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a l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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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품에서 편안한 얼굴로 잠들어 있는 헤스티아의 입술에 입맞춰주고 운현은 습관처럼 길드 회관 1층에 방문했다.
아침의 길드사무소는 여전히 사람들로 바글거렸다. 퀘스트를 위해서 게시판을 보는 사람들. 파티를 모집하기 위해 파티 모집 게시판을 보는 사람들. 혹은 자신처럼 아침식사를 하는 사람들. 대다수가 여성인 그들의 사이에서 시선을 받으며 빵을 씹어먹던 운현은 길드사무소가 열리자 잽싸게 들어갔다.
"혹시 탱커 있나요!?"
"아, 아뇨. 아직..."
미안한 얼굴로 고개를 숙인 필레를 향해 입맛을 다신 운현은 다시 자리로 돌아와 식사를 재개했다. 남자인데다가 도적 클래스를 가지고 있는 운현이 탱커를 찾는다는 소문은 이제 모험가 길드에서 유명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의 레벨이 낮고, 또 당일치기로만 던전에 가는 것 때문에 그에게 접근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오늘도 탱커를 찾는거야?"
"음? 아. 응."
"그러지 말고 우리랑 같이 가는 건 어때? 화염마법사가 있다면서? 걔도 껴줄테니까."
"찾다찾다 안나오면 생각해볼게. 근데 넌 저번에 일주일짜리 던전탐험이라더니 왜 벌써 나왔냐?"
"아하하. 그게 우연찮게 오크 부락을 발견해서 예상보다 전투를 더 많이했거든. 파티원들이 모두 흥분이 심해져서 말이지. 보물상자도 하나 발견해서 들고 다니느니 차라리 복귀했다가 다시 정비해서 가는게 낫겠다 싶더라고."
처음 운현에게 파티를 제안했었던 붉은 머리 검사는 싱글거리며 자신의 자리에 있던 빵과 우유를 가져와 운현의 앞에 앉은 후 물었다.
"그런데 왜 당일치기 파티만 고집하는거야?"
"잠은 침대에서 자야되거든."
"도, 독특한 이유네. 운현이라고 했지?"
운현의 말에 당황하면서도 얼굴의 웃음기를 유지한 그녀는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입에 빵을 넣고 우물거리던 그는 입 안의 빵을 씹어 삼킨 후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라? 내가 내 소개를 했었나?"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길드에서 꽤나 유명하신 분인지라. 이름은 알게 됐지. 난 하피라고 해. 레벨 31의 검사야."
"나름 고렙이구만."
"고렙은 무슨. 아직 1계층에 머무는 초짠데."
어깨를 으쓱이며 쓴웃음을 지은 하피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 동료들이 내려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는데 할 일 없으면 말 상대 좀 해줄래?"
"우물... 그건 상관없는데 주변 시선이 무섭지 않아?"
운현은 주변을 둘러보며 무덤덤히 물었다. 운현이 자리를 잡고 혼자 식사를 하는 틈을 노려 말을 걸까 말까 고민하던 이들은 갑자기 끼어 든 하피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에 움찔한 하피는 볼을 긁적거리며 난처한 듯 웃었다.
"아, 아하하하... 그,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남자 모험가, 그것도 도적과 친분을 다지는 일은 중요하다고. 이번 같은 경우도 그렇고 말야. 흥분상태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우리가 올라 온 이유는 보물상자때문이니까. 만약 그때 네가 있었으면 보물상자를 열어줬을텐데... 그리고 네가 위험할때 우리가 널 도와줄 수도 있는 것이고. 안그래?"
"하긴. 미래의 일은 모르는거지."
에릴이야 처음부터 자신의 성질을 건드렸으니 그대로 갚아준 것이지만 호의를 가지고 다가 온 상대에게 모질게 굴 정도로 운현은 멍청이가 아니었다. 어쨌든 그의 방침은 자신이 갑인 입장이지만 갑질은 하지 않는다였으니 말이다.
'언제 칼맞을지도 모르는 노릇이고. 나중에 에릴과 화해를 하기는 해야겠군.'
에릴과 안좋게 헤어졌으니 그녀와의 관계도 어느정도는 돌려놔야 할것이다. 운현이 입맛을 다시며 우유를 들이마시자 하피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궁금한 듯 물었다.
"그런데 왜 모험가가 된거야?"
"왜라니. 먹고 살려고?"
"남자가 먹고 살길은 모험가 말고도 많지 않아? 우리들 입장에서야 남자 모험가가 추가되면 어쨌든 생존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니까 좋긴 한데..."
"던전에서 만나면 흥분도를 낮춰달라는 건가?"
"그렇지. 물론 공짜로 해달라는 이야기는 아냐. 대가는 지불하는거야."
"흐음. 뭐 나쁘지 않네."
즐길건 즐기고 받을건 받는다. 상호합의하에 하는 것이라면 나쁠 것이 없기에 운현은 별다른 불만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 정말? 다행이다. 남자 모험가들 중에는 콧대만 높은 인간들이 많아서 상대할때마다 짜증나 미치는 줄 알았는데. 고맙다. 우리 친구할래?"
"그, 그래."
과하게 기뻐하며 자신의 손을 꽉 잡는 하피의 모습에 운현은 떨떠름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운현의 주변에 있던 모험가들은 눈을 빛내며 운현에게 다가갔다.
"나도!"
"우리도!"
"친구하자! 친하게 지내자!"
"어. 음. 그, 그래."
꽃같은 미녀들이 자신에게 달라붙어 친구가 되어달라고 하는 모습에 운현은 살짝 기가 죽었다. 좋냐, 좋지 않냐라고 물어본다면 당연히 좋았다. 하지만 이런 수라니. 순식간에 북적거려진 주변에 운현은 한숨을 내쉬며 외쳤다.
"줄을 서시오!"
그의 말에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어린 아이부터 성인 여성까지. 인간, 엘프, 수인종 가리지 않고 여인들 모두가 줄을 서서 운현과 악수하기를 바라는 상황이 되자 운현은 그들과 가볍게 인사를 하며 안면을 트기 시작했다.
"난 레베카라고 해."
"난 이리나야."
"난 오흐스."
수십명의 자기 소개를 들었더니 정신이 없다. 운현은 그녀들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려 애쓰기보다는 한숨을 푹 내쉬는 것을 택했다.
"너무 많잖아! 천천히 하자고!"
"하하하! 인기쟁이는 곤란하겠군."
"이게 너때문이거든? 두고보자."
일의 발단은 하피다. 운현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자 그녀는 당황하며 식은땀을 흘리고 시선을 회피했다.
"이야~ 오늘은 우유가 아주 좋은데?"
자신의 앞에 놓여진 우유잔을 마시며 생글거린 하피는 그의 시선에 점점 어쩔 줄 몰라하다가 당혹스러워하며 다급히 말했다.
"나, 나도 이렇게 될 줄 알았나!"
모여 든 여인들과 악수를 하고 소개를 하며 말을 나눈 운현은 한숨을 푹 내쉰 후 입을 열었다.
"됐고. 하던 얘기나 마저하자. 레벨이 높은걸 보니 모험가가 된지 꽤 됐나보네? 그럼 몇가지 좀 묻자. 파티 내에서 탱커 역할을 할 수 있는 직업은 어떤 직업이야?"
"음. 일반적으로는 기사, 혹은 성기사, 그 외에도 전사가 있고 격투가나 드루이드들도 탱커 역할을 한다고는 하더라고.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말야. 3계층 이상을 오가는 파티 같은 경우는 탱커 하나로는 부족해서 특수 능력을 지닌 부탱이 필요하다고 하던데? 나도 아직 만나본적이 없어서."
"아무튼 1계층의 탱커는 기사, 성기사, 전사라는거네? 그리고 격투가나 드루이드도 가능은 하고."
"그렇지."
"혹시 회피탱은 없어?"
"그게 뭐야?"
운현의 질문에 하피는 처음 듣는다는 묘한 얼굴로 되물었다.
"어. 그러니까... 적의 공격을 회피하면서 공격하는..."
"에이~ 그런게 어딨어! 싸우다보면 한두대씩 맞는건 당연한건데. 모든 공격에 회피를 할 수는 없는거라고. 나도 나름 딜러라서 아는건데. 탱커가 탱을 하더라도 어그로가 튀어서 딜러가 맞을 수도 있어."
"그런가..."
탱커가 있다고해서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는 노릇인가? 운현은 점점 딜러짓을 하고 싶지 않아졌다.
'역시 안전빵으로 유틸계로 빠지는게...'
"그렇지만 이건 1계층 이야기라서. 3계층 이상이 된다면 모르지. 특수 직업같은 경우. 아, 아까 말했던 격투가나 드루이드 같은 경우. 그 사람들은 네가 말하는 회피탱이 될지도 모르지. 격투가는 빠르고 기묘한 몸놀림이 특징이고 드루이드들은 신기한 기술들을 많이 가지고 있으니까."
"그런가... 도적이 회피탱을 하는 경우는 없지?"
"불가능할걸? 로그 마스터도 전투시에는 보조만 한다는 말이 있으니까."
"그런가."
'빨리 탱을 찾아야겠군.'
"혹시 아는 기사나 전사가 있다면 소개시켜줄래?"
"미안. 내가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지금 파티에 속해 있고 파티에 속해있지 않더라도 2계층을 노리는 사람들이라서 너랑 레벨이..."
"쩝. 그럼 어쩔 수 없군."
난처한 듯 얼버무리려 하는 그녀를 보며 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있다면 벌써 필레가 알려줬겠지. 결국 새로 들어오는 사람을 노려야 하는 건가.
운현이 마음을 다잡았을 때 2층에서 내려 온 여인들이 하피를 불렀다.
"앗. 왔다. 나 그럼 간다. 나중에 보자."
"그래. 몸 조심해라."
하피가 가버리고 혼자 남게 된 운현은 따분한 얼굴로 파티 모집 게시판쪽을 바라보았다. 얼추 파티들은 모집을 다 했는지 파티 모집 게시판 앞은 한산하기 그지 없었다.
'벌써 한시간이나 지났나...'
시간을 확인해보니 오전 8시다. 운현은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방으로 올라갔다. 아직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는 헤스티아를 향해 피식 웃어 준 그는 샤워를 하고 장비를 챙겨 입은 후 헤스티아를 깨웠다.
"일어나. 언제까지 잘 생각이야?"
"으음... 아하아암... 어제 운현씨가 너무 강하게 해서 그렇잖아요."
살며시 눈을 뜬 헤스티아는 귀엽게 하품을 하고 그의 가슴팍을 작은 주먹으로 톡 쳤다. 힘도 약한데다가 가죽 갑옷때문에 데미지도 안들어온다. 그녀는 작게 눈을 비비고 운현을 바라보며 베시시 웃고 살며시 눈을 감았다.
"왜?"
"키, 키스 해주면 안되요?"
"안될건 없지만."
헤스티아처럼 예쁜 아이가 키스를 해달라는데 못해줄건 또 뭔가. 운현은 살짝 입맞춰 준 후 그녀에게 물었다.
"굿모닝 키스에 대한 로망이라도 있나보지?"
"헤헤헤~ 네!"
창문에 비치는 햇살처럼 환하게 웃은 헤스티아는 운현의 차림을 보고 빙긋 웃었다.
"벌써 준비 마치셨네요? 저도 금방 씻고 나올게요! 밑에서 기다리고 계실래요?"
"응. 천천히 나와. 오늘은 좀 늦게 들어가볼 생각이니까."
헤스티아가 씻으러 욕실로 들어가자 운현은 어깨를 으쓱인 후 길드회관으로 내려갔다. 올라 왔을 때보다 더더욱 한산해진 회관의 테이블에 앉은 운현은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탱커를 구하긴 구해야 할텐데..."
"그게 무슨 소리야!?"
날카로운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그곳으로 시선을 돌린 운현은 그것이 필레의 앞에 서 있는 여인에게서 터져나온 것임을 알게 되었다.
"어..."
약간 뜬 듯한 은회색 거친 긴 머리칼 위로 오똑 솟아 있는 삼각형의 고양이 귀. 머리칼 사이의 목등에서 보이는 까무잡잡한 진한 갈색의 피부. 발티르에서는 처음 보는, 하지만 한국에서는 수도 없이 봐왔던 흰색 셔츠와 검은색 정장마이. 탄력적인 둔부와 긴 다리가 돋보이는 스트라이프 정장바지 둔부에 뚫려 있는 구멍으로 나온 것으로 보이는 은회색 긴 꼬리를 가진 여인이 필레에게 소리치는 것을 들은 운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곳으로 다가갔다.
"무슨 일이에요?"
"아, 운현씨. 그게..."
"나는 분명히 모험가 등록을 했다고!"
앙칼진 목소리에 운현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와..."
은회색 머리칼과 비슷한 긴 은회색 눈썹. 커다란 눈망울은 화가 잔뜩 올라 있는지 거칠게 뜨여져 있었다. 오똑한 콧날과 도톰한 붉은색 입술. 매끈한 목. 약간 작은 듯 보이지만 그래도 존재감을 드러내 셔츠 위로 부풀어 오른 가슴까지. 헤스티아와 비교해 밀리지 않는 미녀는 운현의 감탄에 그를 위아래로 흝어 본 후 싸늘히 말했다.
"당신. 모험가인가? 당신도 모험가 등록을 할 때 수수료와 등록료, 그리고 장비를 보관했겠지!?"
"엥?"
뜬금없는 소리에 운현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필레는 난처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
"그게... 이분 사기를 당하신 것 같은데요."
"엥?"
"사기고 자시고! 내 장비를 돌려줘!"
"자, 잠깐만요. 흥분하지 마세요."
금방이라도 난동을 부릴 것 같은 그녀의 모습에 필레는 당황하며 그녀를 말리려 했다. 그들을 가만히 지켜보던 운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양이 귀 여인에게 말했다.
"저는 운현이라고 합니다. 도적 클래스의 모험가죠. 뭔가 지금 오해를 하고 계신 것 같은데 잠깐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남자 모험가?"
그제서야 이성을 찾은 것인지 그녀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그것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 필레는 운현에게 엄지손가락을 척 내밀고 소리없이 입술을 벙끗거렸다.
[고.마.워.요.]
"그래요. 저도 모험가입니다. 이렇게 계실게 아니라... 아. 혹시 식사는 하셨나요? 간단하게라면 제가 사드릴 수 있습니다만."
"처음 본 사람에게 신세를 지는 것은 실례다."
"꼬르르륵!"
운현의 부드러운 말투에 눌렸는지 그녀는 움찔하며 뒤로 주춤 물러났지만 곧 무뚝뚝히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배에서는 밥달라는 신호가 울려퍼졌고 그것에 여인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이, 이건."
"마침 저도 식전이니 같이 하시죠. 이것도 인연이니까요."
사실 아까 빵과 우유로 때우기는 했지만 이런 식으로 필레에게 빚을 지워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운현이 힐끔 필레를 보자 그녀는 붕붕 고개를 끄덕인 후 손가락을 동글게 말았다.
[제.가.살.게.요]
"어때요?"
"그, 그렇게까지 말해준다면 신세를 지도록 하지. 고맙다."
고양이 귀 여인을 데리고 테이블로 이동한 운현은 그녀에게 메뉴판을 내밀었다. 그것을 보고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부끄러워하다가 조심스레 말했다.
"당신과 같은 것을 먹지."
"응? 어. 괜찮아. 먹고 싶은 걸 시켜도 돼."
돌려받은 메뉴판을 다시 돌려 준 운현이 느긋하게 말하자 그녀는 더더욱 부끄러워진 듯 시선을 살짝 돌렸다. 한참이나 머뭇거리며 메뉴판만 만지작거리던 그녀는 결국 천천히 도톰한 입술을 열었다.
"...모른다."
"엥?"
"그, 글을 모른다. 어쩔 수 없잖나! 공용어는 어려운걸!"
빽 소리를 지른 그녀의 모습에 운현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래서 그때 필레가 물어봤던 건가.'
길드에 들어와서 신분증을 만들 때 필레가 자신에게 물었던 것을 떠올린 운현은 그때 필레가 왜 그렇게 물어봤는지 이해가 되었다.
'글을 읽고 쓸 수 있다는 것도 상당한 메리트인가보군. 그런데 공용어라. 다른 언어도 있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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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른 글은?"
"묘족의 언어라면 읽고 쓰기가 가능하다."
글을 읽고 쓸 줄 모른다는 말에 부끄러워하던 그녀는 운현의 말을 듣고 곧 표정이 바뀌어 자신만만히 말했다. 금새 분위기가 반전되자 운현은 부드럽게 웃으며 메뉴를 가져왔다.
"그런가요. 그럼 제가 대신 주문해드릴게요. 어떤 음식을 좋아하시나요?"
"얻어먹는 주제에 가릴 이유가 없지. 당신... 그러고보니 도와주는 은인의 이름도 모르는군. 이름이 무엇인가? 나는 미야. 미야 카트바린이라고 한다."
"운현입니다."
운현은 가볍게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미야는 빙긋 웃고는 손을 마주잡았다.
"고기로는 스테이크와 닭고기 통구이, 치킨 스프가 괜찮다고 하는군요. 빵과 과일도 있습니다. 음료는 어떤 것이 좋나요?"
"그럼 닭고기 통구이로. 음료는 아무거나 괜찮아."
"여기 닭고기 통구이 하나 주세요. 그리고 소다수 한잔이랑 오렌지 주스 주세요."
주문을 받은 메이드가 주방으로 향하자 운현은 탁자를 톡톡 치며 입을 열었다.
"어. 그런데 사기라뇨? 좀 자세하게 듣고 싶군요."
소다수가 먼저 나오자 운현은 오렌지 주스를 한모금 마시고 물었다. 그의 질문에 속이 바짝바짝 타 있던 미야는 소다수를 크게 들이마신 후 빠르게 말하기 시작했다.
"어제 던전도시에 들어와서 모험가 길드를 찾던 도중 들어간 식당에서 긴 금발에 저 여자와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이 모험가 길드로 안내해주겠다고 하더군. 던전도시는 공용어가 대부분이라 길을 찾는 것도 고역이라 고맙다고 했었지. 그런데 그년이 말하길 '모험가가 되면 현재 가지고 있는 장비는 사용할 수 없고 모험가 길드에서 지급하는 장비만 사용해야 한다.' 라고 하잖아. 자기가 길드소속의 사무원이니까 장비를 가져다 준다고 했어. 나야 식사를 하는 동안 그녀가 가져다 주면 고마운 일이니 감사하다고 했지. 그러고 나니 모험가에 등록을 하려면 등록비가 필요하다고 5골드를 달라는거야. 내가 가진 돈은 3골드 뿐이라서 난감해했는데 그녀가 모자란 비용은 자신이 대주겠다고 하더군. 그래서..."
"그래서 다 줬다는건가요?"
"응."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인 그녀를 말없이 바라보며 운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럴수가..."
"왜?"
'이렇게 단순한 봉이 있었다니... 그 자리에 내가 있었으면 저 정장까지 털어먹었을텐데.'
자신을 멀뚱멀뚱 바라보는 미야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으며 운현은 안타까움에 혀를 찼다. 아쉽다. 무지하게 아쉽다. 이런 단순한 호구를 발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그년에게 축복이라도 내려졌나보군.'
운현은 한숨을 내쉰 후 미야에게 조용히 말했다.
"미야. 이런 말 해서 미안하지만 당신 사기당한 것 같은데요."
"뭐!? 그게 무슨 소리야!?"
"필레. 다 들었죠?"
"예. 미야씨라고 했죠? 저는 모험가 길드 소속의 길드 사무원 필레라고 합니다. 혹시 그 여자가 이런 뱃지를 달고 있었나요?"
필레는 자신의 가슴에 있는 검과 방패, 투구가 새겨진 뱃지를 보여주며 물었다. 그것을 유심히 바라보던 미야가 고개를 젓자 필레는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모험가 길드는 길드원의 복장이 없어요. 이 뱃지가 길드원의 증표죠. 이게 없다면 모험가 길드의 길드원이 아니랍니다."
"하지만 복장은 똑같았는데!?"
미야가 놀라며 묻자 필레는 자신의 옷을 본 후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시장에서 50실버면 살수 있는 싼 옷이에요. 저 뿐만 아니라 모험가 중에도 이런 옷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아요."
"이럴수가... 그, 그럼 모험가 등록비는?"
"모험가 등록비는 없어요. 던전에 들어가기 위해 지급되는 모험자카드는 길드에서 무상으로 드리는 것이랍니다."
"......."
그제서야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알게된 미야가 절망에 가득 찬 얼굴로 테이블 위에 엎드리자 운현은 탁자를 두드리던 손을 멈췄다.
"3골드에 장비라... 장비는 어떤 거였죠?"
"강철 건틀렛과 강철 흉갑, 그리고 마법 귀걸이... 흑. 족장님께 간신히 얻어낸 거였는데..."
"어떤 마법이 걸린 건데요?"
"디펜스 업..."
그녀의 침울한 말을 들은 운현은 필레를 보고 물었다.
"필레. 디펜스 업 마법이 걸린 귀걸이도 코어 보상에 있지 않았어요?"
"예. 오크의 코어 열개, 고블린의 코어 열개. 코볼트의 코어 열개를 가져오시면 디펜스 업 마법이 걸린 귀걸이를 드린답니다."
"귀한건가요?"
"아무래도 마법이 걸린 아이템이다보니 귀하죠. 그렇지만 입수 난이도가 그리 높은 것은 아닌지라... 다만 착용제한이 있어서 선호하는 사람은 별로 없죠."
"착용제한요?"
"네. 직업 제한이 걸리거든요. 무투가와 전사만 착용이 가능해요. 그나마도 마법을 사용할때 마력을 소비하는지라 전사는 잘 사용하지 않아요."
"흐으음..."
결국 거의 무투가 전용의 아이템이라는 것이었다. 그것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혹시 이 여자가 무투가가 아닐까? 운현은 미야의 축 내려앉은 귀를 톡톡 치며 말했다.
"어쨌든 모험가가 되기로 한 거니까 등록부터 하는 게 어때요? 필레. 그리고 그 사기꾼에 대한 수배를 할 수 있나요?"
"할수는 있지만 피해가 그다지 크다고 볼 수 없어서 공식 퀘스트로 올리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미야씨가 직접 보상을 내놓지 않는다면..."
"우으으..."
말랑말랑한 귀가 더더욱 축 늘어진다. 운현은 손으로 턱을 매만지며 생각하다 차분히 물었다.
"단순 사기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예?"
"그 사기꾼은 모험가 길드를 팔았어요. 즉, 단순한 사기가 아닌 사칭 사기라는 거죠. 만약 일반 사기라면 모험가 길드와 상관이 없겠지만 모험가 길드의 길드원을 사칭했다는 것은 모험가 길드의 평판을 하락시킴과 동시에 그 신용도를 깍아먹는 일이죠. 미야 혼자만의 피해라고 생각할 수는 없지 않나요? 만약 이걸 그냥 넘어간다면 주변의 다른 사기꾼도 이렇게 생각을 하겠죠. '아. 모험가 길드를 사칭하며 사기를 치면 좀 더 쉽게 성공을 할 수 있겠구나.' 이런 식이라면 신규 유입되는 모험가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한 사기꾼이 넘쳐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겠죠. '모험가 길드는 그저 자기들 욕심만 챙기고 주변의 인망이나 신용도는 회복할 생각을 하지 않는구나.' 라고."
"...에 그게."
"저는 뭐 이렇게 생각해요. 그 사기꾼을 잡아서 일벌백계하여 모험가 길드를 사칭하면 어떻게 되는지 본때를 보여주는 것이야 말로 모험가 길드의 신용과 명예를 높이는 일이라고 말이에요."
운현의 말에 필레는 입을 다물고 생각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운현씨 말이 맞네요. 모험가 길드의 신용과 명예를 생각한다면... 확실히 잡아서 제대로 가르쳐줘야겠군요."
늘상 포근한 웃음만 짓던 필레의 얼굴에 싸늘한 미소가 걸리자 운현은 자신도 모르게 움찔했다.
"감히 모험가 길드를 사칭한 죄가 어떻게 되는지... 말이죠."
'이거 건들면 안되는 걸 건드린 모양인데...'
운현은 필레의 살벌한 모습에 긴장하며 떨떠름히 고개를 끄덕였다.
"미야씨. 잠깐만 와주시겠어요? 범인의 인상착의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싶으니 말이에요."
필레의 분위기에 눌린 것은 미야 역시 마찬가지였나보다. 그녀는 작게 몸을 떨며 고개를 끄덕이고 필레와 함께 사무소로 들어갔다.
"운현씨?"
"아, 왔어?"
"혼자 계신거에요?"
필레와 미야가 사무소로 들어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 헤스티아가 내려왔다. 평상시에는 그냥 풀어헤치고 다니던 머리까지 곱게 빗어 포니테일로 묶은 그녀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가 운현의 앞에 앉았다.
"식사하시게요?"
"음. 아. 응."
"헤헤~ 어떤거 시키셨어요?"
"닭고기 통구이랑 소다수. 너도 뭐 먹을래?"
"에? 그렇게 많은걸요? 혼자 드시려고 시키신거에요?"
"아니 그건 아니고."
"후아아아... 무, 무서웠다. 아무튼 고맙군. 운현... 응?"
깊은 한숨을 내쉬며 길드사무소에서 걸어 나온 미야는 운현이 있는 테이블로 와 아까의 자리에 앉으려다 그 자리에 헤스티아가 앉아 있는 걸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건 누구?"
"...당신이야말로 누구죠?"
미야와 헤스티아의 미묘한 공기가 느껴진다. 그녀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것에 운현은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이야~ 오늘은 오렌지가 아주 좋은데?"
잠시 미야를 올려다보던 헤스티아의 얼굴이 한순간 딱딱히 굳었다. 급격히 어두워졌던 헤스티아는 곧 활짝 웃으며 미야에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운현님의 동료인 헤스티아라고 한답니다."
"아. 응. 나는 미야 카트바린이라고 한다. 여기 있는 운현에게 은혜를 입었지."
"은혜요? 무슨?"
헤스티아는 궁금해하며 운현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운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미야는 볼을 긁적거리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게... 내가 사기를 당해서..."
"주문하신 닭고기 통구이 나왔습니다."
"오오!"
모락모락 김이 나는 닭고기 통구이가 접시에 올려져 나오자 그녀는 기뻐하며 눈을 반짝거렸다. 긴 하얀색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리는게 무척이나 기쁜 모양이다.
"꿀꺽... 그러니까 내가 사기를 당해서..."
말을 하면서도 시선은 닭고기 통구이에 꽂혀 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헤스티아는 쓴웃음을 지었다.
"시장하신 것 같은데 먼저 드세요."
"너는?"
"저도 먹어야죠. 여기요. 샌드위치랑 주스 주시겠어요?"
"냠냠... 맛있어! 이거 정말 맛있네. 역시 도시는 달라."
손에 기름을 잔뜩 뭍혀가며 닭고기의 다리를 잡고 뜯어먹는 미야의 모습을 보며 운현은 메이드에게 홍차를 주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메이드가 홍차와 샌드위치, 주스를 가져오자 운현은 홍차를 홀짝이며 그녀들이 먹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어, 그러고보니 너는 안먹어?"
"전 괜찮으니 다 드시죠."
먹는 속도를 보니 한마리도 모잘라 보인다. 어차피 아까 전에 빵과 우유를 먹은 덕분에 그다지 배고프지 않았던 운현은 통닭 한마리를 미야에게 모조리 넘기고 그녀가 먹는 것을 지켜보았다.
"으적... 냠냠."
닭다리를 북 뜯어 빠르게 먹고 손에 남아 있는 살점과 기름을 빨갛고 긴 혀로 핥는다. 긴 손가락을 쪽쪽 빨아 기름을 전부 없앤 그녀가 나이프로 몸통을 잘라 뜯어먹자 운현은 부드럽게 웃으며 물었다.
"맛은 괜찮나요?"
"냠냠. 응! 맛있어!"
도톰한 입술에 번들거리는 기름을 잔뜩 뭍힌 그녀가 활짝 웃으며 말하자 운현은 고개를 끄덕인 후 다 마신 홍차를 리필했다.
운현이 두번째 홍차를 다 마실 때쯤 닭고기 통구이를 다 먹은 미야는 운현을 향해 생글생글 웃었다.
"정말 고마워. 역시 족장님 말대로였던 것 같아."
"족장님이라면?"
"묘족의 족장님. 바운티아 라그라슈."
"....?"
운현이 모르는 눈치자 헤스티아는 깜짝 놀라며 그녀를 보았다.
"바운티아 라그라슈라면 최고의 점쟁이잖아요!?"
"응. 그렇게 알려져 있지. 족장님이 말하길 던전 도시에 가면 귀인을 만난다고 했거든. 처음엔 그 사기꾼이 귀인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이것도 운명인가봐."
물수건으로 입을 닦은 후 손도 깨끗이 닦아낸 미야는 헤스티아의 말에 답해 준 후 소다수를 한번에 들이마셨다.
"던전 도시에서 귀인을 만난다라... 뭐 좋아요. 그래서. 필레씨와는 이야기를 다 하신건가요?"
"자꾸 나한테 존대하는데. 운현이라고 했지? 말 편하게 해줘. 내가 더 불편해. 당신은 나에게 은혜를 베풀어 준 사람이야. 나를 존대할 필요 없어. 나도 편하게 말할테니까 말야."
생긋 웃으며 그녀는 운현의 말투를 지적했다. 그녀의 말에 운현은 어깨를 으쓱였다. 안그래도 존대하는게 짜증났던 그다.
"그럼 편하게 하지. 필레와 무슨 이야기를 했어?"
"그 사기꾼의 외모와 신체 특징, 어디에서 만났는지 같은 거를 얘기했어. 그리고 모험가로 등록했고. 나도 오늘부터 모험가야."
'기다렸던 말이다...'
미야의 말을 들은 운현은 씩 웃은 후 차분히 물었다.
"직업과 레벨은?"
"직업은 격투가. 레벨은 11."
"그거 잘 됐군. 모험가가 됐다면 던전에 들어갈 생각이지? 그렇다면 우리와 함께 가는건 어때?"
"운현씨..."
운현의 말을 들은 헤스티아는 움찔하며 그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어딘지 떨떠름해하는 그녀의 시선은 일단 무시다. 운현은 옆통수가 따끔한 것을 느끼면서 미야를 바라보았다.
"흐음... 당신들과?"
운현과 헤스티아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미야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안하지만 지금은 힘들 것 같은데..."
"어째서?"
"알다시피 난 장비를 모두 잃었어. 이 정복만 입고 던전에 들어갈 수는 없잖아. 당분간은 모험가 길드의 일을 도우며 돈을 벌려고."
"초보자용 장비를 지급받지 않았나?"
"그건 10레벨 이하인 사람이 등록했을때만 주는 거라고 하더군. 아쉽게 됐지 뭐야..."
그녀의 말에 운현은 잠시 생각한 후 벌떡 일어나 길드 사무소로 가 한장의 종이와 펜을 들고 나왔다.
"그런거라면 문제가 없지. 나와 헤스티아는 지금 탱커가 없어서 상당히 골치를 썩히고 있었거든. 좋은 장비는 무리지만 지금 레벨대에 쓰일만한 장비라면 어느정도는 맞춰 줄 수 있어. 어때?"
"정말? 그런 거라면 나야 감사할 따름이지!"
"그럼 각서를 쓰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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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take a look
"...응?"
운현이 빠르게 종이에 무언가를 적어 내밀자 그것을 받은 미야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종이와 운현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묘족의 글도 할 줄알아?"
"음."
'되는건가...'
그냥 묘족의 언어로 쓰자. 라는 생각을 한 채 글을 썼을 뿐인데 그것이 묘족의 언어가 되었다. 공용어를 쓸 때와 마찬가지로 한글이 자동 번역이 된 것에 속으로는 무척 놀랐지만 운현은 철저하게 웃음으로 그것을 가렸다.
"각서... 이게 뭔데?"
"별 것 아니야. 장비를 맞춰줄테니까 특별한 사유가 아닌 이상 파티를 깨지 말라는 거지."
"운현씨... 그렇게까지 해야되요?"
운현이 각서까지 만들어오자 헤스티아는 질린 얼굴로 말했다.
"무슨 소리하는거야. 원래 이런건 문서로 공식화 해야 한다고."
"좀 사람을 믿으라구요...."
"너라면 믿어주지."
"우웃... 정말..."
운현이 웃으며 말하자 헤스티아는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하지만 그의 말이 싫지만은 않았는지 그녀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흐음. 뭐 상관없지. 필레에게 듣자하니 당신들. 탱커 없이도 잘 싸웠다면서? 그런 실력이라면 발목 잡을 일은 없을 것 같고."
운현이 내민 펜을 받은 미야는 빠르게 서명을 하고 각서를 그에게 돌려주었다.
그것을 받은 운현은 내용을 천천히 읽은 후 빙긋 웃었다.
"좋아. 앞으로 잘 부탁해."
"나야말로."
"어... 그, 저도 잘 부탁해요. 미야씨."
"응! 잘 부탁해!"
'드디어 탱커를 얻었다! 으하하하!'
이제야 정상적인 파티의 구색을 맞춘 셈이다. 물론 힐러가 없기는 아직까지 힐러가 필요할 정도로 위험한 일은 없었기에 운현은 만족스러워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이럴 때가 아니지. 움직일까?"
"벌써 가려는건가?"
"응. 시간은 금이라고."
새롭게 파티에 영입된 미야, 그리고 쭈뼛거리며 운현 쪽에 다가간 헤스티아를 데리고 운현은 던전 입구로 향했다.
던전 도시의 대장간이나 무기점을 가도 괜찮겠지만 여기에도 꽤 쓸만한 물품들이 많았으니 여기서라면 미야의 장비를 싸게 맞출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 덕분이었다.
"이제 남은 건 미야의 장비뿐인가."
힐러가 없는 파티니 회복의 대책은 필수다. 힐링포션 열개와 붕대 스무개를 구매한 운현은 남은 돈 7골드를 보고 말했다.
"예산은 7골드라는 건가. 알았어. 그 안에서 만족할만한 장비를 찾아볼게."
운현이 남은 예산을 말해주자 미야는 고개를 끄덕이고 촐랑거리며 앞서 걸었다.
검은색 정장바지의 사이로 나온 흰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리는게 무척이나 즐거운 모양이다.
"운현씨. 운현씨."
"응? 왜?"
"그... 돈을 다 써도 괜찮겠어요?"
"일종의 투자니까. 왜. 너도 장비가 필요해?"
"그, 그런건 아니지만. 그래도... 운현씨 장비도 그리 좋은 장비는 아닌데."
운현이 입고 있는 장비는 초보자들에게 지급되는
"오. 이거 괜찮네."
좌판을 오가며 구경을 하던 미야는 좌판 위에 올려져 있는 강철 건틀렛을 주워들으며 감탄했다. 무기에 대한 조예가 없는 운현이나 헤스티아야 그게 좋은건지 아닌지 몰랐지만 미야는 그것이 마음에 들었는지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보는 눈이 있는 애송이군. 그건 3계층에 있는 리자드맨의 가죽과 리자드맨의 강철을 이용해 만든 건틀릿이야. 파워 업 마법까지 걸려 있지."
좌판의 주인으로 보이는 안대낀 흑발 여성은 긴 다리를 꼬며 자신만만한 어조로 말했다. 그녀의 말에 미야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이건 얼마야?"
"오십골드."
"...좋아보이지만 살 수 없겠네."
쫑긋 솟아 있던 꼬리가 축 늘어진다. 감당하기 힘든 가격에 그녀가 우울해하자 좌판 주인은 운현을 힐끔 보며 말했다.
"당신은 이 여자의 동료인가?"
"그렇습니다만..."
자신을 가리키며 그녀가 말하자 운현은 떨떠름히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그녀의 시선이 무섭다. 자신을 위 아래로 흝어 본 좌판 주인은 살며시 자신의 다리를 벌린 후 치마를 살짝 들처 올리며 말했다.
"날 만족시켜 준다면 반값에 해줄수도 있는데..."
"어. 음. 그냥 갈게요."
반값이래봐야 25골드다. 예산을 훨씬 초과한 가격에 운현이 떨떠름히 말하자 그녀는 꺄르륵 웃으며 한쪽을 가리켰다.
"좋은 장비를 구입하고 싶지만 돈이 없다면 저기로 가보는게 어때?"
"저기? 뭔데요?"
그녀의 손끝을 따라 그곳을 본 운현은 검은색 천막으로 되어 있는 가게를 보고 물었다.
"묘족 상인이 장사를 하는 곳이야. 괜찮은 물건들이 있고 싸기는 하지만 좀 위험한 물건들이 있어서 돈있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하지는 않아. 하지만 돈이 없다면 저런 것이라도 쓰는게 어때?"
"흠..."
운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생각했다. 위험한 물건이라면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인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확 내키지는 않았다.
"가보자!"
하지만 운현의 생각과 다르게 미야는 가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운현의 팔을 잡아 끌며 그녀가 말하자 그는 어깨를 으쓱인 후 살짝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저는 운현이라고 합니다."
"후후. 나는 란펠지. 4계층을 탐험하고 있는 마법사야. 잘 부탁해."
"4계층... 굉장하네요."
"뭘. 이 근처에 있는 장사꾼들은 기본 3, 4계층을 탐험하는 모험가들이야."
"그렇군요... 함부로 행동했다간 골로 갈 수도 있다는 거네요."
"아하하하~! 그렇지. 잘 보이라구. 그럼 좋은 물건이 있을때 빼줄 수도 있으니까 말야."
"조언 명심하겠습니다."
"어머? 남자치고 꽤나 겸손하네... 후후. 그런 남자는 싫지 않아. 운현이라고 했지? 기억해두겠어."
운현이 공손히 고개를 숙여 감사인사를 보이자 란펠지는 의외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뜬 후 생긋 웃었다.
'역시 이 방식이 좋군.'
란펠지의 호감을 산 후 운현은 그녀가 추천해 준 가게로 향했다. 검은 천막의 입구를 걷고 안에 들어선 그들은 좌판이 아닌 땅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여러가지의 물품을 파는 묘인을 볼 수 있었다.
"아하아암~ 어서와~ 내 가게는 처음이지?"
"안녕하세요. 운현이라고 합니다."
"오? 남자 모험가?"
나른한 얼굴로 운현들을 보지도 않은 채 복슬복슬한 꼬리만 흔들던 그녀는 운현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짙은 금색 단발 머리칼에 미야와는 다른 동글동글한 귀를 가진 그녀는 기지개를 쭉 펴 풍만한 가슴을 마음껏 드러낸 후 폴짝 뛰어 옆으로 누웠다.
거의 비키니나 다름없을 정도의 짧은 탱크탑과 핫팬츠만 입고 있는 그녀는 옆의 이불을 당겨 자신의 위에 걸친 후 그것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남자 모험가는 또 오래간만이네. 나는 이 가게 테이크 어 룩의 주인 아스티나야. 어서와. 마음껏 둘러봐.
생글생글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는 운현을 가리켰다.
"그리고 거기 남자 모험가는 이리 들어오도록 해."
"들어가긴 뭘 들어가요!"
색기를 풀풀 풍기며 그녀가 말하자 헤스티아는 운현을 가리며 빽 소리쳤다. 그것이 재밌었는지 깔깔 웃은 그녀는 이불로 몸을 가리며 말했다.
"뭐가 필요해서 온거야?"
"여기 있는 이 격투가가 쓸만한 건틀렛과 보호구가 필요해서요. 가진 예산은 7골드입니다."
"뭐? 7골드? 흐음... 그럼 이건 어때?"
운현의 말을 들은 그녀는 잠시 생각한 후 근처에서 검은색 가죽 장갑 하나를 가져왔다.
그녀가 내민 가죽장갑을 차분히 바라보던 운현은 그것을 그대로 미야에게 넘겼다.
'봐도 모르겠다.'
"음... 이건."
하지만 운현과 다르게 미야는 장갑을 만지작거리더니 무척이나 떨떠름한 어조로 물었다.
"상당히 고급스러운 장갑 같은데..."
"응. 맞아. 좋은거야."
"그런데 저주가 걸려 있는 것 같은데. 아니야?"
미야의 말에 아스티나는 깔깔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응. 맞아. 저주 걸려 있어."
"그, 그런걸 왜 추천해요!"
저주걸린 장갑을 냅다 추천해버리는 그녀의 모습에 놀라며 헤스티아가 화를 내자 그녀는 피식 웃었다
"아냐. 아냐. 그리 나쁜것만은 아니라니까. 오크 가죽을 단련해서 만든 그 장갑은 어지간한 2계층에서 얻을 수 있는 소재와 비슷한 수준의 등급을 가지고 있으니까 말야."
"저주는 어떤 저주죠?"
"음. 뭐 큰건 아니고. 오크들의 가죽을 써서 그런지 흥분이 쉽게 된다는거? 그렇지만 너희들에게는 문제가 없을거야. 수인족은 다른 종족들에 비해서 발정기가 아닌 이상에야 쉽게 흥분하지 않고, 또 흥분하더라도 거기 파티는 남자 모험가도 있잖아? 그러니까 걱정없다는 거지."
"얼마죠?"
"5골드만 내."
"괜찮겠어?"
"저주가 그것 뿐이라면... 괜찮을 것 같은데."
운현의 질문에 미야는 떨떠름히 답해주었다. 사용자가 괜찮다면 그런 것이겠지. 운현은 5골드를 꺼내어 지불한 후 물었다.
"다른 방어구는 없나요?"
"으음... 남은건 2골든가. 그럼 이런 것 밖에 없네."
아스티나는 골똘히 생각하다 마땅한 물건이 없었는지 먼지덥혀 있는 가죽 흉갑과 견갑, 암가드 두개를 내밀었다.
"특별히 좋은 건 아니야. 각각 1골드씩. 암가드는 서비스로 주지."
"이건 어떤거야?"
먼지를 닦아낸 미야는 이리저리 갑옷을 살펴본 후 미묘한 얼굴이 되었다.
"그냥 그러네. 평범한 가죽 갑옷과 암가드야."
"어쩔 수 없지. 돈 좀 더 벌고 장비를 맞추도록 하자."
"응.."
약간 시무룩한 얼굴로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은 이골드로 흉갑과 견갑을 산 운현은 미야에게 그것을 건네준 후 말했다.
"그럼 옷 갈아입고 만나자."
"응."
말을 마친 그녀는 훌러덩 옷을 벗으려 했다. 그것에 놀란 헤스티아는 미야를 잡으며 다급히 말했다.
"뭐, 뭐하는거에요!?"
"응? 갑옷 입으려고."
"왜 여기서 갈아입으려는건데요!?"
당황한 그녀가 말하자 미야는 더 모르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문제있어?"
"당연하죠! 운현씨고 있고 저기 아스티나씨도 있고 저도 있는데!"
"에헤~ 괜찮아~"
"괜찮다잖아."
헤스티아의 말에 미야는 샐쭉 웃으며 다시 옷을 벗으려 했다. 그것에 운현이 헤스티아를 말리려 하자 그녀는 운현을 싸늘히 노려보고 미야를 데려갔다.
"아하하! 이거 재밌네."
운현과 헤스티아, 미야의 행동을 보며 한차례 꺄르륵 웃은 아스티나는 떨떠름한 얼굴의 그에게 물었다.
"그런데 말야. 잠깐 괜찮을까?"
"왜요?"
"시간 있으면 교미나 하자고."
"......"
너무 대놓고 유혹을 하는 탓에 운현은 순간 할말을 잃었다. 그런 그를 가만히 바라보던 아스티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운현에게 다가갔다. 운현과 비슷한 키에 작은 머리, 달콤한 향기를 내뿜는 그녀는 헤스티아의 두배는 되어보이는 크고 묵직한 가슴을 운현의 가슴에 꾹 누르며 요염히 입술을 핥았다.
"교미 몰라? 교미? 섹스? 아이~ 그렇게 안봤는데 되게 순진하네? 자자. 이 누나가 오늘 성교육한번 해줄까? 응? 응?"
"...그거 되게 매력적인 제안이기는 한데 수인족은 발정기 외에는 발정 안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운현은 떨떠름한 어조로 물었다. 시간? 뭐 시간이야 벌면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여관의 숙소까지는 걸어서 왕복 이십분. 옷을 갈아입는데 십분 정도라고 친다면 삼십분은 벌 수 있다. 그정도라면 간단하게 한번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떠나서 운현은 궁금한 것을 해소하기 위해 그녀를 살짝 밀며 물었고 그의 질문에 아스티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내가? 언제?"
"아까 장갑 팔때요."
"안한다는 말은 안했는데? 쉽게 흥분하지 않는다고 했지."
그녀의 얼굴에 피어오른 미소에 운현은 불안감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아스티나의 눈빛은 마치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누비는 하이에나의 눈빛과 닮아 있었다.
"아무튼. 안할거야?"
"글쎄요..."
"아이 참~ 애태우지 말고. 여기는 안그런 것 같은데."
"그냥요?"
"응?"
"어. 지금 원하는건 당신이잖아요. 당신이 충분히 매력적인 여인인건 알겠지만 맨입으로 하긴 좀 그런데요?"
"어휴. 누가 남자 아니랄까봐. 알았어. 원하는게 뭐야?"
"괜찮은 아이템이나 하나 주세요."
운현의 말에 아스티나는 기다렸다는 듯 씩 웃으며 뒤쪽으로 가 작은 목걸이 하나를 가져왔다. 검은색 가죽으로 만들어진 목걸이를 가볍게 들어 보인 그녀는 목걸이를 톡톡 치며 말했다.
"이거 파워 업이랑 헤이스트 마법이 걸린 목걸이야. 마나 소모도 적어서 꽤 쓸만할껄? 3계층 다니는 애들이 쓰는 거라고. 시동어만으로도 발동하는거니까 한번 하는 거 치곤 꽤 비싸게 주는거야. 그러니까 화끈하게 해줘"
"흐음..."
파워 업 마법과 헤이스트 마법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름만 들어보면 확실히 버프계열의 마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운현은 그것을 받아 만지작거리다가 아스티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스티나라고 했죠."
"응? 응."
"저는 말입니다. 신뢰, 소망, 사랑 중에 제일은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신뢰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 신뢰라는 것은 아주 사소한 것만으로도 깨져버리는 무척 연약한겁니다."
"으, 으응."
운현은 목걸이를 연 후 그것을 목에 가까이 가져가며 말했다.
"제가 이걸 착용하고 시험해봐도 괜찮겠죠? 당신을 믿고? 참고로 말씀드리지만 저는 모험가 길드에서 꽤나 주목받고 있는 사람입니다. 남자 모험가에 클래스는 도적이죠.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길드에서는 길드를 사칭해 사기를 친 놈때문에 사기를 치는 쓰레기들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어요. 만약...."
"이야~ 내 정신 좀 봐. 나 같은 사람이 이런 실수를 했네. 잠깐만 기다려."
운현의 말이 끝나자 아스티나는 황급히 그의 손에 들여 있는 목걸이를 빼앗아 뒤로 던진 후 다른 물건을 꺼내었다.
"도적이라면 이거지."
"이게 뭔데요?"
"마스터 시프 베릴의 락핏 세트. 이게 있으면 잠긴문을 따거나 보물상자를 열때 성공률이 확 올라간다고."
"...그런가요?"
"지, 진짜야! 뭐하면 지금 해보든가!"
어제 봤던 락핏과는 조금 다르게 생겼다. 은은한 청빛을 내뿜는 락핏을 가만히 바라보던 운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것을 챙겼다.
"고맙습니다."
"그나저나 남자 모험가에 도적이라니. 지금이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3계층 이상 들어가면 엄청 인기 있겠는데? 그때 되서 날 잊지 말라고. 잘 해줄테니까."
운현이 락핏 세트를 받자 아스티나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잡은 운현은 빙긋 웃은 후 그녀를 끌어당겼다.
"에?"
"받을 건 받았으니 해야 할 건 해야겠죠. 기브 앤 테이크."
"하... 하하. 물론이지! 남자 치고는 괜찮은 녀석인데?"
자신이 사기를 치려고 했던 것 때문에 상당히 찔려 있던 아스티나는 운현의 말에 생글생글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30====================
take a look
상당히 너저분한 주변을 보며 운현은 누워 있는 아스티나를 바라보았다. 재밌다는 듯, 그리고 잠시 후의 일을 기대하며 눈을 반짝이는 그녀의 얼굴을 말없이 바라보던 운현은 아스티나의 풍만한 가슴에 손을 가져갔다.
"후후... 여기부터야?"
하얀 천 한장으로 감싸진 큼지막한 가슴이 자신의 손길에 따라 이리저리 모습을 바꾸고, 또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려 하자 운현은 그 에로한 모습에 남성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운현이 자신의 남성을 주무르며 흥분한 것을 눈치 챈 아스티나는 빨간 혀로 입술을 핥았다.
"가슴만 만지지 말고... 여기는 어때?"
누워 있는 자리에서 긴 다리를 쭉 벌린다. 상당히 유연한지 어깨까지 가볍게 다리를 올린 그녀는 핫팬츠의 사이를 살짝 벌렸다.
이미 투명한 애액으로 번들거리는 그녀의 음부는 뜨거운 김이 날 정도로 달아오른 상태였다.
"하. 이 색골 고양이가."
"색골 고양이!? 매, 매도하는건가. 이것도 나쁘지 않군."
그녀의 음부를 힐끔 본 운현은 입술을 비틀어 올리며 비웃음을 던졌다. 그것에 놀란 아스티나였지만 오히려 싫지 않았는지 매혹적인 웃음을 지었다.
"가슴으로 봉사해라."
"강하게 나오는걸 좋아하는건가? 후후후... 그런것도 싫지 않아."
"애초에 다 좋아하는 것 같은데."
운현이 바지를 벗자 튀어나온 큼지막한 양물을 보며 아스티나는 다시 한번 마른 입술을 핥았다.
"아음..."
헤스티아와는 다른 입이다. 단번에 양물을 입 안 가득 넣은 그녀는 살짝 눈에 눈물을 머금고 양물을 목 깊숙히 넣었다.
"으읏..."
목구멍 끝에 닿은 양물의 머리 부분이 조여온다. 잘도 깊숙히 남성을 받아들인 아스티나는 운현을 올려다보며 매끄러운 손가락으로 운현의 불알을 살짝 쓰다듬고 주물렀다.
"컥... 이, 뭐야."
헤스티아와는 다른 스킬이다. 헤스티아는 그래도 애정이 느껴지는 펠라치오였지만 아스티나는 달랐다. 그저 정액을 짜내고자 하는 음란하기 그지 없는 애무였다.
눅진눅진하며 뜨거운 입 안에 감싸진 남성을 까끌까글한 혀로 자극해나가며 쭉 목을 뒤로 빼고 다시 입 안에 밀어 넣은 그녀는 운현이 쾌감을 느끼자 씩 웃으며 천천히 입에서 양물을 뽑았다.
"쭈릅... 춥. 후후후. 어때? 굉장하지?"
"굉장해..."
운현이 떨떠름한 어조로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긴 혀로 불알부터 양물의 끝까지 한번에 쭉 핥아 올라간 후 그의 귀두에 쪽 입맞췄다.
"후후... 묘족의 스킬을 보여주지."
"....."
묘족의 스킬이라면 미야도 가능하다는 건가? 운현은 미야의 얼굴을 떠올리며 히죽 웃었다. 그런 그를 얄밉다는 듯 쏘아본 아스티나는 자신의 가슴을 가리고 있는 천을 풀어냈다.
"푸룽!"
천이 풀리며 커다란 가슴이 출렁인다. 그 에로틱한 광경에 운현이 침을 꿀꺽 삼키자 아스티나는 운현의 양물을 손으로 잡고 긴 혀를 내밀어 타액을 쭈륵쭈륵 흘렸다.
"날 상대하면서 다른 여자를 생각하는거야?"
"귀, 귀신같네. 어떻게 안거야?"
"후후후... 고양이는 질투심이 강하다고."
"아니 그래도 오늘 처음만난 사이에 질투심이고 자시고..."
"뭘 잘 모르는구만."
"추릅...추릅..."
타액으로 미끌미끌해진 양물을 손으로 자극해가며 아스티나는 씩 웃었다. 그 도발적인 미소에 운현이 입을 다물자 아스티나는 다시 한번 침을 잔뜩 바른 후 자신의 가슴을 잡았다.
"설마!?"
"응? 왜?"
"아, 아니..."
이세계에 와서 남자라고 이쁨 받았지만 아직 파이즈리는 해본 적이 없었던 운현은 감동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것에 고개를 갸웃거린 아스티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왜. 가슴으로 하는건 싫어? 입으로 계속해줄까?"
"꼭 부탁드립니다."
저 커다란 유방에 양물이 파뭍히면 굉장히 좋을거야. 라고 생각하며 운현은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
"...뭐야? 그 저자세는? 방금 전까지 세게 나가더니."
그의 말에 아스티나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정신을 차린 운현은 잽싸게 근엄한 얼굴이 되어 당당히 말했다.
"네년의 그 커다란 젓가슴으로 이몸의 양물을 애무해라."
"쿡쿡쿡... 상당히 건방지게 나오는데 말야. 이 아스티나님의 매력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해주지."
재밌다는 듯 키득거리며 그녀는 자신의 커다란 가슴을 벌리고 그 사이에 운현의 남성을 넣었다. 부드럽고 탄력적인 가슴이 양물을 빈틈없이 잡았다. 아스티나의 타액으로 미끌거리는 남성은 귀두 부분만 살짝 나왔고 그것을 보며 귀엽다는 듯 아스티나는 혀를 날름거려 핥은 후 말했다.
"후후. 가슴에 화상을 입을 것 같은데... 너무 뜨거운거 아냐?"
"됐고 빨리 하시지? 그게 끝은 아닐거 아냐."
"당연한 말씀을. 자... 그럼 계속한다."
"오, 오오옷!?"
가슴을 양 손으로 밀어 더더욱 남성을 압박한 아스티나는 가슴을 위 아래로 움직이며 애무를 계속해나갔다. 긴 혀가 날름거리며 귀두를 자극하고, 혀에서 끊임없이 떨어지는 투명한 타액으로 더더욱 미끈거리게 한다.
"어때? 응? 어때? 좋지? 후후후후... 금방이라도 쌀 것 같군. 귀엽기 그지 없네."
"윽..."
발정한 듯한 아스티나의 에로한 목소리와 함께 양물에서 오는 자극은 운현을 계속 자극해나갔다. 그 쾌감에 운현은 허리가 끊어질 듯한 쾌감을 느꼈다.
"앗... 큿..."
운현이 쾌감을 참아내며 주먹을 꽉 쥐자 아스티나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녀의 얼굴에도 홍조가 드러난 것이 이 상황이 꽤나 흥분된 모양이다.
"이래도 안싸? 응? 후후... 읍!?"
"으썅!"
운현을 한차례 보내버리려는 듯 아스티나는 양 손을 번갈아 움직였다. 두개의 풍만하고 탄력적인 가슴이 위 아래로 번갈아 움직이며 새로운 자극을 만들어내자 운현은 더는 못참겠다는 얼굴로 그녀의 양 머리를 잡고 입 쪽으로 남성을 밀었다.
그것에 놀라면서도 아스티나는 입을 벌려 그의 양물을 삼켰다. 목구멍 깊숙히 남성을 밀어 넣은 운현은 그녀의 머리를 잡고 거칠게 앞뒤로 흔들었다.
"읍! 읍! 으읍!"
목구멍을 쿡쿡 찌를 정도로 거친 그의 손길에도 아스티나는 거절한번 하지 않고, 오히려 기분 좋다는 듯 운현을 올려다보며 손으로는 그의 허리를 꽉 잡았다.
"싼다! 다 받아먹엇!?"
운현은 아스티나의 머리를 꽉 잡아 당기며 그녀의 입 안에 남성을 밀어 넣고 마음대로 사정해버렸다. 목을 타고 뜨거운 정액이 넘어가자 그것을 삼키던 아스티나는 결국 다 삼키지 못하고 남성을 토해낸 후 콜록거렸다.
"으으읍!! 쿨럭! 쭈욱...쫍.... 후후후. 이렇게 진한 정액은 처음인데... 아주 좋아. 정말이지 달아오르잖아. 그나저나 이렇게까지 하다니. 생각보다 야한데?"
"하아... 누가 할 소리를. 그걸 다 먹은 걸 보면 너야말로 진짜 색골 고양이구만."
불만은 커녕 오히려 좋았다는 듯 말하는 그녀를 보며 운현은 질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 말이 쾌감을 자극했는지 아스티나는 부르르 몸을 떤 후 자신의 바지를 벗었다.
완전히 나신이 된 그녀는 자신의 풍만한 둔부를 씰룩인 후 긴 다리를 벌렸다. M자로 다리를 벌린 채 음부를 훤히 드러낸 그녀는 양 손으로 도톰한 계곡의 살을 열었다.
"우와아아... 이게 뭐야."
흐물거리는 계곡에서는 눈에 보일 정도로 애액이 주륵주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빨간 음부의 살과 그 밑의 회백색 항문. 그리고 꼬리가 연결된 부분까지 그대로 드러낸 그녀는 번들거리는 계곡의 위에 있는 클리토리스를 손가락으로 살짝 자극하며 입술을 핥았다.
"어때? 넣고 싶지 않아? 가슴따위보다 더 좋을거라고. 자자. 네가 변태라는 것만 인정한다면 얼마든지 넣게 해줄게. 응?"
"흠..."
"...뭐야?"
"아니. 난 한번싸서 만족했..."
"뭐!? 그, 그런게 어딨어!"
운현의 말에 당황한 아스티나는 움찔 몸을 떨었다. 그녀의 창백한 얼굴에 운현은 손을 들어 계곡을 살며시 만져보았다.
"으읏!"
"아니 뭐... 부디 해주십쇼. 라고 애걸복걸한다면 모를까. 그냥은 좀."
아까의 애무에서 상당히 밀린 것이 자존심이 상한 운현은 능글맞게 웃으며 계곡을 톡톡 건드렸다. 이렇게 말을 하면서도 운현의 남성은 그 음란한 광경에 힘을 잃지 않고 꺼떡거리고 있었다.
"저, 정말... 다, 당신도 대단... 하네? 내가 누군줄 알... 으읏... 그, 그렇게 만지면..."
"누구긴 누구야. 발정난 색골 고양이지."
싱글거리며 운현은 음부의 도톰한 살을 잡고 쓱 벌린 후 계곡의 입구에 손가락을 한마디 넣었다. 그것만으로도 자극을 받은 아스티나의 음부는 침입자를 제거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달아오른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 안그래? 이 색골 고양아."
"흐...흐흐흐... 이 아스티나에게 이렇게 나오는 남자는...읏. 처, 처음인데... 후후. 역시 나, 남창과는...으으윽! 그, 그윽...!"
엄지손가락이 계곡 위의 딱딱히 솟은 음핵을 꾹 눌렀다. 그것만으로도 심한 쾌락을 느꼈는지 아스티나는 허리를 튕기며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주륵주륵 흘러내리는 애액이 바닥을 흥건히 적신다. 그녀가 숨을 몰아쉬며 헐떡이는 것을 본 운현은 다른 손을 들어 아스티나의 입 안에 밀어 넣었다.
"하음...쭈륵...쭙."
"그냥 속 편하게 인정하지 그래? 난 색골 고양이고... 남자에 미쳐있다고 말야."
"우, 웃기지. 마. 난 아스티나... 하으으응!"
"아니. 넌 그냥 색골 고양이일 뿐이야."
"하앙! 하읏!? 으흐으으응!"
음부와 음핵을 동시에 자극하던 손가락이 꿈틀거리며 자극을 계속해서 이어나간다. 그것에 아스티나는 바닥의 이불을 꽉 잡고 머리를 흔들며 저항했다. 그녀의 몸이 움직일때마다 커다란 가슴이 출렁거린다. 새하얀 몸은 땀으로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이미 천막 안은 아스티나의 체취와 음액의 냄새로 가득 찬지 오래다. 그 냄새에 운현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밀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때문인지 그는 초인적인 자제심으로 그것을 억눌렀다.
"하앙! 인정할게! 인정할테니까 어서 넣어줘!"
결국 항복을 해버린 아스티나는 으르렁 거리듯 외쳤다. 운현은 그런 그녀를 보며 만족한 듯 씩 웃고 남성을 들어 흠뻑 젖은 계곡에 대고 슬쩍슬쩍 비볐다.
"뭐야아아!? 인정했잖아아아아!!"
넣을 줄 알았던 양물이 계곡만을 자극하자 아스티나는 거의 울 기세로 외쳤다. 그것에 키득거리며 운현은 어깨를 으쓱이고 능글맞게 말했다.
"아아. 그렇지. 그런데 그냥 넣으면 다칠까봐 말이지. 좀 더 자극을 해줘야 할 것 같은데."
"으... 으으... 괴, 괴롭히지 말라고..."
"크크크. 생각보다 귀엽군. 자자. 그럼 네가 직접 말해봐."
"큿..."
운현의 말에 아스티나는 입술을 꽉 깨물고 원망스럽다는 눈으로 운현을 노려보았다. 그 시선에도 운현은 그저 웃을 뿐 이었고 아스티나는 주저주저하다가 입술을 달짝거렸다.
"나... 나 아스티나는... 큿...으읏... 바. 발정난... 크윽... 색골...흐으윽! 그렇게 자극하며어언!?"
운현의 남성이 음핵을 꾹 눌렀다. 상당히 굴욕적인 얼굴을 한 채 말을 하던 그녀는 눈물을 머금고 운현을 노려보며 외쳤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음핵을 자극하며 그녀를 방해한 운현은 어깨를 으쓱일 뿐 이었다.
"왜? 내가 뭘 어쨌다고?"
"아아아!? 진짜!? 너.... 으윽... 사, 상당한 S구나."
"아니라고는 못하겠는데. 흠. 어쨌든 말하는걸 실패했으니 내걸 넣어주는 건 그렇고... 옳지. 이게 좋겠군."
히죽 웃은 운현은 옆에 있는 단검을 들었다.
마치 야쿠자 영화에나 나올법한 검받이가 없는, 검집과 검자루가 타원형인 단검을 만지작거리던 운현은 단검을 뽑아낸 후 검집만 잡은 후 히죽 웃었다.
그것을 본 아스티나는 침을 꼴깍 삼키고 기대감과 두려움이 동시에 섞인 복잡한 얼굴로 물었다.
"그, 그걸로 뭘 어쩌려고?"
"뭐 그냥..."
"히익!?"
운현은 검집을 그녀의 계곡에 가져다 대고 쓱 문질렀다. 그것에 놀라면서 다리를 오무리려 한 아스티나였지만 이미 그녀의 다리 사이에는 운현이 있었다.
"시, 싫어!"
"나 운현. 싫다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남자지."
"싫어! 싫어엉!"
"그렇게 말하는 주제에 여기는 더 젖었구만."
몸을 비틀며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그 움직임은 미약하기 그지 없었다. 오히려 아스티나의 계곡은 더더욱 음액을 쭉쭉 뿜으며 기대되는지 꿈틀거릴 뿐 이었다.
"그, 그러어언..."
"쯔륵..."
"흐읏!? 사, 상품으로...!"
"후후. 그냥 발정난 색골 고양이가 아니라 상품으로 자위를 하는 발정난 색골 고양이가 되었군."
검집을 반쯤 밀어 넣은 운현은 싱글벙글 웃으며 아스티나를 매도했다.
그의 말에 아스티나의 몸은 수치심과 흥분으로 붉게 물들었다.
"찔꺽... 찔꺽..."
"하윽! 하으응! 그, 그만! 히익! 용서해줘! 저, 정말...흐아앙! 이... 이걸로....!"
"자자. 너도 나처럼 한번 가버리라고."
검집을 잡은 손이 미끄러워질 정도로 아스티나는 심하게 애액을 뿜어내고 있었다. 흠뻑 젖은 검집을 손에 잡은 채 앞 뒤로 흔들던 운현은 그것을 깊숙히 밀어 넣은 후 음핵을 잡고 살짝 비틀었다.
"히이이이익! 상품으로 가버려어어엇!"
다시 한번 허리가 붕 뜨며 아스티나의 몸이 심하게 꿈틀거렸다. 커다란 가슴이 출렁이고 아스티나의 눈이 멍해졌다. 벌려진 입에서는 긴 혀와 함께 타액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이런. 상품을 다 더럽혔네."
물총이라도 쏘는 것처럼 성대하게 싸버린 아스티나의 몸이 축 늘어지자 운현은 천천히 검집을 뽑아내었다. 투명한 애액으로 번들거리는 검집을 들어 그녀의 입술에 가져다 준 운현은 씩 웃으며 말했다.
"네가 더럽힌 상품이니까 책임지고 깨끗하게 해야되지 않겠어?"
멍한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던 아스티나는 힘없이 입을 벌려 검집을 핥았다. 그 에로에로한 모습에 운현은 씩 웃고 그녀의 다리를 벌렸다.
"자. 이제 진짜가 간다."
"쭈룹... 핥짝... 으응!? 크읏!"
미끄럽기 그지 없는 계곡의 입구가 천천히 벌려지며 운현의 남성이 안으로 파고들었다. 수천개의 돌기는 자신에게 닿은 남성을 꽉 얽매이며 자극하기 시작했다.
"뭔..."
"흐읏...뜨거워... 후, 후으..."
헤스티아와는 다른 명기다. 이제는 익숙해져 상냥하게 자신의 남성을 물어오는 음부와는 달리 사정없이 남성을 자극하는 계곡에 운현은 인상을 찡그렸다. 당장이라도 싸버릴 것 같았다.
'그건 곤란하지...'
이미 한참 괴롭히며 S의 모습을 보인 주제에 찍 싸버리면 그게 무슨 개쪽인가. 운현은 이를 악물고 깊숙히 남성을 밀어 넣은 후 아스티나의 풍만한 가슴을 꽉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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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a look
"흐히익!?"
하복부의 쾌감에만 집중하던 그녀는 자신의 양 가슴이 거칠게 주물려지자 당황하면서도 혀를 빼물고 쾌락의 비명을 내질렀다.
"이거야앙!? 으흐흐흣! 지, 진짜 남자께... 아윽!"
"흣! 으읏!"
가슴을 주무르며 그녀의 쾌감을 증폭시키면서도 운현은 허리의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테크닉이고 나발이고 그런 것을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그저 허리를 앞 뒤로 움직이는데만 집중하던 운현은 사정감이 차오르면 멈추고, 가라앉으면 다시 움직이며 그녀를 공략해나갔다.
"하그...하그으응... 으읏!"
어느새 운현의 몸을 꽉 끌어안은 채 숨만 헐떡이던 아스티나는 긴 다리를 들어 운현의 허리를 꽉 잡았다. 더 이상 움직이지 말고 어서 정액이나 싸라는 듯 운현이 허리를 빼지 못하게 만든 그녀는 운현의 얼굴을 핥으며 속삭였다.
"어서... 어서 싸줘어어엉!"
"그렇게 안보채도...!"
"히야아아아앙!"
양 손에 쥐고 있던 가슴의 도톰한 유실을 꽉 잡아 비튼 운현은 아스티나의 다리가 풀리자 다시 허리를 움직였다.
이제는 다리를 움직일 힘도 없는지 그저 멍하니 운현을 받아들이기만 하던 아스티나의 눈에 힘이 풀리고 몸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으읏...!"
완전히 힘이 빠져버린 몸에 비해 그의 남성을 물고 있는 음부는 더더욱 힘이 강해진 모양이다. 조임이 더더욱 강해지고 열기가 높아지자 운현은 남성이 녹아버릴 듯한 쾌감에 이를 악물고 빠르게 허리를 쳐올렸다.
"히익! 히익! 히익!"
새된 비명만을 내지르며 그를 받아들이던 아스티나는 힘겹게 팔을 들어 운현을 꽉 끌어안았다.
"가, 간다앙! 간다아아아아!"
더 이상의 쾌감을 참을 수는 없었는지 아스티나는 부르르 몸을 떨며 운현의 몸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자연스레 아스티나와 얼굴을 맞닿게 된 운현은 그녀의 붉은 입술에 입맞췄다.
"으음...쭈륵...쭙..."
운현과 키스하게 된 아스티나는 입을 벌리고 격정적으로 혀를 움직였다. 서로의 타액을 갈구하는 진한 키스가 이어지며 운현은 남성을 강하게 쑤셔 넣은 후 차오른 사정감을 방출했다.
"쭈릅... 흐앙!"
긴 다리가 쭉 펴지며 앙증맞은 발가락이 꽉 오므라들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몸이 더더욱 강하게 진동한다. 한참 아스티나의 혀를 빨던 운현은 천천히 힘을 풀고 그녀의 몸 위에 누웠다.
"하아...하아..."
완전히 절정에 도달한 아스티나는 천막을 바라보며 멍하니 숨을 헐떡거렸다.
"후...후후... 이정도로... 가버린건... 처음이야아..."
힘겹게 한마디 한마디 꺼낸 아스티나는 운현이 옆으로 쓰러지자 자신의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빙긋 웃었다.
"너 정말 잘하는데? 어때... 내 애인이 될 생각없어?"
"......."
"운현?"
"그다지."
"에엑!?"
무감정한 목소리다. 그것에 놀란 아스티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운현의 남성을 매만졌다.
"왜, 왜에? 내가 잘해 줄..."
"됐고. 잠깐 얘기 좀 하자."
무뚝뚝한 그 목소리에 아스티나는 자신도 모르게 기가 죽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살며시 운현의 남성에서 손을 떨어트렸다.
"무슨... 얘기를?"
분위기가 다르다. 아까 전처럼 자신을 괴롭히려는 S의 분위기가 아닌, 마치 지고한 대승려같은 그의 분위기에 압도된 아스티나는 운현이 자신을 무심히 바라보자 그 시선에 주눅이 들었다.
"일단 첫번째. 아까 나에게 사기를 치려 했지. 그것이 밝혀지면 어떻게 되지?"
"사, 사기라니. 그냥 장난..."
"장난?"
그의 시선에 아스티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의 말대로 사기는 사기이기 때문이었다.
"사실대로 말해. 아니면 이걸 모험가 길드에 물어보면 되나?"
"윽. 그, 그러지 말라고. 잘해줄테니까. 응?"
"섹스의 이야기가 아니야. 나는 상인과 손님간의 관계를 이야기하는거야."
동그랗고 귀여운 귀가 살짝 늘어진 그녀를 향해 운현의 싸늘히 말했다. 그것에 아스티나는 어쩔 줄 몰라하다가 운현에게 다가가 그를 끌어안고 볼에 입맞췄다.
"아잉~ 그러지 말고."
"이거 놔."
아까 처럼 장난을 치며 넘어가려 했던 그녀는 운현의 목소리에 결국 뒤로 물러나버리고 말았다. 레벨만 친다면 자신이 운현보다 훨씬 강하지만 왠지 모르게 지금의 운현은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끙... 알았어. 원하는게 뭐야?"
"쓸만한 아이템이 갖고 싶은데. 괜찮은 아이템을 준다면 다음에 와서도 널 안아주지. 어때?"
처음은 협박. 다음은 교섭. 운현의 말에 아스티나는 움찔한 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생각하다가 말했다.
"이건 어때?"
"그게 뭐지?"
"미노타우르스의 가죽으로 만든 장갑. 효과는 착용자의 힘을 증가시키는 거야. 다만 문제는 그 효과를 보려면 100레벨이 되어야 해. 100레벨이 되면 너도 2계층에 들어가야 할텐데 초 중반에 많이 유용할거야. 어때?"
"흠..."
지금 당장 쓸 수 없는 아이템이지만 그래도 상당히 괜찮은 아이템이었다. 100레벨 쯤 된다면 어느정도 파티가 완성될 것이고 그리 된다면 자신이 아닌 다른 딜러에게 넘겨도 괜찮은 물건이기에 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사기는 아니겠지?"
"이번엔 내 목을 걸게. 그, 그리고 이게 사기면 넌 또 안올거잖아."
운현과의 정사가 상당히 마음에 들은 모양이다. 아스티나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역시 남창과는 다르네."
"남창은 어떻지? 아. 수건 좀 줘봐."
"여기. 남창은 뭐... 그냥 허리만 좀 흔들다가 찍 싸고 끝내는 경우가 많아. 너처럼 이런 플레이를 해주는 사람도 없고. 있어도 그정도로 해줄 수 있는 애들은 고급 남창이라 모험가는 상대를 안해주려고 한단 말야."
아스티나에게 받은 수건으로 남성을 닦은 운현은 다른 수건을 들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왜?"
"좋은 물건을 받았는데 닦아주지."
"어머~ 고마워라."
히죽 웃은 아스티나는 다리를 쫙 벌렸다. 주르륵 흘러내리는 애액과 정액을 보면서도 운현은 무덤덤히 그녀의 하체를 닦아나갔다. 정액과 애액이 섞인 백탁액이 사라지고 투명한 애액만이 조금씩 흘러내리는 것을 보며 운현은 피식 웃었다.
"발정긴가?"
"아니. 발정기때는 더 대단하다구... 후후후. 묘족의 발정기는 한달에 한번 와. 내 발정기는 다음주니까... 그때 온다면 정말 천국을 보여주겠어."
"남창이나 부르시지."
"...남창은 발정기인 수인은 안받아."
"그럼 어떻게 풀지?"
"읏... 그, 그건 그냥..."
"그냥?"
"정말... 너 진짜 S다... 촉수괴물을 수십마리 사서 발정이 풀릴때까지 하는거지..."
트윈문 축제때 본 촉수괴물을 떠올리며 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를 가만히 바라보던 아스티나는 기대감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어때? 올거야? 올거면 촉수괴물 살 돈은 다 너한테 줄..."
"난 남창이 아니야."
"그, 그렇지..."
운현의 말에 아스티나는 시무룩히 고개를 숙였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운현은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
"하지만 뭐, 시간이 있다면 한번 정도는 찾아와주지."
"정말!? 고마워!"
활짝 웃은 아스티나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그의 입술에 입맞췄다.
"그럼 나는 이만 가봐야겠군. 뒷정리는 부탁할게."
"아아! 응! 다음에 또 봐! 좋은 물건 구비해놓을테니까~"
알몸이 된 채 손을 흔들며 운현을 배웅한 아스티나는 털석 바닥에 누운 후 아까 전까지 그의 남성이 들어와 있던 계곡을 쓰다듬고 배시시 웃었다.
"아... 진짜 좋았다~"
[패시브 스킬 : 현자의 시간이 비활성화되었습니다.]
[냉철한 이성 상태가 해제되었습니다.
[지력이 99 감소합니다.]
천막 밖으로 나온 운현은 눈 앞에 떠오른 메시지창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발동했지?"
헤스티아에 비하면 너무 빠른 발동이다. 몇번이나 해야 발동되는 현자의 시간이 단 두번 싼것만으로 발동되었을 줄이야. 운현은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손에 들린 장갑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래도 이득봤군."
냉정한 이성상태가 되어 아스티나의 육감적인 몸이 옆에 있어도 그에 흔들리지 않고 아까 전의 일을 떠올려 아이템 하나를 더 얻어낸 것이다. 운현은 피식 웃었다.
"발정기라... 아까도 끝내줬는데 발정기땐 정말 장난이 아니겠군. 이거 미야가 발정기가 될때가 기대되는데?"
히죽 웃은 운현이 천막의 기둥에 등을 기댔을 때 멀리서 두 여인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어이~!"
"운현씨! 많이 기다렸어요?"
"아니. 별로... 오. 괜찮은데?"
정장을 벗은 미야를 보며 운현은 감탄했다. 은회색의 긴 머리칼은 곱게 틀어 올려 비녀를 꽂았고 정장으로 감싸져 있던 몸의 대부분이 훤히 드러나 탄탄한 근육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과하지 않은 보기 좋은 근육과 이어진 몸은 가죽 흉갑이 덮고 있었지만 11자로 갈라진 복근은 그대로 보이는 상태였다.
정장 바지가 아닌 갈색 긴 가죽 바지를 입은 하체의 엉덩이 위로 난 작은 구멍으로 빠져나온 하얀색 긴 꼬리는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다.
가죽 바지 위로 탄탄하고 근육질의 말벅지가 드러난다. 밑으로 쭉 뻗은 긴 다리 밑에는 발목까지 오는 가죽 부츠가 신겨져 발을 보호하고 있었다.
"근데 부츠는 어디서 난거야? 그리고 다른 옷이랑은..."
"헤스티아에게 도움을 받았어. 가지고 있는 옷이 꽤 되더군."
"헤헤... 다행히 남성용 옷이 딱 맞더라구요."
"...남자용 옷에 저런 타이트한 가죽 바지가 있었단 말야?"
꽤나 부담스러울 정도로 타이트한 가죽바지다. 운현이 떨떠름히 묻자 헤스티아는 얼굴을 붉히고 붕붕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에요! 이건 미야씨의 근육때문에 그런거라구요! 미야씨가 살쪄서 그래요!"
빽 소리를 지른 그녀의 모습에 미야는 순간 당황하며 고개를 저었다.
"사, 살이라니! 실례다! 근육이라고! 근육때문이야!"
"근육이든 살이든 어쨌든 꽉 끼는거잖아요! 저 바지는 남성용이라구요!"
"으... 수인의 근육과 인간의 근육은 다르다고..."
헤스티아의 말에 미야의 귀가 축 늘어졌다. 그녀들의 말을 가만히 듣던 운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근육이든 살이든 좋으니까 이제 가자. 늦었다구."
"응! 가자!"
"죄, 죄송해요. 어서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