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316화 (355/355)

제 59 장 혈비도 무랑 (1)

구파일방을 비롯한 무림의 명문의 무가들이 모두 봉문을 깨고 무림에 나선다는 소문이 강호에 퍼지자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것은 비도문이였다.

이미 강남의 패권을 장악하고 있었던 비도문은 5년간의 평화가 이제 끝났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으니 비도문의 중심세력이라 할 수 있는 음귀단을 모두 열개로 나뉘어 강남의 요지에 배치함으로서 이후의 강북의 움직임을 대비하였다.

지난 5년간 비도문 역시 가만히 앉아 있지만은 않았으니 강남의 중소문파들에게 소장하고 있는 구파일방이나 명문정파들의 무서 사본을 그들에게 보냄으로서 구파일방의 힘에 대항 할 수 있는 세력을 키워나가니 이제 자파의 절기로 강호를 휩쓸고 다니던 구파일방의 무공은 무림 전체에 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물론 각 명문문파들이 자랑하고 있는 비전절기들만은 비도문 역시 감추고 있었으니 그것은 새롭게 키우고 있는 전귀단이라는 무리들이 봉문을 깨고 나올 무림 명문의 무사들을 대항하기 위하여 익히게 하였다.

음귀단이 강북의 무리들에 대항하기 위해 강남의 요지로 떠나자 비도문은 이제 한적하기 까지 하였다.

비도문의 문주의 전각의 서쪽에는 비도문의 비림이라고 까지 불리고 있는 대나무 밭이 있었으니 그 죽림 깊숙히 들어가면 하나의 작은 오두막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 작은 오두막에는 두 명의 노소가 거처하고 있었으니 한달에 한번 정기적으로 음식과 물품을 전해주는 것 외에는 이곳으로 드나드는 이들은 거의 전무하다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작은 오두막의 안에는 열세 살 정도의 어린 아이가 침상에 누워 있는 노인 한사람을 간병하고 있었다.

아이는 정성스레 달인 탕약을 조심스럽게 들어서는 탁자에 내려놓은 후 얼굴색이 극히 좋지 않은 노인의 앞에 가서는 공손히 말했다.

“어르신 약드실 시간입니다.”

아이의 말에 노인은 천천히 눈을 뜨고는 힘들게 몸을 일으키니 소년은 급히 노인을 부축해서는 침상의 끄트머리에 등을 기대로 앉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노인이 자리에 앉자 아이는 조심스럽게 탕약이 담긴 그릇을 건네주니, 그는 힘겹게 그릇을 들어 마시고는 길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구파일방의 본문이 풀리는 날이 아니더냐?”

“그렇습니다. 이미 본문의 음귀단의 무사들은 문파를 떠난 지가 열흘이나 되었습니다.”

“문주는?”

“문주이신 무랑어르신께서는 벌써 반년 전에 문파를 나선 상태이십니다.”

“무랑?”

노인은 아이가 문주를 무랑이라 부르는 말에 괴이쩍은 것을 본 것 마냥 아이를 처다 보았다.

“예? 제가 말을 잘못 했나요?”

“무랑이라니...너희 대의 아이들은 그렇게 생각 할 수도 있겠구나..”

노인의 말에 아이는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였다. 물론 노인의 하는 이야기가 무슨 뜻인지는 느끼고 있었다.

분명 문파의 어르신들은 현 문주를 호칭할 때 장문주나, 문주님이라고 할 뿐이지 혈비도 무랑이라는 명호를 대지는 않기 때문이다.

문주를 부를 때 혈비도 무랑이라 말하는 이들은 모두 비도문에서 자라난 아이들 뿐이였으니, 아이도 그저 자신의 문주가 전대의 이름을 그대로 이어 받아 당대의 혈비도 무랑이 되었다고 생각할 뿐이였다.

또 무림에서는 하나의 명호를 대대로 이어 받는 자들이 없지는 않았기에 그런 이름은 신빙성이 있었고, 현 강호에서 혈비도란 이름이 알려진 것은 족히 수백년이 넘었는지라 이것이 문주에게 계승되는 이름이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아이의 앞에 있는 노인을 비롯하여 비도문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노무사들은 혈비도란 명호는 모르지만 무랑이라는 이름이 계승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 앞에 앉아 있는 노인은 그 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으니 그가 바로 장천이 문주에 오르기 전에 비도문의 문주의 직으로 강호에 혈비도 무랑이라 알려져 있던 장춘일이였기 때문이다.

멸천문의 본단에서의 싸움에서 큰 부상을 입은 장춘일은 죽었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큰 상처를 입었다.

장춘일이 부상으로 죽음의 위기에 까지 몰리자 하노는 급히 장천에게 비도문의 진기도인의 수법으로 그의 몸 안에 잠재되어 있는 과도한 내력을 흡성대법으로 흡수 한 후 비도문의 비전의 영약과 의술로 치료를 했다면 무공은 모르나 평범한 사람처럼 생활 할 수 있게 호전될 수 있었다.

하나 그 싸움의 직후 장천은 정신적인 충격으로 자폐의 증상에 빠져 버리니, 하노는 급히 음귀단에서 사람들을 뽑아 흡성대법을 속성으로 익히게 한 후 그의 몸에 퍼져 있는 이종의 진기를 흡수 한 후 치료하게 했으나, 애석하게도 완벽하지 못한 탓에 백여명의 음귀단의 무사들을 죽음을 당하고 장춘일은 목숨은 부지했으나 이렇게 병이 깊은 병자의 꼴이 되고 만 것이다.

지난 오년 장춘일은 이곳 죽림의 오두막에서 어린 시동의 시중을 받으며 근근히 목숨을 이어가고 있었으나 이런 생활도 이제 거의 끝에 다다르고 있었으니 이제 자신이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그는 느끼고 있었다.

아이에게 힘겹게 탕약을 비운 그릇을 건네 준 장춘일은 잠시 상념에 잡혔다.

혈비도 무랑, 원래 그 이름은 자신의 아버지의 것이였기 때문이다.

비도문 이십칠대문주 청풍비도 무랑, 하지만 사실 아버지라 하나 그 이름의 주인공은 장춘일의 친아버지는 아니였다.

실제의 장춘일의 친부는 호북성의 평범한 선비였던 양문이라는 사람이였다.

나이 서른이 되어도 소과에 조차 급재하지 못하여 가문에서 맺어준 어머니를 고생시키다가 친가마저 몰락하자 외가에서 몸을 의탁하러 가던 중 녹림의 도적떼들에게 그만 비명횡사를 한 사람이였다.

그의 어머니는 이민(李珉)은 어린 자신을 데리고 필사적으로 도주를 했으나, 연약한 몸으로 도적들에게서 벗어나지 못하여 몸을 더럽힐 뻔 했을 때 구해준 사람이 바로 당대의 비도문의 문주이자 그의 양부인 청풍비도 무랑이였다.

청풍비도 무랑은 당시에 천하제일고수로 이름을 날리던 마인 혈마 안동을 단신으로 쓰러 뜨린 후 부상을 입고 비도문으로 돌아가던 중 장춘일의 어머니를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혈마 안동과의 싸움에서 큰 부상을 입기는 했지만, 비도문의 문주인 그에게 녹림의 도적들은 상대가 되질 못했고, 간신히 그의 어머니는 도적떼들에게 몸이 더렵혀지는 것은 면할 수 있었지만, 청풍비도 무랑은 그만 상처가 도져 쓰러지고 말았다.

이민은 자신과 아들을 구해준 청풍비도 무랑이 쓰러지자 은인의 몸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그를 간호했고, 일주일이 지난 후에야 간신히 눈을 뜬 청풍비도 무랑은 이민에게 반하게 된 것이다.

당시 청풍비도 무랑은 환갑을 넘은 상태였지만, 비도문의 무공의 도움으로 중년 정도의 나이 밖에 되지 않았으니 이민은 아들과 함께 살아가기도 막막하였지만, 그 후로 오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신과 아들을 돌보아 준 무랑에게 감동하여 그의 부인이 된 것이다.

환갑이 넘은 나이인지라 무랑은 후사를 보기 어렵다 생각하고 자신의 아들은 아니지만, 장춘일을 자신의 후계자로 생각하고 무공을 전수하였다.

하지만 그것이 후에 돌이킬 수 없는 일을 만들었으니 놀랍게도 청풍비도 무랑은 환갑이 넘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그 후로 두 명의 아이를 볼 수 있었던 것이다.

비도문의 문주의 피를 이어 받은 이들은 대대로 천무성골을 타고났으니 두 아이는 모두 천무성골을 타고나 다음 대 비도문의 문주의 직을 이어감에 손색이 없었다.

그러나 낙천서생의 자식으로 태어난 장춘일은 머리는 뛰어나지만 두 동생과 같이 뛰어난 무골의 소유자는 아니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민을 사랑했던 청풍비도 무랑은 자질은 두 아이에 비해서 뒤떨어지지만 장춘일을 자신의 진정한 후계자로 생각했으니 장춘일의 동생들이 춘이, 춘삼과 같은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은 이민의 전남편이자 춘일의 친부인 낙천서생이 지어 준 이름을 바꿀 수 없어 두 아이의 이름을 그렇게 지은 것이다.

장춘일은 커가면서 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왔고, 두 동생들도 자신의 형이 다음 대 비도문의 문주가 되는 것을 의심치 않았으나 당사자인 장춘일은 그렇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두 동생은 아버지와 같이 천무성골을 이어 받아 무공이 일취월장하고 있는 반면 자신은 평범한 사람에 지나지 않았는지라 양부인 청풍비도 무랑에게 직접 무공을 사사 받았음에도 나이 열일곱에 되는 해에 아직 열 살 정도에 지나지 않은 장춘이에 비하여 무공이 크게 뒤떨졌기 때문이다.

처음에 자신의 양자라는 것을 알지 못한 장춘일은 자신의 멍청함을 탓하였으나 어느날 충격적인 사실을 듣고 만 것이다.

자신의 크게 낙담하고 있음에 어미니인 이민과 무랑이 이야기를 나누던 것을 그가 우연히 듣고 만 것이니, 자신의 아버지의 친자식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장춘일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받고 만 것이다.

무공이 늘지 않음을 자신의 우둔함으로 생각했던 장춘일은 그것이 아버지의 친자식이 아니여서 임을 알게 된 그는 그 동안 비도문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보던 경멸스러운 눈동자의 이유를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차라리 알지 못했음이 나았을 사실을 알고 만 장춘일은 그날 밤 한통의 편지만을 자신의 방에 두고 비도문을 빠져 나왔으니, 비도문을 벗어난 그는 자신의 동생인 장춘이가 다음대 문주의 자를 차지할 것임을 의심치 않고 그곳을 떠나게 된 것이다.

비도문을 빠져 나온 지 십오년이 지났을 때 장춘일은 평범한 사냥꾼이 되어 성혼하여 살아갔으나 우연히 마을로 나갔을 때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바로 무림에 공적이라 일컬어지며 자신의 아버지가 혈비도 무랑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던 것이다.

비도문의 문규에는 문주는 무림을 어지럽히는 악도들의 무리들을 죽이는 협사의 일을 하여 세상에 이름을 알려서는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장춘일로서는 이상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장춘일은 무림에 퍼져 있는 비도문의 무인들 중 자신이 익히 알고 있었던 사람을 찾아가 그 연유를 들을 수 있었으니, 그 소식을 들은 그는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가 비도문을 떠난지 십오년, 그 동안 그의 어머니인 이민은 자신이 모든 사실을 알고 떠났음을 알고는 병을 앓고 삼년만에 세상을 달리 하였고, 그의 양부인 청풍비도 무랑은 삼년전에 명을 달리하였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죽자 다음 대 문주의 직은 자연이 그가 없었기에 동생인 장춘이가 차지하는 것은 당연하였으나 놀랍게도 장춘이는 그가 사라진 지 십오년이 지났음에도 문주의 직을 차지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장춘이는 다음 대 문주에 자신의 적을 올리지 않고 문주의 대리를 맡고 있다는 것이다.

장춘이가 세상에 비도문 문주였던 아버지의 이름을 드러내며 살행을 한 것은 바로 자신이 그 소식을 듣기를 바랬던 것이니, 장춘일은 그제서야 그의 내심을 알 수 있었다.

장춘이는 문주의 자리에 앉을 수 없으니 아버지의 이름을 이을 사람은 자신의 형인 장춘일 뿐이니, 비도문으로 돌아와 문주의 자리에 오르라는 뜻이였던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던 장춘일은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었으니 그저 자신이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일이 크나큰 불행을 몰고 왔으니 이름을 드러내고 강호에 모습을 드러내었던 장춘이는 정사마 연합의 추적대에 의하여 그만 목숨을 잃고 만 것이다.

자신의 동생이 정사마 연합의 추적대에 위기에 처했다는 것을 안 장춘일은 급히 동생을 구하기 위해 그곳으로 향했으나 이미 장춘이는 죽음을 당하여 시체조차 찾을 수가 없었으니 자신의 실수로 동생을 죽였다는 것에 슬픔을 가눌 수가 없었다.

문주인 동생이 죽었기에 장춘일은 비도문에 남아 있는 그의 식솔들과 다른 이들이 걱정될 수밖에 없었으니 셋째인 장춘삼이 문주의 좌에 오를 수 있었지만, 만약 장춘이에게 자식이 있다면 그것으로 인하여 문주의 자리를 두고 다툼이 일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비도문으로 다시 돌아온 장춘일은 그 곳의 상황을 보고 크게 안도할 수 있었으니 다행히 장춘이의 아들은 장천은 그 뛰어난 오성과 무골로 비도문의 장로들에게 크게 인정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동생인 장춘삼 역시 형의 자식이였던 장천이 문주의 좌에 오르는 것에 전혀 반대가 없었으나 문제는 바로 장천이였다.

아버지가 자신과 무림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는 것을 안 그는 무림에 대한 철저한 복수를 다짐하고 만 것이다.

장춘일은 자신의 백부라고 할 수 있었기에 그에 대한 복수심 같은 것은 드러내지 않았지만, 내심으로 장천은 장춘일을 상당히 미워하고 있었으니 그가 비도문의 종가인 장가의 진짜 자식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아이는 장춘일을 이용하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그렇게 장천의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짰던 계획은 무림에 대혈사를 일으키게 되고 장춘일은 두명의 동생을 죽였던 죄과인지 이제 죽음을 앞둔 꼴이 되고 만 것이다.

영악하기까지 했던 장천은 이미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을 간과했던 장춘일과 장춘삼을 철저히 이용하여 무림의 황제로 등극하려 했던 것이다.

기존의 무림을 무너뜨리고 비도문과 자신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무림을 만들려고 했던 장천, 그런 장천의 내심을 알면서도 막내 동생마저 죽이면서도 그 계획을 완성시키려 했던 자신을 생각하자 죽음을 앞둔 장춘일은 한 숨 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미 지나간 일이라고는 하지만, 너무나 후회되고 너무나 가슴이 아플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유일한 구궁에게도 미안할 수밖에 없었다. 동생의 죽음에 자신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자책감에 친자식을 홀대했던 것이 아이를 삐뚫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이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대해주었다면 구궁이 지금의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하니, 장춘일의 노안에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르신! 왜 눈물을...”

장춘일이 눈물을 흘리자 그를 돌보던 시동은 어쩔 줄을 몰라하니, 그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는 자리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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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잘보내셨슴까? 꾸벅...새해 복 많이 받으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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