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9 장 혈비도 무랑 (6)
이십팔명의 무인들은 크게 원을 그리며 흩어지니 가운데에 서 있는 장천과의 거리는 십장을 넘어서고 있었다.
“이십팔숙들은 사천난무를 준비하라!”
제갈명이 크게 소리치자 무사들은 각기 네방향에서 뭉치는가 싶더니 잠시 후 사방으로 흩어지니, 그들의 움직임을 재빠르기 그지 없었다.
이들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던 장천은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들었으니 사방의 어느 움직임도 같은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보통 각기 다른 방향에서의 집단 공격이라 한다면 그 반대방향의 무인들의 움직임은 같기 마련인데, 사천난무의 움직임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과연. 제갈명이 없으면 이 사천난무라는 진이 어려운 이유를 알 것 같군.’
최대한 빠른 경신술을 사용하여 움직이고 있는지라 동료끼리 부닥친다하여도 이상할 것이 없었음에도 어느 한 사람 다른 이들과 옷깃을 스치지도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이들 중 한사람의 움직임을 흐트려뜨리면 진이 무너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장천은 오른 손에 내력을 주입하고는 이들을 향해 가볍게 내뻗었다.
그가 손을 내뻗자 강렬한 기운의 격공장이 이들을 향해 뻗어 나갔으니 사천난무의 진을 형성하고 있는 무사들은 격공장의 기운을 알아채고 급히 몸을 피했다.
하나 자신이 움직일 방향에서 움직였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들과의 충돌은 없었으니 크게 탄성을 내지르고 말았다.
물론 지금까지는 단지 주위를 맴돌고 있을 뿐 별다른 공격이 없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의 움직임이라면 만약 공격이 시작된다면 상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은 분명했다.
“사천난무 용호쟁투(龍虎爭鬪)!”
그 때 제갈명이 내력을 돋구어 소리치자 열네명의 무사들이 주위를 맴돌던 것을 멈추고는 일제히 장천을 향해 몸을 날렸다.
“난화십팔장!!”
적들이 밀려오자 적당히 견제를 해볼 생각으로 장천은 난화십팔장을 펼치니 수백개의 장영이 일제히 사방으로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화산파의 장법으로 알려져 있는 난화십팔장을 극성으로 펼치고 있는 장천이였으니 화산파의 고수라 할지라도 그와 같지는 못할 것이다.
사천난무진을 펼치며 쇄도해 들어오던 무사들은 장천의 손에서 수백개에 이르는 장영이 펼쳐지자 공격해 들어오던 것을 멈추고는 일시에 물러서니, 사방으로 펼쳐지는 장영 중에서 어느 하나 허수루이 볼 수 있는게 없었기 때문이다.
일순간에 모여 들었던 이들은 삽시간에 사방으로 흩어져 장영의 범위에서 벗어났지만, 이들 중 어느 하나 다음 순간 발걸음을 늦추는 자가 없었으니 상당한 훈련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장영이 사라지자 제갈명이 다시 한번 용호쟁투를 소리치니, 이들은 장천을 향해 쇄도해 들어갔고, 어느정도 견제를 통해 이들의 움직임이 한순간의 도발로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장천은 그들의 공격을 견식해 볼 모양으로 가까이오기를 기다렸다.
“동방좌 생령무(生靈舞)!!”
“서방좌 조격무(爪擊武)!!”
제갈명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자 열네명의 무사들은 마치 춤을 추는 듯한 모습으로 장천을 향해 공격해 들어오니, 그 공격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였다.
한번에 들어 올 때 그것이 한명일 때도 있었고, 복수의 무사들이 한꺼번에 몰려들 때도 있었기에 질서를 찾을 수 없었지만, 이들은 공격은 마치 틀에 짜여 놓은 것처럼 서로간에 방해가 되지 않는 자리에서 장천을 향해 병기를 내뻗으니 이들의 공격을 막는 장천으로선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소림의 백팔나한진이나 무당의 진무칠성진이라 할지라도 그것에는 하나의 규칙이 존재하는데 반해 사천난무진에는 어떠한 법칙도 존재하지 않는 듯 했다.
[채재재쟁!! 챙! 채쟁!!]
두개의 비도를 들고 있는 장천은 이들이 불규칙한 공격을 어렵지 않게 막고는 있었지만, 사방에서 몰려오는데다가 규칙성조차 없는 공격에 정신이 없을 지경이였다.
이러한 이십팔수들의 공격은 마치 검을 익힌 자가 초식을 잊고 마음 가는 곳에 검이 있는 심즉검의 경지로 볼 수 있었으니 장천은 무진으로 이러한 경지를 행하는 것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였다.
언제 왔는지 모르게 작은 틈이라도 하나 있다면 그것을 놓치지 않고 적의 검은 찔러오니 그로선 잠시의 쉴틈도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그것은 아직 장천 자신이 가진 무공에 오성정도 밖에 사용하지 않은 이유도 있었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상당히 놀라운 것이였다.
장천이 가지고 있는 무공의 오성이라면 구파일방의 수장과 싸운다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경지였기 때문이다.
비도문의 문주에게만 전승되는 팔연환비도술 강호에서는 그저 빠름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여타의 비도와는 달리 그 변화를 예측할 수없는 혈비도 무랑의 비도술에서 이기어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이것은 비도술 자체에 있는 교묘한 진기의 조절과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하여 비도를 날리는 기인한 것이였지만, 사실 이 무공 자체가 이기어검을 위한 무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팔연환비도술을 극성으로 익혀 마지막의 오의인 여의비도에 도달하게 된 것은 이미 이기어검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기 때문이다.
장천의 손에 들려 있는 두개의 비도, 그것은 강호십대신병의 수좌를 차지하고 있는 탈혼섬광구비도의 두자루였으니 이들의 공격을 보며 두 손에 들려 있는 비도를 양쪽으로 던졌다.
이미 장천은 이기어검의 경지를 넘어서 전설상의 무형검의 경지에 이르러 기로서 비도를 만들어 그것으로 적을 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지만, 내력의 손실이 심해 탈혼섬광구비도를 사용한 것이다.
그의 손에서 벗어난 두자루의 비도는 장천을 몸을 감싸듯이 주위를 맴돌기 시작하니, 그것을 본 열네명의 무사들은 황급히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합!”
이들이 물러나자 장천은 두개의 비도를 움직여서는 물러서는 자들을 향해 던지니 한순간 두 자루의 비도는 실체가 흐릿해지니, 두자루에서 네자루로 네자루에서 여덟자루로 계속 그 배로 늘어나더니 어느사이엔가 수십자루가 되어 사방으로 퍼져서는 이들을 공격해 나갔다.
“팔연환비도술 여의비도 환(幻)!!”
장천이 펼친 것은 팔연환비도술을 극의 여의비도를 변형시킨 초식이였으니 본디 여의비도가 여덟자루의 검이 일시에 이기어검의 수법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것이라면 장천은 두자루의 비도에 환검의 수법을 섞어 적을 공격한 것이다.
손을 벗어난 비도에 환의 묘의를 섞기 위해서는 이기어검의 극에 경지에 이르러서도 어려운 일이였으니 장천 역시 아직까지 환의 초식은 세자루가 한계일 정도로 어려운 수법이였다.
두개의 비도가 수식간에 수십개로 변화하여 밀려 들어오자 진을 이루어 몸을 피했던 무사들도 크게 당황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 때 제갈명이 앞으로 나와서는 큰 소리로 소리쳤다.
“북방좌 현무배갑(玄武背甲)!!”
그의 외침과 함께 일곱명의 무사들이 날아오는 수십개의 비도를 향해 앞으로 나서니 비도를 향하여 일시에 병장기를 휘두르자 그들의 앞으로 거대한 기막이 형성되었다.
[캉!! 끄윽!!]
[챙!! 끄억!!]
이들이 펼치는 기막으로 인하여 여의비도의 환영들은 충돌하여 깨어져 버릴 수밖에 없었으니 환이 아닌 비도 즉 장천이 던진 두개의 탈혼섬광구비도만은 기막으로도 어찔 할 수 없는 것이니, 그것을 막아서던 두명의 무사는 상당한 충격을 받으며 뒤로 오장 이상이나 튕겨져 날아갈 수밖에 없었다.
내력이 섞인 신병은 같은 신병이 아니고서는 막아낼 수 있는 병기는 전무하다고 할 수 있었으니 낭아봉을 들고 있던 자는 그 윗부분이 잘려져 나갔고, 호수구를 지니고 있던 자는 부러져 버리니 현철로 만든 병기라 다행이지 만약 보통의 쇠로 만들어졌다면 병기와 함께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두 사람을 뒤로 튕겨버린 비도는 다시 장천을 손으로 돌아오니, 제갈명은 그것을 보며 급히 쓰러져 있는 두 사람을 부축하게 하고는 북방좌의 무사들을 물러서게 한 후 다시 동방좌와 서방좌의 무사들로 하여금 그를 공격하게 했다.
“하하하하!”
장천은 황급히 뒤로 물러서는 이들을 보며 크게 대소를 터뜨리니, 그것은 자신감에서 였다.
만일 그가 날린 비도에 장천이 약간의 내공을 주입했다면 병기와 함께 비도가 몸에 적중하는 것을 면치 못할 것이였으니, 그가 일부러 힘을 약하게 하여 들고 있던 병기만을 부술 목적으로 한 것에 간신히 목숨을 구재했다 할 수 있었다.
“큭!!”
장천을 웃음을 보며 제갈명은 이를 갈 수 밖에 없었으니 두개의 성좌의 연환공격으로는 장천에게 어떠한 해도 줄 수 없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나 두개의 성좌만으로 장천을 공격한 것으로 그를 쓰러뜨릴 수 있다 생각했던 것도 아니였으니 마음을 굳게 다짐한 제갈명은 드디어 사천난무 최후의 무진을 펼치기로 생각했다.
“사천난무 최종진을 준비하라!”
제갈명이 소리치자 장천을 공격하던 두개의 진은 다시 뒤로 물러서니, 이번에는 제갈명 역시 공격에 가담하기 위하여 냉혈검을 뽑아 들고는 다른 이들의 사이로 몸을 날렸다.
“각오하시는 것이 좋을 것이요!”
“글쎄 마음에 든다면.”
제갈명이 소리치자 장천은 조소를 흘리며 그의 말에 답하니, 그는 미간을 찌프리는가 싶더니 다른 이들에게 손짓을 했고, 이들의 움직임을 더욱 빨라지기 시작했다.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눈이 그들의 신법을 따라가지 못하여 하나의 선을 그린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으니 그 때 제갈명의 외침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천난무(四天亂舞) 최종진(最終陣) 극세파성멸천진(極世破星滅天陳)!!”
드디어 사천난무의 최종형태인 극세파성멸천진이 펼쳐지니 스물여덟명의 손에 들려 있는 병장기에서는 푸르스름한 기운이 펼쳐지는가 싶더니 잠시 후 스무개의 강기가 사방에서 장천을 향해 몰아쳐 오기 시작했다.
명문가에서 선출된 이들은 이 싸움을 위해 수많은 영약은 물론 존장들에게 벌모세수까지 받았지만 아직 강기를 사용하기에는 무리였기에 크게 지칠 것은 당연한 일이였으니 장천은 이들이 배수의 진을 펼치는 각오로 최종진을 펼침을 알 수 있었다.
이십여개의 강기는 사천난무의 특성대로 그 순서도 간격도 일정하지 않은 채 밀려 들어오니 장천은 두개의 비도에 내력을 돋구어서는 이들의 강기를 처내기 시작했다.
[쿠구궁!!]
비도에 의해 튕겨져 나간 비도는 그 여파가 사라지지 않고 흩어지니 사방에서는 강기로 인하여 귀청을 찢을 등한 굉음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장천은 이들이 펼치는 강기의 위력에 미간을 찌프리며 자신의 내력을 칠성 가까이 끌어 올려 간신히 손목에 충격이 오는 것을 면할 수는 있었지만, 사천난무 최종진의 공격은 이것이 끝이 아니였다.
“천마패 최종오의 천마패천공(天魔覇天功)!!”
“파사신검 최종오의 만불구세(萬佛救世)!!”
“진천벽력궁 최종오의 파천벽력시(破天霹靂矢)!”
“흑마겸 최종오의 흑마도래(黑馬渡來)!!”
“냉혈검 최종오의 냉혈만세빙(冷血萬世氷)!!”
“탈명천귀공 최종오의 만마흡령(萬魔吸靈)!”
“유성신창 최종오의 음양살의(陰陽殺意)!!”
“화룡신도 최종오의 분천멸파(焚天滅世)!!”
그 하나의 힘으로도 천하제일을 넘볼 수 있다고 할 수 있다는 십대신병 드디어 그 십대신병상의 무공인 최종오의 여덟개가 이들에 의해 펼처지니 이들의 공격은 방금전에 있었던 강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것이였다.
“큭!!”
장천 역시 설마 이들이 신병상의 무공의 최종오의를 익혔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으니 아무리 이들의 무공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신병무공의 최종오의라는 것은 쉽게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광무자에게 인정받은 무재였던 곽무진 조차 파사신검을 오랜 기간들고 있었음에도 기껏해야 삼식 정도밖에 익히지 못한 것이 신병상의 무공이였으니, 장천의 이러한 생각은 당연한 것이였다.
아무튼 이들의 손에서 한꺼번에 최종오의가 펼쳐지자 장천으로서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 그는 급히 품에 있는 탈혼섬광구비도를 모두 꺼내어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비도술을 펼쳤다.
“섬광구비도(閃光九飛刀)!!”
십대신병 그 중 지금은 전설이 되어버린 신목검객 소나가 가지고 있는 자량신화목검을 제외한다면 나머지 아홉개의 신병은 바로 비도문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
물론 탈혼섬광구비도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여덟개의 신병은 긴 시일이 지난 후에야 쌍도문의 오립산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이들이 가지고 있는 무공은 탈혼섬광구비도와 그 틀을 같이하고 있었다.
탈혼섬광구비도를 만든 사람은 바로 비도문의 삼대문주인 비도천장(飛刀天匠) 장상(張霜)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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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드디어 십대신병의 오의들이 등장하네염...베일에 가려져 있던 냉혈검과 화룡신도의 오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