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305화 (306/355)

제 57 장 소천 (2)

구궁이 도착한 화단에는 이십대 후반 정도의 여인이 꽃을 다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으니 그녀가 바로 유능예였다.

뒤쪽에서 인기척이 느낀 능예는 소천과 화란이 왔을까 하는 생각에 고개를 돌렸으나 그 사람이 구궁이라는 것을 알고는 미간을 찌프리고 말았다.

“허허허!”

자신을 보며 노골적으로 싫은 표현을 보이는 능예를 보자 구궁은 너털웃음을 흘리며 미소를 지으니 그녀로서는 그 모습조차 보기 싫어 고개를 돌리고 싶었지만, 애석하게도 그리 할 수 없는 것이 그녀의 처지였다.

“해약을 전해 줄 시기가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일입니까?”

“이런 그저 조카를 보고 싶어서 왔을 뿐입니다.”

“....”

하지만 능예는 그가 단순히 소천을 보러 온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으니 거의 일년여 동안 부하들에게 일을 시켰을 분 그 자신이 이곳에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시어머니인 임아란과 장천의 사형인 요운과 함께 잡힌 이후 그녀와 소천은 구궁에 의해 이곳에 감금되어 있어야 했다.

물론 무공이나 다른 것에는 전혀 손을 쓰고 있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 모두 그에 의해 강제로 독약을 먹어야 했었으니 그녀가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한달에 한번 구궁이 부하를 시켜서 보내는 해약을 먹지 않는다면, 일주일 안에 죽음을 당할 수밖에 없는 독약이였으니 소천이를 죽게 할 수 없는 그녀는 이곳을 빠져나갈 생각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오랫만에 왔으니 차라도 한잔 주시지요.”

“......”

그녀로선 그가 이곳에 온 이유가 궁금한 것도 있었기에 미간을 찌프리면서도 걸음을 옮겼다.

독약을 제외한다면 구궁은 모자에게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었기에 그들이 생활하는 것은 그리 힘든 것이 아니였다.

적이라고 할 수 있는 두사람에게 자신의 딸을 며느리로 줄 정도의 구궁은 도대체 무엇을 봐라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에 대해서는 능예 역시 알 수 없는 일이였다.

그저 무엇인가 노리고 있다는 것만을 느끼고 있을 뿐이였다.

간단한 용정차를 그의 앞으로 내온 능예는 차가운 표정으로 그의 앞에 앉아서는 말했다.

“무엇 때문에 오신 것입니가?”

아무런 요건 없이 그가 오지는 않았으리라는 생각에 묻자, 구궁은 용정차를 한모금 음미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수씨께서 좀 나서주셔야 겠습니다.”

“....그 이가 왔군요.”

“글쎼요.”

능예의 말에 애매모호하게 답하는 구궁이였지만, 그녀는 자신의 남편인 장천이 나섰음을 어느정도 짐작 할 수 있었다.

한 곳에 오랜 시간동안 갇혀진 탓에 외부의 소식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녀는 언젠가 자신과 소천을 위해 장천이 올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이다.

불안한 표정으로 자신을 봐라보고 있는 능예를 보고 있던 구궁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니 그녀에게 다가간 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까워...아까워...”

“무슨 짓입니까!”

그의 행동에 능예는 노기를 띄우며 그의 손을 처냈지만, 구궁은 그녀의 행동에 크게 대소를 터뜨렸다.

“하하하하!”

구궁의 이러한 모습에 그녀는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으니 그의 눈은 마치 먹이감을 노리고 있는 야수와 같았기 때문이다.

구궁이 사라지자 능예는 방금 전의 공포를 잊지 못하고 흐느끼고 말았으니 죽고만 싶은 심정이 가득할 뿐이였다.

하지만 아들이 살아 있는 지금 자신이 죽는다면 아들 역시 어찌될 지 알 수 없는지라 살아가고 있는 그녀였으니 하루 빨리 장천이 자신을 구해주기만을 기다릴 뿐이였다.

그 때 문이 열리며 소천이가 크게 놀란 표정으로 어머니를 보며 소리쳤다.

“엄마 큰일 났어요!”

“왜 그러니?”

“요백부가 이상해요!”

“요백부가?”

소천의 말에 능예는 크게 놀라 뛰어가니 그녀와 아들이 머물고 있는 전각의 한 쪽에는 장천의 사형이라 할 수 있는 요운이 머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운은 구궁의 암수에 의해 크게 내상을 입은 상태에다. 자신들과 같이 구궁에 의해 중독된 상태였다.

처음 잡혀 온 이후 내상의 심해져 거의 삼년이 넘는 시간동안 혼수상태에 있었으니 근래 들어 간신히 정신을 차리기는 했지만, 아직 일어서지 못하는 상태였다.

나아져가고 있는 요운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말에 능예는 크게 놀라 방으로 뛰어가니 요운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경련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요 오라버니!”

“끄아악!!”

무엇인가에 의해 고통스럽게 침대를 뒹굴고 있는 그를 보며 능예는 오라버니로 부르며 뛰어가니, 그 동안 그와 있으면서 크게 친해져 오라버니와 누이의 의를 맺었기 때문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요운은 눈이 시뻘개진 채 뒹굴고 있었으니 머리를 부여잡으며 고통스러워하다 능예가 온 것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몸을 날렸다.

“꺄악!!”

갑자기 요운이 자신에게 달려들자 그녀는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요운은 마치 음약에 취한 것처럼 그녀의 옷을 찢으며 능예의 몸을 범하려 한 것이다.

“으앙!! 백부 왜그래요!”

그의 모습에 소천은 어찔 할줄 모르고 그를 어머니에게 떼어 놓으려 했지만, 성인 남자의 힘을 이길 수 없는 노릇이였으니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는데, 그 때 그의 뒤로 한 인형이 빠른 속도로 두 사람에게 뛰어가서는 손가락을 들어 요운의 혈을 짚었다.

그 사람이 짚은 것은 요운이 혼혈이였으니 능예를 범하려고 하던 요운은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휴....”

요운의 혼혈을 짚은 이는 바로 소천의 아내이자 구궁의 딸인 화란이였으니 자신의 시어머니를 범하려 하던 요운을 쓰러뜨리자 안도의 한 숨을 쉴 수 있었다.

“화란 누나! 으아아앙!!”

화란이 자신의 어머니를 구하자 소천은 그녀의 품으로 달려가서는 울음을 터뜨렸고, 그녀는 천천히 아이의 등을 도닥여 주며 말했다.

“이제 괜찮아요.”

소천을 도닥여 준 그녀는 급히 시어머니에게 달려가서는 그녀를 일으켜주니, 능예는 그녀를 보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네가 아니였으면 큰일을 겪을 뻔 했구나.”

“...죄송해요. 어머니...흑흑흑..”

하지만 그녀의 말에 화란은 더욱 가슴이 아플 수밖에 없었으니 요운이 이렇게 된 것이 누구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병이 나아지고 있었던 그가 갑자기 발작을 한 것은 구궁에 의한 일이 분명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하하하!!”

멀리서 들려오는 구궁의 웃음소리에 능예는 자신의 처지에 눈물을 짓고 말았으니 마치 마귀와 같이 자신을 괴롭히는 그의 행동에 서러움을 감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리에서 일어선 능예는 급히 요운의 맥을 짚어 보니, 역시나 그의 체내에 음기가 가득하니, 구궁에 의해서 음약에 먹고, 자신을 범하려 했음을 알 수 있었다.

내상을 입은 상태에서 몸이 허해진 그가 음약을 견딜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것이였으니, 능예는 옆에 있는 화란을 보며 말했다.

“백부의 몸에서 음약의 성분을 몰아내야 하니, 나를 도와다오.”

“예.”

화란은 그의 말에 요운을 침대에 올려 가부좌를 취하게 한 후 능예와 함께 그의 등에 진기를 불어 넣어 몸속에 잠재 되어 있는 음약을 몰아내니, 다행히 그 음약의 성분이 그리 독한 것이 아닌지라 간신히 몸 속에서 기운을 완전히 몰아 낼 수 있었다.

“크헉!”

요운은 능예와 화란의 도움으로 자신의 몸 속에 있는 독혈을 뱉어 낼 수 있었으니 시뻘개졌던 그의 안색도 천천히 원래의 색깔을 찾기 시작했다.

“오라버니..”

“능예구나....”

요운은 자신이 무엇을 하려 했음을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숙이고 마니, 그로선 자신을 오라버니라 부르고 있는 그녀를 범하려 한 것이 한스러울 뿐이였다.

한 순간의 음욕을 견디어내지 못함 자책하고 있었지만, 그의 현재의 몸으로는 약한 음약의 기운조차 견디어낼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는 능예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라버니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크흐흑...미안하구나...이 못난 오라버니가..”

내상으로 인하여 과거의 공력을 모두 상실한 요운은 자신을 위로하고 있는 능예의 행동에 눈물을 쏟고 말았으니, 한 때 무림에서 크게 이름을 떨치던 그였으니 지금의 자신의 모습이 한스럽기 그지 없었던 것이다.

“엄마..이거..”

“고맙구나..소천아..”

소천은 언제 준비했는지 어머니에게 장삼 하나를 들어서 그녀에게 건네주니 아들의 배려에 능예는 볼을 쓰다듬으며 고맙다는 말을 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생각하면 할수록 구궁의 행동에 노기가 치솟을 수밖에 없었으니 그는 화란이 자신을 구해 줄 것임을 알면서도 요운에게 음약을 먹인 후 이런 짓을 하게 한 것이다.

노골적으로 능예 모자를 괴롭히고 있는 구궁이였으니 그는 이것을 즐거움과 같이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머니가..살아 계셨으면...흑흑흑..”

구궁이 능예를 이렇게 노골적으로 괴롭히기 시작한 것은 화란의 어머니라 할 수 있는 매령의 죽음 이후 부터였다.

그녀는 구궁이 소천에게 화란을 시집보내려 하는 것을 알고는 그와 크게 다툼을 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음을 당하고 말았으니 들려오는 소문에는 구궁이 그녀를 해하였다는 말이 있었다.

하지만 화란은 자신의 어머니인 매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 그것이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알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그녀가 자결을 한 것이 구궁과 말다툼을 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였음을 잘 알고는 있었지만, 화란으로선 매령의 죽음으로 아버지를 원망할 수가 없었다.

매령의 죽음 전에 구궁이 자신에게 보였던 애정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휴...”

하지만 지금의 아버지의 모습의 변화에 그녀로선 한 숨밖에 나오지 않았는데, 옆을 돌아보니 소천이 주먹을 쥐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소...천...’

아직 어린 두 사람으로선 아직 부부의 연이란 것이 직접 와 닫지 않고 있었으니 그저 오누이와 같이 서로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매령은 그를 볼 때 마다 가슴이 아픔을 느끼고 있었으니 자신의 아버지에 의해서 어린 나이에 크나큰 고통을 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어린 소천이라고는 하지만, 왜 구궁이 자신과 어머니를 괴롭히고 있는 것을 알지 못하겠는가? 하지만 그것을 알면서도 소천은 구궁 앞에서 그저 평범한 어린아이의 모습과 다름이 없이 백부라 부르며 그를 따르고 있었으니 그것은 어린 나이에 겪은 소천의 처세술임을 화란을 알고 있었다.

자신들을 가두어 두고 있는 사람들을 대함에 단순히 괴롭히고 있다는 사람으로만 인식하고 대했을 때 그들은 더욱 자신 모자를 괴롭히고 있음을 느낀 소천은 아이와도 그들에게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아직 어린나이인지라 능예나 요운은 그저 철 없는 아이라고 느낄지는 모르지만, 가장 가까이에서 소천과 같이 있던 화란은 숨어 있는 소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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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궁은 넘 사악함더.

불쌍한 능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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