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308화 (309/355)

제 57 장 소천 (5)

당세문의 등에 업혀가면서도 소천은 피로함에 잠을 자거나 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자신을 보살펴 주고 있는 당세문과 화란이 힘들어 하는 것을 보면서 자신 혼자 편히 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무공이라도 익혔으면...’

자신이 무공을 익혔더라면 지금 두 사람에고 고생을 시키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소천은 아무런 무공도 익히지 않은 상태였다.

물론 구궁이 자신에게 쌍도문의 심공 중 하나인 청풍심공을 가르쳐주었고, 그 밖에도 각 문파의 비전심공이 담긴 서책을 건네주었다.

어린 나이이긴 하지만, 소천은 아버지의 영특함을 그대로 이어 받았는지 그 나이에 사서삼경을 떼었을 정도로 뛰어났지만, 무공만큼은 익히지 않고 있었다.

“소천 힘들지 않니?”

“괜찮아. 누나.”

화란은 당세문의 등에 업혀가는 소천이 피로한 기색을 느낄 때 마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어 보니, 그는 미소를 지으며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안심시켜야 했다.

하지만 무공을 익히지 않은 어린 아이가 오랜 여행에서 지치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한 일이니, 화란 역시 소천이 피로함을 참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당세문 역시 그러한 것을 느끼는지 걸음을 멈추고는 말했다.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도록 하지요.”

“예.”

요운이 있을 때에 비한다면 여정 중의 휴식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보통 사람과 비교한다면 이것 역시 많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로가 아닌 인적이 드문 산길을 통해서만 움직이고 있는 그들에게 이 정도의 휴식은 어쩔 수 없는 일이였으니, 계속 이런 식으로 여행을 한다면 소천은 물론 무공이 그다지 높지 않은 화란이 지쳐 쓰러질 위험이 컸다.

이것은 소천 역시 잘 알고 있는 것이였으니 크게 한숨을 쉰 그는 당세문을 보며 말했다.

“당숙모. 한시진 정도만 시간을 낼 수 있을까요?”

“한시진?”

“예.”

하지만 구궁의 추적대가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상태였기에 한시의 시간도 지체 할 수 없었으니 당세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어려울 것 같구나.”

“..예..”

“그런데 왜 시간이 필요하다는거지?”

자신의 말에 힘없이 대답하는 소천을 보며 시간을 달라는 이유가 궁금한 당세문은 그를 보며 물었으니 소천은 한 숨을 쉬며 말했다.

“무공을 익혀 보려고요.”

“무공?”

소천의 말에 당세문은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무가에서라면 소천 정도의 나이에 무공을 시작하는 것은 흔한 일이긴 하지만, 그것은 제대로 된 스승 밑에서 배우는 것이 대부분이였지 소천처럼 이렇게 한시진 정도의 시간을 내달라며 혼자 익히는 경우는 거의 전무했기 때문이다.

“무공을 익히고 있었니?”

혹시나 하는 생각에 무공을 익히고 있느냐고 물어보았는데, 소천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요. 하지만 백부가 저에게 전해 준 무공서가 있어 그것 중 하나를 익혀 보려고요.”

“아서라.”

소천의 말을 들은 당세문은 이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무공이란 것은 단순히 책으로만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처음 심법을 익히기 위해선 선배의 도움으로 진기도인하여 내력의 흐름을 깨우쳐야 하는데, 혼자서 그것이 가능할리 없지 않니.”

“체내의 혈의 흐름이라면 이미 모두 알고 있습니다. 백부가 무공서를 주면서 쌍도문의 비전 환단 중 하나인 청심단 세개를 저에게 주었기 때문에 그것을 복용하고 심법을 운용한다면 한시진이라는 시간이나마 어느 정도 내력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 그것이 있다면 더 위험한 일이다. 단순히 심법을 익힌다고 한다면 진기도인에 실패해도 주화입마의 위험은 없지만, 청심단의 효능으로 내력이 생긴다면 그것으로 인해 자칫 주화입마에 들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느냐?”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으면서 그러느냐. 내 아직 무공이 미천하지만, 너에게 진기도인 정도는 해줄 수 있지만, 그렇게 한다면 내 본신의 내력 또한 십중 팔할은 써야 하기에 진기도인은 불가능하다. 또한 너에게 혼자 하도록 그것을 맡길 수 없으니 무공은 후에 익히도록 하자꾸나.”

소천으로선 당세문의 말이 틀리지 않음을 잘 알고 있었기에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이 전에 무공을 익히지 않았음을 탓할 도리 밖에 없었다.

‘무공을 익힐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토납법을 운용하기 위해선 반드시 조용한 장소가 필요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였으니 소천은 방법이 없음을 안타까워 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그리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였다.

좌도방문의 수법이기는 하지만, 토납법을 쓰지 않고 내력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이 있었기 때문이다.

‘흡성대법이라...’

마교에서 조차 금지된 무공인 흡성대법이라면 토납법을 쓰지 않고도 내력을 모을 수 있다는 생각에 장천은 흡성대법을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마교에서 흡성대법을 금지한 것은 타인의 내력을 자신의 것으로 하는 것인지라 교 내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워낙 불안정한 심법인지라 주화입마에 걸릴 확율이 높은 탓도 있었다.

그러나 장천에게는 그저 이 두사람이 자신 때문에 고생하지 않을 정도의 무공만을 익혔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기에 흡성대법의 단점에 대해서는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 생각했다.

‘그래 불안정한 심법이기는 하지만, 무인의 길을 걷지 않는다면 지금의 위기를 빠져나가는데 도움이 될 흡성대법도 그리 나쁘지 않을거야..그러나 흡성대법을 사용할 상대를 어디서 찾는다지..’

흡성대법은 타인의 내력을 자신의 것으로 하는 무공인 만큼 무공을 익힌 무인이란 준비물이 반드시 필요했다. 하지만 화란이나 당세문의 내력을 흡수 할 수는 없는 일인지라 후에 자신들을 공격할 자들을 노려 내력을 흡수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소천은 확실히 적을 방심시킨 후 내력을 흡수 할 수 있는 방도를 찾기 위해 소천은 마음속으로 계획을 짜기 시작했으니, 그의 입가에선 천천히 미소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후에 이것이 소천에게 크나큰 불행을 안겨다 줄 것은 그 역시 알지 못하는 일이였으니 이 때의 결심으로 인하여 소천은 열살도 되지 않는 나이에 마동이라는 이름으로 무림의 공적으로 몰리게 되고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불러 오는 운명을 겪게 한다.

하지만 현재 소천은 이러한 운명을 알지 못한 채 자신과 자신을 위하는 사람을 위해 첫 희생양이 될 자를 노리고 있었으니 불안정한 그의 생은 협의에 대한 관념을 무디게 하고 말았다.

어느정도의 휴식을 끝낸 세사람은 다시 패도 유웅이 있는 섬서로 길을 떠나니 약간의 휴식이나마 운기조식으로 힘을 모은 이들의 발길을 경쾌하기 까지 했다.

하지만 강북이라면 어느 곳을 간다 해도 구궁의 눈을 피할 길이 없었으니 그들의 행로는 발견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이 움직이고 있는 영탕산을 장악하고 있는 응골채의 눈에 걸리고 말았다.

감숙 영탕산 응골채의 수장은 한자루의 거치도를 잘쓴다고 알려져 있는 여궁이라는 자였는데 크게 이름을 날리는 자는 아니였지만, 쌍도문의 어느 정도의 돈을 바치고 영탄산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자였다.

“두목! 나타났습니다!”

산채에서 끌고 온 여인의 몸을 탐하고 있던 여궁은 자신의 방으로 겁도 없이 뛰어 들어온 부하를 보며 미간을 찌프릴 수 밖에 없었으니 노기에 탐하고 있던 여인의 머리채를 잡아 벽으로 집어 던지고는 놓아 두었던 거치도를 들고는 소리쳤다.

“이런! 개호로자식을 봤나! 내가 일 끝나기 전엔 아무도 들어 오지 말라고 그랬지!!”

“헉!”

여궁의 서슬퍼런 모습에 녀석은 크게 놀라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치다 자빠지니 여궁은 녀석을 단칼에 베어 버리기 위해 거치도를 치켜 들었다.

“아이구! 채주님! 살려 주십시요!”

“흥!”

“녀..녀석들을 찾았습니다요!!”

“응?”

갑자기 그가 녀석들을 찾았다는 말을 하자 무슨 개소리를 하나하는 생각에 녀석을 단칼에 베어 버리려고 하다가 문득 자신들이 찾던 자들이 누구라는 것을 알고는 물었다.

“녀석? 쌍도문에서 찾던 년놈들을 말하는 것이냐?”

“예.”

“이런 병신새끼! 나가자!”

“아! 예..”

목숨을 건졌다는 생각에 녀석은 안도의 한 숨을 쉬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는데, 여궁의 모습을 보고 꼭 말해 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를 보며 말했다.

“채주!”

“뭐야! 이 새끼 무지 귀찮네!!”

애석하게도 그 한마디 때문에 녀석은 여궁의 거치도에 의해서 복부에 구멍이 나고 말았다.

“끄윽!!”

“무지 귀찮게하네 이 새끼!”

“채...주...옷..을...입어...”

“응?”

죽어가면서 말하는 그의 말에 문득 자신의 모습을 보니, 홀딱 벗고 있는지라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이런 옷도 안 입고 있었군? 어이! 어이! 되졌잖아? 거참.”

여궁은 쓰러져 있는 녀석을 발로 툭툭 차보다 죽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머리를 긁적이니, 한마디 했다가 괜히 세상을 하직한 녀석의 말로였다.

아무튼 이런 소동이 있는 것은 그저 산채의 흔한 일상 중 하나일 뿐이였으니 응골채의 도적들은 소천을 잡기 위해 산채의 전인원을 끌고 영탕산 일대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응골채의 도적들은 쌍도문의 비호를 받고 있는 탓에 이름난 산채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수였으니, 거의 오백명에 이르는 도적들이 천라지망을 펼치고 있었기에 소천 일행들은 그들의 눈을 피할 수가 없었다.

소천을 업고 산길을 빠르게 움직이던 당세문은 걸음을 멈추고는 하늘을 처다보며 미간을 찌프렸다.

“무슨 일이지요?”

“추적자가 온 듯 하다.”

“추적자요?”

화란의 물음에 당세문은 손을 들어서는 하늘을 가리켰고, 화란은 자신들 머리 위로 서너마리의 매가 하늘을 맴돌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보통의 매는 하나의 영역권을 가지고 다른 매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

“그럼?”

“구궁의 추적자들이 풀어 놓은 매가 확실하다.”

그 말에 화란은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들었으니, 자신들의 위치가 들켰다면 언제 적도들이 밀어 닥쳐도 이상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세문은 소천을 내려놓고는 암기 주머니의 끈을 풀어 놓으니 적이 나타나면 바로 암기를 뿌릴 수 있게 준비를 해놓고 있는 것이다.

무림에 알려져 있는 그녀의 별호는 빙암화, 어린 시절부터 익혔던 소수마공과 함께 당가 비전의 암기술을 모두 익히고 있었기에 현 당가에서 그녀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암기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아마 쌍도문은 너희들을 산채로 잡아 오라는 명령을 내렸을 것이다. 그렇다면 생명의 위험은 없을테니, 어느정도 우리에게 유리한 점이 있으니 넌 소천이를 업고 나의 뒤를 따라 오도록 하거라.”

“예.”

당세문의 말에 화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화란은 과거 어머니가 살아 있을 때 약간의 호신술을 익혔고, 소천과 혼인하면서 능예에게 홍련십팔검을 익혔기에 무공에서는 강호의 일류무사 정도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으나 실전은 단 한번도 치루어 본적이 없었기에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당세문은 화란과 소천이와 함께 조심스럽게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으나 잠시 후 십수명의 인기척이 자신들이 있는 방향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적들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 당세문은 급히 손을 들어 두 사람을 멈추게 한 후 녀석들이 다가 오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십여명의 도적들이 병장기를 들고 주위를 살피며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었으니 당세문은 그들이 오장 정도의 거리까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가 발을 박차고는 몸을 날렸다.

“헉!”

“녀석들이다!”

갑자기 당세문이 튀어 나오자 십여명의 도적들은 크게 놀라 소리치니, 당세문은 암기 주머니에서 잡아든 독침을 녀석들을 향해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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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소천이가 무슨 짓을 할지...

흐흐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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