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화 (9/40)

New Par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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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Party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리던 운현은 아무리 지나도 힐더크가 오지 않자 두근거리는 마음이 식는 것을 느꼈다.

"가게문을 도대체 어떻게 닫길래..."

운현이 터덜터덜 가게 밖으로 갔을때 그는 화려한 갑옷을 입은 흑색 단발머리에 조금은 날카로워보이는 중성적인 매력을 가진 여인과 힐더크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니 그러니까! 그건 지금 안된다니까!"

"하지만 그리 말씀하셔도 계약은 계약이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더라도 불가능해! 재료도 없고!"

"재료는 여기 있습니다!"

힐더크는 난처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의견을 피력했지만 갑옷 여인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계속되는 그들의 언쟁에 운현은 떨떠름한 얼굴로 끼어들었다.

"무슨 일때문에...?"

"어? 아니 그게..."

"호오... 그러니까 남자랑 있어서 못한다고 하셨던 건가요?"

"아오... 그런게 아니야!"

운현의 등장에 갑옷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힐더크를 노려보며 물었다. 그녀의 기세에 힐더크는 뒤통수를 긁적거린 후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됐다. 운현. 미안해서 어쩌지? 지금 당장 일을 해야 할 것 같아."

"엣!? 그럼!?"

"미안. 정말 미안."

고개까지 숙여가며 그녀가 사죄하자 운현은 입맛을 다셨다. 잔뜩 기대했는데 바로 코 앞에서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운현이 시무룩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자 힐더크는 어쩔 줄 몰라하다가 박수를 치고 애써 밝게 웃었다.

"그래! 그럼 이건 어때? 나이트호크 세트 갑옷을 하나 줄게. 만족했다고 치고. 그리고 다음에 와서 해주면 되잖아."

"아니 그래도 그렇지..."

"그, 그럼 이건 그냥 주는 걸로..."

힐더크도 기대하긴 마찬가지였나보다. 운현의 실망한 얼굴에 더더욱 어쩔 줄 몰라하던 그녀는 운현의 손을 잡아 자신의 풍만한 가슴 쪽으로 끌어당겼다. 손에서 느껴지는 말캉하고 탄력적인 감촉에 운현이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환하게 웃은 후 운현의 볼에 키스했다.

"고마워! 다음에 꼭 해야해! 자. 이건 나이트호크 세트 중 견갑이야."

"아. 네."

"그리고 강철 실을 사려면 내일 와줘. 강철 실은 지금 재고가 얼마 없거든. 발주해놔야 하니까 내일 꼭 와! 꼭이야!"

"아니 저 내일은 약속있어서 안되는데요."

아까는 무척이나 여유로운 모습을 보인 주제에 운현이 안올까봐 걱정이 된 힐더크가 다급히 말하자 운현은 내일 일정을 생각한 후 말했다. 내일은 필레와 데이트가 예정되어 있었다.

"으윽. 그럼 모레! 모레에는 아예 가게 문 닫아 놓을테니까!"

"어. 음. 알았어요."

그녀의 기세에 눌린 운현은 고개를 끄덕인 후 갑옷녀를 보았다. 그녀 덕분에 갑옷을 하나 더 얻게 된 셈이다.

'고마워 해야 말아야 하나...'

"음? 왜 그러지? 아. 나 때문에 힐더크와 못하게 됐나보군. 그 점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하지만 즐기는 것보다는 일이 우선이 아니겠나."

전형적인 기사의 모습을 보이며 그녀가 말하자 운현은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운현이라고 합니다. 그쪽은?"

"음. 나는 갈빈. 시청의 경비부대장이다."

"경비부대면 윈드의...?"

"윈드를 아나? 윈드는 내 부하 중 한명이다."

"헤에. 높으신 분인가보네요."

"딱히 그렇지도 않다. 그런데... 자네는 남창인가? 남창 치고는 복장이..."

운현을 위 아래로 흝어 본 그녀는 살짝 눈쌀을 찌푸렸다.

"남창은 아닌데. 남창 싫어하세요?"

"싫어한다."

"허..."

이 세계에 들어와 모험가가 된 이후로 남창 싫다는 사람은 또 처음 봤다. 운현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자 그녀는 피식 웃은 후 입을 열었다.

"당연히 싫지 않은가. 비록 그들이 모험가들의 성욕을 충족시켜준다 하더라도 그들의 본질은 성을 파는 것이다. 성이란 자고로 사랑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법. 돈으로 거래할 만한 것이 아니지."

"으음. 하지만 이 세계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잖아요."

"파르티님께 기도를 드리며 몸을 경건히하면 자신의 인연이 나타날 것이다. 그러니 걱정이 없지."

갈빈의 말에 운현은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일단 무신론자인 운현으로서는 신 어쩌고는 별로 관심이 없는 이야기였지만 이 세계는 신성력이라는 것도 있다보니 신이 없다고는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신에게 기도만 한다고 과연 남자가 생길까? 만약 그게 진짜라면 윈드가 저리 결혼을 하려고 발버둥치지는 않을 것이다.

"혹시 연세가..."

"25세다."

"아 예."

아직 젊다. 자기보다는 나이가 많지만 윈드보다는 훨씬 적은 나이를 가진 그녀이기에 저리 말하는 것이리라. 운현은 그녀를 안타까운 눈으로 응시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머지 않은 미래에 윈드와 같은 꼴을 보겠구만.'

"아무튼 저는 남창이 아닙니다. 모험가에요."

"모험가? 남자가? 오오! 그거 훌륭한 일이군! 도시에 오는 남자들은 대부분 남창이 되기 위해서 오는데 말이지! 자네같은 젊은이가 있어서 던전 도시가 발전하는 거네!"

"그, 그런가요."

눈을 반짝이며 그녀가 말하자 운현은 부담스러움에 뒤로 주춤 물러났다. 그를 쫓아 한걸음 앞서 나온 갈빈은 운현의 손을 잡은 후 말했다.

"모험가도 좋지만 어떤가. 시를 위해서 일해 볼 생각은 없나? 모험가를 할 정도라면 전투 능력은 꽤 될텐데! 시청에 취직하게 된다면 일단 기본적으로 숙소가 제공되고 월급과 야근수당, 그리고 연차에 따른 월급의 인상율이 높다! 그리고..."

"공무원도 좋죠. 나중에 한번 찾아볼게요."

"좋은 자세다. 시청에서 갈빈을 찾도록!"

운현의 어깨를 탁탁 내리쳐 준 갈빈은 혼자 만족한 후 대장간 안으로 들어갔다.

덩그러니 혼자 남게 된 운현은 팔짱을 끼고 생각했다.

'헬반도에서는 하고 싶어 난리인 공무원인데 여기는 스카웃을 하려고 하네. 그나저나 남창이 얼마나 벌길래 도시로 남창을 하러 오는거야? 그렇게 유망직종인가? 으씨. 한번 구경이나 가봐?'

홉고블린을 상대하며 모험가라는 직종의 위험성에 대해서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 운현은 심각하게 전직을 고민했지만 곧 그 생각을 돌리게 되었다.

'남창도 좋지만 남창은 내가 여자를 못 고르겠지. 돈만 낸다면 무조건 해야 하는건 그다지...'

미녀들이 많은 이세계라지만 추녀가 없다는 보장은 없었고 그들이 돈을 내고 지명을 한다면 돈에 자존심이고 뭐고 다 팔고 해야 한다.

뭐하러 이 좋은 세계에서 그런 짓을 해야 한단 말인가.

'그냥 까불지 말고 레벨업이나 하면서 몸 지킬 수단을 찾자.'

공무원도 좋고 행상인도 좋고 유통업자도 다 좋다. 하지만 이 세계는 법보다는 주먹이 가까운 세계. 당장 상아의 일만 떠올려도 힘의 격차에 눌려 그녀의 의견을 따르게 되지 않았는가.

'레벨만 어느정도 올리고 나면 괜찮겠지. 이제부터 위험하게 그런 놈들은 잡지 말아야겠다.'

홉고블린처럼 더럽게 쎈 몬스터는 피하고 양민들만 학살하며 레벨업을 해야겠다. 라고 생각한 운현은 터덜거리는 힘빠진 발걸음으로 길드로 돌아갔다.

힐더크와 하려다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운 것이다.

"운현씨?"

"아. 필레씨. 혹시 저희 애들 왔나요?"

"네? 아뇨. 못봤는데요."

'얼마나 먹는거야?'

시간을 보니 얼추 한시간은 지났다. 그런데도 아직 그들이 오지 않은 것에 운현이 한숨을 내쉬자 필레는 그를 향해 부드럽게 웃으며 물었다.

"왜요?"

"아. 제가 일이 좀 있었는데 그게 취소되서 시간이 남게됐거든요. 혼자 있으려니까 심심해서..."

"어쩌나... 저라도 같이 있어드리고 싶지만 저도 길드 회의때문에 가봐야 하는데..."

아쉬워하며 필레는 쓴웃음을 지었다. 일하는 도중에 운현을 상대해야 하는 것이지만 그것은 오히려 그녀에게 즐거운 일이었다.

운현과 이야기를 나누는 필레를 보며 길드원들 역시 아쉬운 입맛을 다셨다. 다른 일이라면 자신들이 대신해주겠지만 필레가 참가해야 하는 회의는 길드 간부 회의.

그렇기에 그것만큼은 대신해 줄 수 없었던 것이다.

"아뇨. 필레씨 일하시는데 방해할 수는 없죠."

"으음... 어디로 가셨나요? 거기로 찾아가보시는 건 어떠세요?"

"밀피유라는 가겐데..."

"거기라면 그리 멀지 않아요. 약도를 그려드릴게요."

운현을 걱정하며 필레는 깔끔하게 약도를 그려 운현에게 건네주었다. 중앙 분수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밀피유의 위치를 받아낸 운현은 필레에게 빙긋 웃어주었다.

"고마워요."

"별 말씀을요~ 그냥. 고마우시면... 저 내일 기대해도 괜찮죠?"

베시시 웃은 필레는 살짝 혀를 내밀며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그런 귀여운 모습에 운현은 붕붕 고개를 끄덕였고 필레는 환한 미소와 함께 몸을 돌리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길드 사무소로 들어갔다.

"흐음... 멀지 않네. 그럼 가볼까."

혼자 남게 된 운현은 약도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걸어서 십분 정도면 도착할 거리이니 찾아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길드회관에서 나온 운현은 중앙 분수대를 향해 걸었다. 혼자서 걷는 그를 보며 몇몇 여인들이 힐끔힐끔 쳐다보았지만 운현은 그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중앙 분수대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방향을 잡고 걸으려던 운현은 크게 울리는 종소리에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어?"

세번 크게 울린 종소리가 멈춘다. 종소리가 울린 곳으로 시선을 돌린 운현은 그 종이 커다란 건물의 꼭대기에 있는 것임을 볼 수 있었다.

"저게 뭐지? 흠. 가볼까?"

밀피유에 가는 것도 혼자 심심하기도 하고, 힐더크로 인해 달아오른 몸을 달래고 싶어서였을 뿐이지 딱히 큰 볼일이 없었기에 그는 별다른 부담없이 발걸음을 그곳으로 돌렸다.

'어차피 밤에 누군가와 하긴 할테니까...'

헤스티아, 미야, 아니면 바제트. 셋 다 매력적인 미녀들이다. 그녀들 중 하나, 혹은 둘 이상과 동시에 잘 수도 있으니 성욕은 잠시 미뤄두어도 좋다.

"이세계에 왔으면 저런 것도 구경해봐야지."

골목을 걸어 다가갈 수록 점점 커지는 건물을 본 운현은 그 건물 앞에 도착하고 나서 감탄했다.

"와우..."

인터넷이나 사진에서나 볼 수 있었던 유럽 중세의 거대한 성당의 앞에서 운현은 감탄했다. 넓은 광장, 중앙의 맑은 물이 솟아오르는 분수대. 그리고 그 분수대에서 뛰어노는 하얀 옷을 입은 여아들.

아이들의 복장은 똑같았지만 귀나 키를 보면 각기 다른 종족들이 섞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하하~!"

"거기서어~!!"

작은 공을 들고 뛰어노는 아이들의 맑은 목소리에 운현은 마음이 치유되는 것을 느꼈다.

"그래. 매번 음란마귀에 휩쌓일 필요는 없지."

운현은 아이들을 보며 흐뭇하게 웃고는 근처의 벤치에 앉았다.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아이들이 뛰어노는 것을 구경하던 운현은 성당의 안에서 하얀 사제복을 입은 여인이 발랄히 웃으며 뛰어나오자 그녀를 보고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당신은!?"

"에!? 앗!!!"

운현의 외침을 들은 그녀는 고개를 돌려 운현을 보고 화들짝 놀랬다.

"운현!?"

"레나!?"

자신의 동정을 가져갔던 여자. 금발 녹안의 미녀 레나와 이렇게 마주치게 될 줄이야. 운현이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자 당황하던 그녀는 자신에게 달려 온 아이들에게 무언가 말해준 후 운현에게 걸어왔다.

"이봐. 오래간만이네. 그렇게 사라지다니.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거야?"

"으음... 당신. 살아 있었군요."

"아니 뭐 죽을 거리는 아니었잖아."

"...당장 돌아가주세요."

"엥? 어디로?"

"어디든지요. 당신은 이곳에 오면 안됩니다. 그리고, 그... 저와 했다는 이야기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아주세요."

부끄러워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두려워하는 얼굴이다. 그녀가 속삭이는 듯 말하자 운현은 안좋은 분위기에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레나 대사제님. 누구와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계시는 겁니까?"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저 성당을 구경하기 위해 온 이입니다. 자. 저것이 파르티님의 상입니다. 이곳 던전 도시 발티르에도 파르티님의 은총은 가득하답니다. 이곳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이만."

성당에서 나온 청색 긴 머리에 안경을 쓴 미녀가 묻자 레나는 붕붕 고개를 저은 후 운현에게 상냥히 설명해 준 후 안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뭐야 도대체...?"

어째서 저런 분위기를 보이는 것일까. 운현은 눈 앞에 있는 파르티의 상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끙. 구경은 물건너 갔군."

지금 와서 성당에 들어가봤자 레나에 의해서 쫓겨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걸 떠나서 레나는 무언가 두려워하고 있었다.

'뭐 성처녀나 그런건가. 하지만... 이미 처녀가 없어졌는데... 끙. 복잡하구만.'

운현은 뒤통수를 긁적거리고 골목을 빠져나갔다. 여러가지 생각을 하며 밀피유라는 가게로 들어간 운현은 가장자리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여인들을 발견하고 그녀들에게 다가갔다.

"욥. 잘 마시고 있어?"

"에헤헤헤~ 우와! 운현이다!"

"운현씨이~ 음냐아..."

"으음. 왔어?"

운현이 다가오자 미야와 헤스티아, 그리고 바제트는 반가운 얼굴로 그를 반겼다. 미야와 헤스티아의 얼굴이 빨갛고 그들의 앞에 빈 잔이 여럿 놓여져 있는 것을 보니 이미 꽤나 마신 모양이다.

"많이도 마셨네."

"칵테일 몇잔에 이렇게 취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넌 괜찮아?"

"나도 조금 취하기는 했지만 저정도는 아니야."

방긋 방긋 웃으며 벽에 기대고 있는 미야. 엎드린 채 운현의 이름을 중얼거리는 헤스티아. 둘이 거의 넉다운 된 것을 보며 운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껴서 좀 놀려고 했거늘..."

"후후후. 이 둘을 재우고 둘이 놀까?"

"음... 그건 밤놀이?"

"밤놀이든 낮놀이든 상관없지."

한쪽 눈을 깜짝이며 요염히 말한 그녀의 모습에 운현은 피식 웃었다.

'생각 외로 빨리 하게 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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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Party

"단순한 밤놀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줬으면 하는데."

바제트의 방으로 들어 온 운현은 그녀의 늘씬한 허리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옷조차 벗지 않고 갑작스레 자신을 안아오는 그의 움직임에 바제트는 순간적으로 당황했는지 그 나긋한 몸을 딱딱히 굳혔다.

"으, 으흠. 너무 급하지 않은가? 아직 씻지조차... 끼햐앙!?"

"이런 향기도 좋은데?"

그녀의 머리칼에 입맞춘 운현은 긴 귀를 부드럽게 핥았다. 그것에 짜릿한 쾌감을 느낀 바제트는 부들부들 몸을 떨다가 힘껏 운현을 밀쳤다.

"뭐, 뭔가 좀 이상하구만~"

"뭐가? 처녀인 너보다는 이런 경험은 내가 더 많은데."

"그, 그렇기도 하겠지만서도... 에에잇! 일단 씻자! 씻고 하는 것이다!"

"싫다니까."

"으음... 너는 왜..."

운현이 어깨를 으쓱이며 다가오자 바제트는 그녀 특유의 마이페이스를 잃어버렸다. 어쩔 줄 몰라하며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던 그녀는 운현의 손이 다시 자신의 허리를 꽉 끌어안고 당기자 결국 눈을 감아버렸다.

"생각보다 이런 것에 면역이 없는건가? 자궁 어쩌고 떠들던 때랑은 완전 비교되는데?"

"어, 어쩔 수 없잖아! 직접 경험한 적은 없으니 말야."

"흐음? 그럼 어떻게 그런 지식을 알고 있는것이지?"

"구전이나... 책을 통해서..."

운현의 부드러운 말과 등을 쓰다듬는 그의 손길에 점점 바제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하얀 그녀의 피부가 달아오르는 것을 본 운현은 히죽 웃은 후 물었다.

"그래? 그럼 이런 것은 경험이 없다는 것이겠지?"

앙탈을 부리듯 힘없이 몸을 흔들던 그녀의 몸을 꽉 끌어안은 운현은 바제트의 이마에 살짝 키스했다. 이마에 닿는 입술의 감촉에 깜짝 놀란 그녀는 어쩔 줄 몰라하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고작 이마에 키스한걸로 그렇게 부끄러워하면 쓰나. 진짜 부끄러워할 일은 아직 남았는데. 할머니."

"하, 할머... 그래! 할머니를 놀리면 쓰나!"

"괜찮아. 난 쓰레기니까."

"으으으으...!"

이 상황에서 어떻게든 벗어날 줄 알았던 바제트는 운현이 그리 말할 줄은 몰랐는지 황당하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눈으로 보면 더 괴롭히고 싶잖아. 음..."

"아아...으으음...쪽..."

그의 얼굴이 다가오자 고개를 돌리려던 바제트였지만 운현의 손은 머리를 꽉 잡은 채 놓아주지 않았다. 결국 그와 입맞추게 된 바제트는 그의 팔을 꽉 잡았다.

"아아아... 드디어... 드디어 해버렸어..."

"뭐 큰거 했다고."

"처, 첫키스라고! 백팔십년만에 남자와!"

"여자랑은 해봤을 거 아냐. 아니면 부모님과도."

"여자랑은 안해봤고 부모님과 한 것은 노카운트다!"

"그래? 그럼 진짜 첫키스가 뭔지 보여주지."

단순히 입술만 닿았던 키스가 바뀌었다. 운현은 그녀의 머리를 꽉 잡은 채 덮치듯 입술을 가져갔다. 운현의 혀는 닫혀 있는 바제트의 도톰한 입술을 핥은 후 그 안으로 파고들었고 그것에 놀란 바제트는 어쩔 줄 몰라하다가 살며시 입술을 벌려 그의 혀가 들어오는 것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쭈릅... 쪽..."

타액과 타액이, 설육과 설육이 마찰되며 들려오는 음란하기 짝이 없는 소리가 방을 가득 메운다. 그것에 귀까지 붉게 물들이며 쾌락과 수치심을 동시에 느끼던 바제트의 다리는 풀려버렸고 그녀가 털썩 주저앉자 운현은 쪼그려 앉아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아... 하아... 이, 이런 것이었나."

"응. 이런 것이었어. 제대로 해볼까?"

"이. 이것보다 더어!?"

"뭘. 네가 그토록 원하는 자궁 안에다가 이걸로 키스해줄건데."

"꿀꺽..."

운현의 바지 앞섬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부풀어 있었다. 그것을 보며 군침을 삼킨 바제트는 그의 싱글거리는 웃음에 시선을 휙 돌렸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욕망에 솔직해지자고. 네 헛소리도 웃으며 들어줄테니까. 자. 해보고 싶었던게 있나?"

"이, 일단 씻게..."

"흐음. 그럼 같이 씻을까?"

"...이대로도 괜찮겠군. 초심자에게 그건 너무 허들이 높다."

"뭐 이정도 가지고. 한번 같이 씻으면서 하면 너도 완전 빠질텐데. 헤스티아도 이걸 되게 좋아... 읍!"

운현이 헤스티아의 이름을 언급하자 바제트는 그를 째릿 노려본 후 그의 입술을 훔쳤다. 서툴지만 노력하는 듯한 혀놀림이 자신의 입 안을 누비자 운현은 그녀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

"하아...하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욕망에 솔직해지자고 했었지? 그럼 지금 이곳에서는 다른 여자의 이름도 꺼내지 않았으면 하는데."

"흥. 분부대로 하지. 자. 그럼 바로 침대로 가볼까?"

"으응..."

운현은 바제트를 가볍게 안아들었다. 자신보다 조금 작은 키이지만 호리호리한 몸매인 탓인지, 아니면 엘프의 종특인지 그녀의 몸은 가볍기 짝이 없었다.

'내가 힘을 올려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

그녀를 가볍게 들어 침대에 눕힌 운현은 두 손을 모으며 간절히 자신을 바라보는 바제트의 입술에 다시 키스했다. 탐욕과 탐욕이 맞부딪하는 키스. 운현은 그녀와 키스하며 바제트의 상체를 가리고 있는 가죽 후드의 끈을 풀어나갔다.

"읍!"

"...왜?"

"아, 아니 상의는 안벗기면..."

"옷 입고 하자고?"

"그, 그래! 원한다면 바지는 벗어주지."

"흐으음..."

이토록 거절하는 것을 보면 뭔가 있다. 운현은 팔짱을 끼고 생각하다가 빠르게 그녀의 양 손을 잡아 위로 올렸다.

"응!? 뭐하려는 건가?"

"벗기려고."

"시, 싫어! 꼭 벗지 않아도 되잖아! 그냥 하자!"

"싫다니까. 왜 그렇게 숨기려는 건데!"

"으아아아! 싫다! 싫단 말야!"

"항!"

몸까지 흔들며 거절하는 그녀였지만 운현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결국 지쳐 축 늘어진 바제트는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운현을 노려보았다.

"너무해..."

"그럼 솔직히 말해봐."

"....그건."

"그건?"

"으으으으으...!"

진짜로 말하기 부끄러운가보다. 혹시 상처라도 있는걸까? 운현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녀는 한참 입술을 깨물며 고민하다가 기어들어가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내 가슴에는 적염룡이 봉인되어 있어서..."

"나 나가?"

운현이 팔을 놓아주려 하자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고 고민한 후 다시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작다."

"응?"

"작단 말이다! 가슴이 작다! 됐냐!? 너는 왜 이렇게 무신경하냐!?"

"아. 운다."

결국 바제트는 눈물을 주륵 흘리며 빼액 소리쳤다. 그녀의 충격적인 고백을 들으면서도 운현은 고개를 갸웃거릴 뿐 이었다.

"그게 뭐 어때서?"

"남자들은 큰 가슴을 좋아한다고 하잖아!"

"아니 그거야 일반론이고. 난 크든 작든 상관없는데. 그리고 너 정도의 미모라면 가슴은 뭐. 그다지?"

"미, 미모...? 그게 정말이야?"

결국 자신의 입으로 자기의 가슴이 작다고 고백해버린 바제트가 씩씩 거리자 운현은 무덤덤히 말했다. 도대체 이 세계의 미덕은 뭐란 말인가. 작은 가슴도 작은 가슴의 수요가 있는 법이고 매력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왜들 이렇게 큰 가슴에 집착을 하는지.

"...그럼 넌 작은 가슴이 좋단 말야? 큰 가슴보다?"

"이거 애들한테 매번 얘기해주는 걸 또 얘기해주게 생겼네. 상관없어. 가슴은 정의이기 때문이지."

"...나는 작은 수준이 아닌데."

"그럼?"

"그... 완전히 없다고 봐도..."

"...그건 좀 생각을..."

"우웃!"

운현이 떨떠름히 중얼거리자 그녀는 눈물을 가득 머금었다. 마이페이스인 엘프 주제에 이렇게 말 한마디에 울고 불고 난리를 치려 하다니.

'이런 면도 어떻게 보면 마이페이슨가...'

"잉..."

"너무 그러지 말라고. 내가 원하는 건 그런게 아니니까."

"그치만..."

완전 풀죽은 모습이다. 처음 만났을 때 그렇게 사람 성질 돋는 말을 해서 헤스티아와 미야를 짜증나게 할때와는 반대로 짜증나게 하는 모습에 운현은 한숨을 푹 내쉰 후 그녀에게 키스했다.

"으읍!"

"푸하. 다시 한번 말하지. 가슴의 크기는 중요한게 아니야."

"...보고 실망하지 않을거지?"

"응."

"...그럼 약속해줘."

"약속하지."

"정말?"

"정말."

"진짜로 정말?"

"진짜로 정말."

"진짜로 진짜로..."

"아이 씨!"

"꺄악!"

운현은 치솟는 짜증을 참지 않고 그대로 그녀의 가슴을 묶고 있는 끈을 풀어버렸다. 스르륵 흘러내린 후드가 가리고 있던 가슴을 보이게 한다. 하얀 천 셔츠는 아무런 굴곡도 없었다. 그야말로 탄탄하기 그지 없는 가슴. 그것을 말없이 바라보던 운현은 피식 웃었다.

"으으으으으으...."

운현의 웃음에 바제트의 얼굴에 울음기가 감돈다. 운현은 키득거린 후 그녀의 상의를 그대로 들어 올려보았다.

'셔츠를 들쳐보았지만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라니.'

오똑히 솟은 귀여운 유두와 유륜이 있었지만 굴곡은 없었다. 운현은 그것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뭐 이것도 나쁘지는 않은데."

"으아아아앙! 나쁘잖아! 안좋게 보잖아아아아!!"

"아 거 울지 좀 말라고! 난 진짜 세상에서 여자 우는 소리가 제일 싫어! 계속 울거면 파티고 인연이고 다 끝이야!"

"으윽! 끗.... 끄윽... 훌쩍..."

운현의 짜증 섞인 외침에 바제트는 간신히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겁먹은 시선을 마주하며 운현은 손을 들어 오똑한 유두를 살짝 굴려보았다.

"하읏...으응..."

"감도는 좋네."

"그, 그치만..."

"가슴이 없다며 없는대로도 괜찮아. 뭘 그리 심각하게 생각해? 가슴 부분에 있는 지방질이 없다면 유두의 신경이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느끼기도 좋다고. 안그래?"

"흐이이이잉!?"

미야보다 작은 가슴이라니. 미야는 좋겠네. 라고 말하는 대신 운현은 바제트의 절벽가슴을 칭찬했다. 그의 부드러운 손길이 유두를 잡고 빙글 돌리자 바제트는 허리를 띄우며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으읏...윽...읏..."

"자자. 팔 놔줄테니까 울지 말라고. 알았지?"

"...으응..."

훌쩍거리면서도 바제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운현의 손이 떨어지자 그녀는 손을 뻗어 살며시 자신의 가슴을 가렸다. 운현이 그리 말해도 부끄러운 것은 여전했나보다.

"...뽕이라도 해볼까 했지만 그것은 거짓을 보이는 것. 결국 탄로날 일이니 말야."

"뭐 그렇지. 이런 상황에서 뽕이 나오면 그것도 웃기는 일이겠지."

"우, 웃기는... 휴우..."

"뭐냐? 너 지금 안도의 한숨을 내쉰거냐?"

"그, 그럴리가! 그건... 그래! 네가 위에서 누르고 있어서 그런 거잖아!"

"그런가? 뭐. 그럼 그렇다고 치고. 빈유에게는 빈유 나름의 매력이 있는 것이고 무유에게는 무유 나름의 매력이 있는 것이지. 너는 자신의 그 절벽가슴에 긍지를 담도록 하라고."

"...굉장히 좋은 이야기 같지만 또 반대로 무척이나 거슬리는 말이구만."

운현의 당당한 말에 바제트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노려보았다. 그 시선에 운현은 키득거린 후 그녀의 빨래판 가슴에 얼굴을 가져갔다.

"가슴이 작아서 너의 심장 고동 소리를 가깝게 들을 수 있군. 이걸로 너를 더욱 느낄 수 있어."

"...그, 그런가? 그렇다면 네 말대로 내 무유에 긍지를 담도록 하지..."

말을 하며 뭔가 굉장히 말려들어가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녀는 성실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방질이 없지만 그래도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 도근도근 거리는 심장의 박동을 얼굴로 고스란히 느끼며 오똑 솟은 유두를 뱅글뱅글 돌리고 괴롭힐때마다 그 반응을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흐으읏...으응...음... 그, 그런데 너는 왜 벗지 않는거야?"

"음? 아. 난 원래 상대부터 벗겨놓고 시작하거든."

"...그럼 어서 벗겨줘. 이미 가장 큰 벽은 넘었으니 말야."

바제트는 떨떠름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 운현은 빙긋 웃은 후 바제트의 남은 옷가지를 모두 벗겼다.

"와오..."

가슴이 없기는 하지만 그 백옥같은 몸이 주는 아름다움은 운현을 감탄하게 하기 충분했다. 고급스러운 백자처럼 잡티 하나 나 있지 않은 깨끗한 몸매. 잘록한 허리와 대조적으로 크게 부풀어 오른 골반. 탄력적이고 아름다운 다리는 마치 하나의 예술품 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 그렇게 보면..."

운현의 이글거리는 시선을 느낀 것일까? 바제트는 부끄러워하며 살며시 말했다. 그녀의 말에 정신을 차린 운현은 빠르게 자신의 옷을 벗었다.

"후...후후. 그거 참 멋지군."

그가 알몸이 되자 꺼떡거리는 남성에 바제트는 감탄하며 중얼거렸다.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인지 신기한 듯 그것을 바라보던 바제트는 움찔움찔하며 손을 가져가다가 물었다.

"만져봐도 괜찮아?"

"물론."

"깨물지는 않겠지?"

"그 대신 네가 처녀라면 아프게 하겠지."

"...으음... 그거 무서운 녀석이네. 에잇!"

바제트는 고민하다가 운현의 남성을 손으로 꼭 말아쥐었다. 자신의 손을 태울것처럼 뜨겁게 달궈져 있는 그 양물이 손 안에서 꺼떡거리자 바제트는 신기한 듯 양물을 바라보며 숨결을 내뿜었다.

"하아... 이게 말로만 듣던..."

"...남의 꼬추를 무슨 유물 만지는 것처럼 얘기하지 마라. 좀 무섭다."

"음? 하하하하. 백팔십년을 넘게 살아오며 말로만 듣고 실제로 본 적이 없던 것이니... 신기하네. 어디보자..."

"읏!"

"후후후. 처녀의 손길로도 느껴주는 건가?"

운현의 양물을 잡은 손이 앞뒤로 몇번 움직이자 운현은 그 절묘한 쾌감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니 너 정도의 미녀가 그렇게 만져주는데 안느끼면 그게 고자지..."

"미, 미녀. 흐흠. 그래. 나는 미녀지. 아무튼... 자세한건 나중에 하도록 하고 어서 하자."

"뭘 그리 급하냐?"

"으윽! 나는 이미 준비가 되었단 말야!"

바제트는 스스로 자신의 다리를 잡고 쫙 벌렸다. 비록 가슴은 없지만 엘프라는 이름에 걸맞는 미모를 가진 그녀다. 그녀가 스스로 넣어달라고 저렇게 애원을 하는데 그만두면 남자도 아니다.

"그럼 분부대로 하지."

바제트의 계곡을 본 운현은 촉촉히 젖어 삽입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손가락 하나를 밀어 넣어보았다. 별 무리 없이 들어간 손가락이 계곡의 벽에 의해 꼭꼭 조여오자 운현은 바제트를 힐끔 본 후 물었다.

"괜찮겠어?"

"응! 기대하던 바다! 자! 올테면 와봐라!"

"아니 무슨 싸움 상대 부르듯이... 그럼 간다. 아플지도 모르니까 좀 참아."

"하! 날 누구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파과의 고통이 아프다는 것 쯤은 알고 있... 하으으으으윽! 아읏! 아파아앗!!"

"거봐. 아프다니까. 힘 좀 주지 말아봐."

자신의 양물을 가져다 댄 운현은 반쯤 들어간 남성이 고통에 힘을 줘버린 탓에 막혀버리자 바제트의 유두를 꽉 비틀었다. 그 쾌감 때문일까? 바제트의 계곡에 힘이 풀렸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운현은 그대로 양물을 밀어 넣었다.

"흐으읏..."

"하악...하악! 아흐윽...!"

고통에 신음하며 눈물을 글썽거리는 그녀의 모습에 운현은 입맛이 썼다.

"어때? 처녀가 뚫리는 기분이."

"으으... 아프다..."

"말했잖아. 아플거라고."

운현의 부드러운 말에 바제트는 입술을 삐쭉거린 후 힘겹게 양 팔을 벌렸다.

"안아줘... 그리고 키스해줘. 이 고통이 없어지게."

"분부대로 하지요."

운현은 바제트를 꽉 끌어안고 그녀와 정열적인 키스를 나누었다. 허리는 그대로 멈춘 채 키스를 나누며 여기저기를 만져주던 운현은 바제트의 얼굴에 고통에 의한 일그러짐이 줄어들자 씩 웃으며 물었다.

"이제 제대로 해도 괜찮겠지?"

"으으... 고통은 좀 완화되었으니까..."

"그럼 한다."

"응...으읏! 흐읏!"

운현의 허리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플 정도로 남성을 꽉 물어오는 계곡을 누비며 그의 양물이 만들어내는 쾌감에 바제트는 부들부들 떨며 그 고통과 함께 밀려오는 쾌감을 버티려 하였지만 그것은 얼마 가지 못했다.

"히익! 하으윽! 으아아아앗!"

"읏... 고만 좀 조여...!"

사정없이 조여오는 탓에 운현도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쾌감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의 말에도 바제트는 운현을 끌어안은 채 쾌락에 허덕거렸고 얼마 지나지도 않았을때 그녀는 눈을 부릅 뜨고 허공을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하윽! 으으! 이이게... 이게 뭐... 흐아아아앙!"

"으으으윽!"

한순간 아플 정도로 계곡이 조여온다. 운현은 그것이 바제트가 절정에 도달했다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운현 역시도 넘쳐오는 쾌락을 참기 힘들었기에 그대로 남성을 찔러 넣은 채 사정해버렸다.

"으으으읏!"

"싼다!"

"하으으...으으... 자궁에 채워지는게..."

멍한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며 바제트는 작게 중얼거렸다. 그런 그녀의 위로 몸을 쓰러트린 운현은 작게 헐떡인 후 바제트의 귀를 살짝 깨물었다.

"어땠어?"

"후으...으으...좋았다... 너무 좋았어... 이게 섹스라는 건가..."

"그래. 할머니. 이제부터 제대로 해줄테니까 각오하라고..."

"윽... 또, 또 하려는 건가?"

"아직 난 죽지 않았으니까!"

운현은 바제트가 쾌락의 여운을 맛보는 것을 기다리지 않은 채 다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고 바제트는 또다시 밀려오는 쾌락에 비명을 내지르며 그것을 즐겼다.

69====================

New Party

[패시브 스킬 : 현자의 시간이 활성화되었습니다.]

[현자의 시간 효과로 냉철한 이성 상태가 되었습니다.]

[지력이 100 상승합니다.]

'강철 실도 얻은 김에 몇개 더 만들어놔야겠군.'

운현은 가방을 뒤져 재료들을 꺼내 놓은 후 기름 함정을 제작했다. 위험하다고는 하지만 그정도의 위력을 가졌다면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실패?"

[기름함정 - 폭의 제작에 실패했습니다.]

[재료의 일부가 사라집니다.]

처음으로 재료 합성에 실패한 것에 운현은 당황했다. 그의 손에 남은 것은 흰 거미의 실타래뿐. 당혹스러운 얼굴로 자신의 손을 바라보던 운현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스킬 레벨을 올려야하나."

예상하지 못한 상황인만큼 당황할 수 있었지만 운현은 침착하게 스킬 포인트를 재료 합성에 투자했다. 스킬 레벨이 올라도 스킬에 대한 설명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이런 스킬의 경우 레벨이 오르면 성공 확률이 늘어나는 편이니 운현은 다시 기대감을 품고 재료 합성을 시전했다.

"젠장."

[기름함정 - 폭의 제작에 실패했습니다.]

[재료의 일부가 사라집니다.]

또다시 실패했다. 기름통 두개와 늑대 이빨만 날린 셈이 된 운현은 인상을 구기며 고민하다가 다시 한번 시도했다.

"이번엔 됐군."

자신의 손에 남아 있는 기름함정 - 폭 카드를 보며 운현은 입맛을 다셨다. 어쨌든 하나는 건졌다. 그렇다면 나머지도 도전을 해보는 수밖에. 남은 재료들을 모두 꺼내놓고 기름함정 - 폭에 도전한 운현은 남은 재료를 보며 허탈감에 빠졌다.

"와... 무슨 확률이."

2할도 되지 않는 성공율에 운현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하긴, 이정도 위력의 카드를 쉽게 만들 수는 없겠지. 세장의 기름 함정 카드를 만드느라 기름통을 모조리 써버린 운현은 뒤통수를 긁적거린 후 나머지 재료로 강화된 가시 줄 함정을 만들어보았다.

"이건 잘 만들어지는데 말야..."

강화된 가시 줄 함정은 100%의 성공율을 보였다. 손에 들어 온 12장의 카드를 보며 운현은 입술을 우물거렸다.

'스킬 레벨을 올린다고 확률이 늘어나는건가... 무슨 스탯의 영향을 받는건지 모르겠군.'

자신의 스탯창과 스킬창을 보며 고민을 해보았지만 스킬도, 스탯도 이제는 남는 것이 없었다. 결국 확인을 해보려면 레벨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열심히 돌아야 하나."

운현은 자신의 옆에서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바제트를 바라보았다. 힐링과 딜링, 그리고 유틸까지 가능한 만큼 전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녀를 잘 활용한다면 지금까지보다 더 빠른 레벨업이 가능하겠지.

"일단은 고맙다고 해두지."

손을 뻗어 바제트의 귀를 부드럽게 만지작거린 운현은 샤워를 하고 옷을 대충 입은 후 밖으로 나왔다. 홀로 테이블에 앉아 맥주를 홀짝이며 그는 오늘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일단 기습을 당한 것. 전투 자체만 놓고 본다면 최악이다.'

만약 바제트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전투는 난전이 되었을 것이고 근접 공격과 방어가 약한 헤스티아는 크게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전투의 지휘를 하는 입장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한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운현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포메이션을 구축해야겠군.'

지금까지는 자신들의 습격, 혹은 폴링을 통해 전투를 치뤄왔기에 이런 일이 없었다. 그렇기에 이런 기습에 당황했던 것이었다.

이번에는 정말 운이 좋았던 케이스다. 바제트의 도움으로 큰 위기 없이 전투를 끝냈으니 망정이지 만약 그녀가 아니었다면? 운현은 온 몸에 오한이 도는 것을 느꼈다.

'고작해야 버릴 패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마음에 들어버렸군.'

헤스티아의 밝은 미소와 미야의 듬직한 표정을 떠올린 운현은 부르르 몸을 떨어 한기를 몰아낸 후 중얼거렸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다."

반성은 여기까지. 과거의 실수에 집착해봤자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운현은 쿨하게 과거의 잘못을 기억의 저편에 던져버린 후 다음 상황을 생각했다.

'홉고블린.'

홉고블린과의 전투는 기습 이상으로 최악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절대 그냥 공격해서는 안되었었다. 최소한 홉고블린의 전투법이나 다른 파티의 공략을 확인한 후에 홉고블린을 쳤어야 했던 것이다.

자신이 한 행동이 그야말로 레이드 뛰러 오면서 공략 한번 안 읽어 본 트롤들이나 하는 짓이나 다름없었다는 것에 운현은 비참해졌다.

'병신이군.'

던전에서의 전투는 게임이 아니다. 만약 전투 도중에 꼬이거나 말려버린다면 '빠른 전멸요' 라고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죽으면 끝이다.

운현은 자신의 멍청함에 빠득 이를 갈았다.

'앞으로는 절대로 다른 파티의 공략을 확인하고 움직인다.'

홉고블린이 중간에 체력을 채운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처음에 기름통을 그렇게 낭비하지 않았을 것이고 풀 스트립을 통해 무장해제를 했는데도 또다른 무장을 들고올 줄 알았더라면 아예 동굴을 무너트렸을 것이다.

'그걸 떠나서 가진 무기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지.'

기름 함정 - 폭의 위력이 그정도라는 것을 알고 있었더라면 더 나은 공략법이 있었을 것이다.

이번 전투야말로 자신에게 있어서 흑역사로 취급받아도 마땅한 전투라는 것에 운현은 절망했다.

'내가 트롤이었다니...'

헤스티아나 미야나 바제트나. 모두 자신의 생각 이상으로 잘 해주었다. 초반에 맞고 나가 떨어진 것부터 잘못된 지휘로 파티를 위험에 빠트리게 했던 것. 그외의 대부분을 떠올리니 얼굴이 화끈거려진 운현은 차가운 맥주를 단번에 들이마신 후 이를 갈았다.

"개병신같군.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어."

자괴감에 한숨만 나온다. 운현은 얼굴을 손으로 감싸쥐었다. 이것에 대한 반성도 끝.

남은 것은 이제 하나였다.

'레나의 말. '살아 있었군요?''

운현은 오늘 만났던 레나를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그 말은 그녀가 자신의 위험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자신은 목숨을 걸고 그녀를 구해주고, 또 흥분상태에 빠져 있던 그녀를 구해주었다. 그런 자신에게 은혜를 갚긴 커녕 위험을 보고도 그냥 지나쳤다는 것이다.

'개년... 합당한 이유가 아니라면 용서하지 않겠다.'

자신에 대한 분노와 자괴감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운현은 레나를 떠올리며 빠득 이를 갈았다.

[패시브 스킬 : 현자의 시간이 비활성화되었습니다.]

[냉철한 이성 상태가 해제 되었습니다.]

[지력이 99 감소합니다.]

"으으음..."

낮은 신음성이 들려온다. 이불에 감싸져 있던 하얀 어깨가 드러나고 길고 아름다운 다리가 삐져나와 자신을 건드리자 운현은 피식 웃었다.

"나이 먹었다고 어쩌고 하더니만 잠버릇은 애구만."

"으응?"

살며시 눈을 뜬 바제트는 운현을 멍하니 올려다보다가 베시시 웃었다.

"벌써 일어났어...?"

"벌써고 자시고 그냥 네가 잠든 것 뿐이거든? 나랑 하고 나면 왜 이렇게 여자들이 잠들어버리는지 모르겠어."

"후후후... 그만큼 너와 한다는 것이 좋다는 것이지. 기분 좋은 피로감만큼 좋은 것은 없으니 말야."

운현의 말에 바제트는 혀를 날름 거리고 손을 뻗었다. 자신의 팔을 잡고 그녀가 끌어당기자 운현은 순순히 침대에 따라 누웠다.

"이왕 이리 된거 조금 더 잘생각은 없어? 자자. 어제처럼 꼭 끌어안아 줄테니까."

"할머니. 자꾸 이러시면 곤란한데요."

"후후후후후... 그런 것치고 여기는 솔직한데?"

운현의 뒤에서 그의 목덜미를 핥은 바제트는 손을 뻗어 운현의 죽어있는 남성을 살며시 잡고 앞 뒤로 흔들었다. 그녀의 부드러온 손길에 남성에 힘이 들어가자 운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아까 그렇게 해놓고 아프지도 않아? 넣을때 아프다고 꽥꽥거리더니."

"그,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말야. 아무래도 백 팔십년간 독수공방하다보니까 옆에 누군가가 있어주면..."

"예이. 예이. 더 하고 싶긴 하지만 너 또 울까봐 못하겠네. 그냥 같이 누워줄게. 좀 있다가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

"후후후후... 그것만이라도 좋아."

운현이 팔을 쭉 피자 바제트는 빙긋 웃고는 그의 품에 안겼다. 자연스레 팔베게를 하게 된 운현은 팔에서 느껴지는 기분 좋은 묵직함과 맨살과 맨살이 닿는 기분 좋음. 그리고 바제트에게서 풍겨오는 달콤한 향기에 서서히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들었다.

"하아... 머리아파..."

"너무 마셨나봐요... 바제트씨는 괜찮아요?"

너무 자는 것도 좋지 않다. 두어시간쯤 잔 후 헤스티아와 미야를 깨워 데리고 나온 운현은 숙취에 고통스러워하는 그녀들에게 쓴웃음을 지었다.

"도대체 왜 그렇게 많이 마신거야?"

"칵테일이 맛있어서... 한잔만 먹는다는게 그만..."

"으으으... 이거 내일도 이러면 내일은 던전에 못가겠는데..."

미야와 헤스티아가 내일도 있을 숙취를 걱정하자 운현은 메이드에게 숙취에 좋은 음료와 음식을 주문했다. 매일매일 남자를 만나거나 술에 쩔어 사는 모험가들이 많이 머무는 길드회관인만큼 그런 음식은 많이 있을거라는 운현의 생각은 맞아떨어졌는지 메이드는 빙긋 웃은 후 주방으로 향했다.

"아. 난 내일 할 일 있어서 어차피 던전에 못가."

"무슨 일이라도 있는가?"

"응. 데이트."

부드럽게 웃으며 물었던 바제트의 얼굴이 딱딱히 굳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운현은 신경쓰지 않고 홍차를 들어 한모금 마셨다.

"데, 데, 데이트!?"

"데이트라뇨!? 아야야야..."

두통에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미야와 헤스티아도 깜짝 놀랐는지 비명에 가까운 외침을 내뱉고는 머리가 울려 다시 고통스러워했다.

"데이트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바제트가 떨떠름히 묻자 운현은 여전히 대수롭지 않은 얼굴이었다. 다 마신 홍차를 한잔 더 주문한 그는 따뜻한 홍차가 자신의 앞에 놓이자 후후 불며 한모금 마셨다.

"필레씨와 만나기로 했어. 아. 그리고. 이왕 이렇게 된거 확실히 말할게. 헤스티아는 알겠지만 난 사람을 쉽게 믿지 않고, 또 쉽게 좋아하지도 않아. 그러니 그 감정을 앞세워 나에게 강요하지말아줬으면 해."

쓰레기같다면 쓰레기 같겠지만 운현은 확실하게 선을 그어 놓았다. 몸을 섞는 것. 그것은 좋다. 하지만 마음을 강요하지는 마라. 그의 말에 바제트는 억울하다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퉁명스레 말했다.

"그런 주제에 독점하려고 하다니. 너무 이기적인 것 아닌가?"

"응. 나 이기적인 놈이야. 근데 뭐?"

처음부터 확실히 말해놓아야한다. 운현은 무심한 시선으로 바제트를 응시했다.

"어쩔 수 없어. 물론 파티를 계속하는 이상 너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겠지. 그리고 그 시간이 길어지면 내가 가지고 있는 선이 점점 풀어질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건 아직은 알 수 없는 미래의 이야기일 뿐이야."

"허어... 굉장하구만."

"별 말씀을."

운현의 말에 바제트는 기가 차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런 그녀에게 어깨를 으쓱인 운현은 탁자를 톡톡 두들기며 말했다.

"그래서? 파티를 나갈 생각인가?"

"으음..."

운현이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는지 바제트는 눈을 감고 골똘히 생각했다. 운현이 홍차 한잔을 다 먹을 동안 아무런 말도 못하고 신음하던 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어쩔 수 없구만."

"그럼 안녕인가."

"그럴리가."

"응?"

"엘프의 집념을 얕보지 마. 네가 선을 긋고 그 선을 넘어오지 못하게 한다고? 그게 어쨌다는 건데? 그래봤자 너 역시 사람이고 함께 정 붙이고 살아가다보면 네가 나에게 빠져들겠지. 나는 엘프. 엘프는 장수의 종족이며 미의 종족이야. 그 아름다움은 죽음의 바로 앞까지 영원하기 마련이지."

"그래서?"

"이 아름다움이 사그라들 일은 없으니 너는 언젠가 이몸의 매력에 푹 빠질 것이라는 것이지. 백팔십년을 넘게 찾아 온 인연을 그런 같잖은 이유로 버릴 것 같아?"

"너무 자신만만한데?"

"훗..."

이런 곳에서도 마이페이스를 유지하는 바제트의 모습에 운현은 감탄했다. 그런 그들을 지켜보던 미야는 메이드가 가져다 준 찬물을 단번에 들이마신 후 말했다.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야. 엘프만큼은 아니지만 수인족 역시 인간에 비해 두배에서 세배는 더 살 수 있는 종족이야. 그러니 운현이 내 매력에 헤어나오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고."

"그, 그러냐."

"으으으... 저는 그냥 인간인데. 그렇지만 운현씨와 같은 인간이니까 운현씨와 같은 시간을 살아가며 더욱 더 운현씨가 정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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