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315화 (316/355)

제 58 장 만남 (4)

장천의 말에 소천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의 정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에게 덤벼 보라고 말하니 어찌 당황하지 않겠는가?

그저 마교의 인물 중 한사람이라는 것을 예측 할 수는 있었지만, 구시독인이 뭐하는 사람이고 그가 왜 자신에게 이렇게 행동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또 마교의 무공이라고는 어머니가 거의 알려주지 않은 탓에 알고 있는 것이 전무하다고 할 수 있었으니 자신이 어느정도 행한 적이 있는 무당면장 외에는 상대를 공격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선배님이 누구이신지 모르겠으나, 미숙하지만 한 수 청하도록 하겠습니다.”

“음...”

공손하게 자신을 보며 말하는 소천을 보며 장천은 고개를 끄덕이니, 자질도 뛰어나 보이는데다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무인으로서의 선배에 대한 예우도 발랐기 때문이다.

소천이 공손히 포권을 한 후 자신을 향해 무당면장의 자세를 잡자 장천은 의외일 수밖에 없지만,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정파의 무공을 배울 수도 있었기 때문에 그리 이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선배로서 세 수를 양보할 터이니, 공격해 보아라.”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하압!”

장천의 말에 소천은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몸을 날리니, 빠른 속도로 장천의 앞으로 쇄도해 들어온 그는 그를 향해 무당면장을 시전했다.

무당면장은 무당에서도 상승의 장법에 속한 것으로 무당파의 무학의 정수가 담긴 무학이라 할 수 있었다.

팔을 크게 회전하는가 싶더니 어느사이엔가 아이의 조그만한 손에서 일렁이는 장영은 그의 복부를 향해 밀려 들어왔다.

부드러우면서도 그 이면에는 강맹함마저 섞여 있는 것이 무당면장이였으니 소천의 장영에는 강한 기운이 서려 있었으니 장천은 두 손으로 가볍게 뒷짐을 져서는 왼발을 뒤로 하며 가볍게 몸을 돌려 소천의 공격을 피했다.

“합!”

장천이 자신의 장을 옆으로 몸을 돌려 피하자 소천은 자신 역시 몸을 옆으로 돌림과 동시에 왼손으로 그를 향해 일장을 날렸으나,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발이 엇갈리고 말았으니 제대로 된 보법을 연성하지 못한 탓에 장천의 움직임에 빠르게 반응하기에는 역부족이였던 것이다.

“쯧쯧...”

그 모습을 본 장천은 혀를 차고 말았으니 무당면장 자체에는 상당한 위력을 보이니, 보법이 받쳐주지 못하자 그 위력의 태반이 흩어지고 장공의 방향 또한 일률적이였기 때문이다.

또 장법에는 어딘가 모르게 흐트러짐이 보이니, 완전하지 못한 무공을 익힌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장(掌)은 무당의 흐름을 따르나, 보(步)는 흐름을 따르지 못하니, 상체와 하체의 균형이 맞지 않아 무당면장의 무리를 반도 따르지 못하고 있구나.”

장천이 자신의 무공에 대해서 문제점을 지적해주고 있다는 것을 안 소천은 그의 말을 이해 할 수 있었지만, 구궁이 가르쳐 준 무공 중에 제대로 된 것이 거의 없는지라 한 숨 밖에 나오지 않았다.

구궁이 자신에게 건네 준 무당면장의 경우에는 교모하게 보법의 방향을 흐트려 놓거나, 몇가지 발놀림을 감추고 있었기에 제대로 된 무공을 펼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그 자신이 알고 있는 무공으로 이러한 결점을 보완하고는 있었으나 아직 무학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기에 완전한 무공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였다.

구궁이 그에게 많은 무공서를 주기는 했지만, 소천이 계속 무당면장만을 시전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결점을 보완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천하제일고수인 장천의 눈에는 확연히 눈에 띄는 것이니, 그가 충고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나, 소천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이것을 처리해야 할지 막막할 뿐이였다.

흐트러진 보법을 바로 잡은 소천은 다시 장천을 향해 공격을 들어갔으나, 또 다시 빠른 위치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발이 엉켜 버리니, 답답함은 더욱 가중 될 뿐이였다. 이렇게 실수만을 연발하며 삼초식이 끝나자 장천은 뒷짐을 지고 있던 손을 풀어서는 자신을 향해 또다시 몸을 날리는 소천을 향해 가볍게 일장을 내질었다.

장천의 일장에는 삼성도 되지 않은 공력만이 실렸을 뿐이지만, 하나의 장력에는 소천과 같이 진기가 흩어나가는 일은 없었으니 그 위력만 본다면 소천의 장력에 비해 두배나 더 강한 위력을 보이고 있었다.

“헉!”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일장을 보며 급히 뒤로 물러서는 소천을 왼발을 박차고 몸을 옆으로 틀었으나 놀랍게도 장천의 장영은 소천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 움직이니, 흐트러진 발이 멈추었을 때 장천의 손바닥은 어느사이엔가 소천의 얼굴 앞에서 멈추어져 있었다.

소천과 장천의 무공의 차이라는 것은 이미 하늘과 땅의 차이라 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었으니 눈을 가리고 있는 장천의 손바닥을 보며 상대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허망함이 드는 소천이였다.

온 힘을 다하여 세번의 초식을 시전했음에 옷깃 하나 스치지 못했는데, 상대는 마치 장난 같이 가볍게 일장을 뻗었음에도 자신은 손 하나 쓰지 못하고 당했기 때문이다.

“다시 겨루어 보겠느냐?”

“예.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다시 싸워 보겠는냐의 말에 소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세를 잡으니 장천과 같은 고수와의 대결에서는 무림 초출인 그에게는 상당히 이득이 되는 일이였기 때문이다.

또 이번에는 그에게 제대로 된 공격이라도 한번 해보야겠다는 오기도 있었으니 장천은 그러한 소천의 심정을 잘 이해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에는 본좌가 먼처 선공을 하마!”

그와 함께 장천은 소맷자락을 휘두르자 강한 바람이 일렁이니, 소천은 그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다섯발자국을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소천이 뒤로 밀려나자 장천은 가볍게 걸음을 옮기니 경쾌한 발걸음으로 아이에게 다가가서는 가볍게 일장을 내질었다.

방금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이번에 장천의 초식에는 한올의 내력도 실려 있지 않다는 것이니, 그의 장은 단순히 초식의 흐름에 따라 움직일 뿐이였다.

장천의 일장은 전혀 변화가 없이 일직선으로 소천을 향해 뻗어 나갈 뿐이였으니 그는 무당면장을 사용하여 그의 장을 옆으로 흘림과 동시에 몸을 돌려 그에게 다가가서는 내력을 돋구어 쌍장을 내질렀다.

상대의 이번 공격은 단순히 장을 내지르는 것에 지나지 않았으니 소천에게는 그 일장을 흘려 그의 품안으로 스며드는 것은 쉬운 일이였다.

소천의 쌍장이 자신의 복부를 향해 밀려오자 장천은 가볍게 휘둘러서는 그의 쌍장을 옆으로 흘린 이 후 몸을 낮추어서는 오른발을 휘둘러 소천의 다리를 공격하니, 소천은 다리의 중심축이 크게 흔들리며 그대로 땅에 쓰러져 엉덩방아를 찢고 말았다.

“끅!”

자신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낸 소천이였지만, 이대로 끝내고 싶은 마음은 없었기에 그 자세에서 몸을 크게 회전시켜서는 두 다리로 위로 몸을 날려서는 장천의 턱을 향해 마치 물구나무와 같은 자세로 공격해 들어갔다.

장법 밖에 모르던 소천에게는 무당면장에만 정신을 쏟던 것과는 다른 반응이였으니 이 임기응변의 공격에 장천의 입가에는 미소가 흘렀다.

보통 무공을 익힌 사람은 자신의 무학에 정신이 팔려 간단한 임기응변조차 행하지 못하고 그저 형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소천은 단숨에 그 과정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턱을 향해 솟구쳐 오르는 소천의 다리를 보며 장천은 다시 오른발을 돌려 가볍게 그의 옆구리를 차니, 소천의 몸은 그의 일각에 튕겨져서는 옆으로 날아갔으나, 장천의 일각에 실린 내력은 상당히 부드러운 공력이였기에 일장 정도를 튕겨져 나갔지만, 소천의 몸에는 전혀 타격이 없었다.

“재밌는 아이로구나. 화명이라 했느냐?”

“예.”

“본좌는 홍련교의 십이사도 중 한사람인 두형이라 한다. 과거 구시독인의 제자이자 같은 십이사도인 동방명언과 친분이 있으니 너와 연이 있다 할 수 있다. 네가 원한다면 본좌가 알고 있는 무공 몇 수를 전수 할터인데, 어찌하겠느냐?”

장천은 그 아이가 구시독인의 후예라 생각하며 홍련교에서의 가명이었던 두형이란 이름으로 아이에게 제안을 하니, 소천을 그와 같은 고수가 자신에게 무공을 가르쳐 주겠다는 말에 당장이라도 따르겠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화란을 혼자 버려두고 갈 수 없는지라 망설일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을 안 장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물론 너의 누이도 같이 동행할 것이다.”

“사부님께 화명이 구배지례를 올리겠습니다.”

그의 말에 소천은 그의 앞에 넙쭉 주저앉아서는 구배지례를 올리려 했는데, 그 순간 부드러운 기운이 그의 몸을 감싸자 몸은 그 이상 숙여지지 않았다.

“본좌가 연이 있어 너에게 몇 수의 무학을 전수하려 하나, 너의 사부가 되기에는 그 연이 부족한 듯 하구나.”

“....알겠습니다.”

장천이 사부의 연을 거부하자 소천은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그의 무공이 어느정도 되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한수 한수에는 그가 엄습할 수 없는 기운이 가득했기에 그에게 무공을 배운다 하여 크게 기뻐했었기 때문이다.

소천이 자신에게 무공을 배우겠다고 하자 장천은 천천히 아이에게 다가가서는 말했다.

“너의 내력은 어느정도가 되는냐?”

“사문에서 남긴 영약을 복용하고, 흡성대법으로 몇명의 내력을 흡수하여 이갑자에 약간 못미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갑자?!”

소천의 대답에 놀란 것은 뒤에서 두 사람의 모습을 보던 민예 였으니 어느정도 영약을 복용하고 상승심법을 익힌 그녀도 이제 겨우 사십년 정도의 내력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명이란 아이는 일곱살 정도의 나이에 이갑자에 가까운 내력을 소유하고 있으니 이것은 크게 놀라운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장천은 소천의 말을 들은 이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흡성대법의 위험한 점은 이종의 진기가 서로 뒤섞여 후에 진기가 혼탁해져 주화입마에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예.”

“너에게는 두가지의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첫째는 너의 몸 속에 있는 기운을 모두 버리고 다른 심법을 익혀 내공을 쌓는 방법과 둘째 내 몸에 흐르는 이종의 진기를 특수한 심법으로 하나의 정순한 내공으로 바꾸는 방법이다. 첫째는 정순한 내공을 익혀 옳바른 무학으로 들어설 수 있으나 지금 내가 이루고 있는 내력에 이르려면 족히 수십년의 시간이 필요하고 하나는 네가 가지고 있는 내력을 유지 할 수 있지만, 제대로 익히지 못하며 또 다른 이종의 진기가 생겨 주화입마 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장천의 말에 소천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솔직히 자신의 몸 속에 있는 진기를 버리고 그가 가르쳐주는 새로운 심법을 익히고 싶은 마음은 없지 않았지만, 지금 그에게는 화란을 보호하는 것과 함께 구궁의 손에 잡혀 있는 어머니를 구출하는 일도 있었기에 이갑자에 가까운 내공을 버릴 수가 없었다.

하루 빨리 무공의 고수가 되어야 했기에 주화입마에 위험은 있지만, 두번째 방법을 선택하기로 했다.

“두번째 방법을 선택하기로 하겠습니다.”

“음...내가 그것으로 정했다면 본좌는 너의 몸 속에 흐르는 이종의 진기를 하나로 합일 할 수 있는 심법을 전수 하도록 하겠다.”

이렇게 해서 소천은 자신의 아버지이지만 아버지라 알지 못하고 있는 장천에게서 상승의 무공을 익힐 수 있게 되었으니 운명의 장난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일이였다.

만약 소천이 자신의 내공을 모두 버리고 또 다른 심법을 익히겠다고 했다면 장천은 그에게 홍련교의 상승심법을 가르치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구시독인의 후예인 만큼 홍련교의 무학을 익힌다면 후에 홍련교에서의 일도 쉽게 해나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였는데, 소천은 두번째의 선택을 했으니 장천으로선 자신이 알고 있는 무학 중 기를 정순할 수 있게 하는 심법이자 쌍도문에서 기문숙 만이 알고 있었던 심법인 태극일기공을 전수하기로 했다.

태극일기공은 내공을 늘이는 것에는 효능이 그리 없었지만, 내공을 정순하게 하는데는 무림의 어떠한 심법보다 효능이 있기 때문이였다.

물론 홍련교의 교주였던 구양생의 무천무급에서 보완한 태극일기공이라면 내공을 익히는 것에도 상당히 도움이 되기는 했지만, 장천은 그것을 무급으로 남겨 아들이 익힐 수 있게 숨겨 놓았기에 소천에게는 가르쳐 주지 않고 기문숙에게 익혔던 심법만을 전수했다.

물론 기문숙에게 배웠던 태극일기공 역시 뛰어난 심법이였기에 소천이 이것을 익히기에 그리 나쁘지 않은 것이였다.

장천은 소천과 화란과 함께 금아현에 머물면서 오승에게 패도 유웅에게 연락을 보내는 한편 두 사람에게 본격적으로 무공을 전수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것은 객잔 안에서의 좁은 공간에서였지만, 단순히 심법만을 전수하고 있는 상태였기에 그리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소천에게는 쌍도문의 무학이라 할 수 있는 태극일기공을 화란에는 민예가 익히고 있는 선도공을 익히게 했는데, 민예는 내공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선도공을 익히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흡성대법으로 이종의 진기가 뒤섞여 있는 소천은 상당히 힘든 나날이 계속 되었다.

흡성대법으로 취한 이종의 진기는 이갑자에 가까이 이르는 동안 더욱 심하게 변화하고 있었기에 태극일기공으로 하나의 정순한 진기로 바꾸는 작업은 그리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주일 동안에도 소천은 심법을 운용하는 동안 무려 열다섯번이나 주화입마에 위기를 겪었으나 다행히 장천이라는 천하제일고수가 뒤에서 그의 진기도인을 도와주는 덕에 주화입마에서는 빠져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일주일의 시간이 흐르자 오승은 패도 유웅과 장천이 만날 수 있는 약속을 마칠 수 있었으니 그날은 지금까지 오년간 봉문을 해왔던 구파일방을 비롯한 무림의 명문정파들이 오랜 봉문을 깨고 드디어 무림에 발을 내딛는 날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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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격적인 난타전의 시작임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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