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337화 (337/355)

제 61 장 화산대혈전 (9)

놀랍게도 기명이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여인의 이름은 바로 장천의 홍련교에서의 의형제 중 한사람이 은조상의 여동인 은영영이였던 것이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기명이 그녀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니, 그는 어떻게 홍련교에서만 알고 있는 은영영을 알고 있는 것일까?

마교의 양태광과의 대전 이후 양선과 기명은 이제 무림대회의 다른 사람의 대결을 볼 수 있을 정도의 여유까지 생기니 주최측에서 마련해 준 자리에서 시합을 지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대결이 계속 됨에 따라 양선으로선 더욱 가슴이 떨리고 있었으니 한번의 대전에서 승리하고 올라온 자들은 하나같이 그 무공이 범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강북의 패주를 결정하는 대결인 만큼 참가하는 무사들의 실력은 녹녹한 것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미치겠군. 곤륜의 중상이라는 자의 말처럼 우리가 나설 수 있는 곳이 아닌것 같아.”

“이 사람 벌써 이렇게 기가 죽으면 어떻게 하겠다는 겐가!”

“휴...”

하지만 양선은 시합을 보면 볼 수록 더더욱 기가 죽어가니, 기명으로선 답답할 노릇이였는데, 그 때 두 사람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이 시합장에 나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제 3시합 무당의 비학선인 대 마교의 흑살곤 위연의 시합이 시작됩니다!”

“이보게 비학선인 어르신의 시합이 시작되는 듯 하네!”

“비학선인 어르신의 시합이라고!”

기명의 말에 양선은 정신을 차리고 연무대를 보니 역시나 비학선인 정우가 고고한 걸음걸이로 연무대에 오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비학선인과의 첫 만남 이후 양선은 무당의 대표로 무림대회에 출전하는 비학선인의 선인과도 같은 고고함과 기도에 반해 있었으니, 이번에 시합을 구경하려 하는 것도 비학선인의 시합을 보기 위함이였다.

비학선인은 도복자락을 휘날리며 한 자루의 학우선(鶴羽扇)을 들고 있었으니 한걸음, 한걸음 마다 보이는 모습은 선인지로(仙人之路)의 끝에 다달은 사람으로 보이게 하였다.

양선은 그런 비학선인의 모습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으니 규호문 역시 거슬러 올라가면 도가의 일문이라 할 수 있는 검문이였기 때문이다.

“과연 비학선인 어르신이군. 어떻게 걸음걸이 하나에도 저렇게 고고하실 수 있으신지.”

양선의 중얼거림에 기명은 미소를 지을 뿐이였다.

“신검진인 어르신의 뒤를 잇기에 부족함이 없는 분이시지.”

“응? 뭐라 했는가?”

“못 들었으면 됐네.”

“이 사람 싱겁기는.”

신선과 같은 비학선인에 비한다면 상대인 흑살곤 위연은 속세에 찌들은 사람으로 보였다. 산채의 산적이라고 보기에도 이상할 것이 없는 그는 얼굴 전체가 검은 수염으로 가리워져 있는 듯한 모습에 손에 들린 곤에는 전시합에서 닦지 않은 듯 검붉은 피얼룩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것이 대살흉을 보고 있는 듯 했다.

양선은 싸우지 않는다 해도 그를 맞닥트린다면 겁부터 먹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비학선인은 그를 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하고는 자신의 자리에 섰다.

잠시 후 징 소리와 함께 드디어 두 사람의 시합이 시작되니, 흑살곤 위연은 징소리가 울리자마자 귀가 울릴 듯한 파공음을 내며 흑살곤을 두 손으로 회전시키며 몸을 날렸다.

그 기세가 마치 호랑이가 먹이감을 노리며 달려드는 모습인지라 양선은 섬찟한 감마저 들 정도였는데, 그러한 기세에도 비학선인은 전혀 두려운 모습을 보이지 않고 가볍게 오른발을 박차고 몸을 날렸다.

“우와!!”

그 순간 장내에서는 사람들의 탄성이 터져 나오니 그가 몸을 날린 모습이 한 마리의 선학이 하늘 위로 날아오르는 것과 비할 수 있을 정도기 때문이다.

한 마리 고고한 학과 같이 하늘 위로 날아오른 비학선인은 깃털이 내려 앉는 듯 위연을 향해 내려서니 위연은 그를 향해 손에 들린 흑살곤을 내질렀다.

“흑호출림(黑虎出林)!!”

그의 손에서 뻗어나온 흑살곤은 날카로운 기세로 비학선인을 향해 밀려오니 곤에 닿기만 해도 뼈가 박살나도 이상할 것이 없는 기세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향해 뻗어오는 흑살곤을 보며 손에 들려 있던 학우선을 가볍게 휘두르니 놀랍게도 땅으로 내려서던 그의 신형은 잠시 멈추어지는 듯 하더니, 다음 순간 공중에서 비학선인의 몸이 멈추어짐에 그에게 적중하지 못했던 흑살곤의 끝부분에 가볍게 오른발 끝을 대어서는 가볍게 신형을 유지했다.

위연이 위로 뻗어 올린 흑살곤의 끝부분에 신형을 유지하며 서 있는 비학선인은 고개를 숙여서는 그를 보며 가볍게 미소를 지으니, 위연으로선 크게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비학선인의 신형이 약간 흔들리니, 위연은 손에 들고 있는 흑살곤에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며 자신도 모르게 들고 있던 곤에 손을 놓을 수 밖에 없었다.

“끄윽!!”

그의 손에서 벗어난 흑살곤은 놀랍게도 빠른 속도로 회전을 하고 있었으니 위연은 손은 빠르게 회전하는 곤에 의해 붉게 화상을 입고 있었다.

비학선인은 발끝으로 그의 손에 들린 곤을 빠르게 회전을 시켰던 것이다.

위연의 손에서 벗어난 흑살곤은 그대로 땅에 박혀 들어가기 시작하니, 잠시 후 마지막 남은 끝 부분이 땅으로 사라지자 비학선인은 들고 있던 학우선을 가볍게 위연의 목에 가져가서는 미소를 지었다.

“끄윽...졌소이다.”

“좋은 시합이였소이다.”

자신의 목에 닿아 있는 학우선에 약간의 내력만을 집어 넣어도 목에 달아날 것을 알고 있는 위연은 미간을 찡그리며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으니 비학선인은 가볍게 포권지례를 보이며 인사를 하고는 연무대에서 내려왔다.

경공과 발끝으로 보이는 기교만으로 마교의 고수를 쓰러뜨린 무당의 고수 비학선인의 무공에 이것을 지켜보고 있던 무인들은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과..과연 무당이다!”

“신검진인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실력이 아닌가!!”

신검진인의 죽음 이후 무당은 소림과 비교해서 크게 세력이 떨어진다 생각했던 뭇 무림인들은 자신의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으니 천자급의 고수는 소림이나 화산의 출전자가 아닌 무당의 비학선인이 차지했어야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였다.

이러한 비학선인의 모습에 놀란 것은 천자급으로 출전한 화산의 장문인 악인명 역시 다른 것이 아니였으니 몇 수 보이지 않은 대결이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자신과 그와의 실력차가 확연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한 생각이 들자 악인명으로선 얼굴이 붉어질 수밖에 없었으니 지금껏 소림 다음으로 화산이 구파일방의 두 번째 좌에 있다고 생각하여 무당을 뒤로 제쳐두고 설쳤던 것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한편 이 시합을 지켜보았던 양선의 눈은 이제 황홀함으로 바뀌어져 있었으니 그의 모습은 마치 화용월태(花容月態)의 아름다운 미녀를 보았던 것과 같은 표정이였다.

“어? 이 사람 완전히 빠졌군! 빠졌어!”

“과연...비학선인 님이네...평생을 존경할 사람이라 해도 이상할 것이 없어...이상할 것이 없다고.”

“허!”

양선이 멍한 눈으로 중얼거리자 기명은 이제 더 이상 할 말을 잃고 말았는데, 그 때 다음 시합이 시작되는 징이 울려퍼졌다.

비학선인의 승리에 정신이 팔려 다음 시합이 시작됬음을 알지도 못하고 있었던 두 사람이였는데, 기명은 시합장에 있는 한 사람을 보고는 미간을 찡그리고 말았다.

“쌍도문의 선풍검 곽대협이로군.”

“응? 선풍검 곽대협?”

기명의 중얼거림에 정신을 차린 양선이 연무대를 보자 삼십대 정도의 젊은 무인이 두 자루의 쌍도를 움켜쥐며 상대를 노려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의 상대가 되는 인물은 남궁세가의 소가주로 이번 무림대회에 출전한 남궁선운이라 하는 사람이였다. 그는 강북 정파의 후지기수 중에서도 상당히 주목 받는 인물로 현재에는 남궁세가의 가주 보다 한 수위의 무공을 지녀 차대 세가의 가주로 주목을 받는 인물이였다.

이번 무림대회를 통해 남궁세가의 이름을 높이기 위해 참가한 그는 창궁무애검법(蒼穹無涯劍法)을 극성으로 연마한 사람이였다.

“현재로서는 쌍도문 최고의 고수라 할 수 있는 사람이네, 상대는 창궁무애검법을 극성으로 익혔다는 남궁세가의 소가주이니 이번 대결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군.”

“응? 상대는 오대세가 중 하나인 남궁세가의 소가주인데 말인가?”

양선으로선 기명의 말을 이해 할 수가 없었으니 쌍도문이란 이름을 들어 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오대세가와 견줄 만한 문파라고는 생각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이 사람 소문을 못 들었구만, 이번 무림대회의 목적을 아는가?”

“목적?”

“그래 겉으로는 강북의 최고의 고수를 뽑아 강북무림맹의 맹주의 좌에 앉히게 한다고 하나, 사실은 이 전까지 강북을 이끌었다하는 정의련이란 존재를 밀어내어 구파일방과 오대세가가 주축으로 하는 맹을 조직하기 위함이네.”

“음...그런 일이..그런데 정의련을 밀어 내는 것과 쌍도문은 무슨 상관이 있는건가?”

“휴...한심하군 한심해 제발 강호 정세 좀 파악하게나 구파일방과 오대세가가 밀어내려고 하는 정의련의 련주가 바로 현 쌍도문의 문주인 구궁이라는 자일세.”

“아! 그런가?”

“휴... 일단 대결이나 지켜보게 그럼 자네의 궁금증이 모두 풀릴 것이니 말이야.”

양선으로선 기명에게 듣는 이야기 하나 하나가 모두 새로운 것인지라 정신을 차릴 수 없었으니 일단 선풍도 곽무진이라는 사람이 얼마나 뛰어난 인물인가를 지켜보기로 했다.

연무장에선 곽무진과 남궁선운이 서로를 봐라보며 대치하고 있었는데, 남궁선운의 표정에는 강한 자신감이 서려 있는데 반해 곽무진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드러나있지 않았다.

약 일다경 정도 서로를 보고 대치하던 두 사람 중 먼저 선공을 가한 이는 시종일관 무표정을 일관하던 곽무진이였으니 그가 오른발을 앞으로 내밀며 진각을 시전하자 땅이 크게 흔들리는가 싶더니 그의 주위로 강한 바람이 크게 일렁였다.

곽무진이 어린시절 장천과 함께 무공을 익히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바로 진각이였으니 그의 진각은 과거 광무자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다.

패도 유웅과 광무자는 진각이라고 하는 것을 단순히 도격의 힘을 배가시킴으로서의 효과 뿐 아니라 공격의 보조수단으로서 활용하는데 뛰어난 인물이였으니 곽무진 역시 광무자의 진전을 그대로 이어 받은지라 진각의 위력은 상당하다 할 수 있었다.

[쿠구궁!!]

잠시 후 진각을 통해 밀려들어간 힘은 강렬한 위력이 되어 연무장의 포석을 산산조각 내며 남궁선운을 향해 쏟아지듯이 날아갔다.

“흥!”

포석의 조각들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자 남궁선운은 날아오는 돌을 검으로 튕겨내며 앞으로 몸을 날렸다.

상대가 노리는 것이 자신이 피하기를 바라는 것이라 생각한 그는 피하지 않고 그대로 정면으로 돌파하는 수단을 선택한 것이다.

“청풍도법!”

남궁선운이 자신이 날린 돌의 파편을 뚫고 쇄도해 들어오자 곽무진은 청풍도법을 시전하여 그의 앞에 날카로운 예기가 실린 도풍을 날렸다.

얼굴을 향해 도풍이 날아오자 남궁선운은 급히 뒤로 몸을 젖혀 왼손으로 땅을 짚으며 피한 후 오른손의 검을 내질러 곽무진을 향해 검기를 날렸으나 이미 상대는 허공으로 몸을 솟구쳐 올라 그를 향해 쌍도를 내려찍듯이 공격하고 있었다.

[카가강!!]

급히 왼손의 힘을 주어 뒤로 몸을 날리자 곽무진의 쌍도는 연무대의 바닥과 충돌하니, 강한 도격에 파편들이 사방으로 날렸고, 남궁선운은 파편을 제대로 피하지 못하여 얼굴에 자잘한 상처를 입고 말았다.

미남자라고는 할 수 없지만, 잘생긴 얼굴 축에 속한 그로서는 얼굴에 상처를 입자 조금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상대는 그에게 그러한 시간조차 주지 않으려하니 그의 다리를 향해 좌수도의 공격이 밀려왔다.

또 다시 뒤로 몸을 날린 그이지만, 곽무진은 양손의 들린 두개의 도를 연환하여 공격해 들어가니 제대로 반격조차 하지 못한 남궁선운은 어느사이엔가 그대로 연무대의 끝까지 밀리고 마니, 곽무진은 그를 향해 마지막 일격을 날렸다.

“선풍도법 제 4식 선풍격랑(旋風激浪)!!”

이제 더 이상 상대가 피할 수 없다 생각한 그는 자신이 창안하고 스승인 광무자가 그 체계를 잡아 놓은 선풍도법의 4식 선풍격랑을 초식을 시전하니, 한 순간 빠르게 몸을 회전하던 그에게서 강렬한 돌풍의 기운이 일렁이며 남궁선운을 향해 맹렬한 기세로 밀려 들어갔다.

“끄아악!!”

곽무진이 시전한 선풍도법에 선풍을 미처 피하지 못한 남궁선운은 그대로 돌풍에 휘말려 위로 치솟아 오르니, 비명을 지르며 공중으로 치솟아 오른 그는 잠시 후 연무대의 외곽으로 나뒹그러지고 말았다.

“쌍도문의 선풍도 곽무진 대협 승!”

오대세가의 하나인 남궁선운과의 대결에서 쌍도문의 대표로 출전한 곽무진은 시종일관 상대를 밀어 붙이며 승리를 거두니, 사방에선 탄성이 연신 터져 나올 뿐이였다.

“굉장하군.”

“쌍도문의 곽무진이 마지막 시전한 무공은 그가 창안하고 스승이라 알려져 있는 광무자란 사람이 체계를 잡은 선풍도법이라 하네, 어떤가 이래도 쌍도문을 우습게 볼 수 있겠는가?”

“과연 자네의 말이 틀리지 않는군.”

기명의 말에 양선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하니, 방금 전 보인 곽무진의 무학은 자신으로선 절대 흉내 낼 수 없을 듯한 경지였기 때문이다.

시간은 지나 드디어 양선의 차례가 오니, 그는 기명의 응원을 받으며 연무장에 설 수 있었다. 상대인 곤륜파의 왕기운의 얼굴에 미소가 서려 있는 것에 반해 그는 긴장감에 안색이 시퍼렇게 변해 있었으니 이것을 보고 있던 기명으로선 고개를 저을 뿐이였다.

“휴...쉽지 않군. 쉽지 않아. [ 눈치채지 못하게 양선을 승리하게 하라.]”

[예.]

기명은 고개를 내저으며 중얼거리다 어느 순간 누군가를 향해 전음을 보내니 잠시 후 다른 이의 전음성이 그에게로 들려왔다. 놀랍게도 기명 그가 바로 삼류문파 출신의 양선을 무림대회에서 승리하게끔 한 존재였던 것이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수많은 고수들이 웅집한 가운데서도 이들은 상대를 쓰러뜨리며 양선을 승리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니, 기명과 그의 부하들의 무공이 얼마나 뛰어난 가를 말해주고 있었다.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는 양선은 불안한 표정으로 자신의 자리에 서니, 잠시 후 징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흐흐흐흐. 각오해라! 팔 하나 정도는 무림대회의 선물로 가져가주지.”

왕기운은 미소를 지으며 양선을 향해 중얼거리니 그 말을 들은 양선은 온 몸에 소름이 끼치며 힘이 쭉 빠질 수 밖에 없었다.

당장이라도 연무대에서 빠져나와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그랬다가는 무림대회의 망신으로 문파의 종속까지 위태로워질 것은 뻔한 일이였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검을 뽑아든 그는 왕기운을 향해 고함을 지르며 달려 들었다.

“끄아아아!!”

힘을 주기 위한 고함이라기 보다는 절규와도 같은 목소리에 이것을 보는 자들은 얼이 빠질 지경이였으니, 왕기운은 마교의 양태광처럼 실수를 범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정신을 가다듬으며 곤륜의 태청검법을 시전하여 상대를 공격하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무엇인가가 그가 신고 있던 가죽신발로 날아와서는 그의 발뒤꿈치쪽으로 날아오니, 왕기운은 오른쪽 다리가 발에 붙은 듯한 착각을 일으키며 균형이 크게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헉!”

놀란 그는 급히 왼발을 앞으로 내밀려 신형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그 한 순간의 멈칫거림으로 인하여 두 사람의 승패는 크게 차이가 나고 말았으니, 왕기운은 가슴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내지르고 말았다.

“끄윽!!”

천천히 고개를 들어 통증이 느껴지는 곳을 처다본 그는 양선의 검이 자신의 심장을 파고 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니,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상대를 보던 그는 잠시 후 땅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털퍽!]

또 다시 무림대회에서는 삼류문파 양선에 의한 이변에 일어나니 사람들은 마교의 양태광에 이어서 또 다시 곤륜의 왕기운이 쓰러지자 충격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제는 단순히 행운이라고 볼 수 없는 광경인지라 무림대회장에는 그저 정적만이 감도니, 이것을 지켜보고 있던 기명은 미간을 찌프리고 말았다.

‘양선의 무공이 워낙 떨어지니 접전처럼 보이기도 어려웠겠지. 이거 아무래도 들켰을 것 같은데...’

그런 생각에 주위를 돌아보자 역시나 몇몇 무인들의 눈이 시합장이 아닌 다른 곳을 처다보고 있었으니 그 곳은 기명이 부하를 시켜 왕기운에게 암기를 내쏘은 자가 있었던 곳이다.

암기를 사용하여 양선의 상대를 공격했다는 것을 들키지 않게 하기 위하여 기명의 부하는 북해의 만년빙으로 만든 얼음암기를 사용했으니 암기는 들키지 않을 수 있겠지만, 고수들의 심증은 이제 막을 방법이 없었으니 더 이상 암수로 그를 돕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는 기명이였다.

한편 투명한 암기로 인하여 곤륜의 왕기운이 양선의 어설픈 검에 죽음을 당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자연히 기명에게까지 시선이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고수 중에는 진주 언가의 언무명 역시 속해 있었으니 그는 옆에 있던 미부 바로 은조상의 여동생 은영영을 보며 조용히 말했다.

“아무래도 네가 양선과 그와 같이 있는 기명이란 자에게 접근해 보아야 겠구나.”

“제가 보기에는 그저 삼류무사일 뿐인데요?”

“양선은 확실히 삼류무사로 보이지만, 그와 같이 있는 기명이란 자는 의심스러운 면이 없지 않구나. 아무래도 우리가 찾는 그 녀석이 변장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음...알았어요. 오빠.”

놀랍게도 은영영은 진주 언가의 언무명을 오빠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진주 언가의 언무명은 은조상이나 은석영일 가능성이 높았으니 이들은 어떻게 진주 언가의 대표로 무림대회에 출전한 것일까? 또 그가 말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알 수 없는 일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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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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