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326화 (326/355)

제 60 장 패권을 건 대결 (4)

이십팔숙과의 싸움에서 내상을 입은 장천은 폭혈단으로 그 상태가 더욱 나쁜 상태인지라 일주일 이상을 운기조식에만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객잔의 방에서 운기조식을 하고 있을 때 한 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지자 가볍게 조식을 마친 장천은 고개를 돌려보자 친숙한 얼굴인지라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서오시요. 하노.”

“문주님 몸은 어떻습니까?”

그는 바로 비도문의 실질적인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하노였으니, 이귀의 보고로 장천의 내상을 듣고 급히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이다.

“구명천심환은 가져 오셨소?”

“예. 여기 있습니다.”

장천의 물음에 하노는 품에서 기름종이에 쌓인 것을 풀어 공손히 가져다 주니, 그곳에는 세알의 구명천심환이 놓여 있었다.

빠른 시간 안에 내상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구명천심환 같은 명약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장천은 이귀를 보내며 요청했던 것이다.

“고맙네.”

하노에게서 환단을 받아든 그는 미소를 지으며 답하고는 그 중 한알을 복용하고는 다시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잠시의 시간이라도 지체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였으니 그런 장천을 보며 하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을 나섰다.

방을 나온 하노가 짚고 있던 지팡이로 바닥을 세번 치자 잠시 후 유령같은 인형 셋이 스르륵 그 앞에 모습을 드러내니, 그들은 장천을 보호하는 아홉명의 백귀단 중 살아남은 이귀, 육귀, 칠귀였다.

“상처는 모두 치료하였느냐?”

“예. 태상장로님.”

이들 역시 부상을 입고 있는 상태였지만, 장천에 비해서는 그저 외상이 심한 편이였기에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거의 상태가 회복되었던 것이다.

이들의 대답을 들은 하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칠귀를 가리키며 말했다.

“칠귀는 구궁의 뒤를 쫓도록 하거라. 이미 그 자의 뒤를 따르는 자가 표식을 남겨 놓고 있을테니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예.”

하노의 지시를 받자 칠귀는 공손히 대답을 하고는 사라지니, 하노는 다시 이귀와 육귀를 보며 말했다.

“너희들은 계속 문주를 보필하데, 이번과 같은 실수가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가 말하고 있는 것은 바로 장천이 폭혈단을 복용한 일을 말하는 것이니, 이귀와 육귀 역시 그 점을 죄송스럽게 생각하는지라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일 뿐이였다.

세 사람에게 지시를 모두 마친 하노는 객잔의 아래층으로 내려가 의자에 앉으니, 잠시 후 길게 한숨을 쉬었다.

‘주군의 상태가 더욱 심화되는 것 같으니, 어찌해야 될지 모르겠구나.’

하노 역시 장천의 정신이 두개로 분리됨은 예전에 알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이렇게 확연하게 두개의 정신으로 갈라선 적은 없었던지라 걱정이 되는 것은 당연했다.

한 사람은 정이 많으나, 그에 따라 우유부단할 수밖에 었는 주군이며, 한 명은 냉혹하면서 결단력이 있는 주군이였다.

솔직히 하노에게는 우유부단하지만 그래도 정이 많은 주군이 마음에 드는 것은 사실이였지만, 비도문의 대의를 위해서는 후자의 쪽을 선택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일단은 견즉사의 호청명을 찾아야 할 것 같구나.’

다른 이라면 모를까 견즉사의 호청명은 비도문이 낳은 최고의 명의인 만큼 분열된 장천의 정신을 돌아오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 문주의 병을 고치는 것과 함께 중요한 일은 바로 구궁을 비롯하여 강북 명문 무문들과의 일전이였다.

이 싸움은 이제 전 중원의 패권을 거는 싸움이라 할 수 있으니, 이 싸움에서 패한다면 비도문은 멸문을 면치 못함을 잘 알고 있었다.

현재의 세력을 견주어 본다면 겉으로 드러난 힘은 아직 비도문이 약간 더 위에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거기에다 폭혈단과 같은 환단이 있으면 적은 수로도 큰 적과 싸워도 충분히 승산은 있다고 할 수 있었으나 구궁을 비롯한 명문의 무문들이 현재의 세력의 비를 모를 리는 없었기에 정면대결로 싸울 가능성은 전무하다 할 수 있었다.

분명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 비도문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장천을 노리거나, 비도문의 본문을 와해시켜 자신들의 세력을 약화시키는 방법 등을 선택할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고 한다면 비도문 본문의 경비를 튼튼하게 하는가 동시에 문주의 보필에도 신경을 써야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적들과의 세력비에서 떨어지게 됨은 어떨 수 없는 일이였다.

‘그렇다고 한다면 문규들에게 본문을 맡기는 것이 좋을 듯 한데...마음이 놓이지 않는군.“

문규는 과거 혈비도 무랑이였던 장춘일의 일을 도와 멸천십군의 직에 있었던 비도문의 무인들이였으나, 애석하게도 이들은 아직까지 하노에게 그리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무공만을 본다면 비도문의 문주의 후계자 수업을 어느정도 쌓고 있었기에 백귀단과 비교한다면 한 수위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할 수 있었다.

이들이 하노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 것은 바로 과거에서 부터 실질적인 중원의 수호자라 할수 있는 비도문의 삼대가문의 혈족이라는 것 때문이였으니, 자신들의 문파가 천하제일임을 의심하지 않는 그들은 구파일방이라는 존재까지 무시할 정도로 오만하다는 것 때문이였다.

물론 실질적인 이들의 우두머리라 할 수 있는 문규나 그의 동생인 문강의 경우에는 확실히 믿음을 주기는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은 상대를 얕보는 경향이 많았으니 중원을 제패하면 장천의 중요한 심복이 되어야 아이들인지라 걱정이 가실 수가 없었다.

‘일단은 서신을 보내 문규와 아이들에게 그곳을 지키라 명을 내려야 겠구나. 하지만 문규는 모르지만 다른 아이들이 그 명령을 복종할지 걱정이 앞서니, 이거참..’

하노로선 인재가 없음을 탓할 수밖에 없었으니, 그저 한 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가 우려했던데로 비도문의 상태는 그리 좋다고만은 할 수 었었다. 하노를 비롯하여 문의 실질적인 지도자라 할 수 있는 장로들이 거의 대부분 강북과의 싸움에 대비하여 문을 비우고 있는 시점, 그의 생각대로 현재 문파 내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바로 문규였다.

하지만 그는 생각지도 않은 일로 골치를 썩고 있었으니, 하노의 생각대로 문파의 젊은 혈족들의 혈기를 감당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문형님! 뭐하고 계시는 것입니까! 문파의 무사들이 모두 강북의 악적놈들과 일전을 벌이러 갔는데, 문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우리들 삼대가솔들이 이렇게 문파내에서 빈둥거리고만 있는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

상좌에 앉아 있는 문규에게 시뻘건 얼굴로 소리치고 있는 자는 성질이 급하기로 이름이 난 청안비도(靑眼飛刀) 하능이라는 자로 강호에서는 청안백조(靑眼百爪) 능수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사람이였다.

일단은 대전을 앞두고 소집령을 받아 문파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워낙 밖으로 돌아다니던 사람인지라 오랜 시간 문파내에서 죽치고 앉아 있는 것에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

문규 역시 그의 성격을 알고 있는지라 마음 같아서는 녀석 혼자라도 밖으로 내보내고 싶은 심정이 굴뚝같았지만, 문내에 중요한 일인지라 마음대로 할 수는 없는 일이였다.

“문주님이라 태상장로께서 우리들의 거취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었다. 문 외의 일도 중요하긴 하지만 문내의 일은 그 것에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니, 하능은 지닌바 혈기를 잠시 누르도록 하라.”

“하지만 형님!”

“듣자하니, 네 녀석은 본문의 비도술 보다는 조법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더구나, 진법을 이루기 위해서는 비도술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니, 잠시간 본문의 비도술을 익히는데 주력하도록 하여라.”

“큭!”

그의 말에 하능은 입을 다물고 말았으니, 그의 말대로 외부로 돌아다니는 것에만 열중해서 문파의 무공에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입을 다문다고 해서 다른 이들의 원성마저 가라 앉힐 수는 없었으니 문파의 회의실에 있던 이십여명의 젊은 무인들의 눈에는 당장이라도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드러나 있었다.

그 중 가장 골치 아픈 사람이 있다면 바로 그의 옆자리에 앉아 있는 장민이였으니, 혈족의 계승권으로 본다면 자신보다 훨씬 계승권이 높은 사람이 그녀인지라 대하기가 어려울 수 밖에 없었다.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장민을 보며 문규는 그저 한 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문오빠!”

“그래 말하거라.”

“이렇게 하염없이 기다리고만 있다 문주님이나 태상문주님께 일이라도 생기면 어찌할 생각이에요. 언제 올지 모르는 명령만을 기다리다 자칫 일을 그르칠 수도 있는 일이 아닌가요?”

“너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하지만 제대로 말을 하기도 전에 그녀는 문규의 말을 끊고는 큰 소리로 말했다.

“제 말을 틀리지 않다면 왜 밖으로 나가지 않는거죠! 문오빠가 계속 이렇게 있겠다면 저라도 밖으로 나가겠어요.”

“민아야!”

“오빠의 말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요!”

그 말과 함께 장민은 자리를 박차고 밖으로 나가버리니, 그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젊은 혈족들은 같이 행동하려는지 그녀의 뒤를 따랐다.

장민의 무공은 문규와 그의 동생 문강과 비교해서 그리 떨어지지 않은 실력이였기에 미모와 함께 무공을 보고 그녀를 따르는 혈족들이 꽤 많았다.

그녀와 일당들이 모두 나가자 회의실에는 문규를 비롯하여 다섯명 정도의 무리들 밖에 남아 있지 않았으니 주위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보며 그는 한숨을 쉴 수 밖에 없었다.

“도저히 마음대로 되지를 않는구나.”

“휴...민아가 화영 형님의 일로 더 제멋대로 되는 것 같습니다.”

화영은 바로 구궁을 말하는 것이였으니 문강의 말에 그 역시 고개를 끄덕일 뿐이였다.

구궁은 과거 쌍도문에 있을 때도 본문인 비도문에 많이 드나들었다. 그런 관계로 문내의 젊은 후지기수들은 그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문내의 배분으로 본다면 구궁은 이들에게 숙부뻘이 되기는 하지만, 문파에 드나들면서 그는 이들에게 최대한 많은 신경을 쓰며 돌보아 주었기에 문규를 비롯하여 문강이나 장민 역시 그를 형님이라 부르며 따르고 있었다.

자신의 대에서는 장천의 탓으로 그리 환영받지 못했던 존재였다면 장천이 대계를 위하여 쌍도문으로 들어간 이후에는 후지기수들에게는 상당한 관심을 받는 존재였던 것이다.

사실 장천이라는 당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기재가 아니라면 그 역시 그리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아니였고, 많은 사람들을 따르게 하는 지도자로서의 매력도 상당한 사람이였다.

그러한 화영이 장천으로 인하여 멀어지게 되고, 지금에 와서는 쌍도문의 적이 되고 말자 장민을 비롯하여 많은 후지기수들이 실망한 것은 당연한 일이였고, 장민의 경우에는 문파를 배신한 화영에게 배신감과 함께 분노마저 느끼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문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를 죽이기 위해 밖으로 나가려 했던 것이니, 그런 장민의 의지를 꺽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였다.

“휴...”

“이렇게 된다면 일단 그들을 보내는 것이 어떻습니까?”

“보낸다고?”

“예. 솔직히 이곳에 남아 있는 우리들과 무인들이라면 충분하리라 생각합니다. 또 비도문의 위치를 알고 있는 자는 본문의 인물들 외에는 없지 않습니까?”

“그것은 알고 있다만...”

“물론 화영형님께서 알고 있다고는 하지만, 문주가 없는 지금 그 분이 설마 본문을 멸하려 하겠습니까? 누가 뭐래도 그분 역시 비도문의 문도가 아니였습니까?”

문강의 말도 틀리지 않았고, 그 역시 화영에게는 아직 약간의 믿음이 남아 있었던지라 문가의 생각을 따르자 생각했다.

또 어설프게 민을 보냈다가 그 아이가 다치기라도 한다면 자신 역시 마음이 편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일단은 문강과 몇명의 문도를 보내 그녀를 호위케 하기로 한 것이다.

“알았다. 넌 지금 가서 열명 정도의 본문의 무사들과 함께 민아에게 가도록 하거라. 장돌뱅이 같은 하능 녀석 보다는 네 녀석이 그 아이를 보필하는 것이 더 좋겠구나.”

“알겠습니다.”

“그리고 능을 비롯하여 경과 령은 문파에 남아 있으라 명하거라. 아직 본문의 무공에 능숙하지 않은 그 아이들이 나갔다가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알겠습니다.”

그녀와 문강 등 일단의 일족들이 밖으로 나선 후 문규는 아직 어린 사촌동생들의 무공수련을 도우며 시간을 때우며 문을 지키고 있을 도리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평온한 시간은 오래 가지 않았으니 장민들이 떠난 지 이주일 정도가 지난 후 서서히 그의 곁으로 어둠의 그림자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그날 역시 문규는 어린 아이들의 무공 수련을 도와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수련장으로 한 명의 문도가 황급히 뛰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무슨 일이냐?”

“헉헉...크..큰일 났습니다!”

“큰일?”

“일단의 무리들이 본문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본문을?”

“예. 족히 수백은 되는 듯 합니다.”

“이런!”

그의 말에 문규는 급히 수련장을 빠져나와 문파의 정문으로 향하니 그의 말대로 수백의 무사들이 비도문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지라 미간을 찌프릴 수 밖에 없었다.

------------------------------------------------------------------------------------------------------------------------------------------

오늘은 싸움이 없군요. ㅠㅠ 억울하당..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