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1 장 화산대혈전 (3)
절강성에 머물며 강북과의 일전을 준비 중이던 하노는 화산에서 무림대회에 촉각이 곤두설 수밖에 없었다.
“화산에서 무림대회가 열린다고?”
“예. 이 탓에 강북의 중요인사들이 모두 화산으로 모여들고 있다 합니다.”
“음...무림대회라...”
“들어온 정보에 따르면 새로이 결성되는 강북 무림맹의 맹주를 뽑기 위함이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 중요인사들을 화산으로 모두 올려 보내다니 이해 할 수가 없습니다.”
하노의 앞에서 화산 무림대회를 보고하던 장로급 인물은 그들의 행태가 괴상할 수밖에 없었다. 비도문이 강북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중요인물들을 화산으로 모으는 행동은 곧 그들에게 공격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과 다름 없었기 때문이다.
“무림대회의 정보는 정확한 것인가?”
“예. 저도 괴이하게 생각되어 몇번이나 조사를 하게 했는데, 첩자들의 보고에서 의심할 만한 것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이상하군. 이상해...”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비도문으로선 당장이라도 강북으로 전 문도들을 이끌고 공격을 감행할 수도 있는 일이였다.
하지만 그 자신이 비도문을 장악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중요 결정은 문주의 결정을 따라야 하는 것이니, 하노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하다 그를 보며 말했다.
“문주께선 어디에 머물고 계시는가?”
“그것이 이귀에게 전혀 소식이 오고 있지 않은지라 거처하시는 곳을 알 수가 없습니다.”
장천은 하노와 헤어진 후 이귀와 육귀만을 대동한 채 또 다시 종적이 묘연해지고 말았으니 하노로선 답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이귀와 연락이 되고 있는 일귀는 패도 유웅과의 접선에서 실종되고 말았으니 현재로서 그가 장천에게 연락을 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일단은 무림대회라는 것을 지켜보고 본문의 문도들로 하여금 그곳에 배치하도록 하라. 분명 문주께서도 그 소문을 들으셨다면 화산으로 향하신 가능성이 높다.”
“알겠습니다.”
명령을 하달한 장로가 밖으로 나가자 하노는 잠시 생각에 잠겼으니 강북의 행태에서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있는 것이였다.
‘구궁의 암계일까? 휴...도대체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군.’
놀랍게도 하노는 이번 무림대회에 대한 정보를 단 하나도 알고 있지 못했으니, 이것은 마교의 교주인 문성의 이야기와는 틀린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이에 반해 장천은 문성과 같이 자리를 하며 화산대검회를 통해 강북의 맹주로 등극할 생각을 하니, 장천은 독단적으로 이 일을 진행하려 하는 것일까?
알 수 없는 일이였다.
한편 하노가 거처하고 있는 전각의 다른 쪽에서는 네 사람이 비밀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민예와 소천 일행들이였다.
이십팔숙과의 싸움에서 장천과 헤어진 이들은 하노와 함께 절강성에 머무르고 있었던 것이다.
쌍도문의 일원인 민예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이곳에서의 거동이 자유로웠기 때문에 바깥소식을 전해주는 일을 담당하고 있었으니 세 사람의 앞에서 그녀는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이 들은 이야기를 그들에게 해주었다.
“정말이에요. 누나?”
“그래 화산에서 무림대회가 열린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문주님이 그 소식을 들으면 그 쪽으로 가실 것 같아.”
민예의 말에 소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도 그곳으로 향해야 할 것 아니에요. 전 하루라도 많이 사부님에게 무공을 배우고 싶다고요.”
소천의 말에 민예 역시 사모하고 있는 문주를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지라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마음을 결정하고는 소천을 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오늘 밤 이곳을 나가 화산으로 가도록 하자꾸나.”
“정말이요?”
“솔직히 이렇게 갇혀 있는 것은 나도 마음에 들지 않거든. 소천이하고 화란이가 나가고 싶다는데, 이 누나가 그런 것도 못해주겠어.”
“고마워요.”
소천의 고맙다는 말에 민예는 한쪽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오승을 보며 말했다.
“오대협께서도 우리와 함께 가실거죠?”
그녀의 말에 오승 역시 고개를 끄덕이니 네 사람의 의견이 모두 하나로 합쳐지자 민예는 힘차게 자리에 일어나서는 말했다.
“오늘밤 축시에 이곳을 빠져나갈거니까 너희들은 화산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도록 해.”
“알겠어요. 누나.”
이렇게 해서 소천일행 들 역시 화산의 무림대회로 향하게 되니, 강북의 맹주로 선출하는 무림대회에는 이제 강북의 무림인들만이 아닌 비도문을 비롯하여 수많은 중인들이 비도문이라는 거대한 존재를 상대할 강북의 제일고수를 보기 위하여 하나둘씩 모여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구파일방 중 소림과 무당에 이어 최고의 성세를 누리고 있는 화산이 무림대회의 장소인 때문인지 소문을 들은 무림인들이 화산의 주위로 많이 모여들기는 하였지만, 그들 중 화산으로 오를 수 있는 자는 백분의 일도 되지 않았는데, 이들 중에는 비밀스럽게 이들의 눈을 피하여 화산으로 오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물론 홍련교와 정파, 사파에서 선출된 무사들에 의해서 중간에 잡히는 자들도 적지 않았으나 화산으로 숨어 들어간 이들도 상당한 수였으니 화산 무림대회의 장에는 족히 천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웅집해 있었다.
그러나 이들 중 세인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는 문파는 그리 많지 않았으니 바로 이번 무림대회의 이슈가 될 쌍도문과 홍련교였다.
홍련교에서는 이번 무림대회에 총 일곱명의 무인들을 보내어 수백명에 달하고 있는 정파와 비교한다면 상당히 적은 숫자였으나 수많은 고수들이 응집해 있는 마교인 만큼 한사람 한사람의 참가자는 결코 쉽게 볼 수 있는 인물이 아니였다.
이번에 새로 만들어지는 강북 무림맹에서 많은 명문의 무문들과 어떠한 관계를 맺게 될 것인가라는 문제에서 쌍도문은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었는데, 의외인 것은 쌍도문에서 무림대회에 참석하는 이는 선풍도 곽무진 단 한명 뿐이였다.
수년간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선풍도 곽무진이 무림대회에 참가한다는 말에 군웅들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으나, 당시에 강호의 명성을 생각하며 그가 참가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이는 단 한명도 없었다.
화산에서 임시로 세운 참가자들의 거처 중 이십오 호실이라 쓰여 있는 곳에서는 쌍도문의 유일한 참가자인 곽무진이 거처하고 있었으니 무림대회에 앞서 들떠 있는 다른 참가자와는 달리 그는 홀로 방에 앉아 명상에 잠기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명상에 잠겨 있던 그는 길게 한 숨을 내쉬고 말았으니 자신이 왜 이곳에 있어야 하는가하는 생각 때문이였다.
‘젠장...그녀만 아니였어도, 이런 곳에 올 필요조차 없었을텐데...’
구궁에 의해 본래 있었던 쌍도문의 무사들은 문내에서 고립되어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 그에게 총관이라는 자가 찾아왔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뒤로는 한 여인이 크게 초췌한 모습으로 묶여 있었으니 곽무진은 그녀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당소저?”
초췌한 모습의 여인 그녀는 바로 당세문이였으니 총관은 그의 앞에서 간사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생각지도 않은 손님이 방문하셨는지라 그것을 곽당주께 말씀드리기 위해 들렸습니다.”
“....사총관...그녀는 본문과 크게 연이 있는 사천당가의 자손입니다. 당가와의 연을 생각한다면 그녀를 풀어 주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하하하하.”
곽무진의 말에 사총관은 크게 대소를 터뜨리니 잠시 후 살기 어린 눈초리로 그를 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언제부터 곽당주께서 본문을 그렇게 걱정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
“어쨋든 곽당주의 손님도 되는 듯 하니, 그녀를 이곳에 머무르게 하도록 하지요.”
그 말과 함께 사총관은 뒤에 있던 문도들에게 눈짓을 보내니 그들은 자고 있던 당세문은 그의 앞에 내평겨 치고는 뒤로 물러섰다.
“이런...”
그들의 행동에 곽무진은 노기가 치솟아 올랐지만, 일단 그녀를 돌보는 것이 우선인지라 급히 그녀를 안아서는 맥문을 잡아 맥을 살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맥은 상당히 불규칙하게 띄고 있었으니 그것이 단순히 내상 때문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곽무진은 사총관을 노려보며 말했다.
“독을 사용했는가?”
“예. 워낙 다루기 힘든 분인지라 백일독을 사용하였습니다.”
백일독은 구궁이 지시하여 만든 독의 하나로 해약이 없다면 백일 이내에 칠공에서 피를 흘리며 죽게 되는 극악한 독약이였다.
독에 대해서는 지식이 없는 곽무진으로선 그녀의 독을 해독해 줄 방법이 없었으니 한참을 그녀의 몸을 살펴보던 그는 길게 한 숨을 쉬며 말했다.
“자네가 당소저를 나에게 데려왔다면 무슨 이유가 있을텐데, 해약의 조건으로 무엇을 봐라는가?”
“후후후 역시 곽당주 이십니다.”
곽무진의 말에 사총관은 미소를 지으니 과연 자신의 생각대로 곽무진이 움직여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별 것 아닙니다. 몇 달 후 면 화산에서 화산대검회라는 무림대회가 펼쳐질 듯 한데, 곽당주께서는 본문의 대표로 그곳으로 가주셔야 할 듯 합니다.”
“화산대검회?”
“예. 정의련이 해체되고 새롭게 강북 무림맹이 결성되는데 그곳의 맹주를 뽑기 위함이지요.”
“...나의 무공으로선 맹주의 좌를 차지할 수는 없을텐데?”
“후후후 물론 알고 있습니다. 곽당주께서는 그저 본문의 대표로 참가만 해주시면 되는 것이니 너무 부담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구궁이라면 단순히 무림대회에 참석하게 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음을 잘 알고 있는 곽무진이였으나 일단 당세문을 살리기 위해선 그의 뜻을 따를 수 밖에 없는지라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후후후 그럼 차후에 해약을 보낼 터이니, 곽당주께서는 무림대회로 향하실 준비를 해주시길 바랍니다. 크크크”
곽무진이 무림대회에 나가겠다는 말을 하자 사총관은 웃음을 지으며 밖으로 사라지니 자신의 처지에 울분이 터져나올 지경이였다.
‘해약은 복용하기는 했으나, 사총관 그 녀석이 당소저에게 해를 끼치지나 않을까 걱정이로군..’
무림대회의 숙소에서 앉아 있는 그로선 당세문이 과연 안전할까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곳 화산으로 오기 전까지는 몇 달 동안 그녀를 보살피고 있었던 것은 그였기 때문이다.
[똑똑..]
그렇게 당세문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숙소의 문을 누군가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니, 잠시 후 한 남자의 목소리가 문 밖에서 들려왔다.
“곽대협 계십니까?”
“응?”
곽무진은 자신을 찾아온 사람이 누구일까 하는 생각에 걸음을 옮겨 문을 열었고, 문 밖에 두명의 무인이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의 얼굴을 확인한 곽무진은 크게 반가운 표정을 지으니 그들은 바로 공동파의 고도리와 산성 경운문의 하백이였다.
“이거 고대협과 하대협이 아니십니까?”
“하하하 오랜 만입니다. 곽대협.”
곽무진은 생각지도 않은 손님이 찾아오자 반가울 수 밖에 없었으니 쌍도문 내의 구궁의 간적들과 같이 있던 그로선 솔직한 마음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이들이 방문이 반가울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였다.
두 사람을 안내한 곽무진은 문 밖의 모습을 살펴보니 역시나 쌍도문의 문도 몇 사람이 자신이 있는 방을 처다보고 있는지라 미간을 찌프리며 문을 닫았다.
공식적으로 이곳으로 방문한 이상 허튼 수작을 부리지는 못하겠지만, 이들의 이목이 자신을 감시함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천장과 바닥에서 두세명의 기가 느껴지니 이들을 내칠 수 없는 그로선 한 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일단 자리에 앉으시지요. 차라도 내오도록 하겠습니다.”
간단히 차를 끓여 그들을 대접하니 하백은 반가운 표정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
“곽대협께서 쌍도문의 대표로 참석하셨다는 말에 당장이라도 달려오고 싶었지만, 사정이 사정인만큼 몸을 빼기가 그리 쉽지 않더군요.”
“이해합니다. 솔직히 본문과 다른 문파들간의 관계가 소원한 당금에 경운문을 이끌고 계시는 하대협께서는 조심하실 수 밖에 없겠지요.”
“저의 입장을 생각해주시니 감사할 뿐입니다.”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만면에 미소를 띄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하백에 비해 고도리의 표정은 그리 반가운 표저이 아니였으니 곽무진은 그가 이러는 이유를 잘 알고 있는지라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로선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고대협께서는 이해를 해주십시요.”
“음...알겠습니다.”
“그나저나 멸천문과의 싸움 이후에 일년만에 공동파로 돌아오셨다고 들었는데, 몸은 괜찮으십니까?”
“다행히 몸에는 그리 문제가 없어 이번 무림대회에 공동파의 대표 중 한사람으로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고도리라면 공동에서 후지기수 중 상위에 속해 있는 인물인지라 무림대회에 그가 참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였다.
----------------------------------------------------------------------------------------------------------------------------------
수정 들어갔슴더. 61-(2) 부분이 약간 바뀌어서 같이 올렸슴더.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