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295화 (296/355)

제 55 장 자폐 (2)

아직 앳띤 얼굴로 쉼 없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어린 여종이기는 하지만 모성애를 불러 오기에 충분했으니, 여종은 무엇이 이 사람을 이렇게 눈물 흘리게 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측은지심에 가까이 다가가 볼을 쓰다듬어 주었다.

나이로 본다면 여종이 장천에 진짜 나이에 비해 반도 되지 않지만, 그녀의 눈에는 그저 어린 남동생 정도로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였다.

“귀한신 분이 무슨 일로 이렇게 눈물을 흘리시나요.”

천천히 장천의 볼을 쓰다듬어 주던 여종은 장천은 가슴에 안아주었다.

장천을 감싸 안고 있는 여종의 이름은 민예(閔霓)였다.

무랑촌의 사람들은 모두 비도문의 방계의 성씨 즉 하, 문, 장씨의 성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외부에서 사람들이 오기도 했다.

보통 무랑촌의 남자들이 성혼을 위해 외부에서 여인이 들어오거나, 이렇게 민예와 같이 여종과 같은 일을 하기위해 어린 시절 데리고 오는 경우가 있었다.

민예는 일곱살 때 흉년이 들어 이곳으로 팔려온 여인이였으니 십년간 여종의 일을 하면서 비도문의 본각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장천의 시중을 보게 된 것은 열일곱의 꽃다운 나이에 어느정도 미색 또한 갖추고 있었기에 문주를 모시기에 적당하다 생각하여 보내진 것이니, 그녀는 장천의 모습을 보며 어린 시절 남동생의 모습이 생각나 연민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현재 장천의 병은 두가지 기억의 혼재에서 나타난 자폐의 병이였다.

어린 시절 장천은 이곳 무랑촌에서 유일한 종씨의 후계자로서 귀하게 자란 도련님이였으니 그저 무공과 학식을 쌓는데만 모든 것을 다했을 뿐, 사람이 사는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인의예지의 사단 중 지를 제외한 어떤 것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대사를 행함에 손속이 잔인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니, 자신과 종씨가문을 제외하고는 어떤 자들도 천하다 생각되는 심성을 가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대법이 실행되고 쌍도문에서 자라난 장천은 협과 의를 가장 중요시 하는 쌍도문의 네명의 사형제들 즉 등평, 구양생, 양우생, 장춘삼에게 철저하게 교육을 받았고, 그의 진실한 스승이라 할 수 있는 광무자에게선 엄격함과 함께 아랫사람을 대하는데 중요한 덕목을 알게 모르게 배움을 얻었다.

또한 그의 양모이자 숙모라 할 수 있는 임아란과 남궁소화 등에게서 애(愛)에 대해서 몸으로 느끼며 자라왔으니, 과거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의 모습이 겹치면서 마음속의 갈등을 겪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사랑하던 많은 사람들의 죽음이 어린 시절 자신의 계획에 있었던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그 슬픔은 자괴는 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에 대한 갈등으로 이렇게 스스로 마음을 가두어 두는 자폐증에 걸리게 된 것이다.

하나 이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었으니 이 대법을 만든 비도문의 사람 역시 이러한 결과를 예측하고 단 한번도 이 대법을 사용하지 않은 것이다.

사람의 심성이란 것은 그의 태어난 환경에 의해 변하는 것이니, 두개의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대법에서 이 두개의 마음이 혼재 되었을 때의 결과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장천 역시 이러한 문제를 잘 알고 있었지만, 자만심으로 인하여 그것을 무시하고 대법을 시행한 것이니, 오늘날 이러한 결과를 만들고 만 것이다.

이런 것을 살펴 본다면 이 어린 여종의 행동은 참으로 잘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닫은 이를 다시 세상으로 오게 하기 위해선 어떠한 행위 보다는 그저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니, 어린 남동생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장천을 쓰다듬고 보다듬어 주는 민예에게 알게 모르게 장천의 마음도 조금씩 풀리고 있었다.

하지만 한번 닫은 마음이 그리 쉽게 열리는 것은 아니였으니 이러한 시간은 일년 이상 이어져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였다.

화창한 여름날 민예는 이제 어느정도 거동이 가능한 문주를 모시고 무랑촌 주위를 돌며 산책을 하고 있었다.

일년을 넘게 보살핀 덕에 하노를 비롯하여 문파의 많은 사람들과 어느정도 안면을 터 이렇게 문주인 장천과 단 둘이 돌아다니는 것도 어렵지 않았으니 그녀로선 그저 남동생과 같은 장천과 함께 산책하는 것이 즐거울 따름이였다.

“문주님 날씨가 참 좋죠?”

“......”

민예는 장천을 보며 미소어린 표정으로 말했지만, 장천에게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은 그 동안 계속 해왔던 것이였으니 민예는 실망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문주인 장천이 자신의 말에 답해 줄 것이라는 생각에 쉼 없이 말을 걸 따름이였다.

무랑촌 서쪽에 위치한 작은 연못에 도착한 민예는 자리를 깔고 모시고 있는 장천을 앉히니 상쾌한 바람이 목덜미를 스치는 것이 만면에 미소가 떠날 줄을 몰랐다.

솔직히 무랑촌에서 십년을 살았지만, 아직 그녀에게 이곳은 그저 타향과 다름이 없었기 때문에 남동생과 같은 장천과 있는 시간을 가장 즐기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오랜 만에 산책을 나오는 것이 그녀에게는 크게 즐거운 일이라 할 수 있었으니 품에서 옥소를 꺼내어든 그녀는 장천을 보며 말했다.

“문주님 오늘은 하아주머니에게 배운 청향풍곡(淸香風曲)이란 것을 들려 드릴께요.”

민예는 몇년 전 부터 비도문의 풍예관의 관주인 하연화라는 여인에게 옥소를 배우고 있었기에 매번 장천의 앞에서 연주하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장천에게는 어떠한 반응도 나오지 않고 있었지만, 그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는 생각을 하는 그녀였다.

물론 일년전만 해도 상당히 부정확한 음색을 연주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다면 많이 발전했다 할 수 있었지만, 말 못하는 짐승이 되었다고 괴롭히는 꼴이 된 것을 모르는 민예였다.

[삐리리!]

잠시 후 청아한 옥소의 음색이 연못가를 휘돌기 시작하니, 한 여름의 오후에 들려오는 옥소의 음은 바람과 함께 흐르며 주위를 맑게 정화시키는 듯했다.

하지만 이러한 순간을 호기로 생각하며 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자들이 있었으니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나 둘씩 두 사람을 향해 조심스럽게 접근해 오는 무리들이 있었다.

은밀하게 다가오는 이들은 전혀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고 있었으니 어떠한 기도 느껴지지 않는 그들은 상당한 훈련을 받은 살수의 무리들임을 알 수 있었다.

수십개의 진세가 둘러쌓여 있는 무랑촌을 들어 오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음에도 이들의 숫자는 이십여명이 넘고 있었다.

이들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 민예는 장천 앞에서 옥소를 부는데만 열중하고 있을 뿐이였다.

“휴! 어때요. 문주님?”

일각여 동안의 옥소의 연주를 끝낸 민예는 장천을 보며 방긋 미소를 짓고 말하니 마치 그에게 칭찬이라도 바라는 듯한 모습이였다.

물론 장천에게는 아무런 말도 없는 것은 당연했지만, 민예는 그것이 마치 무언의 긍정이라도 되는 것 처럼 장천을 안으며 말했다.

“어머! 칭찬을 다해주시고 고마워요 문주님!”

북치고 장구치고 혼자 다하는 민예였다.

물론 이런 상황이 거진 일년이 넘어가니 그녀에게는 일상생활의 즐거움의 하나일 뿐이였다.

“더 듣고 싶으시다고요? 그럼 다른 곡을 들려 드릴께요.”

어린 아이들이 인형을 갖고 노는 것과 같은 그녀는 다시 한번 옥소를 연주하려 했는데, 그 때 무엇인가 좋지 않은 기운이 다가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응?”

이런 적이 단 한번도 없었던 민예 였는지라 지금의 기운의 원인을 알 수 없었으니 무랑촌에서 살면서 적이라는 존재를 만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자신이 조금 예민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그녀가 다른 이들과 다른 것이 있다면 구태여 그런 느낌이 드는 곳에서 계속 남아 있을 필요는 없다 생각한 것이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은 문주를 모시는 일인만큼 약간의 문제라도 예감이 된다면 자리를 피하고 문주의 안전과 편의를 도모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그녀였다.

“아무래도 비라도 올 모양인가봐요. 문주님 우리 자리를 옮겨요.”

그러한 생각에 민예는 옥소를 다시 집어 넣고 장천과 함께 문으로 돌아가려 했는데, 그 때 한 쪽 숲에서 무엇인가가 빠른 속도로 자신들을 향해 뻗어 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합!”

그것이 범상치 않은 것이라는 것을 안 민예는 급히 품에 넣어 두었던 옥소를 꺼내어 그것을 내치니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그것은 땅으로 떨구어졌다.

“암기?”

땅으로 떨어진 것이 암기 중 하나인 승표라는 것을 안 민예는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으니 주위를 돌아 보았음에도 어떠한 이의 기척도 느껴지지 않자 이마에선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한낱 여종에 불과하다고는 하지만, 무랑촌에 있는 모든 주민들은 한 수의 재간을 지니지 않은 이가 없었다.

문주를 모시는 민예라면 그 중요성이 더욱 큰 만큼 그녀 역시 무공을 익히고 있었으니 그녀가 익히고 있는 것은 방금 전에 연주한 옥소를 이용한 무공과 하나의 각법을 익히고 있었다.

“누구냐!”

주위를 보며 민예는 크게 소리를 질렀지만, 어느 누구이 기척도 느껴지지 않으니 아무래도 상황이 좋지 않다고 생각한 민예는 급히 옥소를 들어서는 있는 힘을 다해 그것을 불려고 했다.

물론 사전에 어떠한 약속도 되지 않았지만, 내력을 다해 옥소를 분다면 그 소리를 사람들이 듣지 않을리 없었으니 어느정도 이상하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곳으로 올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수들은 민예에게 그러한 기회도 주지 않았으니 그녀가 옥소를 불려 하자 두개의 인형이 빠른 속도로 튀어 나와서는 그녀와 장천을 향해 공격해 들어왔다.

“앗!!”

살수들이 장천을 향해 검을 들고 달려들자 크게 놀란 민예는 급히 장천의 허리를 잡고는 몸을 돌려 옥소를 내뻗으니 그녀가 손을 뻗자 옥소를 수십개의 잔형을 만들어내며 살수들의 몸을 감싸며 밀려 들어갔다.

[채재쟁!!]

하지만 살수들은 전문적으로 경공을 수련 받았는지 옥소의 잔형을 들고 있던 검으로 내치며 양쪽으로 산개해 들어왔다.

자객들이 양쪽에서 벗어나 공격해 들어오자 민예로선 당황 할 수밖에 없었는데, 무공을 익혔다고는 하지만, 아직 실전 경험이 없어 한 사람을 보호하면서 적을 상대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이였다.

민예 개인이였다면 이 두명의 살수의 공격 정도는 충분히 물리칠 수 있음에도 이 상황에 당황스러워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으니 그것은 큰 실수로 이어지고 말았다.

급히 장천의 어깨를 잡고 한쪽 방향으로 옥소를 한쪽 방향으로 일각을 내질러 적의 공격을 막아 보려 했지만, 불안함에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모르다가 옥소쪽의 공격을 완벽히 성공시키지 못한 것이다.

“꺄악!!”

일각으로 한 명의 적을 내쳤지만, 한 자객이 장천에게 검을 내지르자 급히 몸을 돌려 그것을 막을 수는 있었지만, 일검이 그녀의 어깨에 꽂히고 만 것이다.

민예는 어깨에서 밀려오는 고통에 비명을 내질렀지만, 문주를 보호해야 겠다는 생각에 왼발을 회전하여 살수의 관자노리를 후려칠 수 있었다.

“아! 아파! 흑흑...”

하지만 두 명의 살수의 공격을 막기는 했지만, 검에 찔린 어깨의 고통과 함께 처음 목숨이 오가는 싸움을 하게 된 불안감에 눈에선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싸움에서 있어서 마음을 안정시키지 않는다면 실력은 크게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였으니 민예의 풍전등화의 형국이라 할 수 있었다.

두명의 살수가 쓰러지자 숲에서는 이번에는 일곱명의 인형이 한꺼번에 모습을 드러내었으니 민예의 무공 실력을 간파하자 더 이상 시간을 끌 필요가 없다는 생각인 것이다.

두명의 살수를 처리하는데에도 버거웠던 민예로선 일곱명의 살수가 나타나자 이제 절망감마저 느끼고 있었다.

‘흑흑흑..어떻게하지...문주님이라도 안전한 곳으로 모셔야 하는데...흑흑흑..’

그녀로선 자신은 어떻게 되도 상관이 없지만, 어떻게든 장천만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고 싶었지만, 살수들은 민예의 생각을 아는지 사방에서 포위하고 있었으니 그녀로선 어찌 할 바를 찾을 수가 없었다.

“..많이...아파...?”

“아? 문주님!”

그 때 그녀의 뒤로 더듬거리는 듯한 음성이 들려오니 그것이 문주의 말이라는 것을 안 민예는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많이..아파?”

“문주님! 흑흑 아니에요. 하나도 안아파요! 흑흑흑..”

일년동안 물심양면으로 시중을 들었던 문주가 처음으로 자신에게 말을 하자 이제 그녀는 자신의 주위에 살 수가 있는지 조차 모르고 감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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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자객의 출현!!

꺄아악!!

장천과 민예의 위기..어찌 될런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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