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자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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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시간
"그럼 즐기기 앞서 할 일부터 처리해야겠군."
아까 전 만났던 루비를 떠올렸다. 아무리 운현이 동정, 아니 이제 막 동정딱지를 뗀 남자라 하더라도 그간 단련된 야동과 미디어 매체를 통해 그것이 분명히 유혹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일단은 만나러 가볼까?"
길드 회관 3층 11호. 아까 만났던 루비를 떠올리며 운현은 입맛을 다셨다.
"뭐. 상호합의하에 하는거니까 괜찮겠지."
싱글거리며 맥주를 단번에 들이마신 운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에게 말을 걸려고 눈치를 살피던 여인들은 운현이 움직이자 아쉬운 듯 입맛만 다셨다.
"흐흐흥~"
콧노래를 부르며 길드회관 3층으로 올라간 운현은 들려오는 신음소리에 피식 웃었다.
"죄다 여자 신음소리뿐이구만. 아주 좋아."
개중에는 남자의 헉헉대는 신음소리도 들렸지만 그것은 자체 필터링 한 채 운현은 11호로 걸어갔다.
"네 이년! 이 몸의 수청을 들겠느냐!"
거침없이 소리치며 문을 연 운현은 열평정도 되는 넓은 방의 끝에 있는 침대 위에 보이는 살색광경에 입을 다물었다.
"아흐응!"
"으읏! 싼다!"
"...이런..."
"누, 누구야!?"
"죄송합니다."
남자가 당황하며 외치는 소리에 운현은 잽싸게 문을 닫고 나왔다.
"염병하네."
"뭐가?"
"후야욱! 엥? 당신이 여기 왜 있어? 안에는?"
"응?"
운현이 궁시렁거렸을 때 그의 뒤로 낭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너 왜 거기서 나와?"
"어...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운현이 당황하며 말하자 루비는 고개를 갸웃거린 후 방으로 들어갔다.
"야 이! 남창 부를거면 말하고 부르랬지!"
"하으응... 미안. 너도 낄래?"
"한명 더 추가하는 건 돈을 더 내셔야 합니다."
열린 문 사이로 남창과 여인, 루비의 실랑이 소리가 들려온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얇싸한 인상의 사내와 짙은 청록색 단발 머리의 여인이 나오자 루비는 한숨을 내쉬며 운현을 불렀다.
"이제 들어와도 돼."
"쟤넨 뭐야?"
"남자는 남창이고 저 계집애는 내 동료. 마법사 이아나. 으씨... 냄새."
"아니 근데 왜 자기 방에서 안하고..."
"몰라."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입술을 삐쭉거린 루비는 열린 창문으로 정사의 냄새가 좀 빠지자 문을 닫은 후 침대에 턱 걸터 앉아 긴 다리를 꼬았다.
"그래서... 여기까지 온 이유는 우리 클랜에 들어오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다른 것 때문일까?"
"글쎄. 그건 네가 더 잘 알 것 같은데?"
운현이 빙긋 웃으며 다가가자 그녀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요염한 웃음으로 그를 반겼다.
"자. 그렇다면 한번 해봐. 내가 생각하는게 맞는 것 같은데 말이지."
운현을 끌어 안은 그녀는 귀엽다는 듯 그의 볼에 입맞춘 후 말했다.
볼에 닿는 따뜻하고 촉촉한 감촉에 운현의 바지 앞섬이 불쑥 튀어오르자 루비는 요염하게 입술을 핥고는 그의 양물에 손을 가져갔다.
"물건도 실하고..."
"훗. 그래도 내 물건은 고향에서 엑스칼리버라 불렸지."
"엑스칼리버? 그게 뭔데."
"돌에 밖혀 있는 전설의 성검. 주인을 만나면 절대의 힘을 자랑한다는 검이야. 몇천년동안 주인을 찾지 못하다가 주인의 손에 들린 이후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는 전설이 있지."
"그런 검이 있단 말이지... 이거 탐나는데? 그런데 이게 그렇게 흉악하단 말이지."
"아니 아직 주인을 만나지 못해서..."
"...도대체 뭐하는 동넨지 모르겠네. 이런 좋은걸 그냥 내버려두다니 말야. 어쨌든. 그럼 동정이라는거야?"
"그건 아니지."
운현은 레나를 떠올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것이 아쉬웠는지 혀를 찬 그녀였지만 곧 그녀의 표정은 바뀌었다.
"점점 딱딱해지는게 마음에 드는걸? 어디 맛좀 볼까?"
운현의 바지를 벗겨낸 그녀는 흉악하게 빳빳히 서 있는 그의 남성을 보며 탄성을 내질렀다.
검붉은 남성이 불끈 힘줄을 내보이는 것에 입맛을 다신 그녀는 도톰한 입술로 남성의 머리부분에 살짝 입맞춘 후 본격적으로 빨기 시작했다.
"우웃...."
레나에게 동정을 빼앗기긴 했지만 그건 엇차 하는 사이에 끝나버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본격적인 펠라는 처음인 운현이 루비의 머리를 꽉 잡고 신음성을 토해내자 그녀는 그를 올려다보며 손으로 그의 알주머니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쭈룹... 어때?"
"조, 좋네."
"후후후... 이정도로 조아하면 옹아아이."
입에 남성을 머금은 채 말하던 그녀는 곧 혀를 움직여 그의 남성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하는 펠라에 이런 기교라니. 운현은 허리끝에서 차오르는 사정감에 그녀의 머리를 꽉 잡아 남성 쪽으로 밀어 넣었다.
"우읍!"
단번에 목구멍까지 찌르고 들어간 남성에 놀랐는지 그녀는 눈을 크게 떴지만 곧 입술을 오물여 더더욱 그의 남성을 밀착시켰다.
"으윽! 싼다!"
참기 어려운 쾌감에 운현은 그녀의 목 안에 그대로 사정해버렸다.
"쿨럭! 콜록! 으윽... 벌써 싸면 어떡해! 그래도 굉장히 진한걸...? 목구멍이 끈적거려. 더 할 수 있겠지?"
"후후. 아직 멀었다."
사정을 했지만 아직 운현의 남성은 힘을 잃지 않고 있었다. 그것이 마음에 들었는지 입 안의 정액을 모두 삼킨 루비는 그의 남성을 다시 애무하기 시작했다.
"으음...쭈룹...춥..."
타액과 쿠퍼액이 엮이며 내는 음란한 소리가 방을 채운다. 정신없이 남성을 핥으며 탄력적인 양 다리를 벌린 그녀는 자신의 손으로 이미 흠뻑 젖은 계곡 사이를 애무하기 시작했다.
"아잉... 빨기 힘들잖아."
운현의 손이 내려와 자신의 가슴을 주무르자 그녀는 앙탈을 부리면서도 그의 손길이 주는 쾌감을 즐겼다. 커다란 가슴을 터트릴 것 처럼 꽉 쥐고, 또 유두를 비트는 등 그의 거친 애무에도 루비는 전혀 싫다는 얼굴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런 것이 더욱 좋았는지 그녀는 하복부를 만지는 손에 속도를 올렸다.
"흐이이잇!"
한참 혼자 애무하던 그녀가 부르르 몸을 떨며 털썩 주저앉자 운현은 피식 웃었다. 혼자서 자위를 하며 가버린 것이다.
그녀가 헐떡거리며 양 다리를 벌리고 있는 것을 본 운현은 루비를 안아 침대 위에 올리고 긴 다리를 쫙 벌렸다.
V자로 벌려진 다리 사이에 이미 흠뻑 젖어 붉은 수풀을 투명하게 보이고 있는 검은 속옷을 본 운현은 루비의 타액으로 범벅이 되어 있는 자신의 남성을 그녀의 계곡에 대고 쓱 문질렀다.
"흐읏... 자, 장난하지 말고..."
"글쎄. 장난이라..."
"뭐, 뭐하는건데... 어서 넣어줘..."
눈물을 머금고 그녀가 달달히 말하자 운현은 어깨를 으쓱인 후 바지를 입으려 손을 내렸다.
그런 그의 모습에 놀란 루비는 황급히 몸을 일으켜 그의 손을 잡았다.
"뭐하는거야!?"
"글쎄. 난 아까 한발 빼서..."
"으윽... 너무해. 장난치지 말고..."
"장난이라. 이걸 원하는건가?"
"흐으읏!"
운현이 바지를 입고 나가버리면 새되는 것은 자신이다. 루비는 다급한 얼굴로 그를 잡으려다가 운현의 남성이 속옷 위의 계곡을 꾹 누르자 짧은 쾌감에 비음을 터트렸다.
"이거 재밌구만."
"흐응! 으으읏! 자, 장난치지마아~!"
"응. 장난은 여기까지만 하지."
더 이상은 운현도 참기 힘들었다. 루비정도의 매력적인 미녀가 양 다리를 벌리고 삽입해달라고 애원하는데 여기서 물러나면 남자도 아니다.
"쭈륵..."
속옷의 끈을 풀어낸 운현은 계곡에서 나온 투명한 애액이 은색의 실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며 히죽 웃었다. 이미 폭포수처럼 그녀의 계곡은 뜨거운 애액을 주륵주륵 흘러내고 있었다.
"따로 애무할 필요는 없겠네."
"응응! 어서 넣... 하아아악!"
"찔꺽!"
운현의 남성이 단번에 계곡 안으로 파고들자 그녀는 발가락까지 꽉 오무리며 쾌감에 몸을 떨었다.
"너무 쉽게 가버리는 것 아냐?"
"으...으윽...타, 탐험을 갔다가 아직... 아, 안풀었다고..."
"그래?"
모험가들이 던전을 갔다가 오면 대부분은 남창을 가거나 홀로 자위를 하여 흥분을 억누른다고 들었다. 아까 그 마법사도 그랬을 것이다. 무슨 이유인지 아직 남창을 불러 흥분을 해소하지 않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운현에게 있어서 나쁜 일은 아니었다.
"으음..."
다른 생각을 하며 어떻게든 사정감을 참아보려했지만 겉으로 보이는 근육만큼이나 루비의 계곡이 가진 힘은 보통이 아니었다.
운현의 남성을 깨물듯 잘근거리며 연신 조여오는 탓에 쾌감이 배로 상승한다.
'이대로는 곤란하겠네...'
아까처럼 찍 싸버릴 가능성이 높았다. 운현은 속으로 애국가를 부르며 루비의 풍만한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천천히 허리를 흔들었다.
"흑! 아앗! 으으윽! 조, 좋아앙!"
비명을 내지르면서도 자신의 품에 안긴 운현을 꽉 끌어 안은 그녀는 길고 탄력적인 양 다리마저도 그의 허리를 감싸 떨어지지 않으려 하였다.
찰싹 달라붙어 그녀의 살결을 느끼며 허리를 움직이던 운현은 루비의 계곡이 주는 쾌감에 이를 꽉 깨물어 간신히 참아내었다.
"으윽... 야. 히, 힘좀..."
"하앙! 으응!"
이미 정신줄을 놓쳐버렸는지 그녀는 혀까지 빼물고 비명을 내질렀다. 몇번이나 피스톤질을 했다고 이렇게 되어버린 건지. 운현은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일단 빨리 해서 한번 보내놔야 자신이 편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히얍!"
"찔꺽! 찔꺽! 찔꺽!"
"하아아아아앙!"
이미 투명한 애액과 함께 백탁의 액이 그녀의 계곡에서 운현의 양물을 타고 쭈륵쭈륵 흘러나왔다. 더없이 따뜻하고 음란한 그 애액이 여관의 바닥을 적신다.
"히야아아앙!"
생긴것 답지 않게 귀여운 쾌감의 비명을 내지르며 그녀가 운현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 바들바들 떨리며 움찔거리던 그녀의 몸이 축 늘어지자 운현은 자신의 남성을 꽉 깨물고 있는 계곡이 주는 쾌감을 버티지 못하고 성대하게 사정해버렸다.
"흣!"
"흐아아아앙!"
자궁 안쪽으로 밀려드는 정액의 뜨거움 때문일까? 루비는 쾌락으로 눈을 뒤집으며 다시끔 차오르는 쾌락에 비명을 내지르고 축 늘어졌다.
이제서야 자유롭게 된 운현은 그녀가 끌어안느라 뻐근해진 목을 주무르며 루비의 풍만한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하아...하아..."
"최고였어... 운현. 아직 안죽은 것 같은데..."
계곡 안쪽에 있는 남성이 여전히 힘을 잃지 않은 것에 만족하며 희미하게 웃은 루비는 운현을 잡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
"이제 내가 해줄게..."
요염하게 입술을 핥은 그녀는 운현의 입술에 살짝 입맞춰준 후 그를 깔고 앉아 천천히 허리를 흔들었다.
"으윽..."
"하아...하아..."
어지간한 걸그룹의 섹시댄스보다 더욱 현란하게 허리를 흔들면서 쾌감을 갈구하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도 음란했다.
몸이 움직일때마다 출렁거리는 커다란 가슴에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던 운현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움직여 그것을 꽉 잡고 주물렀다.
주무를 때마다 고무공처럼 탄력적인 가슴이 그의 손가락을 튕겨내려 한다. 그것에 즐거워하며 가슴을 가지고 놀던 운현은 아랫입술을 꽉 깨문 루비가 더더욱 빠르게 허리를 움직이자 차오르는 쾌감에 눈을 감아버렸다.
"흐읏!"
"하아아아앙!"
또다시 차오르는 사정감을 참지 않고 그대로 싸버린 운현은 루비 역시 절정에 달해 자신의 품 안에 쓰러지자 그녀의 등줄기를 쓰다듬으며 탄력적인 둔부로 손을 옮겼다.
"하아...하아..."
뜨거운 숨결이 가슴에서 느껴진다. 자신의 몸을 더듬는 운현의 손에도 반응하지 못하던 루비는 마른 입술을 핥은 후 운현의 볼에 입맞추고 속삭였다.
"아직... 모자른 것 같은데?"
"너야말로."
운현이 웃으며 말하자 그녀는 힘이 빠진 얼굴로, 하지만 행복과 요염이 동시에 깃든 얼굴로 웃었다.
[패시브 스킬 : 현자의 시간이 활성화되었습니다.]
[현자의 시간 효과로 냉철한 이성 상태가 되었습니다.]
[지력이 100 상승합니다.]
운현은 눈 앞의 메시지창에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활성화가 되어 있다는 것은 '습득' 과는 달랐다.
이미 '습득한' 상태라는 것이다.
'난 이런 스킬을 익힌 적이 없어.'
운현은 싸늘한 눈으로 메시지창을 조용히 응시했다. 배우지 않은 스킬을 익혔다라는 것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일이 자신의 몸에서 발생했다는 것과 같았다.
'그러고보면 난 이 세상에 대해 아는게 별로 없어.'
아직 정보가 너무나도 없다. 어째서 이세계에 오게 된 것인지.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그리고 던전이란 무엇이며 던전의 몬스터가 왜 코어를 주는 것인지. 그 코어로 왜 레벨업이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순식간에 피어올랐다.
"그래서... 후. 우리 클랜에 들어올거야?"
달콤한 목소리에도 운현은 꿈쩍하지 않은 채 생각을 이어나갔다.
정보가 너무나도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의 소속이 된다? 물론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 하여 그것이 완전히 옳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소속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자신의 규율이 아닌 소속된 조직의 규율을 따라야했고 아직 이 세계에 대한 정보를 한정적으로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아직은 아냐.'
무감정한 눈으로 루비를 바라 본 운현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 왜?"
"아니. 좀 더 알아보고 나서 말해주지."
실망한듯한 루비를 향해 쓴웃음을 지으며 운현은 그녀의 입술에 입맞춰주었다. 그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았는 듯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 후 운현의 볼을 쓰다듬었다.
"너 정도라면 얼마든지 밀어줄테니까 환영이야. 우리는 매주 일요일에 길드에서 머물러. 이주에 한번씩 월요일에 던전에 들어가거든."
"이주? 그렇다는 것은 이주일만 던전탐험을 하는건가?"
"더 일찍 끝낼수도 있어. 우리 클랜은 아직 열명밖에 없는 소규모 클랜이니까 말이지."
"흐음..."
"물론 소규모지만 실력은 대단하다고!"
운현이 행여나 마음을 바꿀까 황급히 말한 그녀는 그가 자신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자 헤죽 웃으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지만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운현은 그 손길과 얼굴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에도 전혀 기뻐하고 있지 않았다.
'일단은 정보수집이 필요하다. 던전이 어떤 곳인지 내 눈으로 보고 확인할 필요가 있어.'
백문이 불여일견. 위험하더라도 그 위험도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면 된다.
"그럼 난 이만 나가보도록 하지."
"벌써?"
"너도 피곤할거 아니야. 얼굴에 졸음기가 가득한데."
"하긴... 네 체력을 받아주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지. 허리가 얼얼하네. 그럼 언제든지 연락해!"
운현이 옷을 챙겨입고 나가자 루비는 생글생글 웃으며 나가는 그를 배웅했다.
"문제는 '어째서'와 '어떻게'군."
'어째서' 자신이 이세계에 오게 된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하면 이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첫번째. '어째서'는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두번째. '어떻게'는 이미 답이 나와 있었다.
이 세계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는 자신이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좋은 것은 '모험가'가 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었다.
길드의 분위기도 그렇고, 루비의 반응도 그렇고 모험가가 된다면 꽤나 빠르게 자신의 몸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위험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곳에서 손가락만 빨면서 살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회피할 이유가 없다. 살아간다는 것은 늘 죽음과 마주쳐야 한다는 것. 그렇다면 그 위험 속에서 활로를 찾을 수 밖에 없다.
운현은 테이블에 앉은 채 생각을 이어나가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내가..."
[패시브 스킬 : 현자의 시간이 비활성화되었습니다.]
[냉철한 이성 상태가 해제 되었습니다.]
[지력이 99 감소합니다.]
"...내가 이렇게 냉정하게 상황 분석을 할 수 있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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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시간
그저 죽지 않고 살아갈 방법을 찾자. 가 목표였던 자신이 순식간에 모든 상황 판단을 마치고 방침을 정할 수 있을 줄이야.
"아니 지금 이런 생각할 때가 아니지."
방침을 정했다면 움직이면 된다. 운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사무소로 향했다.
"어라? 운현씨?"
"모험가 등록하러 왔습니다!"
"와아! 정말요!? 그럼 바로 시작할게요!"
운현이 당당히 말하자 필레는 환하게 웃으며 그에게 잡파인더와 함께 작은 카드를 내밀었다.
"이게 모험자 카드에요. 직업은 도적으로 하실거죠?"
"당연하죠."
싱글거리며 운현이 말하자 필레는 모험가 카드를 잡파인더 위에 올려 놓은 후 말했다.
"잡파인더 위에 손을 올려주세요."
"우우웅!"
거침없이 운현이 손을 올리자 잡파인더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잠시 후 빛이 사라지자 필레는 모험자카드를 운현에게 넘겨주었다.
"이게 운현님의 모험자카드에요. 잃어버리시면 5골드에 재발급받을 수 있어요."
"비싸! 뭔데 이렇게 비싸요?"
"모험자카드는 마법처리가 되어 있는 물건이거든요. 만약 위기상황에 빠졌을 때 모험가 카드로 길드에 구조 요청을 할 수 있답니다."
"흐으음... 그렇군요. 그런데 왜 제가 가져다 줬을땐 포상금이 그거밖에...?"
"그, 그거야 원래 세상이란게 다..."
운현이 눈을 가늘게 뜨고 묻자 필레는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직업 : 도적을 획득하였습니다.]
[스틸을 배웠습니다.]
[함정 설치를 배웠습니다.]
'스틸이야 그렇다고 치고 함정 설치는 뭐지?'
도적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 도적이 함정을 만들어 파티원들의 휴식공간을 마련하거나 안전구역을 만든다고 했던 것을 떠올린 운현은 스킬창을 열어보았다.
[스틸 - 상대방의 소지품을 훔친다.]
[함정 설치 - 재료를 이용해 함정을 생성한다. 함정의 경우 사용되는 재료에 따라 속성과 유지시간이 변화한다.]
'써보지 않으면 모르겠군.'
스킬 설명으로 무슨 스킬인지는 알겠지만 그 위력이나 효과, 범위, 그리고 하이딩 상태에서 사용하는 것. 그 모든 것들은 결국 몸으로 경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운현은 모든 상태창을 닫은 후 필레에게 말했다.
"이제부터 도적 클래스인건가요?"
"예. 음... 운현님 레벨은 아직 5네요. 처음 도적 1레벨에 스틸을 배우고 5레벨에 함정 설치를 배울 수 있어요. 10레벨이 되시면 자동적으로 스킬이 배워질거에요. 레벨 5단위로 스킬을 하나씩 입수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군요. 다른 직업도 그러나요?"
"네. 그리고 이건 마석 열개에요. 던전 탐험시 전투가 끝나면 시체들을 마석으로 흡수하실 수 있어요. 몬스터의 해체가 싫으신분들은 소정의 수수료만 받고 길드에서 해준답니다."
"소정의 수수료요? 얼만데요?"
"몬스터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그리 비싸지는 않아요."
"그러니까 얼마냐구요."
"제가 말씀드리는 것보단 직접 보시는게 좋겠네요."
운현이 꼬치꼬치 캐묻자 필레는 서랍에서 서류철을 꺼내 운현에게 보여주었다. 종이에 빽빽하게 적혀 있는 몬스터 감정가와 해체 수수료등을 보던 운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런데 이 경험치는 뭔가요?"
"예? 아. 몬스터를 잡았을 때 그 코어를 돈으로 환전할 수도 있지만 자신의 경험치로 쓸 수도 있어요. 모험가 분들 중에는 꽤 돈을 많이 벌어서 더 이상 돈을 버는 것보다는 그것으로 자신을 성장시키고자 하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뒷장을 보시면 코어로 마법 아이템을 만들 수도 있으니 그것도 확인해보세요."
고블린 코어 100개를 모아오면 헤이트스 마법이 걸린 반지가 주어진다거나, 오크의 코어 100개로 오크 파워 벨트를 얻는다거나.
운현은 그 표를 빠르게 흝어본 후 서류철을 툭툭 치며 물었다.
"이거 제가 가져도 되나요?"
"필요하시다면 내일 드릴게요. 던전 깊숙히 들어가시는 분들 중에는 아예 들어간김에 필요한 재료를 모두 모아오시는 분들도 있거든요."
"그렇군요."
운현은 고개를 끄덕인 후 서류철을 돌려주었다.
"그리고 이건 모험가로 등록하신 분께 드리는 길드의 지원이에요."
필레는 밑에서 커다란 상자를 꺼내어 운현에게 주었다. 상자 안에는 천옷 한벌과 속옷 한 세트. 그리고 가죽 흉갑과 견갑 양 팔에 착용하는 암 실드, 가죽부츠로 이루어진 갑옷세트가 있었다.
"초보자들을 위한 지원 세트에요. 그럭저럭 쓸만하니까 장비가 없으시면 꼭 착용하고 던전에 들어가도록 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건 흥분억제제에요. 처음에는 그냥 드리지만 앞으로는 구매하셔야 해요. 모험가 길드 사무소에서 판매하고 있으니까 꼭 구매해주세요. 그치만 운현씨는 남자라서 별로 필요가 없을 것 같네요."
쓴웃음을 지으며 우황청심환만한 크기의 작은 환약 세개를 건넨 필레는 뻘쭘히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그녀의 말에 마주 웃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인 운현은 흥분억제제를 주머니에 넣었다.
"그런데 운현씨. 클랜에는 가입하셨나요?"
"아뇨. 아직..."
"그래요? 괜찮다면 클랜 모집 게시판에 운현씨를 올려드릴까요? 도적에 남자라면 저레벨이라고 하더라도 원하는 클랜은 많을거에요."
"으음... 그건 좀."
"클랜에는 아직 들어가실 생각이 없으신건가요? 그럼 파티 모집게시판은 어때요?"
"그건 괜찮겠네요."
혼자 들어가는 것보다 파티를 해서 간다면 비록 수입은 줄어들겠지만 위험도 역시 감소한다. 여차하면 몸빵으로 보내고 하이딩으로 도망칠 수라도 있지 않겠는가.
운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한장의 서류를 꺼내들고 그에게 물었다.
"그럼 몇일이나 던전에 머무르실 예정인가요?"
"하루정도요."
"하루요? 으음..."
"왜요?"
"아뇨. 1계층 같은 경우는 기본 일주일 정도 머무는 파티가 대부분이라..."
"그래요? 그래도 찾아보면 있지 않을까요?"
"글쎄요. 일단 올려드릴게요."
필레는 빠르게 서류의 빈칸을 채운 후 운현에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언제든지, 뭔가 곤란한 일이 있으시다면 찾아와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빠르게 모험자 등록을 끝내고 도적으로 전직을 마친 운현은 구석의 자리로 돌아와 자신의 상태를 살폈다. 메뉴나 지도, 로그, 인벤토리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스킬도 변한 것이 없다.
스탯창에서 직업만 도적으로 바뀐 상태가 된 운현은 스킬창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생각했다.
'나는 지금까지 스킬을 찍었는데... 10레벨이 된다면 자동적으로 배워진다 이건가. 그리고 스탯은? 스탯도 자동으로 오른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레벨업에서 스탯을 찍기만 했었지 자동적으로 오른 적은 없었던 운현은 그것에 대한 의문도 해소해야 한다 생각했다.
어쨌든 이세계에서 살아갈 각오를 다지고, 자신의 삶의 안정과 윤택을 위해서 모험자가 되기로 했으니 확실히 자신의 상태를 규명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 오늘은 일단 쉬자.'
지금 할 일은 다 했다. 운현은 카운터로 가 방을 예약하고 그곳에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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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이 되자 운현은 길드사무소로 내려갔다. 혹시 괜찮은 파티가 있나 해서 필레를 찾은 그는 떨떠름한 얼굴의 필레를 보고 짧게 혀를 찼다.
"죄송해서 어쩌죠? 당일치기 파티는 없네요."
"그런가요..."
던전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를 얻고, 그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해놔야 움직임에 안정성이 생긴다. 이것만큼은 양보하고 싶지 않았던 운현이 한숨을 내쉬자 필레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도 금방 나올거에요. 도적은 귀한 직업이니까요!"
운현에게 기운을 주려는 듯 필레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그녀에게 가볍게 답해주고 테이블에 앉은 운현은 빵과 우유를 시켜 아침식사를 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꽤 많네...'
처음 왔을 때도 북적거렸지만 아침부터 길드사무소는 미어터지는 것 같았다. 한쪽 벽면에 빼곡히 차 있는 퀘스트를 받거나, 파티를 모집하는 사람들이 수두룩 하다.
"혼자야?"
"응? 아. 응."
운현이 남은 우유를 다 마셨을 때 그에게 장검을 찬 붉은색 단발머리 여인이 다가왔다.
"직업은?"
"도적. 레벨은 5."
"오오오! 남자 도적이라니... 이거 괜찮은데? 어때. 우리는 지금 일주일 정도 던전 2계층 진입을 노리고..."
"미안. 지금은 당일치기만 찾고 있어서 말이지."
운현을 보고 기뻐하던 그녀가 말했지만 운현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의 말에 여인은 씁쓸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끙.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좋은 파티 찾아보라고."
그녀 이후에도 몇몇 파티가 찾아왔지만 대부분 최소 3일, 길면 삼주정도의 계획을 가지고 던전에 들어가려고 하고 있었다.
'더럽게 없네. 그냥 삼일짜리 들어갈까... 아니야. 괜히 까불다가 개피보기 전에 확실히 파악을 하자.'
운현은 입을 다문 채 생각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한시간쯤 기다렸을까? 북적거리던 길드사무소가 조금씩 한가해지기 시작하자 운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움직여야겠군.'
괜찮은 파티가 있어서 자신의 자리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차선책. 자신이 파티를 모으는 것이었다.
운현의 입장에서야 이해가 가지 않지만 모험가라는 것은 나름 유망직종이고 시골이나 다른 곳에서 도시를 동경해, 많은 수입을 벌 수 있는 모험가를 동경해 던전도시에 온다고 하는 이들은 많다고 했다.
그렇다면 신규 유입되는 인원 역시 많다는 것이고 그 중에는 아무런 혈연, 지연, 학연 없이 덜컥 모험가에 등록한 이들도 있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어차피 나야...'
운현이 이번에 던전에 들어가는 것은 던전의 분위기를 살피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기에 강한 이가 포함된 파티나 클랜은 의미가 없었다.
최악의 경우 자신의 미끼가 되어 줄 수 있을 정도의 파티정도면 충분했기에 운현은 느긋한 발걸음으로 아까부터 주목하고 있던 여인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어? 아. 안녕하세요."
운현은 게시판을 보며 시무룩한 얼굴로 서 있는 작은 키의 여인에게 다가갔다.
아침부터 이곳에 있었지만 몇몇 사람들에게 거절당해 완전히 풀이 죽어 있는 여인이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적금발에 커다란 눈, 그리고 약간 갈색으로 탄 피부. 귀여운 외모와 비례해 작은 몸을 가진 여인은 운현이 다가오자 당황하며 허둥지둥 답했다.
"혹시 파티를 구하고 계신건가요?"
"예... 그렇긴 한데... 저처럼 레벨 3에 불과한 초보랑 함께 갈 사람은 없는 것 같네요."
"레벨 3이요..."
운현은 미묘한 얼굴로 작게 중얼거렸다. 그의 말에 여인이 더더욱 시무룩해하자 운현은 빙긋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저는 운현이라고 합니다. 괜찮다면 함께 던전에 가시지 않으시겠어요? 저도 던전은 초행이라 잘 모르지만..."
"아! 그러신가요!? 저는 헤스티아라고 해요!"
지금까지 몇번이나 거절당한 것에 낙심하고 있었던 그녀는 운현의 제안에 환하게 웃었다.
"그런데 직업이...?"
"저는 도적입니다. 레벨은 5이구요."
"와아! 도적! 그런데 도적분들은 무척이나 귀한 직업이라고 하던데 저같은 마법사랑 괜찮으시겠어요?"
"마법사셨어요?"
"그렇게 안보이나요?"
운현의 말에 그녀는 빙그르 몸을 돌려보았다. 적색의 로브를 두르고 있고 한손에는 작은 마법봉이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마법사를 본 적도 없는 운현이 그 모습으로 어떻게 마법사라 유추하겠는가. 운현은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제 고향은 깡촌이라 마법사를 보기 힘들거든요. 처음으로 마법사분을 뵙게 됐네요.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어떤 마법을 쓰실 수 있으신가요?"
"어... 그게요."
운현의 질문에 그녀는 크게 당황하며 머뭇거렸다. 한참을 그렇게 주저하던 그녀는 쥐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파이어 볼트요."
"그렇군요. 그리구요?"
"...그게 다에요."
"그런가요?"
어차피 3레벨이니만큼 스킬도 얼마 없을 것이라는 것 쯤은 예상했었기에 운현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럼 파티는... 안하실건가요?"
그녀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묻자 운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 왜요?"
"아니... 사용 가능한 마법이 파이어 볼트라서 파티를 안하시려는 것 아닌가요?"
"어, 그건 상관없는데요. 저도 딱히 스킬이 많은 것도 아니고."
굳이 계속 같이 다닐 사람도 아닌 만큼 자신의 모든 것을 알려 줄 필요는 없었다. 도적 직업을 가지며 배운 스틸과 함정 설치만 알려줄 생각이었던 운현이 대수롭지 않게 말하자 그녀는 놀란 얼굴로 운현을 보았다.
"왜요?"
"운현님은 다른 분들과는 다르시네요."
"그, 그런가요?"
반짝거리는 그녀의 부담스러운 시선에 운현은 슬쩍 시선을 돌렸다. 여차하면 미끼로 쓰려고 고른 사람이 이렇게 자신을 좋게 보는데 양심이 찔린 것이었다.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죠. 저는 보조, 헤스티아씨는 딜러. 이제 탱커와 힐러가 필요한데..."
헤스티아와 말을 마친 운현은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마땅히 끌어들일만한 사람은 없었다. 모두들 삐까번쩍한 장비를 입고 있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한명 정도만 더 있었으면 좋겠는데. 이왕이면 탱커로...'
상식적으로 봤을 때 마법사와 도적. 둘 다 물몸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하면 자신이 몸빵을 해야 될지도 모르기에 운현은 심각한 얼굴로 고민했다.
"운현님?"
"으음..."
답이 없었다. 선택은 두가지 뿐. 이대로 둘이서 던전에 들어가는 것과 다른 사람을 구할때까지 기다리는 것.
헤스티아와 같은 처지의 초보자가 있다면 얼른 데려라고 싶지만 공교롭게도 그런 사람은 없었다. 점점 사람들이 던전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며 운현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네요. 이대로 가는 수 밖에."
"예? 그치만."
"어떻게든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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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시간
함정 설치를 이용하고 조심해서 움직이면 어떻게든 사냥은 가능할 것이다. 운현이 무덤덤히, 하지만 속으로는 무척 걱정하면서 말하자 헤스티아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듯 희미하게 웃었다.
"운현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자. 그럼 가볼까요?"
길드 사무소에 있는 문을 통과해 던전으로 향한 운현과 헤스티아는 넓은 신전과 같은 던전의 입구, 그리고 그 주변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감탄했다.
"헤스티아씨는 던전에 들어가는 건 처음인가요?"
"전 이번이 두번째에요. 운현님은요?"
"전 처음이네요."
"후훗. 그럼 제가 설명을 해드릴게요. 던전에 들어가기 전에 이곳에서 준비를 할 수 있어요. 무기나 방어구, 도구등을 구입할 수 있구요. 아. 운현님은 도적이니까 함정설치용의 재료도 여기서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군요. 그럼 재료를 좀 구입하고 가는게 좋겠네요."
헤스티아의 말에 따라 운현은 좌판들을 걸어 쓸만한 것들을 찾았다. 무기나 방어구, 마법스크롤 등의 가격은 정말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비싼 것들도 많았지만 동전 몇개로 살만한 싸구려들도 꽤 있었다.
"이건..."
초보자들을 위한 좌판 위에 놓여져 있는 송곳, 락핏 등 싸구려 무기와 방어구, 재료들이 있는 곳으로 온 운현은 그것을 보며 머리를 굴렸다.
'이건 좀 쓸만하겠군.'
재료 중에서 하얀 실처럼 보이는 것을 잡은 운현은 좌판을 깔고 앉아 있는 주인에게 물었다.
"이건 뭐에요?"
"아. 흰 거미의 실입니다. 끈적하고 튼튼해서 함정설치용으로 꽤 좋죠."
"이거 다 주세요."
좌판에 올려져 있는 흰 거미의 실을 스무 타레 구입한 운현은 그것을 인벤토리에 넣고 송곳 열개를 구입했다.
'이걸로 돈은 다썼군.'
모험자 카드를 가져다 주고 얻은 금액은 다 썼다. 운현이 물품을 구입하고 돌아오자 헤스티아는 밝은 얼굴로 운현에게 붉은색 병 다섯개를 보여주었다.
"힐링포션이 싸게 팔고 있더라구요."
"오오."
힐러가 없는 파티이니 이런 것으로라도 버텨야 할 것이다. 운현이 만족한 듯 웃자 헤스티아는 싱글거리는 얼굴로 가방을 들었다.
"물건은 제가 들게요. 운현님은 레벨이 높으시니까..."
"괜찮아요. 제가 들죠."
헤스티아의 가방을 낚아채듯 가져오며 그 안에 실타레를 넣은 운현은 감동하는 듯한 그녀를 보며 히죽 웃었다.
'여차하면 들고 튈 수도 있겠군.'
처음 만난 사람을 무슨 깡으로 저렇게 믿는 건지. 운현은 헤실거리는 헤스티아를 물끄러미 보다가 그녀와 함께 던전 입구로 향했다.
건물 몇채쯤 되어보이는 거대한 마법문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에 운현이 당황하자 헤스티아는 웃으며 말했다.
"여기로 들어가면 던전이에요."
"던전이 이런 것이었나요?"
자신이 생각하는 던전 입구와 너무나 다른 모습에 운현이 떨떠름히 묻자 헤스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처음에는 무척 놀랐어요. 들어가보시면 더 잘 아실거에요. 갈까요?"
거리낌없이 헤스티아가 마법 장벽 안으로 몸을 넣었다. 홀로 남게 된 운현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것을 보다가 결국 그 안으로 들어갔다.
"이게 무슨..."
분명히 문을 통과하기 전까지는 건물 안이었는데 보이는 것은 넓은 평원이었다. 뒷편에는 자신이 통과한 마법문이 있었다. 그가 놀라자 헤스티아는 운현에게 다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운현님?"
"으음, 던전이 이런 모습이었을 줄이야."
"후후. 놀라실 줄 알았어요. 마법 학교에서는 던전을 만든 것이 초 고대의 마법사라고 하던데 아직 그 정체에 대해서 알려진 것이 없어요."
"그 말은 여기도 마법적인 공간이라는 건가요?"
"글쎄요.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이곳의 정체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알려진 것이 없어요."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이야기하는 헤스티아에 비해 운현의 얼굴은 딱딱히 굳어 있었다.
'누군가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곳을 만든 것인지는 몰라도... 조심하는게 좋겠군.'
이정도라면 하나의 세계를 구현해 놓은 것이다. 어딜 봐도 끝이 보이지 않는 주변에 운현이 심각해지자 헤스티아는 걱정스러운 듯 운현을 보았다.
"괜찮아요?"
"아. 예. 그럼 가실까요?"
"네."
운현의 표정이 안좋아보이자 걱정하던 헤스티아였지만 곧 그의 얼굴이 원래대로 돌아오자 안심하고 길을 걸었다. 문에서 나온 이들이 여기저기로 흩어지는 것을 보던 운현은 앞서 걷는 헤스티아에게 물었다.
"초보자들이 갈만한 곳은 어디인가요?"
"음... 저도 전 파티에게 들은 것 뿐이지만 문에서 남쪽으로 향하면 고블린들이 서식하고 있는 구역이 있다고 하네요."
"고블린이요..."
헤스티아의 말에 운현은 떨떠름히 중얼거렸다. 이세계에 처음 들어오고 잡은 것이 고블린인데 또 고블린을 잡게 생겼다.
"고블린이 그리 만만한 몹이 아닌데... 다른 건 없을까요?"
"그럼 늑대나 토끼, 쥐 같은 게 있는데..."
"그럼 그쪽으로."
"알겠어요."
헤스티아와 함께 던전 입구에서 서쪽으로 삼십분 쯤 걸었을 때 그들은 수풀이 무성한 평원 근처에 도착했다. 들어갔던 사람들에 비해 의외로 사람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흐음. 우리도 이쪽에서 사냥을 하면 되겠네요."
"그럴까요?"
가장 먼저 토끼를 잡아보자. 운현은 단검을 가볍게 쥔 후 터벅터벅 토끼를 향해 걸었다.
운현이 다가오는 것에 토끼는 살기를 느꼈는지 그에게 몸을 돌렸다.
"끼익!"
선공을 날린 것은 토끼였다. 폴짝 뛰어올라 그에게 긴 뒷발로 발차기를 날리자 운현은 그것을 몸을 틀어 피해낸 후 그대로 단검으로 내리 찍었다.
"푹!"
"끼이이익!"
단검에 맞은 토끼가 그대로 나가떨어졌을 때 뒤쪽에서 불꽃의 화살이 날아들었다.
"파이어 볼트!"
운현의 손에 들려 있는 단검 정도 크기의 불꽃화살은 쓰러져 고통스러워하는 토끼의 몸을 감쌌다. 활활 타오르던 토끼가 그대로 축 늘어지자 운현은 뒤를 보며 피식 웃었다.
"데미지 좋네요."
"그, 그런가요? 운현님이 제대로 공격하셔서... 그런데 도적치고는 공격력이 대단하시네요. 전에 토끼를 잡을땐 파이어볼트 두번을 맞춰야 죽었었는데."
"이런 방식으로 가보죠. 합을 맞춰보고 괜찮다 싶으면 고블린을 잡으러 갑시다."
"네!"
한시간쯤 사냥을 했을까? 이 일대의 토끼와 쥐를 전멸시킨 운현과 헤스티아는 지친 얼굴로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코어가 많이 나오지 않는게 아쉽네요."
헤스티아의 말에 따르면 모든 동물들에게서 코어가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녀의 말처럼 운현 일행이 얻은 코어는 고작해야 스무개에 지나지 않았다.
"후... 힘들다. 슬슬 익숙해진 것 같으니 다음은 사슴으로 해볼까요?"
"괜찮을까요?"
크기부터 차이가 나는 사슴인만큼 사냥이 쉽지 않을 것이다. 헤스티아가 걱정스레 묻자 운현은 어깨를 으쓱였다.
토끼와 쥐를 상대하면서 몸을 움직이는 것과 회피하는 것에 익숙해진 덕분인지 아직 큰 걱정은 없었다.
"어떻게든 되겠죠."
손해득실을 빠르게 시뮬레이션해보고 괜찮다 싶어 제안한 것이었지만 그의 말은 그저 태평하기 그지 없었다. 왠지 모르게 대책없어보이는 그의 말에도 헤스티아는 빙긋 웃을 뿐 이었다.
"마나만 채워지면 가도록 해요. 운현님. 사과 드실래요?"
"오. 좋죠."
가방에서 사과를 꺼낸 헤스티아는 운현에게 빨갛게 잘 익은 사과를 넘겼다.
"그런데 괜찮아요? 얼굴이 빨간데."
"예? 아. 그. 괘, 괜찮아요. 조금 흥분되서..."
다가 온 헤스티아의 얼굴을 보며 운현이 묻자 그녀는 크게 당황하며 조심스레 말했다. 토끼나 쥐도 약하기는 하지만 던전의 몬스터에 속하는지 전투를 겪으며 그녀도 흥분상태가 된 듯 보였다.
"참기 힘들다면 언제든지 말해요."
"그치만... 그럼 운현씨에게 폐가 되고..."
"아직은 참을 수 있다는 건가요? 그럼..."
"네. 그. 흥분억제제도 있으니까..."
운현이 자기를 걱정하자 헤스티아는 얼른 주머니에서 약을 꺼내 먹었다. 잠시후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홍조가 가라앉자 운현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쪽은 이제 슬슬 정리가 된 것 같네요. 다른 곳으로 가볼까요?"
"으음... 네."
약효가 도는 효과때문인지 헤스티아의 목소리가 약간 처졌다. 하지만 아직은 버틸만 했는지 그녀의 안짱다리는 풀렸고 운현은 어깨를 으쓱인 후 몸을 돌렸다.
"아까 보니까 사슴은 저쪽에 있던 것 같은데 저기로 가죠.
헤스티아와 함께 사슴이 있는 평원으로 향한 운현은 자신과 헤스티아를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는 몇몇 모험가들을 무시한 채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주변의 지형은 평원. 평화롭게 뛰노는 사슴이 있는 곳에서 자리를 잡은 운현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럼 사냥을 시작해야겠는데... 제가 먼저 끌고 올테니까 헤스티아씨가 파이어볼트로 견제와 딜링을 해주세요. 가능하겠죠?"
"예!"
"그럼 갑니다."
"알겠어요."
단검을 역수로 잡은 채 운현은 차분히 사슴을 향해 걸었다. 그러고보니 던전 도시로 가기 전에 만났던 사슴은 자신을 보자마자 도망쳤었다. 과연 던전의 사슴은 어쩔 것인가. 운현이 적의를 보이자 사슴은 도망치는 것보다는 상대하기로 결심했는지 긴 뿔이 있는 머리를 그에게 돌렸다.
'이거 긴장되는구만.'
단검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가 한걸음 내딛자 사슴은 기다렸다는 듯 운현에게 긴 뿔을 들이밀며 달려들었다.
"큭...!"
"퍽!"
"크억!"
예상했던 대로 토끼나 쥐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와 위력이었다. 다만 그 공격력을 더 예상할 수 없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쿨럭! 쿨럭!"
뿔에 받힌 운현은 그대로 뒤로 나가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팔로 막았지만 그 충격은 고스란히 그의 몸에 전달되었다. 초보자용 가죽갑옷이라도 입지 않았다면 그대로 골로 갔으리라. 팔과 등이 욱씬거리는 것을 느끼며 운현은 침을 뱉어내고 이를 드러내었다.
"크아... 아파라."
다시 사슴이 달려온다. 운현은 그것을 보며 이를 갈았다. 피하기 어려운 속도다. 운현은 낭패한 얼굴로 이를 갈았다. 아직 온 몸이 쩌릿거려 움직이기 힘들었다.
"퍼엉!"
그의 뒤에서 불꽃 화살이 날아왔다. 헤스티아의 파이어볼트가 달려들던 사슴에게 맞자 사슴은 갑작스러운 불꽃에 놀랐는지 달려들던 속도가 줄어들었다.
그 틈을 노린 운현은 옆으로 몸을 비틀어 던진 후 사슴의 복부에 송곳을 쑤셔 밖았다.
"키이익!"
복부에 상처를 입은 사슴이 분노한 듯 몸을 비틀거리자 운현은 빠르게 달려가 사슴의 머리를 냅다 후려찼다.
"빠악!"
"키잇!!"
"손잡이가 있으니 편하구만! 잘도 까불었겠다!"
쓰러진 사슴의 뿔을 잡아 비틀고 다리로 사슴의 머리를 꽉 누른 후 운현은 단검을 역수로 잡았다. 그의 싸늘한 시선과 입가에 그려진 살벌한 미소를 본 것일까? 사슴의 움직임이 일순간 멈췄다.
"푹! 푹! 푹!"
사슴의 긴 목에 단검의 날카로운 날이 밖히기 시작했다. 수십번을 찌르고 나서 사슴의 피로 범벅이 된 운현은 무덤덤한 얼굴로 축 늘어진 사슴의 위에서 일어났다.
"후우."
"운현씨! 괜찮으세요!?"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운현에게 달려 간 헤스티아는 그가 일어나자마자 다시 주저앉자 황급히 가방에서 힐링포션을 꺼내었다.
"어서 마셔요!"
12====================
현자의 시간
당황한 그녀가 건네는 힐링포션을 단번에 들이마신 그는 몸의 욱씬거림이 가라앉는 것이 느껴졌다.
"운현씨 죽는 줄 알았잖아요..."
큰 눈에 가득 눈물을 머금은 헤스티아가 자신의 품에서 훌쩍거리자 운현은 오히려 당황하며 그녀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어주었다.
"사, 살았잖아요. 너무 걱정말라고."
"그래도... 그래도 너무 위험해요. 차라리 토끼나 쥐를 잡는게 나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글쎄..."
헤스티아의 말에 운현은 사슴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아까의 공격을 두번이나 맞으면 진짜 죽을지도 몰랐다. 한대 맞고나서 정신을 잃지 않은 것이 용할 지경이었다.
"그래도 저 속도만 어떻게 한다면..."
"그런... 무섭지도 않아요!?"
사슴을 보며 운현이 입맛을 다시자 헤스티아는 그의 가슴을 토닥거리며 외쳤다.
"아. 응. 괜찮으니까. 그렇게 울지 말아요."
헤스티아의 눈가에 그렁그렁 맺혀 있다가 주르륵 볼을 타고 내려 온 눈물을 손가락으로 닦아주며 운현은 희미하게 웃었다. 그의 미소에 헤스티아는 붕붕 고개를 저었고 그녀의 머리를 톡톡 쳐 준 운현은 헤스티아를 꼭 끌어안아주었다.
"그렇게 걱정했나요?"
"당연하죠!"
"흐응."
남이 이렇게까지 걱정해주는 일은 없다보니 조금 생소한 기분이 든다. 운현은 자신의 품에 안겨 있는 헤스티아의 등을 토닥이며 그녀를 달래주었다.
"읏...!"
"응?"
자신의 손길이 닿으면 닿을 수록 헤스티아의 몸이 조금씩 떨려나갔다. 혹시나 우는 건가 싶어 그녀를 보았지만 그녀의 눈물은 이미 멈춰 있었다.
"헤스티아?"
"아. 으... 으으..."
"혹시 흥분했어요?"
"...그게... 저."
토끼나 쥐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함을 가진 사슴이다. 그런 사슴과 싸웠으니 흥분도가 올라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볼 수 있었다.
"차, 참을 수 있어요! 운현씨도 그렇게 다쳤는데..."
"참기 힘들면 참지 않는게 좋죠. 흥분 억제제로 흥분을 가라앉히는 것도 좋지만 계속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남자가 있을때 써먹어야지. 그리고."
"하응!"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헤스티아를 보며 운현은 손을 내려 그녀의 가슴을 로브 위로 살짝 잡았다. 작은 체구에 비해 꽤나 큰 가슴이다. 자신의 손 안에 꽉 차는 가슴을 운현이 주무르자 헤스티아는 그것만으로도 쾌감을 느꼈는지 새된 비명과 함께 파르르 몸을 떨었다.
"파티 흐름이 깨지는 것보다는 낫죠. 뭐하면 지금 할까요? 아니. 지금 합시다. 헤스티아씨의 말대로 사슴이 토끼보다 몇배나 큰데 집중력이 흐트러진 상태에서 싸우는 건 좀 힘들 수도 있으니까 말이죠."
"그, 그치만..."
"흐음..."
생각보다 쉽게 넘어오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운현은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혹시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라도 있나요?"
"네!? 그럴리가요."
"그런데 왜 이렇게 거부를...?"
운현이 헤스티아를 동료로 고른 이유는 그녀가 혼자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그녀의 외모가 상당히 귀엽고 예쁘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루비와 다르게 슬림한 몸매이기는 하지만 미녀라면 노소를 가리지 않는 그에게 있어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게 아니라! 제가 듣기로는 남자들은 한번... 그 하고 나면 체력이 쭉쭉 빠진다고 거, 거기가 아파서 움직이지도 못한다고..."
"누가 그러든가요?"
"마법사 학교의 선생님이요."
"...남자?"
"여자요."
그녀의 말에 운현은 피식 웃었다. 이 세계의 경우 남자가 적다보니 이런 어처구니 없는 얘기를 그냥 믿어버리는 것이다.
"절대 그렇지 않아요."
"그, 그런가요?"
"예. 잠깐 이리로 와볼래요?"
달아오른 얼굴로 헤스티아가 살며시 다가오자 운현은 그녀를 부드럽게 끌어안았다.
"꺄악..."
새된 소리로 비명을 내지르며 그의 품에 안긴 헤스티아는 무언가 열망하는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붉은색으로 반짝이는 커다란 눈동자를 응시하던 운현이 살며시 얼굴을 내리자 그녀는 바들바들 떨며 눈을 꼬옥 감았다.
HHHHHHHHH
"긴장하는거야?"
"그, 그치만 남자와 이렇게 가까운 적은 처음인... 읍!"
눈을 꼭 감은 헤스티아의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는 것을 보며 운현은 귀엽다는 듯 말했다.
그의 말에 헤스티아는 화들짝 놀라며 항변하듯 말했지만 운현이 입술을 막아버리자 놀란 얼굴 그대로 살며시 눈을 감았다.
"하아... 이, 이게 남자와 키스인가요..."
홍당무처럼 붉어진 얼굴로 헤스티아는 조용히 말했다. 그녀의 말을 듣고 다시 입술에 짧게 입맞춰 준 운현은 헤스티아의 길고 부드러운 적금발을 쓰다듬었다.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무척이나 미인이다. 아니, 이런 분위기가 된 것이니 미인으로 보이는 것일 수도 있었다.
적금색의 긴 머리칼은 살며시 흘러내려 헤스티아의 작은 얼굴을 더더욱 작게 보이게 하고 있었다.
잡티 하나 없는 약간 갈색의 깨끗한 피부는 아기의 피부처럼 부드럽기 그지 없었고 콧날은 길고 오똑했다.
짙고 긴 눈썹은 살짝 치켜 올려져 있어 약간의 도도한 느낌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그녀의 행동이나 성향에 대조되는 탓인지 오히려 그 갭이 매력적이었다.
맑은 적색의 큰 눈동자는 무척이나 깊어 보고만 있는 것으로도 빨려들어갈 것 같았다.
막 빼앗은 도톰한 분홍빛 앙증맞은 입술은 자신의 타액과 헤스티아의 타액으로 번들거려 더더욱 먹음직스러워보인다.
"처음이야?"
"네에... 그, 그런데 왜 반말을..."
"난 나와 몸을 섞은 여자에게는 말을 높이지 않거든. 내 여자라고 생각하니까."
"내여자..."
운현의 말에 헤스티아의 표정이 몽롱해졌다. 그녀의 깨끗한 이마에 살짝 입맞춰 준 운현은 헤스티아의 작은 몸을 끌어 자신의 위에 앉혔다.
상당히 체격이 좋은 운현이기에 헤스티아는 운현의 품에 가볍게 안길 수 있었다.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운현의 위에 안게 된 헤스티아는 안절부절 못하면서도 그의 품에서 벗아나고 싶지는 않았는지 운현의 가죽갑옷을 살며시 잡고 고개를 푹 숙였다.
"여자하고도?"
남자와 여자의 비율이 적은 세계이다보니 백합이 없을리 없다 라고 판단한 운현은 그녀의 작은 귀를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그, 저, 저는 처음이에요. 여자랑도 한 적 없어요."
"하지만 헤스티아는 꽤나 귀여운데 인기가 없었어?"
"아, 아뇨. 인기는 있었는데요..."
"그런데 왜 안했어?"
"하읏... 으. 그게. 저... 사람들이 접근을 잘 안해서..."
"응? 자세하게 얘기해봐."
운현의 손가락이 귓볼을 어루만지다 귓바퀴를 긁었다. 그것만으로도 가볍게 느끼는 것인지 헤스티아는 작은 몸을 움찔 움찔 떨었다.
'재밌네.'
자신의 손길 하나하나에 반응하는 그녀의 모습이 귀엽고, 또 재밌다. 운현은 왼손으로는 헤스티아를 꽉 끌어안고 오른손으로는 귓볼을 만지작거리며 볼을 콕콕 찔렀다.
"으으... 그게 말이에요... 마, 마법사 학교는 기숙사 제도거든요. 제 사물함에 러브레터라든가 선물이 많았어요. 그, 그렇지만... 흐으응!? 자, 잠깐만요. 그... 그렇게 만지면... 으음..."
운현의 손길이 더욱 대담해졌다. 귓볼만 매만지던 손이 밑으로 내려와 길고 얇은 목덜미를 꽉 잡고 주무르자 헤스티아는 깜짝 놀라며 눈물젖은 눈으로 운현을 올려다보았다.
그 시선을 마주하며 운현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빼앗았다.
처음과 달리 입술을 핥는 딥키스. 그 반응에 놀라면서도 어쩔 줄 몰라하던 그녀가 살며시 입술을 벌리자 운현은 조심스레 그녀의 입 안에 혀를 밀어 넣었다.
"으음... 쪽... 하아아..."
천천히 입술이 떨어진다. 운현과 자신의 입술 사이에 그려지는 은색의 긴 실이 톡 끊어지는 것을 본 헤스티아는 붉어진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다가 운현의 가슴팍에 얼굴을 파뭍었다.
"그래서?"
"으으... 괴, 괴롭히지 말아요."
"계속 말 안하면 더 괴롭힐거야."
"너무해..."
"훗. 더 너무한 걸 보여주지."
"우, 운현씨!?"
헤스티아를 번쩍 들어 올린 운현은 그녀를 바닥에 내려 놓았다. 그가 더 이상 안하려는 건 줄 알고 헤스티아는 안타까운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지만 운현은 금방 가죽 흉갑을 벗고 다시 그녀를 끌어안았다.
"내 체취를 잘 느껴보라고."
"으으으음..."
딱딱한 가죽 갑옷 안에 있느라 땀이 좀 났던 운현은 자신의 땀냄새를 맡으면서도 기분나빠하기보다는 오히려 더더욱 달아오른 듯한 헤스티아를 보며 실실 웃었다.
"좋아?"
"조, 좋지 않아요!"
"그래? 난 이렇게 헤스티아의 향기를 맡아서 좋은데..."
헤스티아의 긴 머리칼에 얼굴을 파뭍은 운현은 달콤한 어조로 속삭이고 귓볼을 살짝 핥았다. 그것에 파르르 몸을 떤 헤스티아는 운현의 가슴에 얼굴을 가져다 대었다.
"그, 그런... 그런건... 치사해요..."
"나야 원래 치사한 인간이지. 하던 얘기는 마저 해볼까?"
"우..."
"으읏... 지, 지금요? 저... 저는 지금..."
"어서 얘기해줘. 궁금하잖아."
"히야악!"
귓볼을 잘근 잘근 씹으며 운현이 속삭이자 헤스티아는 또다시 비명을 내지르며 그의 어깨를 꽉 잡았다.
"말 안하면 여기서 끝낼거야."
운현의 짖궂은 말에 그녀는 어쩔 줄 몰라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 학교에 화염 마법에 적성이 있는 마법사는 저, 흐으응! 우웃! 거, 거길 만지면!"
"어서 얘기하라고. 쪽."
"으으..."
볼에 입맞춘 운현은 본격적으로 그녀의 몸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목과 어깨의 단추를 풀러 고정되어 있는 로브를 풀어낸 운현은 로브 안에 있는 헤스티아의 몸을 보며 감탄했다.
"와..."
"으읏... 왜, 왜요?"
"아니, 생각보다 커서."
로브로 가리고 있을 때는 그저 작아보이는 몸에 불과했지만 로브가 걷히고 나니 헤스티아의 가슴은 생각보다 컸다. 몸을 눕힌 상태에서도 하얀 셔츠 위로 봉긋히 솟아있는 가슴을 말없이 바라보던 운현이 만족스러운 듯 웃자 헤스티아는 부끄러운 듯 눈을 꼭 감았다.
"하던 얘기는 마저 하라니까?"
"으으으... 계속해야 해요?"
"응."
"하아아아..."
헤스티아의 하얀 셔츠의 단추가 하나씩 풀려나간다. 목을 단단히 잠구고 있는 셔츠가 풀려나가자 그녀는 부들부들 떨다가 운현의 옷자락을 꽉 잡고 힘겹게 이야기했다.
"그, 그렇게 많았는데... 저, 으응... 거, 거긴... 가슴... 읏... 그러니까. 어, 어디까지 얘기했었죠?"
"그렇게 많았다는 데까지. 오우..."
운현은 헤스티아의 상체를 가리고 있는 단추를 모두 풀어낸 후 감탄했다. 하얀 속옷으로 가려져 있는 두개의 풍만한 골짜기는 땀으로 번들거려 요염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하얀 속옷 밑으로 잘록히 내려 온 허리는 군살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복부에는 조금의 살도 없었다. 매끈한 그녀의 상체를 바라보며 운현이 빙긋 웃자 헤스티아는 살며시 팔을 들어 자신의 몸을 가리려 했다.
"어허. 이 이쁜 몸을 가리면 쓰나."
"우우... 너무해요."
"그래서. 싫어? 그만할까?"
"그, 그건 아니지만..."
이미 달아오를대로 달아오른 몸이다. 여기서 멈추는 것은 오히려 반죽음이나 마찬가지였기에 헤스티아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마, 많았어요. 고, 고백도 많이 받았구요. 그치만. 그치만 사귄 사람은 없어요. 정말이에요."
"왜?"
13====================
현자의 시간
운현은 손가락을 들어 그녀의 얇은 턱을 건드리고 천천히 내렸다. 매끄러운 피부를 자극하며 내려 온 손가락은 헤스티아의 귀여운 쇄골을 자극한 후 가슴골의 윗부분에서 멈췄다.
"으..."
운현의 손가락이 멈추자 헤스티아는 마른 입술을 핥으며 간절한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운현은 그저 싱글거리며 웃을 뿐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그건... 그건..."
"그건? 혹시 좋아하던 사람이 있던 것 아니었어?"
"그, 그런 건 아니에요. 그때 저는 공부에만 집중했었고..."
"그럼?"
"...꼭 말해야 해요?"
눈물을 머금으며 그녀가 울상을 짓자 운현은 씩 웃었다.
"응."
"아아아아~! 정말! 저는 남자가 좋았다구요! 저에게 고백한 사람들은 모두 여자였고! 저는 그런 거에 관심이 없었단 말이에요! 첫 경험은 남자와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거절했어요! 됐어요!?"
결국 빽 소리친 헤스티아는 운현의 가슴에 얼굴을 파뭍었다.
"딱히 부끄러울 얘기도 아닌데 뭐."
"에? 그, 그치만."
"그치만?"
"남자와 이렇게 하고 싶어하는 걸 대놓고 말하면 욕심 많은 여자라고 사람들이 욕해서..."
"엥?"
처음 듣는 소리에 운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그를 보며 헤스티아도 멍하니 그를 보았다.
"그, 그런 거야?"
"네! 저는 욕심 많은 여자에요! 죄송해요오오! 민폐 마법사 주제에 욕심만 많아서! 저같은 여자는 그냥 여자들에게 고백받고 만족하며 살면 되는데!! 흐이이이잉~!"
결국 눈물을 쏟으며 잉잉거리기 시작한 헤스티아의 모습에 운현은 당황하며 그녀를 달래주었다. 하지만 그의 토닥거림에도 헤스티아의 흐느낌은 멈추지 않았다.
'으음... 괜한 걸 건드렸나보군.'
상당히 찔리는 일이었나보다. 헤스티아가 자신을 꼭 잡고 우는 것에 운현은 한숨을 내쉰 후 그녀를 떨어트렸다. 눈물로 엉망이 되어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귀여운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운현은 살며시 입맞춰 준 후 그녀의 설육을 탐했다. 말랑말랑하고 촉촉한 헤스티아의 혀를 자극하며 입 안을 누비던 운현의 혀가 타액을 주입하자 흐느끼던 헤스티아는 울음을 멈추고 그가 주는 타액을 꼴깍꼴깍 받아먹었다.
"쭈룹... 춥... 핥짝... 쭙..."
받아먹기만 하던 것이 미안했는지 헤스티아 역시 자신의 타액을 넘겼다. 서로 싸우듯 길게 입맞춘 운현은 헤스티아의 입술에서 입을 뗀 후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을 손으로 만져주었다.
"나에게 있어서는 무척이나 다행스러운 일인데? 남자랑 하고 싶다니. 정말 다행이지. 네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잖아. 너무 그렇게 우울해하지 말라고."
"그, 그치만 이런건..."
"이런건?"
"제가 원한건... 훌쩍. 이런 상황이 아니란 말이에요."
"그럼?"
"그건... 모, 몰라요!"
더 이상 건드렸다간 진짜 울어버릴 것 같다. 운현은 헤스티아의 모습에 쓴웃음을 짓고 다시 입맞춰 준 후 입술을 떼고 말했다.
"뭐, 그 부분은 나중에 자세히 듣도록 하지. 그럼 이제부터 즐겨볼까?"
"네? 히야아아아앙!"
운현의 손이 갑자기 가슴을 잡았다. 하얀 속옷이 일그러지며 풍만한 유방이 윗부분에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운현은 헤스티아의 등에서 속옷의 걸쇠를 풀어 열고 감탄했다.
"이야... 어쨌든 이 아름다운 몸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다는거 아니야. 감동. 감동."
"조, 좋으신가요?"
"물론이지."
"다행이다아..."
두개의 탄력적인 가슴은 땀으로 번들거리며 색향을 마구 뿌리고 있었다. 밥그릇처럼 똑바로 서서 그 모양을 유지하고 있는 가슴의 중앙에는 연분홍빛의 엷은 유륜과 새끼손톱만한 크기의 유두가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이것도 이제 내꺼란 말이지."
"그, 그건..."
"내 여자라고 했잖아. 난 한번 내꺼라고 생각하면 절대로 남에게 안준다고."
"...흑... 정말요?"
"물론이지."
빙긋 웃은 운현은 헤스티아의 유두를 꽉 잡고 비틀었다. 어찌보면 상당히 아플만 했지만 그것에 쾌감을 느낀 것인지 헤스티아는 입술을 벌리고 비명을 내질렀다.
"꺄하아앙! 흐으읏! 그, 그렇게 비틀며어어언!!!"
"푸슛!"
검은색 치마가 더더욱 검게 물들어버린다. 치마에서 쏘아져나가는 물줄기에 운현은 빙긋 웃으며 그녀의 가슴을 더더욱 괴롭혔다.
"흐앙! 으읏! 하아앙! 그, 그마아아안!"
"싫은데?"
"시, 심술재애애애애앵~!!! 하아아앙! 가, 간다아아앗!"
"푸슛! 푸슈슈슛!"
또다시 성대하게 가버린 헤스티아의 몸이 축 늘어졌다. 붉은 혀를 빼물고 헐떡거리는 그녀를 바라보며 운현은 씩 웃고 치마를 벗겼다.
젖을대로 젖어 있는 하얀색 속옷은 이미 그 기능을 상실했다.
푹 젖어 있기에 안이 그대로 비춰져 보이는 속옷마저도 벗겨낸 운현은 헤스티아가 멍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그녀의 양 다리를 벌렸다.
"정말이지 제대로 느껴버렸구만. 난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히잉... 죄, 죄송해요오오오..."
"아니 뭐 죄송할것 까지야. 애무는 더 필요 없겠지?"
운현은 바지를 벗고 자신의 남성을 드러내었다. 딱딱히 솟아 있는 그의 남성을 본 헤스티아는 바짝바짝 말라오는 입술을 핥으며 붕붕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할게. 처음이라면 아플테니까 참으라고."
"네에...에에엣! 하윽! 읏! 후욱...! 후욱!"
꽉 닫혀 있는 음부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이미 눅진거릴 정도로 젖어 흐물거리는 음순을 열어제낀 운현의 남성은 그녀의 계곡을 천천히 벌려나가기 시작했다.
그것만으로도 상당히 느끼는 것인지 헤스티아는 바닥의 풀을 붙잡아 뜯으며 고통과 동시에 몰려오는 쾌감에 신음성을 토해내었다.
"자자. 조금만 더... 읏."
루비를 보내버리긴 했지만 그녀의 계곡은 이정도로 닫혀 있지는 않았다. 거의 레나와 같은 수준의 조임에 놀라면서도 운현은 천천히 남성을 밀어 넣었다.
"하악...하악...하악..."
배 안에 차오르는 이물감때문인지 헤스티아는 가쁜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지금의 운현으로서도 그녀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조금만 집중을 풀면 금방이라도 싸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무슨...'
지금까지 한 여자라고는 레나와 루비뿐이었지만 헤스티아의 안은 그야말로 명기라고 불릴 만한 것이었다.
마치 단독적으로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운현의 양물 머리 부분을 오물오물 조이며 수십개의 주름으로 그의 남성이 어서 정액을 배출하는 것을 바라고 있는 것처럼 움직였다.
"자, 잠깐만 힘 좀 빼봐."
"흐윽...흣... 하악. 하...으읏... 아흥!"
처음으로 운현의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처녀를 잃는다는 기쁨때문인지 헤스티아는 그것에 신경 쓸 수 없었다. 그저 그의 말대로 숨을 몰아 쉬며 힘을 빼는 것에만 집중하던 그녀는 운현의 손이 자신의 양 가슴을 어루만지자 쾌감을 느끼며 순간적으로 힘을 빼버렸다.
"찔꺽!"
"하아아아앙!!!"
"푸슛! 푸슈슛!"
힘을 주던 상태에서 자극으로 힘이 풀리자 운현은 그대로 양물을 밀어 넣었다. 있는 힘껏 민 탓인지 그의 양물은 계곡 안의 얇은 벽을 단번에 부숴버리고 그 안의 끝까지 파고들었다.
"하윽! 허으으읏! 으으아아앙!"
양 팔과 다리를 힘없이 휘젓던 그녀는 운현이 자신의 몸을 끌어안자 반사적으로 그에게 폭 안겼다. 양 다리로는 허리를 꽉 끌어안고 양 팔은 그의 목을 끌어안는다.
"운현씨이! 으응! 하응!"
"윽... 뭔 조임이..."
파과의 순간에도 헤스티아의 음부는 운현의 남성을 사정없이 자극했다.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양물을 괴롭히는 계곡 탓에 운현은 허리가 뻐근해지는 것을 느꼈다.
"으윽!"
결국 삽입한 것만으로 사정감을 참지 못한 운현은 그대로 사정을 해버렸다. 이미 뜨거워질대로 뜨거워진 헤스티아의 계곡 안에 정액이 차오르는 것은 불난 곳에 기름을 퍼붓는 행위와 같았다.
"하아앙! 으읏!"
계곡 안으로 주입되기 시작한 정액이 내부를 자극하자 그녀의 음부는 뜨거운 애액을 뿜어내며 운현의 남성을 녹이려 하였다. 그러면서 또다시 심각할 정도로 계곡의 벽은 꿈틀거렸다.
"허억... 끙..."
상당히 쪽팔렸다. 물론 헤스티아가 무지하게 잘 느끼기는 했지만 삽입만으로 싸버리다니. 레나와 루비때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어째서일까. 심각한 자괴감에 빠진 운현은 헤스티아의 몸에서 힘이 빠지자 남성에 가해지는 자극이 줄어드는 것을 느꼈다.
"허억...허억... 이게... 남자..."
몽롱한 얼굴로 중얼거린 헤스티아는 양 손을 뻗어 운현의 얼굴을 잡고 천천히 당겼다. 물론 힘은 없었지만 운현은 순순히 그녀의 손길을 따랐다.
"쪼옥...쪽...핥짝... 쭙..."
운현의 남성이 가까이 오자 헤스티아는 그의 얼굴을 정성스레, 애정을 담아 핥기 시작했다. 강아지처럼 자신의 얼굴을 핥으며 연신 키스하던 그녀는 운현의 입술에 입술을 붙이고 서툰 입맞추을 시작했다.
"핥짝... 쭈릅...촉"
달콤한 타액이 넘어온다. 얼굴에서 떨어진 손은 운현의 어깨로 넘어가 그의 머리를 꽉 끌어안았다. 조금이라도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듯 그를 꽉 끌어안은 그녀는 숨이 막힐 때쯤에야 입술을 떼고 행복한 얼굴로, 눈에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말했다.
"하아...하아... 운현씨... 운현씨 덕분에 전... 이제 괜찮아요."
"그래?"
"네. 고마워... 으읏...!"
"난 아직 아닌데?"
"예?"
"아직 난 모자르다고."
몸을 뗀 운현은 헤스티아의 양 다리를 잡았다. 부츠를 꽉 잡고 그녀의 다리를 V자로 벌린 운현은 삽입되어 있는 남성을 천천히 빼내었다.
붙어 있는 양물을 보내주고 싶지 않다는 듯 헤스티아의 계곡은 그의 남성을 꽉 문채 놓아주지 않았고 그 탓에 그녀의 계곡은 그의 남성이 뽑히는 동안 천천히 끌려나오기 시작했다.
"하아아앙! 아윽! 허억! 허어어엉!"
그 쾌감에 헤스티아는 또다시 쾌락의 비명을 내지르며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를 즐겁게 내려다 본 운현은 빠져나온 남성을 다시 천천히 밀어 넣으며 그녀의 반응을 즐겼다.
"이제부터가 본게임인데 무슨. 고맙긴..."
"흑! 으읏! 뭐, 뭐야! 이 이거...!?"
"이게 진짜니까 즐겨보라고."
"헤? 으응? 무, 무슨... 하아아아아아앙!"
"찔꺽! 찔꺽! 찔꺽!"
리드미컬한 허리놀림이 시작된다. 그래도 한번 쌌기때문인지 헤스티아의 계곡이 사정없이 조여오며 쾌감을 줌에도 불구하고 운현은 사정하지 않은 채 허리를 움직일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쾌감의 파도에 정신을 못차리고 허우적거리던 헤스티아는 참지 못하고 운현을 밀어내려 했지만 그녀의 양 팔은 운현의 손에 잡혀버렸다.
"흐읏! 윽... 아, 아직 멀었다고 했잖아."
"하악! 으윽! 나, 나 미쳐. 미쳐어어어어! 흐아아아앙!"
"한번. 훗! 미, 미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으억. 좋을거라고!"
허리를 튕기며 자신만만하게 말하려 노력했지만 운현 역시도 미칠 것 같기는 마찬가지였다. 참을만 하다는 것이지 쾌감이 없다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남성이 녹아버릴 것만 같은 쾌감을 받으며 이를 악물고 버텨낸 운현은 사정감이 차오르자 허리 놀림을 멈추었다.
"하악...하악... 끄,,, 끝났... 어요?"
"후후..."
"운현...씨?"
"아직 멀었어!"
"히야아아아앙!"
"쪽쪽... 쭈룹..."
"흑! 으윽! 으으응! 하아앙! 또 가... 또가아아앙...!"
한쪽 다리를 운현의 어깨에 걸친 채 그의 목을 감싸고 간신히 서서 계곡을 내어주고 있던 그녀는 힘없이 절정을 토해내었다.
벌써 네번째 가버리는 것이다.
"이제... 그마안..."
혀를 빼물고 힘없이 중얼거리는 그녀의 안에 사정한 운현은 땀범벅이 된 헤스티아를 안아주었다. 얼굴에 달라붙어 있는 적금색 머리칼을 혀로 핥아 치워 준 운현이 그녀의 입술에 입술을 가져가자 헤스티아는 본능적으로 입을 벌려 그의 혀를 빨았다.
"쭈륵...쭙..."
"후우. 어땠어?"
"너무... 좋았어여어..."
"그럼 좀 쉬어야겠군."
이제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어보이는 헤스티아를 보며 운현은 그녀의 계곡에 남성을 꽂은 채 가볍게 안아들었다.
헤스티아의 로브가 깔린 아까의 자리에 그녀를 눕힌 운현은 가방에서 수건을 꺼내 로브 위에 깔고 천천히 남성을 뽑았다.
"푸슈슈슛!"
운현의 정액과 헤스티아의 애액이 섞인 백탁액이 쏟아지듯 그녀의 계곡에서 분출되었다. 만약 수건이 없었다면 로브가 다 젖을 정도였을 것이다.
'이건 다썼군.'
흥건한 수건을 옆으로 치운 후 새로운 수건을 꺼낸 운현은 가방에서 물통을 꺼내 수건을 적신 후 그녀의 계곡을 깨끗히 닦아주었다.
닦을 때마다 운현이 건드린 탓에 쾌감을 받은 것인지 헤스티아의 몸은 움찔움찔 떨렸다. 그것을 보며 한번 더 할까 하던 운현은 헤스티아의 널부러져 있는 모습에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오늘만 날도 아닌데... 그보다. 나 왜 이렇게 잘해?'
어제 그렇게 했는데 이만큼이나 하고 남성이 빳빳히 서 있는 것을 보며 운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혈기 왕성한 나이라고 하더라도 어제 그렇게 했는데 오늘도 이런게 가능한 것은 이상하기 그지 없는 일이었다.
"에이. 모르겠다."
이상한 일이 한둘인가. 이것도 그냥 이세계보정이겠지. 라고 생각하며 대충 넘긴 운현은 수건으로 땀범벅이 된 그녀의 몸을 닦아 준 후 옷을 입힌 후 자신도 갑옷을 챙겨 입은 후 헤스티아의 옆에 벌러덩 누워 그녀의 머리에 팔베게를 해주었다.
그것이 좋았는지 헤스티아는 힘없이 꿈틀거리며 그의 품에 천천히 안겨 기대었다.
"하아...하아..."
달뜬 숨을 헐떡이는 헤스티아를 보듬어 안은 운현은 떠오른 메시지창을 보고 입을 꾹 다물었다.
[패시브 스킬 : 현자의 시간이 활성화되었습니다.]
[현자의 시간 효과로 냉철한 이성 상태가 되었습니다.]
[지력이 100 상승합니다.]
'또 떴어. 이게 뜨는 조건은... 설마?'
운현은 자신의 품 안에 있는 헤스티아를 내려다보았다. 어제 루비와 했을 때도 관계가 끝난 후 현자의 시간이 활성화 되었었다.
'...현자타임인가.'
14====================
현자의 시간
모든 번뇌가 사라지고, 가장 냉철한 이성이 지배하며, 만물의 이치를 깨닫는 경지, 즉 현자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 상황.
헤스티아에게 욕정을 풀고 나니 찾아 온 상태 이상에 대해 파악이 끝나버린 운현은 놀랍기보다는 어이가 없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도 스킬이 될 줄이야. 어쨌든 나쁠 것은 없군.'
운현은 자신의 몸에서 느껴지는 헤스티아의 따뜻한 육체와 달콤한 향기는 무시한 채 상념에 빠져들었다. 앞으로의 일을 결정해야 한다.
헤스티아와 연계는 상당히 괜찮았다. 자신의 회피력이 어느정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토끼나 쥐의 공격은 거의 대부분 회피가 가능하니 여차하면 헤스티아 없이도 혼자서 사냥이 가능할 것이었다.
하지만 토끼나 쥐를 이만큼이나 잡고 사슴까지 잡았는데 아직 레벨업 메시지가 뜨지 않는 것을 보면 효율은 그리 좋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보다 레벨이 낮은 헤스티아도 아직 레벨업이 되지 않은데다가 헤스티아가 흥분상태가 되었으니 어떻게 보면 효율이 안좋다고 하는게 옳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곳으로 가는게 낫겠군.'
원래 결정했던 대로 사슴과 상대를 한 후, 사슴과의 전투에 무리가 없다면 늑대를 잡기로 하자.
방침을 결정한 후 메뉴창에 나타나는 시간으로 현재 시간을 본 운현은 어느새 던전에 들어 온지 반나절이 지났음을 확인했다.
'문제는 헤스티안데...'
파이어볼트의 위력이 괜찮기는 했지만 계속 헤스티아와 함께 다녀야 하는가에 대한 판단은 부정적이었다. 정상적으로 파티를 운영했을 때 운현, 즉 도적의 위치는 딜러나 탱커가 아닌 보조라고 볼 수 있었다. 지금이야 토끼나 쥐들의 명중률이 낮아 회피가 가능하지만 사슴이나 더 강한 적을 상대할 때 그 회피력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딜러만 달랑 데리고 돌아다닌다? 조금 강한 적과 만난다면 그대로 삼도천 구경 갈 수도 있었다.
'그건 미친 짓이지.'
헤스티아의 부드러운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운현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좀만 더 해보고 올라가서 탱커를 구한다. 구하지 못한다면 이 파티는 끝이다.'
어차피 던전과 자신의 전투 능력. 그 외에 다른 것들을 확인하기 위한 파티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굳이 그것을 계속 이어갈 이유는 없다는 것.
'어쨌든 오늘은 전투를 해야하니... 어디보자.'
헤스티아가 잠들어 있는 틈을 노려 운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함정을 설치해보았다. 지름이 약 4미터 정도 되는 큼지막한 하얀색 원형 바닥이 자신이 원하는 곳에 깔리자 운현은 팔짱을 끼고 생각하다가 주변의 토끼를 함정 쪽으로 몰아보았다.
"슈아아악!"
함정에 토끼가 들어가자마자 흰색 바닥이 크게 요동쳤다. 수십가닥의 흰 줄이 바다에서 튀어올라 토끼를 옭아매자 운현은 그 모습을 보며 씩 웃었다.
"이런 식으로 발동되는 거라면 좀 더 재밌는 방법이 있겠군."
함정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는 토끼를 잽싸게 죽인 후 운현은 누워 있는 헤스티아에게 다가갔다.
[패시브 스킬 : 현자의 시간이 비활성화되었습니다.]
[냉철한 이성 상태가 해제되었습니다.
[지력이 99 감소합니다.]
그녀에게 다가간 순간 냉철한 이성 상태가 해제되었다. 그리고 솟아오르는 욕망. 운현은 헤스티아의 치마를 살짝 걷어 올린 후 투명한 애액이 조금남아 있는 계곡을 손가락으로 자극한 후 자신의 남성을 쓱 밀어 넣었다.
처음과 다르게 이번에 그녀의 음부는 운현의 양물을 큰 무리 없이 받아들였다.
"오, 이거 좋구만."
그것만으로도 쾌감을 느낀 헤스티아는 잠든 상태로 살짝 미모를 찡그렸지만 다행스럽게 깨지는 않았다.
'현자의 시간때 지력이 100 상승.. 끝나면 99 하락. 그럼 1이 증가한건가?'
운현은 스탯창을 열어보고 지력이 2 상승한 것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이런 능력이 있다면 도적보다는 오히려 마법사가 좋았을 것이다. 그럼 하면 하는 만큼 강해질테니까.
'아쉽지만 뭐...'
그래도 도적이라고 해서 지력이 올라가면 나쁘다는 것은 아니었다. 어쨌든 지력이 올라가면 MP가 상승하고 그만큼 스킬을 더 쓸 수 있으니 말이다.
"암튼 슬슬 시작해볼까? 헤스티아. 일어나봐."
"예? 아... 예. 으읏..."
하복부에 박혀 있는 남성에 쾌감을 느낀 것인지 그녀는 미모를 찡그리며 살며시 허리를 올렸다.
"하아...하아..."
"아직 모자라?"
"그, 그런 건 아니에요.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그의 질문에 벌게진 채 그녀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달랬다. 하복부에 남아 있는 끈적한 정액을 수건으로 닦아낸 그녀는 운현의 남성도 닦아 준 후 말했다.
"신기하네요. 조금 흥분감이 남아 있지만 아까의 흥분과는 달라요. 뭔가 되게..."
"그럼 다행이네. 집중할 수 있겠지? 마나는 어때?"
"모두 회복되었어요. 어서 가요."
눈을 반짝이며 그녀가 말하자 운현은 옷을 챙겨 입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따라오자 운현은 수풀 사이를 걷는 사슴을 발견하고 헤스티아에게 말했다.
"자... 이번엔 좀 방법을 바꿔보자."
"예? 어떻게요?"
"함정 설치를 써보자고."
자리에서 일어난 운현은 그녀의 가방에서 흰 거미의 실타래를 꺼내었다.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그가 하는 양을 지켜보던 헤스티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함정 설치."
흰 거미줄 실타레가 사라지고 멀리 있는 사슴과 운현 사이에 큼지막한 흰색 바닥이 생성되었다. 그것을 가만히 지켜 본 운현은 헤스티아의 어깨를 턱 잡고 말했다.
"쟤한테 파이어 볼트 좀 날려봐."
"예!? 하, 하지만."
"덫을 깔아놨으니까 움직임이 느려질거야. 그정도라면 잡을 수 있을거야. 한번 해보자고."
"우으..."
아까 운현이 사슴에 치인 것에 크게 놀랐는지 헤스티아는 울상을 지었지만 계속되는 그의 제안에 결국 마법 지팡이를 사슴에게 겨눴다.
"콰앙!"
헤스티아의 지팡이에서 불꽃이 날아가 사슴에게 꽂혔다. 갑작스러운 공격을 받은 사슴은 열이 받았는지 헤스티아를 향해 냅다 달려오기 시작했다.
"꺄아악!"
"잠깐만. 내가 지켜줄테니까 얌전히 좀 있어봐."
사슴이 뿔을 들이밀며 달려들자 운현은 도망가려 하는 헤스티아를 잡아 안고 뒤로 물러났다. 만약 여기서 사슴이 함정의 효과를 충분히 받지 못하면 헤스티아를 방패로 삼아야겠다. 라고 생각하며 사슴을 지켜보던 운현은 사슴이 함정의 범위에 다가오자 이를 꽉 깨물었다.
"피이잉!"
하얀 바닥을 밟은 사슴의 주변에서 흰색 실이 솟아나 사슴을 묶었다. 달려오던 속도가 점점 줄어들며 사슴의 움직임이 느려진다. 그것을 본 운현은 비릿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일단 첫번째는 성공인가."
"우, 운현씨?"
"자. 그럼 잡자고."
함정에 구속된 사슴에게 걸어간 운현은 자신을 노려보는 듯한 사슴을 마주하며 그대로 단검을 휘둘렀다.
단검에 한번씩 찔릴 대마다 사슴을 묶고 있는 흰색 실이 뚝뚝 끊어져 나갔다.
다행히 그 실이 끊어지기 전에 사슴을 죽일 수 있었던 운현은 사슴의 몸에 실이 하나 남은 것을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생각보다 약하군. 레벨이 낮아서 그런가?'
사슴이 함정에 잡혀 있던 것은 약 20초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운현이 단검을 찔러 넣은 횟수는 열번. 열번만에 겨우 사슴을 잡은 것을 생각한다면 함정만 믿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으으음..."
"운현씨! 괜찮아요?"
"응. 나는 괜찮아."
"휴우..."
"헤스티아. 혹시 다음에 배울 마법이 뭔지 알아?"
"다음 마법이요? 바인드요."
"바인드?"
"예. 대상을 십초간 묶어둘 수 있는 마법이에요."
지금 상황에서 무척이나 알맞는 마법이다. 그리고 운현이 원하는 마법이기도 했다. 그는 씩 웃으며 손가락을 튕기고 감탄한 후 물었다.
"그거 언제 배우는데?"
"5레벨이 되면 배울 수 있어요."
"그렇단 말이지."
운현은 히죽 웃은 후 마석을 꺼내 사슴의 시체를 마석에 담았다.
"올라가자."
"예!? 아. 예."
운현의 말에 헤스티아는 우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졸졸 따라 길드사무소로 간 그녀는 운현을 안타깝게 바라보다가 애써 웃었다.
"오늘 파티는 정말 고마웠어요. 다음에 던전에서..."
"그게 무슨 소리야? 아직 안끝났어."
당황하는 헤스티아를 데리고 필레에게 간 운현은 마석과 코어를 필레에게 말했다.
"이걸로 얘 레벨업 좀 시켜주세요."
"운현씨!? 그, 그건!"
"바인드 배우면 할 일 많으니까 잔말말고 배워."
지금까지 사냥해서 얻은 코어를 모두 경험치로 바꿔서 자신의 레벨업에 쓰겠다는 말에 헤스티아는 깜짝 놀랬다. 그런 그녀를 향해 무덤덤히 말한 운현이 뒤로 물러나자 필레는 놀란 눈으로 그와 헤스티아를 보았다.
"와... 헤스티아씨. 운현씨와 무슨 사이에요?"
"그, 오늘 처음 만난 사인데요..."
"그래요? 잠시만요. 토끼, 쥐, 사슴의 마석... 이정도면 헤스티아씨의 레벨을 3 올릴 수 있겠네요. 자 여기요."
헤스티아의 레벨을 올리고 사슴과 토끼, 쥐의 사체를 팔아 50실버를 얻은 운현은 헤스티아를 데리고 곧장 던전 입구로 향했다. 여전히 자리를 깔고 장사를 하는 사람들에게서 기름 10통을 구매한 그는 아까의 사냥터로 간 후 말했다.
"바인드는 배웠지?"
"예."
"그럼 해보자고. 일단 사슴부터 바인드를 걸어봐."
"네!"
운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헤스티아는 사슴에게 다가가 바인드를 걸었다. 그녀의 지팡이에서 뻗어나간 붉은색의 광선은 순식간에 사슴을 포박했고 운현은 그 틈을 노려 사슴을 공격했다.
"키익!"
"으쌰!"
바인딩이 풀리려 하자 운현은 잽싸게 떨어진 후 사슴의 바로 앞에 함정을 만들었다. 그리고 바인딩이 풀리자마자 사슴을 걷어 차 함정쪽으로 밀어 넣었다.
"촤악!"
목에 상처를 입은 사슴의 몸을 함정이 또다시 포박한다. 그렇게 아까와는 다르게 쉽게 사슴을 잡은 운현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헤스티아에게 엄지손가락을 척 올렸다.
"이정도면 늑대도 어렵지 않겠구만!"
"그, 그러네요! 운현씨 대단해요!"
"별 것 아니야. 그럼 다음으로 가볼까!"
싱글벙글 웃으며 헤스티아와 함께 숲을 지나쳐 흙길로 향한 운현은 이곳에서부터 늑대가 나온다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번에는 다른 방법으로 해보자."
"어떤 방법이요?"
"내가 지시하는대로 움직일 수 있지?"
"예? 아. 물론이죠! 운현씨를 믿어요!"
"좋았어. 그럼..."
운현은 실타래를 꺼내 함정을 만들고 기름통의 뚜껑을 열어 함정 위에 마구 부었다. 그것을 보며 헤스티아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운현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말했다.
"저 늑대 공격해봐."
"예? 네!"
주문을 외운 헤스티아가 파이어 볼트를 날리고, 그것이 늑대에게 적중되었다. 몸에 붙은 불을 끄기 위해 한참동안 바닥을 뒹군 늑대는 파이어 볼트를 날린 헤스티아에게 으르렁거리며 냅다 달려들었다.
"파아악!"
일직선으로 달려오던 터라 운현이 만든 함정에 그대로 걸려버린 늑대가 몸부림을 치자 운현은 잽싸게 달려가 늑대를 공격했다. 사슴때와 마찬가지로 늑대의 몸을 포박하고 있던 실이 점점 풀려나간다. 운현은 손가락을 튕기며 신호했고 그의 신호에 맞추어 헤스티아는 바인드를 걸었다.
"크르르르!"
실에서 풀려나 공격하려던 늑대는 다시 바인드에 걸려 꼼짝없이 운현의 공격을 그대로 맞아버렸다. 피투성이가 된 늑대의 몸이 비틀거리자 운현은 뒤로 물러나며 외쳤다.
"지금!"
"화르륵!"
운현의 외침에 헤스티아는 준비해둔 파이어볼트를 날렸다. 기름을 잔뜩 머금고 있던 함정이 작동하며 자연스레 기름범벅이 된 늑대에게 파이어 볼트가 꽂히자 그냥 파이어 볼트에 맞았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화염이 발생되었다.
"캬아아아아아!"
"고기타는 냄새 좋고!"
[늑대를 처치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스킬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추가 스탯 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도적이 되고 나서 첫 레벨업이다. 운현은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눈을 반짝이며 스탯창을 열어보았다.
'와우.'
모든 스텟이 자동적으로 1씩 오르고 보너스 스탯을 3이 올라가 있었다. 그것을 보며 운현은 조용히 웃었다.
'이거 진짜 빡세게 하면 먼치킨도 될 수 있겠는데.'
"대단해요!!"
마법학교의 선배들에게도 이런 연계는 배운 적이 없었던 그녀가 눈을 반짝이며 말하자 운현은 빙긋 웃어보였다.
"좋아. 그럼 이 기세로 가볼까!?"
"네!!"
[레벨이 올랐습니다.]
[스킬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추가 스탯 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좋아."
던전에 들어와 두번째 레벨업을 하였다. 이제 벌써 7레벨이 된 것에 만족하며 운현은 늑대들의 사체를 마석에 집어 넣은 후 몸을 돌렸다.
"후, 후아아..."
"수고 많았어. 잘 버티던걸?"
"이제 마력이 완전 바닥이에요..."
샐쭉 웃은 헤스티아의 말을 들으며 운현은 가방을 주워들었다. 시간도 시간이거니와 재료를 다 써서 함정을 설치 못하니 더 이상의 사냥은 무리다.
"이제 올라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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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시간
"네!? 아... 네."
운현의 말에 깜짝 놀란 헤스티아는 붉어진 얼굴로 작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엉거주춤 서서 안짱다리를 하고 있는 것을 보니 흥분상태가 된 걸로 보였다.
'근데 난 왜...'
자신과 비슷한 레벨의 헤스티아가 흥분할 정도다. 멀리 떨어져서 마법만 날린 헤스티아가 이러는데 아예 근접해서 피까지 몸에 튄 운현은 흥분하기는 커녕 점점 냉정해지고 있었다.
"우, 운현씨이...?"
달뜬 숨결을 내뿜으며 헤스티아가 운현의 팔에 매달렸다. 그녀의 달아오른 얼굴을 보니 허리께에 힘이 들어가긴 했지만 지금 그녀를 해소시켜주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좀 참을 수 있어? 올라가서 방에서 해줄게."
"방...? 아... 네!"
운현의 말에 멍하니 대답한 그녀는 곧 더더욱 얼굴을 붉히며 그의 팔을 꽉 끌어안았다. 움직일때마다 작은 어깨가 흠칫흠칫 떨린다.
"좀 참으라고. 정 뭐하면 손으로라도 자극시켜줄까? 흥분 안정제 없어?"
"지급받은걸 다 써서..."
"그럼 이거라도 먹어둬."
필레에게 받은 흥분 안정제를 그녀에게 넘겨 준 운현은 그것을 받은 헤스티아가 물끄러미 자신을 바라보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운현씨는... 흣. 흐, 흥분이 안되나요?"
"그러게. 왜 그럴까?"
이것만큼은 운현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지금 헤스티아가 보이는 요염한 모습을 보면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기는 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올라가서 물품들을 갖다 팔고 환전을 하는게 우선이라는 생각이 더욱 깊을 뿐 이었다.
"남자들은... 이런건가요?"
"나야 모르지. 어서 가자고."
흥분안정제를 먹고 흥분이 조금 가라앉은 듯 헤스티아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지만 운현의 팔을 놓을 생각은 없었는지 그녀는 운현에게 몸을 밀착한 채 조심스레 걸었다.
"와~! 무사하셔서 다행이네요! 운현씨. 헤스티아씨."
운현과 헤스티아를 보며 필레는 탄성을 내질렀다. 그녀에게 웃어보이며 마석을 건넨 운현은 헤스티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후 담담히 물었다.
"이걸 전부 돈으로 바꾸면 얼마죠?"
"어디보자... 늑대네요. 늑대라면... 으음. 운현씨. 사체들이 다 왜 이래요?"
마석에서 늑대 사체를 꺼낸 그녀는 떨떠름한 얼굴로 운현에게 물었다.
"이런 사체면 사체를 처리하는 비용은 얼마 안나올 것 같은데요."
"엥? 왜요?"
"어. 그게요. 늑대같은 경우 돈이 되는 부위는 이빨과 발톱, 그리고 가죽이거든요. 근데 너무 심하게 타버린 탓에 다 상해버렸어요."
"끙..."
어쩐지 쉽다 했더니만. 운현이 인상을 구기자 필레는 쓴웃음을 지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네요. 이정도라면 최저가 밖에 쳐드릴 수 없네요."
"코어는요?"
"열마리 모두 코어가 있으니 코어의 가격까지 친다면 이골드 정도...?"
"정상가는요?"
"사골드 정도 되겠네요."
"으으음..."
하루 벌어서 이골드면 나쁘지 않은 벌이다. 운현은 입맛을 다신 후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여관을 잡을 돈도 없으니 그거라도 벌어야 한다. 그리고 내일 던전에서 쓸 함정의 재료를 사려면 이정도 금액은 필수다. 운현이 담담히 말하자 필레는 안타까운 듯 운현을 보며 물었다.
"아무래도 헤스티아씨가 화염 마법사 같은데... 그럼 동물들을 사냥하는 것은 피하시는게 좋을거에요."
"몬스터의 사체는 불에 태워져도 상관없나요?"
"몇몇 몬스터는 그렇죠. 운현씨 레벨이 지금 몇이죠?"
"7이요."
"그정도면 적절한 탱커 한명만 있으면 고블린을 사냥하기 좋은 레벨이네요. 고블린의 사체는 불에 태워져도 상관이 없어요. 고블린에게서 얻을 수 있는 재료는 고블린의 뼈와 그들이 사용하던 장비 정도니까요."
"장비요? 고블린이 쓰는 장비가 비싸게 치뤄지는건가요?"
"아. 그런 건 아니구요. 거기에 밖혀 있는 금속들을 녹여 다른 장비를 만들 수 있거든요."
"헤에... 알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비슷한 레벨대의 탱커가 있으면 소개 좀 시켜주세요."
"알겠어요. 자. 여기 대금."
어떻게든 탱커 없이 버티고자 한다면 못버틸 것은 없었다. 다만 돈과 시간, 노력이 많이 들 뿐이지. 운현이 한숨을 내쉬며 말하자 필레는 쓴웃음을 지었다.
"파티를 구하는 탱커가 있다면 운현님의 파티에 우선적으로 연락을 드릴게요. 아니면 레벨을 좀 더 올리시면 비슷한 레벨대의 탱커는 쉽게 구할 수 있을거에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모험가들은 많으니까요. 구하기 힘든 클래스는 도적뿐이니까..."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더 이상 이곳에서 볼 일은 없다. 운현은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헤스티아를 데리고 길드회관의 1층 식당으로 향했다.
"그래도 오늘은 좀 벌었으니까 제대로 먹자."
어제는 돈을 얼마 못벌어서 길드에서 제공되는 육포만으로 대충 때웠던 것을 떠올린 운현이 말하자 헤스티아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주눅든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왜?"
"아, 아뇨. 그냥..."
그냥치고는 상당히 이상한 분위기다. 더 캐물으려 했지만 어딘가 크게 경계하는 듯한 헤스티아의 분위기에 운현은 떨떠름한 얼굴로 손을 들어 메이드를 불렀다.
"여기요!"
"네."
"헤스티아. 뭐 먹을거야?"
"네? 아, 전 아무거나..."
"아무거나라는 메뉴는 없는데."
"그럼 운현씨랑 똑같은걸로..."
"다른 걸 먹어야 나눠먹기 좋지 않겠어?"
"우우..."
운현의 말에 울상을 한 헤스티아는 빵과 우유, 그리고 스프를 주문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런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던 운현은 스테이크와 와인을 주문한 후 여전히 힐끔힐끔 주변을 살피는 헤스티아에게 물었다.
"도대체 왜 그래?"
"네!? 아뇨! 아무것도! 그, 그냥요!"
"...이런 식으로 나올거야? 실망인데."
"그게 아니라요... 아우우..."
차마 말을 하지 못하고 절망하듯 고개를 푹 숙여버린 그녀는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눈물을 글썽거렸다. 괜히 괴롭히는 것 같아 더 재밌어진 운현이 입을 열려는 찰나 그녀의 뒤로 푸른 머리칼에 장신의 여인이 나타났다.
"어머? 헤스티아 아냐?"
"히끅!"
그녀의 목소리에 헤스티아는 딸꾹질까지 하며 크게 놀랐다. 그런 그녀를 보며 한차례 비웃음을 던진 그녀는 헤스티아의 어깨를 툭 친 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말투로 말했다.
"아직도 모험가에 대한 꿈을 못버린거야? 이제 슬슬 포기하지 그래?"
"그... 에릴."
"그렇게 파티에서 쫓겨나더니 아직도 포기를... 어?"
"...댁은 뉘슈?"
헤스티아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백색 로브의 미녀를 보며 운현은 퉁명스레 물었다. 연한 하늘색 눈을 가늘게 뜬 하얀 피부의 미녀는 운현과 헤스티아를 번갈아 바라 본 후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명백한 비웃음이다. 그녀의 입가에 걸려 있는 비웃음에 운현은 이를 드러내며 마주 웃었다.
'이거 이 동네와서 처음으로 빡치는구만.'
"와~ 헤스티아. 어떻게 남자랑 파티를 하게 됐네? 이거 놀라운 일이야! 민폐 투성이 화염 마법사가 남자와 파티라~ 어떻게. 그 몸으로 꼬드긴거야? 아니면 남창이라도 데리고 다니는건가? 으응. 그게 맞겠지. 얼마였어? 고르려면 좀 더 괜찮은 남자를 고르지 그랬어? 내가 돈 좀 보태줄까? 마법학교에서는 구경도 못할 괜찮은 남자 소개시켜줄게. 그래도 동기잖아~"
헤스티아의 어깨를 가볍게 잡은 그녀가 발랄히 말하자 운현은 점점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저건 뭐하는 년이야?'
복장을 보아하니 일단 초보 모험가는 아닌 듯 보였다. 들고 있는 장비도 헤스티아와 비교해 상당히 좋아보이는 지팡이를 들고 있는 그녀는 운현을 향해 다가간 후 그의 볼을 살며시 매만졌다.
"이름이 뭐야? 이쁜이?"
도발적인 붉은 입술을 핥으며 자신의 볼을 매만지는 그녀를 뚱한 눈으로 바라보던 운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쁜이."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거야? 화대나 받는 주제에..."
"우, 운현씨는 그런 사람아니야!"
운현을 남창이라고 생각했는지 에릴은 운현을 향해 이죽거렸고 그것에 발끈한 헤스티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빽 소리쳤다.
"운현씨도 모험가라고!"
"에!?"
그녀의 말에 에릴은 화들짝 놀라며 운현의 볼을 만지던 손을 떼었다. 뚱하 그의 얼굴을 보며 당황하던 그녀는 황급히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죄, 죄송해요. 헤스티아같은 민폐 마법사랑 같이 다니는 모험가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에릴 바이로카라고 합니다. 저는 레벨 17의 빙결 마법사에요."
"운현. 레벨 7의 도적이다."
"도적!? 남자인데 도적이라니... 헤, 헤스티아! 도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귀한 남자 모험가인데다가 귀족 클래스인 도적이라는 것에 더더욱 놀란 에릴은 휙 고개를 돌려 헤스티아를 보고 물었다. 그녀의 질문에 헤스티아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 역시도 운현이 자기와 파티를 하고자 한 이유를 몰랐기 때문이었다.
"크흠! 우, 운현씨라고 하셨죠?"
헤스티아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에릴은 빠르게 태세를 전환했다. 방금 전까지 보이던 조롱 가득한 얼굴은 사라진 그녀는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레 말했다.
"괜찮으시다면 저희와 파티를 하시겠어요? 저희 파티는 기사와 성직자도 있답니다. 모두들 레벨이 운현씨보다 높기는 하지만 운현씨가 저희와 레벨이 맞을 때까지 코어를 몰아드릴 수도 있어요. 그, 그리고 밤일도... 쟤보다는 제, 제가 더 잘해요! 제가 보내버린 남창이 몇명인데요!"
"호오...? 꽤나 매력적인 제안인데..."
"정말요!?"
"......"
탱, 딜, 힐이 구성된 파티라니. 레벨도 두배정도 차이가 나지만 이 안정적인 파티라면 코어를 모으는 것도 지금처럼 힘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만큼 운현이 에릴의 파티에 들어간다면 레벨을 올리는 것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빠른 판단을 마친 운현이 웃으며 말하자 에릴은 크게 기뻐하며 활짝 웃었다. 헤스티아에 뒤지지 않는 미녀가 웃음을 보이자 주변이 환해진다. 그에 반해 헤스티아의 얼굴에는 어둠이 내려앉았다. 어깨까지 축 늘어트린 그녀가 아무런 말도 못하고 고개를 숙이자 운현은 에릴을 바라보며 빙긋 웃고 말했다.
"허나 거절한다."
"네! 당연하죠! 우리가... 예?"
"거절한다고."
"그, 그게 무슨 소리에요!? 저런 민폐 마법사따위보다 저희가 더 쓸모 있다구요!"
"그건 그렇겠지."
"으으으..."
에릴의 말에 운현은 순순히 동의했다. 어쨌든 에릴의 레벨이 더 높으니만큼 쓸 수 있는 스킬도 많을 것이고 탱커와 힐러가 있다면 그들을 이용해 자신의 안전을 더욱 도모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운현의 거절에 반색하던 헤스티아는 어깨를 움츠리며 신음했다. 그녀를 향해 피식 웃어보인 운현은 여유로운 얼굴로 에릴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싫어."
"왜요! 설마 아까 그 말때문이라면 사과할게요!"
"그딴 것 때문일 것 같아? 싫은데 이유가 있어야 하나? 그냥 싫어."
사실 이유는 간단했다. 헤스티아는 자신이 아니면 파티를 할 수 없는 존재다. 그렇다는 것은 필사적으로 자신의 오더에 충실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에릴의 파티는 달랐다. 저들에게 있어서 자신은 있으면 무지하게 좋지만 없으면 그저 아쉬울 뿐이라는 것이었다.
'남을 믿게 하는 것보다 믿는게 더 어렵지.'
타인이 자신에게 신뢰를 갖게 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어쨌든 능력만 보이면 되니 말이다. 하지만 자신이 타인을 신뢰한다는 것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특히나 상대에 대한 의심암귀가 디폴트인데다가 오로지 자신만 생각하는 운현에게 있어서 신뢰할만한 이유가 없는 상대는 어찌되었든 의심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기껏 헤스티아를 꼬셔서 쓸만하게 만들어가고 있는 와중에 옆길로 샐 이유는 없지.'
탱커와 힐러는 구하면 된다.
저레벨의 탱커와 힐러가 없어서 지금 이렇게 고생하고 있지만 필레의 말에 따르면 탱커가 그리 귀한 직업도 아닌만큼 헤스티아와 함께 천천히 레벨을 올려간다면 조만간 탱커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생각한다면 자신의 오더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신뢰를 하지 못하는 다른 파티.
이 둘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것이 나은지는 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당연히 알 수 있는 것이었다.
'나중에 내가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이런 식으로 버리는 건 곤란하지.'
배신을 하는 것도 미학이라는 것이 있어야 한다. 그냥 냅다 배신만 해대고 움직이면 나중 가서 타인에게 신뢰를 얻는 길이 요원해 질 수 밖에 없었다.
모험가를 계속 할지 말지를 아직 결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자신에게 이득이 된다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 것은 남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에 운현은 에릴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는 시선을 보냈다.
"윽... 이, 헤스티아! 두고봐! 마법학교때랑은 다르니까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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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시간
분노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에릴은 헤스티아를 향해 성을 내고 쿵쾅거리며 가버렸다. 그녀가 가자 운현은 어깨를 으쓱인 후 헤스티아에게 물었다.
"마법학교 동기?"
"...네."
"그게..."
"식사 나왔습니다."
말을 꺼내려던 헤스티아는 메이드가 와서 식사를 가져다주자 입을 꾹 다물었다.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는지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깨작거리며 음식을 먹었다.
'어차피 밤은 기니까.'
헤스티아와 밤을 보낼 생각인 운현은 더는 묻지 않은 채 말없이 스테이크를 먹었다. 그렇게 식기가 달그락거리는 소리만 나는 어색한 식사시간이 끝나자 헤스티아는 운현을 잠시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말했다.
"운현씨... 저는 괜찮으니까 에릴의 파티에 들어가셔도..."
"바보냐? 내가 말했지. 싫다고."
"그, 그렇지만..."
"하아. 됐고. 같이 안갈거야?"
"네? 어딜요?"
"방에."
운현의 말에 헤스티아는 벌겋게 얼굴을 물들이며 고민하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녀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간 운현은 헤스티아를 침대에 앉히고 물었다.
"도대체 뭔 일이야?"
"그게..."
"말 안할거야?"
운현은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며 물었다. 하지만 그의 시선에도 헤스티아는 입술만 달짝거릴 뿐 말을 제대로 꺼내지 못했다.
"하아. 어쩔 수 없구만."
어깨를 으쓱인 그는 한숨을 내쉬고 헤스티아를 끌어안았다. 힘없이 그의 품에 안긴 헤스티아는 운현의 옷자락을 꼭 잡았다.
마치 절벽에서 동앗줄이라도 잡는 것처럼 간절히 그를 잡고 있던 헤스티아는 운현의 품에 얼굴을 비비다가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휴우. 죄송해요."
"아니. 죄송할 것 까지야."
그를 마주보지도 못한 채 고개만 푹 숙인 헤스티아는 작게 떨리는 어조로 말했다.
마법사 적성 능력시험때 가장 공격력이 높은 화염 마법사가 되었다는 것.
그것때문에 함께 모험을 가자는 친구들이 많았다는 것.
그들과 함께 던전 도시에 왔지만 화염 마법으로 동물이나 몬스터의 사체가 상한다는 것.
근접 공격을 하는 딜러가 화염 마법때문에 공격을 하지 못해 딜로스가 생겼다는 것.
함께 하기로 했던 친구들도 화염 마법이 생각보다 강하지 않고 오히려 사냥에 방해만 된다는 것을 지적했다는 것.
화염 마법사가 던전 사냥에 큰 인기가 없다는 것.
다른 이들에게 소문이 나 결국 3레벨이 되어 외톨이가 되어버렸다는 것.
그리고 자기를 파티에서 빼자고 주장했던게 친구라고 생각했던 에릴이었다는 것까지
그녀의 말을 차분히 들은 운현은 이제는 울먹거리기 시작하는 헤스티아를 향해 조용히 말했다.
"그래서?"
"저는... 저는 어떡해야 하죠...?"
"글쎄..."
운현의 입장만 따진다면 헤스티아가 어떻게 되든 말든 솔직히 상관이 없었다. 아니, 이제 던전을 어떻게 공략할지, 그리고 전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게 된 이상 헤스티아는 짐이라고 볼 수 있었다.
'으음...'
자신에게 가장 좋은 선택지는 여기서 파티를 쫑내고 다른 파티를 구하거나 다른 클랜에 드는 것이었다.
"모험가를 그만 둘 생각은 없어?"
"...끝까지 방법이 없다면... 계속 혼자여야만 한다면 그만두는 것도 맞겠죠..."
시무룩한 어조로 그녀가 말하자 운현은 팔짱을 끼고 한숨을 내쉬었다.
"으음. 어쩌지..."
"운현씨도... 너무 무리하실 필요는 없어요. 저는 결국 민폐만 끼치는 마법사이니까요."
자학하는 그녀의 모습에 운현은 고민했다.
헤스티아와 만난 것은 하루 밖에 되지 않는다.
냉정히 말핮자면 운현에게 있어서 헤스티아의 상황은 알바가 아니었다.
그녀가 마법사를 포기하든, 민폐짓을 하든 파티가 깨지고 나면 더 이상 그녀와 자신은 아무런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대로 버리기는 아깝군.'
헤스티아가 좋다거나, 헤스티아에게 반했다거나 같은 쓰잘데기 없는 이유가 아니었다.
지금 헤스티아의 상황이 문제였다. 만약 그녀가 친한 친구가 있거나 자신이 믿을만한 사람이 있다면 운현은 그녀의 상황이야 어쨌든 자신의 이득을 위해 움직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화염 마법사라는 기대감을 품고 던전도시에 와 절망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같은 상황에서 손을 내민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자신에게 매달리게 될 것이 분명했다.
대부분의 인간은 쉽게 절망하고, 그 절망에서 벗어날 방법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손을 내밀려 한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지금 헤스티아에게 손을 내민다는 것이 딱히 나쁜 일이라고만 생각할 수는 없었다.
'내가 돈벌려고 던전 다니는 것도 아니고...'
돈이야 벌면 좋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이 이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의 마련이었다. 즉. 레벨업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한국과 다르게 결혼을 위해 집 장만한다고 등골이 빠져라 돈을 벌 필요가 없으니 더더욱 좋았다.
'여차하면 인벤토리를 이용해서 배달 알바해도 되고.'
커다란 물품이든 뭐든 인벤토리 안에 들어가면 그 무게와 부피가 줄어든다. 여차하면 그것을 이용해서 행상인이나 택배업을 해도 될 것이다.
어쨌든 돈을 벌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운현이 헤스티아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한다.
헤스티아를 어디다 써먹느냐였다.
'이를 어쩌나. 어떻게 하면 얘를 잘 써먹을 수 있을까...'
애처롭게 자신을 바라보는 헤스티아의 시선을 마주하며 한참동안이나 생각하던 그는 헤스티아가 일어나자 그녀에게 물었다.
"왜 일어나?"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저는 이만 가볼게요. 그래도... 운현씨 덕분에 처녀딱지는 떼었네요."
힘없이 웃는 그녀를 마주하던 운현은 피식 웃었다.
'결국 이렇게 되버리는군. 어차피 선택의 문제지. 선택을 했다면 그에 따른 책임만 지면 되는 것.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마음을 정한 운현은 헤스티아의 팔을 잡아 당겨 품에 안았다.
"한가지만 약속해줘."
"예? 뭘요?"
그의 힘에 끌려 운현의 품에 안기게 된 헤스티아는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입가에 그려져 있는 작은 미소. 그것을 본 헤스티아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키고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절대 날 배신하지 않겠다."
"...예? 그게 무슨..."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날 배신하지 않을 수 있겠어?"
"...운현씨."
"다른 사람이야 어쨌든 나는 화염마법이 어떻고 자시고 나에게 있어서는 그게 중요한게 아니야. 나를 믿고, 나를 배신하지 않을 사람이 중요한거지."
운현의 차분한 말에 헤스티아는 움찔 몸을 떨었다. 살며시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 본 헤스티아가 무언가 말하기 전에 운현은 그녀의 말을 끊고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 절대 내 사람을 버리지 않아. 네가 무슨 짓을 하든, 어떤 일을 하든. 심지어 마력을 잃고 일반인이 되든 그건 내게 있어서 문제가 아니야."
"운현씨..."
감동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던 헤스티아는 붕붕 고개를 저었다.
"하, 하지만 민폐만 끼치는 제가..."
"네 화염마법이 민폐라고?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오늘을 생각해보자고. 만약 네 화염마법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그렇게 쉽게 늑대를 잡을 수 있었을까? 몬스터 사체를 이용해서 돈을 벌 수 없다고? 나는 돈벌려고 던전에 다니는게 아니야. 왜 이렇게 돈에 집착해? 잘 알아둬."
운현은 헤스티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있는게 아니야."
"...운현씨..."
잔뜩 감격한 헤스티아가 눈물을 글썽이며 운현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을 마주하며 운현은 차마 내뱉지 못한 말을 속으로 내뱉었다.
'하지만 존나 쩌는 행복한 삶은 살 수 있지.'
"운현씨... 저 운현씨의 말대로 할게요. 운현씨라면... 운현씨에게는 저를 모두 맡길게요."
그의 말에 눈물을 쓱쓱 닦으며 헤스티아는 베시시 웃었다. 아직 눈물로 더럽혀져 있는 그녀의 볼을 손가락으로 닦아 준 운현은 헤스티아의 이마에 입맞춰 준 후 조용히 말했다.
"그래. 날 믿어. 내가 널 이끌테니까..."
"운현씨!"
헤스티아는 운현의 품에 달려들었다. 자신의 품에 안긴 그녀를 부드럽게 끌어 안아 준 운현은 코끝을 스치는 긴 적금발에 입맞춘 후 싸늘히 웃었다.
'이걸로 내가 위험해졌을 때 써먹을 수 있는 패가 늘었군.'
헤스티아가 쓸모없다고 판단되는 화염마법사인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어쨌든 자신이 유용하게 써먹을 패가 늘어났다는 것이 중요할 뿐 이었다.
"그럼 새롭게 관계를 정립하게 된 기념으로 즐거운 한때를 보내볼까?"
"예?"
"이렇게 방에 있는데... 안할거야? 던전에서 할때보다 더 잘해줄 자신 있는데?"
"그... 그런가요?"
운현이 귓가에 속삭이자 헤스티아는 부르르 몸을 떨고 촉촉히 젖은 목소리로 작게 답했다.
"냠."
"햐윽..."
귓볼이 잘근잘근 씹히는 감각에 헤스티아는 파르르 몸을 떨었다. 그녀가 자신의 품 안에서 느끼는 것을 즐긴 운현은 살며시 그녀를 침대 위에 눕혔다.
"운현씨..."
달콤한 숨을 토해내며 헤스티아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 그의 얼굴이 다가와 자신의 이마에 입맞춘 후 눈썹, 눈, 코, 볼, 턱까지 입맞추자 그녀는 손을 뻗어 운현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입술에는... 안해주시는 거에요?"
"하고싶어?"
"네..."
부끄러움이 가득 담긴, 홍조가 가득해 사랑스럽기 그지 없는 얼굴로 헤스티아는 작게 말했다. 그녀의 말에 빙긋 웃은 운현은 헤스티아의 입술에 짧게 입맞췄다.
"쪽... 쪼옥. 쪽."
연이은 세번의 짧은 입맞춤. 농염하고 음란한 깊은 키스가 아닌 그저 짧은 키스임에도 불구하고 헤스티아는 행복감과 차오르는 쾌감에 몸을 떨었다.
"어, 어떡해요..."
"뭐가?"
"자꾸만 운현씨와 키스하는 생각이 떠올라서..."
"망상을 하는거야?"
"....."
작게 고개를 주억거린 그녀는 운현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자 살며시 눈을 감고 입술을 내밀었다. 키스를 요구하는 그녀의 요망을 들어주며 다시 한번 입맞춘 운현은 아까와 다르게 깊고, 진한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쪽... 쪼옥...쯔릅...쭙..."
서로의 혀와 혀가 얽히는 음란한 소리가 방을 가득 메운다. 하지만 둘에게 그런 것에는 신경 쓸 겨를 따위는 없었다.
"하아...하아..."
헤스티아의 로브를 거칠게 벗긴 운현은 그녀의 하얀 셔츠의 단추를 빠르게 풀어낸 후 다시 입맞췄다.
타액과 타액을 교환하며 한손으로 자신의 갑옷끈을 풀어낸 운현은 입술을 떼고 갑옷을 벗어 던진 후 헤스티아를 꽉 끌어안았다.
"운현씨! 운현씨! 흐읍...우우움...!"
다시 입맞추며 갑옷을 벗어낸 운현은 헤스티아의 셔츠를 벗겨내었다. 그가 옷을 벗기기 좋도록 살짝살짝 몸을 틀어 준 헤스티아는 치마만 남은 채 나체가 되어버리자 입술을 떼고 부끄러운 듯 베시시 웃었다.
"우, 운현씨. 이번엔 제가..."
운현의 상의를 벗긴 헤스티아는 그의 가슴을 핥짝거렸다. 아직은 어색한 모양인지 가슴을 핥는 혀는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읏..."
"후후. 기분 좋아요?"
"어. 좀 더 해줘."
"정말..."
생긋 웃은 그녀는 혀를 내밀어 운현의 가슴을 길게 핥았다. 근육으로 탄탄한 그의 몸을 전부 핥기라도 하려는 듯 목부터 시작해 어깨, 가슴팍, 그리고 명치와 복부도 핥던 그녀는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운현씨의 맛... 좋네요."
"그럼 여기도 해줄 수 있어?"
"예? 아... 그, 여, 열심히 해볼게요."
헤스티아를 일으켜 침대 밑으로 내려보낸 운현은 침대에 걸터앉은 후 자신의 양물을 가리켰다. 바지를 뚫을 것처럼 팽팽 솟아 있는 그의 남성을 보고 얼굴을 붉힌 헤스티아는 긴장과 기대로 침을 꿀꺽 삼킨 후 고개를 끄덕였다.
"버, 버, 벗길게요."
"응. 근데 너무 떠는 거 아냐?"
사시나무 떠는 것처럼 바들바들 떨리는 그녀를 바라보며 운현이 장난스레 말하자 헤스티아는 붕붕 고개를 저어 정신을 차린 후 운현의 바지에 손을 올렸다.
"철컥."
허리띠의 버클을 풀러내고 그의 바지를 잡은 헤스티아는 눈을 꼭 감고 천천히 바지를 내렸다. 엉덩이를 들어 그녀가 바지를 벗기기 쉽게 해 준 운현은 속옷마저 그녀가 벗겨내자 잘했다는 듯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흐읏... 아, 아까 이게..."
아직 씻지조차 못한 상황이다. 물수건으로 닦아냈지만 그래도 냄새가 남아 있는 그의 딱딱하고 흉물스런 남성을 바라보던 헤스티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핥았다.
"자. 부탁해."
"네... 네에."
작은 손이 멈칫거리며 남성에 닿았다. 보드라운 손길이 남성의 기둥을 어루만지자 운현은 서서히 차오르는 쾌감에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아, 아팠나요? 죄송해요. 다시 할게요."
"아냐. 괜찮으니까 그냥 해봐."
"네... 하음... 쪽."
운현이 인상을 쓰자 놀란 헤스티아는 황급히 손을 떼어내고 사과했지만 운현은 다시 그녀를 재촉했고 자신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헤스티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 후 운현의 양물을 살며시 입 안에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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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현자의 시간
"쭈릅...쪽... 핥짝..."
입술을 오무려 양물과 입술이 찰싹 닿게 한 후 그녀는 입 안에 물려 있는 양물의 머리를 혀로 자극하기 시작했다. 갈라진 부분을 혀끝으로 톡톡 두들기고 움푹 들어간 부분과 민감한 머리를 혀로 감싸 쓱쓱 애무하던 그녀는 운현이 인상을 쓰며 쾌감을 참는 모습을 보이자 생긋 눈웃음쳤다.
"쩝... 쭈릅... 어때요? 좋나요?"
"아주 좋아."
"후후. 읏... 자. 잠깐만요. 제, 제가 해드린다고..."
"난 신경쓰지 말고 계속 해줘."
"정마알..."
운현이 손을 내려 자신의 가슴을 가리고 있는 속옷을 올리고 탱탱히 여문 과실을 주무르기 시작하자 그 쾌감에 몸을 떤 헤스티아는 나무라듯 운현을 노려보고는 다시 그의 남성을 애무하는데 집중했다.
"으음...쯔븝...쪽..."
긴 머리칼이 방해가 됐는지 연신 머리칼을 쓸어넘기던 그녀의 모습에 운현은 그녀의 머리칼을 꽉 잡아 올려주었다.
"쭈릅...오아어여... 핥짝."
입에서 남성을 떼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쌉싸름한 쿠퍼액을 맛보며 그의 남성에 이가 닿지 않게 주의하며 말했다. 그 탓에 제대로 된 발음이 나오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매혹적이다. 운현은 그녀의 긴 머리칼을 잡은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꾹 눌렀고 헤스티아는 운현을 올려다보며 다시 그의 남성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쪽... 추릅. 쪽... 쭈웁. 쭙!"
입으로는 남성을 애무하며 다른 손으로는 그의 두개의 알을 쓰다듬기 시작한 헤스티아는 운현의 남성이 크게 요동치자 놀란 눈으로 운현을 보았다.
"윽!"
가슴을 만지던 손까지 움직여 헤스티아의 머리를 꽉 잡은 운현은 그대로 그녀의 입 안에 사정했다.
"으읍! 꿀럭! 큿...! 꿀꺽... 흐아아... 굉장히 진해요.. 이게 남자의 정액인가요? 후후. 맛없어... 그치만 중독될 것 같네요."
폭발한 그의 남성에서 나온 하얗고 끈적한 정액을 전부 삼키려고 한 그녀였지만 결국 그것을 전부 삼키지는 못하고 얼굴에 맞아버린 그녀는 주르륵 타고 내린 정액이 아까웠는지 손가락으로 찍어 혀를 내밀어 다시 맛을 보았다.
"정말... 야한 맛이에요."
"...되게 잘한다. 어디서 배운거야?"
"그, 그게요... 사실... 하, 학교에서... 그... 친구들끼리 몰래 돌려보던 책이 있는데... 그거 보고 연습을..."
"헤에. 남자꺼를 빨아주는 연습을 했단 말이지? 그거 웃기는 학교네."
"마, 마법학교는 그런 야한 곳이 아니에요! 그. 그냥 친구들끼리..."
"흐음. 그래서. 연습한 성과를 느끼니까 어때?"
운현은 수건을 들어 헤스티아에게 주었지만 그녀는 그것으로 얼굴을 닦는 대신 흘러내리는 정액을 손으로 흝어 쪽쪽 빨아먹고 빙긋 웃었다.
"굉장히 기쁘네요. 제 애무로 운현씨가 느껴줬다는게... 좋으셨어요?"
"응. 물론이지."
"후후후... 그럼 한가지만 더 해봐도 될까요?"
"또 뭘 배웠는데?"
"헤헤. 그럼 누워주세요."
정액을 전부 핥아 먹은 헤스티아는 그제서야 물수건을 받아 얼굴을 닦고 운현을 살짝 밀었다.
아까는 자신이 계속 했으니 이번에는 헤스티아의 맘대로 하게 내버려두자. 그리 생각한 운현은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후후후. 이번에는 가슴으로 해주는거에요."
"오오!?"
말로만 듣던 파이즈리란 말인가!? 운현이 깜짝 놀라며 자신을 보자 헤스티아는 방실방실 웃으며 자신의 탄력적인 가슴을 쭉 내밀었다.
"영....차."
"......"
"어? 어..."
체구 치고는 큰 가슴이지만 그래도 운현의 한 손에 꽉 찰 정도의 가슴에 불과했다. 물론 하려고 한다면 못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헤스티아는 자신의 생각과 다르게 가슴으로 그의 남성을 전부 감싸지 못하자 무척 당황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어, 어쩌죠?"
"...그걸 나한테 물어봐봤자... 그럼 감싸지 말고 해보면 안될까? 이것도 이것 나름대로 좋은데."
남성에 닿아 있는 탄력적인 가슴의 느낌을 즐기며 운현이 말하자 헤스티아는 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까진 좋았는데 여기서 막혀버린 것이 부끄러운 것이다.
결국 그의 다리 사이에 몸을 둔 그녀는 양 손으로 가슴을 모아 계곡을 만들고 그의 남성을 끼운 후 천천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후후훗... 어때요?"
"어... 음. 좀 미묘하네."
"미, 미묘하다구요!?"
솔직히 말해 아까의 펠라치오보다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물론 나쁘지는 않았지만 운현이 상상했던 것만큼의 쾌감은 없기에 그는 무덤덤히 말할 수 있었고 그 말에 충격을 받았는지 헤스티아는 입을 꾹 다문 채 생각을 이어나갔다.
"그러지말고 이렇게 해보자."
"...어떻게요?"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눈물을 글썽거리며 그녀가 말하자 운현은 헤스티아의 몸을 당겼다. 가볍게 자세가 바뀐 그녀는 운현의 위로 올라가게 되었다.
"이, 이렇게요?"
"응. 경치 좋네."
치마와 팬티까지 벗겨지고 양 다리를 벌린 채 69 자세가 된 헤스티아의 탄력적인 둔부와 흠뻑 젖은 계곡을 보며 운현이 말하자 헤스티아는 부끄러움에 눈을 꼭 감았다.
"으... 아으."
"아까 할거 다 한 사인데 뭘 그렇게 부끄러워해? 이제 해볼래?"
"이건 책에 없었는데... 알았어요."
눈물을 글썽거린 그녀는 고개를 주억거리고 다시 그의 남성을 가슴으로 감쌌다.
아까 전에 발라 놓은 자신의 타액은 이미 말라버린지 오래. 헤스티아는 그의 남성을 물고 연신 핥으며 타액을 흘려보낸 후 손으로 몇번 흝어 남성의 전체에 침을 발랐다.
"그, 그럼 할게요."
"응."
"히이잇!? 우, 운현씨!"
"왜?"
"거, 거길 그렇게 만지면..."
운현은 자신의 앞에 있는 헤스티아의 젖은 계곡을 손가락으로 쓱 벌려보았다. 그것에 놀란 헤스티아가 외치자 운현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난 신경쓰지 말고 계속 해줘."
"신경쓰지 말라고 해도, 흐윽..."
"찔꺽..."
손가락 하나가 계곡 안으로 파고들자 헤스티아는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힘들면 입으로 해줘도 괜찮아."
"아, 알겠어요... 아암... 쪽..."
결국 파이즈리는 하지 못하고 입으로만 애무를 하기 시작한 헤스티아였지만 아까만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하윽...윽...흐으응!"
운현의 손가락이 음부의 안으로 파고들어 민감한 벽을 자극해나갔기 때문이었다. 그의 남성을 꼭 쥔 채 입에 물고 있는 것만이 한계였던 헤스티아는 그의 손가락이 두개째 들어가 계곡을 벌리자 그 쾌감에 입에 물고 있던 남성을 놓치고 고개를 치켜들었다.
"히이이잉!!"
"쭈르르륵! 푸슛!"
벌려진 계곡 사이로 뜨거운 애액이 분출된다. 끈적하고 음란한 냄새를 물씬 풍기는 애액이 폭포수처럼 쏟아져나오는 것을 보며 운현은 더더욱 깊게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하윽! 어허엉! 흑! 으으읏!"
"찔꺽... 찔꺽... 찔꺽..."
"이거 점점 넘쳐나는데?"
"으윽! 허어엉! 또, 또가아앙!"
"푸슈슈슈슛!"
또다시 절정에 도달한 헤스티아가 활처렁 등을 휘며 부들부들 몸을 떨자 그녀의 계곡에서는 뜨거운 애액이 아까보다 더욱 많이 쏟아져 나왔다.
자신의 가슴을 완전히 적셔버린 애액을 찍어 핥아 본 운현은 빙긋 웃으며 헤스티아의 몸을 돌렸다.
"이봐. 헤스티아. 이렇게나 더럽히면 어쩌자는거야?"
"하아...하아..."
자신의 애액에 얼굴이 비벼짐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가져다 댄 채 숨만 헐떡거렸다. 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운현은 헤스티아를 쭉 끌어 당긴 후 얼굴을 핥았다.
"아읏... 우, 운현씨... 더, 더러워요..."
"이정도는 가뿐하지."
운현은 헤스티아의 예쁜 얼굴을 더럽히고 있는 애액을 전부 핥아 마신 후 입맞췄다. 그의 혀가 들어오자 그녀는 힘없이 그것을 맞이했다. 작게 꿈틀거리던 설육이 점점 힘을 찾기 시작하자 운현은 헤스티아를 떨어트린 후 말했다.
"자. 그럼 더 이상 할 건 없어?"
"...하나 더 있어요."
"그게 뭔데?"
"잠깐만요오..."
힘없이 헐떡이던 그녀는 잠시 그의 위에 앉아 있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천장을 향해 뻣뻣하게 서 있는 그의 남성을 손으로 잡아 고정시킨 그녀는 젖을 대로 젖어 있는 자신의 음부 입구에 가져다 댄 후 숨을 들이마셨다.
"후웃... 으윽... 아하앙!"
스스로 그의 남성을 자신의 계곡 안에 밀어 넣은 헤스티아는 양 다리를 벌린 채 천천히 허리를 내렸다.
이미 그녀의 다리는 쾌감으로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영 불안했던 운현은 손을 뻗었고 헤스티아는 달아오른 얼굴로 살짝 웃고 그의 손을 잡았다.
"운현씨..."
양 손에 깍지를 끼고 잡은 그녀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운현을 너무 좋게 본 것이었다.
"욥."
"히익! 하아아악!"
"푹!"
"흐어어어어엉! 하악! 하악! 으! 시, 심술... 흐응! 움직이지! 움직이지 말아봐요오오옷! 또가아앗!!"
반쯤 삽입된 남성을 살짝 밀어 넣은 것만으로 그녀에게 쾌감을 보낸 운현은 쾌감에 몸을 떨던 헤스티아의 다리가 풀리자 씩 웃었다.
"훗. 어때?"
"너, 너무해에..."
"그런 것 치곤 표정이 좋은데?"
한번에 깊숙한 곳까지 파고든 탓인지 단번에 절정에 도달한 헤스티아는 운현의 가슴에 그대로 누운 상태였다. 그녀의 고개를 들어 얼굴을 본 운현은 피식피식 웃으며 말했다.
흐리멍텅해진 눈, 타액과 애액으로 번들거려 더럽혀진 미모. 얼굴에 달라붙어 있는 몇가닥의 아름다운 적금색의 머리칼. 귀여운 외모이기에 더더욱 퇴폐적으로 보이는 그녀를 향해 웃어보인 운현은 손가락을 들어 그녀의 도톰한 입술 안에 넣어보았다.
"하읏..."
입 안으로 그의 손가락이 파고들자 헤스티아는 살며시 입을 벌려 그것을 빨기 시작했다. 전혀 더럽지 않다는 듯 정성스레 그의 손가락을 핥던 헤스티아의 눈에 점점 빛이 돌아왔다.
"정신 차렸어?"
"으으... 네. 운현씨 너무해요. 흣... 우, 움직이지 말라구요. 정말... 제가 해드릴거라고 했잖아요."
"원래 구멍이 있으면 파고드는게 남자지."
"진짜... 심술쟁이."
운현의 가슴을 살짝 꼬집은 헤스티아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이미 푹 밖혀 있는 남성 때문에 조금씩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쾌감을 받은 헤스티아는 그의 배에 손을 올린 후 모아진 가슴을 돋보이려는 듯 쭉 내밀며 날름 혀를 내밀었다.
"헤헤~ 이번엔 진짜로... 흣. 해, 해드릴게요."
아까는 실패했지만 이번엔 제대로 하리라. 각오를 다진 헤스티아는 눈을 질끈 감고 천천히 허리를 올렸다.
"찌르륵..."
"흣... 으응... 하아... 하아."
그의 남성을 꽉 물고 놓아주지 않으려는 자신의 음부를 달래며 천천히 다리에 힘을 준 그녀는 간신히 자신이 원하는 자세를 만들었다.
자연스레 쪼그려 앉은 그녀는 살며시 무릎을 꿇어 아까같은 실수는 방지했다.
"이, 이번에는 진짜..."
"쭈륵..."
"흣..."
"으음..."
허리가 내려간다. 탄력적인 다리가 움직일때마다 그녀의 계곡은 운현의 남성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위 아래, 양 옆, 앞뒤로 움직이며 운현을 자극하던 그녀는 고개까지 푹 숙인 채 허리를 움직이는데 집중했다.
'예쁘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예쁜 것은 예쁜 것이다. 운현은 자신의 앞에 있는, 마치 적금색의 폭포같은 머리칼을 보며 생각했다.
"으으.. 어, 어때요? 운현씨?"
"윽. 조, 좋아."
"더... 더 좋아해주세요오..."
달콤한 숨결을 내뿜으며 허리를 움직이던 그녀는 입을 꽉 다물고 결심한 듯 한번에 허리를 꽉 내렸다. 다시 한번 음부의 깊숙한 곳까지 남성을 받아들인 헤스티아는 하마터면 다시 쓰러질 뻔한 것을 간신히 버텨내었다.
"하아...하아...하아..."
"헤스티아.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무, 무리 아니... 으응...에요."
"내가 보기엔 무리로 보이는데?"
"하, 할 수 .... 할 수 있다구요. 믿어줘요. 저...으으응. 저도 운현씨를 믿으니까..."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어쩌겠는가. 운현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그가 조용해지자 헤스티아는 신음성을 연신 토해내며 허리를 움직였다.
그렇게 십여분을 움직이던 헤스티아는 계곡 안쪽에서 운현의 남성이 크게 꿈틀거리자 희미하게 웃었다.
"운현씨. 느, 느끼시는...으하응!"
"큭! 싼다!"
헤스티아의 안에 그대로 싸버린 운현은 숨을 헐떡거리며 그녀를 꽉 끌어당겨 안았다. 그의 품에 순순히 안긴 채 사정의 쾌감을 만끽하던 헤스티아는 힘없이 웃으며 운현의 입술에 입맞췄다.
"으으음... 너무 조아여어..."
완전히 힘이 빠져버렸는지 말도 제대로 못하는 그녀를 끌어안아 쓰다듬으며 운현은 남성을 빼지도 못한 채 눈을 감았다.
"졸립네..."
오늘은 많은 일이 있었다. 첫 던전을 가기도 했고 던전에서 전투도 했으며 그 안에서 헤스티아와 격정적인 정사를 벌이기도 했다. 끝나고 나와서도 에릴과 신경전을 펼친 후에 또다시 이런 정사를 했으니 졸릴만도 했다.
운현은 몰려오는 수마를 참지 못하고 헤스티아의 향기를 느끼며 그대로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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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시간
"으음..."
창 밖에서 비춰오는 햇빛에 운현은 천천히 눈을 떴다. 자신의 몸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헤스티아의 온기를 느끼며 그녀를 꽉 끌어안은 운현은 남성에서 느껴지는 간질간질한 쾌감에 천천히 정신이 돌아왔다.
"그러고보니..."
어제 피곤해서 한번 하고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그렇기에 여전히 헤스티아의 안에 자신의 남성이 물려 있는 것이다.
어제 잠들기 전까지의 일을 떠올린 운현은 아침이 되자 솟아오르는 욕망에 입맛을 다시며 살며시 헤스티아를 눕혔다.
"으으음..."
몸을 움직이며 남성이 계곡의 벽을 건드려 쾌감을 준 탓인지 헤스티아는 미모을 찡그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그녀의 이마에 입맞춘 후 운현은 정상위 자세로 몸을 틀었다.
"아흣...읏... 운현씨..."
깬 것은 아닌 듯 보인다. 잠결에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행복한 미소를 지은 헤스티아를 보며 운현은 그녀의 양 다리를 잡아 올렸다.
"찔꺽..."
천천히 허리를 빼고 밀어 넣는다. 잠들어 있는 여인을 범하는 묘한 배덕감에 운현은 더더욱 쾌감이 솟는 것을 느끼며 부드럽게 허리를 움직였다.
강렬하지는 않지만 쾌감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피스톤에 헤스티아의 얼굴과 몸이 점점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따뜻한 열기를 내뿜는 그녀의 몸을 핥으며 가슴을 주무르던 운현은 헤스티아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며 열리자 이마에 입맞춘 후 속삭였다.
"잘 잤어?"
"누, 누구!? 아. 우. 운현씨... 읏! 아, 아침부터!?"
"흐읏... 시, 싫어?"
정신을 차린 헤스티아는 운현이 자신을 범하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몸에 힘을 주었다. 그 결과 그녀의 음부에도 힘이 들어갔고 깊숙히 밖혀 있던 운현의 남성은 자연스레 진한 쾌감을 얻었다. 그것에 운현이 목소리를 떨며 말하자 헤스티아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가 부드럽게 웃었다.
"아니요... 으응. 조, 좋아요오... 하악! 으읏! 헛! 헉!"
양 팔을 벌려 그를 끌어안은 헤스티아는 운현의 허리가 본격적으로 치고 올라오자 쾌락의 비명을 내질렀다. 그렇게 몇십회 피스톤을 계속했을까?
헤스티아는 더 이상 쾌락의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절정에 차올랐다.
"하아아아아앙!"
앙증맞은 발가락이 꽉 오무라든다. 그녀의 다리에 힘이 가득 들어가고 남성을 물고 있던 계곡이 단단히 조여오자 운현 역시 쾌감을 더 이상 참지 못했다.
"윽....!"
뜨거울만큼 뜨거워진 음부가 급속도로 축축해지며 남성에 찰싹 달라붙어 우물거리자 운현은 더더욱 빠르게 허리를 움직여 쾌감을 가속시켰다.
오르가즘에 올라 허우적거리던 헤스티아는 그의 허리놀림에 더더욱 강한 쾌감을 느꼈고 또다시 순식간에 절정에 도달했다.
"하아아앙!"
"으으읏!"
성대하게 절정에 달한 헤스티아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그리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운현도 참고 있던 사정감을 그대로 배출했다.
"허억...허억..."
숨을 몰아쉬며 운현이 자신의 위로 허물어지자 헤스티아는 답답함도 잊은 채 그를 꽉 끌어안고 입맞췄다. 서로의 타액을 갈구하는 음란한 입맞춤이 아닌 그저 단순히 애정을 원하는 짧고 단순한 키스.
입술만 맞대는 짧은 키스를 마치고 운현이 옆으로 눕자 헤스티아는 숨을 몰아쉬며 천장을 보고 말했다.
"아침부터... 이렇게 하다니..."
"후후... 그래서. 싫어?"
"아뇨... 너무 좋아서... 꿈만 같네요..."
"훗. 그럼 좀 더 쉬고 있어. 난 먼저 씻고 내려가서 탱커가 있나 알아보고 올게."
"괜찮으시겠어요? 운현씨도 피곤하지 않나요? 같이 쉬는게..."
"탱커가 없으면 더 피곤해지니까. 내 걱정은 하지 말라고."
자신을 걱정하는 헤스티아의 이마에 입맞춰주고 운현은 천천히 남성을 뽑았다. 벽을 긁으며 그의 양물이 빠져나오자 헤스티아는 눈쌀을 찌푸리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쭈르르륵..."
애액과 정액이 섞인 뜨거운 백탁액이 계곡을 타고 내려온다. 그것을 보며 운현은 빙긋 웃고 욕실로 향했다.
"후우우..."
빠르게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길드회관 1층으로 내려 온 운현은 빈 테이블에 앉은 후 한숨을 내쉬었다.
"후. 좋았다."
[패시브 스킬 : 현자의 시간이 활성화되었습니다.]
[현자의 시간 효과로 냉철한 이성 상태가 되었습니다.]
[지력이 100 상승합니다.]
"...뭐지? 왜 지금..."
일반적으로 현자타임은 '오늘 두번 해야지!' 하고 야동을 보며 딸을 친 후 한번 싸버리고 나면 그때부터 발동되곤 했다.
그런데 이 현자의 시간은 뭐란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발동 조건은 현자타임이다. 하지만 그 조건이 명확치가 않았다.
"그냥 내가 만족하면 발동되는 건가..."
어제 더 하고 싶기는 했지만 너무 피곤해서 그냥 잠들어버렸다. 그 욕망을 아침까지 끌고와 아침에도 해버리니 이제서야 현자의 시간이 발동되었다.
'이건 좀 더 조사를 해봐야겠군.'
아직까지는 뭐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함부로 판단을 내리는 것은 어려웠다.
"으음...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지."
"호오. 남자 모험가? 이봐. 파티가 없다면 우리와 함께하는 건 어때?"
상당히 늘씬하고 풍만한 몸을 가진 여전사가 운현에게 다가와 그의 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하지만 운현은 그녀를 말없이 바라 볼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바, 바쁜가보네."
마치 무기질이라도 보는 듯한 운현의 시선에 놀란 그녀는 황급히 몸을 돌려 그 자리를 떠났다.
자신을 자극한 여인이 떠나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운현은 테이블로 돌아와 앉으며 메이드에게 홍차를 한잔 시킨 후 생각했다.
'지금 해야 할 일을 정리해야겠군. 빨리 방침을 세워야겠어.'
당장 해결해야 할 일은 두가지. 첫번째는 탱커를 구하는 것이다. 어쨌든 오늘도 던전을 들어가야 하니 어제처럼 늑대만 잡기 싫으면 탱커를 구해서 고블린을 잡든 해야한다.
자리에서 일어난 운현은 파티모집 게시판을 차분히 읽어보았다. 하지만 어딜 봐도 비슷한 레벨의 탱커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 반면에 도적을, 혹은 남성 모험가를 모집하는 파티는 무척이나 많았다. 레벨과 공략 계층, 파티원의 수까지 다양한 그 게시판을 가만히 보던 운현은 어깨를 으쓱이며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갈만한 곳은 없군. 모험을 한번 해볼까...? 아니야. 쓸데없는 짓은 관둔다.'
최대한 위험을 배제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 필레의 말에 따르면 모험가 카드를 쓰면 위기시에 길드에서 구조를 요청할 수 있다고 했었다. 하지만 계층의 입구에서 멀어지면 멀어질 수록, 그리고 계층의 깊이가 깊어지면 깊어질 수록 그 성공확률과 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고 하니 괜히 깊은 계층에 들어갈 이유는 없었다.
최소한 자신의 레벨이 적정 레벨을 이룰 때까지는 그럴 생각을 하지 않은 운현은 테이블에 앉은 후 생각했다.
'그럼 두번째... 나 왜 이렇게 정력이 좋지?'
혈기 왕성한 이십대 초반인건 그렇다고 치더라도 이건 너무 비정상적인 상황이었다. 단순히 이계진입의 치트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인가?
하지만 현자의 시간이 발동되어 냉철한 이상상태가 된 운현은 그것을 그냥 넘길 수만은 없었다.
'이건 이용하면 괜찮은데...'
정력이 강해진 이유를 정확히 파악할 수만 있다면 그것은 차후를 생각해도 상당히 좋은 일이었다.
어찌되었든 던전을 공략하는 모험가가 되기로 한 이상 마냥 헤스티아와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던전을 돌다가 흥분상태에 빠진 모험가를 만난다면 교섭의 도구로 섹스를 쓸 수도 있는데 정력이 강해진 이유를 알게 된다면 그 횟수를 더더욱 늘릴 수 있었다.
'손에 쥘 수 있는 패는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어쨌든 이것도 이유를 확인해봐야겠군...'
현자의 시간의 발동 조건, 그리고 탱커를 영입, 마지막으로 정력이 강화된 이유. 그 세가지에 대한 의문을 파악하고 그것의 답을 찾아야 한다.
[패시브 스킬 : 현자의 시간이 비활성화되었습니다.]
[냉철한 이성 상태가 해제되었습니다.
[지력이 99 감소합니다.]
"으. 뭐 이렇게 쉬운게 없냐. 젠장... 어. 열렸다."
길드 사무소의 문이 열리고 필레가 모습을 보이자 운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아침부터 부지런하시네요. 벌써 일어나셨어요?"
"다들 움직이는 시간인데요. 그보다 탱커 들어왔나요?"
운현의 질문에 필레는 쓴웃음을 지었다.
"죄송해서 어쩌죠? 아직 탱커라고 할만한 직업군을 가지신 분은... 몇분 있기는 한데 그 분들은 지금 던전에 들어가 계신지라..."
"그런가요..."
운현은 실망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그의 그런 모습에 필레는 애써 웃어주며 말했다.
"너무 걱정마세요! 탱커는 그렇게 귀한 직업군이 아니니까 곧 영입할 수 있을거에요! 저도 꼭 도와드릴게요!"
"믿을게요. 그럼 전 올라가서 씻고 던전에 들어갈 준비를 해야겠네요."
"아! 운현씨! 던전 지도 있으세요? 없으시면 선물로 드릴게요."
"오... 감사합니다."
본의 아니게 운현을 낙담시킨 것이 미안했는지 필레는 서랍을 뒤져 커다란 지도를 그에게 넘겼다. 그것을 받은 운현이 힘없이 인사하고 올라가자 필레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었다.
방으로 돌아 온 운현은 필레에게 받은 지도를 지도창으로 옮겨보았다.
[던전 1계층의 지도가 등록됩니다.]
"이것도 되는건가..."
어쨌든 좋은 일이다. 지도를 봐도 뭐가 뭔지 몰랐으니 말이다. 독도법따위 알리가 없는 운현은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헤스티아는 여전히 세상 모르고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햇살에 비추어진 적금발이 반짝거린다. 갈색의 피부 위에 사뿐히 내려앉아 있는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던 운현은 헤스티아가 천천히 눈을 뜨자 그녀를 향해 빙긋 웃었다.
"일어났어?"
"으음... 네에..."
눈을 비비며 귀엽게 하품을 한 그녀는 살며시 몸을 일으키고 자신의 하복부를 만져보았다. 살짝 말라붙어 있지만 여전히 끈적거리는 계곡을 만지작거리며 어젯밤과 아침의 정사를 상기한 그녀는 헤죽 웃으며 운현의 볼에 입맞췄다.
"아직 식사 안하셨죠? 금방 씻고 나올게요. 같이 먹어요."
"응. 천천히 씻어."
쪼르르 욕실로 들어간 그녀가 씻고 나오는 것을 기다린 운현은 헤스티아의 가방을 들어보았다. 꽤 묵직한 가방이다.
"그런데 여분의 속옷이 있나...?"
가방의 내용물을 뒤져보았지만 옷이나 속옷은 없었다. 운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널부러져 있는 그녀의 셔츠와 치마를 보았다. 어젯밤의 격한 정사의 여파인지 그녀의 옷들은 애액과 정액으로 더럽혀져 있었다.
"설마 이걸 입지는 않을 것이고... 헉!"
운현은 몸을 전부 가리는 로브를 보고 히죽히죽 웃었다.
"로브만 입고 가려는건가? 으흐흐... 이거 재밌겠군."
"뭐가요?"
"금방 나왔네? 천천히 입어도 된다니까."
"헤헤. 운현씨 기다리는데요. 잠깐만요."
생긋 웃은 그녀는 가방의 앞 주머니를 열어 작은 주머니를 꺼내었다.
"뭐하려고?"
"옷 꺼내려구요."
"...응?"
운현이 이해를 못한 것을 보며 빙긋 웃은 그녀는 작은 주머니에서 붉은색 보석이 밖힌 브로치 하나를 꺼낸 후 작게 주문을 외웠다.
"우웅!"
낮은 진동음과 함께 보석에서 빛이 쏟아져 나왔다. 빛은 곧 테이블 위로 이동했고 그 빛은 서서히 사그라들며 빛 안의 내용물을 드러냈다.
"......."
"흐흥~"
드러난 내용물은 검은색의 치마와 하얀색 셔츠, 그리고 작은 팬티와 브래지어였다.
"뭐, 방금 뭐한거야!?"
"꺄악!? 운현씨!? 왜 그래요!?"
"내 로망은!?"
"무, 무슨 소리를..."
어리둥절한 얼굴로 헤스티아는 옷을 가리키며 자신에게 따지듯 묻는 그를 보다가 쓴웃음을 지었다.
"설마 제가 로브만 입고 갈 거라고 생각한거에요?"
"응."
"정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제가 그런 치녀는 아니라구요..."
못말리겠다는 듯 웃으며 헤스티아는 옷을 집더니 빨갛게 얼굴을 물들이고 조심스레 말했다.
"저, 운현씨... 그, 그렇게 보고 있으면..."
"왜?"
"부끄럽다구요오..."
이미 몸도 섞었고 할 짓 안할 짓 다 한 사이다. 그런데 뭐가 부끄럽단 말인가. 운현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헤스티아는 귀까지 붉게 물들이고 다급히 말했다.
"계속 보실거에요!? 정말! 빨리요!"
"알았어. 알았어. 왜 화를 내고 그래?"
이해할 수 없지만 어쩌겠는가. 시선 돌리는거야 일도 아니니 운현은 고개를 돌리고 입맛을 다셨다.
'나중에 저 브로치를 훔쳐야겠군.'
19====================
현자의 시간
탱커를 구하지 못한 것을 헤스티아에게 알리고 둘이 함께 1층으로 내려와 혹시나 올지 모를 탱커를 기다리다 결국 헛탕만 친 운현은 헤스티아를 데리고 던전 입구로 향했다.
탱커가 없으니 어제의 전법을 그대로 쓸 수 밖에.
거미줄과 기름통을 가방에 들어갈 수 있는 만큼 사들고 던전에 들어간 운현은 헤스티아의 안내에 따라 고블린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둘이서 괜찮을까요?"
"안되면 다른데 가야지 뭐."
만약 고블린이 그때 동굴의 고블린 수준이라면 어떻게든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던전 안의 몬스터는 바깥의 몬스터보다 훨씬 강하다고 했으니 안심할 수는 없었다. 만약 사냥이 힘들다면 물러나서 레벨을 더 올리고 도전하면 된다라는 말로 헤스티아를 설득한 운현은 그녀의 안내를 받아 던전을 걸었다.
"저는 여기까지 밖에 몰라요."
머뭇거리며 헤스티아가 말하자 운현은 어깨를 으쓱였다.
"나머지 길은 내가 알아. 아까 지도를 받았거든."
"운현씨 지도도 볼 줄 알아요?"
"그정도야..."
"우와아..."
사실은 자신의 지도창으로 보는 것이지만 그것을 알리 없는 헤스티아는 그저 감탄할 뿐 이었다. 반짝거리는 그녀의 눈을 은근슬쩍 회피한 운현은 지도에 보이는 고블린 서식지 근처에 자신의 위치가 깜빡거리자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고블린은 없구만."
"고블린은 수풀에 숨어서 움직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해요. 저쪽 운현씨 뒤쪽에서 금방이라도 고블린이 튀어나올지도 몰라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헤스티아가 말하자 운현은 피식 웃었다.
"에이~ 설마."
"부스럭."
"키에엑!"
"......"
"어... 그게."
"아주 저주를 퍼붓지 그래?"
헤스티아가 가리킨 수풀에서 녹색 피부의 고블린이 튀어나왔다. 전에 동굴에서 보았던 고블린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장비는 좀 더 좋아보였다. 징 밖힌 흉갑과 철판으로 발등과 발목을 보호하는 가죽 부츠, 다 낡은 숏소드, 동그란 버클러를 들고 있는 고블린은 수풀에서 나오자마자 운현과 헤스티아를 보고 적의를 드러내었다.
"헤스티아!"
"파이어 볼트!"
운현이 뒤로 물러나며 외치자 헤스티아는 빠르게 주문을 외워 고블린에게 마법을 시전했다. 지팡이에서 쏘아져 나간 불꽃 화살은 고블린의 머리를 강타했고 순식간에 그의 얼굴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키에엑!"
"벌써 아파하면 쓰나!"
불꽃 때문에 시야가 가려진 고블린이 고통을 호소하는 동안 운현은 빠르게 고블린의 뒤로 다가갔다. 얼굴에만 불꽃이 있는 탓에 뒤쪽은 그래도 열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요놈쉬키!"
"푹!"
발버둥을 치는 고블린의 뒷머리채를 꽉 잡은 운현은 송곳을 고블린의 귓속에다 냅다 밖아버렸다.
"케에에에엑!!"
불꽃에 정신을 팔린 고블린이 더더욱 큰 고통에 비명을 내지르자 운현은 손을 들었다. 그의 신호에 헤스티아는 잽싸게 고블린에게 바인딩을 걸었고 고블린이 멈추자 운현은 고블린의 머리를 잡은 채 목에 단검을 쑤셔밖기 시작했다.
"푹! 푹! 푹!"
"케엑! 케에엑!"
"이건 보너스다!"
바인딩의 시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자 운현은 휙 뒤로 떨어진 후 고블린에게 뚜껑을 연 기름병을 투척했다. 피와 기름으로 범벅이 된 고블린이 흉신악살처럼 얼굴을 일그러트리자 운현은 날카롭게 외쳤다.
"지금!"
"파이어 볼트!"
"화르르르륵!"
파이어 볼트 한발 맞았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화염이 고블린에게서 피어올랐다. 화상의 고통, 바닥을 굴러도 꺼지지 않는 불꽃에 고통스러워하던 고블린의 몸에서 불꽃이 사그라들었을 때 운현은 아직도 꿈틀거리는 고블린을 보며 감탄했다.
"와... 생명력 참."
"어, 어쩌죠?"
"어쩌긴. 막타 넣어야지."
살아는 있지만 고통 때문인지 정신을 못차리는 고블린을 보며 운현은 단검을 역수로 잡고 고블린의 등을 발로 밟았다.
만약을 대비해 고블린의 팔에 들려 있는 숏소드를 빼낸 운현은 히죽 싸늘히 웃고 고블린의 뒷목에 칼질을 시작했다.
"푹! 푹! 푹!"
"케에엑..."
몇번이나 찔렀을까? 고통으로 부들부들 떨리던 고블린의 몸이 축 늘어진다. 그것을 보며 운현이 어깨를 으쓱이자 헤스티아는 질린 눈으로 운현을 보았다.
"저... 운현씨."
"응?"
"고향에서 무슨 일을 하셨어요?"
"그냥 평범하게 살았는데? 왜?"
"아, 아뇨. 굉장히 익숙해보여서."
고블린은 어쨌든 인간과 비슷한 형태를 가진 몬스터다. 그런 몬스터를 죽이는데 저항감이 없을리 없다. 훈련을 받은 친구들도 고블린 같은 유사인종과 싸울때 상당히 고생을 했던 것을 떠올린 헤스티아는 운현이 너무나도 무덤덤하게, 그리고 숙련된 움직임으로 고블린을 잡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고블린이야 처음 잡는 것도 아니니 말야."
운현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하고 마석에 고블린의 시체를 담았다.
"이번에는 좀 이상하게 됐지만 안전하게 가려면 함정을 까는게 낫겠지?"
평원처럼 확 트인 곳이 아닌, 돌무더기와 수풀이 무성한 곳인만큼 기습에 주의해야 했다. 지금 운현과 헤스티아의 상태로는 고블린이 두마리 이상 나온다면 상대하기 껄끄러웠다. 어쨌든 한마리씩 폴링하여 잡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치만 고블린은 기본 둘에서 셋 이상 다닌다는데요... 어쩌죠?"
"흠. 그래서 말인데. 일단 거점을 만들자."
"거점이요?"
"응. 포위되면 곤란하니까 말야. 어디가 괜찮으려나..."
지도를 펼쳐 지형을 살핀 운현은 나름 괜찮은 지형을 발견하고 그곳으로 헤스티아를 데리고 갔다. 이제부터는 자신도 길을 모르기에 헤스티아는 운현의 뒤를 쭐래쭐래 쫓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절벽이 있는 협곡 근처로 이동하게 되었다.
"우와아... 멋있다."
"여기에 자리 깔고 움직이자고."
"그치만 여긴 벽이 있는데... 도망치기 어렵지 않겠어요?"
"아냐. 아냐.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거야. 절벽이 있지만 이 정도 경사라면 쉽게 올라갈 수 있다고. 전투에서 높이를 선점한다는 것은 꽤나 좋은 이점을 가질 수 있지. 그리고 여차하면 기름을 뿌려서 고블린들이 올라오지 못하게 할 수도 있고 말야."
절벽 중에서도 바위가 대다수이고 경사가 완만한 부분에 진지를 잡은 운현은 시장에서 사온 나무와 철사로 간단한 방책을 만들었다.
"이정도면 언덕 위로 올라갈때까지 시간은 벌 수 있겠지."
"에에..."
"왜 그런 표정이야?"
"아, 아뇨. 그게."
바위의 경사를 보며 헤스티아가 심각한 얼굴이 되자 운현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볼을 긁적거렸다.
"설마 체력이 후달려서? 저는 평지 외에는 걷지 못해요. 이런건 아니겠지?"
"아, 아뇨. 그게 그런게 아니고. 그게 저기 뭐랄까..."
"뭐랄까?"
"....."
"헤스티아. 넌 나를 믿는다고 말했지. 나 역시 널 믿어. 우리는 파티이고, 어떻게 보면 서로 생명을 쥐고 있는 사이야. 서로에게 비밀따위 있으면 안된다고 봐."
"으으으음..."
운현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묻자 헤스티아는 고민하다가 결국 털어놓았다.
"저, 저는 높은데는 무서워서..."
"......."
운현은 슬그머니 바위 위를 올려다보았다. 약 건물 2층 높이에 지나지 않는다. 그 위의 바위를 올라도 3층 정도 높이. 이정도면 무서워할만한 높이가 아니지 않나? 운현이 물끄러미 자신을 바라보자 헤스티아는 잔뜩 주눅이 든 채 고개를 푹 숙였다.
"으음. 그냥 포위당하지 않길 빌어야겠군."
여차하면 자신이 올라가서 끌어당기면 되고,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버리면 된다. 운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죄송해요오오..."
"아니 나한테 미안해할 건 없어. 그보다... 고블린들을 끌고와야 할 것 같은데. 내가 가는게 낫겠지?"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운현은 애써 무덤덤히 말했다. 자신이 운현의 발목만 잡고 있다는 생각때문인지 헤스티아는 작게 고개를 주억거렸고 그녀를 내버려둔 채 운현은 주변을 경계하며 걸었다.
'문제는 고블린이 두마리 이상 있을 땐데...'
아까 전 고블린을 상대하며 내린 결론은 혼자는 힘들다였다. 헤스티아의 파이어볼트로 시야를 막고 혼란스러운 틈을 타 치명타를 날린 후 바인딩까지 걸어서 바인딩 효과가 끝날때까지 찔렀는데도 죽지 않을 것을 보면 정면에서 상대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무리였다.
'그렇다면 하나씩 끌어들이는건데... 이를 어쩐다.'
방법은 두가지가 있었다.
첫번째 혼자 돌아다니는 고블린만 찾아 끌고온다.
하지만 이 방법의 단점은 사냥의 시간이 너무 길어진다는 것이었다.
제대로만 끌고 온다면 함정, 바인딩 연계를 제대로만 한다면 고블린을 잡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헤스티아의 말대로라면 아까처럼 혼자 있는 고블린을 찾는 것은 운이 좋은 경우에나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두번째. 적어도 둘 정도만의 고블린만 찾아 상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함정과 바인딩을 하나에만 잡아야 하고 구속되지 않은 멀쩡한 상태의 고블린을 자신이 상대해야 했다.
"으으으음. 너무 위험부담이 크군."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이렇다 할 좋은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세무리의 고블린을 지나보내고 나서야 운현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대로는 곤란하군.'
괜히 시간만 날리는 셈이 된 것이다. 운현은 거점으로 돌아와 헤스티아에게 말했다.
"고블린들이 너무 많아."
"그럼 어쩌죠?"
"일단 레벨업을 우선으로 하자. 늑대를 잡자고."
길드에서 추천하는 적정 몬스터는 고블린이었다. 하지만 탱커가 있다면 탱커가 고블린의 어그로를 끄는 동안 운현과 헤스티아가 딜을 하면 되었지마 탱커가 없는 이상 지금 저들을 상대할 방법이 없었다.
"개노답이네. 쳇. 나중에 다시 오자."
"네..."
거점을 두르고 있는 목책을 철거한 후 운현은 헤스티아와 늑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도착하기가 무섭게 달려드는 늑대를 쉽게 처리한 후 운현과 헤스티아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빠르게 늑대를 잡아나갔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레벨도 올렸고... 이 근처에 더 이상의 늑대는 없는 것 같은데. 일단 올라갈까?"
늑대를 하도 잡았더니 늑대 잡는 것만으로 레벨이 올랐다. 8레벨이 된 운현은 볼에 홍조를 띄우고 숨을 헐떡거리는 헤스티아에게 흥분 안정제를 주었다.
흥분 억제제를 먹은 헤스티아가 잠잠해지자 운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늑대는 더 이상 없다. 흥분 억제제로 시간도 벌었으니 남은 재료로 사슴이나 잡는 것이 나을 것이다.
"파이어 볼트 말고 바인딩만으로 해보자. 여차하면 함정깔면 되니까."
동물의 경우 가죽이 돈이 되다보니 파이어 볼트로 공격했다간 돈을 벌 수 없을 가능성이 높았다.
늑대야 딜을 위해서 파이어볼트를 쓴다 치더라도 사슴은 바인딩과 함정만으로도 잡을 수 있었다.
어쨌든 재료값이라도 벌려면 자신이 움직이는 수 밖에. 레벨업을 통해 얻은 보너스 스탯 포인트를 힘, 손재주, 몸놀림에 각각 1씩 투자한 후 스킬창을 열었다.
[한손검 숙련 Lv 1 / 10 : 한손 무기를 능숙히 다룰 수 있다.]
[하이딩 Lv 3 / 10 : 기척을 숨겨 은신할 수 있다. Lv3부터 하이딩 상태에서 이동이 가능하다.]
[스틸 : 상대방의 소지품을 훔친다.]
[함정 설치 : 재료를 이용해 함정을 생성한다. 함정의 경우 사용되는 재료에 따라 속성이 변화한다.]
남은 스킬 포인트 : 4
'스킬을 뭘 찍어야하나...'
함정 설치의 레벨을 올릴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함정 설치는 한손검 숙련이나 하이딩과 다르게 레벨로 강화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올릴 수 있는 스킬은 하이딩과 한손검 숙련 뿐. 운현은 잠시 고민하다가 한손검 숙련의 레벨을 올렸다.
'그래도 이게 올라가면 공격력이라도 올라가겠지.'
[한손검 숙련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한손검을 사용시 공격력이 증가합니다.]
'역시.'
다행스러운 메시지창이 떠오르자 운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생각대로 스킬을 올리자 공격력이 올라간 것에 만족하며 운현은 한번 더 스킬 레벨을 올렸다.
[한손검 숙련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한손검을 사용시 공격력이 증가합니다.]
[신규 스킬 : 체술이 습득 가능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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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시간
'체술?'
새로운 스킬의 등장에 운현은 눈을 반짝이며 스킬창을 보았다. 가장 밑에 밝은 빛으로 점멸하며 새롭게 등장한 스킬이 있었다.
[체술 Lv 0 / 10 : 신체를 움직이는 기술. 습득시 몸이 가벼워지고 공격력, 회피력이 상승한다.]
[필요 스킬 : 한손검 숙련 Lv3]
"오오오!"
"에? 운현씨?"
"아, 아냐."
지금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스킬이었다. 운현은 싱글벙글 웃으며 남은 스킬 포인트를 체술에 모두 투자했다.
"후후... 그럼 한번 해볼까."
체술의 레벨이 2가 된 덕분인지 몸이 가벼워진 기분이다. 운현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하자 헤스티아는 당황하더니 빨간 얼굴로 운현의 옷자락을 꾹 잡았다.
"응? 왜?"
"그... 저기."
"뭐야. 흥분한거야?"
"죄송해요오..."
"응? 아냐. 이정도는 예상 안이니까... 그래. 하자."
'새로운 스킬도 익혔으니 새로운 사냥법도 생각해봐야겠지. 이럴때는 현자타임이 답이다.'
마침 헤스티아도 흥분상황이 아닌가. 즐길건 즐기고 다음을 생각하자 라는 마인드로 운현은 헤스티아를 꽉 끌어안았다.
HHHHHHH
"운현씨..."
그가 자신을 끌어안자 헤스티아는 달콤히 운현의 이름을 되내였다. 입 안에서 굴릴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이름. 몽롱한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던 헤스티아는 운현의 입술이 자신의 입술을 덮자 살며시 입을 벌렸다.
"쪼록..."
살며시, 하지만 탐욕스러운 움직임을 보이는 운현의 혀가 입 안으로 들어오자 헤스티아는 눈을 감은 채 그의 설육을 반겼다. 투명하고 끈적한, 그리고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는 기름처럼 입 안에 발라지는 운현의 타액을 맛보며 자신의 타액도 넘겨 준 헤스티아는 손을 뻗어 그를 꽉 끌어안았다.
"핥짝.. 쭉... 쯔릅... 훕..."
음란한 소리가 주변에 울려퍼진다. 바깥이고, 다른 모험가가 자신들의 이런 모습을 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그것을 생각할 겨를따위는 없었다.
"운현씨...! 운현씨...!"
운현의 입술이 떨어지자 헤스티아는 안타까운 듯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그런 그녀의 얼굴 여기저기에 쪽쪽 짧게 입맞춰 준 운현은 살며시 손을 들어 그녀의 로브를 걷어내었다.
"어...? 안벗기구요?"
"응. 다른 모험가들이 볼지도 모르잖아."
운현은 헤스티아의 질문에 웃으며 답해준 후 하얀 셔츠의 단추를 풀어나갔다. 그의 말대로 사람이 적을 뿐이지 이곳에 오기 전에 몇 파티의 모험가들을 보았던 기억을 떠올린 헤스티아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보니 어제...'
운현과의 첫 경험. 그때는 첫 경험이라는 두려움과 긴장때문에 주변을 신경 쓸 여유따위는 없었다. 그렇기에 훤한 바깥에서 나신이 되어 그와 정사를 나눴던 것을 떠올린 그녀는 딱딱히 굳은 얼굴로 다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게 좋겠네요."
"그렇지?"
운현은 빙긋 웃고는 헤스티아의 치마를 천천히 벗겼다. 그의 그런 모습에 헤스티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치마는 왜...?"
"아. 치마가 있으니까 좀 불편해서. 로브를 걷고 치마를 걷기는 좀."
"그런가요?"
순진하게도 헤스티아는 고개를 갸웃거리기만 할 뿐 운현의 말에 별다른 토를 달지 않았다.
'으흐흐...'
로브 안의 모든 옷을 벗겨서 여성판 날다람쥐를 만들어보자. 라는 생각으로 개수작을 부리기 시작한 운현은 헤스티아가 순진하게 자신의 말에 동의하자 히죽히죽 웃었다.
간단히 그녀의 치마를 벗겨내 일부러 근처에 가져다 놓은 운현은 로브를 들어 올린 후 팬티로 감싸진 도톰한 계곡을 살며시 자극했다.
전투를 하며 이미 달아오를대로 달아올라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는 그녀의 계곡을 톡톡 건드린 운현은 헤스티아의 귓볼을 핥으며 속삭였다.
"여길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어?"
"흐읏... 우, 운현씨... 마음대로..."
"내 마음대로?"
"...애무해주세요... 만져주세요..."
"분부대로 하지."
그저 긁어대는 정도의 자극만 주던 운현은 팬티를 살짝 걷어낸 후 손가락을 쑥 밀어넣었다. 미끈미끈한 애액이 윤활유가 되어 그의 손가락을 단번에 음부 안의 깊숙한 곳으로 파고들었다.
"힉!"
"엄청 조이네... 기대 많이 했나봐?"
운현의 속삭임이 귓가에 파고들자 헤스티아는 신음을 애써 꾹 참았다. 마법학교에 다닐때는 이정도도 아니었다. 자위도 하지 않았고 유혹하는 다른 사람들도 무시했었다.
그저 남자와 여자가 만나는 책만 보며 망상만 계속했었던 그녀는 그것이 현실이 되자 자신에 대해서 알게 되어버린 것이다.
"흑... 죄송해요... 쭈릅...쪽..."
아침에도 했는데 이렇게 젖어버리고 그에게 달라붙어버리다니. 자신의 음란함에 한숨밖에 안나온다. 헤스티아가 사죄를 하자 운현은 웃으며 그녀의 입술을 훔쳤다.
다시 이어진 진한 입맞춤. 자신의 음란함도, 그리고 그런 자신의 음란함을 받아주는 운현에 대한 고마움도 잊은 채 키스가 주는 쾌락에 굴복한 헤스티아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운현...씨?"
"자학할 필요 없다니까. 네가 나를 믿고, 나를 따르기로 한 이상 네가 어떤 여자라 하더라도 널 버리지 않을거니까."
운현의 달콤한 말에 헤스티아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행복감에 방긋 웃었다. 눈가에서 주르륵 흘러내린 눈물을 혀로 핥아 준 운현이 다시 자신의 입술을 원하자 그녀는 운현을 끌어안으며 그에게 입맞췄다.
"하아앙... 운현씨..."
음부 안에 운현의 손가락을 꽂아 넣은 채 운현과 또다시 계속 키스한 헤스티아는 어느새 자신의 옷이 다 벗겨져 있는 것을 보고 놀라며 그를 보았다.
"운현씨?"
"응? 왜?"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입술에 입맞춰 준 그를 보니 아침의 일이 떠올랐다. 헤스티아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일부러 이러신건 아니죠?"
"뭐가?"
"그... 아니에요."
운현을 믿기로 하지 않았는가. 아침에 그가 자신이 로브만 입고 다니는 것을 기대했던 것을 떠올린 헤스티아였지만 곧 그 생각을 지웠다. 운현은 자신과 같은 변태가 아니다.
'들킬 뻔했네.'
생긋 웃기는 했지만 운현은 혹시나 걸리는거 아닌가 긴장한 상태였다. 헤스티아가 얼버무리자 운현은 그녀를 큰 나무에 기대게 한 후 살며시 로브를 벌렸다.
"후아...으응...!"
손가락이 빠져나오며 음부의 벽을 긁었다. 그것에 달콤한 숨결을 토해내며 몸을 비튼 헤스티아는 운현이 로브를 걷고 자신의 가슴을 바라보는 것에 머뭇거리며 말했다.
"왜, 왜 그렇게..."
"아니 예뻐서."
"예뻐... 후훗. 고마워요."
"마법학교 학생들이 탐낸 것도 이해가 갈 정도라니까. 이야. 이런 살결이라니."
"쪽."
매끈한 복부를 살며시 건드린 운현은 앙증맞은 배꼽 위에 입맞췄다. 그리고 천천히 올라가며 여기저기 입맞추기 시작했다.
"아하하! 간지러워요... 으읏.... 하아...하아..."
입술이 타고 올라오며 갈비뼈와 가슴 밑부분에 입맞추고 핥짝거리자 헤스티아는 간지러운 느낌과 함께 차오르는 쾌감에 신음을 토해내었다.
"핑크색 유두네. 아직 건드린 사람은 나 밖에 없다 이거지?"
"하읏...윽...네... 우, 운현씨 뿐이에요..."
운현의 머리를 사랑스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쓰다듬은 헤스티아는 그의 손이 부드럽게 자신의 가슴을 어루만지자 부르르 몸을 떨었다.
"앙."
"읏! 흐으응! 그, 그렇게 빨면..."
"쩝....쪽...냠. 쪽쪽... 핥짝."
탱탱한 가슴에 입맞추고 핥짝이며 가끔씩은 살짝 깨물며 가슴을 애무한 운현은 헤스티아의 손길이 거칠어지자 다른 손으로 그녀의 손을 치웠다. 손안 가득 느껴지던 운현의 머리칼이 사라지자 헤스티아는 안타까운 듯 그를 바라보았지만 손을 다시 돌리지는 않았다.
그저 운현이 주는 쾌감을 감내하느라 로브만 꽉 잡고 있을 뿐.
"후읏... 으응... 윽..."
연신 쾌락을 토해내던 그녀는 운현의 손이 다시 계곡을 벌리고 음부 위의 클리토리스를 꾹 누르자 양 다리를 모았다. 다리의 힘이 풀리고 주저앉을 뻔한걸 운현을 꽉 잡아 간신히 버텨낸 그녀는 바들바들 떨며 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성대하게 절정에 도달해버렸다.
"쏴아아!!"
마치 오줌이라도 싸는 것처럼 애액이 물총처럼 쏟아진다. 그것을 받으며 다시 계곡을 애무하기 시작한 운현은 헤스티아의 몸이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움찔움찔 떨리자 천천히 버클을 풀었다.
"이정도면 더 이상의 애무는 필요 없을 것 같고..."
입가에서 주르륵 흘러내리는 그녀의 타액을 음액으로 더럽혀진 손으로 닦아낸 운현은 손가락을 헤스티아의 입에 넣었다.
자신의 타액으로 더러운 손이지만 운현의 손가락이라는 것을 깨닫자 헤스티아는 정성스레 혀를 움직여 그의 손을 핥았다. 멍하니 자신의 손을 핥는 그녀를 보며 운현은 헤스티아의 한쪽 다리를 잡아 올렸다.
"하아...하아..."
양 팔로 운현의 목을 꽉 끌어안아 고정한 그녀는 녹는 듯한 얼굴로 운현을 바라보며 입맞췄다. 사막에서 물을 찾는 것처럼 운현의 타액을 갈구하던 그녀는 그의 남성이 자신의 계곡 입구를 열자 움찔하며 더더욱 그를 꽉 끌어안았다.
"쯔릇!"
"흐읍! 으음... 쪽. 핥짝..."
그의 남성이 음부 안으로 단번에 밀고 들어오자 헤스티아의 몽롱한 얼굴에 생기가 돌아왔다.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쾌감에 정신을 차린 그녀는 운현과 키스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그와의 키스에 집중했다.
"찔꺽! 찔꺽! 찔꺽!"
운현의 양물과 헤스티아의 음부가 마찰하며 나는 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운현은 헤스티아와 입맞추며 힐끔 주변을 살폈다.
'역시 있군.'
"늑대는 이제 없나? 좀 더 찾아볼까?"
다른 모험자의 목소리다. 그 목소리를 들은 헤스티아의 몸이 딱딱히 굳자 운현은 입술을 뗀 후 귓볼을 살짝 깨물고 속삭였다.
"왜 이렇게 놀라? 바깥에서 한다는 것은 들킬 각오를 한 것 아냐?"
"아, 아, 그, 그렇지만..."
운현의 말대로다. 흥분도가 심할 경우 그것을 처리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남성 동료가 있는 모험가의 경우 텐트를 만들어 하거나 그게 아니면 적당한 장소에서 섹스를 한다는 말이 있었다.
만약 남자 동료가 없다면 흥분 억제제를 먹든가 혼자서 자위를 해서 조금이라도 흥분도를 가라앉혀야 했다.
어쨌든, 던전을 탐험하면 이런 일을 하다가 남에게 들키는 일은 그리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스티아는 긴장감에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모험가가 된 이상 이런 일 정도는 각오를 했지만 실제로 벌어지니 어찌 할 바를 모르게 된 것이다.
패닉상태가 되어버린 헤스티아를 꽉 끌어안은 운현은 살짝 몸을 돌렸다. 정신이 없는 헤스티아는 모르겠지만 운현이 몸을 돌린 순간 그들의 몸을 가리고 있던 나무에서 그들이 튀어나오게 되었다.
"어?"
"찔꺽! 찔꺽! 찔꺽!"
운현이 헤스티아를 안으며 허리를 흔드는 것을 멈추지 않고, 오히려 과격하게 허리를 흔드는 동안 어느새 근처까지 온 금발의 모험가는 운현을 발견하고 입맛을 다셨다.
"우, 우와... 저 여자. 부럽다... 남자랑 하고 있어..."
그녀의 동료로 보이는 녹색 단발의 궁수는 운현과 헤스티아를 보며 정말 부럽다는 듯 중얼거렸다. 운현과 헤스티아의 격렬한 정사에서 눈을 떼지도 못한 여인들은 침을 꼴깍 꼴깍 삼키며 그들의 섹스를 지켜보았다.
"으읏..."
더 이상 참지 못한 것일까? 금발 여인과 녹발의 여인은 주저하다가 조금씩,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서 운현과 헤스티아에게 다가갔다.
"너, 너무 가까히 가는 거 아냐?"
"그치만 안보인다고. 나, 나 아직 남자꺼 한번도 본 적 없단 말야!"
금발 여인의 만류에도 녹발 여인은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금발 여인 역시 녹발 여인과 같은 기분인것은 마찬가지. 그녀는 침을 꼴깍 삼킨 후 이동하고 있는 녹발 여인과 함께 서서히 이동했다.
로브로 가려져 있기에 잘 보이지 않자 그녀들은 눈에 핏발까지 세운 채 점점 가까히 다가갔다.
이제는 숨고 자시고도 없다.
자신들의 가슴이나 음부에 손을 가져간 채 침을 꼴깍 거리며 다가 온 그녀들은 서로를 만류하려 했지만 은은히 퍼지는 색향은 전투로 달아오른 그녀들의 몸을 더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으으... 못참겠다!"
녹발의 여인은 결국 눈이 뒤집혀져 자신의 바지를 내렸다. 하얀 피부에 땀으로 번들거리는 매끈한 다리를 쫙 벌린 채 손으로 자신의 음부를 마구 쑤시던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운현에게 빽 소리쳤다.
"반죽임할거라면 그냥 저리 가서 해!"
운현의 입장에서야 왠 이상한 치녀가 나타나서 갑자기 자위를 하며 성질을 내는, 그야말로 방귀뀐 놈이 성을 내는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이것 역시도 운현의 빅-픽쳐였던지라 그는 빙긋 웃은 후 천천히 헤스티아와 자신이 결합된 부분을 은근히 가리고 있는 로브를 천천히 올렸다.
"흥! 아앗! 운현씨이! 운현씨이! 으읍! 쪽...핥짝... 아, 안돼요. 안돼요오..."
자신들의 정사를 누군가가 눈이 빠져라 지켜보고 있다는 것에 놀란 헤스티아는 부끄러워하며 얼굴을 가리려 하였지만 운현의 손은 얼굴을 가리고 있는 헤스티아의 손을 치워버렸다.
빨갛게 달아올라 이런 상황에 더더욱 흥분되어버린 그녀가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붕붕 젓자 운현은 헤스티아의 입술에 입맞춘 후 속삭였다.
"모두에게 은혜를 베푼다 생각하라고. 쟤들 좀 봐봐. 너와 다르게 홀로 자위하며 흥분을 해소하고 있잖...아."
"하아아악!"
운현의 남성이 깊숙한 부분을 연속해서 찌르자 헤스티아는 쾌감과 행복, 그리고 눈 앞에서 부러운 듯 자신을 바라보는 여인들에 대한 우월감에 휩쌓였다.
"운현씨! 하아앙! 조, 좋아요옷!"
"그럼 더 좋게해주지."
"스르륵."
"꺄악...!?"
"헉!"
"지, 진짜다! 진짜가 나타났다!"
자세를 바꿔 후배위 자세로 만든 운현은 헤스티아에게 걸려 있는 로브를 풀어버렸다.
스르륵 흘러내린 로브가 바닥에 떨어지자 운현은 그것을 주워 뒤로 넘긴 후 천천히 바닥에 앉았다.
"하앙! 윽! 보, 보지마아! 보지마아아앗!"
라고 소리치는 주제에 헤스티아의 얼굴은 지금까지보다 더한 쾌락에 물들어 있었다. 혀까지 빼물고 헐떡거리며 허리를 움직이던 그녀는 여인들이 애액으로 넘치는 자신의 음부와 운현의 남성을 보며 침을 삼키는 것을 보고 살며시 눈을 감아버렸다.
"으... 조, 좋겠다."
"부러워..."
운현의 남성이 오갈때마다 희뿌연 애액이 남성을 타고 주륵주륵 흘러내리는 것을 보며 여인들은 마른 입술을 핥으며 자신의 음부를 만지는 손길에 더더욱 힘을 넣었다.
녹발 여인 뿐만 아니라 금발 여인도 어느새 바지를 벗고 자신의 계곡을 쑤시고 있는 상황에서 운현은 헤스티아의 다리를 쫙 벌린 후 자신의 남성을 더 잘 볼 수 있게 해 준 후 말했다.
"어때? 헤스티아?"
"조아아아! 너어어무우우 조아아앙! 하아앙! 나 가아! 또 가아아아앙!!"
"아. 아아...."
"부러워..."
질투심과 선망이 어린 눈으로 헤스티아를 바라보는 여인들의 손이 빨라졌다. 음부 깊숙히 들어갔던 손이 나올때마다 그녀들의 계곡에서 흘러나오는 애액의 양은 많아졌지만 여인들의 마음은 서럽기 그지없었다.
"읏... 나도 싼다!"
"히이이이익!"
한차례 절정에 달했던 헤스티아는 운현의 남성이 정액을 토해내자 그것에 또다시 절정에 도달해버렸다. 양 다리를 쫙 피고 절정을 음미하며 부들부들 떨던 그녀가 축 늘어졌을 때 그들을 보며 자위를 하던 여인들 역시 절정에 달했는지 분수를 뿜으며 가버렸다.
"으으으!"
"하아앙~!"
"하아...하아..."
"읏! 으읏!"
이차전을 시작한 운현과 헤스티아의 모습에 여인들은 안타까운 눈으로 그들을 보았다.
"하... 허무하다."
"...이러려고 자위를 했나 자괴감이 들고 괴롭다."
"사냥이나 가자. 오늘은 남창을 만나야겠어... 풀코스 하려면 많이 잡아야겠네..."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여인들은 주머니에서 수건을 꺼내 자신의 하복부를 닦고 바지를 입은 후 떠났다.
그녀들이 떠나자 운현은 빙긋 웃었다.
'후후후. 좋아.'
아까 여인들이 싸면서 뿜은 조수와 헤스티아의 조수로 인해 바닥에 있던 헤스티아의 옷들이 모두 더러워졌다.
그것을 보며 만족스럽게 웃은 운현은 헤스티아가 요염하게 허리를 흔들자 출렁이는 그녀의 가슴을 잡고 일어났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해주지..."
21====================
현자의 시간
[패시브 스킬 : 현자의 시간이 활성화되었습니다.]
[현자의 시간 효과로 냉철한 이성 상태가 되었습니다.]
[지력이 100 상승합니다.]
'체술도 익혔고 회피율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지. 마냥 좋아할만한 일은 아니야.'
자고로 회피탱만큼 위험한 것이 없다. 100% 회피를 자신할 수 없는 이상 체술을 익혔다고 해서 회피탱이 되는 미친짓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니면 몸놀림이라도 더 올리든가.
'차라리 다른 방법을 생각하는게 낫겠군.'
운현은 헤스티아의 볼을 만지작거리며 생각했다. 잠시간 그녀의 볼을 만지작거리던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하이딩을 걸었다.
'그리고...'
하이딩이 걸린 상태에서 근처에 뛰어다니는 토끼의 바로 밑에 함정을 설치해 본 운현은 함정이 설치되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이딩 상태에서도 스킬을 쓸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이상 나머지는 숙련의 문제였다.
'레벨 10때 무슨 스킬을 배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일단은 이 방식대로 가야겠군.'
혹시나 싶어 하이딩 상태에서 연속으로 함정 설치를 써보았지만 역시나 생각대로 풀리지는 않았다. 함정 설치를 위한 쿨타임은 삼십초. 삼십초라는 쿨타임을 없애지 못하는 이상 함정설치를 연속으로 깔아 적의 움직임을 계속 무효화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건 답이 없군... 손재주를 올리면 되려나. 관련 스탯이 뭔지를 모르니까 투자하기도 아깝고.'
스킬 포인트나 스탯 포인트가 넘쳐난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것이 아닌 이상에야 최대한 전략적으로 스킬과 스탯을 구성해야 했다.
'현자의 시간때 지력이 이렇게 오를 줄 알았다면...'
그 동굴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력에 포인트를 투자한게 아깝기 그지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나눠서 분배할 것을.
당시야 살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안가리는 상황이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니 참으로 멍청한 짓이 아닐 수 없었다.
'과거는 과거.'
지난 일을 후회해봤자 무슨 소용인가. 운현은 밀려오는 후회와 자책을 가뿐히 무시한 후 생각을 전환했다.
어쨌든 계속 사슴과 늑대만 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탱이 없다면 없는대로 전투를 해야 하는 법. 운현은 함정에서 버둥거리는 토끼를 죽인 후 자리로 돌아와 헤스티아를 안았다.
'문제는 얜데...'
자신의 생각대로 일이 흘러간다면 헤스티아는 정말 큰 의미가 없어진다. 나중이라면 모를까 지금 헤스티아를 데리고 다니는 건 자신의 성장에 오히려 방해만 되었다. 계산대로라면 고블린 정도는 혼자서 잡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버리긴 아깝군."
헤스티아가 있음으로 쉽게 현자의 시간을 발동시킬 수 있다는 장점, 그리고 자신을 배신하지 않겠다는 맹세. 거기에 자신이 제안하는 작전을 순순히 따라온다는 점.
그 모든 것을 생각한다면 헤스티아의 메리트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것이었다.
'어차피 최종적으로 내 위치는 딜러가 아닌 보조다. 그렇다면 믿을만한, 그리고 이용할 만한 딜러 하나는 제대로 키워놓는것도 나쁘진 않겠지.'
도적이 공격의 중심이 될 수 없는 이상 확실하게 끝장낼 수 있는 딜러는 파티에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따진다면 헤스티아의 가치는 지금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마법사 중에서 가장 공격력이 좋은 것이 화염 마법사라고 하니까... 일단 지켜보자.'
헤스티아와 함께 경험치를 나눠갖는다 하여 자신의 성장이 완전히 늦어지는 것도 아닌데다가 성장의 기한이 있는 것도 아니니 그정도는 감안할 수 밖에.
운현은 헤스티아의 볼을 쿡 누른 후 중얼거렸다.
"정말이지 사람 귀찮게 하는 녀석이로고."
[패시브 스킬 : 현자의 시간이 비활성화되었습니다.]
[냉철한 이성 상태가 해제되었습니다.
[지력이 99 감소합니다.]
"그래도 이쁘니까 봐줬다."
냉철한 이성 상태가 해제되자 운현은 헤스티아의 미모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아까 전의 모험자들을 봐도 헤스티아처럼 예쁘지는 않았다.
'미모만 봐도 뭐...'
어지간한 고렙 모험가들에 비해서 전혀 밀리지 않는 미모를 가진 헤스티아다. 그녀의 볼을 콕콕 찌른 운현은 빙긋 웃으며 다시 그녀의 계곡 안에 남성을 밀어 넣었다.
"읏..."
절정에 도달해 기절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양물이 밖히는 쾌감은 느끼는 모양이다. 그녀는 희미하게 웃으며 그 쾌감을 즐기다가 운현의 남성이 다시 조금 움직이자 그것에 천천히 눈을 떴다.
"으음... 운현씨..."
살며시 눈을 뜬 헤스티아는 운현에게 미소지어주며 입술을 내밀었다. 이제는 깨어날때마다 키스를 하는 것이 버릇이 된 모양이다. 아까 그 여자들처럼 쓸쓸히 자위만으로 흥분을 해소해야 하는 일반 모험가들에게 개쌍욕을 먹어도 시원찮을 행위를 한 헤스티아는 운현이 순순히 키스해주자 웃으며 그의 이마에 쪽 입맞춘 후 살며시 시선을 돌렸다.
"음?"
"아무것도 아니에요."
멍해져 있던 그녀의 얼굴에 베시시 웃음이 피어오른다. 귀여우면서도 가련한 그 모습에 운현은 살짝 입맞춰 준 운현은 헤스티아의 하복부에서 천천히 남성을 뽑았다.
"쯔륵..."
"읏..."
주르륵 흘러내린 정액과 애액을 손가락으로 살며시 찍어 본 헤스티아는 또다시 얼굴을 붉히며 행복한 듯 웃었다. 그녀의 그런 모습에 운현은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어 정신을 되돌리고는 말했다.
"자. 어서 정신 챙기고 가자. 새로운 방법으로 사냥을 해볼거니까."
"에? 어떤 식으로요?"
"고블린을 잡아야겠어."
"하지만..."
탱커는 여전히 없는 상황이었다. 자신이나 운현이 레벨업을 했다손 치더라도 고블린을 상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 헤스티아가 머뭇거리자 운현은 그녀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었다.
"생각이 있으니까 가자는거야. 날 못믿어?"
"믿어요!"
운현의 말에 헤스티아는 붕붕 크게 고개를 저은 후 반짝거리는 시선으로 그를 보며 외쳤다. 그녀의 필사적인 모습에 피식 웃은 운현은 그녀의 하복부를 닦아준 후 자신의 남성도 수건으로 닦았다.
"그럼 어서 가자."
"네!"
아직 하복부에 남아 있는 감각에 묘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헤스티아는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어..."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자신의 더럽혀진 옷을 보며 헤스티아는 난처한 얼굴이 되었다. 이렇게 될 것 같아서 아까 뒤쪽으로 로브를 던졌던 운현은 로브를 주워와 웃으며 말했다.
"이야~ 이거 어쩔 수 없네. 그래도 로브는 무사하니 다행이네."
"정말! 어떡할거에요!"
옷과 속옷이 모두 더러워진 것에 어쩔 줄 몰라하며 헤스티아는 운현에게 빽 소리쳤다. 하지만 운현은 그저 능글맞게 웃을 뿐 이었고 빨개진 얼굴로 그를 바라보던 헤스티아는 한숨을 폭 내쉬었다.
"...진짜... 운현씨는 다른 남자들이랑 너무 달라요... 대응하기 힘들다니까요."
"왜. 나같은 신사가 어딨다고."
"신사요? 흥!"
운현이 다가와 볼에 키스하자 헤스티아는 삐진듯 입술을 쭉 내민 후 고개를 돌렸다. 입맞춰 달라는 그녀의 애교에 웃으며 입맞춰 준 운현이 로브를 건네자 헤스티아는 다시 한숨을 폭 내쉰 후 가방을 뒤적거렸다.
'그럴 것 같아서 가방안에 입을만한건 다 숨겨놨지. 그리고 브로치도...'
자신의 주머니에 들어 있는 브로치를 만지작거리며 운현은 빙긋 웃었다. 한참을 뒤지며 브로치를 찾던 그녀는 무척이나 당황한 얼굴로 운현을 보았다.
"운현씨! 혹시 제 브로치 못보셨어요?"
"응? 모르겠는데? 숙소에 두고 온 것 아니야?"
헤스티아를 가만히 지켜보던 운현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순수한 얼굴로 붕붕 고개를 저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가만히 바라보던 헤스티아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바닥에 떨어져 있는 옷가지와 속옷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어쩔 수 없죠."
"흠흠. 그래. 잘 생각했어. 포기해. 포기하면 편... 응?"
운현이 웃으며 로브를 건네자 헤스티아는 눈을 감고 주문을 외웠다. 몰려오는 불안감에 운현이 무언가 말하려 할때 주문의 시전이 끝나자 그녀의 손에 은색의 브로치가 나타났다.
'씨발!? 뭐야!?'
놀란 눈으로 그것을 보며 운현은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았다. 하지만 그의 손에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바, 방금 어떻게 한거야?"
"네?"
"브로치. 없었잖아!?"
"아아. 이 브로치는 마법학교 졸업생들에게 주어지는 마법도구에요. 자기 마력이 새겨져 있어서 주인이 원할때 소환할 수 있어요. 물론 마나가 소모되긴 하지만... 그래도 그정도 마나는 금방 회복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런데 그 안에 들어 있는건 뭐야?"
"에... 탐험가들은 옷을 제대로 못갈아 입는다고 해서 이런 저런 옷가지랑 속옷을 잔뜩 넣어뒀는데요? 헤헤. 남성용 옷도 있어요. 어, 언젠간 남자 모험가와 모험을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그, 오해하지마세요! 딴 사람이 입은 적이 없는 새거라구요!"
'이런 저런 옷가지랑 속옷을 잔뜩 넣어뒀는데요?' 이후로는 헤스티아가 무슨 말을 해도 들리지 않은 운현이었다.
'빌어먹을... 이거 승부욕이 솟아오르는데...'
"우, 운현씨? 헤헤... 그렇게 보시면..."
그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자 헤스티아는 부끄러워하며 몸을 베베 꼬았다. 아침처럼 시선을 돌려달라는 의미로 옷을 들어 자신의 몸을 가린 그녀가 무언의 항의를 하자 운현은 천천히 몸을 돌렸다.
"아. 응."
지금 저걸 보니 마니 하고 실랑이를 벌일 때가 아니다. 자신의 계획이 무너진 것에 운현은 팔짱을 끼고 생각했다.
'그럼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군... 큿, 헤스티아. 반드시 날다람쥐를 시키고 말겠다!'
운현은 언젠간 헤스티아에게 날다람쥐를 시키고 말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
22====================
현자의 시간
한참을 걸어 아까 전 고블린 서식지로 이동한 운현은 목책을 밖아 다시 거점을 만들었다.
"그럼 몰아올테니까 여기 얌전히 있어."
"네. 조심하세요."
운현이 혼자 간다는 말에 걱정스러워하면서도 헤스티아는 작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녀를 혼자 내버려 둔 후 조심스레 주변을 돌아다니던 그는 고블린 둘을 발견하고 입맛을 다셨다.
'하나만 있으면 잡기 편할텐데.'
아까 전에도 뒤져봤지만 혼자 돌아다니는 고블린은 없었다. 더 뒤져봐야 시간만 날리는 것이고 이번에 세운 작전은 두마리까지는 어떻게든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았기에 운현은 하이딩을 걸고 조심스레 그들에게 다가갔다.
"스틸!"
[스틸을 사용합니다.]
[돌멩이를 획득하였습니다.]
"키르륵!?"
하이딩 상태에서 함정 설치가 된 것처럼 스틸 역시도 가능했다. 스틸에 성공해 돌멩이를 갈취한 운현은 인상을 왕창 구기고 소비 MP를 확인해보았다.
'손해군.'
생각보다 MP의 소모가 상당했다. 하이딩 상태에서 스틸을 열번쓰면 MP가 바닥날 정도다. 운현은 손에 쥐어진 돌멩이를 인벤토리에 넣은 후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스틸을 사용했다.
"스틸!"
[스틸을 사용합니다.]
[고블린 숏소드를 획득하였습니다.]
'빙고.'
쥐고 있던 검이 손에서 사라지자 고블린들은 크게 당황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하이딩 상태인 운현을 발견하지 못한 채 그들은 주변만 경계했고 그런 그들을 잠시 지켜보던 운현은 다시 스틸을 시도했다.
"스틸!"
[스틸을 사용합니다.]
[고블린 가죽 부츠를 획득하였습니다.]
"캬르륵!"
'좋아!'
스틸이 성공해 냄새나는 고블린의 발목과 발등부분을 철판으로 가공처리한 가죽 부츠를 획득한 운현은 맨발이 된 고블린이 비명을 내지르며 화를 내는 것을 보고 히죽 웃었다. 이정도면 되었다. 남은 MP를 확인하고 한번 더 스틸을 걸려던 운현은 고블린들이 자신이 있는 쪽을 바라보며 경계하자 입맛을 다셨다.
'너무 자주는 못쓰는 것 같군. 괜히 걸렸다간 골치아프니 여기까지만 하자.'
하이딩을 건 상태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도망쳤던 사슴을 생각한다면 하이딩이 만능이라고만 할 수는 없었다. 자신이 원하는 결과는 얻은 셈이니 조용히 뒤로 빠진 운현은 하이딩을 풀고 거점 근처로 향했다.
"휴."
"무사하셨네요!"
"응. 조금만 쉬자."
목책 안에서 MP를 회복한 운현은 다시 아까 전의 고블린들을 찾았다. 검이 없는 고블린과 신발을 신고 있지 않은 고블린이 목책 근처에서 돌아다니는 것을 발견한 운현은 그들이 적당한 거리에 왔을 때 하이딩을 건 후 한번 더 스틸을 걸었다.
"스틸!"
[스틸을 사용합니다.]
[고블린 가죽 부츠를 획득하였습니다.]
"함정 설치!"
스틸이 성공해 고블린의 부츠를 하나 더 얻어낸 운현은 더 볼 것없다는 듯 고블린이 있는 바닥에 함정을 설치하고 하이딩을 풀었다.
"캬르르륵!"
"키에엑!"
하이딩이 풀린 운현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자 놀란 고블린들은 곧 증오심을 품으며 운현에게 달려들려 하였다. 하지만 그 순간 함정이 발동했고 운현은 싸늘히 웃은 후 실로 단단히 포박된 고블린들의 발등을 공격했다.
"캬아아악!"
"캬륵! 크에엑!"
"푹! 푹! 푹!"
체술을 올린 덕분인지 몸놀림이 빨라졌다. 여유롭게 바닥을 구르며 맨발이 된 고블린의 발등에 송곳을 몇번씩 찔러 넣은 후 단검으로 그들의 발목을 베어낸 운현은 고통스러워하는 고블린을 비웃으며 뒤로 그들의 뒤로 이동했다.
"캬아아!"
"크에엑!!"
이것을 위해 저들의 부츠를 벗겨낸 운현은 발이 공격당해 비틀거리며 바닥에 쓰러져버린 고블린을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이정도면 이동속도는 확실히 줄어들겠지.'
공격받은 것에 대한 상당한 증오심때문인지 함정의 지속시간이 끝나 몸이 자유롭게 되자 고블린들은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나 비틀거리며 그에게 달려왔다.
그런 그들을 보며 목책쪽으로 후퇴한 운현은 자신이 오자 당황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헤스티아에게 외쳤다.
"헤스티아! 바인딩 준비해!"
"네!? 네!"
"캬아아아!"
"캬르륵! 끼룩!"
수풀에서 튀어나온 운현이 외치자 헤스티아는 어리둥절해하면서도 지팡이를 들어 바인딩 주문을 외웠다. 그가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발에서 피를 철철 흘리는 고블린 두마리가 비틀거리며 나오자 헤스티아는 화들짝 놀라며 고블린 하나에게 바인딩을 걸었다.
"캬아아!"
바인딩에 걸린 고블린이 딱딱히 굳는 동안 운현은 움직일 수 있는 고블린의 공격을 피한 후 그대로 다리를 걸었다. 멀쩡한 상태라면 모를까 발목이 베이고 발등에 송송 구멍이 나 있는 고블린이 그 공격을 버틸 수는 없었다.
"욥!"
바닥에 쓰러진 고블린의 발을 몇번 더 짓밟은 운현은 단검으로 고블린의 목을 공격했다. 여섯번 정도 찔렀을 때 고블린이 크게 몸을 비틀며 자신을 손톱으로 공격하려 하자 운현은 뒤로 물러나며 외쳤다.
"헤스티아!"
"파이어 볼트!"
준비된 마법사로부터 파이어볼트가 발사되었다. 지팡이에서 쏘아진 파이어볼트가 고블린에게 적중되자 운현은 양 손든 기름통을 그에게 던졌다.
"펑! 펑! 화르르르륵!"
"크에에엑!"
불길에 휩쌓인 고블린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며 운현은 함정에 걸려 있던 고블린이 풀려나는 것을 보았다.
몸을 억죄던 실이 풀려 자신에게 달려오는 것을 본 그는 자신의 바로 앞에 함정을 설치하고 뒤로 물러났다.
고블린의 원래 속도라면 함정이 설치되기 전에 자신에게 닿았겠지만 발을 공격당한 탓인지 고블린의 이동속도가 크게 느려져 고블린이 오기 전 함정은 여유롭게 설치될 수 있었다.
"촤아악!"
"깜짝 놀랬잖아!"
불길에 감싸진 고블린을 내버려둔 채 운현은 함정에 걸려 있는 고블린을 공격했다. 실로 몸이 구속된 와중에도 몸을 비틀어 어떻게든 치명타를 피하려는 고블린의 모습에 운현은 이를 악물었다.
'시간이...'
아직 충분한 데미지를 주지 못했다. 먼저 공격당한 고블린의 몸에 붙은 불이 점점 사그라드는 것을 보며 운현은 다급히 외쳤다.
"헤스티아! 저 놈을 공격해!"
"예!"
운현이 함정에 묶인 고블린과 싸우는 것을 보며 헤스티아는 빠르게 주문을 외워 파이어볼트를 날렸다.
"펑!"
"캬르륵!"
바닥을 구르던 고블린의 얼굴에 파이어볼트가 꽂혔다. 그것을 맞은 고블린이 비틀거리며 일어나려는 찰나 운현은 자신의 앞에 있는 고블린의 머리를 잡고 귀에 송곳을 쑤셔밖은 후 그대로 떨어졌다.
"흡!"
"퍼엉!"
얼굴에 붙은 불이 꺼지기 전에 다시 기름통이 날아든다. 또다시 불길에 휩쌓인 고블린이 고통스러워하는 동안 함정에서 빠져나온 고블린은 운현을 공격하려 했고 운현은 뒤로 물러나 고블린의 공격을 피하며 외쳤다.
"바인드!"
"위잉!"
운현의 외침에 맞추어 마법을 준비한 헤스티아가 바인드를 시전하자 운현을 공격하려던 고블린의 몸이 딱딱히 굳었다.
"깜짝이야!! 너네 자꾸 심장에 안좋게 놀래킬래!?"
하마터면 고블린의 공격에 맞을 뻔 했던 운현은 아직 꽂혀 있는 고블린의 귀에 밖혀 있는 송곳을 걷어찬 후 그 고블린의 목에 미친듯이 단검을 쑤셔넣었다.
"캬아아..."
고블린 한마리가 겨우 쓰러지자 운현은 불길에 휩싸여 있는 고블린에게 시선을 돌렸다. 피부가 다 타들어간 고블린이 씩씩거리며 몸을 일으키자 운현은 히죽 웃었다.
"캬아!!"
운현보다 헤스티아에게 어그로가 더 끌린 것일까? 고블린은 운현이 아닌 헤스티아에게 포효하며 그녀에게 달려갔다.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진 얼굴로 고블린이 달려오자 놀란 헤스티아는 뒤로 주춤 물러났고 그녀를 공격하러 달려가던 고블린은 자신의 앞에 있는 목책을 보고 뚫려 있는 입구로 몸을 돌렸다.
"그걸 노렸다! 요놈아!"
"캬아아아아! 캬아아아!!"
고블린이 입구쪽에 도착하자마자 함정이 발동했다. 분노로 이성을 잃은 듯한 고블린이 포효하는 것에 겁에 질린 헤스티아가 바위에 등을 대고 덜덜 떠는 것을 본 운현은 단검을 꽉 잡고 고블린에게 다가갔다.
"이걸로 마지막이다!"
"하아...흑... 무서웠어요."
고블린이 죽는 모습을 정면에서 본 헤스티아는 운현이 다가오자 그의 품에 폭 안겼다. 덜덜 떨리는 것이 진짜 무섭긴 했나보다.
'하긴 이걸 보면...'
그냥 봐도 무서운 얼굴이 화상으로 일그러져 더욱 무섭다. 거기에 얼마나 열받았겠는가. 그 분노까지 섞여 있는 고블린의 몸을 발로 툭 친 운현은 마석을 꺼내 두마리의 고블린 시체를 담았다.
"그래도 잡았잖아."
"훌쩍..."
"흐음... 이정도로 겁내면 쓰나."
"운현씨는... 안무서우세요?"
"나?"
이런 전투와는 동떨어진 삶을 살아오던 운현이니만큼 전투에 더 질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근데 왜 이러지.'
몬스터 잡는것은 그저 게임으로 밖에 해 본 적이 없는 주제에 사냥에 너무 익숙하다.
어지간한 사람들은 자신에게 반항조차 못하는 동물을 칼로 찔러 죽이는 것조차 두려워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자신은 왜 이렇게 익숙한가. 토끼를 잡는 것부터 유사인종인 고블린을 죽이는 것까지 너무나도 익숙하다.
'이것도 이계진입의 능력인가.'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헤스티아의 이마에 입맞춰 준 운현은 그녀의 볼이 확 달아오르자 빙긋 웃었다.
"글쎄. 지켜줘야 할 사람이 있어서 그런가 별로 무섭진 않네."
"지, 지, 지... 지, 지켜줘야 할 사람!?"
"그래. 이 겁쟁이 마법사님아."
"거, 겁 안났거든요!?"
"방금 전에 무섭다면서."
"안무서웠어요!"
운현이 얼굴 가득 장난기 서린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헤스티아는 볼을 부풀리며 빽 소리쳤다.
"아니에요! 전 운현씨가 무섭지 않았나 궁금했을 뿐이라구요!"
"그래. 그래. 화내지마렴."
빙글빙글 웃으며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운현의 손길에 헤스티아는 복잡한 얼굴이 되었다.
"...운현씨는 굉장히 신기하네요."
"응? 뭐가?"
"그게... 어떨때보면 무척이나 자상한 사람같기도 하고, 또 어떨때보면 마법학교의 선생님들보다 무서울때가 있고... 또 어떨때 보면 모험가가 되어 만난 사람들처럼 냉정할때가 있고..."
"흐음? 그래서? 날 믿지 못하겠다고?"
"그런거 아니에요! 전 운현씨를 믿는다구요!"
"고마워."
"벼, 별말씀을요..."
운현의 미소를 멍하니 바라보던 그녀는 확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숙였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녀가 말하자 운현은 어깨를 으쓱인 후 가방을 보았다.
"에... 슬슬 재료도 바닥난 것 같군. 올라갈까?"
"벌써요?"
"벌써라니. 어제 복귀할때랑 비슷한 시간인데?"
"그런가요? 던전에서는 시간감각이 없어서... 운현씨는 어떻게 아시는거에요?"
"어, 그게."
메뉴창을 띄우면 시간이 나오니 그것으로 확인했다. 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헤스티아가 자신을 믿게 하고는 있었지만 운현은 아직 헤스티아에 대한 신뢰가 없는 상황이었다.
자신이 이계인이고, 이 세계의 사람들과 다른 치트 능력이 있다는 것은 알려주고 싶지 않았던 운현은 헤스티아를 꽉 끌어 안은 후 작은 귓볼을 핥으며 속삭였다.
"그야 헤스티아와 하고 싶은 시간이 됐으니까 그렇지. 오늘도 어제처럼 방에서 제대로 즐겨볼까?"
"하응...! 으... 아, 알았어요! 어... 어제처럼... 말이죠?"
뜨거웠던 어젯밤을 떠올리며 헤스티아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첫 경험을 한지 얼마나 됐다고 그런... 그녀가 볼을 붉히고 기대감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운현은 그녀의 시선을 슬쩍 회피했다.
'내 체력이 버텨주길 바래야겠군.'
18살때부터 일일일딸이라는 생활에 익숙해져 있는 혈기왕성한 이십대 초반의 나이라고는 하지만 어제 그렇게 했는데 오늘도 과연 할 수 있을까는 의문이었다.
'한마리만 더 잡고 레벨업을 하는게...'
"어서 가요!"
자신의 손을 이끌며 헤스티아가 밝은 목소리로 말하자 운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따라 던전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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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시간
"어서오세요!"
운현과 헤스티아가 오자 필레는 웃으며 그들을 반겼다.
"이거 마석 빼고 정산해주세요. 얼마정도 나오나요?"
"와~ 몸은 싫다고 해도 결국 모험가로 제대로 활동하시나보네요~! 잠깐만요~"
필레는 웃으며 운현이 내민 마석을 들고 정산을 시작했다.
"늑대가 많네요? 고블린까지... 마석을 제외하면 총 6골드네요."
"이것까지 포함하면요?"
스틸을 통해 얻은 고블린 부츠와 숏소드를 내밀자 그것을 챙긴 필레는 금화 두개를 더 얹어 주었다.
"마석으로는 레벨업이 가능한가요?"
"어디보자... 공평하게 한다면 운현씨와 헤스티아씨 레벨을 1씩 더 올릴 수 있겠네요. 한명에게만 몰아주면 2레벨을 올릴 수 있구요."
"음. 필레씨. 도적은 10레벨이 되면 어떤 스킬을 익힐 수 있나요?"
"자물쇠 따기요. 도적의 중요한 스킬 중 하나에요."
"흠... 그냥 공평하게 올려주세요."
10레벨이 되어서 괜찮은 공격이나 회피스킬을 얻을 수 있다면 모를까 아직 보물상자는 커녕 탱커 없어서 전투가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차라리 공평하게 올려 전투의 안정성을 높이는게 맞을 것이다. 운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왕이면 도적 레벨별 입수 스킬에 대해서 가르쳐 주시겠어요?"
"현재까지 확인된 바... 정도면 되겠죠?"
"그렇죠. 아. 그러고보니 궁금한게 있는데. 레벨의 최대치는 몇인가요?"
"예? 아. 아직 그건 밝혀지지 않았어요."
"그게 무슨...?"
운현의 질문에 필레는 안타까운 듯 입맛을 다셨다.
"현재까지 최고 레벨에 도달하신 분은 엘프족의 천검자 아르시나 바르티휴라는 분이에요. 직접 밝히시길 자신의 레벨이 지금 500이라고 하셨어요."
"그럼 500이 최대 아닌가요?"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아르시나님께선 아직 좀 더 강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거든요."
"그런가요? 그분은 모험자... 인가요?"
"모험자였었죠. 지금은 던전 탐험을 하지 않고 계세요. 최초로 6계층에 진입하실 수 있는 분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던전 탐험을 포기하시고 홀로 수련을 위해 세상을 돌고 계신다고 해요."
"허... 레벨을 올리려면 던전 탐험이 더 낫지 않나요?"
"그것도 그렇지만. 뭐. 그 분 속을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필레의 말에 운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한가지 더 물었다.
"그럼 도적 중에는요?"
"450레벨에 도달하신 시프 마스터 베제키엘님이 도적 중에선 가장 높은 레벨에 오르셨어요."
"450... 기술도 많겠네요."
"하하. 그렇겠죠. 아르시나님과 동료로서 던전 탐험을 하셨지만 아르시나님이 던전을 떠나실때 같이 떠나셨다고 하네요. 지금은 남쪽의 사막왕국에 계시다고 하던데..."
"그렇군요. 아무튼 고맙습니다."
"네. 여기 있어요. 도적의 레벨별 스킬 습득표에요."
"고맙습니다. 아. 그리고 괜찮은 탱커는 없나요?"
"아직 등록된 모험자 중에는 없네요. 죄송해서 어쩌죠?"
"휴. 어쩔 수 없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운현은 미안해하는 필레에게 가볍게 손을 저어 준 후 몸을 돌렸다.
"운현씨..."
상기된 얼굴로 헤스티아는 안짱다리를 한 채 운현의 옷을 꾹꾹 잡아당겼다. 나올때까지만 해도 괜찮아보였는데 지금 보니 상당히 달아오른 모습이다.
"어... 일단 밥부터 먹고 가는게 어떨까?"
"....."
도리도리 고개를 젓는다. 운현은 그녀의 모습에 쓴웃음을 지었다.
"저... 저..."
물기에 젖은 목소리에 운현은 침을 꿀꺽 삼켰다. 평소에는 그저 귀여울 뿐이지만 흥분된 상태가 되면 무척이나 요염하다.
헤스티아의 도톰한 입술에 시선이 가자 운현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입술에 손을 가져갔다.
"핥짝..."
멍한 눈으로 그의 손가락을 핥은 헤스티아는 정신을 차린 후 운현을 올려다보며 베시시 웃었다. 색기와 귀여움이 동시에 느껴지는 그 웃음에 운현은 정신이 나갈 뻔 했다.
"헉!"
"운현씨?"
"으음, 일단, 그. 올라갈까?"
자신의 손가락에 뭍어 있는 헤스티아의 타액이 짜릿하다. 운현은 더듬거리며 말했고 그녀는 그 말을 기다렸는지 그의 품에 꼭 안겼다.
"헤헤헤... 운현씨..."
"쳇."
"재수없어."
운현과 헤스티아가 서로 끌어안고 있는 모습에 길드회관의 모험가들 중 몇몇은 재수없다는 듯 침을 뱉었다.
"시발... 부럽다."
"나도 남자가 필요한데... 이제 남창은 싫어..."
"하아... 복도 많지... 쟤는 전생에 나라를 구한게 아닐까?"
투덜거리는 여 모험가들의 말투를 무시하며 운현은 헤스티아를 데리고 방으로 올라갔다. 방에 들어오자마자 운현의 목을 끌어안은 헤스티아는 힘껏 까치발을 들어 그의 입술에 입맞췄다.
"으음..."
짧은 입맞춤 후에 이어지는 긴 키스. 탐욕스럽게 운현의 타액을 갈구하던 그녀는 운현의 손길이 자신의 가슴을 부드럽게 주무르자 그 쾌감에 움찔거리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푸하... 왜 이렇게 좋아해?"
"헤, 헤헤헤... 그게요오~"
빙글빙글 웃은 헤스티아는 운현의 볼을 손가락으로 콕 찌른 후 말했다.
"운현씨가 좋아서요~"
"으음... 이렇게 말하는 나도 좀 이상하지만. 우리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 그런 상황에서 내가 좋다고 말할 수 있는거야? 서로에 대해서 좀 알아가면서 그런 감정을 키우는게... 읍!"
운현이 떨떠름히 말하자 헤스티아는 운현의 입술을 입술로 막았다. 다시 이어지는 진한 키스. 이제는 딥키스에도 익숙해졌는지 헤스티아는 농염한 혀놀림으로 운현의 혀와 입 안을 자극한 후 볼을 부풀렸다.
"하아아..."
천천히 입술이 떨어진다. 운현과 헤스티아의 입술 사이에서 주르륵 은색의 실이 반짝이다 끊어진다. 그의 가슴에 얼굴을 가져다 댄 헤스티아는
"정말... 그런 소리 할거에요?"
"무, 무슨 소리?"
누군가에게 좋아한다는 고백을 받은 적은 게임 외에는 처음인지라 심각하게 당황하고 있는 운현의 가슴을 만지작거리던 헤스티아는 부끄러워선지, 아니면 흥분되서인지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저기 혹시 운현씨."
"응? 왜?"
운현이 할 말을 잃고 머뭇거리자 헤스티아는 가만히 그를 바라보다가 빙긋 웃었다. 그리고 조심스레,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천천히 물었다.
"혹시... 여자와 사귀어 본 적이 없으신가요?"
"으, 으응? 아, 아닌데? 완전 많이 사겨봤는데!? 무슨 소리 하는거야? 나 좋다고 달라붙은 여자가 몇명인데? 하, 하하하하..."
"...헤헤헤~"
운현의 말에 헤스티아는 기쁜 듯 활짝 웃었다. 왠지 모르게 그 웃음이 기분이 나빠진 운현이 뚱한 얼굴이 되자 헤스티아는 그의 볼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사람이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데에는 이유가 필요 없는거에요."
"어째 넌 뭔가 되게 잘 아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야! 너도 누군가랑 사귀어 본 적 없다면서!"
"그렇죠. 누군가에게 반해 본 적도 없구요."
마치 자신에게 가르치듯, 자신의 위에 있는 것처럼 그녀가 말하자 운현은 발끈해서 외쳤다. 그런 그를 보며 키득거린 헤스티아는 운현에게서 살짝 떨어졌다.
요정처럼 사뿐사뿐 걸어 침대에 털썩 앉은 그녀는 양 팔을 벌려 운현을 불렀다.
창 밖에서 노을지는 붉은 햇빛을 등진 그녀의 모습은 마치 불의 요정 같았다.
붉은 노을빛이 감싸 반짝이는 적금발. 그림자 때문에 어두워보이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반짝거리는 눈빛.
운현은 그녀의 부름에 투덜거리면서도 몸이 움직이는 것을 멈추지 못했다.
터덜터덜 걸어 헤스티아의 앞으로 간 운현은 그녀가 살며시 눈을 감고 입술을 내밀자 뒤통수를 긁적거린 후 한숨을 푹 내쉰 후 키스했다.
그에게 키스를 받은 헤스티아는 더없이 사랑스럽다는 눈으로 운현을 바라보며 차분히 말했다.
"많은 편지를 받았고, 많은 선물을 받았고, 많은 고백을 받았어요. 물론 다들 여자들이었지만요. 저는 그들의 마음을 모두 거절했어요. 그렇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어요. 오히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을 동정하는 마음으로 받아줄 수 없었어요."
달콤한 속삭임이 이어진다. 운현의 머리를 끌어 품에 안은 헤스티아는 그의 머리칼에 얼굴을 비볐다.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몰라하는 여인처럼 그의 머리를 꽉 끌어안은 헤스티아는 살며시 운현의 볼을 잡아 자신을 보게 했다.
"그들이 저를 좋아한다고 했을 때는 무수히 많은 이유가 있었어요. 제 외모, 몸, 그리고 성격, 성적, 능력, 희귀한 화염 마법사라는 것. 그 외에 다른 것들."
"...그래서?"
운현이 퉁명스레 말하자 헤스티아는 꺄르륵 웃고는 그의 입술에 입맞췄다.
"쪽."
"후후후... 이제야 알겠어요. 그들은 그런 이유를 저를 좋아한 것이 아니었던 거에요. 그저 '좋아하기 때문에' 저를 좋아한 것 뿐이라는걸 말이죠."
"그게 뭔 개소리여..."
운현이 이해하지 못한 듯 하자 헤스티아는 안타까운 듯 입술을 핥았다.
"다시 한번 말할게요. 운현씨. 잘 들어주세요."
그의 이마에 입맞추고, 운현의 볼에 입맞추고, 입술에마저 입맞춘 그녀는 운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운현씨를 좋아해요. 당신이 남자라서도, 당신이 희귀한 클래스인 도적이라서도, 당신이 지휘를 잘해서도, 당신이 저를 구해줘서도가 아니에요. 이제는 그런 이유따위는 중요하지 않아요. 저는 당신이기에."
"쪼오옥..."
한참 말하던 헤스티아는 더 이상 못참겠다는 듯 그의 입술에 다시 키스한 후 꼭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당신이기에 저는 당신을 좋아해요."
"......."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뭐... 나쁠 것 없나?'
21년 인생 모태솔로로 살아 왔던 운현으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괜히 여기서 토를 달아봤자 좋을 것이 없을 것 같기에 운현은 입을 다물었다.
"아. 이해 못한 얼굴이네. 그렇죠?"
"어? 어, 응."
"아하하하... 오히려 안심이네요. 이정도로 둔감해서야... 후후. 그런 모습도 귀엽네요."
"내가 보기에 그건 콩깍지 같은데. 야야. 젊은 처자가 벌써부터 그럼 쓰냐."
자기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헤스티아의 모습에 운현은 솔직히 좀 찔렸다. 자신에게 있어서 헤스티아는 그저 자기 말 잘 듣는 좋은 딜러에 불과했다.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패에 불과했고 마음에 안들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짧은 인연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헤스티아가 자신을 좋아하든 말든 그것은 그녀의 감정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운현으로서는 하등 찔릴 이유가 없었지만 사람 마음이란게 그렇게 쉬운가.
결국 운현은 헤스티아의 사랑스러운 고백에도 냉정히 답했다.
"이런 말을 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음. 헤스티아. 자신의 감정을 강요하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폭력이란거 알아?"
"물론이죠. 저도 그 폭력에 많이 당했으니까요."
"그런데 알면서 이런거야?"
"그럴 수 밖에 없었으니까요."
빙긋 웃은 헤스티아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올리고 눈을 감았다.
"당신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당신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당신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당신에 대한 마음이 이렇게 솟구쳐요. 자. 만져봐봐요."
부드럽게 웃으며 헤스티아는 운현의 손을 끌어 자신의 가슴 위에 올려놓았다. 탄력적인 가슴은 이미 미친듯이 뛰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터지는게 아닐까 걱정될 정도로 두근거리는 심장박동을 느낀 운현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자 헤스티아는 베시시 웃었다.
"어쩔 수 없었어요. 라는 말로 강요하지는 않을게요. 하지만 당신이 알아줬으면 해요. 저는 당신을 좋아하고, 또 사랑하며, 믿는다는 것을..."
"...으아. 이거 부담스럽다. 솔직히 까놓고 말하자면 난 네 마음이 부담스러워. 그것도 되게 많이. 전에도 말했지만 난 내 사람은 절대 버리지 않아. 네가 내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지만... 음, 이 말엔 상처받을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괜한 오해를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난 아직 널 못믿어."
운현은 담담히 자신의 속내를 밝혔다. 헤스티아에게 자신을 믿으라고 말했고, 헤스티아가 자신을 믿는다고 말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운현은 헤스티아를 완전히 믿지 않았다.
"피를 나눈 가족마저도 이득에 따라 버릴 수 있는 것이 인간이야. 난 그런 걸 너무 많이 봐왔어. 그래서 그런지 누군가를 쉽게 믿지 못해. 네가 날 믿어주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내가 널 믿는다고 생각하지는 마."
쓰레기라고 불려도 어쩔 수 없었다.
뭉뚱그려 넘어가거나 그냥 믿는다. 널 좋아한다 말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운현은 그냥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헤스티아는 진지하게 말했고 운현은 그 진지함에 마찬가지인 진지함으로 답해주었다.
그의 말에 조금 실망한 듯 헤스티아의 어깨가 살짝 처졌다. 하지만 곧 그녀는 밝게 웃었다.
"후후후후~ 그렇게 부담갖지 않으셔도 좋아요."
생긋 웃은 헤스티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쪼그려 앉은 운현을 보며 살짝 허리를 숙이고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마법학교의 마법사는 강하다구요! 운현씨가 절 믿어줄때까지 기다릴거에요! 할 수 있어요!"
"...허."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그녀를 멀뚱히 바라보던 운현은 피식 웃었다. 그 웃음에 헤스티아는 움찔했다.
"민폐만 끼치는 화염 마법사라고 징징거릴땐 언제고..."
"으아아아앗! 이, 잊어줘요! 그런건!"
운현이 피식피식 웃으며 말하자 헤스티아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그의 가슴을 토닥거렸다.
"우우우우..."
"뭐 네가 그렇게 하고 싶다면 말리지는 않을게. 네가 날 믿고 계속 좋아하고 싶다는데 하지 말라고 할 수 있는 노릇도 아니고, 하지 말라고 한다고 해서 네가 들을 것 같지도 않고 말야."
운현이 사람을 쉽게 못믿듯, 헤스티아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마음을 쉽게 포기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운현은 무덤덤히 말했고 헤스티아는 동의한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후후. 그 대신 그때까지는 함께하는거에요?"
"그래. 어지간한 일이 없다면 버리지는 않을게."
"어. 어어? 그... 영광인가요?"
"그래. 영광이다."
멍하니 그를 바라보던 헤스티아가 귀엽게 고개를 갸웃거리자 운현은 그녀의 머리를 북북 쓰다듬었다. 그 손길을 기분 좋게 받아들인 헤스티아는 운현의 품에 꼭 안겼다.
"당신이 절 믿지 못하고, 또 좋아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괜찮네요... 이렇게 옆에 있을 수 있잖아요."
"만약 내가 다른 여자를 좋아하니 달라붙지 말라고 한다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제가 운현씨를 좋아하는 마음을 어찌하지 못하는 것처럼 운현씨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을 어쩔 수는 없는 거니까요. 그냥... 있는 힘껏 노력해봐야죠. 운현씨가 절 봐줄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