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297화 (298/355)

제 55 장 자폐 (4)

“문주님.”

민예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장천을 불렀지만, 그는 아무런 미동도 없었으니 그녀로선 한 숨만 나올 뿐이였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장천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있었으니 자신이 위험해졌을 때 이런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걱정해주고 구해주었기 때문이다.

병에 걸린 사람을 시중하는데 있어서 병자가 그 사람의 마음을 알아주었을 때 진정한 기쁨을 느끼는 것 처럼 민예 역시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조심스럽게 장천을 부축한 민예는 문내로 돌아서려 했는데, 그 때 누군가가 자신들의 앞길을 막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 하 장로님!”

민예는 자신들의 앞을 막고 있는 사람이 하장로라는 것을 알고는 놀라서 고개를 숙였는데, 하노는 그런 그녀를 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수고했다. 네가 아니였으면 문주님이 위험하실 뻔 했구나.”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음에도 하장로가 두사람에게 일어나는 일을 모두 알고 있는 것 처럼 대답하자 민예로선 어찌할 바를 몰랐다.

솔직히 문주는 문주 자신이 구한 것이지 자신이 한 일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아닙니다. 문주님께서 무공을 사용하셔서 구해주시지 않았다면 저는 죽은 목숨이였을 것입니다.”

그녀의 말에 하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오후에 천약방에 가서 구명천심환을 받아 복용하도록 해라.”

“예? 구명천심환이라면!”

하노의 말에 그녀는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으니 그가 말하는 구명천심환은 소림의 대환단이나 무당의 태청신단과 비등한 효능을 가진 것으로 그것을 먹는 이는 삼십년의 내공이 증진되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랑촌에서 태어난 사람이라 할지라도 선택된 자들만 복용 할 수 있는 신단을 외지에서 온 여종에 지나지 않은 민예에게 복용하라 하니 놀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였다.

“앞으로 강호에 나가실 문주님을 보필하려면 너의 미천한 내공으로는 힘들 것이다.”

그 말과 함께 돌아서는 하노였으니 그녀는 드디어 자신의 여종의 신분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문파 내에선 문주라 할지라도 하찮은 여종에게 시중을 받지만, 강호로 나갔을 때는 무공이 미천한 여종이 시중을 들 수는 없었다.

이런 이유로 외지에 나가면 어느정도 무공을 지니고 있는 여인들이 모여 있는 풍예관의 정식 무사들이 시중을 들고 있었던 것이다.

하노가 강로로 나가는 문주를 보필하라 명한 것은 그녀가 이제 여종의 신분이 아닌 풍예관의 정식 무사가 되었다는 뜻이였으니 감격하는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었다.

“흑흑흑..장로님 고맙습니다.”

돌아서서 걸어가는 하노를 보며 감격을 눈물을 흘리는 민예 였으니 그와 함께 자신의 옆에 있는 장천에게도 크게 고마움을 느꼈다.

미천한 집안에서 태어난 자신이 이제는 무랑촌에서 정식 식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장천을 시중 할 수 있었기 때문이였다.

감숙성 쌍도문, 과거 의문의 무리들로 부터 습격을 당한 이후 폐허가 된 이곳은 정사마가 모두 합쳐진 정의련의 탄생 일년 동안 다시 재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년이 지난 지금은 과거의 전성기의 모습은 아니지만, 반 이상의 전각이 다시 원 상태를 복구한 상태였다.

과거 쌍도문의 문주가 거처하던 천도전(天刀殿)역시 다시 복구되며 장춘삼에 이어 새로운 문주가 자리를 하고 있었으니 그는 바로 정무맹과 마교의 무인들을 비도무의 손에서 구해내며 새로운 무림의 구성으로 떠오른 신궁 구궁이였다.

마치 황제의 옥좌와 같이 화려하기 그지 없는 상좌에 앉아 있는 구궁은 열두명의 무인들이 시립한 가운데 한 명의 무인에게서 무엇인가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이상한 것이라면 이들 중 어느 누구도 과거 쌍도문에 속해 있는 자는 없다는 것이니, 쌍도문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이들은 각자가 다른 병장기를 소유하고 있었다.

“실패했단 말인가?”

구궁은 잠시간이였지만, 보고를 듣는 것이 지루한지 거만한 자세로 앉아서는 고개를 땅에 박은 자세로 자신에게 보고를 올리는 무사를 보며 말했고, 구궁의 말에 그 자는 고개를 들 생각도 못한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죽여주십시요.”

“흠...”

죽여달라고 말하는 그의 말에 구궁은 식상한 표정으로 손짓을 하니 잠시 후 하나의 인형이 나타나서는 그의 손에 곰방대를 들려 주었다.

“어차피 성공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지만, 의외군...자폐증에 걸린 녀석이 직접 손을 쓰리라고는 말이야.”

“밀전(密殿)의 일급살수 스물한명이 그자가 손을 쓰자 일각을 버티지 못한 것을 감안한다면 그 자를 암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구궁의 말에 시립하고 있던 무사 한명이 정중하게 포권을 하며 자신의 생각을 밝히니 구궁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쨋든 이번 일로 녀석의 상태를 알 수 있었던 것도 큰 수확이다. 하나 이번 일에 실패한 대가는 어느정도 치워야 할 것이니, 전주는 이 자리에서 한 팔을 자르도록 하라.”

“감사합니다.”

구궁의 말에 보고를 하던 밀전의 전주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좌수를 들어서는 오른쪽 어깨를 잡아 그대로 뽑아 버리니, 천도전은 순식간에 그의 피로 시뻘겋게 물들여 졌다.

“돌아가서 어깨를 치료하도록 해라.”

“예.”

전주가 팔을 뽑자 구궁은 잠시 미간을 찌프리고는 말하니, 전주는 어깨의 고통을 참으며 대답하고는 급히 천도전에서 물러났다.

밀전의 전주가 물러나자 시립해 있던 무사들 중 한자루의 쌍수검을 등에 차고 있는 날카로운 인상의 무인이 포권을 하며 말했다.

“문주 최근들어 은원단의 아해들이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은원단? 무진이 맡고 있는 곳을 말하는가?”

은원단은 남아 있는 쌍도문의 제자들이 이루어져 만들어진 무단으로 원래는 쌍도문의 중추세력이라 할 수 있었지만, 구궁이 문주가 되면서 구석으로 밀려난 무사들이다.

이제 쌍도문에 속해 있는 자들은 거의 팔할 이상이 외부에서 들어온 자들이였으니 은원단은 각 단 중에서는 숫자가 가장 많다고는 할 수 있지만, 문파 내에서는 소외되고 있었다.

물론 이들 개개인은 삼대제장 중 수석인 곽무진을 중심으로 하나로 뭉쳐져 있었기에 쌍도문 내에서 구궁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고 있었다.

“들어온 소식에 따르면 이미 이십여명의 은원단 무사들이 외부로 나가 장천의 소재를 조사하고 있다합니다.”

“그들의 힘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을 알지 않은가?”

“하나. 이들의 뒤에 하오문이 있지 않습니까?”

“강호의 잡배들이 모여 만들어진 문파다. 아직은 때가 아니니 그저 녀석들이 하는 것들만 감시하고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말아라.”

“예.”

그가 다시 자리로 돌아서자 구궁은 곰방대에서 담배를 한모금 내뿜더니 좌중에 있는 자들을 보며 말했다.

“일년 동안은 그럭저럭 조용하게 지나갔지만, 비도문이 계속 침묵을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이 나온다면 현 무림의 상태로는 일년을 버티지 못할 것은 자명할 터, 정의청년단이 완성될 때 까지 최대한 이들의 움직임을 지연시키도록 하라.”

“예.”

정의청년단, 정사마의 젊은 기재들이 모여 만들어지고 있는 무단으로 정사마의 모든 수뇌들이 모인 회의에서 구궁이 제의하여 일년전부터 만들어지고 있었다.

각 문파에서 보내 온 수천권의 무서로 최정예로 키워지고 있는 그들이였기에 모든 과정을 마치게 되며 비도문의 음귀단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힘을 만들 수 있었기에 상당한 기대를 모으고 있었다.

구궁 역시 이들이 모든 과정을 마치고 출관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이들이 출관하기까지는 적어도 삼, 사년을 더 기다려야 되는 것을 알기에 비도문의 득세를 최대한 막으려 하는 것이다.

물론 이들이 단순히 비도문을 치기 위한 자들은 아니였다.

구궁은 이미 몇몇의 부하들을 이용하여 그들에게 암수를 펼치고 있었으니 이들을 자신의 충실한 부하로 만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음귀단의 비도문의 무사단이라면 이들 정의청년단은 구궁의 부하가 되어 그의 야욕을 완성시켜 줄 힘이였던 것이다.

구궁이 무림에 대한 야욕을 조금씩 이루어가고 있을 때 이들의 한편에서는 젊은 무사들이 움직이고 있었으니 바로 쌍도문의 진짜 무사들로 이루어진 은원단이였다.

쌍도문에서 만들어진 십삼개 무단의 하나였지만, 일년이 넘는 기간 동안 단 한번도 무림에 그 이름을 드러낸 적이 없었으니 그저 이름뿐인 무단이였다.

하지만 이들의 자긍심은 어느 누구보다 크다 할 수 있었으니 자신들이 진정한 쌍도문의 문도라 생각하고 있었다.

이들 무사들을 이끌고 있는 사람이 바로 곽무진이였으니 강호에서는 이제 과거의 명호인 선풍도가 아닌 선풍검협이란 이름으로 알려져 강호오룡의 일인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최근 곽무진은 한 사람의 일로 상당히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단주님! 어르신께서 또 술을 청하시는데 어떻게야 합니까?”

“휴...어쩔 수 없지 않느냐. 내드려라.”

“하지만 한두 병으로 해결될 것 같지 않으니 그렇죠.”

“..음..알았다. 내가 직접 가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그의 말에 곽무진은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방 밖에 준비되어 있던 술병을 들고는 전각의 구석에 있는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술 가져와! 술!”

방에 도착하자 한 남자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고 있었으니 곽무진은 잠시간 고개를 좌우로 젖더니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침상 위에 덩치 큰 남자와 환갑은 넘는 듯한 노인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라? 곽단주 아닌가?”

“휴...이게 마지막 술이니 제발 조용히 좀 하세요.”

“이놈! 잔말말고 냉큼 술이나 가져오너라!”

“....”

노인은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이 무진에게 술을 달라 소리치니 그는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에게 술병을 건넸다.

이미 상당한 술을 마셨는지 주위로는 백여개가 넘는 술병과 항아리가 널려져 있었으니 단 두 사람이서 이렇듯 많은 술을 마셨다는 것이 무진으로선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로서는 이들을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으니 구궁에 의해 이곳으로 온 자들이라면 당장에 목을 베었겠지만, 이들 두사람은 자신이 이곳으로 데려왔기 때문이다.

침상에 누워있는 덩치 큰 장정은 바로 장천의 의형제인 데비드였고, 그의 앞에서 같이 술타령을 하고 있는 노인은 오립산이 있었을 때 부터 쌍도문과 큰 연을 가지고 있었던 무림 제일 명의인 견즉사의 호청명이였다.

멸천문이 본단에서 혈비도 무랑에게 사지가 잘려져 나간 데비드는 모든 일이 끝났을 때는 거의 죽은 목숨과 같았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였다.

무인의 몸으로 사지가 잘려져 나간다는 것은 이미 죽음보다 더 괴로운 일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연인지 아니면 의도적인 것인지 때 마침 무림 제일 명의라고 알려져 있는 호청명이 구궁들의 무리들과 함께 섞여 있었으니 그와 어느정도 안면이 있었던 곽무진은 그를 청하여 데비드를 치료해 달라고 청한 것이다.

다행히 호청명은 그의 청을 받아들여 데비드를 치료하게 되니, 놀랍게도 데비드의 잘려져 나간 사지를 신기에 가까운 접할술로 원래 상태로 돌려놓았다.

혈비도 무랑의 검술이 워낙 뛰어났던지라 사지가 워낙 깨끗하게 잘려져 나가 호청명의 의술로 다시 접합하는 것은 성공하기는 했지만, 애석하게도 다시 무공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곽무진으로선 데비드가 그동안 쌍도문을 위해 힘을 쓴 것을 알기에 그를 버려둘 수 없었으니 거의 일년여가 넘는 기간 동안 견즉사의 호청명을 붙잡아 놓고 데비를 치료하게 했다.

물론 지금에 와서는 두 사람 모두 조금은 골치거리로 변해 차라리 그때 치료만하고 돌려보냈어야 하는 후회를 하고 있었다.

“전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응? 빨리 꺼져라. 네 녀석 얼굴 때문에 술맛이 떨어지니까 말이야.”

“...알겠습니다.”

곽무진의 말에 손짓을 하며 소리치는 호청명이였으니 그의 괴팍함에 그로선 한 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가 밖으로 나가자 호청명은 미소를 지으며 들고 있던 술병 하나를 넘기니 데비드는 술병을 받아 쥐고는 말했다.

“그나저나 언제까지 이곳에 있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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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흑흑...닥터 케이의 영향으로...데비드의 사지를 다시 이어버렸슴더. ㅠㅠ

그럼 견즉사의 호청명은 닥터 케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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