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8 장 만남 (1)
주인을 모시고 있는 여종의 입장으로 민예는 지금의 행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강남이 패권을 장악하고 있는 비도문 아니 실제적으로는 중원 최고의 문파라 할 수 있는 문파의 수장이 단 두명의 수하만을 대동한 채 적진이라 할 수 있는 강북을 돌아다니는 것이 마음에 들리 없었기 때문이다.
연신 장천을 보며 마음을 바꾸지 않을까 돌아보는 민예였지만, 장천의 표정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으니 한숨만 나올 뿐이였다.
그녀의 예상대로라면 강북으로 나왔다 할지라도 문주의 직속이라 할 수 있는 일백의 진풍비도대(震風飛刀隊)의 호위를 받으며 유유하게 강북의 산천을 유람하고 있어야 했는데, 안타깝게도 지금은 구궁이라는 자의 계속되는 공격을 받는 위태로운 여정을 계속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예는 그저 한 숨만 나올 뿐이였으니 문주인 장천의 생각을 이해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무공을 익힌 민예가 보기에도 장천의 무학은 천하제일이라 불려도 이상할 것이 없긴 하지만, 수천, 수만의 무리들을 상대로는 천하제일고수라 하더라도 그리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 생각하고 있었다.
또 강호란 것은 암수와 간계가 판을 치는 곳이니 무공으로도 해결하지 못할 일이 생길 것은 뻔한 일, 그럴 때 자신의 미천한 무공으로 문주를 어찌 보호해야 하나 걱정이 되기도 하니, 한걸음 한걸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무슨 걱정이 그리 많길레 계속 한숨만 쉬는 것이냐?”
“아! 아..아무것도 아닙니다.”
그 때 민예의 모습을 보며 장천이 이상하다 생각하여 물었으나 그녀는 연신 고개를 저으며 아무것도 아니라 말하고 있지만, 그로선 민예에게 무슨 걱정이 될만한 일이 있다고 생각되었다.
민예는 자신의 자폐증의 증세를 호전시켜 준 인물인지라 장천 역시 그녀를 상당히 아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자신의 여동생과 같이 생각되는 민예였던지라 그녀의 그런 모습에 조금 걱정이 되는 장천이였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걱정되는 것이 있다면 말하도록 하거라.”
“아닙니다. 문주님께서 같이 계시니 어떠한 것이 두렵겠습니까? 헤헤헤”
장천의 계속되는 말에 민예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그를 안심시키려 하니, 그는 잠시 지켜보며 그녀의 고민을 알아내는 것이 좋겠다 생각하며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또 민예도 걱정되긴 하지만, 구궁의 무엇을 노리는가도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종적을 발견한 구궁의 공격이 요 일주일간 뜸해졌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간계를 꾸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그것에 대비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들이 어떠한 공격을 한다 해도 그것을 막아낼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음...”
그가 구궁의 무리들을 생각하고 있을 때 수풀 쪽에서 수십의 무리가 은밀히 움직이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니 장천은 그들이 구궁의 무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력을 깃들여 청력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린 장천은 그들이 전문적으로 자객의 훈련을 받은 자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으니 그동안 자신들을 계속 공격해 왔던 자들과 동일한 무리들임을 알 수있었다.
“예아야.”
“네. 문주님.”
“싸울 준비를 하는 것이 좋을 듯 하구나.”
“아! 예!”
장천의 말에 민예는 적도들이 왔다는 것을 알고는 허리에 차고 있는 검에 손을 가져갔으니 오승 역시 자세를 잡아 적도들을 맞을 준비를 했다.
“이제 그만 모습을 드러내시지 그러나.”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적도의 무리 중 가장 내력이 고강한 자를 알아낸 장천은 그 쪽을 보며 조용히 말하니, 잠시 후 한 인형이 수풀에서 나와서는 그를 보며 말했다.
“천하제일고수인 장문주를 뵙게 되니 영광입니다. 쌍도문 청살단의 단주인 양오라 하오.”
수풀에서 나온 이는 청살단의 단주인 양오였으니 그의 기도는 지금껏 자신과 상대해 왔던 자들과는 크게 다른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있었다.
그가 자신의 이름을 말하자 장천은 이내 미간을 찌프리고 말았는데, 단순히 적이 나타났다는 이유 보다는 그가 말한 자신의 소속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쌍도문에 청살단이란 무리들이 있었던가?”
“본문의 구문주께서 문주에 등극하신 후 새로이 만드신 무단이오이다.”
“구문주라....”
구궁이 쌍도문을 장악한 것은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그가 조직한 무리들을 만나니 노기가 치솟아 오르는 그였다.
쌍도문은 정사마를 차별하지 않는 어찌 보면 중도의 문파라 할 수 있었지만, 싸움에 있어서 정대한 것은 어느 명문정파에 못지 않았다.
그런 쌍도문인 만큼 문도 중 숨어서 사람의 목숨을 끊는 자객과 같은 이는 삼류문파의 길을 걸었을 때에도 없었으니, 자신의 문파라 할 수 있는 쌍도문에서 청살단과 같은 자객의 무리들이 생긴 것을 보니 노기가 치솟아 오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였다.
그가 비도문의 문주의 직을 맡았다고는 하지만, 장천에게 영원한 자신의 문파는 쌍도문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서는 그를 일검에 베어 버리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그가 자신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상 무슨 암계가 있으리라는 생각에 섣불리 움직이지는 않았다.
구궁의 휘하라면 자신이 어느정도의 수준에 이르렀을지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린 장천의 손에는 어느덧 기가 유형화 되며 검의 형태를 띄고 있었으니 무림의 그 경지에 이른자를 보기 어렵다는 무형검의 경지였다.
“호오! 무형검이라!!”
양오는 무형검의 경지를 보며 크게 탄성을 내지르니 천천히 수풀로 물러서며 미소를 짓더니 품에서 무엇인가를 꺼내어 들었는데, 그것을 본 장천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벽력탄?”
“크크크크 천하제일고수라 할지라도 이것만큼은 어찌 할 수 없을 것이요.”
설마 저들이 관부에서나 사용하는 화약병기를 가지고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장천이였는데, 어느새 불씨를 꺼내어 든 양오는 벽력탄의 심지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흥!”
면전에서 벽력탄의 심지에 불을 붙이는 것을 그냥 지켜볼 장천이 아니였으니 왼손을 들어 탄지신공의 수법으로 기를 날리자 벽력탄의 심지가 잘려 땅으로 떨구어졌다.
“이런 과연 장문주이십니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내면 서로간에 섭섭하겠지요. 삐이이!!”
심지가 잘려 나가자 양오는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리고는 휘파람을 부니 그 순간 사방에서 십여개의 벽력탄이 이들을 향해 날아왔다.
한두개라면 모를까 십여개의 벽력탄의 심지를 놀려 탄지공을 날릴 수 없는 장천으로선 급히 민예 쪽으로 뛰어가니 그녀의 옷을 잡은 그는 힘을 다해 민예를 위로 집어 던졌다.
“꺄아악!!”
갑자기 장천이 자신을 공중으로 집어 던지자 민예는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으나 비명소리와 함께 일대를 진동시키는 굉음이 울려 퍼지자 비명 소리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쿠구궁!!!]
엄청난 폭발소리와 함께 뜨거운 열풍의 기운이 사방으로 몰아치니 민예는 장천이 집어던진 기세와 함께 열풍에 휘말려 들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비도문에서 많은 수련을 쌓았던 것이 경공술이였던지라 급히 몸의 신형을 안정시키고 근처에 있는 나무에 내려 설 수 있었지만, 그녀에게는 지금 자신의 상태보다 더 중한 것이 있는지라 폭발이 일어난 곳을 보며 소리쳤다.
“문주님!!”
아무리 무공이 뛰어난 문주라 할지라도 십여개의 벽력탄이 터진 곳에서 살아남는 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밖에 생각 할 수 없는 그녀였으니 자신도 모르게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폭발이 일어나고 시간이 지나자 열풍의 소용돌이는 사라지고, 앞을 볼 수 없을 만큼의 흙먼지도 가라앉자 민예는 급히 그곳을 향해 몸을 날렸는데, 이미 폭발이 일어난 곳에는 폭발에 의한 구덩이만 남아 있을 뿐 장천과 오승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흑흑흑...문주님!!”
뼈도 남지 않고 폭발에 사라졌다고 생각한 민예는 구덩이를 보며 오열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 때 숲에서 인형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흐흐흐 천하제일고수도 벽력탄의 위력에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구나..흐흐흐”
“이 놈!!”
폭발의 흔적을 보며 음침한 웃음을 지으며 말한 것은 청살단의 단주 양오였으니 자신들에게 가장 큰 적이라 할 수 있는 장천을 손쉽게 처리했다는 생각에 웃음을 참지 못한 것이다.
그의 말에 민예는 노기가 치솟아 오르니, 참지 못하고 검을 뽑아서는 그를 향해 몸을 날렸는데, 그 때 뒷덜미를 누군가에게 잡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죽어라!”
자신을 잡은 이가 적도라 생각한 민예는 검을 돌려서는 자신의 뒷덜미를 잡은 자의 목을 베어 버리려 했는데, 그는 왼손으로 가볍게 검을 받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민예야. 너무 성급하구나!”
“문주님!!”
민예는 자신의 검을 막으며 말한 자의 목소리가 문주의 것이라는 것을 알고는 눈물을 쏟으며 그에게 달려드니 장천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이 문주가 고작 벽력탄으로 죽을 줄 알았느냐?”
“문주님 미워요! 얼마나 놀랬는데요!”
“미안하구나. 오승이라면 능히 지둔술로 폭발의 여파를 피할 수 있었지만, 너의 경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아 몸을 피하게 했던 것이다.”
장천은 벽력탄이 자신들에게 날아오자 급히 지둔술로 땅 속으로 파고 들어 폭발의 여파를 피했던 것이다.
기문숙에게서 자연도의 무도를 익힌 오승이라면 자신이 지둔술로 강제로 땅으로 데리고 간다 하더라도 몸에 무리는 없을테고, 오랜시간 기식대법을 취해도 괜찮을테지만, 민예의 낮은 내력으로는 어려울 듯 하여 급히 그녀를 공중으로 집어 던진 후 오승과 함께 땅속으로 파고 들어갔던 것이다.
“크윽!!”
장천이 멀쩡한 모습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양오는 이를 갈 수 밖에 없었다. 설마 벽력탄의 공격에도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모습으로 살아 남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그였다.
“벽력탄이라는 보기 힘든 선물을 받았으니 본좌 역시 그만큼의 선물을 주도록 하지.”
장천은 민예를 조심스럽게 옆으로 밀고는 여궁을 보며 말하니, 그와 함께 그의 양손이 들려지는 싶더니 손가락이 펴지자 열개의 지력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청살단의 무사들을 향해 뻗어 나갔다.
“끄악!!”
강렬한 지력은 순식간에 십여명의 청살단의 목줄기를 꿰뚫어 버리니 양오는 크게 놀라며 부하들을 보며 소리쳤다.
“쳐라!!”
장천이라는 고수를 상대로 정면으로 얼굴을 드러낸 이상 자신은 절대 살아 날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부하들에게 그를 공격하게 하니, 그의 외침과 함께 청살단의 무사들은 검을 뽑아서는 그를 향해 몸을 날렸다.
적도들이 자신을 향해 몸을 날려오자 장천의 신형은 갑자기 흐릿해지니, 그와 함께 사방에서 무사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기 시작했다.
“이형환위?”
오승은 자신의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에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본래 있었던 곳의 잔상이 사라지기도 전에 이들을 향해 몸을 날리던 무사들은 불귀의 객으로 변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가 무림을 돌아다니며 경신법에 조예가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지만, 방금 장천이 펼친 신법에 버금가는 빠름을 보인자는 없었으니 어느 사이엔가 장천은 본래 있었던 자리로 돌아와 있었다.
“이..이럴 수가...”
순식간에 남아 있던 자신의 부하들이 모두 쓰러진 것을 보며 양오는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본래 그는 이곳에서 쉽게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는 자신의 부하들에게 그를 공격하게 한 후 도주하려 했던 것인데, 눈깜짝 할 사이에 부하들이 모두 장천의 손에 쓰러지자 도망갈 기회를 놓치고 만 것이다.
양오는 검을 들고 있었지만, 검끝은 크게 떨리고 있었으니 이곳에서 살아나가지 못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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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우우우 인터넷이 무섭당..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