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9 장 혈비도 무랑 (3)
한참을 침묵하고 있던 유웅은 길게 한 숨을 내쉬고는 장천을 보며 말했다.
“왜이리 늦게 왔는가?”
“그것이....”
“차라리 오지 않으니만 못하였네.”
방금 전과는 달리 힘이 없는 그의 목소리에 장천은 무엇인가 낌새가 좋지 않음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패도 유웅은 결코 이전에 있었던 잘못을 두 번 이상 탓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방금 전의 벌주로서 자신의 잘못은 모두 상쇄되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것이 패도 유웅의 성격이였으니 장천은 그의 신변에 좋지 않은 일이 있음을 간파할 수 있었다.
“누구입니까?”
“....손자이네..”
“죄송합니다.”
손자라는 한마디에 장천은 모든 것을 유추할 수 있었다. 설마 구궁이 그와 같은 정파의 명숙에게까지 손을 뻗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그였다.
패도 유웅은 산서성 내에서는 어찌보면 화산파의 명숙보다 지역에서는 더 명망이 있는 인물이였다.
무인으로 살아가면서 한번도 협의에 어긋난 행동을 한 적이 없었고, 지역 내의 모든 일에 자신의 자산을 아끼지 않고 쓰며 사람을 돕고 있기에 무인이 아닌 평범한 사람에게도 크게 대협으로 칭송받고 있는 인물이였다.
사파의 무인들조차 감히 패도 유웅에게 쉽게 손을 대지 못하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산서성 전체 무인들의 원한을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니, 산서성 내에서 그에게 도움을 받은 이는 그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장천 역시 패도 유웅을 찾아감에 구궁에 대한 위협은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그가 설마하니 그의 손자를 미끼로 자신을 끌어 들이려 함은 생각하지 못했다.
“약해지셨군요.”
“나도 이제 늙었나보네.”
과거의 패도 유웅이라면 자식의 협박을 받는다해도 인질로 잡을 사람을 상대로 싸울 사람이였지만, 이제 노년의 나이로 접어든 만큼 과거의 패기는 많이 사라진 듯 했다.
물론 그것은 자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었으니 장천은 그를 탓할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그에게 이러한 선택을 하게 만든 자신이 미안할 뿐이였다.
“장소를 말해 주십시요.”
“갈텐가?”
“제 한 목숨 정도는 보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려울 것이네.”
“압니다. 상대가 구궁이라면 그에 맞는 준비를 했을테니까요.”
장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그는 잠시 침묵을 지키고 있다 전음을 통해 그에게 말을 전했다.
[만박광인을 찾게, 그는 모든 것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니, 자네의 숙부인 신검진인과 청개하 함께 준비한 일로 자네를 도와줄 것일세.]
장천 역시 그가 어떠한 일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 쯤은 알고 있었기에 그의 전음에 대답하는행동 같은 것을 하지 않았다.
“봉명산으로 가게, 그곳의 낡은 장원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일세.”
[분양 천향루의 금월이란 아이를 만나십시요. 상세한 이야기를 하면 제가 속해 있는 곳에서 도움을 줄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전음으로 그에게 비도문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게 길을 열어준 장천은 그의 말에 대답을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포권을 하며 인사를 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두 사람 사이에 더 이상의 말을 존재하지 않았고, 자신이 이곳에 계속 있는 것이 그에겐 더 위험스러운 일일 수 있기 때문이다.
“봉명산인가...”
그곳으로 가기 전 일단 민예를 포함하여 두 아이를 안전한 곳으로 보내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에 오승이 말한 곳으로 향했는데, 마을에 도착하기 전 수십의 인형이 자신의 뒤로 붙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걸음걸이를 본다면 살수들이 조직이라는 살막의 은살보(隱殺步)라는 것을 알 수 있기에 자신의 길을 막았던 구궁의 청살단과 같은 부류에 속한 자임을 알 수 있었다.
몸을 은신하고 기를 감추는 것도 그들과 비교해서 전혀 뒤지지 않았으나 장천에게 있어서는 그저 주위를 귀찮게 날아다니는 파리떼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자들이였다.
“이제 그만 나오시지.”
마을까지 그들을 끌고 갈 생각이 없는 장천이 걸음을 멈추고 말하자 주위에서 움직이던 자들 중 한 사람이 그의 앞으로 와서는 포권을 하며 말했다.
“문주님께서 보내셨습니다.”
“장소는 알고 있다.”
“그곳까지 안전하게 보필하라는 명을 받았는지라 양해해 주십시요.”
“날 너무 우습게 보는 것 같군.”
그의 말에 장천은 천천히 고개를 돌리니,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어려 있었다. 지금의 상황은 그에게는 기분이 안 좋은 일임이도 그가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장천의 앞에서 말한 자 역시 그의 웃음에 안좋은 기분이 드는 것은 마찬가지였는데, 장천이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자, 갑자기 사방에서 무수히 많은 파공음의 소리와 함께 암기들이 소나기가 퍼붓듯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헉!”
이 상황에 놀란 그는 숨이 막힐 수밖에 없었으니 주위에서 쏟아지던 암기는 순식간에 그가 끌고 왔던 청살단의 무사들을 모조리 전멸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이들의 암기는 청살단의 무사들로 하여금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명을 달리하게 만들었으니 이미 자객의 암기 수법은 그들과는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자들이였다.
적들이 모두 암기로 죽음을 당하자 이들을 전멸시킨 자들 중 한명이 마치 유령과 같은 신형으로 장천의 앞에 서더니 무릎을 꿇고는 말했다.
“명하신대로 귀찮은 파리떼들을 모두 처리했습니다.”
“모두? 한명이 남지 않았는가?”
그의 말에 장천은 앞에 서서 공포에 젖어 있는 자를 보며 말하니, 그의 말에 앞에 있던 자는 다리에 힘이 빠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용무가 없으시다면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청살단의 유일하게 남았던 무사는 갑자기 목을 움켜지며 괴로워하더니 쓰러지니, 그의 은밀한 손속은 놀라울 뿐이였다.
장천의 손짓으로 청살단의 무리들을 모두 쓸어버린 이는 바로 비도문에서 은밀하게 조직한 그의 호위대라 할 수 있는 백귀대의 무사들이였다.
모두 백명의 고수로 구성되고 있는 천귀대는 음귀단내에서도 뛰어난 자들만 모아 선출된 자들로 비도문의 무사대 중 가장 강한 자들이 모인 곳이라 할 수 있었다.
민예 역시 이들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그녀보다 무공이 높은 오승은 물론이요 어느 누구도 이들이 있는지 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으니 그들의 무공을 증명하고 있었다.
물론 장천만은 이들이 자신의 근처에 있었음을 알고 있었으니 이들의 종적을 느낀 것은 오승이 화명과 화련에 대해서 알아보았을 때 부터였다.
구파일방이 봉문을 끝냄과 함께 현재 비도문의 모든 것을 관리하고 있는 하노가 장천의 종적을 알고 이들을 보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나타난 것과는 달리 지금의 장천은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이였으니 그의 눈에는 지금까지의 무심함이 아닌 살기마저 흐르고 있었다.
“일귀.”
“예. 주군!”
“본좌와 녀석의 싸움에 끼여들려 하는 자들이 있다. 유웅의 뒤를 밟아 그들을 처리하도록 하거라.”
“예.”
“이귀와 십귀까지는 본좌를 따르데 함부로 모습을 드러내지 말아라.”
“알겠습니다.”
“크크크...”
드디어 자신이 바라던 모든 것의 시작이라는 생각에 장천은 괴소를 터뜨리니 그의 모습에 지켜보던 일귀마저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였다.
백귀단이 다시 모습을 감추자 장천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니, 약속된 장소에 있던 민예는 장천에 무사히 돌아오자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달려와서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문주님 별일 없으셨나요?”
“다행이 어르신만을 뵈었을 뿐 아무 일도 없었다.”
“휴....”
아무 일도 없었다는 장천의 자상한 말에 민예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으니 지금의 장천은 마치 어진 아버지와 같은 모습이였다.
과연 백귀단을 만났을 때의 모습은 무엇일까? 알 수 없는 일이였다.
민예에게 화명과 화란을 재우라고 말하고 보낸 장천은 오승을 보며 유웅과 만났던 일을 이야기 해주었다.
모든 이야기를 다 들은 오승은 침음성을 흘리니 구궁의 행태가 심히 못마땅했기 때문이다.
“겁도 없이 화산파 문주와 함께 산서의 양대 산맥이라는 유대협의 손자를 인질로 삼다니 구궁이란 자도 이번 싸움에 사환을 건 모양입니다.”
“확실히 유숙부님을 건드린 것으로 그는 화산을 포함하여 산서의 무인들과 그의 연이 있는 많은 이들을 적으로 돌린 셈이지만, 나를 죽일 수 있다면 그리 밑지는 장사는 아니겠지.”
“그만큼 사형의 비중이 높으니까요.”
“자네는 자네의 의형이라는 정대협과 함께 만박광인을 찾도록 하게.”
“만박광인이요?”
갑자기 장천의 입에서 만박광인의 이름이 나오자 오승은 다시 되물어 볼 수 밖에 없었다.
“유숙부님의 말씀한 것을 들으니 만박광인과 함께 돌아가신 아버지의 의형제이셨던 무당파의 신검진인 백부님과 개방의 청개 숙부님들이 구궁의 간계를 캐내려 하셨던 것 같네, 만박광인이라면 지금쯤이면 그의 감추어진 이면을 알아내셨을테니, 자네의 하오문이 도움을 준다면 그의 야욕을 분쇄할 수 있을걸세.”
장천의 말에 오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의견을 따를 것을 약속했는데, 사실 그는 구궁보다 비도문이라는 곳이 더 두렵게 생각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기문숙에게서 무공을 배우며 비도문의 문주인 장천을 사형으로 모시게는 되었지만, 한 때 혈비도 무랑과 함께 현 무림 자체를 말살시키려 했던 비도문이였고, 그 자신 역시 그러한 돌풍에 휩싸인 적이 있는지라 그들에 대한 두려움은 어느 누구보다 크다 할 수 있었다.
물론 자신의 앞에 있는 장천에게선 어떠한 야욕의 징후도 보이지 않고 있었지만, 사람이라는 것이 그 속마음을 알 수 없는 것이니, 장천에 대한 경계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였다.
장천이 비도문의 다음 행동에 대해서 언질이라도 해준다면 그의 의심이 사라지겠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으니 과연 구궁을 무너뜨린 후 비도문이 어떠한 자세를 취할까 하는생각에 오승이 고심하는 것은 당연했다.
다음날 장천은 오승에게 민예 일행들을 부탁한 후 홀로 유웅이 말했던 봉명산으로 향했다.
어떠한 함정이 있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무공이 약한 민예와 화명들은 그에게 방해만 되기 때문이다.
봉명산은 그가 머물고 있던 금아현에서 백여리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 산이였지만, 근처의 산세가 험해 사람들의 인적이 드문 곳이기도 했다.
미시 정도쯤에 이르러야 장천은 봉명산에 도착 할 수 있었으니 근처의 작은 촌락을 발견하고는 장원의 위치를 물어 보기 그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촌락에서 단 한 사람의 촌민도 발견 할 수 없었으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이 살고 있었던 흔적이 있는지라 장천은 구궁이 이곳 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촌락 안으로 계속 걸음을 옮기자 잠시 후 마을의 우물터 앞에서 한 남자가 은색의 창을 꼬아 쥐고는 우물가에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서 오십시요.”
장천이 다가오자 그는 천천히 다가와서는 말하니, 손질하지 않은 긴 장발을 날리고 있는 장정의 모습은 마치 한 마리의 흑마(黑馬)를 보는 듯 했다.
장천에게 다가서는 그의 걸음걸이는 경쾌하기 그지없었기에 명문가의 자손임을 알아 볼 수 있었다.
“예주 임가장의 임무헌이라 합니다.”
“장천이라 하오.”
예주 임가, 강호에는 큰 명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명문 무가임은 틀림 없었으니 한자루의 창을 다루며 무림 보다는 관부에 연이 많은 가문이였다.
명문의 자식이랄까 그의 얼굴에는 천하제일고수라 할 수 있는 사람을 앞에 섬에도 한 치의 두려운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으니 장천은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창을 보며 그 자신감을 이해 할 수 있었다.
임무헌의 손에 들려 있는 은색의 창은 바로 십대신병의 하나인 유성신창이였기 때문이다.
열개의 무기 중 하나만 가지고 있었도 천하제일을 다툴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 십대신병은 고금의 다른 뛰어난 병기와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은 각 신병 마다 그 특유의 무공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유성신창의 전 주인이였던 진형 역시 이러한 무공을 익히고 있었지만, 장천은 그의 무공이 완전하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으니 유성신창 상에 존재하는 무공인 음양양의공(陰陽兩意功)을 극성으로 익힌다면 장천과 겨루어도 백초 안에는 승패를 논할 수 없을 정도의 무공이였다.
그러한 유성신창이 창의 명문이라 할 수 있는 예주 임가의 자손인 임무헌에게 넘어갔으니 명실공히 천하제일고수라고 할 수 있는 자를 앞에 두고도 당당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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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일은 무사히 마무리 됬음더..휴...
진 손가락 삐꾸 되는 줄 알았슴더...고등학교 때 농구하다 새끼 손가락이 탈골된거 제 손으로 맞추었는데...그거이 이상하게 변해서리...자그만치 9년전의 일인지라..^^;
다행히 문제 없다네욤...휴...그러나..이것이 끝이 아님더..
다른 일이 있다는..ㅠㅠ 그건 어찌 될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