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1 장 화산대혈전 (13)
세번째 시합에서 다시 삼류문파 출신의 양선이 승리하자 사람들은 이제 그가 어디까지 나아갈 것인지 궁금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그저 요행이라 믿었지만, 세 명의 고수가 그에게 패배를 했으니 이제는 단순히 요행이라고만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어쩌면 반박귀진의 고수일지 모른다는 말이 오가기 시작했으니 양선은 이제 삼류문파 출신의 하찮은 무사로 취급받지 않게 된 것이다.
양선의 시합이 끝난 후 드디어 연무대에는 오늘의 마지막 대전 무사가 걸어 나오니 두번의 대결에서 단숨에 강북 무림맹의 맹주의 좌에 오를 수 있는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 무당의 비학선인과 쌍도문의 곽무진의 대결이였다.
다른 때와는 달리 비학선인은 학익선이 아닌 한 자루의 검을 손에 들고 있었으니 상대인 곽무진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할 수 있었다.
“오랜만이요. 곽소협.”
“별고 없으셨는지요.”
“이 늙은 것은 그저 등선만을 기다릴 뿐이니, 별 일이야 있었겠소이까. 허허허”
과거 쌍도문과 비학선인과의 사이를 감안한다면 이러한 인사를 당연하다 할 수 있었지만, 현재에 와서는 조금 어려워지는 곽무진이였다.
거기에다 상대는 곽무진과 비교한다면 두배분이나 위에 있는 사람이니 곽무진으로선 이번 대결이 조금불편했다.
하나 쌍도문에 잡혀 있는 당세문을 생각한다면 이 승부를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였으니 정중히 다시 한번 실례의 인사를 올린 후 쌍도를 뽑아 기수식의 자세를 취했다.
그의 모습에 비학선인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 역시 검을 뽑아 드니, 단순히 검을 뽑아든 자세만으로도 무림의 고학으로서의 면모가 드러나고 있었다.
곽무진으로선 그에게서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이 느껴지자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었으나 마음을 가다듬으며 비학선인을 향해 몸을 날렸다.
쌍도문의 무공은 보법이나 경신술에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었으니 곽무진의 신형은 경쾌하기 그지 없었다. 하나 비학선인 역시 그의 명호만큼 경공에 뛰어난 인물이였으니, 곽무진을 보며 그 역시 오른발을 박차고 앞으로 몸을 날렸다.
“청운도법 제 2식 영산운림(零山暈林)!”
비학선인 역시 자신의 앞으로 다가오자 곽무진은 청운도법의 영산운림의 초식을 사용하여 도를 휘두르니 흐릿한 도영이 번뜩이며 비학선인을 감싸듯이 쇄도해 들어갔다.
도영이 자신을 뒤덮자 비학선인은 천천히 들고 있던 도로 원을 그리니, 그 역시 흐릿한 검영이 원을 그리는가 싶더니 일순간 곽무진의 도영을 흐트려 뜨리기 시작했다.
태극의 묘리를 지니고 있는 무당의 검의 오묘함이 드러나는 상황이였으니 이들 두 사람의 대결은 겉으로는 지극히 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곽무진으로선 이 순간 기혈이 크게 뒤흔들림을 느끼고 있었으니 자신의 공격이 비학선인의 검영에 흐트러지면서 기가 역류해 올라왔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가 행한 기운이 다시 그에게 돌아오는 것이였으니 비학선인이 이화접옥의 수법을 통해 삼할 정도의 공격을 되돌려 보냈기 때문이다.
급히 기혈을 안정시킨 곽무진은 두개의 도를 엇갈리게 한 후 앞으로 몸을 날리니, 쌍두귀면도법의 귀면쌍살(鬼面雙殺)의 초식을 시전하기 위함이였다.
순식간에 비학선인의 칠척 앞까지 다가온 곽무진은 강렬한 기세로 엇갈린 도를 휘두르니, 강렬한 예기가 상대를 향해 밀려 들어갔다.
이것을 허용한다면 몸이 네조각으로 나뉘어질 것은 뻔한 일이였는데, 비학선인은 몸을 뒤로 날림과 동시에 검을 뽑아 두개의 예기가 겹쳐지는 부분에 가볍게 일검을 날리니, 순간 검을 크게 휘어지는가 싶더니 잠시 후 청아한 검명과 함께 빠르게 원래의 상태로 돌아갔다.
보이지 않는 귀면쌍살의 두개의 예기의 중앙에 검을 가져감으로서 예기를 파해한 것이니, 이러한 비학선인의 수법은 내력의 조절은 물론이요. 검이 나아간 방향 역시 지극히 정확했던지라 약간의 힘만으로 강렬한 공격을 해소한 것이다.
그것을 보며 곽무진은 여러가지 면에서 자신이 비학선인과 비교해서 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허허허허 곽소협의 무학에 이 노도는 견디기 힘들구만, 하나 자네의 무학은 스승인 광무자에게 이어졌을텐데 왜 그의 절학을 보이지 않는겐가?”
곽무진이 뒤로 물러서자 비학선인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하니, 그것이 스승에 대한 이야기인지라 자세를 바로 한 후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비학선인은 장춘삼의 의형인 만큼 광무자에 대한 것을 잘 알고 있었으니 그의 무학이 의제에 뒤지지 않음을 그 역시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쌍도문의 역대의 무인들 중에서 사문의 창시자를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무학을 창시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광무자가 창시한 무학 중 몇은 비학선인 역시 알고 있었으니 솔직히 상승무학이라고는 칭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하류에 속한 무학은 아님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그가 수제자인 곽무진에게 자신이 창안한 무학을 전수하지 않을리는 없었으니 자신이 알지 못하는 다른 상승의 무학이 있다고 생각한 비학선인은 곽무진을 그것을 펼치라 말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다른 이라면 곽무진은 그것을 펼치지 않았을 것이니, 스승의 무학은 원치도 않은 대결에서 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나 상대는 스승인 광무자와도 연이 있었던 비학선인이였으니 정중히 포권을 한 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병기를 바꾸고자 하니 허락하여 주십시요.”
“허허허 그러도록 하게나.”
비학선인이 허락을 하자 곽무진은 연무대의 외곽으로 가서는 손짓을 하니, 잠시 후 쌍도문의 문도 한 사람이 급히 그에게 달려와서는 한자루의 검을 그에게 건네 주었다.
곽무진은 본래 사숙인 구양생에게 받은 파사신검을 지니고 있었으나 그것을 구궁에게 빼앗겼기 때문에 평범한 검을 지니고 있을 뿐이였다.
문도에게서 검을 받은 그는 두개의 도 중 한 자루를 그에게 건네주고는 비학선인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니, 바로 광무자가 창시한 최고의 절학이라 할 수 있는 좌검우도가 그 모습을 보이려 하는 것이다.
좌검우도의 무학은 현재로서는 오직 장천과 그만이 익히고 있는 무학이였으나 과거 장천이 멸천문과의 대전에서 그 무학을 보인 적이 있는지라 세인 중에선 그것을 모르는 이가 없었다.
“허어! 장사질이 익혔다고 하던 좌검우도의 무학이 바로 광사질이 창시했던 무학이였단 말인가?”
“예. 하나 저의 경우에는 장사숙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좌검우도를 익혔으니 그것과 같이 생각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알겠네.”
역시나 자세를 잡은 곽무진의 모습은 장천과는 달랐으니 그것은 손에 들고 있는 병기의 위치였다. 장천과 광무자가 좌검우도라면 그는 검을 오른손에 들고 있는 좌도우검, 역의 자세를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자세는 곽무진의 무공에 연유한 것이니, 장천이 도를 공격의 형태로 검을 수비의 형태로 취하고 있다면 곽무진은 검을 공격의 형태로 삼고 도를 수비의 형태로 삼고 있다 할 수 있었다.
무당의 문도에게서 장천의 좌검우도의 무학에 대해서 어느정도 들어본 비학선인인지라 그의 무학이 궁금할 수 밖에 없었다.
“합!”
곽무진은 기합과 함께 몸을 날리니, 순간 우수에 들린 도의 끝이 크게 흔들리는가 싶더니 그 형태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호오!”
마치 안개와 같이 변하는 그의 검은 어디에서 날아올지 알지 못할 정도였으니, 검의 기세마자 사방으로 무수히 흩어져 있는지라 쉽게 기척을 알아 낼 수 없었다.
비학선인은 그의 뛰어난 검의 경지에 탄성을 내지르며 가볍게 몸을 뒤로 날리니, 순간 안개와 같이 흐릿함 속에서 하나의 검이 빠른 속도로 뻗어 나왔다.
뻗어 나온 검은 그대로 비학선인의 미간을 향했으나 그는 검을 들지 않은 좌수를 앞으로 뻗는가 싶더니 가볍게 손목을 돌리자 검은 소리를 내며 그대로 튕겨져 위로 휘어져 버렸다.
비학선인은 휘어진 검 면에 손가락을 가져가니 그 순간 그의 손가락 끝에서는 강한 경력이 밀려 나갔다. 그가 시전한 것은 바로 무당의 태극신지(太極神指)였으니 그 기세에 검은 더욱 크게 휘며 부러질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하나 또 다시 검무(劍霧)속에서는 무엇인가가 튀어나오니 바로 곽무진이 좌수에 들고 있던 도였다. 강한 기력이 실려 있는 도는 그의 손목을 자를 기세로 날아오니 비학선인은 앞으로 걸음을 옮기며 크게 휘어진 곽무진의 검을 검지와 중지로 잡는가 싶더니 그 방향을 바꾸고는 손을 놓자 휘어진 검은 빠른 속도로 펴지는가 싶더니 놀랍게도 검무 속에서 날아온 도와 부닥쳤다.
그 탓에 도는 검에 막혀 손목에 적중하지 못하니 비학선인은 미소를 지으며 왼발을 앞으로 내질렀다.
[쿵!!]
그리고 다음 순간 굉음과 함께 비학선인의 앞에 서렸던 검무는 완전히 사리지며 하나의 인형이 뒤로 크게 밀리니 그것은 바로 곽무진이였다.
자신의 일각에 곽무진이 뒤로 밀려나가자 비학선인은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보며 말했다.
“과연 대단하군. 그것이 자네가 이어 받은 광무자의 무학인가?”
“그렇습니다. 장사숙과 사부님은 도를 우선으로 한다면 저의 경우에는 검을 우선으로 합니다.”
“음...같은 무공이라 할지라도 장사질이 양이라면 자네는 음에 해당한다 할 수 있는게군.”
“그렇습니다. 그런 탓에 같은 무학이지만 그 성질이 상당히 차이가 있어 같이 생각할 수 없다 하였습니다.”
“과연.”
그의 말에 비학선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하니, 실로 아까운 무인이 너무 일찍 세상을 떴다는 생각이 드는 그였다. 광무자는 살아 있다면 일대종사가 되어도 부족하지 않을 인물이였기 때문이다.
“다시 가겠습니다!”
곽무진은 정중히 말한 후 다시 비학선인을 향해 몸을 날리니 그 역시 이제는 대결을 끝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좌수의 손바닥을 들어 앞으로 내미는가 싶더니 가볍게 허공을 격하자 강렬한 기운이 쇄도해 오는 곽무진을 향해 뻗어 나갔다.
“진산장!!”
무당에서도 강맹하기로 이름이 나있는 진산장의 수법이였으니 다가서던 곽무진은 무거운 기세에 놀라 왼발을 축으로 급히 몸을 회전시키며 자신의 절기인 선풍도법을 시전했다.
“선풍퇴운!!”
맹렬하게 회전을 하며 그 기세로 상대를 베어버리는 선풍도법이 시전되자 그의 몸은 강렬한 돌풍에 섞여 비학선인을 향해 밀려갔다.
“호오! 이것이 선풍도법인가!”
비학선인은 선풍도법을 처음 보는지라 그 기세에 탄성을 내지르며 가볍게 몸을 날리니 곽무진이 일으키는 돌풍으로 다가간 그는 우수의 검을 부드럽게 내질렀다.
[챙!!]
그 순간 날카로운 쇳소리와 크게 울리는가 싶더니 잠시 후 돌풍이 사라져갔는데, 놀랍게도 비학선인의 검은 곽무진의 도를 막으며 그의 회전을 막아버렸던 것이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선풍도법이 중간에 가로막힌 적이 없는 지라 곽무진은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으니 눈에 보이지도 않을 회전 속에서 정확히 자신의 도를 막은 비학선인의 검술에 혀를 내두를 뿐이였다.
그의 회전이 멈추어지자 비학선인은 마주친 검을 장난처럼 손목을 돌려 살짝 돌리는가 싶더니 왼발을 앞으로 내디디며 가볍게 검을 튕기자 곽무진은 손목에 강한 통증을 느끼고 말았으니 마주쳐있던 그의 도는 위로 솟구치듯 올라갔다.
다행히 도를 놓치지는 않은 그는 우수의 검을 들어 비학선인을 공격하려 했으나 이미 그것 역시 상대는 예상하고 있었으니 엄지와 중지를 겹쳐서 가볍게 튕기자 강한 경력이 일렁이며 곽무진의 검을 튕겨내니 바로 탄지공이였다.
이 탓에 우수의 검 역시 솟구치듯 위로 튕겨져 오르니 곽무진은 순식간에 만세를 하고 있는 모습이 되어 버렸다.
이제 온 몸을 비학선인에게 내준 꼴이 되어 버린 그였으니 살짝 미소를 지은 그는 검을 그의 목줄기에 가져갔다.
“졌습니다.”
더 이상 반격할 방법이 없는 곽무진은 길게 한 숨을 내쉬며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니 애시당초 무학에서 크게 차이가 났던 상대인지라 그리 아쉬움은 없었다.
그가 한 숨을 쉬고 있는 이유는 바로 당세문 때문이였으니 이제 자신의 패배를 하였으니 그녀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곽무진이 패배를 하자 비학선인은 자신의 검을 집어 넣은 후 그를 보며 전음을 날렸다.
[자네의 눈에 근심이 서려 있는 것이 좋지 않은 일이 있는 듯 하네, 문제가 있다면 노도에게 말하게, 내 힘껏 자네를 도와보도록 하겠네.]
역시나 비학선인이였으니 상대의 눈을 보며 이미 그가 좋지 않은 일에 연류되어 있음을 예측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나 상대가 구궁이라면 비학선인이라 할지라도 쉽지 않은 일인데다가 구궁의 면모를 어느정도 알고 있는 곽무진은 그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는 없었다.
[아닙니다. 선인님에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아쉽군. 노도가 자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니 말이야.]
비학선인으로선 곽무진이 자신의 도움을 거절하자 못내 아쉬운 듯 혀를 차며 답하고는 천천히 연무대를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