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1 장 화산대혈전 (6)
무림대회장으로는 벌써 수백명이 넘는 사람들이 웅집해 있으니 이들 대부분이 이번에 참가하는 무인들의 문파의 사람들이거나, 무림대회를 구경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였다.
하지만 주최측에서 정리를 했는지 이들 중 삼류 문파의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으니 양선과 그의 덕으로 오게 된 기명만이 유일한 인물이라 할 수 있었다.
“이거...아무래도 나 같은 놈이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것 같은데..”
“이런 무슨 소리를 그렇게 하는가. 자네가 없으면 난 어떻하라고.”
“약한 소리하기는 관문까지 통과한 사람이 말이야.”
“아무튼 끝까지 좀 남아 있게나. 자네라도 있으니 이렇게 버티고 있는 것이네.”
기명과 마찬가지로 양선 역시 이런 곳에 머물고 있는 것이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 것이다. 어쩌다 관문을 통과하기는 했지만, 솔직히 자신의 무공이나 가문으로 이곳에 와 있다는 것은 가시방석 위에 있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양선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는 기명으로선 어쩔 수 없이 그와 같이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 그와 함께 참가자들이 머무는 대기실로 걸음을 옮기던 그였는데, 그 때 갑자기 무엇인가에 크게 놀란 듯 자리에 멈추어서고 말았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양선은 이상하게 생각되어 그가 보고 있는 곳을 봐라보니, 그곳에서 두 명의 무사와 한 여인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보게 왜 그러나?”
“아..아무것도 아니네.”
양선의 물음에 기명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저으니 이상하지만 무슨 연유가 있겠지 하는 생각에 다시 대기실로 향하려 했는데, 그 때 자신들을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 중 여인이 이들에게 다가왔다.
‘우와...’
그들에게 다가온 여인은 도저히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의 이모를 가진 삼십대 정도의 미부였는데, 그녀는 두 사람에게 다가와서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일로 저희들을 보고 계시는지 묻고 싶군요.”
“아...그것이...”
그녀의 차가운 말에 양선은 뭐라 대답을 해야 하나 고민할 수 밖에 없었는데, 기명이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죄송합니다. 저희들은 규호문의 문도들인데 여협의 모습에 잠시 넋을 잃고....”
“흥!”
기명의 말에 그녀는 콧방귀를 뀌니, 간혹 그런 일이 있었는지 고개를 돌리며 일행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휴...”
양선은 여인이 사라지자 길게 한 숨을 쉬니, 아름다운 미모와는 달리 상당히 차가운 여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갑긴 차갑지만 내 생전 저런 미모의 여인은 처음 보는군.”
“글쎄말일세. 이거 명문에서 태어났더라면 이름이라도 물어 보았을텐데 말이야.”
“그러게나 말일세.”
두 사람은 자신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며 걸음을 옮기는데, 양선은 옆에서 걷고 있던 기명의 표정이 밝지 않은 것으로 보아 그녀에게 단단히 빠졌다는 생각에 혀를 차고 말았다.
자신 역시 한 때는 삼류무문의 출신이라는 것만으로 사랑하던 사람을 포기했어야 했기 때문에 그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 할 수 있었다.
대기실로 들어가자 역시나 이미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참가자 마다 세 명까지 종자를 둘 수 있었기 때문에 기명이 들어오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휴....암담하네. 그려.”
사람들의 모습을 확인한 양선은 길게 한 숨을 쉬니, 이들 중 자신보다 하수라고 생각되는 이들은 단 한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무림대회에 나가서 죽지나 않으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그였는데, 기명이 주위를 돌아보며 사람들을 살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양선도 자신과 싸울 사람이 누구일까 하는 생각에 주위를 돌아 보았는데, 그 중 그의 눈길을 끄는 자들이 있었다.
바로 붉은 머리색을 지니고 있는 청년이였는데, 그의 주위에 시립해 있는 세 명의 종자 역시 상당한 기도를 내뿜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위의 많은 사람들 중 어느 한사람도 그의 곁에 가 있지 않았으니 상당한 명문의 자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홍련교의 출전자이네.”
“홍련교? 그게 뭔가?”
홍련교라는 말에 양선은 기명을 보며 다시 물어보았으니, 그는 길게 한 숨을 쉬며 귀에 대고 조용히 소근거렸다.
‘이 사람아 그런 간단한 지식도 모르면 어떻하나, 홍련교는 바로 마교를 가리키는 말일세.’
“아! 그런가.”
“휴...아무리 초출이라도 이건 너무하는군. 그래.”
“미안하네. 사실 시골 삼류문파인 규호문이 언제 마교..흡..아니 홍련교란 이름을 제대로 들었겠나.”
그의 말에 기명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해하네. 이해해.”
“그나저나 저 청년은 누군데 그러나 홍련교 출신의 다른 출전자들과는 전혀 다른데?”
“잘 듣게나. 저 사람이 바로 홍련교의 부교주인 마운성일세.”
“마운성?!”
“교주만이 익힌다는 화의 무공을 익혀 부교주의 직위에 앉은 사람이지, 들리는 소문에는 교주와 저 청년을 합쳐서 화룡쌍제라 부른다 하더군.”
“그럼 엄청 강하겠구만.”
“이 사람 말이라고 하나. 아무 이번 무리대회 우승 후보 중의 한 사람이 바로 저 청년일걸세.”
“그렇군.”
기명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그였으나 한편은 자신과 같은 삼류문파 출신의 그의 안목에 놀라고 있었다.
둘 다 이름 없는 가문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무림에 상황이나 인물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는 반면 기명은 모르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강호밥을 얼마나 먹었는가 물어보고 싶었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이 있는지라 입을 다물 뿐이였다.
그렇게 참가자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자, 대기실 안으로 푸른 복장을 입고 있는 무사들이 들어와서는 족자를 펼쳐 놓고는 큰 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출전자 분들은 모두 저를 주목해 주십시요. 오늘 열리는 화산대검회의 대결 순서를 말씀드리겠소이다. 첫번째 대결 청룡방의 사동 대 하북팽가의 팽기 두번째 대결 청성파의 ......”
그들은 바로 대결의 순서를 가르쳐주려 온 주최측의 무사들이였으니 양선은 자신의 차례와 상대가 누구일까 하는 생각에 정신을 집중하여 그것을 들었다.
“열다섯번 째 대결 홍련교 양태광 대 규호문의 양선”
“헉!”
양선은 자신의 상대가 정해지자 크게 놀란 목소리를 내니, 마교도와 겨루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약한 자와 분기를 바랬던 그로서는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열여섯 번의 대결 이후 이번 무림대회의 천자급 고수들의 대결이 있을 것입니다.”
“천자급?”
주최측 무사의 말에 천자급이란 것을 처음 들어본 양선은 고개를 갸우뚱 거리니 옆에 있던 기명은 한 숨을 쉬었다.
“이보게 기명 천자급은 무엇인가?”
“이 사람 소식이 감감하구만...휴...천자급은 말일세. 이번 무림대회에서 그 무공이나 실력이 크게 인증을 받은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네, 홍련교에서 한명, 사파에서 한명, 정파에서 총 두 명이 선출되는데, 이들은 자네가 싸우는 지자급 출전자들 중 올라온 네명과 겨루게 될 것일세.”
“응? 그런 것이 어딨는가?”
다른 사람들은 모두 3번의 싸움을 거쳐야 함에도 그들은 한번도 거치지 않는다는 말에 양선은 불공평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여 말한 것인데 기명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솔직히 그런 면도 있지만, 사실 그들이 누구인지 알면 그런 말을 쑥 들어갈걸세.”
“도대체 누군데 그러나?”
“정파에서는 소림의 방장이신 무진대사와 화산파의 악문주이시고, 사파에서는 사파의 대문파인 청룡방의 방주 요수대인이네, 모두 정사를 대표하는 최고의 무인이니 정파와 사파, 홍련교의 강북의 위치를 생각한다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지.”
“음...그렇긴 하군.”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사람들로 양선으로선 얼굴도 보기 힘든 고수들이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그였다.
하지만 그의 말에서 마교의 인물이 나오지 않은 것을 들으며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말이야 홍련교의 천자급은 누구인가?”
“음...그것이 나도 궁금하네 그려.”
“궁금하다고?”
“난 분명히 홍련교의 천자급은 화룡쌍제의 한 사람인 마운성 부교주라 생각했는데 말이야. 뭐라나 홍련신군이란 사람이 천자급으로 나왔다고 하더군.”
“홍련신군?”
“그래 정파나 사파에서도 그런 이름은 처음 들어보는지라 난리가 났다고 하는데, 처음에는 혹시 홍련교에 머무르고 있는 혈마나 암영총관이 아닐까 했는데, 그것도 아니라고 하더군.”
“음....”
“하지만 상대가 홍련교이니 만큼 천자급의 무공실력을 갖추었을 것이니,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기다리고 있다고 하더군.”
“이거 나도 보고 싶어지는데.”
대결의 순서가 발표되자 대기실에 있던 무인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양선이나 기명같은 사람들이야 떠들 형편도 되지 않으니 그저 조용히 차례를 기다릴 뿐이였는데, 그런 그들에게로 한 사람이 느릿한 걸음으로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사람은 도복을 입고 있는 도인이였는데, 긴 수염을 기르고 있는 얼굴은 인자하기 그지 없는지라 양선과 기명은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포권을 하며 인사를 하고 말았다.
“도사님께 인사드립니다. 규호문의 양선이라 합니다.”
“기명이라 합니다.”
“역시나 자네들이 규호문의 사람들이였군. 반갑네 본도는 무당의 정우라 하네.”
“비학선인!!”
그가 이름을 밝히자 양선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치고 말았으니 상대가 소림과 함께 정파의 양대산맥 중 하나인 무당 최고의 고수인 비학선인이였기 때문이다.
신검진인의 죽음 이후 무당은 소림과 화산과는 달리 침묵을 지키고 있었기에 조용하지만 이들이 본격적으로 나섰다면 천자급 중 한사람은 화산의 문주가 아닌 그가 차지할 것은 분명했으니 그런 사람이 자신을 찾아오자 양선으로선 긴장에 몸이 떨릴 지경이였다.
그런 양선을 보며 정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본도나 자네나 아직 차례가 오려면 시간이 있는 것 같으니 같이 가서 차라도 한잔 하세나.”
“아...예...”
정우의 말에 양선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니, 두 사람은 비학선인의 뒤를 따라 대기실을 나올 수 있었다.
비학선인과 도착한 곳은 무림대회에서 임시로 만들어진 다점이였는데, 무당의 고인인 정우가 나타나자 정파의 젊은 무인들은 하나같이 일어서서는 포권을 하며 자리를 내어주니 그의 이름이 얼마나 높은 가를 양선은 알 수 있었다.
만약 자신들만 왔다면 구석진 자리라도 나기나 했겠는가? 정우는 자리를 양보해 준 정파의 후지기수들에게 가볍게 감사를 표한 후 자리에 앉았고, 양선과 기명 역시 그의 뒤를 따라 자리에 앉았다.
“용정차 세잔을 부탁하네.‘
“알겠습니다.”
다점의 점원에게 용정차를 부탁한 정우는 두 사람을 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실 자네들에게 간 것은 혹시나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 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였는데, 물론 자네들이 내가 찾는 사람은 아니였네만 불가에서는 옷긴만 스쳐도 인연이라 했으니 이렇게 차나 한 잔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같이 오자 한 것이네.”
“무..무당의 비학선인께서... 차..차를 대접해..주시는니...소인..들은 그저 여..영광일 뿐입니다.”
“허허허 본도는 그저 늙은 도인일 뿐이니, 자네는 편하게 말하도록 하게나.”
“아!.예...예..”
정우는 편하게 대하라고는 하지만 양선으로선 떨림을 막을 수 없었으니 규호문이 이름없는 삼류이기는 하지만 역시 정파에 속해 있는 문파였으니 고인을 앞에 두고 어찌 긴장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자칫 실수라도 해서 비학선인이 노하기라도 한다면 규호문 정도야 손짓 하나로 멸문 당하는 판이니, 긴장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양선의 긴장이 사라지질 않자 이제는 비학선인이 미안할 지경이니, 옆에 있던 기명은 손가락으로 그의 옆구리를 찔렀다.
“윽! 왜..?”
갑자기 기명이 옆구리를 찌르자 양선은 얼굴을 찡그리며 말하니, 기명으로선 이 정신없는 친구를 보며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비학선인은 처음 양선이 반박귀진의 경지에 이르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자신이 보기에는 그저 삼류무사 정도의 기도를 지닌 자가 정사마의 삼대관문을 통과할리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접 맞대어 보니 아무리 봐도 반박귀진의 경지에 이른 것 같지 보이지 않으니 이상할 수밖에 없었다.
‘순박한 젊은이이기는 하지만 도저히 삼대관문을 통과할 정도로는 보이지 않은데...이상하군..오히려 옆에 앉아 있는 젊은이가 양선이란 젊은이 보다는 더 뛰어나 보이는군.’
물론 양선이나 기명이나 거기서 거기이긴 했지만, 그래도 비학선인의 눈에는 기명이 훨씬 더 나아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였다.
그만큼 지금의 양선은 어찌보면 꼴불견이라 할 수 있는 꼴이였으니 기명은 길게 한 숨을 쉬며 비학선인을 보며 말했다.
“실례되지 않는다면 비학선인께서 찾으시는 분을 말씀해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본도가 찾는 사람을?”
“예. 솔직히 무공에는 재능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사람 찾는 재능은 하나 있어 혹시나 비학선인님께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기명의 말에 비학선인의 만면에는 인자한 미소가 서리니 이 둘에게서 명문정파의 후배들에게서는 느끼지 못했던 따뜻한 면면을 느꼈기 때문이다.
“허허허 자네의 생각은 고마우나 문내의 일인지라 자네들에게 부탁할 수 없다네.”
“그렇습니까.”
비학선인의 말에 양선과 기명은 실망한 표정을 지으니 정파의 무인으로서 비학선인과 같은 분의 일을 돕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은 이름도 없는 순박한 삼류문파의 무사들이였기에 가능한 것이였으니, 다른 이들이라면 비학도인과 친해진 김에 무엇인가 얻을 것이 있을까 수를 쓰는 것에 비해서는 진실로 순박한 사람들이라 할 수 있었다.
이런 모습에 비학선인도 크게 마음에 들 수밖에 없었으니 그는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마음 같아서는 두 사람 모두 무당의 제자로 받아들여 이들의 마음씀씀이를 다른 제자들이 배우게 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타 문파에 속해 있는 인물이니 비학선인으로선 안타까울 뿐이였다.
이들과 몇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비학선인에게로 젊은 도인이 포권을 하며 다가왔다.
“무슨 일이냐?”
“장로님의 순서가 얼마 남지 않아 그것을 알려 드리려 왔습니다.”
“이런..”
벌써 자신의 차례가 왔다는 것을 깨달은 비학선인은 미간을 찌프리니, 두 사람을 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대회장으로 가봐야 할 것 같네, 후에 내 자네들에게 서신을 보낼 터이니, 그 때는 충분히 시간을 갖고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세.”
그 말과 함께 비학선인이 대회장으로 향하자 양선은 그제서야 길게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이 사람. 왜 그렇게 긴장을 하는가.”
“거참 자네는 긴장 안하게 됬는가. 저 분이 누구신가 무당파의 장로이신 비학선인이네 비학선인...아! 이거 무림대회는 둘째치고라도 문파에 돌아가면 자랑거리가 하나 더 는 것 같구만.”
“하하하. 이 사람 자네는 잘만 하면 비학선인과도 한 수 겨룰 수 있는데, 뭘 그렇게 감탄하는가.”
“허! 나 같은 놈이 무슨...당장 마교의 고수와 겨룰 것을 생각해도 눈앞이 캄캄할 지경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