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1 장 화산대혈전 (8)
두 번째 날의 무림대회가 끝나자 정사마의 희비는 완전히 엇갈리고 말았다. 사파의 경우에는 무림대회에서 끝났다고 할 수 있었으니 참가했던 사파의 고수 모두가 일차 전에서 패배를 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당대 사파의 현실을 말해주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었으니 청룡방의 방주 요수로선 그저 한 숨 밖에 나오지 않는 상황이였다.
마교의 경우에는 참가했던 여덟명의 고수 중 양선과 대결했던 양태광을 비롯하여 두 명의 무인이 패배하니, 천자급 한명을 제외하면 네 명 만이 첫 번째 대결에서 남았으니 그들로선 생각보다 많은 수가 떨어지자 분위기가 가라앉는 것은 당연한 일이였다.
이에 반해 정파의 고수들은 모두 열두 명의 고수가 첫 번째 대결에서 남았으니, 이것은 처음부터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마교의 고수와 겨루었던 두 명의 무인이 승리했다는 것은 상당한 호조라 할 수 있었다.
물론 승리한 두 명의 고수 중 한 사람이 비학선인 정우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한번의 승리는 예측된 것이였지만, 진주 언가의 언무명의 승리는 예상외의 결과라 할 수 있었다.
언무명은 지금까지 무림에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무인이라는 점에서 이번 무림대회에 양선과 함께 큰 반향을 불러오기 충분했으니, 진주 언가에서 입을 다물고 있는지라 그의 진면목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고 있었다.
이제 양선과 기명은 세 번째 날의 시합에 앞서 가볍게 대련을 통해 시합의 감각을 익히고 있었으니 양선 역시 양태광과의 싸움에서 처럼 추한 몰골을 보이고 싶지 않았기에 기명과의 대련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기명은 양선과 마찬가지로 삼류 문파 출신의 무사였지만, 한 자루의 동영검을 사용하는 그는 동영의 천일류(天日流)를 중원식으로 바꾼 검법을 사용하는데, 상당한 쾌도의 수법인지라 양선으로선 그의 일 검을 막는 것조차 힘들 지경이였다.
[채쟁!! 챙!!]
“낙일반참(落日半斬)!!”
“죽림규호(竹林叫虎)!!”
서로간의 실력 차이가 얼마 나지 않은 두 사람이였기에 승패는 쉽게 나지 않고 있었지만, 일단은 양선이 한 수 정도를 앞서고 있다 할 수 있었으니 거의 오각 정도의 공방전이 계속 된 후에야 양선의 검이 기명이 목줄기 근처에 닿음으로서 승부가 끝날 수 있었다.
“휴...”
승부가 끝나자 양선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안도의 한숨을 쉬니, 기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네의 초식의 정교함이 한층 늘어난 듯 하네.”
“고맙군. 낙일류라 했던가? 그 쾌검에는 정신을 못차리겠더군.”
“이런 그런 쾌검을 꺽어 놓고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는가?”
“그런가? 하하하하!”
기명이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답하자 양선은 쑥스러움에 머리를 긁적이며 웃음을 흘렸는데, 그 때 이 두 사람의 뒤로 또 다른 사람들의 웃음소리 아니 비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하하! 끼리끼리 노는군만 끼리끼리 놀아!”
“그렇습니다. 사형. 저런 자들이 무림대회 진출자라니 우스워서 말이 나오지를 않는군요.”
자신들을 비웃고 있다는 것을 안 양선과 기명이 뒤로 돌아보자 그곳에서는 이십대 후반 정도의 두명의 젊은 무인들이 웃고 있었으니, 양선으로선 기분이 나쁠 수 밖에 없었다.
“산서 규호문의 양선이라 하오. 대명을 알 수 있겠소이까?”
“대명? 하하하 그럼 대명이지 대명이구 말고, 너희 것들 같은 삼류문파 출신에 비하면 우리들의 이름은 대명일 수밖에 없지 하하하 그래 내 말해주마 우린 대곤륜의 협객들로 내 옆에 계신 분은 이번에 본선에 출전하신 왕기운 사형이고 본인은 중상이라 한다.”
“곤륜의 왕기운?”
옆에 있는 사람이 기명이 다시 한번 그 이름을 되내이니 잠시 후 손바닥을 치며 양선을 보며 말했다.
“아! 이제야 생각나는군. 양대협 오늘 대협과 대결할 사람이 바로 곤륜의 왕기운이라 했는데, 바로 저 사람인 듯 합니다.”
“음....”
기명의 말에 양선으로선 전의가 치솟아 오를 수밖에 없었으니 아무리 구파일방의 한 축 중 하나인 곤륜의 고수라고는 하나, 사람을 이렇게 취급한다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크크크 사형. 오늘 시합은 아무래도 거져 이길 것 같습니다. 마교의 양태광이란 고수를 쓰러뜨렸다해서 어느정도 일까 궁금해 찾아 왔는데, 하하하 이건 이류무사도 못되는 실력이 아닙니까?”
중상의 말에 왕기운은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보며 사라지니, 그의 미소에는 자신의 승리에 대한 확신과 함께 마치 양선에게 두렵거든 일치감치 물러서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게 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 양선은 주먹을 쥐며 떨림을 참지 못하니, 기명이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이보게 양선, 자네가 노함을 잘 알고 있으나, 시합 전에 이렇듯 흥분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것이네.”
“휴...알고 있네만...저 자들의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는군...하나...나 같은 삼류무사가 상대할 자가 아니니..”
“...양선..”
“아니! 무슨 남자가 그렇게 패기가 없어요! 패기가!”
“응?”
그런 두 사람의 뒤로 날카로운 여인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니 두 사람은 영문을 몰라 뒤로 돌아보았는데, 그곳에선 한 명의 여인이 뾰로뚱한 표정으로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이 어린 어여쁜 소저가 이런 자신을 보고 있었다는 생각에 양선으로선 부끄러워지니, 아직 성혼을 하지 않은 그이기에 이런 부끄러움은 더 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기명 역시 이런 소저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상당히 놀라워하고 있었으니 그것이 단순히 아름다운 미색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것 때문인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였다.
어느정도 정신을 차린 기명은 그녀에게 포권지례를 하며 말했다.
“본인은 규호문의 양선이라 합니다. 소저의 방명을 알 수 있겠습니까?”
“흥! 하오문 본단 출신의 민예라고 해요!”
“아! 하오문의 여협이셨군요!”
놀랍게도 그녀는 장천의 시녀였던 민예 였으니 어제 마교의 사람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무림대회장으로 들어왔던 그녀였던 것이다.
하오문은 무림의 삼류잡배들이 모여 만든 문파로 솔직히 그곳에 속한 여인이라면 기녀라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지만 양선은 그렇다고 해서 그녀를 무시할 수 없었다. 그저 하오문 출신이라고 했다면 모를까 본단 출신이라 했기 때문이다.
하오문도 무림에 속해 있는 문파인 만큼 본단 출신의 사람들의 무공은 삼류문파와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였으니 그녀의 무공이 자신 보다 한 수 위의 있을 것은 분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까짓 곤륜파의 나부랭이가 뭐가 무섭다고 남자가 그렇게 어깨에 힘이 빠져 있어요! 저런 기생 오래비 같은 녀석은 면상에 일검만 내질러도 줄행랑을 칠 것은 뻔한데 말이에요.”
“후후후 소저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힘이 솟는 듯 하군요.”
“그래요? 흥! 아무튼 삼류문파 출신의 유일한 무림대회 진출자답게 어깨 좀 피고 다니세요. 당신은 지금 혼자 몸이 아닌 강호 소문파 출신의 희망이나 같다고요.”
“알겠습니다. 소저께서 말씀해주신 주옥같은 말을 가슴 깊이 새기고 대결에 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야죠. 음....그런데 하나 물어 볼 것이 있는데...”
양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민예는 한참을 망설이다 그에게 무엇인가를 물어 보려 하니, 양선은 공손히 말했다.
“예. 말씀하십시요.”
“혹시...무림대회에서 장천이라는 사람을 보지 못했나요?”
“글쎄요. 솔직히 무림대회에 신경 쓰느라 다른 곳은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가요? 휴...알았아요. 그럼 반드시 곤륜파의 무사를 이기기를 바라겠어요. 그럼.”
그의 말에 민예는 간단하게 고개를 숙이며 그에게 인사를 하고는 뒤로 돌아 사라지려했으니 역시나 그녀는 무림대회에 와서 장천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돌아가려하자 양선으로선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아름다운 미녀가 자신에게 말을 걸어 주었는데, 제대로 말도 못하고 보내기는 젊은 가슴이 마음대로 두지 않았던 것이다.
“아! 소저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요.”
“예?”
양선이 기다리라는 말에 민예는 고개를 돌렸는데, 그는 옆에 있던 기명을 가리키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전 솔직히 강호에 대한 견식이 별로 없지만, 옆에 있는 친구는 강호밥을 오래 먹었는지라 소저께서 사람을 찾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응? 이보게!”
그의 말에 기명은 당황하여 소리쳤으나, 양선이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부탁하는 모습을 보이자 그로선 한 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알겠네. 알겠어. 이거 친구하나 잘못 만나서 고생하는군.”
“미안하네. 내 나중에 술이라도 한 잔 살테니, 이번만은 좀 부탁하네.”
“간단히 얻어 먹지는 않을테니 주머니나 잘 간수하게나.”
“하하하 고맙네.”
이렇게 해서 기명은 어쩔 수 없이 양선의 부탁에 따라 민예와 함께 장천을 찾기 위해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대협의 대명을 알 수 있을까요?”
“아! 이런 실례를 범했군요. 산동 천일문의 기명이라 합니다.”
“천일문이요? 양대협과 같은 문파 출신이 아니였나요?”
“하하하 그 친구하고는 마음이 맞아 같이 다니고 있을 뿐입니다.”
“그렇군요.”
기명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민예였으니 그녀의 모습을 보며 그는 장천이란 사람에 대해 물어 보았다.
“소저께서 말씀하시는 장대협이란 분에 대해서 알 수 있을까요? 제가 알면 찾는데 도움이 될까 해서 말입니다.”“아! 예. 저희 문주님은요.”
“예? 문주님이요? 그럼 하오문에?”
그녀의 말에 기명은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으니 그녀가 문주님이라고 말한다면 하오문의 문주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기명은 놀란 말에 민예는 그제서야 자신의 실수를 알게 되니, 놀라 손을 들어 입을 막다가 급히 해명을 했다.
“아니아니...호호호! 사실 그 분이 다른 사람들에게 문주님이란 별명으로 불리거든요. 그래서 입에 배었나봐요.”
“음...그렇군요. 하긴 하오문의 문주께서 이곳까지 오실리가 없겠지요. 별명이 문주님이라고 한다며 대인의 기도가 보인다는 뜻이니,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그 밖에 특징이라면?”
“예전에는 두개의 도를 사용하셨는데, 지금은 공수로 다니시는 것을 즐기세요. 가실 때 비도술에 능통하신 분이니 품에 열개 정도의 비도를 지니고 계실 거에요.”
“음..암기에 능통하신 분이라는 말씀이신구요. 보통 암기에 능통한 사람은 은신 역시 능통할테고 경신공은 어떻습니까?”
“경신공도 상당히 능통하다 알고 있어요.”
“그렇다면 보법에 일정할테니 그런 사람을 찾아야 겠군요.”
“와! 기대협은 양대협의 말대로 사람 찾는 것은 상당히 능숙하신 것 같네요.”
“하하하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그저 강호밥을 그 친구보다 몇끼 더 먹었을 뿐이지요.”
하지만 강호 견식이 미천한 민예로서는 그의 이런 모습이 더 믿음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였으니 두 사람은 무림대회장의 이곳저곳을 돌아 다니며 장천을 찾아 보았다.
그러나 사람을 찾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았으니 상대가 천하제일고수인 장천인 만큼 분명 다른 이로 변장을 했을 것은 분명하고 민예 역시 사정상 모든 것을 밝히지 못하는지라 기명이 찾는 것이 힘든 것은 당연한 일이였다.
반시진 가량을 돌아 다녔음에도 찾지 못하자 민예로선 자신을 위해 힘써주는 기명에게 미안할 수 밖에 없었으니 이쯤에서 돌려 보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말했다.
“아무래도 그 분을 찾지 못할 것 같네요. 전 이만 그 분을 찾는 다른 일행들에게 가도록 할께요. 기대협에 도움에 감사드려요.”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저로선 소저께서 찾는 분을 찾지 못한 것이 더 미안할 뿐이지요.”
“나중에 그 분을 찾으면 일행들과 함께 찾아 뵐테니 그 때는 제가 양대협 대신 술이라도 대접해 드릴께요.”
“아! 이런 들으셨습니까?”
“후후후 이렇게 보여도 저도 몇 수 무공을 배웠답니다.”
“그랬군요. 이런.. 하하하”
그녀가 자신들의 말을 들었다는 부끄러움에 기명은 뒷통수를 긁적이니 그의 멎쩍어 하는 모습에 민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전 이만 돌아가보도록 할께요. 양대협께 시합을 잘 치루라고 전해 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간단히 인사를 마친 민예가 뒤돌아 사라지자 기명의 입가에는 살짝 미소가 흐르니, 그녀의 귀여운 언행이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기 때문이다.
“자! 그럼 나도 돌아가볼까?”
민예와의 일이 끝난 기명은 다시 양선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려 했는데, 그 때 일단의 무리들이 무림대회장으로 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기명은 그들 중 한 여인을 발견하고는 자신도 모르게 발을 멈출 수 밖에 없었는데, 그녀는 바로 전에 양선과 같이 만났던 아름다운 미부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전에 같이 있었던 두 명의 무사와 함께 있었는데, 뒤에는 정파의 후지기수들인 듯 한 십여명의 무사들이 뒤를 따르고 있었다.
“음...진주 언가의 언무명과 관계가 있는 여인인가..”
뒤에서 따르고 있는 무사들이 중얼거림을 들은 기명은 그녀와 함께 있는 두명의 남자 중 한사람이 이번 무림대회에서 양선과 같이 최대의 관심사로 떠오르는 진주언가의 언무명이라는 사람을 알 수 있었으니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그녀라면 오대세가와 관련이 있을 리 없었기 때문이다.
“은영영...그녀가 왜 무림대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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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그 미부는 은영영이였군요....우히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