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7 장 소천(小天) (1)
“전 이해를 할 수가 없어요. 왜 일부러 적을 끌어 들이시는거죠?”
민예는 장천과 길을 가면서 계속 다그치고 있었으니 그녀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강남의 패권을 장악하는 비도문의 수장이 적지의 한가운데를 지나면서 역용술 조차 펼치지 않고 길을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정도야 무인의 자존심이라 생각하며 넘어 갈 수도 있겠지만, 강북의 정보망이라 할 수 있는 개방의 거지들이 자신을 알아 보았음에도 그냥 살려 보내는가 하는 것이였다.
비도문의 수장이라면 그 가치는 실로 천금과 같다 할 수 있었으니 그의 종적이 밝혀진 이상 강북의 모든 무인들이 그를 잡기 위해 몰려 들어도 이상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천천히 길을 가고 있는 장천의 행동이 민예로선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다.
“민예야. 넌 내가 왜 강북행을 하는지 알고 있느냐?”
“그거야 사라진 마님과 소주님을 찾기 위해서가 아닙니까? 그렇다면 더더욱 비밀을 지켜야 하지 않습니까?”
민예의 말은 틀린 것이 아니였다. 납치된 사람들을 찾기 위해 길을 간다면 철저히 비밀수ㅡ럽게 움직여 그들의 종적을 찾아야 하는 것이지, 이렇게 대놓고 다닌다면 그들은 납치된 사람을 알아서 보내 줄리는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장천은 민예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비도문은 물론 중원 전역에 퍼져 있는 하오문과 개방의 방도들조차 찾지 못한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친다면 우리들 만으로 찾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니겠느냐?”
“음...그렇긴 하지만..”
확실히 장천의 말은 틀린 것이 아니였으니 이미 비도문이나 하오문, 개방들이 장천의 부인과 아이를 찾기 위해 중원을 전체를 이잡듯이 뒤진 것이 수년이였지만, 단 하나의 단서도 찾아내지 못한 것이 사실이였다.
그런 상황에서 장천이 직접 나선다고 해도 그들을 찾는 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밖에 말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가 찾을 수 없다면 다른 방법을 써야겠지.”
“다른 방법이라면요?”
“저들이 데리고 나오게 만들면 되지 않겠느냐?”
“예?”
민예는 그의 말을 이해 할 수가 없었는데, 장천은 자신의 생각을 그녀에게 자세히 말해 주었다.
“이미 계속되는 혈사로 인하여 강북에선 본인을 상대할 만한 무인이 없다. 또 숫자로 밀고 나간다 하더라도 우리의 경공이라면 충분히 녀석들의 천라지망을 빠져 나갈 수 있을 터이니, 녀석들에게 우리를 잡을 방법이라고는 단 하나 밖에 없지 않겠느냐?”
“그럼 문주님께서는 녀석들이 마님과 소주님을 인질로 데리고 나오시기를 기다리고 계신다는 것입니까?”
“그렇지.”
“하지만 녀석들이 인질로 데리고 나온다고 하더라도 확실히 그들의 종적을 파악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민예의 말도 일리가 있는 것이 아니였으니 이미 그들이 두 사람을 잡아 놓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저 서신만으로도 협박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그 정도면 충분하다니요?”
“우리들이 두 사람을 찾지 못한 것은 전혀 단서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두사람을 잡아 놓은 이후 재물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나의 목숨도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 저 모종의 장소에 숨겨 놓을 따름이니 찾지 못한 것이나, 이제 그들이 구궁을 직접 찾아가고 있는 나를 막기 위해 협박의 서신을 보낸다면 그것 하나로도 우리에게는 두 사람을 찾을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을 찾은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음....”
민예로선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는 일이였다. 협박 서신 하나로 가능성을 열 수 있다는 것은 그녀에게는 너무나 먼 이야기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너의 걱정은 이해하나, 일단은 본좌가 하는 것을 그저 지켜보고 있거라.”
“휴...알겠습니다.”
그의 말에 민예는 힘이 빠진 목소리로 대답을 하니, 사실 따지고 본다면 그저 비도문의 일개 문도에 문주의 하녀에 지나지 않은 자신이 이렇게 따지는 것도 주제를 모르는 짓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장천은 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후 오승을 보며 말했다.
“자네는 하오문에 서신을 보내었는가?”
“그렇습니다. 개방도가 알아 챌 수 없는 하오문의 문도들만의 표식을 해 놓았으니 근시일 안에 소식이 있을 것입니다.”
오승이 하오문의 소주였다는 것을 말한 장천은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린다고 생각하며 그를 통해 하오문의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개방에 비해 힘이 모자를지는 모르지만, 하오문은 개방 보다 중원의 소식통으로선 한수 위로 처 줄 수 있는 문파이니 만큼 장천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오승은 다시 고개를 돌려서는 민예를 보며 말했다.
“민예가 모르는 것이 있다면 사형께서 이곳에 오셨다면 또 한가지 비도문에 잇점이 생긴다는 것이다.”
“잇점이요?”
모르겠다는 그녀의 말에 오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현재 강북은 구파일방과 정파, 마교과 힘을 기르고 있는 상태다. 그런 상황에서 비돔누의 문주가 강북에 나타났다면 당연히 소란이 일어나겠지?”
“예.”
“비도문의 문주의 무게는 어떠한 조직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으니 그들은 모든 힘을 다하더라도 사형을 잡으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그 동안 힘을 기르고 있던 인재들을 외부로 내보내 사형을 잡는데 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군요.”
“그러나 강남의 경우에는 패권을 장악하는데 사형의 힘은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고 알고 있다.”
“예. 모두 음귀단의 힘으로 이루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지. 그렇다고 하면 비도문의 힘은 예초부터 사형을 힘을 포함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니, 사형이 움직인다 해도 비도문의 힘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오승의 말에 민예는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낼 수 있었으니 강북의 힘이 모두 장천에게 집중이 된다면 강남의 패권을 장악하고 있는 비도문으로선 확실히 이것은 기회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장천은 비도문의 행사에 어떠한 힘도 실어주지 않고 있었으니 비도문의 실질적인 책임자라 할 수 있는 하노가 모든 일을 맡을 것이고, 그런 그가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임을 분명하니, 단시간에 강북마저 비도문의 손으로 들어오게 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은 분명한 일이였다.
“그렇군요!”
“사형이 녀석들의 손에 잡힐 확율은 거의 전무하다 할 수 있으니, 내가 예측한다면 아마 오년 안에 중원은 비도문의 손에 들어 올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
민예는 하녀의 신분이라고는 하지만, 비도문에서 새로운 생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람이였으니 비도문이 중원의 패권을 장악할 수 있다는 말에 기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였다.
“그런데 한가지 물어 볼 것이 있어요.”
“말해보아라.”
“오승님은 그 동안 어르신과 계셨다면서 어떻게 그렇게 강호의 사정에 밝지요?”
그녀의 물음에 오승의 등뒤에는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어찌 말할 것인가. 이것도 다 직업병이란 것임을...
하오문의 소주로서 살아온 오승은 기문숙과 살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술집이나 노름판, 심지어는 기생집까지 가는 것을 서슴치 않았으니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였다.
이런 이유로 기문숙은 아직 오승이 자신과 같이 은거를 할 수 없다 생각하고는 장천과 함께 무림에 내보낸 것이였으니 그것을 알고 있던 오승으로선 자신의 못남에 가슴이 아플 뿐이였다.
한편 장천이 호북에 나타났다는 소식은 이미 구궁에게 까지 전해져 있었다.
“뭣이! 장천이 호북에 나타났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음....”
태사의에 앉아 있던 구궁은 침음성을 흘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으니 장천이 강북에 그것도 두명의 호의만을 대동한 채 강북에 그 모습을 드러내었던 것이 의외였기 때문이다.
“무림통일의 야욕을 드러낸 것인가..”
비도문의 소주였을 때의 장천을 생각한다면 그것은 어쩌면 이미 예견된 일일 수도 있었다. 그 당시의 장천은 무림을 자신의 손에 넣으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일 그것이라면 장천 혼자만을 염두 할 수 없는 일이였다. 분명 보이지 않는 곳에 그를 따르는 수족들이 있을 것은 분명하고 자신이 움직일 것을 대비하여 강남의 패권을 장악하고 있는 비도문 역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은 분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는 일이였는데, 수하들의 보고에 따르면 그가 향하고 있는 것은 서행, 그렇다고 한다면 자신이 있는 쌍도문을 향하고 있음을 분명한 일이였다.
“문주님 앞으로 한달 후면 강북의 명문 정파의 봉문이 풀릴 것입니다. 일단은 그 때 까지 시간을 지체한 후 그들에게 맡기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의 앞에 시립해 있던 자들 중 한명의 말에 구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리 쪽이 선수를 쳤어야 하는데...으드득..”
구궁은 비도문에 있는 자신의 첩자에게서 장천의 상태에 대해서 듣고 있었다. 스스로 마음을 가두어 버린 장천이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고는 하지만, 함부로 밖으로 나가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현재 무림의 각 문파에서는 다가올 비도문과의 대전을 위해 인재들이 양성되고 있는 시점, 명문정파들이 봉문을 풀면 그들을 선두로 강남의 비도문의 세력을 쓸어버릴 생각이였던 구궁으로선 장천에게 한방 얻어맞은 기분마저 들고 있었다.
“문주님의 손에 있는 놈의 마누라와 자식을 이용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붉은 머리의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육척의 무인 한사람이 앞으로 나와서는 구궁에게 공손히 자신의 의견을 말하니, 그로서는 그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했다.
만약의 경우를 위해서 지금껏 억류하고 있는 상태였는데, 구파일방이 봉문을 풀 시간이 한달도 안남은 시점 그들을 이용하여 시간을 끈다면 장천으로 인하여 줄어들 힘을 최대한 아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양오(陽悟)!”
“예.”
푸른 장삼을 입고 있는 중년의 무인 한 사람이 포권을 하며 앞으로 걸어나오자 구궁은 그를 보며 지시를 내렸다.
“어떠한 수단을 써도 좋으니 네가 이끌고 있는 청살단과 함께 일단 장천의 걸음을 지체시키도록 하여라.”
“존명!”
장천을 막기 위한 회의가 끝나자 구궁은 한명의 부하만을 대동한 후 쌍도문을 빠져나왔으니 거의 두시진 정도의 시간 후 그가 도착한 곳은 기련산의 산자락에 위치한 저택이였다.
구궁이 대문으로 걸어가자 잠시 후 다섯명 정도의 무인이 문을 열고는 그의 앞으로 와서는 정중히 포권을 하며 인사를 올렸다.
“어서오십시요. 문주님.”
“그들을 만나러 왔다.”
“예. 제가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구궁의 말에 다섯명의 무인 중 사십대 정도의 무인 한사람이 정중하게 말하고는 앞장을 서니, 그는 그를 따라 저택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붉은색 기와의 전각 하나가 그들의 눈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으니 마당에서는 어린 아이 한명이 예쁘게 생긴 열세살 정도의 여자 아이와 함께 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여아과 함께 놀고 있는 사내아이는 대략 여섯살 정도의 나이로 보였는데, 그 생김새가 마치 선동과 같은 같이 흔히 볼 수 없는 미동이였다.
아이는 술레잡기를 하는 것 처럼 웃으며 여종을 쫓아가자 문으로 들어온 구궁을 보고는 크게 놀란 표정을 짓다 잠시 후 반가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백부!”
“하하하! 오랜 만이구나. 소천아!”
구궁은 아이가 자신을 부르자 만면에 미소를 띄우고는 말하니, 아이가 자신에게 달려오자 허리를 잡고 안아서는 목마를 태워주었다.
하지만 의외인 것은 그 아이가 바로 장천의 아들인 소천이란 것이였다. 놀랍게도 소천이는 자신의 원수라고도 할 수 있는 구궁을 백부라 부르고 있었으니 구궁 역시 그를 자신의 아이와 같이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백부. 좀 자주 오세요.”
“허허허. 그러도록 하마.”
구궁이 아이를 보며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을 때 아이와 함께 놀고 있던 소녀가 그의 앞으로 와서는 조용히 인사를 올렸다.
“아버지 어서 오십시요.”
“흠...”
하지만 소녀의 공손한 인사를 받음에도 구궁은 못마땅한 미소가 가득했으니 그에게 인사를 올린 소녀는 바로 그의 친자식인 구화란이라는 아이였다.
자신이 죽이려고 했던 장천의 아이인 소천이를 귀여워 하는 것과는 달리 그는 친자식인 그녀에게는 모질기 그지 없었으니 이상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부친이 자신의 인사를 받을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콧방귀를 뀌며 돌아서자 그녀의 눈은 금새 젖어지기 시작했다.
화란의 모습에 소천으로서는 어찌 할 바를 찾을 수가 없었다. 이런 일은 구궁이 올 때 마다 늘쌍 있는 일이였으나, 소천이 아무리 말해도 구궁의 태도는 변함이 없으니 왜 자신에게 친절한 백부가 화란에게는 이렇게 차갑게 구는지 어린 그로서는 알 도리가 없었다.
이렇게 되고 보니, 소천이는 백부의 목마를 타고 있다는 것 조차 미안하게 생각되었으니 조심스럽게 구궁을 보며 말했다.
“백부 저 내려주세요.”
“응? 왜 그러느냐?”
“아니에요. 그냥 내려 가고 싶어서요.”
화란 때문에 그렇다는 말을 못하는 소천은 그냥 내려가고 싶다고 말하니, 구궁은 화란이 때문에 소천이가 그런 것을 눈치 채고는 미간을 찌프렸다.
“내가 내려가고 싶다니 어쩔 수 없구나.”
조심스럽게 소천을 내려놓은 구궁은 화란을 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 숙모는 어디 계시냐?”
“화단에서 꽃을 가꾸고 계십니다.”
구궁이 자신에게 말을 걸자 화란을 급히 대답을 했으니, 그녀에게는 차갑게 물어보는 그의 한마디도 반가울 뿐이였다.
하지만 더 이상 대답없이 그는 화단으로 걸음을 옮기니, 화란은 가슴이 아리는 자신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누나..괜찮아요.”
그것을 보며 소천은 걱정이 되어서 물었으니, 화란은 금새 뜨거워진 눈을 닦고는 말했다..
“응. 난 괜찮아. 그리고 누나가 뭐야. 아버지께서 오셨으니 이제 부인이라고 불러야지.”
“아! 맞다. 부인. 이제 눈물을 그치시요.”
“예. 서방님.”
“아! 쑥스러워..”
놀랍게도 소천은 열세살 정도의 화란과 이미 성혼을 한 상태였던 것이다. 하지만 아직 어린 나이인지라 전에 불렀던데로 화란을 누나라고 부르고 있었던 것인데, 구궁이 그러한 것을 상당히 싫어하는지라 그가 있을 때는 부인이라 부르도록 약속했던 것이다.
자신의 딸을 장천의 며느리로 만든 구궁, 도대체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알 수 없는 일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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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타난 소천임더. 소천이도 이제 나이를 먹었군요. 그건 그렇고 구궁의 딸과 소천이가 성혼을 했다니...
아! 예상 밖의 일이였슴더. ...왜 구궁은 자신의 딸인 화란이를 적이라 할 수 있는 장천의 아들네미인 소천이의 며느리로 준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