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298화 (299/355)

제 55 장 자폐 (5)

“아직은 멀었네, 아직 자네 사지의 혈맥의 상태는 완벽하다 볼 수 없다네.”

“아니 제 말은 그것이 아니라.”

“갑갑한가?”

호청명이 묻자 데비드는 술병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갑갑하기도 하지만, 천이가 어떻게 되었는지가 가장 궁금합니다. 어르신께선 뭐 알고 계신 것이 없습니까?”

데비드의 말에 호청명은 들고 있던 술을 단숨에 비워 버리고는 말했다.

“내가 하노 녀석의 명을 받고 자네를 치료하기는 했지만, 내가 비도문에 속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자는 그녀석 외에는 단 한사람도 없다.”

“그렇다면?”

“나와 같이 철저하게 비도문 내에서도 비밀로 되어 있는 자들은 일단은 녀석이 내린 명령을 받고는 있지만, 비도문 내부의 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지, 그저 평소에는 하고 싶은데로 살다가 가끔씩 던져 주는 일을 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네.”

“그렇군요.”

사실 데비드 역시 천하의 명의라고 알려져 있는 호청명이 비도문의 속해 있으리라고는 그에게 치료를 받으며 친해 진 후에야 알 수 있었으니 다른 이들은 어떻하겠는가?

강호에서 얼굴을 드러냈으면서도 정체를 들키지 않는다는 것은 그 만큼 비도문에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였으니 내부의 일을 모른다고 하는 것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비도문으로 가고 싶은 게냐?”

“글쎄요. 사지를 잘라 병신을 만들어 놓은 곳에 왜 가고 싶겠습니까? 뭐 쓸만한 비급이라도 하나 준다면 갈 수도 있지요.”

“이 놈 일년 가까이 누워 있더니 패기는 사라지고 넉살만 늘었구나!”

“그럴까요?”

“그래도 네 놈이 천이와 인연이 있어 하노가 꽤 신경을 써 주지 않았더냐? 소림의 대환단과 비교 할 수 있는 구명천심환도 세개나 소비해서 멀쩡하게 만들어 놓았더니 이제 비급까지 달라고? 염치 없는 놈.”

호청명의 말에 데비드는 미소를 짓고 있었으니 확실히 구명천심환이란 신단으로 인하여 그 자신의 내공이 전과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 늘은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혈맥이 타통되지 않아 영약의 대부분을 자신의 내공으로 화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 이유로 상승무공의 비급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긴 하지만, 이 정도까지 만들어 준 것을 생각한다면 물에서 구해준 것에 보따리까지 청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이왕 얻는 것 뜯어 낼 수 있는 것은 다 뜯어 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데비드였다.

“이왕 구해주실거면 남는 비급 하나만 주면 안됩니까?”

“허허허 그 놈!”

데비드의 말에 호청명은 이제 할말을 잃고 너털웃음을 흘리니 다시 술을 한 모금 마시더니 품에서 한권의 책을 꺼내어 그에게 던져 주었다.

“이건 무엇입니까?”

“하북팽가의 혼원벽력신공(混元霹靂神功)과 혼원벽력장(混元霹靂掌)의 비급이다. 네 녀석과 비슷한 녀석들이 살고 있는 하북팽가의 무공이라면 익히는데 그리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생각하여 전에 하노 녀석에게 부탁해 놓은 것이다.”

“아이구. 이거 고마워서 어떻합니까?”

호청명이 내놓은 비급을 보며 데비드는 입이 찢어질 듯한 모습으로 비급을 받아드니 그의 넉살에 얼굴을 찡그리는 호청명이였다.

“되었다. 네 녀석에게 무엇을 바라겠느냐? 고놈 처음에는 그러지 않더니 왜 이리 변했누?”

“하하하! 계속 어르신을 대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이렇게 변하는군요.”

“흥! 잘났다. 이놈아!”

“하하하하!”

하지만 호통을 치는 호청명의 얼굴에는 그리 싫지 않은 표정이였으니 데비드의 넉살이 그리 싫지 않은 모습이였다.

하지만 이해 할 수도 있는 것이 호청명은 하노에 의해서 무림에 나간 이후로 성혼도 하지 못하고 혼자 살아가고 있었으니 그 동안 보았던 환자 들 중에서 가장 오랜 기간을 지내 온 데비드가 아들처럼 생각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 할 수 있었다.

“내일 쯤 이곳을 떠날까 생각하고 있다.”

“예?”

호청명의 갑작스러운 말에 데비드는 놀란 목소리로 되물었으니 그는 다시 술을 한모금 마시며 말했다.

“근시일 안에 본문이 강호에 모습을 드러낼 듯 하구나.”

“그렇군요.”

“의술 이외에는 별 쓸모 없는 늙은이 일지 모르지만,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구나.”

“...그렇다면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아서라. 지금의 네 녀석으로는 강호의 삼류무사도 이기기 어렵다.”

“그런....”

“네 녀석의 사지의 혈맥은 혼원벽력공과 벽력장을 수련한다면 한달 이내에 과거의 상태로 돌아 올 수 있을 것이다. 그 때는 네 녀석이 강호에 나가서 뭐를 하든 막지 않을테니 한달동안은 쌍도문에서 나올 생각은 꿈에도 꾸지 말아라.”

“...휴..알겠습니다.”

호청명의 말이 틀리지 않은지라 데비드로선 한숨을 쉬며 대답 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 역시 데비드와 헤어지는 것이 아쉽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아직 원상태로 회복을 하지 못한 데비드가 나선다면 필시 자신을 노리는 자에게 죽음을 면치 못할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를 막고 있는 것이다.

“물론 네 녀석에게 이곳에서 놀고만 있으라는 것은 아니다.”

“예?”

“구궁의 손에는 능예라는 아이와 아늘 놈인 소천이란 놈, 또 쌍도문의 요운이란 녀석이 잡혀 있을 것이다. 넌 이곳에서 무진과 함께 이들 셋을 찾아보도록 하거라.”

“음..확실히 형수와 소천이를 인질로 구궁이 천이를 협박 할 수도 있겠군요.”

“일이 그렇게 된다면 비도문의 율법상 어쩔 수 없이 능예란 아이와 소천이란 녀석은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비도문은 율법이 상당히 엄한 문파 중 하나였으니 만약 가솔들이 적에게 사로잡혀 인질이 되어 협박당한다면 그들을 죽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호청명은 쌍도문에서 계속 이들 세사람의 종적을 찾아 보고 있었지만, 애석하게도 알아낸 것은 전무한 형편이였다.

호청명은 품에서 구궁의 손에 쪽지 하나를 건네 준 후 조용히 말했다.

“본문은 이미 구궁의 주위에 첩자를 심어 놓고 있으니 네 녀석은 은밀히 그 자와 접선하여 일을 도모하도록 해라. 그 자의 무공이 상당하니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알겠습니다.”

“이 일은 무진이란 아이에게도 비밀로 해야 하니, 너는 조심을 일을 도모하도록 해라.”

“걱정도 많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요.”

“흥! 말 솜씨만 늘었구나.”

이렇게 중요한 당부를 끝으로 다음날 호청명은 아무도 알지 못하게 쌍도문을 빠져나갔다. 물론 호청명이 외부로 빠져나간 것은 구궁에게도 알려져 있었지만, 의술을 제외한다면 호청명은 그저 한 수 정도의 재간이 있는 늙은 노인에 지나지 않았기에 흘려 넘길 뿐이였다.

근 일년 동안 침묵을 지켜왔던 비도문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자 지금껏 정사의 명문정파들과 마교가 봉문을 하면서 득세를 해왔던 중소문파들은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호랑이가 없어 여우가 왕의 노릇을 해왔을 뿐이지, 실제로 그들이 호랑이와 같은 기세를 가진 이들이 아니였으니 이는 당연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년간의 침묵 동안 비도문 역시 가만히 앉아 있지만은 않았으니 음귀단이라는 무림사에 찾을 수 없는 무사집단 외에도 그에 비해서 실력은 떨어지는 숫자는 두배 정도에 가까운 귀령단을 앞세워 삽시간에 강호를 비도문의 아래로 정복해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대항하는 유일한 세력이라면 감숙성에 자리를 잡고 있는 쌍도문 뿐이였으니 명문의 무문 중에서 봉문을 하지 않은 유일한 문파였기 때문이다.

구궁이라는 존재를 축으로 수많은 중소문파들의 연합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들은 비도문의 귀령단에 비해서는 그 힘이 미약 할 수밖에 없었지만, 숫자로만 본다면 몇 배에 달하고 있었기에 비도문의 득세를 막았던 것이다.

이로 인하여 강남은 비도문이 강북은 쌍도문을 중심으로 한 중소문파의 연합으로 나뉘어졌다.

그러나 이상한 것이 있다면 비도문이 의외로 이 양분된 강호의 상황에 만족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로간의 세력이 강남과 강북으로 나뉘어지자 비도문은 지금까지 파죽지세로 밀고 들어가던 기세를 멈추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치는 거의 4년 이상을 지속해 왔으니 이제 강남은 완전히 비도문에 손에 들어갔고, 강북은 쌍도문을 중심으로 하나의 무맹을 이루었다.

비도문이 강호에 모습을 드러낸 지 5년째 되는 시기, 드디어 무림의 명문 정파들은 일제히 자신들의 봉문을 풀고 세상에 발을 내디디니 강호는 4년간의 양분된 평화의 시기가 끝나고 또 다시 혼란이 시작되었다.

호북 청면현, 이곳에 위치한 연운객잔으로 외지에서 들어온 두명의 여행객이 들어서니 그들의 허리에 검이 들려 있는 것이 무인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는 것은 그들이 무인이라는 것이 아닌, 두 사람의 외모에 있었는데, 둘 모두 흔히 볼 수 없는 걸출한 외모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청의를 입고 있는 젊은 청년은 마치 여인과 같이 새하얀 피부를 지니고 있는지라 여장을 한다면 어느 누구도 남자로 생각하지 못할 정도였고, 또 한 사람은 날카로운 검미가 귀끝까지 뻗어있고, 무표정한 모습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인상이였지만, 여인네들이 본다면 이러한 모습에 더욱 흥미를 가질 듯한 외모였다.

이 두 사람의 미청년이 객잔 안으로 들어서자 객잔에 머물고 있던 사람들은 좀처럼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다.

그들이 자리에 앉자 점소리가 급히 주문을 받기 위해 달려왔으니 두 사람의 복색을 보아 이름 있는 집안의 자손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서오십시요.”

“간단히 요기할 것과 소홍주 한병을 가져오게.”

“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요.”

여인과 같은 외모를 지닌 미청년이 간단히 음식을 주문하자 점소이는 두세번 고개를 조아리더니 주방으로 사라졌다.

그가 사라지자 미청년은 주위를 두리번 거리더니 무엇인가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듯 미간을 찌프리고 있었다.

“휴...정말 이곳에 기문숙이라는 분이 계실까요?”

미청년은 한 숨을 쉬며 동료를 보며 말했으나 그의 물음에 상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자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결코 관가 할 수 없는 것이였으니 기문숙이란 이름은 바로 쌍도문에서 가장 배분이 높다고 할 수 있는 무인의 이름이였기 때문이다.

기문숙의 이름을 말하고 있는 두 사람의 청년, 이 중 한사람은 기문숙과 크게 관련이 있는 사람이였으니 무표정한 청년이 바로 장천이였던 것이다.

장천의 옆에서 한 숨을 쉬고 있는 미청년은 남장을 하고 있는 그의 시종인 민예였다.

두 사람이 이곳으로 온 이유는 비도문으로 이곳 청면현의 농부 중 장천의 사숙조라 할 수 있는 기문숙이 있다는 말 때문이였다.

이것은 우연히 강북에 잠입해 있던 비도문의 첩자가 알아낸 것이였으니 장천은 그 소식을 듣고 급히 민예와 함께 청면현으로 온 것이다.

기문숙은 그에게 자연도라는 무공을 가르쳐 준 스승과도 같은 사람이였으니 비도문의 행사로 인하여 무공이 전폐당했다는 것을 듣고 사방으로 수소문 하고 다닌 끝에 겨우 그의 종적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자폐증에 걸린지 5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장천은 어느정도 그 병이 낳아 이제는 말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상태가 되었지만, 아직 완전히 마음을 열지 않았는지 무표정한 모습은 변하지 않고 있었다.

자신의 말에 장천이 아무런 대답이 없자 민예는 뾰로뚱한 얼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문주님은 너무 재미없어.”

아무도 듣지 않을 정도로 조용히 투덜거리는 민예는 뭐 흥미를 끌 것이 없을까 하는 생각에 주위를 두리번 거렸지만, 역시나 작은 마을에서 그녀의 눈을 끌만한 것은 없었다.

잠시 후 점소이가 두 사람의 앞에 음식을 내려 놓으니 장천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서는 그에게 은원보 하나를 내밀며 말했다.

“몇가지 물어 볼 것이 있는데, 말해 주겠는가?”

“아! 물론입죠. 말씀만 하십시요.”

장천이 열냥짜리 은원보는 내밀자 점소이는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재빨리 말하니, 열냥이라면 이곳에서 몇년을 일해도 벌 수 없을 정도로 큰 돈이였기 때문이다.

“이 마을 근처에 기영이라는 사람이 있다고 하던데?”

장천의 말에 점소이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하다가 무엇이 생각났는지 손바닥을 치며 말했다.

“아! 기의원님을 말씀하시는군요?”

“기의원? 농부가 아니였던가?”

기영은 기문숙이 이곳에서 쓰고 있는 이름이였는데, 점소이가 의원이라고 하자 장천으로선 이상하게 생각하며 되물었다.

“아! 뭐 정식으로 의원일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전에 심명이란 노인네가 앓은 적이 있었던데, 기의원님이 병을 고쳐준 후 마을 사람들은 그 분을 기의원님이라 부릅니다.”

“음...”

무공이 뛰어난 사람 중에선 의술 역시 뛰어난 자들이 있었고, 기문숙 역시 과거에 곽무진의 상처를 고친 적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장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손님께서는 그 분의 소문을 듣고 오신 모양이군요?”

“응? 아! 그렇다네.”

“그렇다면 잘 오셨습니다요. 정식으로 의원을 여신 분은 아니지만, 이 마을에서 그 분이 손을 봐주신 후 완쾌되지 않을 사람이 없을 정도지요. 거기에다 치료비도 그저 약값 정도 외에는 받지 않으니 그 처럼 좋은 분이 어디있겠습니까?”

점소이의 말을 미루어 보아 마을에서 상당히 존경받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으니 장천은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보통 무림인들의 무공을 잃게 되면 평범한 삶에 적응하지 못하고 폐인이 되는 것이 보통이였기에 기문숙에 대해서 걱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으메 한 순간에 4년이 흘러버렸네...후....

소천의 나이는 일곱살 정도 됬으려나??

암튼 장천이 기문숙을 찾아 왔슴더..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 지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