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롤로그 (1/40)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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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거기서 만족을 했어야지."

"그게 나았었을 수도 있었겠지."

낭랑한 목소리에 무심한 음성이 답한다.

"그냥 거기서 포기하지 그랬어? 그랬다면 넌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었을텐데."

"그렇다 하더라도 기회를 얻을 수는 없었겠지."

경쾌한 목소리에 마찬가지의 무심한 음성이 답한다.

"넌 항상 그랬지. 머리굴리고, 비겁하게 도망치고, 누군가를 속이고. 그런데 왜 이번엔 그렇게 하지 않았어?"

"그랬다면 너희들을 만날 수 없었을테니까."

아름다운 목소리에 더 없이 무감정한 음성이 답한다.

낭랑한 목소리의 주인인 금발의 미녀는 터럭하나 없는 매끈한 나신을 드러낸 채 무표정한 사내에게 다가 그의 뒤에서 꼭 끌어안았다.

"지금이라도 괜찮아. 말 한마디만 한다면 네가 만족하게 해줄게."

"글쎄."

경쾌한 목소리의 주인인 짧은 은발의 미녀는 흑진주처럼 빛나는 살결을 그대로 보이며 무표정한 사내의 양물에 입맞췄다.

"지금이라도 괜찮아. 말 한마디만 한다면 너에게 모든 것을 줄게."

"글쎄."

아름다운 목소리의 주인인 긴 흑발의 청초한 미녀는 다른 미녀들과 다르게 정갈한 옷을 차려 입은 채 그에게 다가가 그의 입술을 살짝 만졌다.

"지금이라도 괜찮으니까. 당신의 방식대로 움직여."

"글쎄... 그것도 좋겠군."

그의 목소리에 미녀들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다른 것이 더 내키는데."

"무슨?"

"나는 너희들의 말대로 사기꾼이고, 협잡꾼이며, 더할나위 없는 치졸한 악당에 불과하다."

"흐응... 자기 주제는 알고 있구나?"

입술을 만지는 손이 떨어진다.

양물을 핥는 입술이 떨어진다.

등에서 느껴지는 가슴이 떨어진다.

원래의 자리로 돌아 온 금발의 미녀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원래의 자리로 돌아 온 은발의 미녀는 환한 웃음을 지었다.

원래의 자리로 돌아 온 흑발의 미녀는 가소롭다는 듯 비웃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사내는 처음과 마찬가지의 무감정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니 너희들에게 원한다. 나에게 한번의 기회를 더 다오."

"뭐?"

"한번의 기회?"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사내가 원하는 것을 들은 세 미녀는 처음으로 같은

표정을 지었다.

무척이나 어처구니 없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던 미녀들이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지만 사내는 그저 여전히 무감정할 뿐 이었다.

"아하하하하핫!"

"꺄르르르륵!"

"후후후후! 하아... 재밌었다. 역시 넌 재밌어."

"그래서? 대답은 뭐지?"

그의 말에 흑발의 미녀는 한걸음 나섰다.

"기회를 달라고? 하지만 무리한 요구라는 것은 알고 있겠지?"

"물론."

"그렇다면 대가를 치뤄야지. 우리가 제시하는 것이 아닌 다른 것을 요구하고 있으니까 말야."

흑발의 미녀는 천천히 자신의 옷을 벗었다. 두 미녀들의 아름다움을 능가하는 새하얀 나신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 누구의 손도 타지 않은 듯한 우윳빛의 피부가 드러나자 사내는 담담히 그녀의 앞으로 걸어갔다.

"자. 그럼 시작해. 운현."

가소롭다는 듯 웃는 미녀를 바라보던 사내는 여인의 가슴을 부드럽게 잡았다.

손가락이 들어갈때마다 그것을 밀어내려는 고무공같은 탄력을 가진 가슴을 만지며 그녀의 목을 핥은 사내, 운현은 자신에게 달라붙는 다른 미녀들의 숨결을 느끼며 싸늘히 웃었다.

'나에게 기회를 준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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