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7 장 소천 (7)
하지만 소천은 당세문의 말에도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자신을 보살펴 주고 있는 사람을 위해 무공을 익혔을 뿐이였고, 사도에 무공에 다한 관념이 없는 그로서는 흡성대법이 무엇이 문제인가 하는 생각이 들 뿐이였다.
“저는 단지 무공을 익혀 두 분에게 더 이상 짐이 되지 않고 싶을 뿐입니다.”
“휴...너의 마음은 알겠으나, 흡성대법은 강호의 금지무공 중 하나란다. 이 무공을 익힌 것이 밝혀진다면 넌 전 무림의 공적으로 몰리게 될 것이다.”
“상관없습니다. 저 역시 흡성대법의 문제점은 알고 있지만, 극성으로 익히지만 않는다면 주화입마의 위험도 없고, 무인의 길로 나설 것이 아니니 문제 될 것은 없지 않습니까.”
“그것이 아니다. 타인의 내력을 흡수하는 무공을 익혀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무슨 소리이십니까? 무공을 상대를 죽이는 것 보다는 차라리 그 내력을 흡수하는 것이 더 좋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휴....”
당세문으로선 자신의 말에 승복하지 않는 소천을 보며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아이의 모습을 보아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흡성대법을 포기할 것 같지도 않았고, 일단 시전한 흡성대법은 단전을 파해하지 않는 한 사라지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기에 그녀로선 살인멸구를 생각했다.
물론 수백명이나 되는 도적들을 모두 죽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가지고 있는 암기와 독을 모두 사용한다면 불가능하지만은 않은지라 마음을 결정한 당세문은 화란을 보며 말했다.
“화란아.”
“예. 숙모님.”
“아무래도 이들과의 일전을 면할 길이 없구나. 넌 소천을 보호하며 그 아이가 다시는 흡성대법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보호하도록 하여라.”
“그럼 숙모님께서는?”
“너희들이 몸을 숨기는 동안 난 혼자 도적들을 처단하도록 하겠다.”
“알겠습니다.”
“아무리 나라 할지라도 숫자가 어느정도 될지 모르는 도적들을 모두 상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만약 세시진 후에도 내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넌 소천과 함께 빠져나가도록 하거라. 그 때 정도라면 녀석들의 숫자는 크게 줄어 들테니,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예.”
화란으로선 당세문의 결정에 자신 역시 그녀를 도와 싸우고 싶었지만, 소천이 안전하게 빠져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그 말을 뱉을 수가 없었다.
잠시 후 영탕산의 작은 동굴에 화란과 소천이 몸을 숨기자 당세문은 응골채의 도적들을 모두 없애기 위하여 몸을 날렸다.
그녀가 사라지자 소천은 화란을 보며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화란 누나 나를 도와줄레.”
“무엇을 도와달라는 건데?”
“지금부터 세시진간 청심단을 복용하고 그것을 본신의 내력으로 흡수하고 싶어.”
“소천!”
“누나! 나도 남자야 계속 두 사람에게 짐이 되고 싶지는 않단 말이야!”
소천은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으려 하는 화란을 보며 단호한 목소리로 소리치니, 화란은 그의 눈을 보며 뜻을 꺽을 수 없음을 느끼고는 한 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청심단을 한꺼번에 세 개나 복용한다면 넘쳐나는 진기를 모두 다스린다는 것은 나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해, 두개를 복용한다면 어느정도 내력이 만들어지기는 하지만, 임독양맥을 타통하기에는 부족한 힘이기 때문에 위험하긴 하지만, 세개를 모두 복용할 생각이야.”
“너무 위험해!”
“응 나도 알고 있어. 그래서 난 흡성대법을 역으로 시전해 넘쳐나는 진기를 누나에게 전해 줄 생각이야.”
“흡성대법을 역으로 시전한다고?”
화란으로선 들어 보지도 못한 이야기에 놀라 되물을 수 밖에 없었으니, 소천은 자신이 생각한 것을 그녀에게 자세히 이야기 해 주었다.
“내가 많은 무공 중에서 흡성대법을 시전한 것은 그것이 가장 빠른 시간에 내력을 모을 수 있는 수법이기도 했지만, 백부가 준 무공 때문이기도 해.”
“아버지가 준 무공?”
“응. 백부가 나에게 수십권의 무서를 주긴 했지만, 그것 대부분이 중요한 부분이 빠지거나 잘못된 무공서야.”
화란은 잘못된 무공서라는 말에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자신의 아버지라면 능히 가능한 일이기에 그의 말에 수긍할 수 있었다.
“하지만 흡성대법은 그 무공 자체에 문제가 있는 무공이였기에 다행히 백부가 손을 데지 않은 유일한 무공서야. 그런 이유로 난 흡성대법을 익히기로 마음 먹었고, 다른 무서를 연구해서 그것을 역으로 돌려 다른 이에게 내 진기를 전해 줄 수 있는 수법도 만들 수 있었어.”
화란은 소천의 설명에 뭐라 말을 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 만약 소천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지극히 놀라운 일이라 할 수 있었다.
흡성대법은 마교에서 금지무공으로 올라 있었지만, 그 무공 자체는 무림에서 열손가락 안에 든다 할 수 있는 상승무공이였다.
이러한 무공은 무림 역대의 대종사들도 쉽게 만들어내지 못하는 무공이고, 익히는 것 또한 힘든 것인데, 소천은 그것을 모두 이해하고 그것을 응용까지 하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장천이 대법으로 기억을 잃은 후의 쌍도문에서의 모습을 생각한다면 소천의 지금의 모습은그에 비해 수배나 뛰어난 자질을 보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그리고 소천은 쌍도문 장가의 혈통을 그래도 이어 받아 그의 부친이 가진 무골인 천무성골을 지니고 있었으니 무골에서도 장천과 다르지 않았다.
화란은 소천이 어린 나이이지만 자신에게 허언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화란은 조심하라는 말도 하고 싶었지만, 이 행위 자체가 상당히 위험한 아니 무모한 것이기에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실패를 느꼈다고 해도 주화입마를 벗어 날 수 없는 것을 시전해야만 하는 상황이였으니 화란으로선 소천을 믿고 그를 도와주는 것 밖에는 자신이 해야 할 것은 없다 생각했다.
화란이 등 쪽으로 가 가부좌를 취하자 소천 역시 가부좌를 취하고는 잠시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조심스럽게 가지고 있던 청심단을 꺼내어서는 한꺼번에 세개의 환단을 복용하니 약 일각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위에서 녹아 들어가기 시작한 청심단의 약효가 서서히 그의 몸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단 하나로도 그라면 족히 삼십년의 내력을 흡수 할 수 있었다. 하나 소천이나 화란 모두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소천은 장천과 마찬가지인 천무성골, 선천적으로 그의 몸에는 임독양맥이 모두 뚫려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과거 광무자가 청심단 두알로 장천의 몸에 임독양맥을 뚫어 주려 했으나, 그의 몸에는 이미 모든 맥이 뚫려 있어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적이 있었으니, 소천은 광무자와 같은 사람이 없어 청심단 세알로 임독양맥을 뚫으려 했던 것이 그와 마찬가지로 선천적인 자신의 몸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청심단의 효능이 자신의 몸에 퍼지기 시작하자 소천은 그 힘을 끌어 올려 진기를 운용하기 시작했는데,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청심단의 내력이 순조롭게 자신의 몸을 돌기 시작하자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아직 자신의 나이가 어리기는 하지만, 사람의 몸이라면 진기의 흐름이 어느정도 선에서 멈추어야 정상이였기 때문이다.
물론 화란이 등 쪽에서 진기도인을 해주는 것도 있지만, 그런 것을 감안하더라도 진기가 너무나 순조롭게 자신의 몸을 돌자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내 몸이 이상한 것은 아닐까?’
만약 자신의 몸에 이상이 있다면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로 주화입마를 당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시작한 일인지라 중간에 멈출 수 없었기에 소천은 계속 대주천을 하며 진기를 몸 안에서 돌리기 시작했으니 기경팔맥, 십이경락을 모두 지난 기운은 드디어 임독양맥으로 향하니, 소천은 이 순간 자신의 몸에 큰 충격이 올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임독양맥을 지나는 기운은 전혀 무리 없이 난관을 지나치니 장천은 어리둥절 하는 상황에서 대주천을 하는 결과를 얻고 말았다.
그의 몸 속에서 돌고 있던 청심단의 효능은 그대로 단전으로 들어가 그의 내공으로 자리를 잡으니 소천으로선 청심단의 힘을 모두 자신의 단전으로 몰아넣자 황당한 표정으로 운기조식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소천 무슨 일이야?”
화란은 그의 몸에 흐르는 기운이 전혀 무리 없이 움직이자 단전으로 돌아가자 놀란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으니 소천은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상해...”
“뭐가 이상해?”
“임독양맥이 애초부터 막혀 있지 않았던 것 같아..”
“응? 무슨 소리야?”
“임독양맥을 뚫기 위해 진기를 강하게 움직였는데, 이상하게 아무런 충격 조차 없이 두 맥이 뚫려 있는거야..”
소천의 말에 화란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하다가 손바닥을 치며 말했다.
“혹시 소천 내가 신골이나 성골의 소유자가 아닐까?”
“신골이나 성골?”
“응. 무림에서는 흔하지는 않지만, 신골이나 성골, 마골이란 것이 있는데 선천적으로 임독양맥이 타통되어 막히지 않는 골형이야. 이 골형을 지닌 사람들은 무를 익히는데 어느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하는데, 혹시 소천 네가 그런 골형의 소유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말하는거야.”
“음...”
확실히 그런 사례가 있다면 화란의 말이 틀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의 의서를 읽어 보았던 소천이였기에 차분히 생각해 보니 현재 자신의 몸 안에 일어난 현상이 크게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운기조식을 취하자 자신의 몸 속에 웅대한 내력이 서려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니 그 양은 족히 이갑자에 버금갈 정도로 엄청난 양이였다.
아무리 청심단을 복용했다 일갑자를 넘어선다는 것은 들어 본 일이 없었으니 소천은 자신의 상태에 대해서 놀라는 것은 당연했지만, 일단 다다익선이라고 자신의 몸에 많은 내력이 느껴지자 만족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몸 속에 있는 내력 중 이십년 정도의 내력은 도적의 몸에서 취한 것이니 만큼 지금 소천의 몸에는 두개의 기운이 있다 할 수 있었지만, 원래 부터 그것을 하나로 합치는 것은 생각지 않은 소천이였기에 화란을 보며 말했다.
“이 정도면 도적들을 상대하는데는 충분한 것 같아.”
“하지만 내공만으로 무공을 익혔다고는 할 수 없잖아.”
화란은 내공을 얻었다고 소천이 자신만만하여 밖으로 나가지나 않을까 걱정하여 말했는데, 소천은 걱정할 필요 없다는 듯이 손을 내젖고는 동굴의 입구 쪽을 향하여 가볍게 일장을 내질렀다.
“합!!”
장천이 손을 내뻗자 강렬한 파공음이 들리며 동굴의 주위에 자라고 있던 나무와 수풀은 강풍이 불어 닥친 듯 크게 흔들리며 꺽여 나가니, 화란은 그것이 격공장임을 알 수 있었다.
“내력을 쓰는 법은 이미 알고 있어. 물론 무공을 제대로 쓴 적이 없기 때문에 내 몸의 힘에 십분의 일의 힘도 쓰기 어렵지만, 그건 연습으로 숙련시키면 되는 문제고, 무공은 중요한 요결이 빠져 있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도적들 정도 상대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 없어.”
“하지만...”
확실히 문제는 없어 보였지만, 선뜻 그의 말을 따를 수 없는 화란이였는데, 그 때 입구 쪽에서 인기척이 들려 오더니 음흉한 목소리가 그들에게로 들려 왔다.
“흐흐흐흐 도적 정도야 쉽게 상대 할 수 있다니 한번 그 실력이나 구경해 보아야 겠구나.”
“아!”
입구에는 거대한 거치도를 든 거한의 남자가 두 사람을 보며 말하니, 화란은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동굴의 입구에 서 있는 사람은 바로 영탕산 응골채의 채주인 여궁이였다. 소천들의 뒤를 쫓던 여궁은 애석하게도 당세문과 길이 엇갈려 이곳에 도착하고 말았으니 소천이 화란에게 보여 주려고 격공장을 시전했던 탓에 마침 그 근처를 지나던 여궁이 이것을 듣고는 동굴에 누가 숨어 있다는 것을 알고 만 것이다.
소천의 격공장이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지나갈 수 있었을 것을 한마디로 재수 없다고 밖에 말할 수 없었으니 여궁은 오른손의 거치도를 흔들며 소천을 보며 말했다.
“꼬마야 도적 따위가 무섭지 않다면 밖으로 나오지 않겠느냐?”
“흥!”
꼬마라는 말에 소천은 콧방귀를 뀌며 걸음을 옮기니 여궁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사실 동굴의 너무 좁은지라 거치도로 강공을 사용하는 여궁으로선 이곳에서 싸우는 것이 힘들 수 밖에 없고, 소천이 시전한 격공장의 위력을 본다면 좁은 곳에서는 내력이 딸릴 수 밖에 없는 자신이 불리 한지라 그에게 격장지계를 사용하여 자신이 무공을 시전하기 유리한 밖으로 끌고 나오게 한 것이다.
하지만 소천은 그가 격장지계를 사용하는 것을 알지 못하고 그의 뜻에 따르고 마니, 여궁은 천천히 입구에서 벗어나 뒷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소천이 밖으로 나오자 여궁은 크게 대소를 터뜨리니, 이제 산의 손에 두 꼬마가 잡혔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흐흐흐. 꼬마녀석을 잡아 구대협께 바친다면 족히 당주의 직위는 얻을 수 있겠지..흐흐흐’
완전히 소천을 잡은 것처럼 생각하는 그였으니 천천히 거치도를 아래 위로 흔들며 소천을 향해 살기를 내뿜으니, 제대로 된 싸움이 처음 일 수밖에 없는 소천은 조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도적을 상대로 자신이 지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으니 녀석이 방심하고 있을 때 선공을 가해 일격에 끝내자는 생각에 발을 박차고 앞으로 쇄도해 들어갔다.
“무당면장!!”
소천은 단숨에 여궁의 앞에까지 쇄도해 들어와서는 요결이 빠지기는 했지만, 구궁이 전해 준 무서에 있는 무당면장을 시전하니, 수십개의 손바닥이 일렁이며 여궁을 향해 밀려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