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2 장 종막 (8)
“선학낙명!!”
연이어지는 공격에 내력이 떨어지는 은조상의 검은 크게 흔들리기 시작하니, 이것을 보던 강북 무림맹의 군웅들은 역시나 하는 생각에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었는데, 의외로 구궁을 비롯한 쌍도문의 무리들은 어느 누구도 긴장한 표정을 지은 이가 없었다.
어차피 이들 역시 은조상이 장천을 이기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장천이 쉴새 없이 샘솟는 내력을 어느정도 줄이기 위함이였으니 두 번의 대결에서 그의 힘을 최대한 소모하게 한 후 마지막 일전에서 쉽게 녀석을 없애기 위함이였다.
하지만 이정도로 장천의 힘이 빠진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는 노릇이였으니 그것에 대한 대비책 역시 마련해 두고 있었다.
“사총관 그것을 시작하게.”
“예.”
구궁의 말에 그의 우측에 있던 사총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품에서 무엇인가를 꺼내어드니 그것은 대나무 통으로 만난 작은 대롱과 같은 것이였다.
사총관은 그것을 들어서는 연무대를 향해 겨누니, 잠시 후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무엇인가가 빠른 속도로 연무대를 향해 뻗어 나갔다.
“합!!”
조상을 밀어 붙이고 있던 장천은 갑자기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무엇인가가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자 크게 놀라서는 급히 뒤로 몸을 날렸으나, 처음부터 사총관의 암기는 그를 노린 것이 아니였으니 그의 상대가 되어 싸우고 있던 은조상은 갑자기 신음을 지르며 한쪽 무릎을 꿇고 말았다.
“암기?”
사총관이 날린 암기는 놀랍게도 은조상의 허벅지에 박혔으니 암기가 날아온 방향을 보며 그로선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는데, 잠시 후 뜨거운 열기가 암기에 적중당한 허벅지에서 밀려오기 시작했다.
“끄아악!!”
역시나 암기에는 독이 있었는지, 조상은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지르며 머리를 감싸쥐고 땅을 구르니, 어느 사이엔가 독이 뇌리까지 올라온 것이다.
하지만 사총관의 암기는 단순히 사람을 죽이기 위한 독이 아니였으니 잠시 후 신음을 지르며 괴로워하던 은조상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의 얼굴을 보며 장천은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방금전 까지만 해도 정기가 흐르던 눈은 이미 핏빛으로 물들어져 있었으니 광기가 흐르는 눈과 함께 강한 살기가 그의 온 몸에서 흐르고 있었다.
“크르르르...”
마치 한 마리의 늑대를 보는 듯한 그의 모습에 장천으로선 미간을 찌프릴 수밖에 없었으니 방금 전에 날아왔던 암기에 묻어 있던 독에 의함임을 알 수 있었다.
구궁은 남만의 독문과도 연계가 닿아 있던 인물이였으니 사총관이 은조상에게 날렸던 것은 광혈독이라는 독이 묻어 있는 암기였다.
광혈독은 뇌에 작용되는 독으로, 일순간 광기와 함께 선천진기를 폭발시켜 본신의 능력을 수배로 끌어 올리는 것으로 나중에는 선천진기의 고갈로 죽음을 면치 못하는 사악한 독이였다.
이러한 독은 강호에서도 도의를 어긴다는 명목으로 함부로 사용하게 되면 강호의 공적으로 몰릴 수도 있기 때문에 독문으로서도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였지만, 구궁에게 이러한 독은 유용한 도구일 뿐이였다.
“크아아아!!”
광혈독이 중독된 조상은 선천진기까지 폭발하며 족히 두세배는 강맹한 기운을 뿌리며 달려 들자 장천으로선 크게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채재쟁!!]
미친듯이 검을 휘드르는 조상은 자신의 몸의 안위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공격 일변도의 검술을 구사하고 있었으니 수십개의 도강이 일시에 밀려 들어오자 장천은 급히 호신강기를 일으키며 몸을 날려 그를 향해 쇄도해 들어갔다.
“만화산개(萬花散開)!!”
일장 가까이 다가선 장천은 좌검을 사용하며 만화산객의 초식으로 그를 공격했으나 수십개의 검영에 의하여 온 몸이 순식간에 상처투성이가 됨에도 불구하고 조상은 공격을 멈추지 않으니, 혈인의 모습으로 달려드는 조상의 모습은 마치 악귀나찰을 보는 듯 했다.
광기에 미쳐 검을 휘두르고 있는지라 여기저기 헛점이 드러나 있는 상태였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그를 일검에 격살시키는 것은 장천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였다.
하지만 막상 조상에게 치명적인 살수를 쓸 때마다 이상하게도 장천의 도검은 몇치 정도를 계속 벗어나며 단순히 피륙을 찢는 정도의 상처 밖에 주지 않고 있었는데, 그런 자신의 검에 장천 역시 기분이 좋을리 없었다.
“빌어먹을 녀석! 아직까지도 그 연약한 마음을 버리지 못했느냐!!”
몇번의 공격을 실패하자 장천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치고 말았으니 이는 다른 이에게 행하는 말이 아닌 바로 그 자신에게 하는 말이였다.
현재 은조상과 싸우고 있는 것은 그의 두번째 인격, 하지만 막상 살수를 펼칠 때 마다 연약한 심성의 첫번 째 인격이 그를 방해하고 있었으니 두번째 인격으로선 노기가 치솟을 수 밖에 없었다.
파사신검을 줌으로서 모든 은원을 없앴다고 생각했건만, 연약한 마음이 인격은 의형제의 한 사람을 죽이지 못하고 있었으니 공격을 할 때 마다 몇치 씩 도검이 벗어나는 것은 바로 이로 의한 것이였다.
상대는 광기에 젖어 자신을 죽이려 함에도 불구하고 첫번째 인격의 방해로 내력만을 소비할 뿐이니, 장천으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계속 되고 만 것이다.
하지만 그 때 그의 귀로 하나의 전음이 들려오니 그 목소리를 들은 장천은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문주께서는 상대를 해할 마음이 없다면 명문, 백회 까지 내력으로 독기를 끌어 올린 이후 흡성대법을 사용하여 독기를 흡수하십시요! 그렇다면 저 자의 광기가 수그러 들 것입니다.]
전음의 목소리가 귀에 익은 장천은 고개를 돌려 전음이 온 방향을 처다보자 그곳에서는 한 노인의 커다란 덩치의 무인 옆에서 미소를 짓고 있었으니 그의 옆에 있는 거한은 바로 의형제였던 데비드였고, 전음을 날린 노인은 바로 무림제일의라 알려져 있는 견즉사의 호청명이였다.
하노에게서 견즉사의 호청명이 비도문의 식솔이라는 것을 들었던 장천은 크게 반가울 수 밖에 없었으니 급히 도와 검을 사용하여 은조상을 공격해 들어갔다.
그러나 광기에 젖어 이지를 상실했다고는 하지만, 상대의 등 뒤로 움직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였으니 계속 되는 공격으로도 은조상의 등뒤로 접근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지라 장천은 마음을 가다듬고는 입술을 깨물며 그를 향해 몸을 날렸다.
“크아아!!”
장천이 앞으로 몸을 날리자 은조상은 괴성을 지르며 검을 앞으로 내질렀는데, 놀랍게도 장천은 그의 검을 보면서도 피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끅!!”
잠시 후 조사의 검은 그대로 장천의 몸에 격중되고마니, 날카로운 검은 그의 왼쪽 어깨죽지를 꿰뚫며 뻗어나갔고, 붉은 피가 사방으로 뿌려졌다.
“합!!”
파사신검이 자신의 몸에 박힌 순간 장천은 크게 내력을 끌어 올려서는 그의 검이 움직이지 못하게 하니, 놀랍게도 그의 검을 봉쇄하고자 장천은 자신의 몸을 희생한 것이다.
하나 조상이 들고 있는 검은 십대신병의 하나인 파사신검이였으니 아무리 내력을 끌어 올린다 하여도 검의 예리함에 몸의 상처가 더욱 심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는데, 장천은 어깨줏지가 꿰뚫리며 엄청난 고통이 밀려옴에도 그것을 참으며 왼손으로 조상의 손목을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앞으로 몸을 움직여 그를 끌어 안듯이 다가섰다.
“큭!!”
내력이 서려 있는 검은 장천의 몸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밖에 없었으니 신음과 함께 그의 입에서 붉은 피가 터져나왔으나 멈추지 않고 오른 손으로 그의 등뒤로 혈을 짚어 나가며 지시했던데로 내력을 돋구어 그의 독기를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백회혈까지 닿자, 장천은 흡성대법으로 그의 독기를 빨아 들임과 동시에 뒤로 물러서니, 은조상은 고통스러운 듯 괴성을 지르는 듯 하다가 그대로 혼잘하며 땅에 쓰러지고 말았다.
“끄아악!!”
조상이 쓰러지자 장천은 고통스러운 신음을 지르며 어깨죽지에 박힌 검을 뽑아 드니, 붉은 피가 분수와 같이 뿌려지는 것이 결코 가벼운 상처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나, 그러한 상처에도 장천은 이를 악물며 혈을 짚어 지혈을 시킨 후 옷을 찢어 상처를 싸매니, 이것을 보고 있던 많은 이들은 그의 모습에 크게 감탄 할 수 밖에 없었다.
무엇일인지는 모르나, 상대가 광기에 빠지자 장천이 그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에 상처를 입혀 검을 봉쇄한 후 그를 치료한 것임을 어느정도 눈치챌 수 있었던 것이다.
“문주!!”
장천이 승리를 거두는 것을 보며 하노는 급히 치료를 하고자 몸을 날렸으나 달려오는 그를 보며 장천은 손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멈추시요! 아직 대결이 끝나지 않았소!”
“하오나!”
“하노! 문주의 말을 거역하겠단 말이요!”
그 말에 하노는 달려가던 것을 멈출 수 밖에 없었으니 그저 안타까움이 밀려올 뿐이였다. 하노를 멈추게 한 장천은 피로 물든 옷을 보며 미간을 찌프리고 마니, 자신의 꼴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되었느냐! 젠장!’
여리기만 한 첫번째 인격을 다그친 장천은 문도들에게 지시하여 은조상을 연무대에서 옮기라 지시하니, 혼절한 은조상을 연무대를 빠져나가자 잠시 후 하나의 인형이 연무대 위로 올라섰다.
“소림의 무상이라 하오이다. 명성이 자자한 비도문의 문주와 한 수 겨루어볼까합니다.”
역시나 구궁은 장천에게 쉴 기회조차 주지 않고 밀어 붙이니, 무상의 말에 장천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를 향해 몸을 날렸다.
파사신검에 서린 내공으로 인하여 내상을 입은 상태에서 시간을 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장천이 다가오자 무상은 소림의 대반야금강공을 끌어 올리며 상대의 공격에 대비하니, 소림 제일 기재라 일컬어지는 무상의 몸에선 장중한 기운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일지선!!”
[찌지직!!]
장천이 일장 가까이 다가오자 무상은 일지선을 사용하니, 그의 손이 움직때 마다 대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리며 강렬한 지강이 밀려오니, 화룡신도를 휘둘러 그의 지강을 튕겨내며 냉혈검을 앞으로 내질렀다.
냉혈검이 앞으로 뻗어나가자 강렬한 냉기가 일대를 순식간에 얼려 버릴 듯이 밀려들어왔으니 조상을 구하기 위해 상대의 검을 그대로 허용했었던 지라 좌수의 움직임이 그리 원활하지 못했으니 한 순간 고통에 움찍했던 것이 크게 헛점을 만들어냈고, 상대인 무상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대력금강조!!”
일순간 보이는 헛점을 보며 빠르게 그의 앞으로 쇄도해 들어간 조상은 대력금강조를 사용하여 장천의 목줄기를 향해 날아갔고, 잠시 후 붉은 피가 사방으로 비가 내리듯이 뿌려졌다.
“문주!!”
“이런!!”
역시나 부상당한 몸으로 무상과 같은 고수를 상대한다는 것은 무리 일 수 밖에 없었으니 장천이 피를 뿌리며 쓰러지자 비도문의 문도들은 크게 놀라 연무대로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방을 붉게 물들일 정도로 피를 뿌리며 쓰러졌던 장천의 몸이 일순간 꿈틀거리는가 싶더니 하늘을 향해 몸을 날리듯이 솟구쳐 오르더니 신형을 일으켜 세우자 비도문의 문도들은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이런...젠장!!”
다행히 무상의 대력금강조가 뻗어 올 때 급히 몸을 옆으로 돌렸기에 목숨은 건질 수 있었으니 목 쪽의 혈이 다쳐 그의 몸에선 피가 쉴 새 없이 흐르고 있었으니 급히 혈을 짚어 지혈을 한 그는 옷을 찢어서는 목에 감쌌지만, 현기증에 휘청거리는 몸은 어쩔 수가 없었다.
보통사람이라면 혼절을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모습이였으나 장천은 자신이 패한다면 비도문이 강호에서 쫓겨나야 함을 알기에 그럴 수도 없는 일이였으니 이를 악물며 고통을 참을 수 밖에 없었다.
“문주! 이것을 받으십시요!”
그런 장천을 보며 하노는 급히 그에게 환단을 하나 던지니, 그것은 비도문이 제조한 비전환단의 하나로 몸을 보하는 작용을 하는 천선단이라는 약이였다.
피를 상당히 많이 흘린 탓에 몸을 지탱하기도 어려운 장천이였는지라 급히 그것을 복용한 후 내력을 끌어 올려 요상공을 시전하니, 어느정도 현기증이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기다리게 했군.”
어느정도 현기증이 사라지자 장천은 다시 화룡신도와 냉혈검을 들고는 무상을 향해 말하며 몸을 날리니, 그의 행동에 많은 이들은 자신의 목숨을 도외시하고 문파를 위해 싸우는 그의모습에 경의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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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