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7 장 소천 (4)
“지금 우리들은 당가타로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니에요.”
“그럼...”
당세문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그녀에게 쏠릴 수밖에 없었다. 화란은 자신들이 어디로 가게 되는지 몰라 그녀에게 물었는데, 대답은 무미미가 했다.
“애석하게도 당가에도 이미 구궁의 간세들이 손을 뻗었을 확율이 높아요. 그리고 중원의 어느 곳도 구궁의 손에 닿지 않은 곳이 없지요.”
오랜 시간 흑철돈녀 무삼랑의 원수를 갚기 위해 구궁의 뒤를 밟고 있었던 무미미는 구궁의 무서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과거 비도문이 했던 방식 그대로 자신의 간세를 대륙 곳곳에 뿌려 놓고 있으니 제 2 의 멸천문을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그나마 조금은 안전한 곳이라면 장천과 연이 닿아 있는 마교와 비도문 뿐이에요. 마교는 교주 문성을 중심으로 한 암영자들이 만근퇴 우경과 대립하고 있지만, 우경의 세력은 모르겠지만, 암영자들은 마교에 대한 자긍심이 높은 전대 고수들만이 모여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할 수 있어요. 비도문은 구궁의 간세가 있을 확율이 높지만, 만약 소천과 화란이 가게 된다면 이제 소주의 신분이 된 소천이라는 확실하게 보호해 줄 수 있는 곳이지요.”
“그럼 우린 어디로 가야 하나요?”
화란은 마교와 비도문 중 자신이 향하고 있는 곳이 어딘지 궁금했기에 무미미를 보며 물어 보았다.
“두 사람, 아니 세사람의 확실한 안전을 위해서라면 비도문으로 몸을 의탁하는 것이 좋겠지만, 애석하게도 무림에서 비도문의 진정한 본거지를 알고 있는 사람은 비도문의 문도 외에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그곳을 비밀에 쌓여 있어요.”
“그럼 마교로 가야 하나요?”
“예. 그곳 까지 가는 것은 어렵겠지만, 마교 교주 문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확실하게 안전을 확보 할 수 있지요. 구궁의 힘이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일단은 마교와 손을 잡고 있는 이상 암영자들의 보호에서 당신들을 해할 수 없을게에요.”
“문제는 어떻게 마교로 갈 수 있는가 하는 것이군요.”
“예. 마교로 가는 길에는 구궁의 포섭한 중소문파들이 곳곳을 지키고 있을거에요. 이들의 눈을 피해 마교로 가는 것은 힘든 일이겠지요.”
하지만 이들 만으로 구궁의 세력권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극히 힘든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이들 중 가장 무공이 높은 당세문이 당가 여류 최고수의 명성을 지니고 있다고는 하지만, 현재의 무림 사정에서는 그녀는 무림 백대고수에도 들지 못하는 상황이였기 때문이다.
근 몇년 동안 착실하게 힘을 모으고 있는 구궁의 진영에는 그들이 알지 못하는 고수들이 산재하고 있었으니 오백리에 가까운 길을 도망쳐 나왔다고는 하지만, 안전하다고 할 수가 없었다.
“구궁에 의해 현재 저희 당가는 고립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무언니가 저에게 소식을 전해 준 것도 거의 기적 같은 일이라고 할 수 있지요.”
도움을 손을 찾을 수 없다는 말에 화란은 낙담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 때 뒷 쪽에서 그들을 향해 말 소리가 들려왔다.
“패도 유웅 어르신을 찾아 가도록 합시다.”
“예?”
“그 분은 장 문주님의 의형제인데다 무공 또한 낮지 않으니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 다른 분과는 달리 혼자 행동하시는 분인지라 구궁의 간세들을 걱정할 필요가 없겠지요.”
확실히 패도 유웅이라면 강북에서 이름난 고수이긴 했다. 물론 근래에 들어와서는 여기저기 고수들이 판을 치고 있는지라 그의 무공이 그리 높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당세문과 비교한다면 한 단계 위의 고수였기에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였다.
“그럼 일단은 패도 유웅 어르신을 찾아 도움을 요청하도록 하지요.”
일행들을 요운의 말을 따라 장춘삼의 의형제 중 한사람인 패도 유웅을 찾아 가기로 결정하니, 목적지가 결정 된 이상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극히 몸이 좋지 않은 요운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 상태가 나빠지고 있었으니 사람들은 크게 걱정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중 그에게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사람은 무미미였으니 그를 업고 오면서 일행들을 위해 고통을 참는 모습에 크게 감동했기 때문이다.
이미 무공을 잃어 평범한 사람 아니 평범한 사람 보다 못한 몸을 가진 사람이 되었지만, 그 동안 자신이 믿었던 무인들에게 크게 실망한 무미미로서는 고통을 참으며 일행들을 위하는 모습이 가슴 깊이 각인 되었기 때문이다.
휴식이 있을 때 마다 무미미는 자신의 진기를 아낌없이 그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밀어주어 그가 오랜 여행을 견딜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있었지만, 그녀 자신이 내공 보다는 외공을 중시하는 흑철돈녀 무삼랑에게 무공을 전수 받은지라 크게 지쳐감은 어쩔 수 없는 일이였다.
패도 유웅이 머물고 있다는 섬서성 금아현에 반도 가기 전에 무미미는 크게 지친 모습이 역력히 드러나니 자신의 몸은 생각하지 않고 요운에게 진기를 밀어 넣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자신의 처지가 한탄스럽게 생각되던 요운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은 무미미에 대한 고마움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무미미는 그 동안 많은 고행을 겪었는지 얼굴에는 긴 검사의 흉터가 있어 덩치와는 달리 아름다웠던 그녀의 미모는 크게 저하된 입장이였다.
거기에다 키가 육척오천이나 되니 왠만한 거한보다 더 큰 몸집을 지니고 있으니 어떤 남자가 무미미에게 정을 가질 수 있겠는가?
이런 사실을 무미미 역시 잘 알고 있었기에 증조 할머니의 원수를 갚은 후 혼자 깊은 산속에 은거하며 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을 업고 가는 것도 모잘라 몸을 생각하지 않고 꾸준히 진기를 몰아 넣어주는 무미미를 보며 요운의 마음 속에는 연심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무미미는 요운에게 그의 인내력과 무인으로서의 모습에 존경심을 보이고 있었을 뿐 그와 같이 연심 같은 것은 가지고 있지 않았으니 그로선 그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지켜볼 뿐이였다.
거기에다 이미 무공마저 잃어 평범한 사람이 되어버린 그로선 스스로 무미미에게 자신의 마음을 말할 용기가 없었으니 원래 몸이 약했던 그는 시간이 지나자 마음속의 근심으로 상태가 더욱 안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것이 무미미에게 역시 근심을 가져다 주는 것이였으니 그녀는 그러한 요운의 마음의 병을 알지 못하는지라 긴 여행으로 상태가 악화된다 생각할 뿐이였다.
“요대협. 몸은 어떻습니까?”
진기를 넣어 준 후에도 혈색이 돌아오지 않는 그를 보며 무미미는 걱정어린 표정으로 물었는데, 요운은 미소를 지으며 말헀다.
“괜찮습니다. 저는 무여협이 더 걱정입니다. 이렇게 무리하게 진기를 넣어주시면 몸이 좋지 않으실텐데...”
“운기조식을 취하면 괜찮아 질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요.”
하지만 단순히 운기조식을 취한다고 해도 요운에게 밀어 주는 진기의 양은 결코 적다 할 수 있었으니 무인으로선 자신의 공력을 깎아 먹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무미미의 이런 행동을 보며 무공을 익힌 화란이나 당세문 역시 걱정할 수밖에 없었기에 돌아가면서 요운에게 진기를 넣어주기도 했지만, 계속되는 여행으로 지치는 것은 어쩔 수 없었으니 화란과 당세문은 이내 포기를 했지만, 흑철돈녀에게서 외공을 전수 받았던 무미미는 익혔던 내력을 요운에게 주입했음에도 워낙 체력이 좋아 지금껏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외공과 함께 내공을 익힌 무미미였기에 이 정도나 가능했던 것인데, 그렇다고 무미미의 내력이 샘 솟듯이 나오는 것은 아니였기에 몸 상태가 안좋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였다.
이런 무미미의 상태를 아는지라 요운은 몇번 그녀가 하는 행동을 사양하기도 했지만, 그녀의 힘을 이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였으니 그녀의 강경한 행동에 어쩔 수 없이 호의를 받아 들 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휴...”
한 숨밖에 나오지 않는 요운이였지만, 이내 다른 생각이 들었다. 약간의 내력이라도 끌어 올릴 수 있다면 무미미를 힘들지 않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쌍도문에서 가져왔던 청심단을 하나 가지고 있었다. 쌍도문이 자랑하는 두개의 영약 중 하나인 청심단은 그것을 복용하고 운기하면 내력을 증진시키는 약효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 내상으로 상태가 안좋은 요운은 만약 잘못 운기 했을 때는 주화입마로 죽거나 전신불수의 상태가 될 수 있었기에 그것을 복용하지 않고 있었는데, 무미미를 더 이상 고생시키지 않기 위해 과감히 복용을 결정한 것이다.
마음을 결정한 요운은 주위에 있던 일행들을 보며 말했다.
“잠시 제 말을 들어 보시겠습니까?”
“무슨 일인지요. 요대협.”
요운의 말에 사람들은 그에게 고개를 돌리니, 잠시 헛기침한 요운은 이들을 보며 말했다.
“본인에게는 쌍도문에서 가져온 청심단이 있습니다. 여러분께서도 아시겠지만, 이 환단은 내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효력이 있는데, 본인은 그것을 사용해 볼 생각입니다.”
“청심단!”
당세문은 청심단이라는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녀 역시 쌍도문의 청심단에 효능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을 달리하니, 요운의 상태에서 그것을 복용하고 운기한다면 주화입마에 걸릴 확율이 높기 때문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요대협의 상태는 독과 내상에 의해 혈맥이 굳어 있는 상태입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주화입마로 죽음을 당할 수 있습니다.”
“예. 저 역시 그것을 알고 있지만, 남아로서 이렇게 남에게 의지하여 살기만을 바란다면 차리라 죽느니만 못하다는 생각에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아!”
확실히 요운과 같은 고수가 아무 힘도 없이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살아가는 처지가 되면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였으니, 당세문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구차한 삶을 사느니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겠다는 것은 만약 당세문이 그러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고 해도 그렇게 했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망가는 입장에서 청심단을 복용하고 진기를 운용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으니 그에게 그것을 말해 주려 했는데, 요운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이미 알고 있었다.
“저는 이곳에 남도록 하겠습니다.”
“예? 무슨 말씀이십니까?”
요운의 말에 당세문은 말로 무미미나 화란, 소천마저 크게 놀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였다.
“여러분들의 마음을 알겠지만, 저 때문에 일행들의 속도가 더디어 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입니다. 언제 구궁의 무리들이 따라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저라는 존재는 여러분들에게 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짐아라니요!”
그의 말에 무미미는 화를 내며 소리치니, 자신을 짐이라 생각하는 그의 말에 야속하기도 하여 화를 내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이 언제 요운을 짐으로 취급했는가 하는 생각을 한다면 이는 당연한 반응이라 할 수 있었다.
“본인이 어찌 여러분들의 마음을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한 때 무를 익힌 사람으로서 타인의 도움으로 받으며 사는 삶이라는 것은 저에게 너무나 힘든 일입니다.”
“......”
“부탁입니다. 제가 아무리 떼를 쓴다 해도 여러분들이 들어 주지 않는다면 소용 없는 일이지만, 저의 결심을 굳으니 이곳에 남겨 주지 않는다면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겠습니다.”
“요대협!”
요운의 결심을 이제 어느 누구도 돌이킬 수 없을만큼 굳은 것이였으니 사람들은 그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요대협께서도 한가지 조건을 들어 주셔야 겠습니다.”
“조건이라니요?”
“제가 이곳에 남기로 하겠습니다.”
“무소저!”
요운은 무미미가 자신과 함께 남는다는 말에 놀란 목소리로 소리쳤는데, 그녀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솔직히 요대협의 이번 결정은 무모하기까지 합니다. 십중팔구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 분명하다면 요대협의 시신만이라도 묻어 줄 사람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까. 제가 남는다는 것은 쌍도문의 협사 중 한사람인 요대협의 의기를 높이 사서 하는 사적인 행동이니, 요대협께서는 저의 결정을 막으려 하지 마십시요.”
“그런....”
“만약 이 조건을 들어 주지 않는다면 요대협이 자결을 하는 한이 있어도 요대협을 끌고 가겠습니다.”
“....”
흑철돈녀는 과거에 성격이 급한 것으로 강호에 알려져 있었다. 한번 결정한 일은 어느 누구도 막지 못한 그녀의 성품은 증손녀인 무미미에게도 그대로 전해져 있었으니 무미미의 눈에는 정기마저 흐르고 있었다.
당세문은 오랜 기간 사람들의 눈을 피하여 생활해 온 무미미라면 추적자의 눈을 피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고, 적도들 역시 화란과 무미미만을 잡으려 할 뿐 병자인 요운에게는 관심이 없을 것이 분명했기에 그들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무언니께서 요대협을 모시도록 하지요.”
“당소저!”
“만약 적도의 손에 잡히지 않는다면 앞으로 세달 후에 한중에서 제일 큰 주루에서 뵙기로 하지요.”
“예.”
일이 결정이 되자 당세문은 더 이상 길을 지체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까지는 요운의 상태가 좋지 않아 휴식을 많이 취하고 있었지만, 요운이 무미미와 함께 다른 길을 간다면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소천공자는 제가 업고 갈테니, 화란소저는 뒤처지지 않게 저를 따라 오도록 하세요.”
“예.”
“무언니... 몸 조심하세요.”
“그래 너 역시 무사히 패도 유웅 어르신을 뵙기를 빌도록 하겠다.”
무미미와 간단히 인사를 한 당세문은 소천을 업고 경신술을 펼쳤고, 화란은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이들의 모습이 사라지자 무미미는 요운을 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요대협. 이제 우리들도 길을 떠나도록 할까요?”
“그러지요. 무소저 잘 부탁드립니다.”
“예. 요대협도요.”
무미미의 말에 요운은 큰 미소를 지으며 답하니, 자신의 마지막이라 할 수 있는 길을 연심을 갖게 된 무미미와 한다는 것이 그에게는 큰 기쁨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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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요운과 무미미가....서로 눈 맞아 부렸슴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