나중되면 다 같이 뭉쳐야 할지도 모르는데... 그럼 그렇게 해둬."
던전 3계층 이상 간다면 전투 두어번 하고 나면 모두 흥분되서 난교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엘프나 수인이나 흥분도가 잘 안오른다고 치더라도 한계는 있기 마련이니 나중 되면 운현이 싫다고 해도 그들은 쓰리썸이나 포썸을 원할 것이다.
"응. 뭐... 우리가 좀 더 친해지면 같이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좀 그렇네."
하는 운현이야 좋지만 여자들의 입장에서는 좀 그럴 것이다. 운현은 미야의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슬슬 올라가서 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