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346화 (346/355)

제 62 장 종막 (2)

하남 지현, 이곳에는 근래에 세워진 성운장이라는 한 채의 장원이 있었다. 근방에 몇 개의 기루를 가진 부자가 지었다고 알려진 이곳의 별채에서는 미모의 여인 한 사람이 침상에서 한 사람을 간병을 하고 있었다.

침상에 누워 있는 여인 역시 상당한 미모의 소유자였는데, 얼굴 곳곳에 자잘한 상처가 있고, 얼굴이 초췌한 것이 큰 상처를 입은 듯이 보였다.

“음....”

물에 적신 수건을 이마에 올리고 있을 때 누워있던 여인이 신음을 내며 눈을 뜨니, 그녀를 간병하고 있던 미모의 여인은 놀라며 그녀를 보며 말했다.

“능예야 정신이 드니?”

놀랍게도 침상에 누워 있던 여인은 바로 무리대회에서 장천과 함께 폭발로 죽었다고 알려져 있던 유능예였던 것이다.

신음소리를 내며 눈을 뜬 능예는 희미한 시야가 밝아지며 한 여인이 얼굴이 볼 수 있었는데, 그 얼굴이 낯설지 않았다.

“영영?”

“그래 나 영영이야.”

놀라게도 부상당한 능예를 돌보고 있었던 사람은 은영영이였으니 능예는 자신을 돌보고 있는 사람이 그녀라는 것을 알고는 안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내 무엇인가를 생각해낸 그녀는 영영을 보며 급히 물었다.

“영영...장가가는...장가가는 무사하시니...”

그녀로선 지금 자신의 상세보다는 장천이 걱정될 수 밖에 없었는데, 능예의 말에 영영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미안해...”

“...흑흑흑...”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로 능예는 장천이 죽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니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수년만에 만난 사람을 겨우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곳으로 사라졌으니 어찌 슬프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영영은 그녀의 눈물을 닦아줄 뿐이였다. 능예 그녀는 어떻게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일까?

그것은 극히 우연이라 할 수 있었다. 무림대회장에 그녀를 다리의 족쇄는 바닥의 철판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런 이유로 족쇄의 쇠사슬을 자르지 않는한 그것을 빠져나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 할 수 있었는데, 장천의 무공을 생각하여 그것을 천공석으로 만든 것이 그녀를 살렸다 할 수 있었다.

무림대회의 연무장에 설치되어 있던 폭약으로 인하여 일대는 큰 폭발을 일으켰지만, 천공석 철판의 견고함은 능예를 오히려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폭발 속에서 그녀의 몸은 철판과 함께 튕겨져 나갔을 뿐이였으니 실로 기적이라 할 수 있는 일이였다.

남편을 잃은 슬픔으로 눈물을 흘리다 능예가 잠이 들자, 영영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는 방을 나서니, 그녀가 향하는 곳은 별채의 작은 방이였다.

그곳은 별채에 위치한 작은 서고였는데, 그녀가 서쪽에 위치한 용두장식의 머리를 움직이자 놀랍게도 서고의 한쪽 편에서 비밀통로가 열렸다.

상가나 무가의 장원에 이러한 비밀통로는 간혹 있는 일이였는데, 능예는 천천히 통로에 만들어져 있는 계단을 내려가자 잠시 후 하나의 철문이 그녀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족히 그 두께가 다섯치는 됨직한 철문은 웬만한 고수라 할지라도 부수지 못할 정도였으니 그녀는 허리에 차고 있던 열쇠를 들어서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철문 안으로 드러나는 방에는 놀랍게도 십여구의 고문기구가 놓여져 있었으니 이곳은 바로 은가장에서 적도에게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만든 고문을 위한 방이였던 것이다.

방 좌측에는 현철이 섞인 철창살로 만든 감옥 안으로 한 명의 남자가 족쇄가 채여진 채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매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으니 비파골을 꿰뚫은 날카로운 쇠막대기는 몸을 제대로 운신조차 하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그의 손목과 발목에 드러나 있는 상처는 아마 사지의 근맥을 잘랐다 생각되는 것이였는데, 은영영은 감옥의 창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서는 천천히 손을 들어 그의 턱을 쓰다 듬었다.

하지만 상대는 상처가 심했는지 아무런 반응이 없었으니 놀랍게도 은영영은 마치 연인에게 다가서는 것과 같은 모습으로 그의 가슴에 자신의 얼굴을 가져갔다.

“장천....”

그녀의 입에서는 놀랍게도 장천이란 이름이 흘러나왔으니 사지의 근맥이 잘려지고 수갑과 족쇄에 채여 있는 남자, 그는 바로 장천이였던 것이다.

하지만 장천에게는 어떠한 미동조차 보이지 않았으니 상당한 상처를 입었는지라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능예는 그러한 장천의 몸을 쓰다듬어나가다 천천히 그의 입에 입을 맞추었다.

“이제 당신은 저의 것이에요. 어느 누구도 저에게 당신을 앗아가지 못할 거에요. 능예도 오라버니도...그리고 당신 자신도 말이에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린 그녀는 잠시 후 감옥의 한쪽에 놓여져 있는 물통을 들어서는 그를 향해 쏟아 부었다.

“큭!!”

그제서야 장천은 신음소리를 내며 눈을뜨니, 과거에 장천에게서 보였던 총명함의 눈빛은 보이지 않았다.

그가 눈을 뜨자 은영영은 한쪽에 놓여져 있던 연편을 들어서는 그를 보며 말했다.

“장가가...이제 정신이 드는가요.”

“영영....”

“호호호호!!”

장천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희미하게 새어나오자 그녀는 무엇이 그리 좋은지 웃음을 흘리더니 그를 보며 말했다.

“지난 수년간 당신이 나에게 행한 모든 것을 이제 돌려 받을까해요.”

“.....”

그녀의 말에 장천이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자 그녀는 손을 들어서는 입을 가져가 살짝 웃음을 보이더니 잠시 후 살기어린 눈으로 그의 몸에 채찍을 내려치기 시작했다.

[짜악!! 짜악!!]

“큭!! 윽!!”

채찍으로 인하여 장천은 상당한 고통을 느껴야 했지만, 이를 악물며 참고 있었으니 그의 입에서는 붉은 피가 흘러져 내리고 있었다.

거의 수십대를 내리친 이후에야 은영영은 채찍을 내려 놓으니 장천의 가슴은 피로 물들어져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은영영은 다시 그에게 다가가 상처에 조심스럽게 손을 가져가니 붉은 피가 그녀의 백옥색 손을 물들이기 시작했다.

“사랑해요...당신의 고통까지도요..”

그 말과 함께 영영은 손에 묻은 붉은 피를 자신의 입에 가져가더니 잠시 후 그의 가슴에 흘러져 나오는 피를 혀로 핥기 시작했다.

이러한 영영의 모습은 광인과 다를 바 없었으니 수년간 장천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 그러한 모든 것들이 영영을 이렇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녀를 보며 장천은 능예에 대해서 묻고 싶었다. 무림대회의 폭발 때 장천은 그녀만은 반드시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그녀를 감싸 안았고, 그것이 능예와 같이 천우신조로 그의 목숨을 살리게 했다.

하나 폭발의 여파를 혼자 뒤집어 썼다 해도 과언이 아닌 그의 몸은 상당한 부상을 입을 수 밖에 없었으니 그 때 우연인지 아니면 필연인지 영영에게 제일 처음 발견되어 이곳으로 끌려 오게 된 것이다.

그리고 무림대회의 대참사가 있은지 한달이 넘는 동안 그는 계속 이 감옥에서 그녀가 행하는 고문을 견디며 살고 있었으니 마음 같아서는 어딘가 있을 능예와 함께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었지만 사지의 근맥이 잘려져 나간 상태에서 이렇게 제압당해 있는지라 빠져나가지 못한 것이다.

하나 그는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보통 사람, 아니 무인이라 할지라도 사진의 근맥이 잘리면 그것을 잇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장천의 경우는 달랐다.

비도문이 각지에서 가져온 무서 중에서는 근맥을 다시 재생시키는 무공도 있었으니 그것을 통해 조금씩 사지의 근맥을 이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내력 역시 조금씩 찾고 있었으니 일주일 정도만 지난다면 충분히 자신의 몸을 묶고 있는 수갑과 족쇄를 풀고 빠져나갈 수 있는 힘을 얻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능예가 어찌 되었을지 궁금하기는 했지만, 자신이 능예에 대해 묻는 것이 자칫 그녀를 도발하는 일이 될 수 있었기에 그것을 묻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한시진 정도가 지났을까 영영이 사라지자 장천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다시 요상공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현재 그의 몸에 있는 내력은 20년 정도, 과거 장천의 무공을 생각한다면 미약하다 할 수 있었지만, 이것은 시작일 뿐이였다.

이렇게 내력이 있다면 막혀 있는 경락을 자극하여 빠르게 공력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력만 찾을 수 있다면 화의 무공을 시전하여 자신의 몸을 묶고 있는 수갑과 족쇄의 쇠사슬을 녹이고 탈출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였다.

현철이 섞인 철이라 할지라도 내력을 되찾은 화의 무공이라면 그것은 녹이지 못할 리는 없었기 때문이다.

‘능예...잠시만 기다리시요. 내 당신을 곧 찾아가리라!’

능예와 소천을 다시 보겠다는 일념으로 장천은 요상공에 온 정신을 집중하니, 그러한 일념을 생각보다 빨리 그의 몸을 회복시켜 나가고 있었다.

무림대회의 대참사 이후 새로이 결성된 강북 무림맹, 이제 천하제일고수로 이름을 날리는 구궁이라는 존재를 시작으로 비도문이 장악하고 있는 강남과의 일전이 시작되었다.

마교가 무림맹에 빠져 있는 상황이였지만, 강북의 정파와 사파는 일제히 장강을 넘어 남하하니 초반에는 기존의 비도문의 세력이 강북을 압도하는 듯 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강북의 우세로 바뀌어지기 시작했다.

전체적인 전력으로 본다면 비도문이 한 수위임은 분명했으나 문파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장천의 죽음으로 사기가 크게 떨어진 것과 함께 그의 도리를 벗어난 행위로 인하여 지금까지 강남에서 비도문에 힘을 실어 주고 있던 문파들이 대거 강북으로 돌아섬에 따라 비도문은 등뒤에서 적을 맞이하는 사태가 벌어진 탓이였다.

거의 여섯달 이상 진행된 강북 무림맹과 비도문의 싸움은 강북의 우세로 진행되기 시작했고, 현재에 와서는 비도문은 사천과 귀주를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을 강북 무림맹에게 뺏기고 마니, 오랜 시간 끌어 왔던 긴 대서사시는 바야흐로 종막에 다다른 것이다.

여섯달의 시간 동안 장천의 상황도 많이 변해 있었다. 계속 은영영이 행하고 있는 고문을 받으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는 있었지만, 그것은 외상만에 준할 뿐, 이제 내상은 거의 회복한 상태였다.

소수마공과 화의 무공 역시 거의 구할 이상 되찾은 장천은 이제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는 생각에 두 손에 내력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장천의 내공은 이제 무신의 경지에 이르렀다 해도 과언이 아니였으니 그의 좌수에 채워져 있던 혈철수갑은 하얀 서리가 서리는가 싶더니 그가 약간의 힘을 주자 산산조각으로 깨어져 나갔고, 우수에 채워져 있던 수갑은 화의 무공에 의해서 붉게 변하는가 싶더니 그가 힘을 주자 마치 굳지 않은 진흙으로 만든 것과 같은 모습으로 부서져 나가버렸다.

“끄아악!!”

비파골을 파고들고 있는 쇠막대를 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빼어버린 장천은 이내 발목에 채워져 있는 족쇄마저 벗어던지니 오랜시간 만에 찾은 자유가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자유를 만끽할 수 없는 상황이였으니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쇠창살을 향해 또 다시 두 손에 내력을 돋구어 힘을 가하자 쇠창살은 엿가락 같이 휘어지기 시작했다.

몸 하나가 빠져나갈 정도의 공간이 만들어지자 장천은 그곳을 벗어나 몸을 날리니, 제발 능예가 살아 있기만을 바랄 뿐이였다.

[쿠구궁!!!]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거대한 철문을 일권에 부수어버린 장천은 망설이지 않고 통로를 따라 빠른 속도로 움직이니, 잠시 후 비밀통로의 끝에 다다를 수 있었다.

앞을 가로막고 있는 문을 부수며 나간 장천은 자신의 앞을 막아설 자를 예상하며 내력을 돋군 상태였는데, 이러한 소란을 피웠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막는 자는 단 한명도 없었으니 그로선 이상하게 생각될 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비밀통로가 있던 방을 나서자 그의 앞으론 세명의 시녀가 공손히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영영은 어디 있느냐!”

능예가 있는 곳을 알아내기 위해선 영영을 먼저 찾아야 하니, 장천은 시녀들을 보며 소리쳤는데, 시녀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을 듯한 여인이 앞으로 나와서는 공손히 고개를 숙여 절을 하고는 그를 보며 말했다.

“대협께선 저를 따라 오십시요.”

“....”

장천으로선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지금 상황에선 그녀를 따를 수 밖에 없었으니 잠시 후 세명의 시녀의 뒤를 따르며 장천의 하나의 전각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이곳으로 오는 동안 장천은 어떠한 무사들의 기도 느낄 수가 없었으니 이상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영영의 행위도 이상하다 할 수 있었는데, 분명 자신이 탈출을 꾀할 것을 알 수 있음에도 그녀는 자신에게 지하감옥에서 수갑과 족새들을 제외한다면 어떠한 제압의 수단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혹한 고문을 행하였다고는 하지만, 음식이나 약 등도 부족함이 없이 보내주었으니 장천이 지금의 상황에서 구할 이상의 내력을 되찾은 것도 바로 이때문이였던 것이다.

만일 독약이라도 복용시켜 그를 제압하려 했다면 족히 일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을 것은 분명한 일이였으니 장천으로선 영문을 알 수 없었는데, 시녀들을 따라 전각의 한 방으로 들어가자 그는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가 들어선 방에는 한 여인이 침상에 누워 있었으니 놀랍게도 그녀는 자신의 아내인 유능예였기 때문이다.

“능예!!”

장천은 급히 능예에게 달려갔으나, 자신의 목소리에도 그녀가 깨어나지 않았는데, 그 때 한 여인의 음성이 그에게 들려왔다.

“잠시 혼혈을 짚은 것 뿐이니 그리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영영....”

그에게 능예의 상태를 말한 사람은 바로 영영이였으니 그녀는 방의 구석에서 의자에 앉아 장천과 능예를 봐라보고 있었다.

장천으로선 자신을 능예에게 데려다 준 영영을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그녀가 보여준 행동은 그로서도 이해 할 수 없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영영...도대체 무슨 생각이요.”

“..후후후...”

장천의 물음에 그녀는 그저 웃음만을 보일 뿐이였는데, 잠시 후 그녀의 입가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리자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영영!!”

놀란 장천은 급히 그녀에게 몸을 날렸으나 영영은 손을 내저으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다가오지 말아요!”

“....”

그녀의 목소리에 장천으로선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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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후....힘들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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