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화 (4/40)

트윈문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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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문 축제

"...어우 야. 그건 좀 무섭다."

그 말은 바꿔 말하면 얀데레가 되겠다는 것이 아닌가. 헤스티아의 행동을 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얘기다.

운현이 식은땀을 흘리며 떨떠름히 말하자 헤스티아는 씩 웃었다.

"그러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해봐요."

"서, 선처하지."

"후후훗~"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다. 헤스티아는 운현의 목을 끌어안고 다시 키스했다. 지금까지 했던 키스보다 더욱 농염하고 더욱 진한 키스가 이어지자 운현은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아... 으응..."

운현의 손길이 자신의 가슴을 주무르자 헤스티아는 볼을 붉히고 그 쾌감을 즐겼다.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 나니 그의 손길이 더더욱 좋다.

단순히 달아오른 몸을 달래기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이가 만져준다는 것에 행복감과 함께 깊은 쾌감을 느낀 헤스티아는 운현의 이마와 입술에 연신 입맞추며 속삭였다.

"운현씨... 좋아해요. 정말... 운현씨..."

'이거 잘못하면 세뇌되겠군.'

헤스티아가 예쁘지만 않았다면 운현은 '그래서 어쩌라고.' 라는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헤스티아는 무척 예뻤다. 그게 문제였다. 싫다고 말한다 하더라도 어쨌든 몸은 즐거우니 말이다.

손에 찰싹 달라붙는 가슴의 감촉을 즐기며 운현은 좀 냉정해질 필요를 느꼈다.

 "저기... 헤스티아? 좀 진정을... 읍!"

운현이 무언가 말하려 하자 헤스티아는 그의 입을 입술로 막았다. 다시 이어지는 농밀한 키스. 그것에 운현은 정신줄을 놓을 것 같았다.

"쭈룹...쪽..."

"후아... 운현씨..."

달콤한 숨결이 느껴지자 운현도 더는 참지 않았다. 그는 헤스티아를 번쩍 들어 침대 위에 눕혔고 그것에 헤스티아는 양 팔을 벌려 그를 반겼다.

"바로 할게."

"네에..."

로브도 벗기지 않고, 안의 옷도 벗기지 안은 채 운현은 헤스티아의 치마를 걷어 올렸다.

그가 치마를 걷기 편하게 허리를 들어 준 그녀는 운현이 양 다리를 잡고 벌리자 요염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운현씨... 저를 마음대로 해주세요."

"후회하지 마라. 응?"

"네에...!"

기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그녀를 보며 운현은 그대로 바지를 벗었다. 튕겨나오듯 솟아오른 딱딱한 남성을 헤스티아의 촉촉한 계곡 입구 위에 몇번 문지른 운현은 그녀의 팬티를 옆으로 밀친 후 그대로 밀어 넣었다.

"찔꺽!"

"허읏!"

벌써 몇번이나 그의 남성을 받아들였지만 이 쾌감만큼은 익숙해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운현과 몸을 섞을 수록 그와의 행위는 더더욱 쾌감을 증폭시켜나갔다.

"운현씨! 운현씨!"

운현을 꽉 끌어안으며 헤스티아는 그의 얼굴에 계속 입맞췄다.

금방이라도 헤스티아에게 먹힐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운현은 자신의 욕망이 이끄는 대로 허리를 흔들었다.

처녀를 잃을때와 마찬가지로 계곡이 조금씩 풀어지며 그의 남성을 상냥히 감쌌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조임만큼은 여전히 그 강함을 유지했다.

"하윽! 읏! 으으응!"

"찔꺽! 찔꺽!"

양물과 음부가 마찰하며 퍼지는 음란한 소리가 방을 가득 메웠다. 그 냄새는 서로의 격렬한 움직임에 배어나온 땀냄새와 섞이며 운현과 헤스티아의 흥분을 높여나갔다.

"하악! 하악! 으읏! 으으응! 하으으응!"

운현의 허리놀림이 점점 거세어지자 헤스티아는 고개를 좌 우로 비틀며 침대보를 꽉 잡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더더욱 욕망이 거세어진 운현은 헤스티아의 다리를 더더욱 올리고 내리꽂듯 남성을 움직였다.

"하악! 읏! 운현씨! 운현씨이이이이!!"

운현의 이름을 부르며 헤스티아는 허리를 활처럼 꺽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계곡은 심각할정도로 수축하며 안에 들어 왔는 운현의 남성을 꽉 조였다.

"으윽!"

운현 역시 그것에 진한 쾌감을 느낀 것은 마찬가지. 그는 자신의 양물을 꽉 물어버린 음부에 차오르던 사정감을 멈추지 않고 그대로 배출했다.

"하아아아앙!!"

"으으으..."

"허억...허억..."

눈 앞이 아찔해 질정도로 제대로 사정했다. 운현은 헤스티아의 옆에 축 쓰러지며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운현의 손길에 숨을 몰아쉬던 헤스티아는 살며시 고개를 돌렸다.

"후후후... 좋으셨어요?"

"아아. 응."

"기뻐요..."

힘없이 웃으며 헤스티아는 운현의 입술에 입맞췄다. 그녀와 짧은 키스를 마친 운현은 천천히 남성을 뽑았다.

"흐아... 배가 꽉 찬 것 같아요. 후후후...."

운현의 남성이 빠지자 헤스티아는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던 운현은 떨떠름한 어조로 물었다.

"그런데 피임은 어떻게 하고 있는거야?"

"네? 아. 못들으셨나봐요? 모험가 카드를 가지고 있으면 그것만으로 피임이 된다고 하네요. 영구 피임 마법이 걸려 있다고..."

'그래서 더럽게 비쌌군.'

카드 한장에 5골드나 하는 이유를 알겠다. 그것 말고도 구조용 마법이나 그 외의 신분증명을 위한 마법까지 걸려 있다는 헤스티아의 설명을 들은 운현은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왜요? 제가 임신할까봐요?"

"아니라곤 못하겠네."

"헤헤... 하면 더 좋을텐데."

"무서운 소리 하지마라. 벌써 애 아빠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운현은 자기가 말하고도 굉장히 자신이 쓰레기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쓰레기인걸.

"걱정하지 말아요. 그런 짓은 안해요. 물론 운현씨의 아이를 가지고 싶긴 하지만..."

"그건 서로 좋아한다는 감정을 가질때 얘기지."

냉정한 운현의 말에 헤스티아는 잠시 시무룩한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그래도 전 기대할래요. 언젠가 운현씨가 절 좋아해줄거라고..."

"그, 그러냐."

"네. 딱히 운현씨를 독점하겠다는 건 아니에요. 모험가로 있다보면 운현씨도 다른 여자를 안을 수 밖에 없겠죠. 그리고 저도..."

"어. 그건 싫은데."

"예?"

"이기적일지도 모르지만 난 원래 그런 인간이니까."

운현의 말에 멍해 있던 헤스티아는 베시시 웃었다.

"그럼 잘 해줘요."

"내 옆에 있는 동안은 잘해줄게. 하지만 명심해둬. 난 내가 안았던 여자가 다른 남자의 품에 안긴걸 알게 되면 그때부터 흥미를 잃으니까."

"후후후후. 명심해야겠네요.'"

"꼬르르륵..."

운현의 배에서 밥벌레 소리가 났다. 그것을 들은 헤스티아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배고프신가봐요?"

"음. 넌?"

"이렇게나 많이 들어와 있는데요... 그치만 저도 사실 배고프긴 하네요. 어서 씻고 저녁 먹으러 갈까요?"

"흥분도는 모두 해제 됐어?"

운현의 질문에 헤스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흥분억제제를 먹어서 그런지 이정도만으로도 가라앉네요. 운현씨는요?"

"나는.... 뭐."

운현이 떨떠름히 말하자 헤스티아는 그의 볼을 콕 찌른 후 말했다.

"그럼 저녁 먹고 와서 또 해요."

"그러자."

말을 마친 헤스티아가 욕실로 들어가자 운현은 여전히 성을 내고 있는 남성을 내려다보았다.

난 아직 모자르다고 화를 내는 그 양물을 바라보며 운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어깨가 무겁구만."

헤스티아의 마음을 어느정도 눈치채고는 있었다. 루비도, 그리고 레나도 이정도로 자신을 좋아하지 않았었다.

헤스티아가 자신에게 주는 그 깊은 호감에 절로 어깨가 무겁고 부담이 가는 것을 느끼며 운현은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골치아프네."

친구들이 들으면 배가 부르다 못해 터져 죽을 놈이라는 쌍욕을 먹어도 모자랄 만한 고민을 하며 운현은 눈을 감았다.

"으음..."

누운 순간 깜빡 잠이 들었나보다. 어느새 다 씻고 옷을 갈아입은 헤스티아는 자신의 옆에 앉아 그의 머리칼을 쓰다듬고 있었다.

"아. 나왔으면 깨우지 그랬어. 오래 기다린거야?"

"아뇨. 한 삼십분 정도밖에 안돼요. 많이 피곤하셨나봐요?"

"음... 그러게."

멍한 머리를 꾹꾹 누르며 자리에서 일어난 운현은 욕실로 향했다. 욕실의 샤워기 앞에 서서 뜨거운 물을 그대로 받으며 몸을 씻은 운현은 밖으로 나온 후 말했다.

"뭐 먹을까?"

"오늘은 시내에서 먹을까요? 괜찮은 집을 아는데. 어때요?"

"나쁘지 않지. 조금만 기다려."

길드 회관의 식사도 괜찮았지만 다른 곳의 음식도 맛보고 싶어진 운현은 헤스티아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보니 이세계에 들어와서 길드회관과 던전만 왔다갔다하고 제대로 구경도 못했다. 던전 도시에 들어오며 길드회관까지 걸었던 것이 다였던 운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간김에 내 옷도 좀 사야겠다."

"후후. 그래요."

길드에서 초보자 지원 형태로 받은 옷이 다였던 운현이 느긋하게 말하자 헤스티아는 상냥하게 웃었다.

"와아..."

길드회관에서 나온 헤스티아는 어둠이 내려앉은 바깥을 보며 감탄했다.

밤이지만 어둡지 않았다. 곳곳에 켜져 있는 등불에서는 은은한 백광이 퍼지고 있었고 하늘에는 커다란 만월과 함께 그 옆에 작은 만월이 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거리에는 평상시보다 많은 남자들이 있었다.

여인들 역시 던전 도시에 처음 들어왔을 때보다 더욱 화려한 복장을 입고 있었다. 그 모습에 운현은 고개를 갸웃거렸고 헤스티아는 주변을 둘러본 후 말했다.

"마침 트윈문의 축제 기간이네요."

"그게 뭐야?"

"몰라요?"

"...그냥 이 세상에서 제일 무식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줘."

"풋... 운현씨는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네요. 트윈문 축제는 주신 파르티께서 세상에 내려오셔서 자신의 짝을 찾는 날이에요. 두개의 만월이 만들어낸 달빛으로 빛의 계단을 만들어 세상에 내려오신 후 자신의 모습을 사람으로 변화시켜 마음이 맞는 남자를 찾는 축제... 그래서 오늘만큼은 남자들도 바깥에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는 날이에요. 또 여자들 역시도 트윈문의 축제때 자신의 짝을 찾기도 하구요."

"거 되게 이기적인 신이네."

"네 그렇죠... 네!?"

운현이 퉁명스레 말하자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헤스티아는 황당하다는 얼굴로 입을 쩍 벌렸다.

"아니 생각해보니까 자기 편하겠다고 남자들이 밖에 돌아다니게 하는 거 잖아."

"그, 그렇게 해석하면 안돼요. 그러다가 사제님들이 들으면 신성모독으로 혼난다구요."

"흥."

이세계에 오기는 했지만 무신론자인 운현은 헤스티아의 만류에도 투덜거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런 그를 못말리겠다는 듯 바라보던 헤스티아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자 운현의 옷자락을 꼭 잡았다.

"운현씨. 저쪽으로 가볼래요?"

"저기에 뭐 있는데?"

"노점상들이요. 한번 가봐요. 저거 먹어보고 싶은데..."

붉은색의 노출 많은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여인과 남성처럼 옷을 입은 여인이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쪽을 가리킨 헤스티아는 방실방실 웃으며 말했다.

"뭐 파는건데?"

"크림 파르페요!"

"단거? 음... 난 단건 좀."

어린 꼬마들이 손에 들고 달려가는 크림 크레페를 본 운현은 떨떠름히 말했다.

"그래도 같이 가요~ 네?"

"알았어."

옷자락을 더욱 꾹꾹 잡아당기며 헤스티아가 말하자 운현은 한숨을 푹 내쉬고 그녀가 이끄는대로 걸었다. 얼마 걷지 않아 도착한 노점상 앞에서 헤스티아는 환하게 웃었다.

"와! 크림 크레페! 마법학교 축제때 엄청 먹었는데!"

"단거 좋아하나봐?"

운현의 말에 헤스티아는 붕붕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줄은 없었다. 그녀는 쪼르르 달려가 노점상 앞에 서서 발랄한 어조로 외쳤다.

"크림 크레페 하나주세요!"

"오~ 귀여운 아가씨네~!"

노점상의 주인으로 보이는 듬직한 중년 여인은 헤스티아를 향해 씩 웃더니 능숙한 동작으로 크레페를 굽기 시작했다. 터덜터덜 걸어 헤스티아의 옆으로 온 운현은 주인에게 물었다.

"얼마에요?"

"오? 왠 미남!?"

"감사합니다!"

"응? 아. 응. 미남이니까 일쿠퍼만 받을게."

"와~! 고마워요~!"

"혹시 아가씨 이거?"

운현이 주머니에서 동전 하나를 꺼내어 내밀자 그것을 받은 여주인은 헤스티아를 능글맞은 얼굴로 보며 새끼손가락을 들었다. 그녀의 말에 헤스티아는 얼굴을 붉히고 더듬거렸다.

"에, 음. 그, 그런건 아닌데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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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문 축제

"오오오~ 휙휙~! 뜨거운데~? 이 철판만큼 뜨거워!"

"거 시끄럽고 굽던거나 어서 마저 구워요."

"흥. 까칠하긴. 그래도 그런게 매력이지."

자기 맘대로 말하고 빠르게 크림 크레페를 말아 헤스티아에게 준 여주인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남자는 말야. 일단 한번 자빠트리면 끝이야!"

"아, 아하하하..."

한번 자빠트리기는 커녕 벌써 열번도 넘게 몸을 섞었지만 넘어오지 않은 운현을 힐끔 본 헤스티아는 뻘쭘히 웃었다.

"그럼 좋은 밤 보내라고~"

노점상 주인 아줌마의 배웅을 뒤로 하며 걸어간 헤스티아는 크림 크레페를 한입 베어물고 부르르 몸을 떨었다.

"으으~ 맛있어!"

"그렇게 맛있어?"

"네!"

"나도 한입만 줘봐."

"에? 아, 네! 여, 여기요오..."

묘하게 부끄러워한다. 헤스티아는 머뭇머뭇거리다가 손에 들고 있는 크레페를 쭉 내민 그녀의 모습에 운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다가 터지겠다."

"예? 아앗!"

어찌나 힘이 들어갔는지 크레페의 크림이 쭉 나와 있었다. 그것을 보며 울상을 지은 헤스티아가 어쩔 줄 몰라하자 운현은 헤스티아의 손을 잡은 후 그녀의 손에 뭍어 있는 크림을 핥았다.

"아..."

"미묘하게 다네."

엄청 달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달지 않다. 운현은 고개를 갸웃거렸고 헤스티아는 운현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방긋 웃었다.

"에헤헤헤헤~"

"뭐야? 그 웃음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기쁜 얼굴로 와구와구 크레페를 다 먹은 헤스티아는 크레페를 살때 받았던 종이로 손을 닦아내었다. 하지만 아직 끈적거리는지 그녀는 손을 보며 우물거렸다.

"손을 좀 씻을까? 근처에 분수대가 있었던 것 같은데."

"어? 알아요?"

"지도는 있으니까."

헤스티아가 크레페를 먹는 동안 지도창을 펼쳐 현재 위치와 던전 도시의 여기저기를 기억해둔 운현은 헤스티아와 함께 거리를 걸었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기 위한 축제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축제인지 신기한 것들이 많았다.

안그래도 이세계로 와서 구경하는게 처음이었던 운현은 주변의 풍경에 깜짝 깜짝 놀라거나 피식 웃으며 나름 주변을 즐겼다.

"헤스티아. 저게 뭐야?"

운현은 덩치 큰 여자의 어깨에 달라붙어 있는, 수십개의 촉수를 꿈틀거리는 반투명한 몬스터를 보며 물었다.

그의 질문에 헤스티아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작은 목소리로 답해주었다.

"그, 그... 여자들을 위해서... 여자들에게 참 좋은건데... 뭐라고 말을 못하겠네요..."

"응?"

헤스티아가 우물쭈물거리자 운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대체 저 촉수괴물이 뭐길래 저 여자 주변에 저리도 사람이 많은 것인가. 운현은 궁금해서 그쪽으로 걸어갔다.

"아앗! 운현씨!"

"오, 오오오오..."

사람들을 제치고 앞으로 간 운현은 눈 앞의 광경에 감탄했다.

여인의 어깨에 있던 것과 비슷한 촉수가 나신의 금발 여인의 계곡을 쑤시며 그녀의 가슴을 조이고 있었다.

금발 여인은 그것에 쾌락을 느꼈는지 숨을 헐떡이며 자신의 입 안에 들어 온 촉수를 정신없이 빨기 시작했다.

"이게 뭐여."

"그... 그러니까 여자한테 참 좋은... 그런거라고 했잖아요. 어, 어서 가요."

헤스티아는 부끄러움보다는 당혹스러움이 더 강한 듯 보였다. 그녀가 옷을 잡아당기며 말하자 운현은 좀 더 구경하고 싶어 버티고 섰다.

"아아...! 정말!"

"저기. 너 저 여자랑 무슨 사이야? 저 여자가 억지로 데려가려고 하는거야?"

헤스티아가 운현을 끌려고 하는 것을 보며 갑주를 입은 여인이 입술을 핥으며 운현에게 물었다.

"아뇨. 일행인데요."

"쳇. 그냥 일행이야?"

"예? 그게 무슨..."

운현이 떨떠름히 묻자 그녀는 헤스티아를 보고 피식 웃은 후 운현의 볼을 쓰다듬었다.

"꽤나 괜찮은 남자 같은데... 어때? 술은 마실 줄 알아? 내가 사줄..."

"돼, 됐거든요!? 운현씨! 어서 가요!"

"운현이라고? 이름도 좋네. 난 빌라이카. 던전 도시의 경비 기사단의 단원이다. 신분도 밝혔고... 이왕 이리 된거 저쪽 구석진 곳에서 잠깐 얘기나 좀..."

"아아아! 진짜! 운현씨!"

"알았다고. 그럼 다음에 뵙죠."

"쳇. 진짜야! 약속이야! 기억해두겠어!"

빌라이카가 운현을 유혹하는 모습에 헤스티아는 크게 당황하며 운현의 손을 잡고 끌었다.

헤스티아의 힘으로는 끌어당길 수는 없었지만 운현은 주변 여인들이 자신을 보며 입맛을 다시는 것에 등골이 오싹해져 헤스티아가 이끄는대로 빠져나왔다.

"저긴 뭐야?"

"으으...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트윈문의 축제때 자신의 짝을 찾는다고."

"그랬지. 그래서?"

"평소에 보기 힘든 남자들이 많이 나와 있는 곳이에요. 그런 남자들과 잘 되면 모르겠지만 잘 되지 않는다면 그냥 보면서 손가락만 빨아야 한다구요. 그런 여자들을 달래기 위해 준비된 몬스터를 파는 곳이라구요... 그런 곳에 운현씨 같은 사람이 나타났으니...!"

"아, 아하..."

한국으로 보자면 솔로대첩때 짝을 만나지 못한 안타까운 남자들이 모인 곳에 미녀가 나타난 셈이다.

'아니, 그것보다 더 심한건가...'

그래도 한국에선 거리에서 여자라도 볼 수 있지. 운현은 헤스티아의 말에 자기가 큰 실수를 했음을 깨달았다.

"그래. 고맙다."

헤스티아가 휙휙 주변을 둘러보며 경계하자 운현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의 손길에 헤스티아는 빙긋 웃었다.

"그럼 저기로 가볼까요? 운현씨도 옷 사야하잖...아."

그제서야 자신이 운현의 손을 잡고 있다는 것에 헤스티아는 말을 멈추고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왜?"

"아... 음. 그. 뭐랄까..."

고작 손 잡은걸로 저렇게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운현은 헤스티아가 귀엽기도 하고 또 이상하기도 했다.

'문화가 달라. 문화가.'

이미 수차례 몸도 섞은 사인데 고작 손 잡는게 뭐가 그리 부끄럽단 말인가. 운현의 상식 선에서는 절대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지만 헤스티아는 명백히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손 잡는게 싫어?"

"그, 그럴리가요! 그냥. 아! 그래! 그 거리는 평소에도 사람이 많아서 길을 잃거나 헤어질 수도 있으니 이대로 손을 잡고 가는게 어떨까요!?"

"그, 그래라."

헤스티아의 기세에 운현은 움찔했다. 그의 허락에 그녀는 얼굴 가득 환한 웃음을 지었다.

고작 손잡는 정도에 저렇게 좋아하다니. 이 세계에는 손을 잡고 거리를 걷는다는게 뭔가 특별한 의미라도 있는건가 싶었다.

'이건 좀 알아봐야겠군... 이 세계에서 살아가기로 했으면 문화도 좀 익해야겠다.'

던전만 주구장창 돌 것이 아니라 이렇게 밖에 나와 세상의 상식을 익혀야 될 필요성을 깨달았다.

"사람 많다..."

"후후후~ 조금만 더 가면 사람들이 없을거에요. 그때부터는 한산하니까 걱정마세요~"

그녀의 말대로 손을 잡길 잘한 듯 싶었다. 점점 많아진 사람들로 거리가 복잡해지자 운현은 헤스티아와 잡은 손에 힘을 넣었다. 그것에 헤스티아는 목까지 붉게 물들이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렇게 사람 많은 거리를 지나 조금 한산해지자 운현은 헤스티아에게 시선을 주지 않은 채 조용히 물었다.

"헤스티아."

"네... 네!? 왜요?"

"솔직하게 말해. 손 잡고 걷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 행동이야?"

"예?? 아뇨. 그런거 없는데요?"

고작 손잡는게 무슨 의미가 있냐라는 얼굴로 운현을 바라보던 헤스티아는 그의 시선에 의문이 담겨 있는 것을 깨닫고 쓴웃음을 지었다.

"아... 그게 말이죠..."

"도둑이야!"

그녀가 말을 꺼내려는 순간 거리에 날카로운 비명이 울려퍼졌다. 그리고 잠시 후, 운현과 헤스티아의 사이를 누군가가 치고 지나갔다. 그 탓에 운현과 잡고 있던 손을 놓쳐버린 헤스티아는 멍하니 텅 빈 자신의 손을 보다가 빠드득 이를 갈았다.

"감히! 바인딩!"

"꺄악!!"

지팡이가 없는 상태인데도 헤스티아는 마법을 성공시켰다. 그녀의 손에서 날아간 빛줄기는 달려가던 여인의 다리를 묶어버렸고 그 탓에 그녀는 바닥을 냅다 굴러버리고 말았다.

"으윽..."

"스틸."

바닥에 쓰러진 그녀는 자신의 다리를 보며 이를 간 후 힘을 주어 몸을 일으켰다.

"뭐하는거야!? 이 썅년이! 죽고 싶어!?"

얼굴에 상처가 있는 사나운 인상의 여인이 단검을 뽑아들고 외쳤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놀란 사람들이 뒤로 물러났지만 헤스티아는 그저 싸늘한 눈으로 그녀를 노려 볼 뿐 이었다.

"죽어!"

"파이어볼트."

"퍼엉!"

"꺼어억..."

파이어볼트에 제대로 맞은 여 도둑이 불에 그을린 채 쓰러지자 운현은 헤스티아의 머리를 톡 치며 말했다.

"남의 일에 함부로 끼어드는거 아니야."

"그, 그치만!"

헤스티아는 억울한 듯 운현을 보며 무언가 말하려 하였다. 하지만 곧이어 나타난 경비병 두명에 그녀의 말은 저지되었다.

"헉헉... 잡았다. 혹시 저년을 잡은게 당신입니까?"

"네."

"이거 고맙습니다. 축제 기간에 저런 소매치기들이 기승이라 저희들이 죽을 맛이었는데... 혹시 모험가신가요?"

숨을 헐떡이며 달려 온 두 여인은 쓰러진 도둑과 헤스티아를 번갈아 바라보며 땀을 닦고 말했다.

'어디서 봤더라...'

왠지 낯이 익다. 운현은 떨떠름한 얼굴로 답했다.

"그렇습니다만."

그가 답하자 여인은 몰아쉬던 숨을 안정시킨 후 쓰러져 있는 도둑의 팔에 수갑을 채운 후 운현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렇군... 헉! 남자!? 혹시 시간 있으시면 차라도..."

"난 술도 좋아! 어때? 오늘 이 누나가 아주 끝내주는 밤을...!"

"에스카! 로지! 뭐하는거냐! 도둑따위나 놓치니 너희들이 평생 그 자리에 있는거다!"

뒤에서 노성이 터져나온다. 운현에게 작업을 걸려던 두 경비병은 두려움에 파르르 몸을 떨었다.

"어? 당신은."

그제서야 기억이 났다. 처음 이 던전 도시에 왔을 때 검문이라는 이유로 신나게 성희롱을 했던 경비병인 에스카와 로지. 그리고 자신을 구해 준 기사 윈드다.

"너희들 또 작업거는거냐!? 오늘 순찰은 너희들이 훈련을 빼먹은 벌충이지 않느냐! 안되겠다. 순찰 두시간 추가."

"으아아아! 안돼!"

"제발! 윈드 언니! 선생님!"

"안돼. 안봐줘. 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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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문 축제

잔뜩 울상을 지은 그녀들이 축 늘어진 채 잡은 도둑을 데리고 멀어지자 윈드는 한숨을 푹 내쉬고 고개를 돌렸다.

"아. 당신은. 반갑군."

"그러게요. 바빠보이시네요. 오늘같은날 순찰인가요?"

"음. 어, 어쩔...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 제비뽑기에서 진... 큭! 진... 것을 뭐라고 하겠어. 내년엔 반드시 참가를... 아! 운현이라고 했지!? 혹시 아는 남자 있으면 소개 좀 시켜줄 수 없나?"

"예?"

애써 무심한척 이야기하지만 윈드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운현은 당황했다.

"후...후후후... 내 나이도 벌써 스물아홉... 내, 내 동기들은 벌써 남자를 건져서 결혼을 한다고 청첩장을 보냈단 말야...!"

"위, 윈드씨?"

천천히 윈드의 고개가 숙여졌다. 그녀의 뒤에서 알 수 없는 어둠의 오오라가 풍기는 것 같아 운현은 무의식적으로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그가 멀어지자 윈드는 빠르게 움직여 운현의 손을 꽉 잡았다.

"그래서 오늘만 노렸는데! 내가 왜 던전도시 발령을 따려고 그렇게 노력했는데... 왜! 내가! 제비뽑기에! 져야 하냐고! 이건 사기야!!"

윈드 정도의 미모를 가져도 남자가 없는 것은 매한가지였나보다.

쿨한 미모가 매력적이었던 그녀가 이렇게 무너져가는 것에 운현은 심각하게 당황했다.

질린 얼굴의 그를 보면서도 윈드는 눈물을 그렁그렁 맺은 채 운현에게 간절히 부탁했다.

"아니 저도 아는 남자는 없어서."

"고향에 아는 남자라도 있으면...!"

"차, 찾아볼게요."

윈드의 기세에 운현은 황급히 답했다. 그의 말에 윈드는 환하게 웃으며 그의 손을 잡고 붕붕 흔들었다.

"꼭이야! 약속했어!"

"아 네..."

윈드의 기세에 눌린 운현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멀어져갔다.

이름처럼 바람같이 사라져버린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운현은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이거 좋은 세상인지 아닌지 모르겠군.'

"...운현씨."

"아아. 방금 만났던 사람은..."

"던전도시 경비대장 윈드씨잖아요. 윈드씨도 알고 있나요?"

헤스티아의 질문에 운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던전도시에 처음 왔을 때의 일을 이야기해줬다. 그 이야기를 들은 헤스티아는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말했다.

"윈드씨는 저희 집안과도 인연이 있는 분이라... 참 좋은 분인데 이상하게 남자들과 엮이지 못하더라구요."

"아는 사이야?"

"네. 얼굴과 이름은 조금..."

"흐음... 저런 미인이. 좀 아깝구만."

"네? 운현씨는 저런 타입이 좋아요?"

"싫지 않지."

싫지 않은게 아니라 윈드 정도면 감사합니다. 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헤스티아나 필레와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 미모이니 말이다. 거기에 저런 모습까지 가졌다니. 만약 결혼을 한다면 간도 쓸개도 다 빼줄 듯한 그녀의 모습에 운현이 중얼거리자 헤스티아는 놀란 눈으로 운현을 바라보았다.

"저, 저런게 좋다 이거죠..."

"응?"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럼 가실까요?"

손을 쥐었다폈다하며 고민하던 그녀는 휙 몸을 돌렸다. 걸어가며 연신 한숨을 내쉬는 헤스티아를 바라보던 운현은 피식 웃은 후 손을 내밀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

"에!? 운현씨!? 여기는 혼잡하지 않은데요?"

"그래서?"

"아뇨. 그게..."

"싫으면 놓을까?"

운현은 헤스티아와 깍지를 끼고 씩 웃었다. 그 웃음에 멍하니 그를 바라보던 헤스티아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좋아요! 손 잡고 가요!"

붕붕 손까지 흔들며 헤스티아는 무척 업된 분위기로 걸었다.

그렇게 운현의 옷을 몇벌 사고, 근처의 노점에서 간단한 요깃거리를 사서 먹으며 밤의 도시를 구경하던 그들은 중앙의 분수대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꽤나 모여 있는 것을 보았다.

"여긴 왜 이렇게 사람들이 많아?"

"아... 그게요. 여기는 짝을 이룬 사람들만 들어 올 수 있는 곳이에요. 음악 들리시죠? 이곳에서 춤을 춘 후에 서로 목걸이를 선물하고 함께 돌아가 동침을 하는것으로 트윈문 축제에서 짝이 되었다는 것을 선포해요."

"호오... 그거 신기하구만."

그녀의 말대로 주변에는 남, 녀로 이루어진 커플들만이 가득했다. 그들은 모두 행복한 얼굴로 손을 잡고 춤을 추고 있었다.

"여기서 춤을 추면 바로 결혼?"

"그런건 아니에요. 춤을 추고 헤어지는 사람들도 꽤 있으니까. 쿡쿡... 예전 마법학교의 트윈문 축제때는 남자를 구하겠다고 발버둥을 치다가 결국 못구해서 동생을 데려와 춤을 춘 선배도 있었는걸요."

"오호... 혹시 진짜 그렇고 그런 사이는 아닐까?"

"그런 것 치고는 사이가 굉장히 나빠보이던데..."

이곳에서도 남매는 서로를 죽여라. 라고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것인가. 운현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우리도 춤춰볼까?"

"...예?"

"엥?"

운현의 말에 헤스티아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어찌나 놀랬는지 손에 들고 있던 막대사탕도 떨어트려 버렸다.

"그, 그치만 운현씨는 절 좋아하지 않는다고..."

"좋아하지 않는 상대끼리도 춤을 출 수 있다며. 오늘 들어가면 안할꺼야?"

"할거긴 한데요. 그런데요. 그게 뭐시냐. 그..."

헤스티아는 패닉에 빠진 듯 말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며 어버버 거렸다. 그런 그녀를 보며 씩 웃은 운현은 옆의 커플들이 하는 것을 지켜 본 후 뒤로 한걸음 물러나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달의 여신이 옆에 있더라도 당신의 아름다움에는 뒤질 것입니다. 아름다운 아가씨. 오늘 저에게 당신과 함께 할 수 있는 영광을 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렇다면 저에게는 평생의 영광일 것입니다."

주변을 보니 이 자세는 구애를 하는 쪽이 하는 자세인 듯 보였다. 대부분이 여자들이 취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에에에에에에에!?"

"어때? 싫어?"

"완전 좋아요! 정말 좋아해요!! 운현씨!"

"아. 근데 좀 알아둬. 나 춤 못춰."

"예? 하아... 쿡쿡쿡... 역시 운현씨는... 좋아요. 그럼 쉬운 템포로 갈게요. 자. 전투에서는 운현씨가 지시했지만 춤에서는 제가 지시할게요. 잘 따라올 수 있죠?"

"응. 날 무시하지말라고."

씨익 웃은 운현을 향해 미소지으며 헤스티아는 그와 손을 잡고 원을 그리며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이거 어렵군.'

클래식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댄스에 운현은 머뭇거리며 움직였다. 몇번 헛발을 밟고, 헤스티아의 발을 밟거나 옆의 커플과 부딪히기도 했지만 헤스티아는 그래도 마냥 좋은 듯 보였다.

"...여기까지네요."

음악이 멈추자 헤스티아는 한걸음 물러나 그에게 인사했다. 운현 역시 주변의 커플을 보고 자세를 따라한 후 쓴웃음을 지었다.

"춤이란게 되게 어렵네."

"그래도 처음인데 이정도면 잘 한거에요."

운현에게 밟힌 발이 아팠는지 인상을 찡그리면서도 헤스티아는 그를 칭찬했다.

"정말?"

"...라고 생각해요."

"너 거짓말 되게 못한다."

운현이 퉁명스레 말하자 헤스티아는 빙긋 웃었다.

"그럼 갈까?"

춤도 췄고, 배도 부르고, 시간도 늦었다. 운현은 헤스티아와 함께 분수대가 있는 광장에서 빠져나오려 했다.

"아..."

자신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운현은 헤스티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

그녀는 부러운 눈으로 거리의 좌판에서 목걸이와 귀걸이를 사는 커플을 바라보았다. 한참동안이나 서서 그것을 바라보던 헤스티아가 작게 한숨을 내쉬자 운현은 어깨를 으쓱였다.

"갖고싶어?"

"네... 그치만 그건 안되겠죠."

"왜?

"에?"

"아니 뭐. 이 의식 다 치뤄도 결혼하는거 아니라면서. 그럼 해."

"운현씨..."

"어쨌든 나는 너에게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니까 말야. 내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너는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 내 기준에서 그게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그것을 들어 줄 용의는 충분히 있어. 네가 생각하는 관계가 아니더라도 어쨌든 우리는 관계를 맺고 있으니까 말야."

운현은 무덤덤히 말했고 그 무덤덤한 말에 헤스티아는 주륵 한방울 눈물을 흘렸다.

"어... 싫은건가?"

"아, 아니에요! 그런게 아니라... 그게..."

"자자. 다 팔리기 전에 어서 가서 사자."

운현은 훌쩍거리는 헤스티아를 데리고 좌판으로 향했다. 좌판의 위에는 많은 목걸이가 놓여져 있었다.

"뭘로 살까? 뭐 갖고 싶어?"

"음... 훌쩍. 전 이거요."

코를 훌쩍이며 헤스티아는 작은 목걸이 하나를 가리켰다. 별다른 장식도 없는 작은 금목걸이다.

"그럼 난 이거."

운현이 가리킨 것은 마찬가지로 별다른 장식이 없이 체인만 있는 은 목걸이였다.

서로 돈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그것들을 산 후 운현과 헤스티아는 산 물건들을 건네주었다.

"에헤헤헤헤~"

아직까지 눈물이 남아 눈이 빨간 상태로 헤스티아는 방실방실 웃었다.

"자. 채워줄게."

"앗! 네!"

헤스티아는 살며시 눈을 감고 얼굴을 내밀었다. 운현은 목걸이를 풀어 그녀의 목에 감아준 후 헤스티아의 이마에 키스했다.

"저도 해드릴게요."

운현이 키스해준 이마를 만지작거린 그녀는 목걸이를 꺼내며 말했다. 운현 역시 얼굴을 내밀었고 목걸이를 푼 헤스티아는 그가 빤히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자 투덜거렸다.

"정말. 눈 좀 감아요."

"뭐 어때."

"빨리요오!"

계속 이렇게 실랑이를 벌여봤자 들어가는게 늦을 뿐이다. 운현은 눈을 감았고 곧이어 달콤한 향기가 그의 콧가를 간지럽혔다. 몇번이나 맡아 이제는 익숙해질법도 한 헤스티아의 향기다.

"다됐... 음..."

향기가 멀어지자 운현은 입을 열었다. 그리고 입술에 닿는 부드러움. 운현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눈 앞에는 달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헤스티아의 아름다운 얼굴이 있었다.

"으음...후우..."

"난 이마에다 했는데 왜 넌 입술에 했냐?"

"그거야 제가 운현씨를 좋아하니까죠. 운현씨는 저 안좋아하니까 이마에다 한거구요."

되려 뻔뻔스럽게 나오는 그녀의 모습에 운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자! 가죠!"

운현의 손을 잡으며 헤스티아는 헤죽 웃었다. 그녀의 손에 이끌려 모험가 길드 앞까지 걸어간 운현은 헤스티아의 발걸음이 멈춰지자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헤스티아?"

"운현씨..."

"왜?"

"저기... 오늘은 정말 고마웠어요."

"뭐가?"

운현의 질문에 헤스티아는 주륵 흘러내린 눈물을 쓱쓱 닦았다.

"흑... 그러니까... 던전 도시에 오고... 모험자로서 실패를 경험하고... 모두에게 따돌림 당하고...흑... 훌쩍... 전 정말 많이 좌절했어요...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당하고. 훌쩍..."

헤스티아는 울먹거리며 눈물을 참아내려 했지만 그녀의 볼에는 이미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린 상태였다. 은은한 달빛과 가로등의 빛에 비춰져 반짝이는 그 눈물을 응시하던 운현은 다음에 이어진 헤스티아의 말에 피식 웃었다.

"그러면서 항상... 자괴감에 빠졌었어요. 고작 며칠이지만... 그 기간동안 정말 슬펐어요. 제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자괴감에... 그런데. 그런데 그때 운현씨가 나타났어요. 모두에게 민폐 마법사라 불리는 저를 데려가주고. 저와 함께해주고... 그리고 제 꿈도 이루어주고..."

"꿈?"

"네. 훌쩍... 트윈문의 축제때... 이렇게 데이트 하는거요..."

"참 소박한 꿈을... 아니지. 소박한게 아닌가."

거리에 넘쳐나던 사람들에 비하면 분수대에 있던 커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헤스티아의 꿈이 마냥 소박하다고만은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 나한테 더 잘해."

이런 분위기를 참기 힘들어진 운현이 장난스레 말하자 헤스티아는 누물을 쓱쓱 닦아내고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어서 들어갈까? 내일도 돌아다니려면 피곤할텐데 말야."

"네에~! 그리고..."

"응?"

머뭇거리던 헤스티아는 운현의 손을 꼭 잡은 후 하늘을 가리켰다. 하늘에는 두개의 만월이 은은한 빛을 쏘아내고 있었다.

"트윈문의 축제가 끝나는건... 두 사람의 동침이 있은 후라구요."

부끄러운 듯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말하자 운현은 피식 웃었다. 어쨌든 하긴 할건가보다. 운현의 입장에서도 딱히 나쁠 건 없었다. 헤스티아와 돌아다니며 운현 역시도 꽤나 간지러운 분위기에 흥분했기 때문이었다.

'하긴... 나도 이런 경험이 없기는 하지.'

친구들과 놀때 한번이라도 좋으니 이쁜 애와, 야한거 안하더라도 데이트 해보고 싶다고 투덜거렸던 기억을 떠올리며 운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새끼들은 다들 현실세계는 똥이라고 미연시를 추천해줬지...'

하등 쓸모없는 것들. 운현은 피식 웃은 후 헤스티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 역시 운현을 보고 있었던지 둘의 눈은 바로 마주쳤고 그 둘은 서로를 잠시 바라보다가 싱글벙글 웃었다.

"왜 웃어?"

"그러는 운현씨는요?"

"내가 먼저 물어봤거든?"

"치... 그렇게 치사하게 나올거에요? 에잇!"

헤스티아는 운현의 옆구리를 콕콕 찌르며 장난을 걸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운현은 옆구리를 막은 후 그녀의 머리를 꽉 잡았다.

"꺅!"

"오늘은 그냥 안재울거야."

힘을 줘 끌어 온 헤스티아의 귓가에 운현은 능글맞은 어조로 속삭였다. 그 말에 헤스티아는 오히려 기대했는지 붕붕 고개를 끄덕였다.

"올라가자."

길드회관 1층에서 그런 짓을 하고 그들이 방으로 올라가자 길드 회관 1층에서 짝을 만나지 못한 모험가들은 굉장히 어처구니 없다는 얼굴로 멍하니 앉아 있다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개시발. 더러워서 살겠나."

"가자! 오늘은 남창 가격이 30% 할인이랜다!"

"내 오늘만큼은 안가려고 했는데 진짜 더러워서 간다!"

그렇게 모험가들이 우루루 몰려나가자 길드 사무소의 앞에 앉아 있던 필레는 손에 쥔 맥주를 한모금 마신 후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난 가지도 못한다고..."

길드 사무소를 지켜야 하는지라 움직일 수 없었던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맥주를 단번에 들이마시고 메이드에게 한잔의 맥주를 더 주문했다.

"하아아아아아아아... 내 짝은 언제 나타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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