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0 장 패권을 건 대결 (6)
육망검수에 의해 위기에 몰린 경은 자신의 앞으로 다가온 외팔이 검수의 얼굴을 본 후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으니 그의 얼굴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도문의 일족으로 현재는 적이 되어 있는 인물인 장화영 바로 쌍도문의 문주인 구궁이였으니 설마 장화영이 비도문을 습격한 주인공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그로선 잠시 후 배신감에 노기가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화영형님이 어떻게...!!”
화영이 아무리 문파의 적이라 할지라도 설마 자신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비도문의 본문으로 부하들을 이끌고 습격해 올 것은 믿지 못한 그였다.
“크크크크... 일이 아주 재밌게 됬구나...”
“화영 형님!”
“걱정 말거라. 너를 죽일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으니 말이다. 하하하하”
경을 보며 대소를 터뜨리며 말한 그는 부하들에게 손짓을 하며 그를 끌고 가게 한 후 천천히 부서진 오두막으로 향했다.
자신이 쏜 폭열시로 인하여 오두막은 심하게 파손되어 있었으나 구궁의 지시로 십여명의 무사들이 움직이자 잠시 후 내부의 모습이 확연히 드러나니 그곳에서 세명의 남녀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침대의 앞에 쓰러져 있는 두 사람은 아직 나이가 어린 소녀와 소년이였다.
“이런...령이였군.”
무너진 오두막에 의해 상처입고 쓰러진 여인이 경의 여동생인 령이라는 것을 안 구궁은 무사들에게 이들을 치료하게 한 후 침상에 누워 있는 남자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장천과의 싸움으로 큰 부상을 입었음에도 비도문을 향해 움직인 덕에 내상이 더욱 심해진 그는 한발자국 움직일 때 마다 상당한 통증이 밀려오고 있었지만, 그를 만나야 함에 부상은 문제될 것이 없었다.
천천히 침상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백발이 성성한 노년의 남자가 눈을 뜨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으니 그의 모습에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랜 만입니다. 아버지..”
“...그래 오랜 만이구나.”
침상에 누워 있는 장춘일은 이미 그가 왔을 때부터 눈을 뜬 상태였으니 힘을 다해 몸을 일으킨 그는 구궁을 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무슨 일로 나를 찾아 왔느냐?”
“물건을 받으러 왔을 뿐입니다.”
“물건?”
“아버지가 익힌 무공을 저에게 주십시요.”
그의 말에 장춘일은 잠시 침묵에 잠길 수 밖에 없었다. 어쩌면 이것은 예정된 일일 수도 있었다.
장천이라는 거대한 존재를 상대로 싸우고 있는 아들에게 단순히 궁술 외에는 알고 있는 무공이 없다는 것은 큰 약점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무림에 존재하는 무공 중 구궁이 구할 수 없는 것은 전무하다 할 수 있었지만, 그 중 어떠한 것도 그를 장천과 비등하게 겨룰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무림에 단 한명의 존재, 바로 장춘일 그 자신만은 장천과 겨루어도 뒤지지 않을 무공을 그에게 전해 줄 수 있었다.
계승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 자질이 떨어져 스스로 물어나야 했던 장춘일, 하지만 동생인 장춘이의 죽음으로 다시 비도문으로 돌아왔고, 단시일에 천하제일을 다툴 수 있는 무공을 가질 수 있었던 그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춘일은 아무리 자신이 버린 자식이라고는 하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무공을 그에게 전해 줄 수 없었다.
“내가 가진 무공을 익힌다면 너의 나이와 자질로 본다면 오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좋으냐?”
장춘일의 말대로 그는 단시일에 구궁을 장천과 겨룰 수 있게 할 수 있었지만, 그것에는 그 만큼의 댓가가 필요했다.
지금의 상태에서 만약 구궁이 자신이 알고 있는 무공을 익힌다면 그의 살 수 있는 시간은 오년을 넘지 못함은 분명했다. 그 자신도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오년을 넘지 못한다는 말에도 구궁에게는 전혀 두려움이 보이지 않고 있었으니 그의 눈에서는 누군가에 대한 강한 분노가 가득할 뿐이였다.
“오년...충분합니다.”
“그것을 익힌다 하더라도 장천을 넘어서지 못함을 알면서도?”
“강호란 이제 일신상의 무공만으로 좌지우지 되는 곳이 아닙니다.”
그의 말에 장춘일은 어찌해야 될지 고민 할 수밖에 없었다. 아들의 의지는 굳건했으나 만약 자신이 그 무공을 전수하게 된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자식에게 오년 안에 죽을 수밖에 없는 무공을 가르친다는 것은 아버지인 그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였기 때문이다.
하나 다음에 이어지는 구궁의 말에 장춘일의 갈등은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또 다시 저를 버리실 생각이십니까..”
“......”
그의 말에 장춘일은 눈을 감으며 과거의 일을 생각했다. 만약 자신이 아버지와 동생을 위해 아내와 자식을 버리지 않았다면 이런 일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은 사실이였기 때문이다.
지금에 와서 자식이 문파의 적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자신에게 씌여진 업이라면 또 아들의 운명이라면 지금에 와서 아들의 청을 거부한다는 것은 스스로 자신의 모든 것을 부정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필묵을 가져오거라.”
“예. 아버지.”
마음을 결정한 장춘일은 그에게 지필묵을 가져오라 명하니, 구궁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부하에게 지필묵을 가져오라 지시했다.
‘흐흐흐..장천..이제 너의 명도 얼마 안 있으면 끝일 날 것이다..흐흐흐’
이제 그에게는 천하제일이라는 명예도 중원통일의 야욕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자신을 외팔이로 만든 자신의 생에 방해만 되는 존재인 그를 죽여야 한다는 생각만이 그를 지배하고 있을 뿐이였다.
한편 서쪽 절벽을 통해 들어온 적도들이 본문의 실속들을 해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향했던 문규는 위기에 처했던 하능을 구한 후 간신히 이들이 본문의 내부로 진입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지만, 계속 되는 싸움에 심신은 지칠 수밖에 없었다.
“차압!!”
“끄윽!!”
족히 수십의 적도들을 베었음에도 이들의 숫자는 줄어든 것 같지도 않으니 절벽으로는 계속 적도들이 올라오고 있는 것이 그로서는 암담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옆에는 하능이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큰 숨을 헐떡이며 부러진 검을 들고 있는 것이 보였으니, 이제 그를 포함하여 비도문의 문도 중 남은 이는 삼십이 되지 않는 듯 했다.
비도문이 개파한 이래 단 한번의 적도들의 침입도 없었던 것이 문파의 방비를 허술하게 만든 것이 되어 버렸으니, 문규로선 자신이 쓰러지면 문파 내부로 적도들이 침범할 수 있다는 생각에 다시 힘을 내며 적들을 베어 나갈 뿐이였다.
하지만 의지가 굳건하다 하나, 몸은 이제 피로해져 가니, 자신도 모르게 무릎이 꺽여지는 문규였다.
‘이제 틀린 것인가...’
이제 한식경도 버틸 수 없음을 예감한 문규는 좌절의 기운이 몸을 압박하고 있는 것을 느꼈는데, 그 때 이들의 머리 위로 한발의 불화살이 허공을 가르는 듯 하더니 잠시 후 적도들이 긴 휘파람 소리를 불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문규와 하능들은 영문을 알 수 없었는데, 한참을 그렇게 휘파람을 불며 싸우던 그들의 숫자는 놀랍게도 점점 줄어드는가 싶더니 잠시 후 서쪽 절벽으로 모두 사라지는지라 그들로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형님..적도들이...”
“도대체....”
분명 싸움의 승기는 그들에게 있었고, 반시진 아니 더 짧은 시간으로도 충분히 자신들과 비도문의 무사들을 없애고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사라진 방향을 보며 한참을 멍하니 있던 문규는 문쯕 한 사람의 존재가 생각나니, 혹시나 하는 생각에 하능을 보며 말했다.
“넌 남아 이곳의 일을 마무리 하도록 하여라.”
“알겠습니다..”
하능에게 일을 맡긴 문규는 급히 몸을 날리니 그가 향하는 곳은 바로 장춘일이 거처하는 죽림이였다.
상대가 장화영이 분명하다 생각하는 그는 비도문을 점령할 생각이 없었다면 분명 장춘일에게 찾아 갔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비도문에서는 왜 장춘일을 문파 내의 사람도 출입하지 않은 죽림으로 보낸 것일까? 그가 그곳에 거처하고 있다는 것을 안 문규는 한 때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멸천십군이라는 이름으로 장춘일의 휘하에서 움직인 적이 있는 그로서는 문파의 큰 기둥이였던 그가 제대로 된 존장의 대우를 받지도 못하고 그런 곳에 연금되어 있는 것 처럼 살고 있는 것이 불만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의 결론을 내릴 수 있었으니 그 이유는 바로 장춘일이 익히고 있는 무공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도문의 일족 중 종가에 속한 자들은 하늘이 내린 무골이라는 천무성골을 타고났다. 그러나 어쩐일인지 장춘일 만은 천무성골을 가지지 못한 사람이였다.
하지만 후에 장춘일은 천하제일이라 할 수 있는 무공을 얻었으니, 그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천무성골만이 익힐 수 있는 비도문의 문주의 독문 무공을 익혔다고는 하지만 애초에 그 무공은 천무성골이 아니라면 극성에 이르는 것이 불가능한 무공이였다.
문규로선 어떻게 보통의 무골을 지닌 그가 문주의 독문무공을 익혔으며 천하제일의 좌에 오를 수 있었는지 의외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이유로 그는 비도문의 비사를 조사하기 시작했고, 후에 장춘일이 비도문의 종가의 자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오랜 조사의 끝에 문규는 전대 청풍비도 무랑과 장춘일, 장춘이 이렇게 세사람 사이에 얽혔던 일을 알게 됬고, 왜 장화영이 장천과 적대하게 됬는지도 짐작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장춘일이 비림에 연금되다 시피 살고 있는 이유도 알 수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그 자신이 익히고 있는 무공 탓이였다.
천무성골을 타고나지 않았음에도 문주의 무공을 익힐 수 있으며 천하제일의 좌에 오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비도문의 계승에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종가가 종가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피로 전승되는 천무성골 때문이였으니 만약 천무성골이 아니라도 문주의 독문 무공을 익힐 수 있다면 비도문의 질서는 무너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비도문의 삼대방가가 종가에 충성을 다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중 천하를 오시할 수 있는 힘을 지닌 비도문을 자신의 것으로 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수 있었다.
그런 자에게 장춘일이 가진 무공은 상당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였으니 태상장로인 하노는 그런 일을 원천봉쇄하기 위하여 장춘일을 죽림에 은거하게 하며 어떠한 이도 출입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만약 장화영이 알았다면 분명 부친의 무공을 얻기 위하여 죽림을 향할 것은 분명할 터, 두 곳에서의 싸움은 그가 죽림에 잠입하기 위한 미끼일 확율이 높았다.
아니나 다를까 죽림의 오두막에 도착했을 때 그곳은 이미 치열한 싸움의 흔적이 엿보이고 있었으니, 부서진 오두막을 보며 문규는 자신이 한발 늦었음을 알 수 있었다.
급히 몸을 날려 오두막 안으로 들어서자 그곳에는 세 사람이 혼혈을 짚힌 채 누워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으니 자신이 보냈던 경과 령, 그리고 장춘일을 모시던 소민이라는 것을 알고는 급히 그들의 맥을 풀어 주었다.
“끄응...”
문규가 혈을 풀어주자 경은 간신히 정신을 차리며 일어서니 그는 경의 어깨를 잡고는 다급한 목소리로 물어 보았다.
“경! 어르신을 어찌 되셨느냐?”
“예?”
“태상문주 어르신 말이다!”
그 말에 경이 급히 고개를 돌리니 역시나 침상에 누워 있어야 할 태상문주 장춘일이 보이지 않는지라 크게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래도 화영 형님께서...”
“젠장!”
역시나 화영은 비도문을 노린 것이 아닌 태상문주의 무공을 노린 것이니 문규로선 암담함에 한 숨 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제 장화영 아니 구궁이 태상문주 장춘일의 무공을 익힌다면 비도문은 지금까지와는 상대도 되지 않을 위기에 처해질 것은 분명했기 때문이다.
비도문이 현재 강남에서 많은 세력을 끌어 모으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비도문 자체의 강한 힘도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천하제일고수가 속해 있는 문파라는 이유였다.
천하제일의 문파와 고수 얼핏 생각해 보면 천하제일의 문파에 천하제일의 고수가 나올 것 같지만 강호상에 그러한 두 개의 존재가 같이 있었던 일은 극히 드문 일이였다. 하지만 비도문은 이 두개의 존재가 같이 공존함으로서 강남 일대의 많은 무문들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으나, 구궁이 그와 견줄 수 있는 무공을 가지게 된다면 이제 강북의 태두에도 장천과 같은 고수가 생김으로서 명분상 정당함을 갖추었다 할 수 있는 강북의 세력들에게 사람들이 지지를 보낸 것임을 분명한 일이였다.
하지만 그것은 구궁이 장춘일의 무공을 모두 익혔을 때야 가능한 일이였으니 문규는 문파의 일을 서둘러야 한다 생각했다.
‘장천과 구궁...후에 있을 이 두 사람의 대결의 승자가 중원의 주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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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궁이 혈비도 무랑의 무공을 얻는다면...싸움은 과연 누가 이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